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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e for CEO-이기동 성균관대 교수 강연

역사는 이제 마음의 시대로… 論語에 경영의 해답 있다

5throck | 108호 (2012년 7월 Issue 1)




편집자주

기업 경영에 인문학적 소양이 강조되는 시대입니다. 컨베이어벨트로 상징되는 대량생산과 원가절감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수 없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돼 가고 있습니다. 특히 경영학계와 기업인들 사이에서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뤄온 유교사상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DBR SK아트센터 나비와 CWPC서평(徐評)이 공동 주최한 최고경영자 교육 과정인문화와 경영프로그램(주임교수 서진영)을 지상 중계합니다. 1부 프로그램인논어(論語)와 경영과정의 성균관대 이기동 교수 강연 내용 일부를 요약합니다.

이 강연의 정리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하시은(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 씨와 박철순(서강대 정치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현대는몸의 시대그리고힘의 시대였다. 이런 시대의 경영학은 경쟁에서 남을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그러나 곧마음의 시대가 온다. 그 변화는 급격하게 이루어질 것이며 마음의 시대에 대비하지 못하는 사람은 망할 것이다.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마음의 시대에서 기업 경영자는 귀를 크게 열어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문제가 생기면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자기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군자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다행히도 한국인은 <논어>에 나오는 인자(仁者)의 조건을 잘 갖추고 있는 민족이다. 남은 것은 우리 스스로 변하고자 하는 의지다.

 

흐름을 읽어야 시대를 이끌 수 있다

왜 현대의 경영자가 2500년이나 지난 <논어>라는 책을 읽어야 되는가? ‘마음 시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이 녹으면 무엇이 되는가? 물이 된다. 그러나 또 다른 해답이 있다. 봄이 된다. 이 두 해답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물이 되는 것은 현상이다. 봄이 된다는 것은 흐름이다. 그래서 흐름을 아는 사람과 현상만 보는 사람은 많은 차이가 있다.

 

예컨대 내가 돈을 벌고 싶을 때 어떻게 할까. 아마도 돈을 잘 버는 사람을 보고 따라 할 것이다. 겨울에 군밤 장수가 돈을 잘 번다면 나도 군밤 장사를 하고 싶을 것이다. 열심히 준비를 해서 두어 달 뒤에 장사를 시작하면 그때는 봄바람이 분다. 망한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무엇을 하면 돈을 잘 벌까 살펴보면 봄에는 등산을 많이 다니니 등산복이 괜찮게 보인다. 그래서 등산복 장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또 두어 달 열심히 준비한다. 그래서 다시 가게를 열면 이번엔 여름이 된다. 날이 더워 사람들이 등산을 하지 않으니 또 망한다. 흐름을 아는 사람은 지금 군밤 장사가 잘된다 하더라도 그 준비를 하지 않는다. 봄이 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봄 준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음 시대를 예측해야 거기에 대비한다’ ‘흐름을 알아야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이런 것들이 <논어>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리는 과학시대에 과학적으로 생각하다 역으로 어떤 면으로는 더 아둔해진 측면이 있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가? 경험이다. 작년에 눈이 녹을 때 봄이 왔고, 또 올해도 눈이 녹을 때 봄이 왔다. 경험해보니까 모든 것은 순환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세상에 일직선으로 가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이 사이클을 그리며 반복되고 또 순환한다. 심지어 총알이나 화살도 일직선으로 가지 않고 근소하지만 파동을 이루며 진행한다. 순환도 항상 같은 속도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파동 곡선의 모양처럼 어느 부분에서 어느 부분까지는 직선으로 가고 어느 순간에는 엄청난 변화를 한다. 직선 부분에서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하던 방식대로 하면 된다. 하지만 변화 시기에서는 하던 방식대로 하면 위험에 빠진다.

 

예컨대 아이스링크의 스케이트 선수를 보자. 여러 바퀴를 도는 데 직선코스에서는 열심히 달린다. 하지만 곡선 코스에서는 무조건 열심히 달리면 망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열심히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때에 따라서는 맞지 않다. 곡선 코스에서는 속도를 줄이고 어떻게 여기를 통과하느냐 봐야 한다. 이때가 위기이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 직선 코스에서는 순위가 별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곡선 코스에서는 1등이 나가 떨어지기도 하고 꼴찌가 이 부분을 잘 통과해서 선두에 갈 수도 있다.

