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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KT 워룸의 진화: 위기 관리를 일상 활동으로

신광석 | 75호 (2011년 2월 Issue 2)

 

 

 

 

 

서울 서초구 서초동 KT 사옥 한 회의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기 관리가 경영의 키워드로 떠올랐던 2009 KT는 이곳에워룸(War Room)’을 꾸렸다. 당시 환율과 금리, 주가, 원자재 가격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영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시장 환경이 급변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고 GE IBM, 지멘스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일부 기업들도 워룸 같은 비상경영 상황실을 설치했다. KT도 국내외 기업들을 벤치마킹 했다. 이 회의실에는 각종 거시경제 지표와 KT 경영 지표 등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모니터들을 설치했다.

 

하지만 이제 워룸은 일반 회의실로 변했다. 복잡한 그래프와 각종 지표를 보여줬던 물리적 워룸 상황실은 사라졌다. 하지만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활용한 가상의 워룸이 언제 어디서나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일상적인 경영진 회의가 워룸에서 열리던 회의를 대체했다. 특정 물리적 공간으로 제한돼있던 워룸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간 셈이다. 이는 KT가 위기 경영에 대한 개념을 바꿨기 때문이다. 모든 위기 경영의 출발은 불확실성에서 시작하며, 위기 관리는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신시장은 변화가 일상화된 시장이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9년 전체 휴대전화 사용자 중 1%만이 스마트폰을 썼다. 당시 스마트폰은 얼리 어답터 정도나 다룰 수 있는기계로 여겨졌지만, 이제는어른들의 장난감으로 불릴 정도로 상황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이용자 비중은 2010 15%에 이어 올해 40%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마케팅 재무 등 각종 전략도 급변하는 환경에 맞춰서 끊임없이 수정해야 한다. 중장기 계획에만 의존하는 게 사실상 힘들어졌고 위기 상황이 상시적으로 이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T는 지금도 워룸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 워룸 운영 방식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워룸을 진화 발전시켜 상시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KT의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일시적인 위기에서 일상적인 위기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금융 시장 불안과 실물 경기 위축 현상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 축소와 비용 통제에 초점을 두고 워룸을 운영했다. 하지만 KT의 워룸은 초기부터비용 절감+α’를 목적으로 했다. 비용 절감을 중심으로 긴축 경영을 하고, 핵심 경영 아젠다를 모니터링할 뿐 아니라 각종 경영 현안을 한눈에 파악해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게 목적이었다. 이런 형태의 워룸은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지만, 한계도 적지 않았다. 한정된 분야의 몇몇 임원이 모여 특정 공간에서 밀실 회의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외부환경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종합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려 전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KT는 임원뿐 아니라 일선 현장 직원까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소프트웨어적 변화가 없다면, 위기 경영은 그야말로 캐치프레이즈에 그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2010년 강력한 경기 부양책 덕에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위기 경영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이에 따라 일시적 위기라기보다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상적인 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경쟁사들의 동향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동통신, 집전화, 초고속인터넷, IPTV 등 각 분야에서 과거와는 확연하게 다른 경쟁 양상이 나타났다. 다양한 사업자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소비자들의 니즈나 소비 행태도 급변했다. 더 이상 동일한 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할 수 없는, 극도로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펼쳐졌다.

 

따라서 이벤트성 위기 관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KT는 위기 관리가 상시적 활동이 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위기 경영의 프레임워크 수립

 

KT는 프랑스텔레콤과 텔레포니카(Telefonica), SFR(originally Société Française de Radiotéléphonie), 벨가컴(Belgacom) 등 서유럽 통신사들을 대상으로 벤치마킹에 나섰다. 경영성과 모니터링 체계와 시장 경쟁 방법론, 워룸 운영 등 베스트 프랙티스를 발굴했다. 이들 회사는 유선 및 무선 시장 모두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국내 통신사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서유럽 통신 시장에서 무선 시장 보급률은 평균 125%로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유선 인터넷 시장 보급률 역시 60%로 성숙 단계였다.

 

KT는 벤치마킹 결과 이 통신사들이 상시적인 위기감(Sense of Urgency)을 전제로 성과 대시보드, 섀도 캐비닛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회사는 핵심 고객을 유지(Retain)하기 위해 세분화된 플랜 및 컨버전스 로열티 플랜을 마련하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Acquisition)하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 제공, 결합 상품 판매를 확대했다. 또 개인 사용자당 평균 매출(ARPU)을 늘리기 위해 무선 데이터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했고, 비용 효율성을 증진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을 개발했다.

 

KT는 벤치마킹을 토대로 <그림1>과 같은 위기 경영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

 

 

 

1.위기 경영은 Right Indicator에서 출발: 모니터링 지표 수시로 바꿔

 

KT 위기 경영의 첫 출발은 경영 아젠다에 따른 워룸 핵심 지표를 올바르게 선정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각 조직별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해 일정 기간 평가한 후 임직원 보상에 반영했다. 통상 전년도 지표를 기본으로 하되 당해 연도 경영 환경 변화를 고려해 세부 내용을 수정했다.

