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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적 사고의 효용 “숲이 보인다”

박천홍 | 7호 (2008년 4월 Issue 2)
 
미국 정부의 조치는 과연 마약 관련 범죄를 없앨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절대 아니다”이다. 유통 조직의 일망타진으로 인해 미국 내 마약 공급은 상당히 감소하겠지만, 중독성이 강한 마약의 특성상 공급의 감소가 곧바로 소비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개연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공급 감소로 치솟은 마약 값을 마련하기 위해 마약중독자들이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고, 범죄행위의 강도도 높아지는 상황일 것이다. 즉 마약 범죄 문제가 오히려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의 실수는?
미국 정부의 실수는 마약조직 일망타진이라는 조치가 가져올 결과를 총체적이고 복합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데 있다. 이론적 측면에서 보면 미국 정부는 ‘시스템적 사고(Systems Thinking)’를 하지 못해 엄청난 부작용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시스템적 사고는 사물을 전체적인 맥락에서(시스템적으로) 파악하고, 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어떤 상호작용을 하며, 이런 상호작용이 전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내 전체적으로 최적화하는 것을 말한다.
 
시스템적 사고는 제이 포레스터(Jay Fo- rester) MIT 슬론스쿨 교수가 창안한 ‘시스템 역학(Systems Dynamics)’이란 학문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시스템 역학을 공학을 넘어 인문사회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포레스터 교수의 제자인 피터 셍게(Pe ter Senge) 슬론스쿨 교수는 ‘제5경영(The Fifth Discipline)’이란 저서를 통해 시스템적 사고를 널리 알렸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이 지난 75년간 경영학 분야에서 가장 독창적인 도서 중 하나로 선정한 이 책은 조직이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5가지 수련을 설명했다. 그 중 제1수련(first discipline)이 바로 시스템적 사고다.
 
위의 사례처럼 시스템적 사고를 하지 못하면 최선을 다해 일한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전체성과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컨설팅과 시스템적 사고
시스템적 사고는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커다란 시사점을 던진다. 최근 기업은 R&D 생산 물류 영업 등 각각의 부서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던 시대를 벗어나, 가치사슬 간 또는 부서의 연계가 매우 중요한 시대로 진입했다.
 
R&D는 연구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연구기획부터 기술 및 제품개발, 테스트에 이르기 까지 모든 단계에서 마케팅과 영업 등 타 부서와 협력해야 한다. 만약 독자적으로 연구개발 활동에만 전력할 경우 애써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거나, 심하면 회사 전체에 커다란 비용 부담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회사의 구성원 개개인은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다른 부서 혹은 회사 전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컨설팅과 시스템적 사고의 관계는 무엇일까? 전략컨설팅은 고객 기업의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시스템적 사고는 컨설턴트가 고객의 비즈니스 이슈를 확인하는 강력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를 이용하면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개별 행위가 어떤 인과관계로 얽혀 있으며, 회사 전체(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컨설턴트는 이런 과정을 통해 회사의 성과와 직결되는 이슈를 찾아낼 수 있으며, 해결책 도출을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핵심이 되는 것은 핵심이슈의 원인(root cause)을 찾아내는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전체 최적화를 위해서는 전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최적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각 부분의 개선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스템 사고에서의 전체 최적화는 각 부분 간의 관계를 규명하고 핵심이 되는 부분의 개선을 시도해 결국 시스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 모든 이슈를 해결하려는 것은 무모한 시도이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시스템적 사고의 방법
시스템적 사고를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인간이 원래 자연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에 속해 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시스템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한다. 다만 인간의 언어가 주어-목적어-동사 등으로 구성된 직선적(linear) 구조를 가지고 있어 오랜 기간 동안 언어를 사용하다 보면 사고가 언어의 지배를 받아 시스템 사고, 즉 입체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시스템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기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사고방식의 변화를 뜻한다. 컨설팅에서는 시스템적 사고를 실무에 쉽게 적용하기 위해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3단계로 이뤄진 프레임워크다.
시스템 다이어그램(Systems Diagram)
시스템적 사고를 익힌 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시스템적 사고의 결과를 표현할 때에는 시스템 다이어그램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시스템 다이어그램은 시스템적 사고의 ‘언어’라고 표현할 수 있으며, 자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시스템 다이어그램의 ‘알파벳’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 요소로 시간에 따라 값이 변화하는 변수(variable)와 변수간의 인과관계를 화살표로 표시하는 연결(link)을 꼽을 수 있다.
 
A라는 기업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영업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하자. A사는 영업사원에게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하면서 새로운 거래처의 확보를 요구했다. 그 결과 영업사원들은 기존 배송망을 벗어나는 지역까지 영업범위를 확대하게 됐고, 고객의 무리한 요구(제품사양의 변경, 배송일자의 단축 등)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는 A사의 생산, 구매, 배송 모두에 악영향을 미쳤다. 제품 납기를 맞추지 못하거나 배송 지연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당연히 고객의 불만은 높아졌고, 이탈하는 고객이 늘어 급기야 A사의 매출은 감소하게 됐다. 매출이 줄어들자 경영진은 영업부서에 압력을 가했다. 영업부서는 또다시 무리하게 배송 지역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위 사례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주요 변수를 구조화하면 <그림2>의 왼쪽 그림이 된다. 오른쪽 그림은 이를 다시 변수와 연결로 표시한 것이다. 

