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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X Driven Innovation

“기술을 위한 기술? 사용을 위한 기술!” 인간 중심 패러다임으로 혁신하라

장동훈 | 106호 (2012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작성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택호(서강대 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전무)의 집무실은 특이할 게 없었다. 보통 기업의 디자인 담당 임원들 방은 멋진 제품과 미술품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보여지는 부분보다는 보여지지 않는 부분이 많은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총괄하는 임원이라는 사실을 말해주듯 장 전무의 방에는 물건보다는 책과 서류가 더 많았다.

 

장 전무는 2006년 삼성전자로 스카우트되기 전까지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했고 삼성전자에 와서는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는 물론 갤럭시 노트의 UX디자인을 주도했다. 디자인 이론과 기업 현장 실무에 두루 밝다는 평이다. UX디자인에 대한 장 전무의 통찰을 들어봤다.

 

본인이 생각하는 UX UI(User Interface) 디자인은 무엇인가.

UX는 제품에 대한 총체적 경험이고 UI는 그것을 열어주는 매개체다. UX라는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 UI. 제품이 주는 기능적이고 기술적인 가치를 인간적인 소비자 가치로 변화시켜 주는 매개체인 셈이다. 최근 영국에서 선보인 갤럭시S3와 같은 제품 안에는 굉장히 많은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사람들은 인터페이스만 접한다. 소비자들은 기술을 알 필요가 없다. 기술은 뒤에 숨어 있으면 된다. 제일 좋은 인터페이스는 사람들이 기술이 뭔지를 알 필요 없이 그냥 쓰고, 하던 대로 행동하는 그런 natural interaction이다. 이런 것이 바로 기술이나 기능적인 가치를 인간 가치로 만들어 주는 매개체이다.

 

디자인 파트에서는 사람들의 습성이나 욕구를 이해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나?

마케팅에서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나 시장의 트렌드를 보지만 디자이너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인사이트(insight). 소비자도 모르는 자신만의 욕구를 알아내야 한다. 셰도잉(shadowing)이라고 해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을 쫓아다니면서 기록을 하는 인류학적인 관찰 방법(ethnography)을 쓰거나 소비자들에게 직접 일지를 기록하게 하거나 중요한 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어서 이미지를 모으는 방식 등을 사용해 전 세계적으로 주요 거점에서 정기적으로 조사를 한다.

 

UI를 만들 때에는 몇 가지 포인트가 있는데 기술 트렌드(기술 로드맵)가 필요하고 소비자의 행동 패턴, 최근의 전반적 트렌드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욕구를 창출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빅데이터 중에서 나한테 필요한 정보만 찾을 수가 없을까 하는 고민이다. 이런 것을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면서 우선 시나리오를 떠올리고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찾는다. 어떤 경우에는 기술이 있으면 해당 기술을 어디다 쓰면 좋을까 하는 식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디자인 쪽에서는 소비자의 pain point를 찾아낸 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나서 기술을 찾는다.

 

학계에 있다가 왔는데 이론과 실제가 다른가?

2006년에 처음 왔을 때 기업은 전쟁터라고 느꼈다. 당장 포탄을 들고 뛰어야 했다. 전략을 생각할 틈이 없었고 학교에서 하는 일이 현실감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지나고 나니 교차되는 점이 많다고 본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현장에서는 학계의 이론과 전략이 꼭 필요한 것 같다. 물론 현장을 모르면 전략도 탁상공론이 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 같지만 이론과 현장의 조화가 필요하다.

 

UX/UI 디자인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다.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UX UI디자인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한 목표를 정확히 세워야 한다. 그래야 반만 가더라도 제대로 갈 수 있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UX에 대해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대부분 엔지니어링 측면의 개발에 치중하면서 UX는 단순히 개발된 기술을 포장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사용성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사용성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품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품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사용성이 필요한 거다. 학계에서는 사용성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기술을 위한 기술이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라 소비자 가치, 인간을 위한 기술이 돼야 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그런 걸 바탕으로 해서 상품이 되는 UX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UX-driven innovation’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UX가 앞에서 상상력, , 소비자의 통찰력 등을 제시하며 이끌고 그것을 기술이 구현해주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우선 CEO가 나서서 UX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설파해야 한다. 개개인 디자이너들의 마인드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리더의 의지가 없으면 안 된다. 삼성전자는 사실 2006년부터 UX를 강조했다. 디자인센터가 5년마다 디자인 전략 보고를 주기적으로 하는데 2001년도에는 주요 전략이 스타일, 즉 외관의 혁신이었고 2006년도에는 사용성, 감성 디자인이어서 UX에 많은 투자를 했고 나도 그때 스카우트됐다. 그때부터 휴대폰에 UX 디자인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제일 개인화된 제품이고 디지털화되면서 기능이 많아지는 추세였다. 전화기로만 쓸 때는 사실 UX가 필요 없었다. 기껏해야 외관이나 터치감, 그립감을 좋게 만드는 게 다였다. 그런데 이 안에 카메라, 음악 등 많은 기능이 들어가니까 이것을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하다가 나온 답이 터치였고 그게 상황을 바꾸는 큰 혁명이 됐다.

