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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Cs 국가 커뮤니케이션

확연히 다른 BRICs 문화이해, 돈보다 중요!

이지훈 | 83호 (2011년 6월 Issue 2)
 

#1.특수장비를 취급하는 국내 A사는 브라질에서 협상을 통해 양측 모두 흡족한 결과를 얻었다. 협상 진행이 잘됐고 결과도 좋았기에 브라질 바이어는 자기 집에 한국기업 담당자를 초대했고 여기서 구두로 1만 달러짜리 주문을 받게 됐다. 한국기업은 고위 의사결정권자인 브라질 바이어의 말만 믿고 제품을 미리 만들어 선적준비를 했다. 그런데 바이어는 갑자기 차일피일 선적을 미뤄달라고 얘기했다. 한국기업은 구두계약을 믿고 정식주문서도 받지 않아 클레임도 못한 채 손해만 보고 말았다. 브라질 기업과 거래 시 철저하게 문서를 갖춰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사례다.
 
#2.국내 B사는 러시아 볼쇼이 극장의 공식스폰서 기업이다. 볼쇼이 극장은 전 세계 오페라, 발레 마니아들과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찾는 유명한 곳. 볼쇼이 극장의 메인 스폰서는 아무나 할 수 없다. 한 업종에서 한 기업만 스폰서가 될 수 있다. 즉 전자업계에서는 국내 B사만이 유일한 스폰서다.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와 B사 대신 스폰서를 하려 했지만 볼쇼이 극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스폰서 비용이 어마어마해서 그렇지 않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B사가 제공하는 스폰서비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볼쇼이 극장은 1990년대 초 구소련 붕괴 직후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움을 줬던 B사를 배신할 수 없다는 내부방침을 굳게 지키고 있다. 예측하기 어려운 러시아인들이지만 한 번 그들의 신뢰를 얻으면 거의 끝까지 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3.인도시장에 1994년 진출한 자동차 회사인 C사는 2001년 청산 절차를 밟았다. C사는 시장조사와 수요예측에 실패한 사례다. 이 회사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예약판매를 실시, 11만 명의 신청자를 받아 즐거워했지만 정작 판매가 시작되자 실제 판매는 1만여 명에 그쳤다. 예약판매 제도가 생소한 인도에서 계약이 잘 이행될 것이라고 믿은 게 실수였다.
 
#4.중국시장에 진출해 어느 정도 인정받던 타이어 회사인 D사는 최근 중국에서 쓴맛을 봤다. 중국 언론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품질 문제가 불거져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것. 중국 언론들의 강한 질책이 이어졌고 D사는 결국 제품 리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작업규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생긴 일이었다. 이제 중국 소비자들도 품질 문제에 적극 대처한다는 것과 소비자 불만 문제는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는 점을 잘 보여준 사례다.
 
브릭스(BRICs) 국가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국과 브릭스 국가 간 상호 경제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한국 기업들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문화적 배경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사업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릭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국가별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특징과 협상방법을 익혀야 한다.
 
1. 브라질
브라질은 과거 식민지배로 포르투갈의 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았다. 또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계가 많아 유럽 문화와 유사한 면도 많다. 브라질인은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인종분포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크다. 적도와 가까운 북부지방은 흑인 비율이 높고 남쪽으로 갈수록 유럽계 이민자들이 많다. 한국 기업이 비즈니스로 만나게 되는 바이어는 대부분 유대인 및 중동, 이탈리아, 독일, 일본, 중국계다. 이들은 브라질에 이민 온 지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100년이 넘는 경우가 많으며 브라질이라는 국가에 자연스럽게 용해돼 있다. 이런 이유로 첫 만남에서 외형으로만 이들의 정체성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또한 자신만의 뿌리를 간직하는 브라질인이 많기 때문에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브라질과 브라질인의 다양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대응해야 한다.
 
브라질인은 다른 중남미 국가와 비교당하는 것 자체를 싫어할 정도로 자존심이 세며, 대국의식이 강해 커뮤니케이션 시 상대방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브라질을 무시하거나 은연중에 잘난 척하면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자존심 때문에 브라질을 말할 때 영어식으로 ‘브라질’이라고 발음하기보다 포르투갈어식으로 ‘Brasil(브라지우)’라고 하면 브라질인의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브라질인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호칭(addressing)이다. 브라질에서는 명함에 Doutor(영어의 Doctor), Engenheiro(영어의 Engineer) 등을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인은 박사, 기술자 등에 대한 자부심이 높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다. 바이어들의 성()을 통해 남유럽계인지 동유럽계인지 유대계인지 아랍계인지를 파악할 수도 있다.
 
