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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자양골목 전통시장

상인 모두가 주인 … 대형마트 틈에서 날다

하정민 | 82호 (2011년 6월 Issue 1)
 

“무거운 물품을 들고 돌아다니기 힘드니 차를 가져가야 하는데 주차할 곳이 없어 불편하다. 억지로 차를 가져가자니 견인 당할까 우려된다.” “냉장 시설에서 보관해야 할 식품들을 실온에 버젓이 내놓거나 제품 위에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모습을 보노라면 위생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상품의 출처가 명확히 기재돼 있지 않고 가격도 저마다 다르니 좀처럼 믿을 수가 없다.” “상인들은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
 
재래시장에 관해 소비자들이 흔히 제기하는 불만이다. 이 와중에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동네 상권 깊숙이 침투하면서 재래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여러 대형 유통업체들이 혈전을 펼치고 있는 곳에서는 재래시장의 입지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남들보다 발 빠르게 재래시장 현대화를 추진해 유례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살아남은 재래시장이 있다. 바로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자양골목 전통시장이다.
 
4명의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 자양골목 전통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잘 요약한 말이다. 현재 자양골목 전통시장에서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는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있다.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강변 역에는 롯데마트, 건대 역에는 롯데백화점이 존재한다. 이 어려운 상황에 맞서기 위해 자양골목 전통시장은 주차장, 공동배송센터, 공공화장실 건립, 쇼핑카트 지급, 상품권 및 쿠폰 발행 등 대형 유통업체에 뒤지지 않는 쇼핑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기울였다. 단순히 대형마트를 따라 하는 벤치마킹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를 안겨주고,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교류의 공간을 주기하기 위해 각종 행사와 이벤트도 진행했다. 상인 재교육을 포함한 서비스 질 개선에도 힘썼다.
 
대형마트 출현 이후 낙후된 시설과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자양전통 골목시장은 이런 각고의 노력 끝에 골리앗의 틈바구니 속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현재 전국 1500여 개 재래시장 중 시설 현대화에 가장 앞선 시장으로 평가 받으며 재래시장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자양골목 전통시장 조합의 김정성 조합장, 최승용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 비결을 집중 분석했다.
 
백화점 못지 않은 쾌적한 쇼핑 환경 제공
자양골목 전통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2004년 완공된 자동개폐식 아케이드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970년대 초 설립된 자양골목 전통시장에는 약 350m 거리에 140여 개의 점포가 영업을 하고 있다. 워낙 시설이 낙후되고 각종 업체가 구획 계획 없이 난립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편이 심했다. 대형마트가 제공하는 쾌적하고 깔끔한 쇼핑 환경을 누리기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자양골목 전통시장은 2004년 정부 지원을 받아 유리 섬유로 된 아케이드 형 천막 지붕을 설치했다. 대형 LED 화면, 조명 및 방송 시설, CCTV 등도 설치하고 간판 정비 및 주변 도로 포장도 단행했다. 바닥에 황색 선을 그어 모든 업체가 이 선에 맞춰 물건을 진열하는 정책도 실행했다. 황색 선 설치 전에는 업체마다 제품을 임의로 진열해놓는 바람에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장 풍경이 더욱 무질서하게 보였다. 소비자들이 제대로 된 보행 통로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강한 햇빛과 빗물을 차단하고 제품 진열 방식을 바꾸자 소비자들의 시선이 확 달라졌다. 최승용 사무국장은 “과거와 똑같은 물건을 그대로 진열했는데도 ‘그 물건 좋아 보인다’는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0년에는 약 40억 원의 정부 지원을 받아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던 주차장 및 공동 배송센터도 설립했다. 2010년 4월 한 서울시 의원이 시민 227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28.3%가 주차장 불편 문제로 재래시장 이용을 꺼린다고 밝혔다. 응답자의 71.8%가 주차장이 생긴다면 재래시장을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성 조합장은 “주차장이 없으니 특히 젊은 고객들이 재래시장을 찾지 않았다. 구청, 정부 관계자, 여러 정책 결정 위원회에 몸담고 있는 대학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을 거듭한 끝에 주차장을 만들 재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초 완공된 3층 건물인 이 주차장은 약 25대의 차량을 수용할 수 있다. 오전 9시∼오후 7시 시장 고객 전용 주차장으로 사용된다. 물건을 구매한 후 시장조합으로부터 주차 확인 쿠폰을 받아오면 1시간 동안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건물 1층에는 약 50대의 쇼핑카트가 있어서 주차 후 바로 쇼핑카트를 끌고 시장과 주차장을 오갈 수 있다.
 
