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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확실히 달라야 살아남는다” 기아 ‘씨드’, 유럽에 뿌리내리다

이종호,김유영 | 76호 (2011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 아카데미와 함께 최신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연재합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마케팅, 상품 관련 지식을 보유한 마케팅 아카데미는 주요 대학 경영학 교수들과 함께 내부 임직원 교육을 위해 글로벌 경영 사례를 개발했습니다. DBR은 이 가운데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엄선해 시리즈로 전합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응전의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연간 생산 규모 30만 대의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유럽 시장을 공략할 전략 차종을 여기서 생산할 것이다. 이 차량의 유럽 시장 출시를 책임지고 성공시켜라.”

2005 3월 기아자동차 동남아 지역 법인에 근무했던 이순남 부장1 은 본사의 호출을 받고 이 같은 임무를 부여 받았다. 그는 곧 유럽으로 갔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Kia Motor Europe)의 마케팅 디렉터가 그의 직함이었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이 위치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사무실에 마케팅 담당 직원은 고작 2명이었다. PR을 담당하는 독일인과 일본 미쓰비시 출신의 상품 담당자가 전부였다. 한숨이 나왔다.

더욱이 당시 시내에서는 한인타운이 아닌 곳에서 현대차나 기아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유럽 시장에서 기아차의 인지도는 8∼9%에 그쳤다. 그나마 쏘렌토나 카니발 등 유럽 시장에서 비주류인 차종(RV)을 중심으로 형성된 인지도였다. 유럽 승용차 시장에서 기아차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슬로바키아 공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파일럿 생산을 준비 중인 라인을 보니 다행히 자동차 품질은 폭스바겐이나 포드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가 남아 있었다. 판매 목표량이 굉장히 높게 설정돼 있었다. 당시 이 차량과 동급(준중형 차량)인 쎄라토는 유럽 시장에서 연간 2만여 대 정도 팔리고 있었다. 판매 순위는 20위 밖이었다. 그런데 이 유럽 전략 차량의 연간 목표 판매 대수는 12만 대. 무려 600% 높은 목표가 설정됐다. 반면 마케팅 예산은 턱없이 적게 책정돼 있었다.

50만 평의 광활한 공장 부지를 보니 한숨이 나왔다. 10억 유로가 투입된 이 공장의 명운을 가를 마케팅 책임자로서 자칫 잘못하면 투자 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극복하고 아시아 자동차에 대한 보수적인 현지인들의 선입견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는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는 기아차의 유럽전략 차종 씨드(Cee’d)에 얽힌 사연이다. 씨드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출시된 전략형 모델로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2006년 말 출시된 씨드는올해의 차(Car of the Year)’ 평가에서 준중형급 최고의 차로 선정됐다. 현재 푸조 308, 아우디 A3, BMW 1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A클래스 등 쟁쟁한 차량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10년 유럽의 경기 침체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위축됐지만 동급에서 씨드의 판매 순위는 9위로 전년(11)보다 두 계단이나 올라섰다. 슬로바키아 공장에서는 주문량이 늘어나면서 미리 주문 받은 물량만 생산하고 있다. 씨드는 유럽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수확을 안겨줄 씨앗(Seed), 앞으로 전진(Proceed)하고 경쟁차를 압도하는(Exceed) 모델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DBR은 기아차가 한정된 마케팅 자원과 취약한 브랜드 인지도를 어떻게 극복하고 씨드를 성공적으로 출시했는지 현대·기아자동차 마케팅아카데미와 함께 기아차 마케팅 현지화 전략을 분석했다.

1.밸류 체인 전반을 현지에서

당시 서유럽 자동차 시장은 성숙 단계였다.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유럽연합(EU)에 가입하면서 자동차 시장이 급팽창했다. 기아차는 2001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력 차종이 카니발과 쏘렌토로 이들 차량이 속한 시장은 세그먼트 규모가 작은 틈새 시장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기아차는 유럽에서 가장 경쟁이 심하지만 시장 규모가 큰 준중형차 시장(C1 세그먼트로 명명)에 뛰어들기로 했다. 30(부모 나이 기준)의 소규모 가족으로 도심에 거주하며 사무직인 세그먼트를 타깃으로 했다. 이들 타깃 고객들은 품질과 신뢰성, 가치 극대화와 관련한 니즈가 컸다. 이들의 성향은 매우 합리적이며 가격, 품질, 소유 비용, 브랜드를 중시한다.

