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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확고한 데드라인은 협상타결 촉매제

우정이 | 105호 (2012년 5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When Talks Go Down To The Final Buzzer’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지난 11, 미국프로농구(NBA) 구단과 선수 노조가 149일간의 분쟁을 끝내고 향후 10년간 효력이 유지되는 새로운 임의 계약을 체결했다. 역사상 두 번째로 길게 지속됐던 직장 폐쇄 사태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이다.

막판에 극적으로 타결된 덕에 2011∼2012 시즌은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짧게나마 진행될 수 있었다. 협상 결과는 전반적으로 구단주 측에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양측 모두 합의를 위해 상당히 양보했고 시즌 전체가 취소되는 대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는 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수개월에 걸쳐 이어진 협상에서 양측은 다양한 데드라인을 활용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결과는 반반이다. 협상 대표들이 데드라인을 어떻게 제시했는지를 살펴보며 협상에서 데드라인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기회를 놓친 초기 데드라인

2011년 초, 구단 측은 NBA 선수 노조(NBPA·NBA Players Association)와 단체협약(CBA·collective-bargaining agreement)을 맺기 위한 협상을 가졌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연봉을 40% 삭감하겠다며 시작부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들은 2010-2011 시즌 수입이 3억 달러나 감소했으며 30개 팀 중 22개 팀은 손익분기점을 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나 시장이 협소한 소지역 농구팀은 총수입의 50% 이상 분배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전 CBA 계약 조건에 따르면 선수들은 총수입의 57%를 받았다. 양측이 원하는 바가 너무 달라서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선수 노조는 구단이 재정 상태를 왜곡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연봉 상한제를 도입하고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지출하는 팀에 사치세를 적용하겠다는 구단의 엄포에 반발했다.

협상 타결을 위해 막판 노력이 이어졌지만 결국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기존 CBA가 만료됐다. 그러자 그 다음날 구단주들은 직장폐쇄(lockout)를 선언했다.

협상은 그 후로도 약 한 달간 진행되지 않다가 81일에야 재개됐다. 그러나 어렵게 시작된 협상은 다시 결렬됐고 한 달이 지나서야 공식적으로 재개됐다. NBPA는 선수들에게 새로운 연봉 상한제를 택하면 수입 분배에서 양보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NBA는 양보의 여지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9월까지 답보 상태가 거듭되자 구단은 훈련장을 폐쇄하고 시범 경기(preseason games) 첫 주를 취소했다. 10월에도 양측의 팽팽한 분위기가 이어졌고 데이비드 스턴(David Stern) NBA 총재는 시범 경기 전체 취소를 선언했다. 선수들은 수익 배분율을 51%까지 줄이고 인센티브 등을 통해 53%까지 높일 수 있다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구단은 5050의 수입 분배를 주장했다.

어느 쪽도 경기 전 훈련이나 시범 경기를 최종 시한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특히 주요 사항에서 한발짝도 양보할 의지가 없었던 구단은 시즌 초반 수입을 과감히 포기하며 직장폐쇄 이후 쏟아진 언론의 뭇매도 꿋꿋이 견뎠다. 구단 측은 시즌이 계속 지연되면 초조해진 선수들이 고개를 숙일 거라 기대했다.

 

1차 임의 데드라인

1018, 연방 중재관의 주재로 양측이 만남을 가졌다. 협상이 재개되기 며칠 전, 스턴은 이번 협상에서 중재안을 도출하지 못하면 크리스마스 경기가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인터뷰를 통해 강조했다.

데렉 피셔(Derek Fisher) NBPA 의장은 CBS스포츠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는자의적인 데드라인일 뿐이라고 주장하며 스턴 총재가 구단에 유리한 결과를 얻기 위해선수들의 감정을 휘두르려한다고 비난했다.

