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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디자인 개념과 솔루션

디자인 단계에 경험을 넣자, 고객 만족이 온다

류한영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해 기업은 오래 전부터 혁신을 핵심전략으로 삼아왔다. 초기의 혁신은 생산프로세스 개편이나 비용 절감 등의 방법을 통한 가격혁신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성장보다 생존에 더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새로운 기술 개발 및 상품화를 통한 기술혁신이 중시되고 있다. 이는 생존만이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성장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인해 혁신의 노력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UX(User experience·사용자 경험)디자인이다.

 

아래의 글은 46인치 투명 액정표시장치의 개발을 소개하는 동아일보 기사의 내용이다.1 전반부는 새로 개발된 기술의 우수성을, 후반부는 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충실히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영화에서나 보던 광경이 현실로 다가왔다. A사는 46인치 투명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을 마치고 이달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고 17일 밝혔다. A사가 투명 LCD를 발표한 건 지난해 22인치 패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새로 선보인 제품은 말 그대로 유리처럼 투명한 모니터다. 일반 LCD와 달리 백라이트(패널 뒤에서 비추는 조명)가 없어도 햇빛이나 형광등 불빛 등이 있으면 화면을 볼 수 있다. 자연광을 이용하기 때문에 전기도 절약된다.

 

활용도도 높다. 버스정류장 안내판, 건물의 외벽, 상업용 냉장고 등에 이 제품을 탑재하면 광고나 정보 전달수단으로 쓸 수 있다. 내구성을 강화하면 자동차의 앞 유리 대신 장착해 차량 속도, 목적지, 남은 연료 등의 주행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A사는 현재 서울지하철 2호선 주요 역사에 스크린도어로 시범 설치해 새로운 광고 기법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은 2002년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SF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 모습이 현실화됨에 신기해하고 감탄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로 운전하고 있는 당신의 자동차 앞 유리에 차량 속도, 목적지, 남은 연료 등과 같은 주행정보가 보여 진다면 당신은 계속해서 신기해하고 감탄하면서 즐거워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화면에 떠 있는 정보에 시야가 가려지는 것에 화를 내고 짜증을 낼지 모르겠다.

 

신기한 기술이 있으니 제품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인 자동차 운전자가 화면에 정보가 디스플레이 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받아들인다면 디스플레이 되기를 원하는 정보의 내용과 위치, 방식 등은 무엇인지 등을먼저고민하고(사용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수용될 수 있는 최적화된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이 바로 UX디자인이다.

 

UX디자인 그 모호함

이쯤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아마도 UX디자인에 대해 꽤 많은 고민을 해온 사람일 것이다.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서 UI(User Interface·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많은 기업들은 자사 제품의 UI를 향상시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때의 활동 내용을 UI디자인이라고 했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본다면 앞에서 언급한 사례도 UI디자인의 범주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근 UX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새로이 시작되면서 나타난 이러한 혼란에 대해 먼저 이해하는 것이 기업 내에서 UX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그 역할을 자리매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UX 디자인은 디자인 과정에서 사용자 경험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창조 활동이다.”

 

UX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든 아니든 간에 이 간단한 문장의 정의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간단한 정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UX디자인은 기업에서 뜨거운 감자로 머물러 있다. 많은 사람들이 UX 또는 UX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왜 우리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며 기업에서는 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UX디자인에 앞서 그 가치와 중요성이 강조돼온 UI디자인과의 차별성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사 내에 ‘UX’라는 용어가 들어가는 조직을 이미 운영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그 부서의 명칭이 어떻게 변화해왔고 업무의 범주나 역할 또는 책임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에 UI기획 또는 UI디자인으로 사용하던 부서명을 UX기획 또는 UX디자인으로 변경해 왔음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2 그런데 부서명을 바꾸게 된 것이 그 부서의 업무범주, 역할 및 책임이 변화했기 때문일까? 가장 궁색한 변명이 ‘(UI를 명칭에 사용하던) 기존 부서가 인터페이스의 객관적 사용성(usability) 향상을 추구하는 부서였다면 (UX를 명칭에 사용하는) 새로운 부서는 사용성을 넘어 주관적 경험을 포함하는 총체적 사용자 경험을 다루는 부서다는 정도의 답변이 될 것이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이 답변에는 3가지의 큰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함정들이 UX디자인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다.

