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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um Review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 한단계 높은 이윤을 준다

김태영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2011 126일 서울에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을 주제로 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에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마크 크레이머 FSG 대표가 내한해 CSV를 중심으로 강연과 토론을 벌였다. 필자는 이 행사의 패널리스트로 참여해 포터 교수와 CSV 개념과 적용 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상생, 공생, 공유가치 등 새로운 매니지먼트 바람이 불고 있다. 사람들이 유행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유행이라고 해서 본인의 신체적 조건에 맞지 않는 옷을 사서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 돈은 돈대로 쓰고 주위 사람에게 좋지 못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TV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처럼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과장된 스타일로 자신의 이미지만 망칠 수도 있다. 그러다가 막대한 돈을 쓰고 구입한 옷을 입지 않고 장롱 속에 처박아 두게 된다.

경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행하는 경영 패러다임을 추종하다가 막대한 비용만 쓰고 조직에 피해를 주는 일도 적지 않다. 때로는 시장의 질서를 바꾸는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를 눈앞에 두고도 개념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거나 막연한 두려움으로 위축될 수도 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부인하기도 한다.

2011 126일 열린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개념은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한꺼번에, 그것도 더 많이 창출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자는 전략이다. 포터 교수의 주장에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가진 독자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기업의 체질에 맞는 CSV모델을 고르려면 CSV에 대해 보다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CSV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설명하고 CSV 개념과 실제 적용과정에서의 주의사항을 점검해보고자 한다.


오해 1
CSV CSR과 별반 다르지 않다

‘CSR CSV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 있다. CSV CSR의 일부분이며 이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기업시민정신(corporate citizenship) 등 여러 개념들을 통해 널리 알려진 활동 및 개념의 일부에 새로운브랜드를 보탠 것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하는 이도 있다. 물론 이런 비판이 반드시 틀린 것은 아니다. 포터 교수도 모든 CSR 활동가와 이를 지지하는 학자들을 다 비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한 것은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과 무관하게 기업의 평판을 위해 활동하는 CSR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월가 시위에서 나타난 대중의 분노에서 읽을 수 있듯이 기업은 사회나 커뮤니티의 가치의 희생 속에서 성장해왔다. 기업이 환경과 사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유다. 포터 교수에 따르면 기업이 CSR 활동을 많이 했는데도 기업 활동의 정당성은 떨어졌다. 이런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시행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말하는 게 아니다. 기업 스스로 경제적 이윤을 창출하면서 사회적 가치 역시 창출하는공유가치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포터 교수의 CSV는 기업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업이기 때문에 기존의 CSR하에서 진행되는 기업의 이윤에 기반한 사회적 공헌과는 질적으로 다른분석틀을 제공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핵심역량 구축에 필수적인 가치사슬(value chain) 시각에서 CSV를 바라보면 어느 부분의 가치사슬에서 기업이 CSV를 통해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갖게 된다. 포터 교수는 다양한 외부의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는 기업의 준거점은 기업 내부의 가치사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구매, 판매, 제조, 마케팅 등 가치사슬의 다양한 행위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기업의 생산성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접점을 찾으라는 것이다. ‘다이아몬드 분석틀(diamond framework)’의 시각에서 CSV를 바라보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제반 경제적, 사회적 하부구조에서 발행하는 문제점들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사회가 우수한 인적자원을 공급하지 못하면 기업은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이 인적 자원을 공급하는 데 필요한 교육 및 제반 지원을 하면 그 지원을 통해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CSV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향에서 기업의 핵심역량에 근거한 전략적 방향 및 분석틀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논의와는 질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오해 2
CSR을 하는 기업은 CSV로 즉시 전환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CSR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범위 또한 매우 넓고 활발하다. 기업의 제품이나 활동과는 관련 없는 자선 사업부터 국내를 넘어 해외에까지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려는 기업의 노력은 치열하다


 

경영 패러다임과 기업 성과

최근 수십 년간 품질통제(Quality Control), 전사적품질관리(Total Quality Management), 리엔지니어링(Reengineering), 식스시그마(Six Sigma), 균형성과표(BSC·Balanced Score Card) 등 다양한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이 유행하고 사라지곤 했다. 물론 일부는 아직도 회자되고 기업에서 쓰고 있긴 하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유행하는 새 옷을 사고 헌 옷을 버리듯이 이미 철 지난 패러다임을 버린다. 얼마 전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식스시그마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고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기업도 많다. 새로운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이 나올 때마다 이를 도입해매지먼트 패러다임의 시험장으로 불리는 기업도 있다.