주차장 1층에 위치한 공동 배송센터에는 다마스 1대와 오토바이 1대가 있다. 대부분 고객들이 차를 이용하지 않고 장을 보러 오는 점을 감안해 마련했다. 자양동, 구의동, 화양동 일대에 사는 고객들은 누구나 이 배송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2만 원 이상 물품 구입 후 고객이 해당 업소 주인에게 배송을 신청하면 점포주가 배송센터에 연락해 물건을 배송해주는 형식이다.
 
김 조합장은 “김장철에 배추 몇 포기를 구입했다고 치자. 가격은 단돈 몇 만 원에 불과하지만 이를 들고 집으로 가려면 거리가 가깝다고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20분 이내에 자신이 산 물품을 바로 배달 받을 수 있으니 고객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나. 건물 건립이야 정부 지원을 받아서 했지만 주차장과 배송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은 상인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한 번 배송을 해 줄 때마다 평균 2000원의 비용이 든다. 하지만 우리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고 덩치 큰 경쟁자와 싸우려면 이 정도의 지출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양전통 골목시장은 지역 주민들에게 저녁 시간대에 주차장을 개방해 잠재 고객층으로부터 더욱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건물은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광진구 주민들이 월 3만 원의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거주자 우선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다.
 
다양한 상품권과 쿠폰 발행
재래시장 상품권과 쿠폰 발행도 실시했다. 현재 많은 서울시내 재래시장들이 상품권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상품권 제도를 최초로 시행한 곳은 자양골목 전통시장이다. 자양골목 전통시장은 2004년 처음으로 ‘자양전통 골목시장 상품권’을 발행하고, 각종 이벤트에서 상품권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최 사무국장은 “처음 상품권을 도입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소비자들이 많았다. ‘진짜 쓸 수 있는 거냐. 막상 점포에선 현금이 아니라고 주인이 싫어하는 거 아니냐’ 등등 의문이 많았다.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민하다 조합 관계자들이 관할구청장을 찾아갔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불우이웃이나 구청 직원들에게 조그마한 선물을 줄 일이 많을 테니 그때 이 상품권을 적극 이용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상품권에 대한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사용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이 배가되면서 상품권은 특히 설이나 추석과 같은 재래시장 대목에 유용하게 쓰이는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자양골목시장의 성공을 눈 여겨 본 서울시는 이를 벤치마킹해 서울 시내 전체 재래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액면가 5000원의 통합 전통시장 상품권을 2008년부터 발행했다. 이후 전통시장 상품권은 서울시내 재래시장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액면가 100원인 쿠폰은 상품권 이상의 효자 아이템이다. 자양골목 전통시장은 2005년부터 소비자들에게 일종의 포인트 마일리지 제도인 쿠폰 발행을 시작했다. 5000원 이상 1만 원 이하 물건을 구입하면 100원짜리 쿠폰을 한 장 준다. 10장 이상을 모으면 언제든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상품권으로 바꿀 수도 있다. 쿠폰과 상품권 모두 위변조 방지 처리가 돼 있어 영구 사용이 가능하다.
 
게다가 이 쿠폰에 개인 정보를 기입해서 수거함에 넣으면 매달 말과 명절 때 진행되는 추첨을 통해 쿠폰을 또 받을 수 있다. 김 조합장은 “큰 금액도 아닌 100원을 깎아준다고 그 가게를 다시 찾을 소비자는 많지 않다. 쿠폰을 모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금액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다, 추첨이라는 요소가 소비자들의 재미와 호기심을 높인 때문인지 반응이 매우 좋다. 매달 4만∼5만 장의 쿠폰이 발행되는데 매달 말 회수율이 80∼90%에 육박한다. 일부 고객들은 자녀에게 장보기 심부름을 시키고 용돈으로 쿠폰을 줄 정도”라고 말했다.
 
체계적 교육으로 서비스 정신 재무장
아무리 좋은 물건을 진열해놓는다고 해도 이 제품의 판매를 결정짓는 요인은 결국 사람, 즉 판매자의 행동과 인상이다.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주차 및 배송 시설에 대한 불만 못지 않게 자주 지적하는 문제가 상인들의 불친절한 태도나 말투 등이다.
 
김 조합장은 “‘물건의 질이 대형마트 에 비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 가게 제품은 안 팔릴까’를 고민하는 조합원들이 많았다. 그 차이가 어디에서 오나 고민해봤더니 바로 친절과 서비스더라.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서비스의 표준화와 관리가 가능하다. 체계적인 매뉴얼이 있고 직원들을 거기에 맞춰 잘 훈련시킨다. 대형마트에서는 물건을 사는 고객들에게 불친절하게 대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모두가 ‘사장’인 재래시장에서는 이런 서비스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안 살 거면 가격도 묻지 마라’는 식으로 고객들을 대하는 상인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비스에 대한 상인들의 의식 개혁을 이끌기 위해 자양골목 전통시장은 2007년 구청 및 중소기업청과의 협력해 상인대학이라는 경영자 교육 과정도 만들었다. 이 과정에 참가한 상인들은 16주간 고객 만족도 제고, 판매 유통 혁신, 의식 개혁, 판매기법 다양화, 점포 디스플레이 변화 등에 관한 체계적인 경영 교육을 받았다.
 