 

최근에 어떤 사람이 4C라는 얘기를 했다. 변화(Change)가 기회(Chance)이고 도전(Challenge)하고 성공하면 챔피언(Champion)이 된다는 것이다. 바로 곡선 코스에 해당되는 얘기이다. 굉장히 조심해야 하지만 잘 통과하면 선두에 설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계절도 마찬가지다. 병들고 골골한 사람은 계절이 변하는 환절기에 조심해야 한다. 영구차가 가장 많이 다니는 때가 환절기이다.

 

,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시대도 순환을 한다. 시대의 사이클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냐에 따라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시대의 사이클은 길기 때문에 한 인간이 경험할 수가 없고 시대의 사이클에서 우리가 어디 있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인간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남의 기록인 역사를 통하는 것이다. 역사학의 의미는 역사가 어떤 흐름으로 흘러왔는지 그걸 찾아내고 잡아내는 것이다. 그것을 하면 예측이 가능하다.

 


 

역사를 끌고 가는 힘: 몸과 마음

4계절은 순환하면서 가는데 그것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그 힘을 동양학적으로는 음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양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그래서 구체적으로는 추위와 더위를 예로 들어보자. 추위와 더위는 번갈아 가면서 진행한다. 추위가 한번 끌고 가다 지치면 더위가 끌고 가고, 더위가 끌고 가다가 지치면 추위가 끌고 간다. 가을이라는 것은 추위가 끌고 가는 것이고 봄은 더위가 끌고 가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1년에 가을과 봄만 있다. 여름은 더위에서 추위로 겨울은 더위에서 추위로 꺾이는 전환점이다. 그래서 봄과 가을만 있다. 굳이춘하추동이 어떻게 되십니까라고 묻지 않고춘추가 얼마나 되십니까라고 묻는 것은 그 때문이다.

 

역사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사람에게는 두 요소가 있다. 몸과 마음이 있다. 사람에게 있는 이 두 요소가 번갈아 가면서 역사를 끌고 간다. 한번은 몸 중심으로, 한번은 마음 중심으로. 지금 시대는 몸 중심의 시대다. 모든 것이 몸이다. 사람을 평가할 때도 몸 중심으로 평가한다. ‘몸짱이라는 말이 유행하지만맘짱이라는 말은 잘 하지 않는다. 마음이 못된 건 용서할 수 있지만 못 생긴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말한다. 몸은 물질이다. 몸에 필요한 것은 돈이다. 그래서 자본주의가 정착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몸 중심 시대의 특징이다.

 

몸 중심 시대가 파동 모양의 사이클에서 직선을 이루는 부분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 선의 어느 위치에 와 있느냐에 따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대답을 구할 수 있다. 몸 중심 시대의 특징은 사람을 볼 때 몸 중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남남끼리 만나는 것이다. 남남이라는 개념이 바로 개인주의의 기본이다. 남이 먹으면 나는 굶어야 한다. 그래서 몸 중심 시대의 특징은 경쟁이다. 오늘날 몸 중심 시대의 학문이라는 것은 대개가 경쟁이라는 것에서 어떻게 이길 수 있는지 연구하는 것이다. 경영학도 기본적으로 남과 경쟁해서 어떻게 더 많은 돈을 차지할 수 있느냐를 연구하는 것이다. 오늘날 놀라운 발전의 이유는 경쟁 덕분이다. 경쟁을 붙이면 바로 죽기살기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가 사이클의 어느 부분에 와 있는지 찾아보자. 사람이 경쟁을 너무 많이 하면 친구가 없어진다. 입학 동기는 친구인데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기도 하다. 입사 동기도 친구인데 이제는 친구가 아니다. 승진 경쟁의 가장 치열한 라이벌이다. 기본적으로 친구라는 개념이 사라진다. 겉으로만 친구고 속은 아니다. 친구에게 좋은 일이 있으면 겉으로는 축하하지만 배 아픈 얼굴이 보인다. 친구에게 나쁜 일이 있으면안됐다라고 하지만 (기쁨에) 입은 벌어진다. 지금은 이런 시대다. 친구와 대화를 하면 꼭 나를 저주하는 것 같은 뼈 있는 말이 들어 있다. 그래서 친구하고 어울리는 것이 유쾌하지 않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찜찜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친구와 어울리지 않고 집에 가서 개와 논다. 개는 스트레스를 덜 주기 때문이다. 한 미국 병원에서 실험을 했다. 가족이 와서 간호하는 경우와 전문 간병인이 간호하는 등 다양하게 조사를 했는데 개 한 마리와 있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사람보다 개가 낫다는 것이다. 그런 시대가 돼 버린 것이다.