헌신강화(Escalation of commitment) 개념으로 널리 알려진 배리 스토(Barry Staw) 버클리대 경영학과 교수는 2000년에 리사 엡스타인(Lisa Epstein)과 함께 매니지먼트 분야의 저명한 저널인 유행하는 매지니먼트 패러다임의 가장 큰 수혜자는 그것을 사용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게재했다. , 유행하는 매지니먼트 패러다임, TQM의 도입은 CEO의 급여(보너스포함)를 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기업의 재무 성과와는 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행하는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이용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존경을 받으며, 혁신적이고, 관리의 질도 높을 것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된다는 점이다. 이는 회사의 평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인지된 평판이 기업의 재무성과에 어떻게, 얼마나 장기적으로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도입하려면 만만치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혜택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CEO의 올라간 연봉도 기업에는 비용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아닌, 실질적인 경영 성과를 올리기 위해서 도입된 TQM이 이런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하물며 본연의 기업 활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더 어렵다.


또한 기업은 홈페이지를 통해 회사가 진행한 각종 CSR 활동을 광고하고 있다. 만약 CSV의 시각에 동의한다면 이제까지 하고 있는 기업의 CSR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든 CSR 행위를 CSV로 바꿔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에 대해포터는 CSR CSV를 위한 좋은 전제 조건이므로 바로 그만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SR은 기업의 핵심 역량과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그다지 연관성이 적다. 기업의 핵심역량 및 사업을 새로 재편할 필요도 없다. 주력사업에 손을 대지 않고도 CSR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이 CSR의 장점이자 한계다. 기업은 CSR을 핵심역량과 함께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전략상의 부담을 덜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비용으로 인식돼 지속성과 영향력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CSV는 완전히 다르다. 기업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치 창출사업이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 및 중간관리자들의 의식구조 전환과 인센티브, 조직구조의 개편이 불가피하다.

 

첫째, 최고경영자가 CSV에 대한 인식 전환을 촉구하더라도 관련 임원들과 현장에서 근무하는 중간관리자들의 인식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들다. 이에 대해 포터 교수는 좋은 성공 사례를 보여주고 CSV를 종업원의 교육프로그램에 넣어 체계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둘째, CSV사업과 기존 사업 간에 제품 및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프로세스가 크게 다르지 않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는 CSV 사업이 기존의 사업프로세스와 충돌한다면 새로운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은 비용을 비롯한 사업성 분석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제조방법상의 프로세스 외에도 기업에서 이미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 중인 전사적 품질관리(TQM)와 식스시그마 등을 기반으로 한 단기적 측정지표들과 충돌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셋째, CSV 사업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단기적인 재무성과로 인센티브가 결정되는 기존의 부서와는 달리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미래 사업을 꿈꾸는 혁신부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에 대한 보상 체계처럼 적절한 인센티브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CSV 사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기존 사업의 고객가치와 다르다면 기존 제품 및 서비스의 이미지 및 포지셔닝과 관련된 만만치 않은 문제에 직면할 수도 있다.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CSV 프로젝트를 경제적 이해관계 및 다양한 이유로 사업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다. 이는 소수에게 명품을 파는 프로젝트를 준비하다가 그만두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업의 이미지 및 평판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SR CSV를 실행할 때 조직구조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표 참조) 따라서아니면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곤란하다. CSR을 하다가 CSV를 하는 게 아니다. CSR CSV 사이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에 맞는 조화로운 포트폴리오(portfolio)를 구축해 CSV로 진화하는 식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학계에서도 기업조직에 급격한 변화를 주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조직관성이론(structural inertia theory)’을 제시한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해난(Michael Hannan) 교수에 따르면 기업을 이루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미션(mission), 권위구조(authority structure), 기술, 마케팅 전략 등 네 가지다. 이런 핵심 요소들을 바꾸는 일은 적어도 기업의 단기적인 재무 성과와 생존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의 미션을 바꾸는 일이 가장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CSV는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의 전략적 미션을 바꾸는 일이다. 대중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게 아니다. 따라서 CSV에 성공하려면 조직실행 능력에 대한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오해 3 여유자원이 있는 대기업만 CSV가 가능하다.

