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ng a Blue Ocean through Service Network Building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장악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시장을 선점한 선두주자가 버티고 있는 지역에 후발주자가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은 더욱 어렵다. 혁신적인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여도 선두주자의 막강한 경쟁력에 밀려 무너지기 십상이다. 기존 회사가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익숙한 고객들의 마음을 돌리기도 만만치 않다. 고객들은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주는 편익이 기존 회사의 것보다 월등하지 않다면 과거 행동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는다.
2009년 3월 문을 연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재래시장과 백화점/할인점 형태의 기업형 유통망으로 양분된 부산시장에서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및 문화 등의 서비스가 융합된 복합쇼핑몰 모델로 시장진입에 성공했다. 복합쇼핑몰 개념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된 개념이다. 하지만 부산시장에서는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신세계는 타깃 시장의 환경 변화와 고객 유형을 철저히 분석하고 시장을 재정의했다. 그리고 이들 잠재고객이 느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해 부산지역에 복합쇼핑몰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부산 상권의 후발주자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어떻게 확보할 수 있었는지 심층 분석했다.
1. 후발주자 신세계의 도전
①부산시장 진출 2004년 9월 국내 유통업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 도심위락단지(UEC) 부지 2만2900평(7만5742㎡)에 대한 경쟁 입찰 마감을 앞두고 유통기업들의 물밑계산이 치열했다. 매출 규모로 국내 백화점업계 1위인 롯데백화점의 아성인 부산에, 그것도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이 바로 옆에 들어서기로 한 지역에서 다른 유통업체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았다. 롯데는 1995년 12월 부산 진구 서면에 부산본점을 내며 부산지역에 진출했고, 2001년 동래점, 2007년 센텀시티점을 잇따라 열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문을 연 이후인 2009년 12월에는 광복점을 추가로 개점했다.
시장의 우려처럼 입찰마감일까지 입찰자가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마감시각 직전에 상황이 급반전됐다. 유찰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신세계가 단독 입찰해 1330억 원에 부지를 따낸 것이다. 홍순상 신세계 부장은 “경영진은 국내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신세계가 진출하지 못했다는 약점을 만회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백화점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린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이렇게 빛을 보게 됐다.
②글로벌 금융위기의 악재 신세계는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UEC 부지 중 1만2315평의 A부지를 우선 개발하기로 했다. 이곳에 매장면적 8만3042㎡의 대형 백화점과 스파랜드, 서점, 아이스링크, 실내 골프연습장, 영화관, 회원제 클럽 등이 들어선 대형 복합쇼핑몰인 센텀시티(연면적 29만3907㎡, 매장면적 12만6447㎡) 개발에 착수했다. 신세계의 이런 복안에 시장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투자규모가 만만치 않게 큰 데다 국내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의 아성을 쉽사리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롯데도 인근 지역에 광복점 개점에 착수하는 등 시장의 경쟁 구도도 치열해지고 있었다. 게다가 개점을 앞두고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터졌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국내 경기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센텀시티 투자 부담과 사업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신세계의 목표주가를 내려 잡기 시작했다. 대대적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이 큰 데다 복합쇼핑몰의 부대 위락시설이 고객을 끌어 모으는 데 효과는 있지만 수익 자체로 연결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와 부산지역의 경제 상황을 볼 때 이 같은 복합쇼핑몰 서비스의 성공은 쉽지 않아 보였다.
③복합쇼핑몰, 새로운 고객 가치 실현의 장 시장의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점 이후 반응은 예상보다 뜨거웠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도 고객들의 잠재된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개점 첫날인 2009년 3월 3일 방문객 19만여 명이 몰렸다. 백화점 측이 집계한 첫날 매출만 81억 원으로 당시 국내 백화점 개점 매출 중 가장 컸다. 2009년 3월부터 개점 1년간 매출은 5460억 원, 누적 방문객 수는 1600만 명에 이른다. 이 점포는 개점 1년 만에 매출액 기준 전국 10대 백화점 안에 들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조태현 신세계 센텀시티점장은 “2010년 매출액이 6500억 원으로 늘었고, 2011년에는 약 80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해 매출 규모 전국 6, 7위권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전망했다.