당시 유럽 시장에서 준중형차의 연간 수요는 400만 대. 25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다. 각 브랜드별로 모델 5가지를 판매한다면 125가지 모델이 400만 대 규모의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단순 계산하면, 각 브랜드별로 연간 3만 대씩 판매되는 셈. 연간 40만 대 이상 판매되는 모델은 포드 포커스, 폭스바겐 골프, 푸조 307 3종 정도였다. 이어 도요타의 코롤라와 벤츠 A class가 각각 20만 대, 18만 대 팔렸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들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는 씨드를 출시하기 위한 준비를 차량 양산 2년여 전부터 일찌감치 시작했다. 2004 4월 본사는 씨드의 판매 전략을 설정한 뒤 유럽 전략을 실행할 태스크포스팀(TFT)을 발족했다. 본사가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유럽총괄법인을 지원했다. 유럽총괄법인은 유럽 각국의 법인/대리점의 마케팅 전문가로 이뤄진 출시위원회(Launching Committee)를 운영해 자문을 받았다.

이와 동시에 2004 4월 슬로바키아 질리나에 연간 3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착공했다. 유럽에서 직접 전략 모델을 개발하고 생산해 현지화된 마케팅을 펼치기로 했다. 현지 투자로 유로화 강세에도 대응할 수 있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현지화했다. 유럽 소비자들이 유럽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는 점을 감안한 것. 유럽 소비자들은 같은 포드 자동차라도 미국의 포드, 영국의 포드, 독일의 포드를 구분할 만큼 유럽 현지에서 제조한 차량을 선호한다. 기아차는 아우디와 폭스바겐에서 명성을 날리던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를 수석 부사장(CDO)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유럽 본사 사옥의 기아디자인센터에서 현지인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총 인원은 70여 명으로, 이들의 출신지는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슬로베니아, 미국 등 다양했다. 이들은 환경 안전성, 공간 편의성, 주행성능, 유지관리 비용 등의 측면에서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 골프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아차는 C1 세그먼트에서 30∼40세의 고객층을 위해 5도어 해치백(객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차량)과 법인용 대규모 리스(Fleet) 수요가 있는 왜건, 경제적이면서도 젊고 스포티한 고객층을 위한 3도어를 개발했다. 또 당시 미국의 준중형차 시장에서는 아반떼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 아반떼 플랫폼과 가솔린 엔진, 유럽형 디젤 엔진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에 맞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른바코드명 ED(European Design)’ 프로젝트였다.

또 독일 아우토반 고속도로에서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는 고속 성능의 엔진부터 각국의 배기량별 세금 부과와 분당 엔진 회전 수(RPM)를 감안한 소배기량 저마력 엔진까지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갖췄다. 현대기아차의 남양연구소는 유럽 시장의 엄격한 배기가스 규제를 극복할 수 있는 소형 승용차용 디젤 엔진과 중소형차용 가솔린 엔진을 꾸준히 개발했는데, 남양연구소의 개발 내용을 기본으로 유럽 현지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유럽 소비자의 패턴에 맞는 엔진을 개발했다. 특히 핸들링의 경우 유럽 고객의 운전 패턴이 한국과 다르다는 점을 많이 반영했다. 아우토반에서는 추월하는 차선이 따로 있기 때문에 차선을 바꿀 때 조종성과 승차감 등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한 한국차의 취약점을 개선하는 데 역점을 뒀다. 또 유럽 전용 서스펜션(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을 개발했다.