당시 모든 상인들이 상인대학 등록을 반긴 건 아니다. 일주일에 7일 문을 여는 가게가 많은 상황에서 주인이 잠시라도 장사를 접고 교육을 위한 시간을 낸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김 조합장은 “나 역시 몇 십 년 동안 장사를 했기 때문에 굳이 이런 교육을 받지 않아도 고객의 심정을 잘 알고 그들을 잘 다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손님의 자세나 서 있는 곳에 따라 인사 각도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고객과 대화하는 법도 다 달라야 한다는 것 등 서비스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배우니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달라진 마음과 기법으로 고객을 대하니 호의적인 반응이 돌아오는 건 당연했다. 친절한 상인들의 모습에 만족한 소비자들이 자양골목 전통시장 상인들의 친절함과 배려에 관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가게 매출이 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상인대학 등록자가 증가했다. 처음 교육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상인 중에서도 교육 기간이 너무 짧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공 요인 및 시사점 분석
1)경쟁자와 맞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철저한 벤치마킹 월마트의 창립자 샘 월튼 회장에게 성공 비결을 질문한 사람이 있었다. 월튼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K마트를 이기기 위해 나는 K마트에서 살다시피 했다. 나는 K마트로부터 모든 것을 배웠다.” 어떤 분야에서든 1등은 있기 마련이다. 그 1등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1등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1등을 따라 하는 게 언제나 100%의 승률을 보장해주진 않는다. 그러나 설사 1등과 다른 전략을 추구하더라도 최소한 현재 1등이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
 
처음 자양골목 전통시장 주변에 잇따라 대형마트가 등장했을 때 상당수 시장 상인들은 피켓을 들고 적극적인 반대 시위에 나서기를 원했다. 하지만 아무리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들 이미 터전을 잡은 대형마트가 사업을 접을 리 없고, 대형마트로 몰리는 고객의 발길을 막을 수도 없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도대체 대형마트가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왜 그렇게 장사가 잘 되는지 배워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대형마트를 방문한 조합 간부들은 일반 손님이 아니라 상세한 관찰자의 눈으로 제품 진열 방식, 고객 응대 태도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이 주차와 배송에 있다는 점을 알고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공서 설득 및 자금 모금에 직간접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조그마한 감자 한 개라도 손님이 원하면 바로 무게를 달아 계산해주는 모습을 보고 시장 내에서도 손님이 원하는 만큼의 물품만 살 수 있는 방식을 마련하기로 했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한 번에 많은 물건을 팔던 과거와 달리 채소를 조그마한 용기에 조금씩 담아 1000원에 판매하고, 즉석 식품 코너를 선보이는 등 대형마트의 장점을 부지런히 따라했다. 당일 마감시간 직전에 남아있는 식품을 싸게 팔거나, 제품 한 개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는 ‘1+1’ 행사도 대형마트의 전략을 참조했다. 대형마트의 상품 가격을 조사한 후 많이 팔리는 일부 품목을 전략 상품으로 정해 대형마트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싼 가격을 적용하기도 했다.
 
2)벤치마킹 위에 자신만의 고유 가치를 덧입혀라 자양골목 전통시장에서는 재미있고 톡톡 튀는 이벤트가 자주 열린다. 설이나 추석 등의 대목은 물론이고 평소에도 떡 빨리 썰기, 팔씨름 대회, 떡국 무료 시식 등 한국 전통문화의 향수가 물씬 풍기는 행사가 많다. 김 조합장은 “자양전통 골목시장에는 먹을거리, 살거리, 볼거리가 다 있다”며 “재래시장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이런 다양한 행사, 덤을 얻을 수 있거나 주인과 가격 협상이 가능한 상황 등이 오히려 고객들의 향수를 자극한다”고 평가했다. 일종의 정() 마케팅이다.
 
단순히 주차장이나 쇼핑카트가 생겼다고 대형마트에 가던 고객이 재래시장을 찾는 건 아니다. 주위에 대형마트가 득세할수록 재래시장은 대형마트에는 없는 자신의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독일 뮌스터대의 맨프레드 크래프트 교수와 미국 미주리대의 무랄리 K 맨트랄라 교수가 공저한 ‘2012 유통 트렌드’에 따르면 대형마트가 개점하면 인근 소형 슈퍼마켓의 매출이 17% 감소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대형마트가 자리를 잡으면 대형마트를 찾는 빈도가 높은 고객일수록 일반 고객보다 더 자주 소형 슈퍼마켓을 방문한다.
 
