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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Porter Keynote Speech

“기업에 좋은게 사회에도 좋다” 이 신념이 계속 숨쉬게 해야한다

이방실 |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주현(서강대 중문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가 공동 주최하고 DBR이 주관한동아비즈니스포럼 2011’ 2011 126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개최됐다. 국내외 비즈니스 리더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의 주제는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 CSV 개념의 창안자이자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경영 석학으로 불리는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사회적 문제 해결과 기업의 이익 창출을 동시에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CSV에 대한 포터 교수의 키노트 스피치 내용을 정리했다.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에 대한 새로운 해법

우리는 지금 번영하는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갈지에 대한 새로운 도전들에 직면해 있다. 과거에는 부유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경제적 측면만을 편협하게 고려했다. 환경, 가난, 건강 등 우리가 직면한 여러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인식이 우리 모두에게,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도외시해 왔고, 특히 기업의 역할을 논할 때 매우 편협한 시각을 갖고 접근했다. 따라서 이번 포럼에서는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지, 자본주의는 무엇인지,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는 데 있어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 사회적 문제들을 그저 정부나 NGO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치부할지, 혹은 기업의 문제로 인정할지, 만약 기업의 문제라고 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Occupy Wall Street)는 큰 충격이었다. 기업에 좋으면 사회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던 미국 국민들이 월스트리트 옆 공원에서기업에 좋은 게 우리에겐 나쁘다고 비난했다. “기업에 좋은 게 사회에도 좋다는 신념이 더 이상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다면 우리는 정말로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나는 기업이야말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라고 믿는다. 문제는그 원동력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이다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기업뿐이다. 정부도 NGO도 할 수 없다. 기업은 이윤을 만들어냄으로써 부를 창출한다. 기업이 창출할 수 있는 부의 크기는 무한대다.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기업이 건강하게 활동하려면 정당하게 일할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제공하는 건강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건강한 사회가 없다면 단기간은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의 부의 창출과 사회적 발전은 기본적으로 협력 관계에 있다.

그러나 미국에선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기업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되레 악화시킨다고 보고 있다.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인식이 가져오는 또 다른 문제는 정부나 NGO가 기업들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선 대기업이 그들의 돈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줘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부의 재분배다. 하지만 한쪽에서 돈을 빼내 다른 쪽에 주는 재분배는 궁극적으로 해답이 될 수 없다. 이 방법은 단지 파이를 나누는 방식을 바꿀 뿐이다.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려면 근본적으로 파이의 크기를 키우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기업들은 점점 선한 시민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더 많은 선행을 베풀기 위해 노력하고, 더 많이 기부하며, 더 많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CSR 활동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요구에 직면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점은 기업이 이런 활동들을 많이 하면 할수록 기업의 평판과 명성은 더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기부를 하고 CSR 활동을 한다고 현재 기업이 직면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접근 방법을 완전히 달리 해야 한다. 그 답이 바로 CSV


CSV는 자본주의의 대안이 아니다. CSV는 그 자체로 자본주의적 해법이며 좀 더 광범위하게 이윤을 창출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즉 사람들의 니즈를 찾아내고 충족시키는 방법에 있어서 너무 협소한 시각에 갇혀 있었다. 우리가 이 시야를 넓힌다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해법을 얻을 수 있다. 빈곤, 건강, 환경 등 우리가 당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의 능력이야말로 혁신과 경제 성장을 거머쥘 수 있는 열쇠다. 단언컨대 혁신을 이룰 수 있는 가장 큰 기회는 우리가 지금까지 들어본 적 없는 엄청난 신기술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기업의 역량을 결집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나올 것이다.


자선 사업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가치 창출(CSV)로의 진화

기업들은 선한 기업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해야겠다는 부담감을 상당 기간 가져왔다.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선을 베풀고 싶어했다. 어떤 방법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양한 과정을 거쳐 왔다. (그림 1) 맨 처음은 자선 사업(Philanthropy) 단계다. 기업이 사업하면서 번 돈의 일부를 대의 명분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빈곤층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집 없는 사람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굶주린 사람에게 식량을 지원해 주기 위해 돈을 기부하는 게 첫 단계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기업들이 이를 위해 재단도 만들었다. 자선사업은 물론 좋은 일이고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한마디로 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경 써야 할 대의명분은 너무나 많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단체도 부지기수지만 자선사업에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돼 있다.