우리의 관념과 달리 브라질에서는 ‘생각해보겠다’라는 말은 실제로 ‘알았다’라는 의미로 가볍게 사용된다. 또 시간을 달라는 의미로 ‘다 됐다’ 또는 ‘1분이면 된다’는 문장을 많이 사용하는데 이는 실제로 ‘이제 준비 중이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브라질에서는 가능한 부분과 불가능한 부분을 확실하게 말하고 그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브라질 바이어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으로 의견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특히 부정적인 의견은 잘 표현하지 않는 편이다. 따라서 상대방의 말 자체보다 대화의 분위기로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브라질인은 대화할 때 제스처가 강하며 평소 신체접촉을 즐긴다. 대화 때 손과 팔, 눈과 눈썹 등 다양한 신체부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대화하고, 상대방의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습관이 있다. 또한 적극적인 신체 표현에 능해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포옹이나 가벼운 스킨십을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브라질인의 비언어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해야 커뮤니케이션 상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브라질에서 주의해야 할 수신호가 있다. <그림 1>에서 보는 것과 같이 한국에서는 욕을 의미하는 수신호가 브라질에서는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한국에서는 ‘OK’나 ‘돈’을 의미하는 수신호가 브라질에서는 욕으로 사용된다.
 
브라질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좋게 보지 않는다. 식사 때 포크, 나이프 등을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다만, 닭고기와 같은 음식은 손으로 먹어도 무방하다. 식사 중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나이프 등으로 가리키는 것은 결례이니 조심해야 한다.
 
브라질인은 큰 소리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음식점, 호텔 등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조용히 차분하게 말해야 한다. 음식점에서 웨이터를 부를 때 큰 소리로 부르지 않고 한쪽 손을 위로 치켜들며 조용히 부르는 것이 좋다.
 
브라질인은 보통 첫 만남에 선물을 주지 않는다. 또 고가의 선물은 오해를 살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선물 증정 시 검은색, 자주색 등은 단절을 의미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색상 선택에 유의해야 한다.
 
브라질인과 비즈니스 할 때 처음부터 본론에 진입하지 말고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를 조성한 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일반 직원은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윗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담당자의 권한도 강하기 때문에 담당자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게 좋다. 브라질에서도 신뢰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거래를 결정하는 데 상호간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
 
상담을 진행할 때는 일방적인 제품 홍보보다는 상대방이 필요로 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프로모션해야 한다. 월드 베스트(world best)와 같은 세계 최고의 품질이라는 과시적인 제품 홍보는 지양하고 구체적인 데이터에 근거한 제품 홍보가 필요하다. 설사 자사 제품이 바이어가 취급하는 품목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상담에 임하는 게 좋다. 브라질에는 가족기업이 많아 소개를 통해 비즈니스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브라질 바이어는 가격에 민감해 상담을 하다 보면 가격흥정을 걸어오곤 한다. 이때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가능하면 가능한 대로 불가능하면 불가능한 대로 적절하게 임하면 된다. 가격 흥정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흔히들 브라질을 ‘협상의 국가’라고 한다. 즉 브라질에서는 협상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에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실제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우리에게 불리한 점도 많다. 물건을 요청한 기한에 받지 못하면 항의를 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대금 결제 기한을 넘겨 지불하곤 한다. 주문을 하고도 돌연 취소를 하거나 변경하기도 한다. 따라서 비용이 동반되는 업무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고 브라질 거래처로부터 PI(Profoma Invoice·견적송장: 매매계약 전 보내주는 인보이스)와 같은 정식 문서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
 
브라질은 한국과 지구 정반대편에 위치하고 있다. 우리가 브라질을 한번 방문해 상담을 진행하기 어려운 것처럼 그들도 멀리 떨어진 한국과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데 부담감을 많이 느낀다. 따라서 브라질과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여타 어려운 시장 못지않게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브라질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처음에는 아주 의욕적으로 시작하던 한국 기업들도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브라질은 시장이 큰 만큼 다국적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고 자국 내 산업도 잘 발달돼 있는 편이다. 브라질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문화, 관습을 철저히 이해하고 이에 맞는 진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흔히들 브라질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3P(Plan, Patience, Partner)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부분들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으로 브라질 진출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 러시아
흔히 러시아 하면 소련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실제로 아직 나이 지긋한 분들은 러시아를 소련이라 부르기도 한다. 광활한 대륙, 동토(凍土)의 제국, 속을 알 수 없는 음산함...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는 어딘지 모르게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부정적인 시그널을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과 함께 냉전시대의 한 축으로 거대한 연방을 이루었던 ‘러시아( 소련)’에 대한 이미지는 우리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소련(소비에트 연방)을 구성하기 전에도 거대한 제국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러시아였지만 실상 러시아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러시아인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종은 슬라브족인데 이들이 국가라는 정치적 집단을 형성한 이후부터의 역사는 천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리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수많은 질곡을 겪은 국가다. 200년 이상의 몽고 지배, 유럽 국가들과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 사회주의 혁명, 냉전, 페레스트로이카(개혁) 등 어느 한 순간 조용한 날이 없었을 정도로 잦은 정세불안을 겪은 국가가 러시아다.
 