 

함정 1 디자인 목표의 모호함

UI디자인의 목표는 디자인해야 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사용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기존의 디자인 활동에서 추구하지 않았던 새로운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많은 기업들에 강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UI 관련 부서를 만들고 인력을 채용하기 시작했고 생산하고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사용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사용성의 의미를사용편의성(ease of use)’으로 왜곡해 이해함으로써 UI디자인의 의미를 축소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됐다. <그림 1>은 다양한 연구들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용성(세부) 가치들로3 기업에서는 이러한 세부 가치들을 달성함으로써 궁극적으로 UI의 사용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노력해 왔다. 이러한 이해와 노력은 현재도 기업 발전에 유효한 방법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UX라는 용어를 UI와는 다른 새로운 개념으로 사용하면서 발생하기 시작한다. ‘사용성을 넘어서 사용자 경험을 총체적으로 다루는’ UX 분야는 분명히 중요하다. 이러한 목표의 차이가 UI디자인과 UX디자인을 구분하는 핵심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설명을 들은 대부분의 UI디자이너들은 의문을 가지게 된다. “UI를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추구한 것은 UX디자인 과정에서 추구하게 되는 것과는 다른 것인가?”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UI에서 추구하는 사용성의 세부 가치들을 <그림 1>과 같이 정의하는 경우에는 분명 두 용어의 차이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에서는 정의하고 있는 사용성의 정의를 살펴볼 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임을 알 수 있다.

 

ISO에서는 사용성의 세부 가치를 <그림 1>과 달리 effectiveness, efficiency & satisfaction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림2) 그 중 effectiveness efficiency <그림 1>에서도 다루고 있는 개념으로 여전히 의미 있는 가치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마지막의 satisfaction은 노암 트렉친스키(Noam Tracktinsky)가 언급한 바와 같이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가치를 중시해온 공학적 측면에서는 오랫동안 간과해 온 이슈였기 때문에 그동안의 연구와 논의에서 제외돼 왔다. 심지어 UX가 화두가 된 최근에는 독립적인 가치가 아니라 다른 두 가치인 effectiveness efficiency를 통해 얻게 되는 결과로 그 의미를 축소해 정의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새로운 가치인 UX를 설명하기 위한 자의적 해석에 지나지 않으며 엄격한 의미에서 볼 때 satisfaction UX디자인에서 추구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의 결과 중에서 감성적인 가치를 포괄적으로 지칭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앞에서 말한 UX디자인의 의미를 다시 정리해 본다면 ‘UX디자인은 그동안 UI디자인팀에서 간과해 온 목표인 satisfaction을 포함해 디자인을 하는 것정도가 타당할 것이다.



 

함정 2 디자인방법론의 모호함

UX디자인의 특징을 설명하는 방법 중의 하나로사용자중심디자인(user-centered design)’을 강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사용자중심디자인은 때로는 디자인 철학으로, 때로는 방법론이나 프로세스로 이해된다. 하지만 사용자중심디자인은 UX디자인과 함께 나타난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UI디자인의 중요성을 논의하던 시기에 이미 강조돼온 개념이다.

