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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A Business Forum 2011 Special Section

정당성과 효율성의 패러독스 넘어서라

신동엽 | 93호 (2011년 11월 Issue 2)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를 외치며 출범한 현 정부가 상생, 동반성장, 초과이익 공유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공존 생태계 조성, 이익추구에 대한 다양한 규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등 언뜻 생각할 때는 좌파 성향으로 보일 수 있는 정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친기업적 우파정부라고 믿었던 기업들은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날로 격화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이런 반()기업적이고 반시장적인 정책은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경고까지 내놓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일까?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 21세기 접어 들어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과 윤리성(business ethics)을 중시하고 중소기업이나 소비자들,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의 복지 증진을 위한 역할 확대 등을 강조하는 추세가 날로 강해지고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창간 이래 기업의 효율적 영리추구를 위한 전략 제시에만 몰두했던 대표적 경영잡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arvard Buiness Review)>가 최근 몇 년간 지면의 절반 가까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속 가능한 성장, 공유가치, 친환경 경영, 기업윤리 등에 할애하고 있다. 또 핵심역량 이론의 제시로 잘 알려진 전략경영 분야의 대가인 미시간 경영대학원의 프라할라드(C. K. Prahalad) 교수가 작고하기 전 마지막으로 저술한 책은 소득의 피라미드 구조에서 최하층을 차지하고 있는 가난한 70%의 인구 (bottom of the pyramid)의 삶을 기업들이 어떻게 향상시킬 것인가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보다 더 의외의 학자는 평생 경쟁 전략과 성장 전략의 제시에만 몰두해왔던 전략경영 분야의 최고 거장인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포터(M. Porter) 교수다. 그는 최근 이런 움직임에 가세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포터는 일반적으로 쓰이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을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라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최근 주장했다. 즉 자본주의 자유시장 경제에서 기업의 역할은 결코 단순히 주주이익 극대화에 한정되지 않으며 직원과 관련 협력업체들은 물론 지역공동체와 국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s)들의 복지까지도 적극적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포터 교수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을 결코 기업이 외부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지출하는 비용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며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에 필수적인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기업이 빈부격차 심화, 자원고갈, 공해, 노동의 질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경쟁력 강화방안 도출에만 몰두해왔던 10년 전까지의 주장들을 생각해보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관점의 전환이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쉽게 이해되지 않는 사례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다. 21세기 첫 10년간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 애플일 것이다. 그리고 활동 분야를 막론하고 세계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사람은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일 것이다. 잡스와 그가 이끌었던 애플은 단순히 기업가와 기업의 영역을 뛰어넘어 세계인들로부터 열렬히 사랑을 받는 문화 아이콘이 됐다.

그런데 이미 언론에서 여러 차례 소개됐듯이 잡스의 성격을 보면 사랑받을 만한 사람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잡스가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처럼기부천사도 아니다. 세계적 거부인 잡스나 미국 정부보다 많은 현금보유량을 자랑하는 애플이 사회공헌 활동을 위해 대규모의 기부를 했다는 소식을 들어본 바가 없다. 최근에야 잡스의 후임인 팀 쿡이 외압에 못 이겨 애플도 앞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고려하겠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그런데도 세계인들은 왜 잡스와 애플에 열광할까?

전 세계적으로 CSR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는 이유를 설명하고 기업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알려면, 잡스와 애플이 사회공헌 활동을 하지 않고도 여전히 존경을 받는 이유를 납득하려면, 먼저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심층적이고 체계적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기업의 사회공헌과 바람직한 사회적 역할 정립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려면 그 밑에서 작동하고 있는 기반 메커니즘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학 거시 조직이론의 핵심 이론 중 하나인 신제도이론(Neo-Institutional Theory)에서 강조하는정당성(legitimacy)’ 개념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의 사회공헌에 관한 다양한 해석들

각자가 자유롭게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기본 원리로 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영리 추구의 가장 대표적 주자인 기업이 비영리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하는 현상은 사회과학계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였다.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고 해서 명시적으로 불이익을 당할 이유는 없다. 실제로 어떤 기업들은 사회공헌을 백안시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상당히 많은 기업들이 많은 액수의 자원을 비영리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한다. 이렇게 형성된 비영리 부문은 미국의 경우 통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전체 경제의 약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일반적 인식과 달리 상당한 액수를 매년 비영리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하고 있다. 대기업은 매년 수천억 원대의 예산을 비영리 사회공헌 활동에 배정하고 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런 기업의 행동에 대한 해석은 다양한데 1980년대 후반에 세계 최초의 비영리조직 연구소이자 필자가 한때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던 미국 예일대의 ‘Yale Program On Non-Profit Organization (PONPO)’에서는 이 분야 연구의 바이블이라고 불리는 <비영리 부문(The Non-Profit Sector)>이라는 명저를 내놨다. 디마지오(P. DiMaggio), 헨스먼(H. Hensman) 등 거장 사회과학자들이 총망라된 필진과 조직이론가 파월(W. W. Powell)이 편집인으로 참여한 이 책은 기업 비영리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다양한 관점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가장 권위 있는 책으로 평가를 받아왔다.