러시아인은 서구문화의 전형적인 특징과 동양인의 정서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의 중간에 있지만, 유럽도 아시아도 아닌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바로 러시아 사람들이다. 유라시아(Eurasia)라는 말처럼 이들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용어도 없다. 러시아인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 ‘유라시아’라는 개념을 염두에 두면 편리하다.
 
세계적인 비즈니스 공용어가 영어라고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영어가 좀처럼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는 미국과 약 반세기를 경쟁하면서 지내온 세계 헤게모니의 한 축이었다. 러시아어는 사회주의권에서 영어와 같은 공용어였다.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는 알면서도 러시아어는 모른다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러시아 속담이 있듯이 러시아인과는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해 관계를 구축하고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비즈니스 협상의 많은 부분이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사업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계약서를 법적으로 검토하는 등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해결하기보다 상호신뢰에 기초한 개인적인 비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먼저 해결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러시아인은 비즈니스에서 인간관계를 무엇보다 중시하기 때문에 면대면 상담을 전제로 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러시아에는 영세한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실무 직원보다 사장의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또 러시아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는 가급적 바이어와의 교신내용을 문건으로 남겨야 한다. 즉 전화통화보다는 e메일이나 공문을 활용하는 게 좋다. 앞서 말했지만, 정확하지 못한 의사소통에서 비롯되는 손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교신내용을 문서로 주고받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한편 러시아 사람의 이름은 상당히 긴 편이다. 정식 이름은 ‘이름-부친명-성’ 순서로 부른다. 홍길동이 있고 홍길동의 아버지 이름이 판서라면, 러시아식으로는 ‘길동 판서 홍’ 이렇게 부르는 셈이다. 처음 대면에서는 상호간 예의상 풀 네임을 부르는 편이다. 간혹 우리나라 사람들이 처음 만나는 러시아 사람의 이름만 부르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큰 실례다.
 
로봇 같이 딱딱해 보이는 러시아 사람들도 사람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 사람들에게 동양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부분은 은근한 정이 있다는 점이다. 절대 원칙만을 고수할 것 같은 공무원들도 간절하게 사정을 설명하면 나름의 융통성을 보여주기도 하고, 초콜릿이나 꽃 같은 작은 선물에 과분한 친절을 보이기도 한다. 러시아 비즈니스맨들은 한 번 관계를 맺은 거래선은 웬만해서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누군가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오랜 시간 쌓아온 신뢰를 흐트러뜨리지 않으려 한다. 아마도 러시아에서 초코파이가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도 ‘정()’ 때문인 것 같다.
 
비즈니스 협상의 시작은 실무자선에서 이뤄지겠지만, 가급적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접촉하고 가능하다면 CEO 간 면담을 해서 세부협상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확정하는 게 좋다. 러시아에서 실무자는 생각보다 권한이 없다. 작은 일에 대한 대답을 받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따라서 가급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과 직접 협상을 하고 CEO 간 교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협상을 진행할 때 상대방은 두 명 정도를 정하는 게 좋다. 한 명이 갑작스러운 일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한 명이 이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우리는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이지만 러시아는 실무자 혼자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옆자리에 있는 사람도 그 담당자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하고 관여할 권한이 없다. 담당자가 휴가 중이거나 몸이라도 아프면 몇 주일씩 업무가 진행이 안 되기도 한다. 처음부터 상대편 담당자를 두 명 이상으로 정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좋다.
 
협상 과정에서 논의됐던 내용과 다른 말을 갑작스럽게 하더라도, 거짓말을 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상대편이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하려면 충분한 증거자료가 필요하다. 주고받은 e메일, 서명이나 도장이 찍힌 명확한 문건 등 누가 봐도 명백한 자료가 없다면, 상대편이 기만하고 있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러시아 사람들은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 러시아 측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 상 착오일 수 있으므로 섣부르게 감정에 치우쳐 상대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은 협상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계약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흔히 실무자들끼리 먼저 연락이 오고간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기업 CEO나 간부가 현지 출장을 갈 수 있는데 이때 상대편 CEO나 임원으로부터 엉뚱한 대답을 듣기도 한다. 이럴 때 화가 머리끝까지 나겠지만 협상 현장에서 격분하는 것은 분위기를 더 냉각시킬 뿐이다. 상대편 CEO나 임원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좀 더 유리한 계약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화를 내기보다 계약조건 세부사항을 현장에서 다시 조율한다는 마음으로 차분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모두 다 확인했다고 안심하는 순간, 다시 한 번 확인해야 한다. 러시아에서 자동차 사이드 미러가 고장 나서 교체를 하는데 카센터에 세 번을 왔다 갔다 한 사람이 있다. 다른 차종 미러 한 번, 왼쪽 사이드미러 교체하는데 오른쪽 것을 가지고 와서 또 한 번, 마지막에 엉뚱한 색깔 준비해서 또 한 번. 처음부터 정비사한테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면 사이드 미러 하나 때문에 세 번이나 갈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큰 비즈니스 협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에서는 보통 점검하는 과정의 세 배 이상은 더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
 