 

 

UX-driven innovation을 실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나는 제품디자인과 UX디자인을 같이 담당하는데 이는 특이한 경우고 많은 기업에서는 UX팀이 개발팀에 소속돼 있거나 다른 팀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직마다 주어진 미션이 있고 속성이 있다. 상품 개발의 핵심은 현실에서의 구현인데 일반적으로 개발팀은 기술을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그래서 개발팀이 디자인을 하게 되면 대부분이 기술 위주로, 구현하기 편한 쪽으로 가게 된다. 반면 디자인은 꿈을 꾸는 조직이라서 새롭고 좋으면서도 나름대로 구현 가능한 기술을 찾고 그것을 기반으로 그림을 그린다. 개발 쪽에 비하면 상당한 의지를 가지고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양 쪽이 한 팀으로 구성돼 있으면 효율이야 좋겠지만 국가도 삼권 분립하듯이 디자인팀과 개발팀은 각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서로 밀착해서 협업하는 시스템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팀이 어느 한 팀에 들어가 있으면 일이 잘 안 된다. 디자인은 꿈을 꾸고 개발은 현실을 생각하는 각자의 속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협업을 해야지 같이 뒤섞이면 안 된다.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삼성전자도 이렇게 저렇게 6년간의 실험 끝에 지금과 같은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UX디자인팀이 기술팀에 배속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는UX디자인팀과 UX개발팀이 별도 부서로 따로 존재하면서 협업을 하고 있다. 나는 이 두 팀을 총괄하면서 밀착해서 협업하도록 유도한다. 서로의 전문성과 미션을 가지고 협업을 하는 게 핵심이다.

 

 

조직 구성원들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 많은가?

UX디자인 조직이지만 한 20개 정도 전공자들이 섞여 있다. 미술 관련 인력은 UX 인력의 60% 정도이고 나머지는 산업공학, 심리학, 사회학, 국문학, 영문학, 불문학, 작곡과까지 있으며 헬스케어를 위해서 간호학과도 있다. 음성인식과 소리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인력이 모여 일한다. 디자인은 꿈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도 알아야 하고 같이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이 안에 전략도 있고, 리서치도 하고, 사운드 디자인, UI를 만드는 프로세스 제작 등도 있다. 그런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분야인 셈이다. 어떤 부분은 외주를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안에 그런 전문 인력이 있어야 한다. 외부 전문업체에서 일하다가 온 케이스도 많다. 이제는 제품디자인 인력보다 UX디자인 인력이 더 많다.

 

갤럭시 노트의 개발을 UX 측면에서 설명해 달라.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잘 살펴보니 보통 사람들이 다이어리 노트도 가지고 다니고 태블릿 PC나 스마트폰도 다 가지고 다니더라. 이것을 다 합쳐서 다이어리 정도의 사이즈로 만들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을 수 있게 하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다. 시제품을 만든 후 커버를 안 씌웠을 때는 스마트폰 치고 너무 크다고 느꼈는데 커버를 씌우고 나니까 다이어리 정도의 사이즈로 느껴졌다. 최고경영층에 여러 차례 보고를 했는데 그때 필요하다고 했던 점이 S펜으로 구현된, 필기하기 좋은 디스플레이와 프랭클린 플래너 같은 자체 제작 앱이었다. 만약에 자체 플래너 앱이 없었다면 전체적인 UX를 고려하지 않은 디자인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터치스크린 위에 필기가 가능한 S펜과 플래너 앱까지 전반적으로 노트의 경험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게 좁은 의미로 보면 UX에 기능을 가져다가 넣은 거고 더 큰 의미로 보면 사용자 경험을 총체적으로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뜬 것이지 그냥 휴대폰에 펜만 넣었으면 이렇게 성공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사용성이 조금 불편한 점이 있지만 곧 좋아질 것이다. 데이터 호환이나 싱크 부분을 개선해서 처음 생각했던 방향대로 갈 것이다. S펜이 그림 그리기나 퀵 노트에는 좋지만 아직 개선할 여지가 있다.