 

그래서 두 번째 단계로 CSR이 등장했다. CSR은 자선사업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개념이다. 기업들은 선한 기업시민으로서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했고 지역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또 기업 투명성 등 각종 CSR 가이드라인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실제 한국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책임 있는 기업 시민이 되기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기준을 어떻게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CSR 리포트를 발표하고 있다. 아마도 지난 5년간 한국 기업들의 초점은 바로 이런 CSR 활동에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CSR이 궁극적인 해결책인가? CSR이 좋은 것이며 아마도 기업들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단계라는 점은 분명하다. 많은 CSR 활동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 기업이 투명하고 윤리적인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CSR은 사회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피해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CSR이 직면한 문제는 자선사업이 봉착해 있는 문제와 같다. 세상에 문제는 너무나 많고 CSR만으로는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한꺼번에 너무 많은 CSR 활동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세 번째 단계인 CSV는 자본주의 그 자체다. 훨씬 광범위하면서 고차원적으로 수익을 창출해내는 방법이다. CSV는 기업이 지금과 다른 방법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 즉 빈곤, 기아, 환경, , 에너지 같은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함으로써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CSV는 경쟁력을 제고하고 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경제적인 문제를 개선시킨다. 한쪽의 부를 다른 편에 건네주는 재분배가 아니다. CSV는 자선사업의 주체로서도, 기업의 책임 있는 시민으로서도 아닌 기업 그 자체로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 자본주의 그 자체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CSV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이윤을 창출하는 게 아니다. 이익을 창출하면서 어떻게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지가 CSV의 핵심이다. CSV에서 이윤은 모두 같은 게 아니다. 공유가치가 수반되는 이윤이 한층 높은 수준의 이윤이다. CSV는 혁신의 파도다. 공급망, 제품, 고객 세분화 등 모든 측면에서의 전면적 변화를 의미한다. 이 파도를 타는 기업은 성장의 기회를 잡겠지만 지난 20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이윤을 창출하려는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잡지 못할 것이다


공정함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CSV의 개념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구체적 예를 살펴보자. 커피나 차, 코코아를 재배하는 많은 개도국 영세 농가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공정무역을 해결책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공정무역은 한마디로 농가에 공정한 작물 가격을 주자는 것이다. 다국적 기업 바이어들이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가격을 내리기 때문에 영세 농가가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돈을 벌지 못한다는 비난이 있어 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정무역이 해법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공정무역과 같은 방법으로 영세 농가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될까? 물론 상황이 호전되기는 한다. 분명 농가 소득이 늘어나고 공정무역 인증을 받은 작물을 사는 소비자들의 기분도 좋아진다. 하지만 공정무역은 돈 많은 기업에서 가난한 농가로 부를 재분배하는 낡은 모델이다. 공정하고 정당하게 느껴지며 옳은 일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CSV 방식으로 접근하면 실직적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다행히 네슬레, 코카콜라, 유니레버 등 거대 다국적 기업들이 이미 CSV적 해법을 도입해 실행하고 있다. 이들은 농작물을 구매하는 방식, 농가와의 관계 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 농가에 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해주는 등의 활동을 통해 품질 개선과 수확량 증대가 가능하도록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세농가들은 양질의 작물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게 가능해졌다. 기업은 일부러 비싼 값에 농작물을 사주는 선행을 베푸는 게 아니라 정말로 품질이 좋기 때문에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작물을 구매한다. 이게 바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다. 궁극적으로 수많은 농가들에 이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무한대로 적용할 수 있다. 공정무역을 통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매우 제한적이다

공정무역을 통한 농부들의 소득 증대 효과는 약 10%에 불과하지만 CSV 방식을 통하면 200∼300%의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림 2)

지금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거두는 이익의 일부를 중소기업에 줘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이공정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잘못된 접근이다. 한국의 중소, 영세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CSV적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납품업체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고 품질을 향상시키면 결과적으로 대기업이 잘되고 다시 납품업체도 혜택을 입는다. 절대 한쪽에서 돈을 빼내 다른 쪽에 주는 쉬운 방법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런 방법은 단기적으로 필요하고 잠정적으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 해결책은 아니다. 자본주의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협소한 이윤 창출 시각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혀라

지난 10∼15년간 기업들은 전통적인 고객들의 틀에 박힌 니즈만 바라보며 너무나 협소하게 이윤 창출에 대해 생각해 왔다. 대부분 기업은 중산층 이상의 시장을 대상으로 약간의 변화만 줘서 서비스와 제품을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다. 식품산업을 예로 들어보자. 지금까지 식품회사들의 주된 초점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음식을 소비하게끔 만드는 데 맞춰져 있었다. , 설탕, 소금, 지방 등을 듬뿍 넣어가며 맛을 좋게 하고 음식이 제공되는 양을 과도하게 늘려가며 소비를 조장하는 게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소비자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양 균형 측면에서 엉망이고 사람들을 비만으로 만들며 혈압도 높여놓는다. 이는 식품업체들이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어서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영양을 중시하는 고객들의 니즈를 포착해 단순히 음식이 아닌 영양을 파는 회사로 차별화함으로써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간과한 채 과소비를 조장하는 해묵은 방식의 마케팅 캠페인만 고수해왔던 것이다.