러시아는 한국과 문화적으로 상이한 국가다. 또 법적 제도가 완비되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에서 한국적인 문화와 사고방식으로 일관해 비즈니스를 진행하면 성공은 불가능하다. 러시아의 역사·문화와 러시아인의 성향을 충분히 이해한 뒤 러시아인에 맞춘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3. 인도
인도는 다양한 인종과 종교로 이루어진 국가로 인도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다양성(diversity)이다. 인도에는 흑인을 제외한 모든 인종이 분포하며 힌두교(81%) 외에도 수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인도는 서남아 지역의 가장 큰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미국과 구소련과의 관계에서도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으며, 서남아 지역의 공동 경제협력 방안 등을 추진하면서 서남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인도는 보통 서구권 및 한국에서는 신흥경제개발도상국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으나 인도인들의 마음속에는 이미 중국을 조만간 능가할 경제대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인도인, 인도 정부 관료 등을 만나 보면 자국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과 향후 인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는 확신 등을 느낄 수 있다. 이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냉정한 현실 인식이라기보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를 만들어나가는 장본인들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주인의식의 발로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인도는 아직 카스트가 존재하는 사회로 상류층과 하층민의 생활수준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넓은 범주의 네 가지 카스트 계급보다는 직업의 귀천에 따라 사회적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하층 카스트라도 좋은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버는 사람의 경우 몰락한 상위 카스트 계급의 사람을 하인으로 부릴 수 있다.
 
인도인과 커뮤니케이션 할 때는 인사말부터 유의해야 한다. 전통적인 인도의 인사말은 ‘나마스떼(namaste)’다. 인사방법은 턱 아래에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악수를 청하기 적당하지 않을 때 외국인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인사다. 하지만 상대방이 힌두교도가 아닌 경우는 적절치 않으므로 상대방의 종교를 파악할 수 없을 때는 오히려 영어 인사말이 안전하다.
 
인도인의 이름은 종교에 따라 다르게 표기되므로 기본적인 쓰임을 이해하고 있으면 유용하다. 무슬림은 이름 뒤에 ‘bin(son of)’이 들어가며 아버지의 이름이 그 뒤에 이어진다. 여성은 ‘binte(daughter of)’가 들어간다. 메카 순례를 다녀온 남성은 ‘Haji’, 여성은 ‘Hajjah’를 이름의 맨 앞에 붙인다. 시크교도는 성 뒤에 남성은 ‘Singh’, 여성은 ‘Kaur’가 붙는다.
 
인도인과 영어로 대화할 때 그들이 말하는 “No Problem”을 절대 곧이곧대로 들어서는 안 된다. 이는 “동의, 긍정, 사업 추진 상 문제없음”을 의미하기보다 “당신의 의중을 이해했음”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인도는 서식 문화가 심해 모든 행정처리 및 절차가 서류로 시작해 서류로 끝난다. 인도는 과거 영국의 영향이 영국보다 더 남아 있는 곳이다. 인도 행정관청에는 처리가 안 된 각종 서류가 산더미로 쌓여 있으며 이를 정리하는 사람이 별도로 근무할 정도다.
 
인도인에게 머리를 좌우로 돌리는 행동은 “Yes”를 의미한다. “Yes”의 제스처는 한국과는 정반대이지만 “No”의 경우는 한국과 같다. 양 제스처를 구분하려면 “Yes”’의 경우는 머리를 양쪽으로 아주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고, “No”의 경우는 우리와 같이 머리를 빠르게 양옆으로 흔든다는 점을 알면 된다.
 
인도인과 커뮤니케이션 때 종교, 정치, 빈곤, 열악한 인프라, 카스트 제도 등에 관한 이야기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다만 종교는 그들의 일상생활에 뿌리깊이 박혀있기 때문에 특정 종교의식에 관한 순수한 질문은 환영받을 수 있다. 인도인들은 자국의 경제발전을 매우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에 빈곤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만약 외국인이 먼저 그런 주제를 꺼낸다면 아주 무례한 비판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또한 정치와 관련해 대부분 국민이 인도에서 분리 독립한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으므로 인도인이 듣기에 거슬릴 만한 파키스탄과의 비교는 대화 주제로 적절치 않다.
 