 

워룸의 지표는 과거 성과 평가를 하기 위한 KPI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워룸에서는 상시적으로 바뀌는역동적인 지표를 썼다. 고착화된 지표로는 시장 상황 변화를 따라잡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쟁 상황이 바뀌면 지표의 달성 목표를 높이거나 낮출 수 있다. 또 기존의 주력 상품이더라도 변동성이 낮아지면 모니터링을 간소화하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출시되면 규모는 미비해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했다. 이처럼 급변하는 트렌드를 신속하게 따라 잡고 대응하기 위해 핵심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조기에 경보를 해서 적시에 피드백을 제공하는 체계를 갖췄다.

 

이런 방법을 쓰니 문제 포착 방식이 달라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우수 고객 해지율이 왜 이렇게 떨어지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왔을 때 각 부서의 대응책을 받아 단순 취합해 해결한 적이 적지 않았다. 임원이 언제까지 대응책을 보고하라고 지시하면 주무 부서가 연관된 부서에 동일한 템플릿을 주면서 자료 제출을 요청해 이를 그대로 취합해 대응책으로 제출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상시적 지표 관리를 통해 KT는 핵심 지표를 꾸준하게 모니터링하다가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지표의 세부 지표를 늘려서딥다운(deep-down)’ 분석에 돌입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더 큰 위기에서 고꾸라지기보다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를 주기 위해 지표를 세분화하는 것이다.

 

휴대전화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을 가리키는 ARPU(Average Revenue Per User)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매출 계정별 분석, 단말 그룹별 분석, 요금제의 영향 분석, 프로모션과 같은 이벤트 분석 등에 돌입한다. 때에 따라서는 실제 통화량이 줄어 트래픽(통신 사용량)이 감소하는 것인지 살펴보기도 한다. 세그먼트별로 트래픽 분석을 시작하면 전혀 쓰이지 않는 트래픽과 많이 쓰이는 트래픽을 분석할 수 있다. 특정 요금 상품은 고객들이 일단 가입 먼저 해놓고 잊지 않고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는 고객들의 니즈가 없는데도 무리한 마케팅을 통해 판매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혹은 서비스가 고객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 이용률이 낮을 수도 있다. 트래픽 분석을 실시해도 원인을 알 수 없을 때에는 단말기별 지표를 살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기간을 정해 놓고 피처폰, 스마트폰 등 단말기별 트래픽 샘플 지표를 분석하는 작업을 벌인다.

 

지표 선정이나 목표 조정은 주요 사업부문 임원들로 구성된 회의체에서 정했다. CEO와 최고경영진이 관심을 기울이는 경영 아젠다와 연간 경영 계획, 분기별 새로 수립되는 계획(Rolling Forecasting) 등의 전략적인 아이템을 두루 반영했다. 이와 함께 선진 사례의 성과 지표를 벤치마킹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전략이나 예산을 수립하려면 Rolling Forecasting 방법을 활용해볼 가치가 있다. 5개 분기를 주기로 하는 전형적인 Rolling Forecasting 방법론을 소개한다. 현재 2011 1분기 말이라고 가정하자. 현재 2011 1분기의 실제 지표가 이미 확보돼 있다. 따라서 향후 4개 분기, 2011 2,3,4분기 및 2012 1분기를 전망해야 한다. 여기서 3개 분기, 2011 2,3,4분기 지표는 이미 2010 4분기에 예측한 수치가 있기 때문에 변화된 상황을 반영해 새로운 수치로 이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새롭게 2012 1분기의 지표에 대한 예측을 추가한다. 이때 현 시점과 가까운 분기일수록 예측력을 높이기 위해 즉 2011 2분기, 3분기, 4분기의 순서대로 관련 비즈니스 유닛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지표 예측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올바른 예측은 중기 목표와 비교해봤을 때 지금 매니저들이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도 알려준다. 따라서 매니저들은 목표와 현 시점의 차이를 관리(managing gaps)하는 데 역점을 둔다. 실제로 프랑스텔레콤은 ‘Orange 2012 Action Plan’을 수립해 유기적인 현금흐름 창출을 목표로 내걸고 ‘Beyond Budgeting’이라는 롤링 포캐스트 체계를 도입했다. 시장 변동성을 반영해 분기별로 경쟁사와 비교해 실적을 관리하는 체계다. 텔레포니카 역시 월 단위로 재정을 통제한다.

 

 

KT는 이와 함께 롤링 포캐스팅(Rolling-Forecasting)도 도입했다. 과거에는 연도 단위의 경영 목표와 예산을 편성하고 연말 실적에 따라 평가를 했다. 하지만 급변하는 기술에 발맞춰 빠르게 변하는 통신사업의 특성상 상황이 급변하면 미리 수립된 예산 배분안의 효과성이 뚝 떨어진다. 따라서 KT는 연초에 정교하고 완벽하게 예산을 수립하는 게 아니라, 분기별로 예산을 정하는 등 단기 목표-예산-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2.제때 정보 제공해야 올바른 의사결정 가능: 대시보드로 정보 즉각 지원+공유

 