제약산업을 봐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제약업체들은 현재 2∼4억 명의 인구에게만 제품을 팔고 있다. 그래서 주로 부자들에게만 제품을 판다. 가격대도 높아서 유럽, 미국, 한국, 일본 등 선진국이 주요 시장이다. 하지만 이 지구상에는 5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제약회사들이 가난한 사람의 니즈에 어떻게 도움을 줄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단지 고가의 제품을 파는 데에만 급급했다. 부유한 나라 밖의 영세한 나라들에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협소하게 시장을 본 것이다.

금융 서비스도 중산층 이상 고객에게만 집중돼 있었다. 금융기관들은 금융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부유한 나라보다 가난한 나라에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가난한 나라일수록 대출을 받아 대학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놓쳤다. 소액대출 사업이 대표적 예다. 소액대출 사업은 은행이 고안한 게 아니다. 굉장히 독특한 사회 운동가에 의해 시작됐다. 소액대출 사업은 현재 엄청난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했고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높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소액대출에 대한 니즈와 그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고객, 비즈니스 모델, 비용구조 등 모든 측면에서 전통적인 대출방식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소액대출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간과했다.

 

그동안 기업의 수익 모델은 너무 제한적이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우리는 너무 편협한 시각을 가졌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시장을 놓쳤다. 이제는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사회적 발전과 기업의 이윤 창출은 서로 상충되지 않는다. 경제 이론에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이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인식이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예를 들어 15∼20년 전까지만 해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기업이 좀 더 친환경적으로 일을 하게 되면 그만큼 비용이 수반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친환경적인 게 훨씬 생산적이라는 사실을 터득했다. 또한 자원을 덜 쓰면 그만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오염을 줄이면 낭비가 줄어들며,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이런 통찰을 터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 창출에 대한 기업의 사고방식을 여전히 뒤처져 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환경 규제를 거부한다.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이해다. 지금까지 기업들은 사회적 문제와 기업 이윤 창출을 별개라고 생각해 왔다. CSV는 바로 이 두 가지를 통합해 볼 수 있게끔 해주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다.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세 가지 방법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제품 및 고객과 관련이 있다. 두 번째는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방법, 즉 가치사슬을 관리하는 방식을 변경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거의 모든 기업들이 이 세 가지 영역 각각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금융, 화학, IT 등 각 산업별로 각각의 제품마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CSV의 방법은 달라진다. CSV는 어느 기업에나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일반적 성질의 것이 아니다. 특정 공식이 있는 것도, 대조해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가 있는 것도, 모든 기업들이 따라가야 할 정해진 단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CSV는 각 기업 비즈니스의 개별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CSV는 기업 내부 경영진의 이해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지 외부의 압력에 의해 생겨나는 게 아니다.

모든 기업이 CSV를 실행하고 기업 모두 이 방향으로 나갈 때 기업은 다시금 사회 구성원들로부터 존경을 얻을 수 있다. 기업의 업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더 많은 자선 사업을 하고 더 윤리적으로 행동한다고 해서 신뢰를 회복할 수는 없다. 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기업의 업적이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때다.


제품

많은 제품들이 에너지, 환경, 건강, 안전 등 여러 사회 문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과거에는 제품들이 중요한 사회적 니즈를 해결할 수 있고 광범위한 임팩트를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보지 못했다. 많은 기업들이 저소득층 시장을 간과해 왔다. 단지 아프리카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저소득층은 소외돼 왔다. 대부분이 중산층 이상의 전통적 고객의 니즈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기업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지금까지 공략하지 않았던 저소측층의 니즈를 충족시키려 한다면 정부나 NGO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그들의 니즈에 대처할 수 있다. 물론 NGO는 여전히 사회에 중요한 존재다. 자본주의 체제 바깥에 존재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심지어 NGO조차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NGO와 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중인데 이는 다가올 미래의 주요한 특징이 될 것이다.

기업은 기술력, 유통채널, 마케팅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엄청난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기업은 이런 역량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해오지 않았다. 이제 기업의 전문성을 혁신적으로 이용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다.

다우케미칼을 예로 들어보자. 화학업체인 이 회사가 화학 제품을 통해 공략하는 많은 소비자 니즈 가운데 하나가 해충 방제 사업이다. 십 년 전만 해도 다우케미칼은 얼마나 많은 해충을 죽일 수 있는지를 성공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제는 환경 같은 다른 이슈가 관련돼 있다는 걸 인지하기 시작했다. , 효과적으로 해충을 박멸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제품이야말로 공유가치를 창출하며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다우케미칼은 이처럼 제품에 대한 생각을 바꿈으로써 엄청난 성장 기회를 잡았고 시장점유율도 높일 수 있었다