NBPS 상임이사 빌리 헌터(Billy Hunter) 또한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면 나는 그 총구의 방향을 돌려버릴 것이다시즌이 취소되면 선수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협상 답보 상태가 계속될 때는 자의적이더라도 데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이 협상을 재개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게라도 최종 시한을 설정하지 않으면 협상 당사자들은 상대편이 지쳐서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믿으며 협상을 계속 지연시킨다. 프란체스카 지노(Francesca Gino)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돈 A. 무어(Don A. Moore) 교수는 공동 연구를 통해 데드라인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협상이 막다른 골목에 이를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의적인 데드라인은 협상의 모든 당사자가 받아들이거나 적어도 실질적 위협으로 인지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일방적으로 데드라인을 설정했다면 다른 모든 위협이 그렇듯 합리적이며 신뢰할 만한 원인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 NBPA는 스턴 총재가 내세운 데드라인에 꿈쩍하지 않았다. 중재 회의가 끝나는 시점과 크리스마스 경기 취소 사이에 어떤 연관 고리도 없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이다. 스턴 총재의 엄포가 허세임을 간파한 선수 노조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결국 3일간 이어진 중재 협상은 수입 분배율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1028, 스턴 총재는 NBA 시즌 경기가 1130일까지 취소된다고 발표했다. 이제 NBA 정규 경기가 파업으로 취소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경기는 아직 취소되지 않았다. 스턴 총재의 위협이 빈말이었음이 드러난 순간이다.

 

2차 임의 데드라인

116일 하루 동안 진행된 2차 중재 협상 또한 결렬됐다. 그러자 스턴 총재는 좀 더 분명하게 데드라인을 정했다. 선수들은 수입을 5050으로 분배하고 연봉 총액 및 자유계약 선수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최종안에 대해 4일 후 답을 줘야 했다. 최종안을 거절할 경우 선수들이 가져가는 수입 비율이 47%로 줄어들고 연봉 총액에 하드캡(hard cap)이 씌워지는 등 조건이 더욱 나빠진다.

격분한 NBPA 대표들은 해당 제안을 아예 투표에 부치지도 않았다. 반대가 뻔했기 때문이다. 구단의 총연봉 지출액에 상한을 두면 스타 선수 스카우트 연봉이 줄어들기 때문에 선수들은 이 조건을 특히 더 싫어했다.

119일 재개된 협상은 스턴 총재가 임의로 정한 오후5시 시한을 훨씬 넘겨서 계속됐다. 스턴 총재는 양측이잠시 시계를 멈췄다고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NBPA 협상 대표 제프리 케슬러(Jeffrey Kessler) NBA 마지막 제안이사기이며착각이라고 비난했다.

1114, 선수 노조는 NBA 측의 최종안을 거부하고 노조를 해산해 버렸다. 연방 법원에 반독점 소를 제기하기 위한 단계였다. 수년 전부터 언급했던 위협을 현실로 옮기기로 작정한 것이다. NBA 1215일까지 모든 경기를 취소했다. 스턴 총재는 2번째로 자신이 설정한 데드라인을 철회했다.

 

진짜 데드라인

공식적으로 협상은 끝났다. 스턴 총재의 예측대로 전체 시즌이 취소돼서 팬들이 분노할 시간도 멀지 않았다.

이전에 외부 고문으로 있던 짐 퀸(Jim Quinn) NBPA 대표 협상가로 나서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ESPN닷컴(ESPN.com) 보도에서 스턴은 선수 측 대표 케슬러가협상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케슬러는 구단주들이 선수를 농장 노예처럼 부린다는 발언으로 스턴의 분노를 산 적이 있다.