 

이런 시대는 사람이 싫은 시대다. 그래서 행복을 정의하라고 하면 남의 불행을 보는 것이다. 불행은 남의 행복을 보는 것이다. 이런 시대가 되면 남을 행복하게 하는 경영을 하지 않는다. 나만 돈 벌면 끝이다. 심지어 순박한 농민도 남이 먹는 것에만 농약을 치고 자기가 먹는 것에는 치지 않는다. 먹는 사람이 아프든 말든 말이다. 이런 마음 상태가 되면 경영자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따뜻한 경영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서양에서 불어오는 금융위기, 경제위기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정책이 잘못됐다면 왜 그런 정책을 세웠는지가 중요하다. 마음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마음이 바뀌지 않는 이상 근본적인 경제위기의 해결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끝없이 마음을 추구해온 한국인

그런데 옛날부터 독특한 민족이 있다. 바로 한국 사람이다. 한국 사람은 옛날부터 끈질기게 마음을 추구해온 민족이다. 우리는 사람하고 싸우거나 수가 틀리면 상대방에게너 인간이 좀 되라고 말을 한다. 서양인한테는 이런 말을 하면 큰 일이 난다. “내 얼굴이 원숭이로 보이냐며 모독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총알이 날아들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말을 얼굴을 보고 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인간의 마음을 가졌느냐, 인간의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다는 뜻이다.

 

우리는 마음을 중시해 왔던 민족이라 인간답게 살기 위한 마음이 간절하다. 그 방법을 우리는 5000년 전부터 실행해 왔다. 단군신화에서는 곰에게 동굴에 갇혀서 마늘하고 쑥만 먹으며 햇빛 보지 말고 마음을 찾으라고 한다. 그래서 온전한 인간의 마음을 찾아 나오라고 한다. 정말 곰 한 마리를 동굴에 집어넣었더니 인간이 됐다는 얘기가 아니다. 곰같이, 혹은 짐승같이 돼 버린 인간이 인간의 마음을 다시 찾아서 나오는 이런 숙제를 해온 민족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불교, 유교, 기독교 등을 통해서 인간의 마음을 챙겨온 민족이다. 이렇게 마음을 챙기는 민족이다 보니 한국인에게 본질적으로 부족한 것이 경쟁심이다. 체질적으로 우리는 경쟁이 어렵다. 형이나 친구가 어렵다고 보증을 서줬다가 같이 망하는 건 경쟁심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 보면 한국인은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달라졌다. 지금은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붙은 상태에서 보니 한국 사람은 후진적인 것이 아니라 독특한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서구적 의미에서 사랑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사랑은 그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누군가를 소유하는 것이다. 만일 다른 누군가가 같은 사람을 좋아하면 경쟁을 해서 이긴 사람이 사랑을 가지는 것이 사랑 방정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랑을 보면 매우 독특하다.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하면 할수록 그를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너와 내가 하나 되는 것이다. 그래서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사랑하면 할수록 네가 행복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사랑 공식이다. 만일 이 사람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게 행복해보이면 자기가 스스로 도망간다. 그 사람이 따라오면 숨는다. 드라마신기생뎐이나제빵왕 김탁구를 봐도 그렇다.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데로 시집을 간다. 다른 사람한테 갔는데도안돼라고 하면서 뺏어오지 않는다. 대신정말 행복하긴 한거냐라면서 확인을 한다. 여자가괜찮다. 나 행복하다라고 하니 말릴 수가 없다. 대신에 그 남자에게 가서행복하게 해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을 한다.