센텀시티점 등 백화점 사업에 대한 대형 투자가 성과를 내면서 신세계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0년 신세계 매출액은 3조4528억 원, 영업이익은 202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9.8%, 25.2% 성장했다. 신세계 측은 센텀시티점의 약진과 영등포점의 안정화, 기존 강남 인천 광주점의 안정적인 성장을 원인으로 꼽았다.
2. 서비스시스템 혁신
혁신은 해당 산업의 변화를 감지하고 이 기회를 활용하는 능력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서는 시장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분석 역량이 필수적이다. 특히 서비스 시스템 혁신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솔루션을 제시할 때 성공할 수 있다. 신세계는 부산시장에서 비고객, 미충족 고객, 과충족 고객의 3가지 고객 유형의 변화 신호를 감지했고, 시장기회를 포착했다. 이어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잠재고객의 필요를 해결하는 새로운 서비스 솔루션을 제시했다.
①시장기회의 포착: 변화의 기류를 읽다 크리스텐슨(Clayton M. 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변화의 신호(Signals of change)를 감지하기 위해서는 3가지 고객 유형(비고객, 미충족 고객, 과충족 고객)을 분석하고 비시장 환경(non market context)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관계자들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신세계가 센텀시티점의 서비스 개념을 구상할 당시 부산의 백화점 시장에는 3가지 잠재적 고객그룹이 존재했다. 이 개념을 토대로 고객의 역할(Customer roles)을 △이용자(User) △구매자(Buyer) △지불자(Payer)의 3가지 유형으로 세분화해 그들 고객이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찾아내는 것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였다.
첫째, 비고객(Non-consumers) 관점에서 보면 고급 쇼핑, 레저, 문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향유하지 못하는 이용자(User) 측면의 고객이 존재했다. 특히 10, 20대 젊은층 고객의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수요와 중장년층 고객의 고급문화 욕구가 컸다. 이 때문에 동남권 소비자들은 쇼핑, 레저, 문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즐기기 위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나 해외로 나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구매자(Buy) 관점에서도 고객의 불편이 존재했다. 수도권이나 해외에서 부산으로 여행을 오는 고객들이 부산 도심에서 쇼핑이 결합된 복합 문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탐색하고 선택해 쉽게 구매할 수 없었다. 이 점은 부산을 여행의 최종 목적지로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지불자(Payer) 관점에서 본다면 쇼핑과 영화,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고 다양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회원제 서비스 등 지불수단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서비스가 부족했다. 이 같은 비고객의 수요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와해성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 일어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둘째, 미충족 고객(Undershot customers) 관점에서 보면 일정 수준의 소득을 가진 잠재적인 백화점 VIP 소비 계층이 적지 않게 존재했다. 부산은 국내 제2의 도시며, 인근에는 소득수준이 높은 울산, 창원, 거제 등의 도시가 인접해 있다.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은 서울 중심의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광역경제권이다. 하지만 신세계가 부산 상권에 진입할 당시 부산에선 국내 대형 백화점 간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다. 백화점 매출 비중도 서울보다 크게 낮았다. 안용준 신세계 센텀시티점 팀장은 “부산지역의 소득 수준은 서울의 약 87% 정도지만 백화점은 당시 4곳 밖에 없었다”며 “백화점 점유율도 서울 등 대도시는 45∼53%에 이르지만 부산은 38%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VIP 구매자 관점에서 보면, 동남권의 고소득 계층은 럭셔리 브랜드 등의 쇼핑이나 회원제 스포츠클럽 등의 고급 서비스를 탐색, 평가, 선택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용자 관점에서 보면 이런 다양한 유형의 서비스를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급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따르는 VIP 회원제 서비스 등이 많지 않았다. 이들 기존 백화점 고객을 대상으로 더 높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시장 내에서 점진적이거나 급진적인 혁신을 추진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존재했다.