 

갤럭시 노트는 이제 여성들도 많이 쓰는 것 같다.

갤럭시 노트로 통화를 하면 얼굴이 작아 보이는 장점이 있다.(웃음) 요즘에는 케이스 안에 신용카드나 교통카드 등 다른 물품을 넣을 수 있어서 편리하며 여성들은 핸드백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크기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

 

갤럭시S3의 개발 과정을 소개해달라.

갤럭시S2 때까지만 해도 기술 경쟁이었다. 얼마나 더 가볍게 할 수 있는지, 얼마나 더 얇게 만들 수 있는지 최적화된 사이즈 경쟁이었다. 갤럭시S3부터는 사이즈는 이미 최적화돼 있고 듀얼코어나 쿼드코어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사람들에게 중요하지 않게 됐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리더로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가 사용자 중심,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이다. 요즘 가장 제일 큰 메가 트렌드가 웰빙과 같은자연으로 돌아가자. 더 이상 어떤 기능이 있고 두께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인간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갤럭시S3는 책상위에 뒀다가 집어 들면 부재중 전화나 메시지를 알려주고, 글을 읽다가 꺼지는 일이 없도록 시선을 인식하고, 침대에 누워서 볼 때는 시선을 따라서 같이 돌아간다. 이렇게 사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예를 들면 적용은 되지 않았지만 갤럭시 노트가 너무 큰 것 같다고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S펜에 블루투스 기능을 넣어서 펜으로 전화 송수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작은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는 큰 생각을 중시한다. 그래서 위에서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미션을 주는 게 중요하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조직을 만들어 줘야 한다. 크건 작건 조직이라는 게 사실 시키지 않은 일을 하기는 힘들다. 결국 조직이라는 것은 리더가 어떤 큰 그림을 보여주는가가 절대적이다.

 

제품 출시 과정에서 다른 부서와 갈등은 없었나.

출시 전에 사용자 평가를 해서 수만 건을 고친다. 외국인 등을 대상으로 하기도 한다. 지나 보니까 수정도 다 노하우다.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일반 사람이 좋아하는 디자인이 다르다. 검증 팀이 하는 일이 그것이다. 처음에는 검증 팀에 대해서 이해를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나면서 소비자 요구 중심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품질 관리가 엄격하다. 시장에 나와 있는 팬시한 제품들 중 일부는 삼성 기준으로는 못 나간다. 검증팀의 가장 큰 목적은 보편적인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삼성이 예전에 3, 4등일 때는가로 본능등 새로운 기능이 들어간 휴대전화를 만들었는데 1, 2등이 되면서부터는 수천 만명이 쓰는 보편적인 제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삼성 모바일 기기들은 크기가 다양하다. 이는 UX 관점에서 내린 결정인가.

사용자들의 요구가 다 다르지 않는가. 삼성이 다른 회사와 다른 점은 선택의 폭을 다양하게 주는 것이다. 전략이 없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 가지만 만들어 놓고 이것만 해라 하는 것은 제작 효율은 최고지만 그게 결코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UX는 어떻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하나.

일상생활에서처럼 대화하고 행동하면 제품이 소비자의 필요나 상황을 자동적으로 인식해서 작동을 하는 식으로 진화할 것이다. 갤럭시S3는 문자를 하다가 통화가 하고 싶을 때 그냥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대면 전화가 저절로 걸린다. 매우 편한 기술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그 안에 들어가는 복잡한 센서 기술을 알 필요가 없다. 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면 기계가 알아서 인식을 하고 작동을 한다. 미래의 UX는 두 가지 큰 축이 있는데 첫 번째는 인텔리전트다. 빅데이터 등을 써서 똑똑해진 기기가 나만의 비서가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추럴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나의 행동 패턴은 무엇인지, 나의 기호와 필요를 먼저 알아서 맞추는 것이다. 상황인지기술을 활용해 나를 찾아오는 UI인 셈이다. 제품 디자인도 지금이야 박스 형태지만 점점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삼성전자의 디자인 모토는 무엇인가.

사용자의 필요를 학습해서 진화해 나가는 ‘living device’가 내부적인 목표이다. ‘make It meaningful’이라는 모토는가치 디자인을 강조한 개념이다. 목표는 의미를 낳고 이를 인간 가치로 연결하는 것이다.

 

장동훈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디자인전략팀장(전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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