즉 대형마트에 가는 고객을 보면서 단순히 고객을 뺏겼다고 생각하지 말고, 대형마트와는 다른 차별점을 보여주면 마트에 가는 고객을 얼마든지 재래시장으로도 유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양골목 전통시장이 차별화 포인트로 택한 소재가 바로 ‘전통’이었다. 시장의 명칭에도 전통을 추가하고 시장 내에서 이벤트를 시행할 때도 이를 널리 알렸다.
 
왜 사람들은 굳이 다른 데서 살 수 있는 물품인데도 불구하고 인사동에서 물건을 살까? 사람들은 인사동의 ‘제품’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이라는 ‘이미지’를 산다. 재래시장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사용 경험 및 가치, 즉 가격 흥정이나 다양한 전통문화 관련 행사는 고객의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제품이 마음에 들었을 때 충성심도 높아지고, 고객으로부터 제품의 한계가치(marginal value-up) 이상의 한계비용(marginal price-up)을 받아낼 수도 있다.
 
3)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혁신은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만드는 일이다 최 사무국장은 “아케이드 설치보다 시장의 전반적 청결도를 높인 더 확실한 조치는 바닥에 노란 선을 그어 상인들로부터 이 선 밖에서 물건을 진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것”이라고 말한다. 항상 어지럽게 널려 있던 물건들을 단순히 노란 선 밖에 놔두지 않겠다는 작은 개혁을 시도했을 뿐인데도, 이는 자양골목 전통시장이 청결한 분위기와 친절한 상인이라는 이미지를 방문객에게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청소 경영 전도사’로 유명한 일본 베스트셀러 작가 마쓰다 마쓰히로는 “청소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만들고 그 변화가 행복한 느낌을 만들면 그 느낌이 사람의 마음과 주변을 변화시켜서 마침내 인생을 바꾸는 강렬한 힘을 발휘한다”고 했다. 그가 사업 실패로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을 때 한 친구가 집안 청소를 대신해주고 갔다. 그는 깨끗해진 집을 보며 마음 속에 있던 패배감, 상실감, 절망감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걸 느꼈다. 와신상담 후 재기에 성공한 그는 청소 경영의 전도사가 돼 ‘청소력’이라는 책까지 출간했다. 일본 혼다 클리오 신 카나가와 점의 직원들이 매일 출근 직후 매장은 물론이고 반경 3km 안의 공간까지 쓸고 닦는 정성을 들이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화려하고 쾌적한 시설로 무장한 대형마트가 속속 들어선다고 푸념만 하고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어차피 같은 규모의 시설로 맞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자신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주변 정리정돈을 시작해야 한다. 그 작은 조치가 업무 몰입도, 생산성, 심미성 측면에 미치는 효과는 상당하다. 아케이드를 설치하려면 10억 원이 넘는 돈이 들지만 선 밖으로 물건을 내놓지 않기로 한 약속에는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4)구성원 전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라 아무리 좋은 방향의 변화가 일어난다 해도 조직원 전체로부터 공감을 얻지 못하면 그 변화는 한계가 있다. 자양골목 전통시장의 혁신도 순조롭기만 했던 건 아니다. 아케이드 설치에 반대하는 건물주도 있었고 황색 선 규칙을 지키지 않는 상인들도 있었다. 개개인의 사업자가 모이다 보니 ‘우리 가게만 잘되면 되지’ 라는 이기주의가 알게 모르게 존재했고 조합비를 안 내는 조직원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조합 관계자들이 일일이 나서 설득에 나섰다. 황색 선을 지키는 일이 왜 중요한지, 조합비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시설을 설치하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아케이드 설치는 이런 설득의 노력이 빛을 발한 대표적 결과물이다. 2004년 처음 아케이드를 설치했을 때 일부 건물주의 반대로 시장 전체를 덮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케이드 설치 후 달라진 시장 환경을 본 데다 조합회의 설득도 계속되자 결국 해당 건물주의 마음도 변했다. 그는 자신의 소신을 꺾었고 시장 전체에 아케이드를 설치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처음 조합 관계자들의 활동에 대해 ‘감투 하나 쓰려고 저러는 거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던 일반 상인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는 일이 점차 줄었다.
 
자양골목 전통시장 조합은 일년에 두 번 정도 야유회 및 단합대회를 갖는다. 조합 임원끼리 모여서 진행하는 회의는 일년에 수십 번이 넘는다. 김 조합장은 “하루 장사하기도 바쁜 사람들이니 시간내기는 힘들지만, 이렇게 일년에 몇 번 모이기만 해도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온다. 상품권과 쿠폰도 이를 통해 탄생했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도 쉬워지고 특정 안건에 대한 규합도 잘 된다”고 강조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현은경(23, 이화여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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