 

이렇듯 한국인은 상대를 위해서 모든 희생을 한다. 이것은 소유란 개념과 전혀 다르다. 소유하는 사랑은 기본적으로 상대가 가치 있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을 때 가능하다. 소유 관점에서 경쟁력 있는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중요하다. 남이 모르는 정보인데 그 사람의 통장에 10억 원이 있다는 걸 내가 아니까 열심히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중간에 50억 원 통장이 있는 사람을 알게 되면 빨리 갈아탄다. 꾸물거리면 40억 원이 날아간다. 만일 바꿀 때 양심에 가책을 느끼면 그건 경쟁력이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한국인은 한번 사랑하면 그냥 모든 것을 희생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실명을 하면 내 눈을 주고 죽어준다. 그럼 그 사람은 내 눈을 가지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 그래도 그걸 희망한다.

 

한류 바람의 본질적 요인

오늘날 사람들은 열심히 사랑을 해도 외로움을 느낀다. 사랑을 하면서도 서로가 여차 하면 상대를 바꾸기 때문이다. 결혼을 해도 안심이 안 된다. 재산도 단독명의를 하지 않고 공동명의로 하자 한다. 모두 불안해서 그런 것이다. 끝없이 불안한 것이 현대인이다. 그 불안 때문에 일본 여자들은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저런 사랑을 받아 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다. 일본인은 부부간에도 남남이다. 남남끼리의 예절을 지키면서 한집에 산다. 예컨대 장인어른이 돌아가셔서 사위가 밤샘을 했다고 하자. 그러면 집에 돌아와 아내가 남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우리 아버지 돌아가셨는데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절을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친정아버지 돌아가셔서 집에 갔다가 돌아오면 아내는당신 그거밖에 못해?”라고 남편을 구박한다. 전혀 다르다. 부부는 하나이고 그래서 우리 아버지도 당신 아버지와 똑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 여자들이 저런 사랑 한번 받아보면 좋겠다 생각하고 그것이 오늘날 한류라고 하는 엄청난 사건으로 터졌다.

 

한류는 과거에 상상이 안 됐다. 과거 내가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을 굉장히 싫어했다. 그걸 아니까 나는 될 수 있으면 지하철 같은 곳에서 한국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국에서 친구들이라도 오면 속이 탔다.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어디에서나 떠든다는 것인데 공공장소에서 떠드는 친구들을 보고 주위의 일본 사람들 눈치가 보였던 것이다. 최근에 친구들과 일본에 다녀왔다. 친구들은 이번에도 또 떠드는데 주변 분위기는 영 달라졌다. 특히 여자들은 굉장히 달라졌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을 하면서 먼저 웃으면서 다가온다. 중국어를 배우는 인구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인구가 더 많다고 한다. 목적은 간단하다. “배용준에게 편지 한번 써보려 합니다라고 말한다. 역사가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이제는 마음의 시대가 온다. 마음의 시대에 대비하는 사람은 다음 시대에 뻗어나갈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가는 사람은 망한다. 지금 엄청난 기로에 서있는 것이다. 마음의 시대에 마음을 가장 잘 챙기는 민족이 한국인이다. 세계 최고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과 학계는 이에 대해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느끼는 것이 기업이다. 기업은 당장 현실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지금 한국을 이 정도로 끌어온 공신들은 기업인이다. 희망은 기업에 있다.

 

그렇다면 마음 시대에 한국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서양에 가는 것보다 한국의 전통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패션디자이너, 요리사, 건축가 모두 마찬가지다. 경영학자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자도 한국의 세종대왕의 정치 이론을 살펴봐야 한다.

 

한국의 기본은너가 나이고 내가 너라는 것이다. 세계에 이런 것이 없다. 이런 특징에서 보면 우리는 나누기를 못하는 민족이다. 한국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 중 하나가좀 빠져달라는 말이다. 서양 경영학은 개인주의 경영학이다. 여기에서는 재무구조가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해서 사람들을 내보낸다. 그럼 재무구조가 건강해진다. 그러나 이는 우리 방식이 아니다. 나가는 사람은 그냥 나가지 않고 저주하면서 나간다. 안에 있는 사람은 안에 있는 사람 나름대로 한솥밥 먹는 사람 내보냈다는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또 다음에 구조조정을 하면 나도 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긴다. 그래서있을 때 챙기자는 나쁜 마음도 먹게 된다.