케슬러와 달리 퀸은 양쪽에서 존경을 받았고 스턴을 비롯한 구단 관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협상은 탄력을 받기 시작했고 장장 15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이 이어졌다. 그러다 추수감사절 다음날 극적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구단주와 선수 측은 5050의 수입 배분에 합의했다. 선수들의 분배 비율은 NBA 예상 수입이 어떤가에 따라 ±1%포인트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선수들 수입은 향후 10년간 매년 3억 달러나 줄어들었다. 연봉 차원에서 보면 선수 측이 많은 양보를 했지만 대신 이들은 징벌적 사치세나 엄격한 연봉 상한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선수들이 농구장으로 향하기 전 양측이 조율해야 할미세한 사항(B-list issues)’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약물 테스트나 선수 최소 연령, 계약 비준을 위해 단수 과반수제를 채택할 것이냐 등의 문제를 결정해야 했다. 스턴 총재는 대부분 구단주가 해당 합의안을 지지할 것이라 확신했다. 400여 명의 선수들은 다시 경기를 하고 싶어 했고 시즌으로 벌 수 있는 수입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러운 계약 내용에 서명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실질적이고 확실하며 양측이 공감하는 데드라인이 협상을 성사시켰다. 전체 시즌이 취소될지도 모른다는 초조함과 결국 팬들이 다 떠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양측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게 했다. 확실한 데드라인은 스턴 총재에게 협상력을 줬다. 여기서의 교훈은 논쟁에 지치고 합의점을 찾고 싶다면 실질적인, 그게 안 된다면 자의적으로라도 데드라인을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면 협상을 끝내는 확실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점이 있다. 동기 부여가 되려면 데드라인이 확고해서 협상 참여자들에게 확신을 줘야 한다.

 

데드라인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법

NBA 협상은 기업 협상가들에게 다음의 3가지 교훈을 준다.

1. 위협은 진짜처럼 보여야 한다. 임의로 데드라인을 설정할 수는 있지만 효과를 얻고 싶다면 해당 데드라인을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상대편에게 주지시켜야 한다. 쉽게 포기해버릴 데드라인은 설정하지 않는 편이 낫다. 가능하다면 데드라인을 설정했을 때 상대편에게 그에 대한 확실한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2. 데드라인을 숨기지 않는다. 데드라인을 밝히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협상가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데드라인은 양쪽 모두를 초조하게 만들기 때문에 자신에게 적용되는 시한이 상대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지노 교수와 무어 교수는 말한다.

3. 협상이 답보를 거듭하면 어떤 피해가 생기는지 밝힌다. NBA 협상 당사자들은 전체 시즌이 취소될 경우 NBA가 큰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처럼 확실하고 실질적인 데드라인이 눈앞에 있으면 어려운 양보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임의적으로 설정한 데드라인 확실히 실천하기

2011 NBA 경기장이 폐쇄된 동안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가 설정한 자의적 데드라인은 득보다 실을 더 많이 가져왔다. 그러나 시즌 경기를 팀당 50게임 정도로 줄일 수밖에 없었던 1998-1999년의 직장 폐쇄 기간에는 스턴 총재가 설정한 임의적 데드라인이 놀라운 효과를 발휘했다. A. 무어 교수는 2004년 발간된 <네고시에이션> 기사에서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시 6개월간 열띤 협상이 벌어졌지만 선수와 구단 양측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다. 경기 취소가 많아지면서 양측은 자신들이 수억 달러의 수입을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인식했다. 협상에 성의를 다할 때가 다가온 것이다.”

1998 1223, 스턴 총재는 1999 17일까지 선수들과 구단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시즌 전체를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스턴이 결정한 날짜는 사실 양측에 아무 의미도 없었다고 무어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나 스턴의 선언 이후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하면 엄청난 난국에 봉착할 것이라는 구단주들의 발언이 언론을 타고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협상 실패를 위협하는 발언이 이어지면서 선수 연맹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16일 새벽 양측은 구단주 측에 매우 유리한 합의를 이뤘다.

1998년에는 효과적이었던 스턴 총재의 임의적 데드라인 전략이 2011년에는 신통치 않았던 이유가 무엇일까? 1998년 스턴 총재와 구단주들은 단일한 입장을 취하며 협상 실패를 위협하는 발언을 매체에 방송했다. 그로 인해 데드라인은 힘을 얻었고 상대편이 응하게 된 것이다.

 

 

 

번역 |우정이 woo.jungy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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