2.마케팅 전략 수립: “달라야 살아남는다

씨드가 겨냥한 세그먼트에 25개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개별 브랜드를 일일이 살펴보고 구매하기 힘들었다. 특히 기아차의 마케팅 예산은 대략 1억 달러로 도요타의 25%에 불과했다. 목표 고객인 젊은 계층에서 가장 빨리, 가장 우선 구매하고 싶은 제품(Top of the Mind 혹은 Top of the Heart)이 돼야 했다. 기아차의 씨드가 고객의 마음 속에 자리 잡게 노력하는 게 유럽총괄법인의 과제였다. 동급 1, 2위를 다투는 폭스바겐 골프나 포드 포커스, 오펠의 아스트라 등 잘 팔리는 차를 이기려면 남다른 비책이 필요했다. 이들 차량이 공통적으로 제공하는 가치를 주면서도 차별화된 셀링 포인트도 만들어야 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수립했다.

①7년 보증 도입으로 Resale Value 극대화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은 각국 영업 담당자를 소집했다. 판매 현장에서 무엇을 세일즈 포인트로 삼을 것인가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물었다. 직원 한 명이 답했다

유럽 제조자동차들은 대개 2년 보증을, 일본이나 한국 제조자동차는 3년 보증을 합니다. 그런데 특이하게 도요타는 벨기에에서 5년 보증을 실시합니다.”

유럽총괄법인은 즉각 도요타 사례 분석에 돌입했다. 분석 결과 도요타는 다른 나라와 달리 벨기에에서만 5년 보증을 실시하고 있었고, 꽤 효과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기아차의 전략이나 경쟁사의 전략을 볼 때에도 파격적이었다. 보증 기간이 늘어나면 고객 입장에서는 자동차 유지 관리 비용이 절감된다. 그 결과 중고차 가격도 오르고, 신차 판매량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다만 보증에 뒤따르는 비용 부담이 문제였다. 손익 분석을 해봤다. 보증 기간을 7년으로 늘리면 고객들은 7년간의 차량 구매 및 유지비에서 경쟁차 대비 10%정도 이익을 얻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이로 인해 회사측의 부담은 커진다. 하지만 보증 기간을 연장하면 고객들이 기아차 애프터서비스센터를 자주 찾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고객들에게 다른 유지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해 추가적인 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다. 즉 보증에 따른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만 추가 부가가치 발생에 따른 이익을 통해 손실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또 상대적으로 긴 보증기간을 통해 중고차를 되팔 때의 가치(Resale Value)도 높일 수 있었다.

보증 기간 연장으로 신차 구매자들의 보유 기간이 3년 정도 길어질 수 있는데, 이때 중고차 시장에 공급되는 씨드의 물량도 약 40%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3년 후 중고차 잔존 가격은 일본 자동차 수준으로 개선된다. 이런 측면에서 7년 보증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특히 도요타가 5년 보증을 내걸었기 때문에 이와 같은 5년을 제시했을 때 차별화가 어려웠다. 반면 10년 보증을 제공한다면 자동차를 오랫동안 타는 유럽인의 특성상 비용 부담이 컸다. 이런 판단에서 유럽총괄법인은 보증기간을 7년으로 정했다.

문제는 본사에 이를 어떻게 설득하느냐다. 7년 보증에 대한 아이디어를 꺼내자누가 책임질 것이냐’ ‘검증도 제대로 안한 걸 어떻게 도입하느냐등의 반론이 쏟아졌다.