셋째, 과충족 고객(Overshot customers)이 있었다. 기존 백화점 서비스에서 군더더기를 뺀 기업형 유통망에 대한 수요가 존재했다. 이는 가격을 낮춘 대형마트나 특정 상품군에 특화된 카테고리 킬러형 전문점의 등장을 요구하는 수요가 있었다는 말이다. 부산지역에도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었고, 신세계 센텀시티점 인근에도 할인점인 홈플러스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부산의 백화점 시장이 서울보다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충족 고객그룹의 시장 기회는 비고객보다 그다지 크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잠재적 고객 그룹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비시장적 환경(Nonmarket context)도 형성됐다. 첫째, 부산시가 도심재개발에 적극 나서 도심에 대형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수 있는 부지가 제공됐다. 부산시는 수영공항 부지를 대규모 도심위락단지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인근 해운대구 우동 등에는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둘째, 정부의 광역경제권 육성 정책이 가시화하면서 광역교통망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구체화됐다. KTX 2차 개통, 부산-울산 고속도로 개통, 거가대교 개통 등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교통망이 확충되고, 상권 광역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부산-울산 간 고속도로 개통으로 부산의 3배에 가까운 소득 수준을 가진 울산이 40분 거리로 단축됐고, 2010년 거가대교 개통으로 거제시의 잠재적 소비수요도 부산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대형 크루즈선의 부산 기항 등으로 해외관광객 유치가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광역교통망의 발달이 지역 소비수요가 수도권 등으로 유출되는 ‘빨대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과 비교해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수도권, 해외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②공간적 재조정(Spatial reconfigu-ration)을 통한 성장기회 발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생산자(Producer)와 소비자(Consumer), 제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의 경계가 희미해지거나 없어지고, 이들이 서로 융합되는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서비스 지배 논리(Service dominant logic)의 혁신에서는 기업만이 제품을 통해 가치를 창출한다거나 고객은 이를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존재로 보지 않는다. 기업은 단지 가치를 제안할 뿐이며 소비자가 이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가치가 창출된다고 인식한다. 고객은 특정 산출물을 추구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한다. 모한비르 소흐니(Mohanbir Sawhney)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를 고객활동사슬(Customer-activity chains)이라고 정의했다. 이 고객활동사슬은 업종이나 제품의 경계를 뛰어넘어 진행된다. 예를 들어, 주택구입과 관련한 고객활동사슬은 집의 탐색, 평가, 선택, 구매, 이용, 사후평가의 흐름으로 이어지며, 이 과정에서 계약자, 부동산업자, 대출은행, 전화회사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자들이 관여한다.
소흐니는 이 고객활동주기가 서비스 주도의 성장기회를 탐색하는 기본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고객활동주기를 확장하거나 재조정하는 식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장이 어디에서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인 ‘성장의 초점(focus of growth)’과 어떻게 성장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질문인 ‘성장의 유형(type of growth)’을 기준으로 서비스 주도의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흐니의 이 프레임워크는 △시간적 확장(Temporal expansion) △공간적 확장(Spatial expansion) △시간적 재조정(Temporal reconfiguration) △공간적 재조정(Spatial reconfigu-ration)의 4가지 서비스기회 매트릭스(Service-opportunity matrix)로 요약할 수 있다. 서비스 주도의 성장을 원하는 기업은 고객 활동과 산출물을 기준으로 시장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리고 주요 활동사슬이나 인접 사슬에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성장의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 백화점의 고객가치사슬을 스파, 극장, 서점, 아이스링크 등 인접한 다른 고객가치사슬과 통합해 이들 활동 구조와 통제에 변화를 줬다는 점에서 ‘공간적 재조정’ 모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쇼핑, 레저, 문화, 엔터테인먼트를 한곳에서 제공하는 ‘체류형 복합쇼핑몰’ 개념으로 기존 서비스가 충족시키지 못했던 비고객의 문제를 해결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백화점을 중심으로 문화, 엔터테인먼트, 레저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서비스네트워크(Service network)를 구축했다. 영화관, 스파, 서점 등을 유치하고 호텔, 여행사 등 외부의 파트너를 끌어들여 고객들에게 통합된 서비스 인터페이스를 제공했다.