제품을 재설계하고 수정함으로써 저소득층 가구를 위한 금융상품, 영양 상태 증진에 도움이 되는 식품 등 새로운 기회들을 발견하는 예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게 바로 공유가치다. 이는 전통적인 소비자들의 틀에 박힌 니즈만 충족하려는 게 아니라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에 대해 좀 더 폭넓게 대처하려는 시도에서부터 출발한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종종 마케팅, 유통, 판매 방식 등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보노르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가지고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선진 시장에서 적용했던 모델과 전혀 다른 모델을 사용했다. 덴마크, 미국 등에서 효과가 있었던 종전 모델은 의료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저소득층이 많은 중국 농촌에서는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재설계함으로써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고객군을 공략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을 모든 회사가 발굴할 수 있다. 이건 가장 근본적인 자본주의다. 우리는 자본주의라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니즈를 효율적으로 충족시킬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장점은 NGO와 달리 자력으로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이다. NGO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기부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기업은 스스로 확장하고 성장할 수 있으며 그 규모를 계속 확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업이 가능한 많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여하는 게 중요하다. 자본주의야말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강력한 도구다. 물론 자본주의가 모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NGO는 여전히 필요하며 정부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하다. 오늘날 기업이 직면해 있는 도전 과제는 어떻게 하면 기업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의 일부가 될 수 있느냐다. 이게 바로 CSV며 모든 기업이 잡을 수 있는 기회다. CSV는 이론이 아니다. 문제를 정의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데 있어서 사고방식의 전환을 뜻한다. CSV는 자선 활동이나 CSR보다 한국 사회에 훨씬 더 큰 변혁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가치 사슬

CSV적 접근방법을 도입했을 때 가치사슬상의 기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보자. 매우 생산성이 높은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효율성을 포기해야 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구매 조달 프로세스를 생각해 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공급업체의 성공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 강력한 협상력을 바탕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공급업체와 거래하던 기존 관행은 그릇된 해결책이다. 공급업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낮아진다면 그건 결국 궁극적으로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구매 조달 방식을 바꾸고 중소기업과의 거래 관행을 변경해야 한다. 현지 협력업체들의 역량을 강화해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면 굳이 중국에서 부품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 현지 조달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운송비 절감, 생산기간 단축 등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물류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수천 대의 트럭들이 움직이며 부품들이 옮겨지는 물류 시스템에 대해 과거에는 별 다른 생각 없이 그냥 사용했다. 하지만 배송은 탄소 배출로 공기 오염을 초래하고 교통 혼잡을 유발하며 에너지를 소비한다. 글로벌화로 인해 너무 많은 공급업체가 너무 많은 곳에 존재하면서 과도하고 때로는 불필요한 배송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건 비효율적이다. 공유가치 시각에서 볼 때 개선의 여지가 많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중국, 베트남 등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궁리만 했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기 전에 효율성과 생산성을 어떻게 높일지를 놓고 전반적인 공급망을 재조정해야 한다. 저임금 지역이라고 해서 원가구조가 항상 낮은 게 아니다. 제품의 질이 더 안 좋을 수 있고 생산된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지역사회 기반을 더 탄탄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방식에 더 집중해야 한다.


클러스터

모든 기업은 다른 기업들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의존해 있다. 공급업체, 교육기관, 품질관리기구 등 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할수록 기업의 수익도 증가한다. , 생산성이 높은 납품업체로부터 제때에 양질의 제품을 공급받을 수 있다면 기업의 성과가 올라간다. CSV를 위한 세 번째 방법인 클러스터의 핵심은 바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파트너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이 파트너들과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협력함으로써 그들의 성공이 기업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슬레는 CSV를 기업의 핵심 사명으로 여긴다. 이 회사는 그들의 주된 사업과 관련된 영역에서 CSV 기회를 포착했다. 식품회사로서 네슬레는 영양 문제에 집중했다. 수자원 관리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는 네슬레가 농작물을 납품받기 때문인데 농작물 재배에는 엄청난 물이 소비되며 그 과정에서 낭비가 심하게 이뤄진다. 이 회사는 농촌 개발에서도 CSV 기회를 포착했다.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영세 농가로부터 농작물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네슬레는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어떻게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고민했다. 특히 네슬레가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지역에서 각각의 비즈니스 단위별로 제품과 고객, 가치사슬, 클러스터 생태계 구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했다. 그 결과 조직 내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었고 엄청난 경제적 성과와 혁신을 창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사회 통합’ ‘행복등 너무 고차원적이고 광범위한 개념적 레벨에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인 수준으로 내려와야 한다. 금융, 화학, IT 등 산업별, 기업별로 실행할 수 있는 기회가 각각 다르다. CSV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좀 더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공유가치는 향후 기업 전략에서 가장 큰 차별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다. 공유가치를 전략에 반영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기업이 향후 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성공하려면 그들의 가치 제안에 사회적 측면을 구체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모호한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기업의 제품과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방식에 직접 녹아 있어야 한다.


이방실 기자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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