또한 한국인들이 인도하면 떠올리는 카스트 제도 역시 대화 주제로 올리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대화 상대방의 카스트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은 전적으로 삼가야 한다. 반면 인도 역사에 대한 언급, 인도가 한국전쟁을 지원한 20개 국가였던 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언급 등은 Ice-breaker로서 훌륭한 대화 주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인과 달리 인도인들은 다른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것을 실례라고 생각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에는 면전에서 빤히 쳐다보는 통에 시선을 어디다 둬야 할지 고민을 호소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또한 한국에서는 그와 같은 행동이 실례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처음 이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매우 당황스럽고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인도인의 문화를 이해하더라도,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스레 눈길을 마주치거나 오랫동안 쳐다보는 것이 부담된다면 다른 행동을 하며 시선을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처럼 다른 사람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오랫동안 빤히 쳐다보는 습관은 시골은 물론 대도시인 델리에서도 흔히 겪는 일이다.
 
인도인은 시간관념이 정확하지 않고, 약속시간에 약간 늦는 건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바이어와의 상담 등을 위해 사전에 약속시간을 정했다 하더라도 약속시간 지연이나 변경 또는 취소는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므로 전날은 물론 당일이라도 여러 번 확인하는 게 좋다. 근무시간은 대개 오전 9시 반에서 오후 5시까지이며 점심시간은 오후 1∼2시다. 인도 경영층과의 약속은 오전 11시에서 오후 4시 사이에 잡는 게 좋다.
 
수많은 종교적 공휴일에는 비즈니스가 이뤄지지 않는다. 지역별로 공휴일이 다르고 해마다 날짜가 바뀌므로 사전에 미리 확인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식사방법에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인도인들은 인도식으로 식사할 때에는 오른손을 사용한다. 오른손은 식사를 위해 쓰이며 식사 외의 불결한 일들은 왼손을 사용한다. 인도인과 같이 식사하는 경우 한국인은 손으로 음식을 먹지 않고 식기를 이용한다는 점을 미리 언급하는 게 좋다.
 
또한 인도인들은 한국음식을 잘 먹지 못하는데 이는 한국음식이 맵고 짜며 이들이 먹지 않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인도인들 중 상당수는 채식주의자인데 철저한 채식주의자들은 생선은 물론 계란, 감자 등도 먹지 않기 때문에 한국식당에서 대접하고자 할 때는 미리 메뉴를 알려주고 상대방의 식성을 확인한 후 준비하는 게 좋다. 인도의 각종 포장 가공식품 및 과자류, 인도식당에서의 메뉴판에는 채식주의자를 상징하는 녹색 표시(Vegetarian)와 육식주의자(Non-Vegetarian)를 상징하는 붉은색 표시가 반드시 표기돼 있다. 녹색 표시는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배려로 채식주의자가 먹을 수 없는 음식 성분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림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빨간색 표시가 Non-Veg 표시이고 녹색 표시가 Veg 표시다.
 

선물로는 한국적인 토산품이나 공예품 등 한국적인 선물이 좋다. 다만 소고기나 돼지고기 혹은 그 기름이나 뼈 등이 포함된 것은 절대 금기사항이다. 현금을 선물할 때는 인도인들이 상서로운 숫자로 생각하는 1자를 끝자리로 맞춰야 한다. 예를 들어 소규모 의례일 때는 11, 21, 51, 101 루피 등으로 맞추고, 결혼식 때는 501, 1001, 1100, 2100루피 등으로 한다.(그림 3) 결혼식에 경조금을 낼 때는 화려한 봉투를 사용하는데, 5∼10루피에 살 수 있다. 흰색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장례식 부조금 외에는 흰색 봉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인도 바이어는 빈틈없고 협상에 뛰어난 사람들이다. 인도인은 중국인, 유대인, 아랍인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상인으로 유명하며 말이 많고 집요하고 끈질긴 성향을 지니고 있다. 다소 같은 말이 반복되더라도 일찍 포기하기보다 여유를 두고 성실히 상담에 임하는 것이 인도상인과 거래하는 첫걸음이다.
 
상품을 구매할 때 다른 어떤 가치보다 가격을 매우 중요시하는 인도인들은 경쟁사의 제품 및 유사 제품의 가격 정보를 사전에 철저히 조사한 후 이를 토대로 대략적인 가격을 염두에 두고 흥정을 시작한다. 인도인들에게 흥정은 좋은 가격에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수단일 뿐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상품을 구매했다는, 즉 흥정에 성공했다는 행복감과 심리적인 만족감을 주는 도구로서의 기능을 한다.
 