2006 7월 의사결정권자 중 한 명인 정의선 사장2 이 유럽총괄법인을 방문했다. 숙고 끝에 정면돌파하기로 했다. 기아차 품질에 대한 우려를 없애고 차량 보유 비용 절감에 따른 구매력 향상, 고객 충성도 증가, 기아차 재구매 가능성, 부품 매출 증대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씨드는 출시하면서 엔진과 미션의 경우 7, 15km의 보증, 나머지는 5년의 보증을 제시했다. 현지 언론은 다른 차량과 차별화되는 씨드의 보증 전략에 큰 관심을 가졌다. 영국 자동차전문지인는 기아차의 7년 보증에 대해 ‘Idea of the Year’라는 상을 줬다. 2006년 파리 모터쇼에서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독일에서 판매 후 12개월/12000km 후의 중고차 가치(Resale Value)에서 씨드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씨드는 판매 가격 대비 60.9%로 포드 포커스(55.4%)나 오펠 아스트라(58.3%)보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별 다섯 개의 안전성 마크 획득 유럽인들은 안전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안전성에 대한 인증이 필요했다. 특히 아시아 차량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내는 소비자들이 있었다. 따라서 안전성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가 없다면 아무리 좋은 품질의 차량을 개발하고 마케팅을 잘해도 소용이 없었다. 이들은 Euro NCAP(유럽 신차 평가 프로그램)에서 별 5개를 받는 것을 목표로 도전했다. 일부 연구원들은 별 5개 획득을 위한 부적까지 갖고 다녔다. 결국 2007년 한국 자동차 중 유럽 시장에서는 처음으로 최고 안전 등급인 별 5개를 획득했다. 특히 전면 및 측면 시험에서 최고점( 5)을 받았다.

이로써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메시지 2(7년 보증과 Euro NCAP의 안전성 인증)가 완성됐다. 이제 고객에게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과제다.

3.Pay Early, Pain Less: “초반에 눈길 사로잡아야 뒷심 발휘

일단 출시 초반에 차량 판매를 늘리는 게 관건이었다. 출시 초반에 판매량이 많아야 소비자의 관심을 사로 잡고 향후에도 여세를 몰아 판매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침투 가격 설정: 출시 때에는 싸게, 이후 가격 인상 유럽의 자동차 판매 방식은 한국과 다소 다르다. 유럽총괄법인의 분석 결과 경쟁사는 자동차 판매 시에는 가격 할인과 신차 등록비 제공, 옵션 무료 장착, 딜러 보너스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었다. 더욱이 경쟁이 치열하고 출시 모델이 많은 C1 세그먼트의 특성상 아스트라나 C4, 메간 등 일부 차량은 조기에 예약하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혜택(Early Booking Bonus)까지 제공했다. 대부분의 경쟁 차량은 출시 이후 가격을 꾸준히 올리고 있었으며, 심지어 1년에 3차례 인상하기도 했다. 또 단계적으로 살짝 올리는 것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저항이 덜했다.

유럽총괄법인은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비싸면 소비자의 구매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7년 보증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출시 초반 가격을 낮게 설정하면 재정적인 부담이 커질 게 뻔했다. 특히 슬로바키아 공장은 출시 첫 해부터 이익을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유럽총괄법인은 브랜드 이미지와 판매망 능력을 고려하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진입해 성공적으로 출시한 뒤 단계적으로 가격을 인상하자고 했다. 양측의 줄다리기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다.

 



마침 의사결정권자인 정의선 당시 사장이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했다. 유럽총괄법인은 현지 상황을 프레젠테이션 했다.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유럽총괄법인은 경쟁에서 이기려면 씨드의 출시 초반 가격을 다소 낮게 책정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정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실무에서 해결하는 일이 남았다. 배인규 슬로바키아공장 대표(법인장)3 는 곧장 서울로 날아갔다. 본사의 관련 임원과의 회의에서 그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출시 때의 인센티브(가격 할인 등) 7년 보증에 따른 초기 비용, 프로모션 등 각종 마케팅 비용을 본사와 유럽총괄법인이 절반씩 부담하자는 내용이었다. 유럽총괄법인은 본사에서 절반의 비용을 부담해주면 각종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약속했다. 만약 계획이 어그러지면 옷 벗을 각오도 돼 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유럽총괄법인은 슬로바키아 공장 합리화 등을 통해 3%의 원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국가별로 다양하게 적용되는 사양을 공통적으로 꼭 필요한 사양 중심으로 단순화해서 공장의 생산성을 높였다. 또 잘 쓰이지 않거나 과다하게 적용된 고가의 사양 대신 소비자의 요구에 맞춘 합리적인 수준의 사양을 적용해 비용을 낮췄다.