 

앞에서 살펴본 사용성의 정의에 따르면 사용성 향상을 위해서는 UI를 사용하게 될 사용자(specified users)와 사용 목적(specified goals), 그리고 사용맥락(specified context of use)에 대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 이것이 ISO 9241-210 5 에서 제시하고 있는 6가지 사용자중심디자인 원칙(principles) 중에서 첫 번째 원칙에 해당한다. 두 번째 원칙은 디자인 과정에서의 사용자 참여를 강조한 것이고 세 번째와 네 번째 원칙은 평가를 통한 반복적 프로세스의 중요성을 강조한 원칙이다. 마지막 원칙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다학제적인 팀워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은 모두 UI디자인이 기업에 도입되던 시기에 이미 논의됐던 사항으로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다만 다섯 번째 원칙인디자인(작업)은 총체적인 사용자 경험을 다뤄야(address) 한다에서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명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앞에서 언급한 왜곡된 사용성의 의미를 바로 잡고 디자인에서 추구해야 할 가치가 기능적인 부분을 넘어 주관적 감성을 포함하는 총체적 가치임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UI디자인과 UX디자인의 차이를 설명하기에는 역시 부족하다.

 

함정 3 디자인 결과물의 모호함

마지막으로 UX디자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그 결과물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UI디자인의 결과물은 유형의 UI. 즉 디자인 과정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하던 간에 그 결과물이 유형의 UI로 나타난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그렇다면 UX디자인의 결과물은 무엇인가? 여기에서 ISO에서 정의하고 있는 UX의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SO 9241-210에는 다음과 같이 UX디자인이 정의돼 있으며 보다 구체적인 이해를 위해 에디셔널 노트까지 제시하고 있다.

 

(definition) “UX is a person's perceptions and responses that result from the use or anticipated use of a product, system or service.”

 

(additional note) “User experience includes all the users' emotions, beliefs, preferences, perceptions, physical and psychological responses, behaviors and accomplishments that occur before, during and after use.”

 

하지만 어디를 보더라도 UX디자인의 구체적인 결과물이 무엇인지는 감을 잡기 어렵다. perception이나 response가 디자인돼야 할 결과물인가? 하지만 많은 학자들이 UX는 경험된 결과이지 디자인되는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이것을 UX디자인의 결과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굳이 찾자면 사용자가 사용하게 될 제품이나 시스템 또는 서비스 정도가 디자인돼야 할 구체적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UX디자인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UI디자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결국 실체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해서 예를 들면 ‘UI/UX디자인처럼 두 단어를 함께 사용해 그 모호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 현실이다.

 

UI디자인을 넘어 UX디자인으로

지금까지 UX디자인이 뜨거운 감자로 남을 수밖에 없었던 원인을 살펴봤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원인에 모두 동의한다면 UX디자인에 대한 더 이상의 논의는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UX가 기업이 지향해야 할 목표임에는 분명하지만 UX디자인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 기존 디자인에서 간과한 가치의 중요성을 환기시킨 명칭에 불과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로 UI디자인을 포함한 기존 디자인과 UX디자인에는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을까? UX는 단지 추구하는 가치에 불과한 것일까? 정답은 물론그렇지 않다이다.

 

UX디자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파인(Pine)과 길모어(Gilmore) 1998 <하버드비즈니스리뷰>를 통해 제시한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의 개념이 종종 언급된다. 그들은 경험을 통한 부가가치의 창출을 통해 비즈니스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러한 주장은 UX디자인에서 주장하는 바와 그 맥을 같이한다. 다만 그들이 경험경제를 통해서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전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UX디자인은 그 전략을 추진하고 달성하는 핵심 전술로서의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앞서디자인 목표의 모호성에서는 그동안 간과해온 가치인 satisfaction을 디자인 목표에 추가하는 것만으로 UX디자인이 UI디자인을 넘어서기에는 어려움이 있음을 설명했다. 아울러디자인 방법론의 모호성에서는 사용자중심디자인이 UX디자인만의 차별적 방법론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함을 제시했다. 하지만디자인 결과물의 모호성은 오히려 UX디자인이 왜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전통적 관점의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자신의 경험(DX)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하고 사용자는 자신의 경험(UX)을 바탕으로 디자인된 결과물을 사용하는 구조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사용자를 위해 디자인(design for user)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구현된 디자인과 사용자가 경험한 디자인의 내용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생산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외면 받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그림 3)