CSV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성공 사례로 등장하는 회사는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많다. 임팩트 비즈니스를 선도하는 기업들도 대기업이거나 거대 자본을 가진 경우가 다수다. 따라서 ‘CSV는 대기업에만 적용할 수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네슬레, 유니레버, 제너럴일렉트릭(GE), 시스코 등은 단기간의 재무성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 정도 혹은 장기간에 걸쳐 CSV에 자원과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재무적 완충지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원이 많거나 기업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CSV에 반드시 더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기업의 규모가 크고 기존 사업이 이미 정착돼 있으면 오히려 변화를 거부하는 조직적 관성이 매우 강하다. CSV를 하려면 일정 정도의 시장성이 보장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CSV를 하기 힘들다. 몇몇 다국적 대기업들이 실행하는 CSV 프젝젝트만 보고 대기업 중심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다. 조직 규모가 작고 대기업처럼 큰 시장을 필요로 하지 않는, 민첩한 중소기업의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가 CSV. 혁신과 새로운 시장 개척의 역사는 현재 시장을 지키려는 대기업보다는혁신적이고’ ‘도전적인중소기업의 편이었다.

중소기업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보는 안목과 CSV를 위한 기술 및 능력이 필요하다. ,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CSV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뿐 아니라 실질적인 조직운영 능력과 기술적 역량이 절실하다. 이런 문제들을 중소기업이 홀로 해결하긴 어렵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과 비정부기구(NGO) 등 시민단체와의 연계를 통한 클러스터적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기술적 장벽이 없는 사업 모델은 다른 후발자의 거센 추격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중소기업이 성공할 수는 없다. 포터는 CSV를 이뤄가는 과정에는 다른 사업처럼 실험정신, 도전, 투자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CSV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이다. CSV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활동을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매우 자본주의적인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유기농 제품을 다루는 홀푸드마켓(The Whole Food Market), 쓰레기를 재가공하는 웨이스트매니지먼트(Waste Management), 친환경 재생고무를 사용하는 아웃도어 샌들 회사인 차코(Chaco)와 같이 처음부터 사업모델 자체가 친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런 사회적 가치를 담보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대기업보다 훨씬 수월하게 새로운 상품을 갖고 새로운 시장에 진입해 새로운 혁신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진다면 기존 대기업들은 다양한 사업기회를 놓쳐 위기의 순간을 맞을 수 있다. 기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혁신은 언제나 도전하는 기업의 몫이다.


오해 4
CSV를 하면 경제적 이윤이 줄어든다.

결국 CSV를 하면 기회비용적 측면에서 경제적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CSV를 하는 이유는 사회적 가치 및 경제적 이윤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런 면에서 “CSV는 대안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 그 자체다라고 포터 교수는 주장했다. 즉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CSV를 한다는 것이다

CSV의 기본명제는모든 이윤은 평등하지 않다(Not all profit is equal)’로 요약될 수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전거 사업을 하든, 시계사업을 하든 기업은 일정 정도의 비용을 들어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이윤을 남긴다. 이윤은 이런 점에서 어느 사업이든 평등하다. 하지만 포터 교수는 “CSV에 기여한 이윤이 한 단계 높은 형태의 자본주의(a higher form of capitalism)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경제적 이윤도 늘고 사회적 가치도 증가하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자본주의라는 것이다. , CSV는 경제적 이윤을 줄여가면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시도가 아니다. 오히려 기회비용을 상쇄하고도 남을 경제적 이윤을 가져다주는 기업활동이다. 다른 사업 등에 투자할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 경제적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기업에 맞는 CSV모델을 잘못 찾아 경제적 이윤이 줄어들 수는 있다. 좋은 CSV모델을 찾는 게 어려우나 필수불가결한 성공조건임에는 분명하다.