이렇게 해서 씨드의 소매 가격은 경쟁사처럼 다소 낮게 책정하되 차차 가격을 올리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인센티브를 최소화하되 출시 이듬해에는 가격을 2% 올리는 방법으로 현지화된 마케팅을 할 수 있었다.

출시 시점에서의 효과 극대화 위해 사전 준비 강화 기아차가 씨드 마케팅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은 2006 8월 파리 모터쇼였다. 기존 관행을 따른다면 2007 3월경에 했었을 것이다. 기아차는 파리 모터쇼 월드 프리미어에서 신상품에 대한 스펙(정보)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씨드는 파리 모터쇼 프리미어에서 주요 기자 등을 대상으로 사전특별테스트프로그램을 실시하고 7년 보증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유럽총괄법인은 모터쇼 당일 오전 10시 씨드를 공개했다. 7년 보증이라는 강력한 셀링 포인트를 내걸자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방송은 슬로바키아 공장 소식과 임원 인터뷰 내용을 실었다. 경쟁사 임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몰려들어 기아차 부스는 북적거렸다. 기아차 부스에 방문객이 몰려든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들은 씨드의 품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갔다. 독일의 유수한 자동차 전문지인은 독일 본고장에서 팔리고 있는 골프와 아스트라 대비 씨드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2006 12월 유럽 기자단 시승회에서도 언론의 호평이 이어졌다. 영국는이게 바로 포드를 겁먹게 한 차인가(Is This the Car to Make Ford Afraid)’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은이 기아차 모델이 골프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Will be This Kia Model Tough Rival with Golf)’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유럽총괄법인은 사전 작업도 병행했다. 2005 5월 유럽 주요국의 핵심 기자단을 한국에 초청했다. 이들은 연구소 시설과 신제품을 둘러봤다. 또 이들을 2005 9월 유럽 연구소에 초청해 유럽 시장 개발 전략을 소개했다. 슬로바키아 공장 초청 행사와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과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4.마케팅 전략 실행력 강화

판매 조직의 로열티 높이기 유럽의 딜러들은 대부분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취급했다. 딜러들이 기아차의 씨드를 판매하게 하려면 모델의 품질이 좋아야 하고 일정 수준의 이익이 딜러들에게 보장돼야 했다

기아차는 판매망 정비에 나섰다. 실적이 부진한 딜러에 대한 계약 해지를 하는 동시에 유능한 딜러를 영입하는 등 딜러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시설 투자를 소홀히 하거나 영업 사원을 보강하지 않는 딜러와는 거래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과거와 확연하게 다른 방식이었다. 기존에는 판매량 목표가 정해지면 유럽총괄법인 측에서 딜러를 찾아가 차를 더 많이 팔아달라고 부탁했다. 때문에 딜러가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해도 목표 달성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원액을 늘리기도 했다. 딜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영업 이익은 악화되기 일쑤였다.

기아차는 부실 딜러 정리와 함께 유능한 딜러 영입에도 열을 올렸다. 딜러 후보자를 정해 비전 설명회와 차량 시승 기회, 슬로바키아 공장 초청 행사 등을 열었다. 딜러들이 기아차의 역량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투자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대도시에 딜러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딜러를 확충했다. 씨드의 경쟁력을 높이고 현지에서 생산해 유럽총괄법인이 주도권을 쥐고 마케팅 활동을 추진함으로써 씨드에 대한 인지도와 선호도를 개선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기아차의 유럽 내 딜러는 2006 1791개에서 2007 1887개로 늘어났다. 신규 지정 된 딜러 수가 1년 사이 210개나 됐다. 반면 계약 해지를 한 딜러도 79개였다.