 

 

이러한 상황은 사용자와 제품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 중요시되는 디지털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업과 디자이너에게 UI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했으며 사용자와 함께하는 디자인(design with user)을 통해 그 갭이 어느 정도 극복됐다. (그림 4) 하지만 이때까지도 최종 결과물은 단일 제품이나 서비스의 모습으로 사용자에게 제시됐으며 사용자경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결과로서 그 의미가 한정돼 있었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사용자 경험의 정의와 일맥 상통하는 것으로 이 수준에서는 UX디자인의 의미가 UI디자인의 의미와 혼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 총체적 사용자 경험을 고려해 UI디자인을 진행하고 사용자는 디자인된 UI를 통해 UI에 의도된 UX를 경험하기 때문에 UX UI를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오늘날과 같이 ‘UI/UX’의 형태로 사용하는 어색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로 이 글의 처음에 예로 들었던 투명 디스플레이의 사례가 UX디자인이기도 하면서 UI디자인이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오늘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폰에서도 나타난다. 스마트폰은 UI디자인의 결과물인가, UX디자인의 결과물인가? 사실 그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의미한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UX디자인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려면 이에 대한 구분은 반드시 필요하다. ISO의 정의를 준용해 스마트폰을 정의한다면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 사용하는 동안, 그리고 사용한 이후에 나타날 수 있는 사용자의 지각과 반응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디자인한 결과물이며, 그 형태는 UI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스마트폰을사용자의 총체적 경험을 고려한 UI디자인 결과물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UI디자인을 넘어서 진정한 UX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애플의 아이폰이 아니라 앱스토어에서 찾을 수 있다. 애플은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앱스토어라는 자신들만의 장터를 열어 핸드폰의 사용경험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아이폰이 가지고 있는 UI는 일차적인 사용자 경험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하지만 아이패드, 아이팟, 아이튠즈 등과 같이 애플 생태계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UI들은 모두 하나의 경험을 위한 수단으로의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동질화된 경험의 정점에는 앱스토어라는 새로이 디자인된 사용자 경험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사용자 경험 환경이 디자인되지 않았다면 애플이 만든 사용자 경험의 내용은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 분명하다. UI를 통한 즉각적 사용자 경험의 제공만이 아니라 애플 생태계를 통한 총체적 사용자 경험이 UX디자인에서 완성하고자 하는 사용자 경험의 모습이고 바로 이러한 UX디자인이 이뤄질 때 UX디자인은 UI디자인을 넘어서 혁신의 수단이 된다.

 

 

UX디자인을 위해

지금까지 UX디자인의 모호함으로 말미암은 혼란과, 혁신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UX디자인을 살펴봤다. UX디자인은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용자의 경험내용 및 경험환경을 총체적으로 계획하고 이를 구현하는 일련의 창조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그림 6>에서 오렌지색으로 표현돼 있는 부분에 해당하는데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진정한 의미의 UX디자인은 특정 제품에 적용할 기술을개발하거나 UI구현하는 수준이 아니라 먼저 이들을 포괄하는 새로운 경험 환경을 통합적으로 창조하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6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창조할 수 있는 사람 또는 조직이 UX디자이너가 되는 것이다.

 

 

아이폰 탄생에는 두 명의 숨은 주역이 있다.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와 제프 한(Jeff Han)이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CEO였던 스티브 잡스가 극찬한 사람으로 애플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완성한 사람이고 제프 한은 애플 소속은 아니지만 아이폰에 적용된 멀티터치 기술을 개발한 주역이다. 우리는 이들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자의 경험을 창조했다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들은 새로운 사용자 경험의 창조에 기여하거나 또는 창조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한 사람들이었을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조너선 아이브와 제프 한을 UX디자이너라기보다산업디자이너기술엔지니어라고 부르고 스티브 잡스를 ‘UX디자이너라고 부른다.

