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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A Business Forum 2011

사회적 책임을 차별화 원천으로 활용하라

문휘창 | 92호 (2011년 11월 Issue 1)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0 913일자 뉴욕타임스에경영자의 유일한 책임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후 큰 비판을 받았다. 사회적 책임에 대한 높은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는 기업이 아무 조건 없이 퍼주는 착한 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프리드먼의 말을 잘못 이해하고 비판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어디에서도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기업이 사회적 자본을 사용할 때 자본주의 원칙 또는 자유경쟁의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원을 사용하라고 주장한 것이다.

기업을 사회에 빚진 존재라기보다 가치창출을 하는 존재라고 볼 때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한 문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풀 수 있다. 기업이 자원을 무조건 나눠주기만 하면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뿐 아니라 효과성도 그만큼 떨어져 사회적으로는 자원낭비, 기업적으로는 의미 없는 지출을 하고 만다. 그래서 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거나 외부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 기업은 사회적 활동에 대한 비용부터 먼저 감소시키는 것이다. 또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지출로 인식하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대부분 일회성 또는 단기적으로 끝나게 되고 이로 인해 수혜자의 실질적인 혜택도 높지 않으며 얼마나 도움을 받았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사례가 흔하다.


사회적 활동에 대한 사후 관리 또는 평가시스템이 없을 경우 이에 대한 혜택은커녕 오히려 사회적 피해로 남을 수도 있다. 실제로 어느 기업은 아프리카인들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우물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마을 한가운데 만들어진 이 우물은 사후관리가 되지 않아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흉측한 애물단지로 변했다.

이는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어쩌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많은 경우 이러하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더욱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필자는 DBR 53호에서 기업과 사회의 이익은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 아니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기업들은 현재 제로섬 게임의 원칙하에 다소 소극적인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러한 관점을 수정하면 기업과 사회가 동시에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부문과 기업의 경쟁 우위 분야의 접점을 찾아 사회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만약 기업이 사회적 활동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면 더욱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고 사회 또한 이를 통한 이익을 최대한으로 누릴 것이다.

이전 글에서는 사회적 활동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다뤘다면 이번 글에서는 좀 더 냉철한 분석으로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해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기 위해기업의 사회적 활동 4단계로 구분해 분석한 후 더욱 심도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기업의 사회적 활동 목적에 따른 4단계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사회는 기업에 무조건 퍼주기식의 선한 활동을 기대하게 됐다. 기업 또한 이런 사회적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보다 다양한 형태로, 보다 많은 사회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이 활동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회사 홈페이지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사진과 기록을 남긴다. 그러나 이것이 누구를 위한 사회적 활동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작 수혜자는 별로 도움을 크게 받지 못했다면 기업은 이것이 자사만을 위한 사회적 활동은 아니었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경영자의 경영 철학 또는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행위가 아니었는지, 혹은 회사의 마케팅 효과 또는 이미지 제고를 위한 위선적 행동이 아니었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활동의 효과 또는 수혜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필자가 기업의 사회적 활동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조사해 보니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었다. 첫째, 사회적 압박에 마지못해 하는 생존을 위한 사회적 활동, 둘째, 자기 만족을 위한 사회적 활동, 셋째,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 마지막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회적 활동이다. 이런 사회적 활동은 단계가 높아질수록 더욱 정교한 전략이 요구되며 기업과 사회 모두에 혜택이 늘어난다. 특히 앞의 두 단계는 기업이 손해를 보더라도 사회적 활동을 펼친다는 가정하에기업의 사회적 책임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으로 보았고 다음 두 단계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통해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모두 창출한다는 개념으로기업의 사회적 기회(CSO·Corporate Social Opportunity)’로 명명했다. 한 단계씩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1
단계 마지못해 하는 생존적 사회 활동

스타벅스는 2005년부터 꾸준히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인증커피 구매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스타벅스가 기업을 설립할 당시부터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2000 4, 미국의 시민운동가들은 스타벅스의 불공정거래로 개발도상국 농부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려 했다. 이에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인증커피를 구매하기로 약속하며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영했고 회사의 명성을 보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벅스의 결정은 오늘날 스타벅스 CSR의 가장 큰 특징인 공정무역거래의 첫걸음이 됐다.