CSV를 하면 경제적 이윤이 줄어든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본 원인은 빈곤, 환경 등 사회적 문제가 상존하는 곳은 시장성이 적어 이윤이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런 시각에 도전하는 역발상 기업이 나오고 있다. 기업 활동을 하다 보면 해당 산업 혹은 제품에 시야가 갇히는 경우가 많다. 이미 1960년 테오드로 레빗 교수는마케팅 근시안이라는 논문에서 기업의 제품이 아닌 고객의 필요에 따라 기업의 사업 범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예를 들어 철도 사업을 제품 중심의 철도 사업으로만 한정하지 말고 (승객 혹은 화물) 수송산업이라고 재정의할 때 항공 산업 등 다른 운송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고객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벗어나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람을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경제적, 고객적 관점이 아니라 사회에 속하면서 삶의 질을 향상하려는 다양한 욕구와 문제를 지난 인간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는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효율적인 일처리를 위해 컴퓨터를 구입하고, 의사소통을 위해 전화기를 사고,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는다. 보다 나은 역량을 위해 교육 서비스를 구매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환경적으로 고통을 받는다면 궁극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객이 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CSV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그들이 직면한 사회적 조건에 주의를 기울이면 경제적 이윤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식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고객이 고통을 받으면 결국 기업도 비용처리가 늘어나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 고객의 욕구는 고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적 조건과 더불어 개선된다는 것이다. 사회적 문제가 있는 곳에 오히려 경제적 이윤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프라할라드(C.K. Prahalad) BoP(Bottom of the Pyramid), 혹은 존 엘킹턴(John Elkington) TBL(Triple Bottom Line) 등의 개념이 사회적으로 만연한 빈곤 및 환경문제를 경제적 이윤추구와 함께 지속적으로 해결하는 아이디어다. 이 개념은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려는 좁은 의미의 고객적 관점을 넘어 사회와 공동체를 바탕으로 하는 인간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포터 교수도고객 설득을 넘어선 인간의 요구에 대한 심오한 이해와 비전통적 고객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 CSV는 어떤 의미를 갖는가? 한국 사회에서 CSV를 논의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 첫째, 공유가치는 기업의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회가치 창출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들이 CSR을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CSR을 기업의 주된 활동으로 생각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박애정신과 기부행위를 논의하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지켜야 할 기본 법규조차 위반하는 기업들도 종종 있다. 환경 오염물을 불법적으로 버리거나 비자금을 은밀히 마련하고 비정규직 직원이나 이주 노동자를 차별하는 기업들도 여전히 있다. 이런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에게CSR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많은 기업에 CSR은 비용만 들고 효과는 확실하지 않는비용센터(cost center)’로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CSV 관점은 사회적 가치를 증대시키는 행위가 기업의 성과를 해치지는 않으며 오히려 기업의 성과를 증대한다고 주장한다. 즉 기업의 자원을 쓰기만 하는 비용센터가 아니라 기업에 이익을 벌어다 주는 이익센터(profit center)라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CSV는 사회적 가치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기업들을 대상으로기업이 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기업의 핵심 역량 관점에서 제기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없다면 경제적 이윤을 위해 사회공헌을 하라는 것이다. , 이타심을 위해 본인의 이기심을 이용하는 전략인 셈이다.

둘째, CSR을 하는 다수의 기업들은 비용은 많이 드는 데 효과는 신통치 않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예산을 얼마나 배정하는가는 기업의 이익규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익이 많으면 CSR 비용을 늘리고 이익이 적으면 CSR 지출을 줄이는 식이다. 불경기가 되면 가장 먼저 광고 혹은 광고적 효과를 노리는 CSR 지출을 줄인다. 이런 식으로는 사업의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크레이머 대표가 주장하듯이 이런 CSR 관점으로는 사회적 가치를 위한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의 투자 및 비용 지출을 할 수 없다. 기업에 간접적으로 돌아오는 이익보다는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비용처리에 더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CSR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내부방침을 정하기도 어려워 다양한 사회가치 창출 사업을 체계적으로 조직화하기 힘들다. , 사회에서 나오는 다양한 문제들은 시기나 지역마다 매우 다르다. 이에 대해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지속적으로 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의 핵심역량에 근거한 사회가치 창출이어야 한다. CSV 관점은 CSR 활동들이 기업의 기본적인 기업 활동에 근거해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권장한다. 무엇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what not to do)에 대한 지침을 제공한다. 이런 점에서 CSV CSR의 여러 활동에 우선 순위를 정하고 체계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할 수도 있다.

CSV가 사회적 필요(societal needs)를 경제적 이윤가치와 함께 해결하는 것을 모색한다고 해서 모든 사회적 문제를 풀어주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정부, 혹은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많고 기업 내 외부에서 해결해야 할 사회적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와 시민단체가 협력하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CSV는 현재 진행형이다. CSV 분석틀이 완벽하지 않고 보완할 점이 있다고 해서 지향하는 비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매지니먼트 패러다임과 관련한 일시적 유행을 뛰어넘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제반 여건에 대한 토론과 실험이 계속돼야 한다. 기업은 핵심역량에 기반한 CSV모델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조직구조 구축에 충실해야 한다. 기업이 자신의 체질에 맞는 좋은 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의 옷을 선택하고 수선해 따뜻하고 실속이 있는 CSV를 실행한다면 경제 한파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mnkim@skku.edu


필자는 현재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경영학 매니지먼트 교수로 경영전략, 조직설계, 네트워크 분야의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사회학 조직이론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로 근무한 바 있다.

  • 김태영 김태영 | -(현)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SKK GSB) 교수
    -(전) 홍콩과기대(HKUST) 경영학과 경영전략 담당 교수
    mnkim@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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