<그림2>의 오른쪽 그림은 또한 각 변수가 연결되는 고리(loop) 모양의 피드백 과정(feedback process)을 나타낸다. 피드백 과정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강화(reinforcing) 고리는 각 변수 간의 행위가 반복되면서 전체 시스템이 한 방향으로 움직여 큰 파급효과를 불러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잘 아는 선순환 또는 악순환도 시스템 다이어그램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강화 고리다. A 기업의 사례 역시 강화 고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의 피드백 과정은 균형(bal-ancing) 고리다. 이는 강화 고리와 달리 처음부터 어떤 목표 값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시스템 안의 변수들이 상호 작용해 최종적으로 목표 값에 수렴해 시스템이 안정화되는 것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샤워를 할 때 온수와 냉수의 조절을 반복하다가 원하는 수온에서 행동을 멈추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균형 고리다.(그림3)
 
실제 상황에서의 적용법
이제 실제 상황에서 시스템적 사고를 적용하는 방법을 살펴보자. 시스템적 사고를 실제 상황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보통 ①문제 정의, ②잠재원인 도출, ③시스템 매핑(System Mapping), ④해결방안 도출의 4단계 과정을 거친다. 
 
첨단기술 분야의 신생기업 B사는 지속적인 신제품 시판을 통해 성장을 이뤄 왔다. 그런데 6개월 전부터 매출과 이익 성장이 둔화됐다. 현재 상황이라면 앞으로 1년 뒤에는 매출 및 이익 성장률이 0%에 불과할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신제품 개발과 시판도 더뎌지고 있다. 제품 개발 기간(아이디어 구상에서 시판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은 1년 전에 비해 1.5배나 길어졌다. 상위 직급 엔지니어들은 경영과 관련한 업무 때문에 연구개발에 필요한 시간이 줄어든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최근 이런 불만을 가진 선임 엔지니어들의 퇴사율이 높아져 연구소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되고 있다.

①문제 정의 : 지속적인 매출 성장세가 최근 6개월 간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②잠재적 원인 도출: B사 임직원들은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성과 저하의 잠재적 원인(변수)을 찾아 봤다. 그 결과 <그림4>와 같은 원인들이 도출됐다.
 
③시스템 매핑(System Mapping): 여기서는 도출된 잠재적 원인을 연결해 시스템 다이어그램을 만든다.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시작이 되는 인과관계 고리(문제 정의와 연관)를 만드는 것이다. <그림5>안의 (가) 다이어그램이 그것으로 한정된 R&D 자원(인력) 때문에 연간 신제품 시판 횟수와 회사의 수익(매출)이 정체에 빠진 것을 나타낸다. 정체된 수익은 R&D 자원을 더욱 한정되게 만든다.
B사의 경우 R&D 자원은 한정돼 있지만, 회사의 사업 범위가 늘어나면서 경영층의 부담이 증가했다. 일이 늘어난 경영층은 할 수 없이 상위 직급 엔지니어들에게 관리 등 경영상의 업무를 분담하게 했다. 이에 따라 R&D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신제품 개발과 시판의 사이클이 늦어지게 됐다.
 
④해결방안 도출: 앞에서 만든 시스템 다이어그램을 분석하면 (나)가 (가)의 문제를 초래한 직접적인 원인이며, (다)와 (라)를 생성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B기업은 (나)의 핵심 동인인 상위 직급 엔지니어의 경영상 업무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B기업은 엔지니어들이 관리 업무를 분담 하거나, 관리업무 전문 인력을 영입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해결방안을 도출할 때는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또 하나의 제약요인을 제거하더라도 다른 제약요인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주의해야 한다.
 
시스템적 사고는 학습조직 구축의 바탕
전략 컨설턴트는 항상 고객사의 CEO 입장에서 사고해야 하며, 논리적인 사고로 이슈의 핵심을 집어내야 한다. 시스템적 사고는 바로 이런 측면에서 아주 유용한 도구다. 아서디리틀(Arthur D. Little)은 포레스터 교수의 제자들이 창업한 회사I(Innovation Associates)를 자회사로 보유한 덕분에 컨설팅 업무에 시스템적 사고를 접목할 수 있었다.
 
시스템적 사고는 컨설턴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해결 능력과 전체를 조망하는 ‘눈’을 제공한다. 셍게 교수가 말했듯이 조직원 모두가 시스템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이는 조직 전체가 학습하는 조직으로 변화하는 바탕이 되고 결국 전체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기초가 된다. 실제로 ADL은 고객들로부터 직원들에게 시스템적 사고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
 
일반인들 역시 일상생활에서 얼마든지 시스템적 사고를 활용할 수 있다. 진학, 결혼, 취업, 부동산 구입 등 개인에 있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시스템적 사고를 이용해 보길 권한다. 본인의 의사결정이 자신이 속해 있는 공간적, 시간적 시스템에 미치는 결과를 예상하고 보다 바람직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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