 

스티브 잡스는 그가 남긴 공과를 떠나서 UX디자이너 또는 UX디자인팀이 가져야 할 모든 자질과 능력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인문학적인 배경에 예술적 감각과 공학적 전문지식을 모두 한 몸에 가지고 있었던 사람이다. 소위 말하는 융합형 인간의 전형이다. 세기의 귀재라는 별칭이 붙은 스티브 잡스 같은 인재를 보유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융합형 인재는 융합형 팀으로 대체될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사용자중심디자인의 6번째 원칙이 바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안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고민해야 할 점은 그가 가진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7 를 어떻게 그 팀에 정착시키느냐의 문제일 것이다.예리한 독자들은 이미 캐치했겠지만 <그림 6>에서 보여주는 디자이너의 경험(DX) 영역은 그 이전의 그림보다 크게 확대돼 있다. 이러한 확대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하지만 확대된 디자이너의 경험이 UX디자인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잡스가 추구한 최상의 기술이 아닌 최적의 기술로 만들어 내는 사용자 경험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만이 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당신의 기업이 UX디자인을 하려 한다면

지금까지 UX디자인이 UI디자인과는 다른 차원에서 논의되고 추진돼야 함을 이야기했다. 진정한 혁신의 수단으로서 UX디자인을 활용하고자 한다면 UI디자인을 통한 UX의 창출이 아니라 기존 UI를 벗어난 새로운 UX의 창출 자체에 무게를 둬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수준의 UX디자인을 추진하는 것은 기업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야 하고 실제로 그 성과물이 도출됐을 때도 그것의 사업적 성공을 확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UX디자인을 추진하고자 한다면 다음의 3가지 사항 정도는 기억하기 바란다.

 

①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하라

UI디자인과 UX디자인의 구분은 혼란을 줄이고자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 경중을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둘을 다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지만 UI디자인을 UX디자인으로 고쳐 칭하는 것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UI디자인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려는 노력은 협의의 의미에서 UX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UX디자인을 추진하려 한다면 이러한 수준의 UX디자인을 먼저 추진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정도 수준의 노력만으로도 결과물에 대해 감동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광의의 UX디자인을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될 것이다.

 

②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 사람에서 시작하라

좋은 UX디자인을 원한다면 현재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잊어버려야 한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소니에서 워크맨을 만들 때 그들이 만든 것은 오디오기기가 아니라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 시작이 오디오기기가 아니라야외에서 음악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었기에 워크맨이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는 또 스타벅스의 성공이 커피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친구를 만나고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에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병원의 서비스디자인은 병원 서비스의 문제를 진료시스템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환자에서 찾고 있음도 기억해야 한다.

 

UX디자인팀을 믿어라

어떠한 수준의 UX디자인을 추진하던 간에 해당 조직이나 사람에 대한 기업의 무한한 신뢰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다. 특히 광의의 UX디자인을 추진할 경우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많은 실패를 겪고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의 시작은 차라리 시작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또한 UX디자인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용자 조사는 통찰력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지 당신을 이해시기키 위한 도구를 찾는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조사의 결과가 당신을 이해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는 순간 디자이너의 통찰력은 사라지게 되고 기업은 원하는 결과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4

The design is based upon an explicit understanding of users, tasks and environments.

Users are involved throughout design and development.

The design is driven and refined by user-centred evaluation.

The process is iterative.

The design addresses the whole user experience.

The design team includes multidisciplinary skills and perspectives.

 

 

류한영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

필자는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국민대 공업디자인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조지워싱턴대 전산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성전자, 포톤연구소, 중앙일보 등에서 오랫동안 UI디자인 실무를 진행했고 현재 이화여대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미디어디자인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사용자 중심 UI디자인과 혁신적 UX 창출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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