유럽총괄법인은 딜러와 대리점 사장단을 대상으로 기아차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주는 작업을 함께 했다. 파는 사람이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고객을 설득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7년 슬로바키아 공장이 완공되자 유럽 각국 대리점 사장단을 공장으로 초청했다. 또 유럽 딜러 사장단 부부 등 3000여 명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컨벤션센터에 초청해 기아차의 중장기 상품 및 마케팅 전략을 발표했다. 여기에서도 슬로바키아 공장을 소개하고 이 공장에서 최고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기아차 대리점의 영업 사원에 대해서도 씨드의 설계 품질, 부품 품질검사, 모듈의 품질검사, 완성차의 품질검사, 보증수리, AS 체계 등에 대해 교육을 강화했다. 관련 동영상을 제작했고, 딜러들이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특히 일부 영업 사원은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직접 교육을 받았다. 이들은 씨드가 자동화된 공정을 거쳐 시간당 75대씩 생산되는 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교육 받은 딜러들은 고객들에게 성능과 품질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딜러와 영업 사원들은 자발적으로 로열티를 발휘했다. 씨드 출시 직전 딜러들에게 차량을 스스로 몰고 가라고 했는데 차량 중 한 대가 고속도로에서 멈춰 섰다. 젊은 딜러는 기지를 발휘했다. 일단 외투를 벗어서 차량의 로고를 가렸다. 어두운 고속도로라도 고장 난 차량의 브랜드가 노출되면 브랜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다음날 고장 원인을 분석한 결과 볼트 조임이 약해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대 결함이 아닌 조립 문제였다. 즉시 문제의 원인은 고쳐졌고, 이는 오히려 딜러들의 자발적인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현장에서의 실행력 점검 전략이 현장에서 실행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여부도 집중 점검했다. 유럽총괄법인의 법인장과 마케팅 담당자 등 3명은 유럽 내 국가를 나눠서 딜러들이 제대로 준비를 하는지 점검했다. 일종의미스터리 쇼핑이었다. 이들은 딜러들이 씨드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식을 잘 갖추고 있는지, 셀링 포인트인 7년 보증에 대한 설명을 잘 하는지, 고객 응대 태도가 적절한지, 설명의 방식이 적절한지 등을 입체적으로 파악했다.

 



첫 조사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딜러들은 오랜 관행에 빠져 있었다. 교육 받은 내용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를 제안하기보다 주로 지인이나 친인척을 통해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유럽 최신 설비에서 고품질로 생산되고 있는 점과 7년 보증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최종 판매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대책을 마련했다. 유럽 공장 전경과 7년 보증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포스터를 제작해 부착하게 했다. 또 조사 결과, 점수가 낮게 나온 딜러/대리점에 대해서는 만화나 리플렛을 통해 고객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했다. 특히 점수가 최악인 딜러/대리점은 특별 미팅을 통해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각 딜러/대리점에 일종의지령과도 같은 공문을 내려보냈다. 7년 보증에 대한 마케팅 자료 준비 사항부터 대리점의 문에 붙이는 스티커의 위치 및 크기 등까지 하나하나 체크해야 할 사항에 대해 끊임없이 공문을 보냈다. 만약 조금이라도 바꿔야 할 경우에는 그 이유를 제시하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문화나 현지인과의 충돌도 있었다. 한 법인에서는현지 사정을 외면하고 무조건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반론을 제기했다. 유럽총괄법인의 이순남 부장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이 부장은 해당 법인에 가서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전체 마케팅 전략을 100%으로 본다면, 유럽 전역에서 통용될 수 있는 전략을 40% 요구하고 나머지 60%는 자율성을 지켜주겠다는 것인데, 40%마저 따르지 못하겠다면 내가 직접 여기서 해보겠다. 당신이 이 법인에서 지침을 실행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하겠다. 당신이 내 자리에 오고, 내가 당신의 자리를 맡아서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상대방은 놀랐다. 하지만 공통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진심이 전해져 스페인 법인장도 수긍했고, 결국 유럽총괄법인의 마케팅 전략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이후 유럽총괄법인은 각국 법인/대리점, 상품/마케팅/PR 매니저가 참여하는 회의를 유럽총괄법인이 있는 프랑크푸르트에서 매월 꼬박꼬박 열고 마케팅 전략 실행 상황을 상시 점검하면서 출시를 준비했다.