이처럼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사회적 압력으로 사회적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것은 1단계생존을 위한 CSR(CSR for Survival)’이다. 기업은 사회적 압력에 의해, 또는 이러한 사회적 반발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비자발적으로 CSR을 이행한다. 기업은 큰 손실을 본다 해도 CSR을 이행해야 한다고 느끼기 때문에 기업에 있어 CSR은 어쩔 수 없는 지출로 인지되며 큰 손해를 예상한다. 이런 경우 기업은 단순한 기부 등을 행함으로써 네 단계 중에서 가장 단순한 전략이 요구된다.


2
단계 자기 만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기업

자기 만족을 위한 CSR(CSR for Self-satisfaction)’은 기업철학에 따라 지역사회를 위한 사회적 활동을 하거나 CEO의 주장에 따라 장학재단이 세워지는 경우처럼 CEO나 기업의 도덕적인 철학을 따르는도덕적 만족형이다. 또 봉사활동을 통해 얻는 자기만족을 위해 CSR을 펼치는자아 도취형도 여기에 포함된다. 개인적으로 보면 봉사활동을 통해 그 사회의 필요를 진실로 고민하기보다는 봉사활동에서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공간에 올리며 스스로 뿌듯해하는 경우다.

기업은 CSR을 통해 자기만족을 얻기 때문에 재정적 손실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활동을 지속한다. 기업이 예상하는 손해는생존을 위한 CSR’보다는 적지만 두 단계 모두 손해를 예상하고 있음은 동일하다. 2단계의 경우 사회적 압박에 따르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전 단계에 비해 조금 더 많은 고민과 전략을 거쳐 CSR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네 단계 중 요구되는 전략은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한다.


3
단계 이미지 제고를 위한 사회적 기회 창출

기업은전략적으로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마케팅 또는 이미지 관리 도구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지를 위한 CSO(CSO for image)’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을 대중에 노출해착한이미지로 기업 브랜드의 가치 제고를 추구하는 전략이다. 이때 기업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한 자기이익(Self-interest)을 꾀하며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자발적으로 이뤄진다. 기업과 사회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므로 기업은 전략적으로 사회적 활동을 계획하고 진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때 기업이 간과하는 것이 있다. 시장에는착한 것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보다합리적인 소비자가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이다. 마음으로는 착한 기업을 선호할지 몰라도 시장에 가서 정작 구매할 때에는 가격이나 품질 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따라서 이러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활동이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지 못한다면 아무리 착하더라도 이윤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4
단계 책임이 아닌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회로 나아가야

가장 발전된 CSO의 유형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CSO(CSO for Competitiveness)’. 경쟁력은 기업의 경제활동 및 수익창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기업은 가장 정교한 전략을 바탕으로 사회적 활동을 실시하게 되며 이를 기업의 전략으로 융화시키면서 기업의 본업 또는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경쟁력을 위한 CSO’는 두 가지 효과를 가지고 오는데 첫 번째는 사회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사슬에 반영하는생산의 효율성이다. 이 경우 <그림2>의 좌측에서 볼 수 있듯 원가절감으로 인해 생산효율성이 제고되며 기업의생산성 프론티어(productivity frontier)’는 확장되고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된다. 월마트의 포장감축 정책, 코카콜라의 에너지 효율적 자판기 설치, 식품회사의 영농기술 교육 및 인프라 설치 등은 사회적 활동을 실시해 사회에 효과적으로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기업도 혜택을 누린 대표적인 예다.