예를 들어, 센텀시티점 내에 극장인 CGV, 서점으로는 교보문고를 각각 유치했다. 또 스파랜드, 골프레인지, 멤버십스포츠클럽 등은 신세계 계열사인 조선호텔이 운영을 맡고 있다. 푸드코트에는 다양한 음식점들이 입점해 있다. 쇼핑공간도 예외가 아니다. 나이키, 애플 등 글로벌 브랜드들이 직접 운영하는 메가숍이 입점해 있다. 나이키 매장은 뉴욕의 나이키타운을 옮긴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대규모인 660㎡(약 200평)에 이른다. 이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디자인을 선택한 대로 ‘나만의 티셔츠’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애플 매장도 230㎡(70평)에 이른다. 애플 메가숍에서는 아이팟, 맥북, 아이맥,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갭(430㎡), 폴로(200㎡), 노스페이스 등의 메가숍을 유치했다. 문화센터 옆에는 어린이영어 유치원을 운영하는 사설학원까지 입점해 있다. 신세계는 이런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서비스 제공주체와 고객을 이어주는 노달 컴퍼니(Nodal company) 역할을 수행한다. 이 같은 협력네트워크는 센텀시티 밖의 파트너와도 연계된다. 여행사, 조선호텔과 연계한 여행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일본 JCB 카드와 중국 은련카드와의 제휴를 통해 일정금액 이상 구매하면 사은품을 주는 공동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이를 통해 목표 상권을 부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고객부터 수도권과 해외 고객으로 넓히는 전국구 상권으로 확장하고, 잠재적 고객그룹의 니즈를 충족하는 솔루션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부산의 백화점 매출은 센텀시티가 문을 열기 전인 2008년 1조4000억 원에서 2009년 1조8000억 원으로 30% 가까이 증가했다. 2010년에는 2조6000억 원으로 성장했다. 신세계에 이어 선발주자인 롯데가 경쟁적으로 백화점 사업에 투자하면서 2년 만에 백화점 매출 규모가 2배 가까이로 성장한 것이다. 부산 지하철 센텀시티역 유동인구도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문을 열기 전인 2009년 1월 일평균 1만4100명이었으나 2011년 1월 현재 122% 상승한 3만1328명으로 증가했다.
다른 지역의 비고객을 끌어들이는 ‘역 빨대효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경우 2010년 대구경북, 울산, 거제, 김해, 양산 지역 고객 매출이 2009년보다 평균 60% 이상 증가했다. 주말의 경우 부산 이외의 서울 등 전국에서 몰려든 쇼핑객과 관광객으로 다른 지역 고객 비중이 50%에 이른다. 게다가 부산의 해양 관광 인프라를 고려하면 중국 일본 러시아 관광객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20010년 부산의 해외관광객 수는 222만 명으로 2009년의 202만 명보다 10% 정도 늘었다. 신세계는 2010년 부산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약 30%(65만 명)가 센텀시티점을 찾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③외부 관점을 통한 혁신: 고객의 역할 변화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체류형 복합쇼핑몰 서비스 개념을 통해 고객의 역할 변화를 이끌어냈다. 첫째, 구매자 관점에서는 모바일, 인터넷을 통한 탐색 및 결제 서비스를 제공해 사전단계의 이용 패턴을 바꿨다. 신세계는 인터넷 사이트, IPTV, 모바일 웹,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트위터 등을 이용해 고객들의 쇼핑 경험을 강화하고 고객 편의를 배려하고 있다. 고객들이 대형 복합쇼핑몰 서비스를 보다 더 쉽게 탐색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센텀시티 101가지 즐기기’ 등의 안내 책자를 배포하고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은 이를 통해 사전단계에서 다양한 쇼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센텀시티 내의 스파랜드와 조선호텔을 한꺼번에 이용할 수 있는 패키지 상품도 나왔다. 과거에는 부산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이 호텔과 레저 시설을 각각 예약했지만, 이 상품을 이용하면 한번에 두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둘째, 이용자 관점에서는 고객들이 백화점 내 쇼핑 공간과 문화 공간(문화 홀 등) 외에 스파랜드, 서점, 영화관, 아이스링크 등의 부대시설에 머물며 오랜 시간 체류하는 ‘몰링(malling)’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쇼핑 중심의 백화점 고객활동사슬에서는 고객이 물건을 골라 지불하고 백화점을 떠나는 식의 일방향적 흐름을 보인다. 쇼핑 외에 푸드코트, 카페 등의 제한적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몰링’을 중시하는 체류형 복합쇼핑몰에서는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고객이 이를 선택한 뒤 다시 대안을 탐색하는 고객가치활동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이 결과 고객의 체류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매장 공간 구성도 이 같은 고객의 ‘몰링’ 활동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했다. 예를 들어, 서비스 대안 평가와 선택 과정에서 짬짬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도 층마다 마련됐다. 센텀시티점에는 스타벅스 매장만 3곳 등 모두 20여 개 브랜드의 카페와 디저트 숍이 층마다 들어서 있다. 백화점은 오후 8시경이면 문을 닫지만 1,2층 스파랜드는 12시까지 영업을 한다. 영화관이 문을 닫는 시각은 새벽 2시다. 고객의 대안 선택폭이 크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구성도 기존 백화점과 다르다. 