5.Pre-marketing: 타깃 고객에 대한 집중 커뮤니케이션

프랑스 모터쇼 이후 씨드에 대한 관심이 이어졌다. 2006년 말 출시 직전까지 이 여세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게 중요했다. 2006 9∼12월 사전 마케팅(Pre-marketing)에 집중했다.

①Perceived Quality 끌어올리기 품질이 좋아도 소비자가 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따라서 고객들이 지각하는 품질(Perceived Quality)과 실제 품질(Quality)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게 중요했다. 유럽총괄법인은 유럽 전역에서 시승 행사(Cee’d Europe Test Drive Challenge)를 열었다. 또 일부 국가에서 씨드와 경쟁차량을 놓고 어디 제품인지 알아맞히는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도 병행했다. 이 블라인트 테스트에서 씨드를 도요타, 폭스바겐, 포드의 제품으로 답한 응답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는 씨드의 품질이 경쟁 차량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리는 동시에 현지 직원들의 씨드에 대한 품질 자신감을 높이는 데에도 한몫 했다.

이와 함께 사전 마케팅 기간 중 유럽총괄법인은 씨드 및 기아 브랜드 노출 최대화, 고객 정보 구축, 시승 사전 계약자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 고객 정보 150만 명 구축, 시승 사전 계약자 10만 명 확보가 목표였다. 이를 위해 ▲7년 보증에 대한 철저한 교육고객 데이터 베이스 구축 및 고객 시승 기회 마련을 위한 인터넷 홍보 및 광고 실시, DM 발송다양한 이벤트 및 공동 마케팅(Co-marketing),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고객 정보 획득 등을 실시했다

②3C 광고 전략으로 마케팅 ROI 극대화 커뮤니케이션 메시지의 콘셉트는 씨드의 타깃 고객을 고려해 ‘Satisfy All Your Sense’로 정했다. PR로 기아차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씨드의 존재감을 알리는 게 시급했다(브랜드 인지도 2010 30% 향상이 목표). 한정된 마케팅 예산으로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3C 정책을 실행했다. 일관된 광고 메시지(Consistency), 핵심 모델에 대한 광고 예산 집중(Concentration), 지속적인 광고(Continuity)를 싣자는 것이다.

과거 기아차는 모델 별로 거의 비슷한 수준의 광고비를 집행했다. 그런데 씨드 출시 때에는 이런 관행을 바꿔 전체 광고비 중 전략 차종에 대한 광고 예산 비중을 높였다. 2007년 기아차의 서유럽 12개 법인 직접 광고비는 1100만 유로로 이 중 씨드에 대한 광고 예산은 전체의 55% 5537만 유로가 투입됐다. 이와 함께 안정적인 품질과 7년 보증에 대해 각종 마케팅 채널을 통해 일관되게 홍보했다. 충돌 안전 테스트에서 별 5개를 받은 것을 비롯해 안전 이미지 광고를 신문 및 잡지 위주로 실시했다. 또 각국 딜러들에게 씨드의 데모 차량에 씨드라는 차량 명과 7년 보증 로고를 부착하게 해서 데모 차량을움직이는 광고판으로 활용했다. 또 영국과 독일 공항 내 카트에는 7년 보증 스티커와 씨드 사진을 붙여서 브랜드를 최대한 노출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각국의 법인/대리점 홈페이지와 유명 자동차 전문지 웹사이트와 협업해 씨드의 상품 및 7년 보증을 홍보·광고했다.

성공 요인과 시사점

씨드는 2006년 말 성공적으로 출시됐다. 일련의 출시 마케팅 전략은 유럽 시장에서 통했다. 씨드는 2007 9만여 대, 2008 112000대 판매됐다. 현대차보다 열세에 있던 브랜드 인지도도 씨드 출시 이후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섰다. 매년 150여 개 이상의 신차 중 1차 관문인 ‘Car of the Year Short List’에 진입했고, 동급 차종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후 2009 9만여 대, 2010 87000여 대 판매됐다. 2010년 유럽의 자동차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씨드의 판매 순위는 동급에서 2009 11위에서 2010 9위로 오히려 올라서는 등 아직까지 씨드의 효과가 이어지고 있다.