 

나누기를 못하는 민족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누기를 하지 않으면 된다. 다같이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된다. 만일 다 같이 살 수 없다면다 같이 죽자고 마음을 먹으면 된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로 100척이 넘는 배를 물리친 것이 바로 그 마음이었다. 그런데 우리 교육학자들은 서양식 교육학을 통해서 나누기를 한다. 1, 2 3등을 나눈다. 학생들은 열 받는다. 열이 밖으로 나오면 폭력화된다. 정부가 일진회를 없애면 이진회가 나올 것이다.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 열이 속으로 가면 우울증에 빠진다. 상당히 많은 학생이 자살의 유혹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나누기를 자꾸 시켜서 그렇다. 근본 원인은 교육을 우리 정서에 맞지 않게 끌고 가서 그렇다.

 

서양인이나 일본인은 나누기를 잘한다. 밥을 먹으면 언제나 정확히 나눠서 값을 치른다. 한국은 그걸 이상하게 생각한다. 내가 다 내든지, 도저히 못 내겠으면 신발을 천천히 신는다. 서양인이나 일본인과 식사하며 내가 돈을 다 냈다고 하면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들과 식사하고 돈을 다 낼 때는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

 

 

리더의 귀가 커지면 놀라운 성과도 가능

물론 한국인의 정서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장점은 마음이 따뜻하고 정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의 식민 통치가 끝난 뒤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서는 이웃에 남아 있던 일본 사람들을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죽인 일이 없다. 차비를 줘서 돌려보낸 집도 있다 한다. 일본은 징용을 간 우리나라 사람이 돌아오는 배를 폭파시켰다. 후환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에 지진이 나면 성금을 낸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귀가 커진다는 것이다. 너의 의견이 나의 의견이기 때문에 나의 의견이 귀한 만큼 너의 의견도 귀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말하면 잘 듣는다. 활기가 넘친다. 신바람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이 신바람이 나면 못할 일이 없다. 이런 기적을 일으키는 민족이 우리 민족이다. 특히 리더가 중요하다. 회사의 어떤 부서에서 부장이 귀가 크다고 하면 그 부서는 기적을 일으킨다. 교장 선생님이 귀가 크면 학교에 활기가 넘쳐 신설 야구부가 우승을 한다. 귀가 작으면 활기가 죽고 기가 죽는다. 모두의 귀가 작아진다. 그리고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밥을 먹어도 메뉴를 하나로 통일하게 되고 피곤해진다. 의견이 달라도 표현할 수 없게 된다.

 

기가 죽는 분위기가 되면 나누기를 못하는 우리 민족은 분열을 하고 김이 샌다. 모래알처럼 갈라져서 남이 쳐들어오기 전에 망한다. 과거 우리 민족이 세운 나라들이 망하는 패턴이 재미있다. 신라도, 고려도, 조선도 망할 때 한판 제대로 붙었다가 망한 것이 아니다. 그냥 자멸했다. 마음이 갈라지고 모래알처럼 분열해서 힘이 빠졌다. 다음 시대에 한국이 능력 발휘를 하기 위해서는 신바람을 일으켜야 하고, 활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귀가 커야 한다. 정치가가 열심히 해도 남의 말을 잘 듣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똑똑한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다. 귀가 큰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귀를 키우면 성공한다는 건 공식으로 나와 있다. 보험회사에서 성공한 아주머니들에게 성공사례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귀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분들은 사람들의 말을 굉장히 잘 들어준다. 30분이고 50분이고 말을 들어주면 고객의 속이 시원해지고 계약하자고 한다.

 

이것은 굉장히 어렵다. 작정을 하고 열심히 듣다가도 10분이 넘어가면 듣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경쟁사회에서는 서로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못 듣는 이유는 내 마음이 따뜻하지 않아서 그렇다. 경쟁하느라 우리의 아름다운 마음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 따뜻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귀가 커지고 마음의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다. 이 따뜻한 마음을 어떻게 되찾는가? 한 가지 방법은 단군 할아버지 때처럼 동굴을 만들어서 인간의 마음을 만드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인간 만드는 공장이 동굴이다. 우리의 전통 속에 있는 동굴 문화를 찾아내야 된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이 좋다는 것을 정리해 놓은 사람이 있다. 그 고마운 사람이 공자다. 공자가 정의한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이 바로 인()이다. 공자의 사상은 중국 사상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민족이 갖고 있는 따뜻한 마음이다. 인은 원래 우리 민족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자는 한국인을 뜻한다. 인의 뜻은 사람인데 둘이 있는(+) 것이다. 한국인은 혼자 다니지 않는다. 늘 어울려 다닌다. 그래서 혼자 다니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에서仁者라는 별명이 붙었다. 식당에도, 술집에도 혼자 가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 따뜻해 공자가 이것을 사상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인이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논어>를 읽는 것이다.