신세계 수도권 점포에서 29세 이하 젊은층 고객의 비중은 평균 7.2%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9.3%로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젊은 편이다. 이창승 신세계 센텀시티점 마케팅팀장은 “기존 백화점은 주말 매출이 오후 1시경부터 오르기 시작하지만 센텀시티의 경우 오후 4시부터 상승하는 게 특징”이라며 “고객들이 다른 시설을 이용한 뒤 오후 늦게 쇼핑을 하고 귀가하는 패턴을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동남권 고소득층과 국내외 관광객의 고급 쇼핑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럭셔리 브랜드 유치에도 공을 들였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개점과 동시에 전략적으로 루이뷔통 샤넬 에르메스 등 이른바 ‘빅3 명품 브랜드’를 동시에 입점시켰다. 3개 명품 브랜드가 동시에 입점한 것은 국내 백화점 중에서는 처음이었다. 이곳에 입점한 브랜드는 모두 700여 개. 이 가운데 구찌, 프라다, 까르티에, 티파니 등 60개 명품 브랜드가 이곳에 들어섰다. 안용준 팀장은 “레저 문화 엔터테인먼트 시설은 고객 유인 효과가 크지만 수익성에는 명품 브랜드의 기여도가 크다”며 “VIP 고객이 지난해 1400명에서 최근에는 갑절 이상인 2600명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셋째, 지불자 관점에서는 백화점 카드회원의 경우 센텀시티점 내의 스파랜드 등의 시설을 이용할 때 실적에 따라 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받는다. 공동 프로모션을 통해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센텀시티점 내의 스파랜드 이용 티켓을 가져오면 CGV 영화 관람료를 20% 할인해주거나 CGV영화 티켓을 가져오면 스파랜드 이용권을 20% 깎아주는 식이다. 모바일 웹을 통해 이동 중이나 쇼핑 중에도 백화점 웹 사이트 검색이 가능하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쇼핑 정보 외에도 모바일 쿠폰 등을 내려받아 사용할 수 있다. 쇼핑객끼리 대화도 가능하다. 모바일 상품권 등의 새로운 지불수단도 도입했다.
3. 시사점
신세계가 부산 백화점시장의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딛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객 분석과 비시장 요인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변화의 신호를 감지하고, 이를 토대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공간적 재조정’을 통해 제공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결과 유통업태의 한 형태인 복합쇼핑몰 서비스를 부산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또 이 같은 변화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①솔루션 중심 사고(Solution centric mind set) 도입 신세계 복합쇼핑몰 개념을 솔루션으로 제시하고, 쇼핑 중심의 백화점 모델을 혁신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외부 협력파트너와 협업을 하는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성했다. 소흐니 교수는 이 같은 솔루션 중심 사고의 장점으로 첫째, 기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해 기존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둘째, 고객에게 더 밀착된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충성도를 높이고 경쟁기업으로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을 높여 고객을 고착(lock-in)시키는 효과가 있다. 셋째, 핵심 서비스나 상품의 범용화(commoditization)를 극복할 수 있다. 넷째, 솔루션 집약적 서비스의 지식과 기술이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②역량 리스크(capability risk) 최소화 신세계 센텀시티점이 ‘체류형 복합쇼핑몰 서비스’ 솔루션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활용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솔루션 집약적 서비스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역량과 구조의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첫째, 조직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쉽지 않다. 둘째, 이 같은 솔루션 집약적 서비스를 판촉하고 판매하는 일이 까다롭다. 셋째, 가치네트워크 상의 여러 이해관계자와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역량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별도의 조직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가치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극장, 스파, 서점, 아이스링크 등의 파트너들과의 원활한 협업과 역량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개점 초기부터 이를 조율하는 내부 조직인 레저운영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매일 오전 파트너들이 운영하는 시설을 방문하는 ‘회진 미팅’을 한다. 병원의 의사들이 매일 환자들을 돌아보는 ‘회진’ 개념을 응용한 것이다. 또 매달 한 번씩 정례 회의를 열어 마케팅 전략을 공유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불평과 불만에도 공동으로 대응한다. 파트너들이 원할 경우 신세계 백화점의 서비스 교육도 제공한다. 김동호 신세계 레저운영팀 대리는 “각 테넌트를 운영하는 회사들끼리 서로의 전략을 공유하고 신뢰를 쌓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며 “전략과 사업 방향이 다른 파트너들 간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는다면 협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결과 공동 프로모션도 늘고 있다. 