씨드의 출시 성공은 권역화(Region-alization)로 요약될 수 있다. Region-alization은 유럽권, 아시아권, 북미권, 남미권 등 보다 큰 범위의 지역 특성에 맞춘 전략으로 개별 국가나 좁은 범위의 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Localization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실제로 유럽은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1992 EU 회원국 간의 관세 폐지를 시작으로 과거 유럽 각 나라의 수요에 맞는 생산에서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Regionalization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기아차는 마케팅 전략, 디자인 센터, 생산 거점, 판매 네트워크 구축 등 각 부문별로 Regionalization 전략에 성공했다.

Regionalization을 위한 마케팅전략 기아차는 유럽시장 진출에 대비해 양산 2년 전부터 유럽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현지 마케팅 전략을 준비했다. 특히 단계별 유럽시장의 진입 계획 하에 목표시장을 선택하고 적절한 포지셔닝 전략을 구사했다. 기아의 낮은 브랜드 인지도(9% 정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7/15 km 보증은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 또 각종 스포츠 마케팅과 기획 이벤트, 영화를 활용한 공동 마케팅을 통해 씨드 노출을 강화했고 블라인드 테스트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이러한 판촉활동을 통해 기아자동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씨드를 부각시켰다. 이후 출시를 앞두고 시작된 본격적인 광고를 실시해 고객들의 전시장 방문을 유도했다.

Regionalization을 위한 디자인 센터 기아차 프랑크푸르트 디자인 센터에는 유럽과 세계 각국에서 온 약 70명 정도의 디자이너가 유럽의 다양한 문화를 신차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현지화 노력을 통해 기아만의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각양각색의 유럽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깔끔한 바디라인에 실용성을 더한디자인을 만들어 냈다.

Regionalization을 위한 생산거점 확보 기아자동차의 유럽 진출은 2006년부터 현지생산에 들어간 슬로바키아 공장의 건설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질리나 공장에서는 해치백 스타일의 준중형 신차로 1.6, 2.0 디젤, 1.4, 1.6, 2.0 가솔린의 5가지 엔진과 3가지 수준의 트림레벨, 12가지 바디컬러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씨드는 현지에서 생산되는 유럽화된 모델로 생산비용과 품질이 우수하고, 유럽시장으로 운송하는 데 이틀 정도 걸려 물류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며 유럽에서 생산된 차라는 점에서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Regionalization을 위한 판매네트워크 구축 유럽이 통합되기 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개별 지역을 지배하던 유통업자들의 판매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럽 통합 이후에는 거대한 유럽시장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다. 기아자동차는 직영판매점을 운영해 현지 판매법인을 운영해 독자적인 마케팅 전략을 추진했다. 또 부실 딜러를 정리했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딜러 확충 전략도 병행해 영업력을 강화했다.

도전과제

씨드가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다음의 과제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유럽에서의 차별화된 경쟁우위 확보다. 기아차의 딜러당 연간 판매 대수는 현재 도요타 보다 열세에 머물고 있다. 2008∼2009년 기아차 판매 네트워크 수준으로는 12∼15만 대가 한계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 여파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브랜드와 고객 가치를 제공하고 판매 역량도 확충해야 한다. 둘째, 현대자동차와의 자기잠식(Cannibalization) 가능성이다. 시장에서 기아차와 현대차와의 고객층을 쉽게 분리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두 브랜드가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브랜드 단위의 포지셔닝 차별화를 모색할 수 있다. 셋째, 유럽총괄법인이 현지법인과의 역할 정립을 통해 통합적인 마케팅을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신차 판매-서비스-중고차 사업을 연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제품과 서비스를 결합해 기아차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종호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 및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에서 마케팅 리서치 석사 학위를, 케임브리지대에서 전략 및 마케팅 박사 학위를 각각 받았다.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재(24·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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