이 책에서는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투자하는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들었다. 첫째, 기업들은 사회공헌 활동도 다른 영리추구 행위처럼 일종의 홍보나 광고 수단으로 활용하려고 투자를 한다는, 가장 전통적인 경제학적 관점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업의 대중들에 대한 노출도와 가시성이 매출이나 수익에 직접 연결될 가능성이 큰 소비재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더 많이 투자하게 될 것이다. 둘째, 이와 정반대로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에 기여하는 것은 기업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 위한 순수한 신념을 갖고 헌신을 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즉 기업의 사회공헌은 개인이나 다른 유형의 조직들의 이타적 자선이나 봉사 활동과 본질적으로 유사한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가치나 문화, 윤리를 중시하는 학자들의 견해이다. 셋째,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이 사회에 지고 있는 빚을 갚는 당연히 행동이라고 보는 관점도 있다. 거장 조직이론가인 퍼로(C. Perrow)는 특히 거대 기업들이 영리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자원들과 공공 인프라들을 활용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회에 빚을 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기업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최대한 이 빚을 사회에 되갚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월스트리트 등 금융자본에 대한 세계적 저항운동의 구호에는 이런 관점이 반영돼 있다. 넷째,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을 할 때 어떤 이익을 의도적으로 추구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기업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데 기여해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혜택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 네 가지 중계몽된 이익추구(enlightened self-interest pursuit)’라고 불리는 네 번째 관점이 최근에는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학계에서 폭넓게 인정받고 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 관점을 지지한다. 즉 사회공헌 활동의 직접 목적이 이익추구는 아니나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혜택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장기적 이익에 기여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 신제도이론의 핵심 개념인정당성에 대해 알아야 한다.


정당성과 효율성의 패러독스

신제도 이론은 디마지오, 마이어 등 거장 조직이론가들에 의해 1970년대 후반부터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 이론은 조직이론과 경영학의 여러 이론들은 물론 사회과학 모든 분야를 통틀어 가장 심오하고 혁신적인 이론으로 평가받아 왔다. 예를 들면, 신제도이론의 핵심 논문인 디마지오와 파월(P. DiMaggio & W. Powell)이 쓴관료제 조직의 재고찰(Iron Cage Revisited)’이라는 글은 역대 모든 사회과학 논문들 중 단연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로 손꼽힐 정도다.

신제도이론은 기업의 구조와 제도, 활동 등은 항상 높은 성과 창출을 위한 효율성(efficiency)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정당성(legitimacy)을 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기업이 그 자체로서 결코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반드시 그 주변을 둘러싼 소비자, 공급업체, 협력업체, 금융기관, 규제기관 등 다양한 다른 행위자들로부터 제공되는 자원들에 의존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이해관계자들은 불확실성 때문에 어떤 기업이 경영을 잘할지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구조나 제도, 활동 등이 적절하고 정당한가를 보고 자원제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정당성이 높은 구조, 제도, 활동을 가진 기업은 자원 획득과 생존에서 결과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회적으로 정당성이 높다고 인식되는 구조나 제도, 활동들을 채택해 자신의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들의 형태와 행동이 서로 유사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디마지오가 주장하는 신제도이론의 핵심 개념인제도적 동형화(institutional isomorphism)’.