백화점 완구 매장과 교보문고 어린이 책의 공동 프로모션과 같이 타깃 고객이 비슷한 서비스끼리 공동으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③시장 리스크(Market risk)에 대응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해도 고객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판매 조직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서비스 실험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것도 서비스 기본기를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우수 인재 육성을 위해 자체 교육기관인 신세계 인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월 평균 900여 명의 직원이 이곳을 거쳐 간다. 신입사원 외에도 3개월 이상 근무한 장기사원은 월 2회 최신 서비스 트렌드와 고객 유형별 맞춤 서비스를 실시한다. 매주 수요일에는 서비스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 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클리닉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고객과의 접점에서 직원들에 의해 전달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서비스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경험과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의 서비스표준을 이해하고 업무 만족도가 높은 잘 훈련된 직원들이 서비스기업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신세계도 최근 내부고객인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2011년 3월 여성 근무자를 위한 사내 보육시설 어린이집을 열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고급 커피전문점인 ‘커피지인’을 직원식당에 유치해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조직 문화 활성화를 위해 인기 직원을 뽑는 ‘슈퍼스타S’, 팀별 워크숍, 미니체육대회 등을 연다. 판매직 직원의 잦은 이직을 막기 위해 3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은 장기사원으로 대하며 명절 선물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방점포라는 약점을 딛고 잘 훈련된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다.
가치네트워크의 협력파트너들이 보유한 브랜드와 명성을 활용해 복합쇼핑몰 서비스 내의 다양한 서비스를 알리는 노력도 필요하다. 신세계는 센텀시티점 외벽에 신세계 브랜드 외에도 CGV, 교보문고, 스파랜드 등 입점 회사들의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있다.
④지역 이해관계자 참여 유도 백화점, 할인점 등의 기업형 유통망이 지역 상권에 진출할 때 현지 상인들의 반발에 부닥치기 십상이다. 부산 백화점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신세계는 지역 이해관계자를 배려하고 지역과 기업의 이해를 일치시키는 가치공유(Shared value)를 위해 고심했다. 첫째, 무엇보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광역화된 전국 상권 개념을 도입해 서울과 동남권 주변도시, 관광객의 수요를 끌어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지역에서 대대적인 채용설명회를 열고 지역 인재를 채용했다. 현재 신세계 센텀시티점에는 50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연간 급여만 130억 원, 센텀시티가 낸 지방세 납부실적은 30억 원에 이른다. 둘째, 지역 주민에게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산지역에 부족한 문화서비스를 백화점이 제공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세계 센텀시티점 9층 문화홀에는 다양한 공연이 수시로 펼쳐진다. 2011년 4월에는 가수 조영남 이은미 박정현 전영록 김정민 알렉스 정훈희 등의 공연이 열렸다. 이 밖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피아노 리사이틀’ 등의 클랙식 공연과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가족뮤지컬 ‘신데렐라와 유리구두’ ‘피노키오’ ‘어린이 캣츠’ 등과 같은 공연도 열렸다. 신세계 갤러리에서는 벨기에의 세계적인 미술작가 피에르 알레친스키의 판화전도 열렸다. 셋째, 지역 정서를 활용했다. 신세계는 삼성 신세계 카드를 앞세워 부산지역 마케팅을 펼쳤다. 삼성자동차 공장이 있는 부산에서 삼성 이미지가 긍정적이라는 점에 착안한 마케팅이다.
⑤재무적 리스크 대비 신세계는 센텀시티점 개발에 6000억 원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에 대한 투자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면 투자비를 회수하기 어려울 수 있었다. 신세계는 단독 입찰을 통해 부지를 저렴하게 매입해 재무적 관점의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복합쇼핑몰을 통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은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다. 신세계은 센텀시티점을 구성하고 있는 가치네트워크의 일부 협력업체들의 임대료를 매출에 비례해서 받는 기본적인 ‘수익공유(gain sharing)’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은 협력업체들이 공동 마케팅을 통해 수익이 증가하면 이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공동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가치네트워크를 활용해 백화점과 입점회사들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yongjkim@sogang.ac.kr
박용 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