한국 기업은 인도 바이어의 터무니없는 가격 후려치기에 화를 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선 한 번 던져보는 것으로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거나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낼 필요는 전혀 없다. 인도인들은 협상장에서 화를 내는 한국인을 잘 이해하지 못 한다. 그들에게 협상은 생활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논리적으로 협상을 진행해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데 매우 능숙하다. 인도인들이 흔히 구사하는 전략 중 하나가 계약서에 삽입될 사항이 백 가지라면 처음에는 백 가지 전부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은 다음 선심 쓰듯이 하나씩 양보해 나가는 방법이다. 이렇게 양보를 받다보면 마음이 약해진 우리 업체는 나머지 조건들에 대해서는 느슨하게 대응하고, 결국 7:3 정도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인도인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며 비즈니스 미팅에서도 가벼운 잡담으로 회의를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인도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화 주제는 정치, 크리켓, 영화 등이다. 다만 특정지역에 한정된 정치 이슈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언급하지 않는 게 좋다. 크리켓은 국가적인 오락이다. 인도는 서친 텐두카와 같은 세계적인 크리켓 선수들을 배출했고 이들은 스타대접을 받는다.
 
인도에서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면대면 만남이 가장 중요하다. 편지 또는 e메일로 협의할 수 있는 간단한 사항도 만나서 협의하는 데 익숙해져 있는 게 인도 문화다.
 
결론적으로 인도는 종교, 인종, 신분제도 등 다양한 요소를 특징적으로 갖고 있는 시장이다. 특히 인도인의 까다로운 비즈니스 협상방식은 단시간 내 성과를 내고자 하는 한국식 협상방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인도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려는 개방적인 마인드로 인도인과 끈기를 갖고 커뮤니케이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4. 중국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후 급속한 경제성장을 통해 2010년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 외환보유고, 수출규모 세계 1위, 외국인 투자유치 세계 2위 등 경제지표는 중국이 과거 30여 년간 이룬 눈부신 경제발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양국 경제관계는 급속히 발전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이자 수입국이며, 2002년 이후 한국의 최대 투자 대상국이다.
 
이러한 경제적 관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보다는 편견에 기초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과 무역을 하거나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인도 중국에 대한 잘못된 가치관으로 중국인을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중국 내에는 한류(韓流)만큼이나 혐한증(嫌韓症)이 퍼지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와 중국인의 특성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중국시장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중국에는 전통사상, 20세기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등이 서로 공존한다. 우선 전통사상으로는 크게 계층적인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유교사상과 화합과 조화를 중시하는 노가사상이 있다. 다음으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는 평등주의(egalitarianism)에 기초하며, 리더십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중국시장에 시장경제 논리와 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 문화적 유사성이 매우 크면서도 차이점도 큰 국가다. 우선 한국은 중국의 유교문화에 영향을 받았지만 정작 중국에 가면 사회주의와 문화대혁명으로 유교문화가 강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은 남녀 평등의식이 강하고, 연령, 계급에 따른 계층의식이나 권위의식이 매우 약하다. 중국은 여성 취업률이 56%로 세계 최고며, 조직 내 상하관계가 유연하고, 조직의 화합을 중시하는 문화가 강하다.
 
서구의 비즈니스 문화에서는 안정된 법적 시스템 덕분에 새로운 사람과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게 수월하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의심과 불신 때문에 ‘중개자(intermediary)’ 없이 새로운 사람과 비즈니스를 시작하기는 불가능하다. 중국 내 비즈니스는 소위 ‘관시(guanxi)’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관시는 실용주의적이며, 상호적이고, 개인적이며, 장기간 지속가능한 ‘무형의 자산(intangible asset)’이다. 중국기업 내 유능한 관리 직원은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관련 정부 부처와 협상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한다.
 