그러나 이런 사회적 정당성이 높은 구조나 제도, 활동이 각 조직의 기술적 특수성이나 환경의 성격에 따라 어떤 기업들에서는 잘 작동할 수 있지만 다른 기업들에는 부적합(misfit)할 수 있다. 즉 정당성을 추구하다가는 기업의 기술적 효율성이 희생될 수 있는 패러독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마이어는 기업들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식 구조나 제도, 활동 등은 정당성의 논리에 따라 사회적으로 정당성이 인정되는 쪽을 의례(ceremony)적으로 따르지만 실제 조직 내부의 운영은 각 조직마다의 특수한 내외부 상황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별도로 진행된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공식 구조와 제도, 활동과 실제 조직내부의 운영 사이에는 어느 정도의 괴리 현상, 즉 디커플링(decoupling)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 신제도이론의 주장이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도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정당성이 높아지고 있는 새로운 기업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기업은 주주이익 극대화만 추구하면 되며 나머지는 모두 좌파적 사고라는 식의 반응은 사회와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자급자족형 고립된 개체가 아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기업의 본질을 고려하면 논리가 약하다. 예를 들면, 주주이익 극대화가 기업의 핵심 역할이라는 관점도 실은 전 세계 모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유되는 게 아니라 영미식 모델이며 우리나라에는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즉 어떤 활동이 기업의 바람직한 역할로서 정당성을 갖는가는 시대마다, 사회마다 다르다. 기업을 비롯한 모든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런 변화하는 정당성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의 역할 중 하나로 사회구성원들 사이에서 정당성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이런 사회적 추세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느냐의 여부는 당장의 단기 재무성과는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해관계자들이 갖고 있는 그 기업의 정당성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쳐 자원 획득과 생존에 중요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가치창조를 통한 핵심 영역의 정당성 확보가 우선

여기에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사회공헌 활동의 정당성이 높아진다고 해서 사회공헌 그 자체가 기업조직 본연의 핵심 역할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정당성을 확보해 존경받는 기업이 되려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하나 잡스와 애플을 보면 사실이 아니다. 물론 기업이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것은 상생과 공존, 생태계적 발전을 강조하는 21세기적 시대정신에 비춰볼 때 바람직하나 그것이 존경받는 기업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 또한 기업의 본분이 사회공헌이라는 인식도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유시장 경제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핵심 소명은 무엇일까? 흔히 이윤추구라고 알고 있으나 사회적 소명의 관점에서는 경제적 가치의 생산이 정확한 표현이다. 즉 경제적 가치의 생산이 기업의 핵심 역할(technical core) 영역이라면 사회공헌 활동 등 나머지는 여전히 중요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모두 부차적(periphery) 역할의 영역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이어는 조직이 정당성을 확보하는 방법에는 핵심 역할에서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과 부차적 역할에서 정당성을 획득하는것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제적 가치생산과 같은 핵심적 역할의 정당성 여부는 외부에서 관찰하거나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은 상대적으로 관찰이 용이한 사회공헌 활동 등과 같은 부차적 역할을 통해 각 기업의 정당성을 평가한다. 마이어는 만일 핵심 역할에서 정당성이 명확하게 평가될 수 있으면 부차적 영역에서의 정당성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아지게 된다고 주장한다.

애플이나 잡스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도 여전히 폭넓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기업조직의 핵심 역할 영역인 경제적 가치생산 과정에서 21세기 창조사회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21세기 초 현재 전 세계 기업들에 요구되는 가장 강력한 정당성의 화두는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 발전이다. 이런 정당성은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부차적 영역을 통해 달성될 수도 있지만 기업의 핵심적 활동 영역인 경제적 가치생산 과정 그 자체에서도 획득할 수 있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생산하는 방법에는 다른 경제행위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경제적 가치를 자신의 소유로 이동시키는 가치이동(value capturing)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가치창조(value creation)가 있다. 20세기 초까지의 초기 자본주의는 거대 독점기업들이 중소 납품업체나 근로자들이 가져가야 할 정당한 경제적 가치까지 독식해버리는 가치이동형 경영에 주력하다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를 파괴해 자유시장경제의 생존까지 위협했다. 즉 가치이동을 통한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자신은 부유해지나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 발전이라는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는 없다.

반면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통한 이윤추구는 자신의 성장과 더불어 다른 경제행위자들이 같이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와 생태계를 동시에 제공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애플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창출한 새로운 생태계를 보면 이들의 가치창조형 혁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플랫폼에 기반해 많은 기업들이 탄생하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잡스와 애플은 아무런 사회공헌적 기부를 하지 않았더라도 기업 본연의 핵심 역할 영역에서 가치창조형 경영을 통해 상생과 공존의 생태계를 창조하고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놓았기 때문에 충분한 정당성을 확보한 것이다.

최근의 높은 성과와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상당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민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다. 즉 가치창조를 통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주변 이해관계자들과의 동반 발전의 파트너십 생태계를 발전시키기보다는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몫까지도 최대한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20세기형 가치이동 경영에 여전히 집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들에게 진정한 존경과 사랑을 받는 기업이 되려면 기업조직의 핵심 활동 영역인 경영 프로세스 그 자체를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정당성이 있는 방향으로 전환시키는 게 중요하다. 21세기 창조경제에서는 가치창조형 경영이 기업경쟁력과 성과는 물론 대중의 존경과 사랑, 정당성을 동시에 획득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우리 기업들이 하루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 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 이론 분야의 세계 최고 학술지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등 저명한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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