두 번째는 csr을 활용해 제품을 차별화하고 이로써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차별화 전략이다. 1980년 당시 미국의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는 굉장히 엄했는데 도요타는 이를 장애물이 아닌 기회로 보고 전기로 가는 자동차를 연구해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출시했으며친환경 자동차의 선구자라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 경우 <그림 2>의 우측에서 볼 수 있듯 도요타는원가절감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Y축인차별화를 전략으로 삼아 기업의 생산성 프론티어를 확장해 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프리우스가 에너지 절약 또는 연비최소화 측면에서 사회적 및 환경적으로 도움을 주는 동시에 기존 가솔린 자동차 경쟁구도와는 전혀 다른 기술 및 경쟁의 장을 열어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했다는 점이다. 이는 사회적 활동을 기업의 전략으로 접목시킴으로써 기업에 장기적인 이익을 가져다줄 뿐 아니라 도요타의 다른 제품에도 적용함으로써 기업의 활동과 사회적 활동의 접점을 최대화시킨친환경적인 기업으로 변모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4단계는 지원을 받는 사회와 지원을 하는 기업이 더 큰 가치를 함께 만들어공유가치 창출 (CSV·Creating Shared Value)’ 단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CSV는 이미 만들어진 이윤을 나누는 이익공유가 아니라 기업과 사회가 더 큰 이익을 함께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CSV친기업적인 원칙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효율적으로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것이고 이렇게 혜택을 받는 사회는 다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의 철학을 구별해야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그러나 기업에 무조건적으로 베푸는 사회적 활동을 바라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다. 기업의 경영자가 임의대로 기업의 자원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의 자원은 주주의 것이지 경영자 개인의 경영철학 또는 만족을 위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다. 올바른 경영자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의무가 있다. 이와 관련해 네슬레의 피터 브라베크레트마테 (Peter Brabeck-Letmathe) 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CEO는 공공의 가치와 돈의 주인인 주주들의 가치를 동시에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자선은 돈이 많은 사람이 자기 돈으로 남에게 베푸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등 부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지 기업 CEO가 하는 일이 아니다.”

빌 게이츠는 본인의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게이츠-멜린다 재단(Gates and Melinda Foundation)을 세웠는데 이는 기업의 본질이 퇴색되지 않도록 기업과 개인의 관점을 구분한 대표적 사례다. 착한 일은 주주의 자원을 사용해야지 경영자가 자신의 생색내기용으로 기업의 자원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기업은 착하다는 미명 아래 자원을 낭비해서는 안 된다. 착한 것은 좋은데 더욱 착하기 위해서 기업의 전략은 스마트해야 한다. ‘스마트 기업이 돼야 기업이 더욱 성장하면서 사회에 더 많은 도움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틀에 박힌 사고, ‘그 나물에 그 밥식의 사회적 활동에서 벗어나는 전략

오늘날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그 패턴이 매우 단조롭다. 집 짓기, 환경보호, 교육, 건강 캠페인, 기부 등 몇 가지 공통적인 활동으로 집약될 수 있다. 이는 얼마든지 다른 기업에 의해 대체 가능한 일반적인 사회적 활동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작용도 발생한다. ,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몇몇 수혜자 그룹에만 집중돼 수혜자 관점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여러모로 겹치게 되며 사회적으로 소외되는 비수혜자들이 생겨나게 된다. 큰 그림으로 보면 기업의 사회적 활동이 불균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기업들은시즌성사회적 활동을 하는 사례가 많다. 겨울만 되면 기업들이 유독 착해진다. 사랑의 김장김치, 사랑의 연탄 나눔, 사랑의 집수리 등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신문과 TV에 등장하는 기업들의 봉사활동 레퍼토리다. 이와 같은 기업들의 나눔으로 겨울철에 훈훈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곧 단편적인 사회적 활동의 한계를 드러낸다.

이러한 틀에 박힌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활동은 기업에는 기회이며 투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기업의 경제적인 활동과 사회적인 활동을 통합해 경쟁력을 위한 CSO, CSV활동을 펼쳐야 한다. 기업의 실질적인 경제 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기업 고유의 경쟁우위에 따라 활동을 펼쳐야 일률적이고 진부한 사회적 활동으로 인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으며 기업과 사회는 이를 통해 보다 장기적이고 효율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기업의 각기 다른 고유의 경쟁력에 따라 사회 다방면으로 분산돼 돌아가기 때문에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수혜자 간의 중복도 최소화되면서 혜택도 골고루 사회에 돌아가게 된다. (그림 3) 

문휘창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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