중국에는 발음의 유사성 때문에 선호되거나 금기시되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 중국인들은 숫자 6, 8, 9를 선호하는데 이는 6과 ‘(술술 풀린다, liu)’, 8과 ‘(돈을 벌다, fa)’, 숫자 중 가장 큰 9와 ‘(오래 지속되다, jiu)’가 발음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6, 8, 9나 이들 숫자의 조합이 들어간 차량번호판이나 전화번호는 일반 가격보다 몇 배 이상 비싸게 팔린다. 또 다른 예로 ‘배를 나누다(分梨, fenli)’와 ‘분리(分離, fenli)’가 발음이 동일하기 때문에 중국인은 배를 나누어 먹지 않고 연인끼리 선물하지도 않는다. 이외에도 중국인은 시계를 선물하지 않는데 이는 ‘시계를 선물하다(送鐘, songzhong)’와 ‘임종을 지켜보다(送終, songzhong)’가 음이 같기 때문이다. 부채(, shan)나 우산(, san)이 ‘헤어지다(, san)’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부채, 우산도 선물하지 않는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관습, 민족적 특성, 종교적 배경 등에 대해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할 경우 가장 흔히 접하는 조선족을 비롯한 다양한 소수민족의 금기사항을 알아두면 유용하다. 몽고족은 검은색을 불길한 색으로 여기고 새우, 게, 생선 등 해산물을 먹지 않는다. 또한 말을 타고 집 앞에 내리거나 채찍을 들고 집안에 들어오는 행동을 금기시하며, 실내에서는 쪼그려 앉거나 다리를 서북방향이나 화로 쪽으로 펴는 행동 또한 삼가야 한다. 중국 내 분포지역이 가장 넓은 소수민족인 회족(回族)은 이슬람교를 믿기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중국인은 호칭에 따라 친분을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첫 만남에서는 성과 직함을 붙여 부르지만 친한 관계에서는 윗사람에게는 ‘라오(, lao)’, 아랫사람에게는 ‘샤오(, xiao)’를 성 앞에 붙여 호칭할 수 있다. 중국에서 여성을 부를 때 아가씨라는 의미의 ‘샤오지에(小姐, xiaojie)’라는 단어는 상황에 맞춰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최근 샤오지에라는 의미가 술집 여성을 뜻하는 단어로 변질돼 사용되기 때문이다.
 
중국에는 한국에서 사용되지 않는 특별한 제스처는 없으나 숫자를 말할 때 습관적으로 수신호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리로 표현할 수 없는 공장이나 유통매장 등 장소에서 수신호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중국 정부는 민족 간 단합을 위해 민족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 내 민족주의(nationalism)는 애국주의(patriotism)를 의미한다. 이런 애국주의와 유구한 역사, 문화,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대국주의의 영향으로 중국인은 애국심이 강하고 자존심이 매우 세다.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논할 때는 중국인의 체면과 명분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일면을 끄집어내 중국이나 중국인을 모욕하면 비즈니스는 성사될 수 없다. 반대로 중국인이 과거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한국에 관해 그릇된 이야기를 해도 절대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근거를 대며 바로잡아 줄 필요가 있다.
 
중국인과 첫 미팅을 진행할 때 가벼운 선물을 꼭 지참해야 한다. 보통 중국의 경우 방문객에게 선물을 주는 관습이 있는데 빈손으로 중국 기업을 방문하면 방문 기업에서 제공하는 선물을 받을 때 당황스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결례가 된다. 선물로 앞서 말한 시계, 우산, 부채 등은 삼가야 한다. 선물 포장은 홍색이나 황색 계열로 하는 게 좋고, 흑색이나 흰색 포장은 불길한 느낌을 주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중국의 결혼식에 한국에서처럼 흰 봉투에 축의금을 담으면 큰 결례가 되므로 반드시 빨간색 봉투인 홍바오(紅包, hongbao)를 사용해야 한다. 중국 내 흰색은 장례식에 사용되는 색으로 불길함을 내포한다.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식사를 함께 할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중국식 만찬의 특징은 식사자리와 술자리가 함께 이뤄진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처럼 1차는 식사, 2차는 맥주 등 식사와 술자리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중국인은 식사 예절에 민감하므로 간단한 테이블 매너는 알아두는 게 좋다. 좌석배치 시 입구 쪽이 바로 보이는 좌석은 원칙적으로 호스트가 앉는 자리이므로 비워 두는 것이 좋다. 요즘 의전에 격식을 따지지 않는 중국인도 많이 늘고 있어 호스트가 앉는 자리를 손님에게 양보하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의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음식을 집을 때는 공용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해야 하며 이들을 입으로 빨거나 자기 접시 옆에 놓는 것은 결례가 되므로 유의해야 한다. 중국 음식을 먹을 때 항상 같이 나오는 찻주전자의 주둥이가 사람을 향하지 않도록 놓아야 한다. 주둥이가 사람을 향하게 할 경우 저주의 의미를 담게 된다.
 
중국인은 일본인과 같이 술을 첨잔하므로 상대방이 술을 권할 때 술이 남았다고 계속 잔을 비우게 되면 혼자 취하게 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중국어로 깐베이(干杯, ganbei)는 ‘원샷’을, 수이이(隨意, suiyi)는 ‘적당히, 먹고 싶은 만큼’을 의미하므로 기억해두면 좋다. 중국인은 생체리듬의 중용(中庸)을 중시해서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운 것을 멀리한다.
 