 

한국인이 <논어>를 읽으면서 마음을 챙길 때 마음의 시대에 세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위대한 민족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미 이런 시대가 코앞에 왔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 천 년에, 이천 년에 한번 오는 때다. 이 기회에 마음을 제대로 챙기고 한국을 살리고 세계를 이끄는 계기가, 불씨가 필요하다. 그것을 <논어>에서 출발할 수 있다.

 

<논어>는 군자의 길로 인도하는 책

오늘 강의 주제가 <논어>와 경영인데 <논어>의 한 문장을 설명한다. ‘군자구저기 소인구저인(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 군자와 소인은 무엇인가.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하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군자이고 우리는 남남이고 서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소인이다. 소인의 삶은 가짜이고 군자의 삶이 진실한 삶이다. 군자와 소인은 어떤 차이가 있나. 군자는이고 소인은이다. 기는 나고 인은 남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군자는 그것을 나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여기서 말하는그것은 이유다. 군자는 이유를, 원인을 나에게서 찾고 소인은 이유를 남에게서 찾는다. 이것이 둘의 차이다. 이게 경영자의 기본이다.

 

예전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강의에서 한 자수성가한 기업인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그분이 보기에 성공한 사람은 일이 잘못됐을 때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다는 것이었다. 반대로 실패한 사람은 원인을 남에게서 찾는다. 예를 들어 자신이 사기 당했다면 소인은 사기 친 사람을 탓한다. 그런데 이 사람이 나에게 사기를 안 쳤으면 나는 사기를 안 당했을까? 다른 사람에게 당했을 것이다. 나에게 사기를 당할 근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사기 당할 수 있는 원인을 지워버려야 사기를 당하지 않는다.

 

나에게서 원인을 찾는 것은 인이라고 하고 남에게서 찾는 것은 연이라고 한다. 그래서 모든 사건에는의 요소가 있다. 내가 사기를 당했을 때 내가 사기 당할 인자가 있고 그 인자가 있는 경우에는 조건이 생긴다. 사기꾼이 등장하는 것, 그 조건이 연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데 그 사람이 내가 군대에 다녀오는 사이에 다른 사람에게 가버렸다고 가정하자. 죽을 지경으로 힘들다. 그 여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조차 근본 원인은 나에게 있다. 실연을 당했을 때 어떤 사람이 나를 떠나가서 괴로운 이유는 내 의식 속에 그 사람과 오순도순 평생을 사는 생각을 넣는다. 그런데 어느 날 사람이 떠나가니 내 삶의 바탕이 깨지고 고통이 생긴 것이다. 그 사람과 내가 한평생 같이 산다는 의식은 바로 내가 집어넣기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것은 내 문제다.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집어넣지 않았다면, 또는 집어넣은 것을 빼버렸다면 그 사람이 떠나갔다 하더라도 고통이 없을 것이다.

 

수많은 의식을 집어넣는 다는 것은 가짜의 나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 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공부한다는 것은 의식을 빼버리는 작업이다. 부처도, 예수도, 공자도 다 의식을 빼버린 사람들이다. 의식이 나()인데 의식을 빼면 무아(無我)가 된다. 내가 부처님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나를 떠나는 사람을 보더라도 슬프지 않다. 그저불쌍한 중생이 떠나는 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 세상에 내 탓이 아닌 것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남의 탓으로 계속 돌린다. 그런 사람은 되는 일이 없다. 자기의 문제로, 내 탓으로 돌리고 자기 변신을 하는 사람이 큰 성공을 하는 것이지 남의 탓을 하는 사람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것이 논어 경영학에서 첫 번째로 할 수 있는 말이다. 어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내 탓으로 하자. 문제를 자기의 힘으로 해결하는 군자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논어>는 군자의 모습으로 사는 방법으로 인도하는 책이다.

 

 

정리= 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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