중국인은 식사할 때 담배를 테이블 건너로 던져주는 경우가 있는데 담배를 통해 공유감을 느끼고자 하는 중국인만의 친근한 표현이므로 당황하지 말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인은 밥 또는 면류 등 식사는 모든 요리가 다 나온 다음에 하는 습관이 있으니 불편하더라도 먼저 밥을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중국인은 상술이 뛰어나다. 이들은 후천적으로 상술을 단련했다기보다 선천적으로 상인 DNA를 타고나는 것 같다. 중국인은 상인의 최우선 조건인 셈을 잘한다. 한국인은 과일이나 채소를 팔 때 개수로 판매하지만 중국은 근() 단위로 판매한다. 중국에서 한 근이 500g을 의미하지만 한국에서는 600g을 의미한다. 중국은 셈하기 쉬운 중량으로 판매해 정확하게 수익구조를 만들어낸다.
 
중국인은 단기적인 결정보다 장기적인 결정(long-term orientated decisions)을 선호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른 협상전략에 따라 행동한다. 이런 중국인의 접근방법 때문에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고자 하는 한국인의 협상전략은 실패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과 협상할 때에는 중국인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장기적인 협상전략을 세워야 협상에 성공할 수 있다.
 
중국인과의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공적인 자리뿐만 아니라 사적인 자리를 자주 만들어 친해져야 한다. 중국인은 우리 사람인지 여부로 비즈니스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온주 상인의 경우 온주 출신 상인으로만 공급망을 구성하고 대내외 협력도 온주 네트워크만을 사용한다. 이런 보수적인 네트워크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개인 및 가족 특성을 충분히 파악하고 사적인 자리를 통해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많이 마련해야 한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지만 중국인의 사고방식은 개방적이고 유연하다. 중국인과 한국인의 사고방식은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으므로 중국인과 비즈니스를 할 때는 우선적으로 중국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인과의 끈끈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통역원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의 중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루이스 모델(Lewis Model):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
해외진출 초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진출 중반에는 관리스타일이 가장 큰 어려움이 된다. 각 단계별 갈등과 오해의 바탕은 ‘문화적 차이’가 대부분인데 이런 문화적 차이를 서로 어떻게 다른지 정의한 것이 루이스 모델이다.
 
영국의 언어학자이며 비교문화 커뮤니케이션 컨설턴트인 루이스(Richard D. Lewis)가 개발한 루이스 모델은 세계 여러 국가의 문화를 다중 활동형(multi-active), 선형적 활동형(linear active), 반응형(reactive)이라는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다중 활동형은 관계 또는 대화 중심적이고 상호관계를 중시한다. 선형적 활동형은 업무 또는 데이터 중심적인 계획자(planner)이다. 마지막으로 반응형은 내성적이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청자(listener)다.
 
루이스 모델에 따른 문화 간 교류 형태를 보면 다중 활동형과 반응형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은 시간소모적이며, 선형적 활동형과 반응형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은 수월한 데 반해 다중 활동형과 선형적 활동형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루이스 모델에 따라 브릭스 국가들이 각기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살펴보면, 브라질은 다중 활동형 문화에 속하고, 러시아는 다중 활동형 문화와 선형적 활동형 문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인도는 다중 활동형 문화와 반응형 문화를 모두 포함하며, 중국은 반응형 문화를 중심으로 다중 활동형 문화를 일부 포함하고 있다.
 

한국은 반응형 문화와 다중 활동형 문화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인도, 중국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보다 쉽게 전략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다중 활동형 문화인 브라질과 다중 활동형-선형적 활동형의 복합문화인 러시아의 경우 상대 문화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가 전제돼야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이상으로 브릭스 국가별 커뮤니케이션 특징과 협상 시 유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살펴보았다. 브릭스는 10년 전 경제규모 및 발전가능성 등을 고려해 상이한 문화를 가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을 그룹화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경우 서로 다른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브릭스 국가와 수출입을 진행하거나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기업은 브릭스 국가의 문화적 특징을 충분히 연구한 뒤 최적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중국) 이지훈 KOTRA 의료바이오팀 과장 zhoon@kotra.or.kr
(브라질) 문진욱 KOTRA 통상조사팀 과장 jw2003@kotra.or.kr
(러시아) 주한일 KOTRA 기술협력소싱팀 과장 joohanil@kotra.or.kr
(인도) 차성욱 KOTRA 인도 뉴델리KBC 과장 wookycha@kotra.or.kr
 
이지훈 과장은 고려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협력석사(국제법, 국제정치)를 취득했으며 중국 상하이 화동정법대에서 민상법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중국 상하이 KBC(Korea Business Center·무역관)에서 근무했다. 주한일 과장은 서울대 노어노문과를 졸업했으며 러시아 모스크바 KBC에서 근무했다. 문진욱 과장은 한국외국어대 포어과 졸업 후 브라질 상파울루 KBC에서 근무했다. 차상욱 과장은 연세대 법학과 졸업 후 현재 인도 뉴델리 KBC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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