도출된 지표는 곧바로 웹과 모바일의 대시보드(Dashboard, 상황판)를 통해 조직원들에게 알렸다. 보통 워룸들이 제한된 물리적 공간에서 일부 관계자들에게만 정보를 공개했던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이는 위기 경영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조직 구성원 간 공감대가 확산돼야 하며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언제 어디서건 관련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또 기존 대시보드와도 차별화했다. 대시보드는 워룸의 지표에 대해 전사적으로 동일한 뷰(Single View)로 제공됐다. 아젠다에 따라 구성된 일련의 지표 세트에 대해 직관적인 UI(Use Interface)로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했다. 현란한 그래프보다는 필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에 역점을 뒀다. 직관적인 이해도를 높여 신속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대시보드는 최고경영 회의에서도 활용됐는데, 이로 인해 일하는 방식 역시 크게 바뀌었다. 기존 회의에서는 보고서 중심으로 보고가 이뤄졌기 때문에 임원 회의가 다가오면 실무자들은 파워포인트를 작성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모든 부서가 같은 경영 지표가 나온 단일 대시 보드 화면 상의 숫자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구상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경영성과 회의는 임원들이 파워포인트에 정리된 결론을 보고 받는 게 아니라 다양한 지표의 추이를 봐가면서 회사가 처한 상황과 좌표를 정확히 포착해 개선 방향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보고서는 꾸미기 나름이라는 말도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대시보드에서 각 부서가 회의에 쓰는 지표항목이 사전에 정해져 있다. 따라서 경영 목표를 보고하거나 성과를 발표할 때 해당 부서에 유리한 지표를 선택해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게 불가능하다.

 

또 의사 결정 사항이 일선 사업부서까지로 잘 전달돼 실행 속도가 빨라졌다. 과거에는 임원 회의에서 지표의 문제점이 논의돼도 정작 현장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대시보드를 통해 특정 지표에 임원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에 대한 설명을 붙여줬다. 따라서 실무자는 과제 내용만 전달받는 게 아니라 왜 해당 과제가 추진돼야 하는지, 그 배경이 되는 지표가 무엇인지 등 맥락까지 전달을 받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됐다. 쌍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서 위기 상황을 현장으로까지 전파할 수 있게 된 셈이다.

 



2009년 프랑스텔레콤은 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프랑스텔레콤의 사업 포트폴리오 중 유선 사업 비중이 감소하고 무선 및 IPTV 사업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영국 최대 디지털 광고 네트워크 회사(Unanimis)를 인수했다. 하지만 2009 3분기를 기준으로 EBITDA 8%(456000만유로) 감소했고 CEO Louus-Pierre Wenes는 사임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고 서비스가 다양해 규모의 경제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합병 후 통합(PMI)’ 작업을 성공시켜야 하는 부담이 컸고, 상품과 서비스가 복잡하다는 문제점도 해결해야 했다.

 

프랑스텔레콤은 이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Orange 2012 Action Plan’을 수립했다. 유기적인 현금 흐름 창출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대시보드를 통해 재무, 인사, 운영(단기), 전략(장기) 4가지 부문으로 나눠 KPI를 제공했다. KPI에는 정량적, 정성적 지표가 포함됐다. 메인 대시보드 화면을 카테고리별로 분류해 종합적인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했고, 지표별 비즈니스의 추이를 제공해 지표가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벤치마크 데이터도 함께 제공했다. 과제의 진척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각 KPI마다 책임 임원을 지정해 의사 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했다. 데이터 업데이트와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 프랑스텔레콤은 각 그룹과 각 지역별 부서와의 핵심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했다. 경영 성과에 대해 본사와 CIC(Company in Company), 지역을 중심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게 했다.

 

 

 

모바일을 활용해서 이동성도 높였다. 아이폰(스마트폰)과 아이패드(태블릿PC)와 같은 모바일 기기에서도 지표를 상시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재무지표와 사업진척도, 가입자 수, 상품 해지율 등 핵심 지표를 살펴볼 수 있게 해서 업무 계획을 보다 빨리 짤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기기의 터치 스크린을 통해 늘려보기도 할 수 있다. 월별 추이 그래프를 보다가 이상 징후가 있는 지점은 손으로 늘려서 주별로, 일별로 더 자세히 들어가 원하는 기간을 특정해서 분석할 수 있게 해준다.

 

 

 

대시보드는 조기 경보 역할을 한다. 목표 대비 달성률을 측정하고, 경고구간(Warning Band)을 설정해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알람을 한다. 알람 방식은 프랑스 텔레콤처럼 추세를 알람하거나 당일/당월/당분기 목표 달성 여부에 대해 알람을 한다. 각 지표의 특성에 따라 목표 달성률 구간은 바뀔 수 있지만 대개 98∼102%를 중립 구간으로 설정하고, 양쪽의 반대 구간에 대해 부정적 경고 혹은 긍정적 신호를 줬다. 물론 알람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위기를 사전에 포착해 대응할 수 있도록 실행을 촉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해당 지표와 연관된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에서는 알람 신호가 뜨면 해당 지표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찾고 원인 분석 결과와 향후 계획을 대시보드 화면으로 공유했다.

 

또 대시보드를 통한 모니터링에만 그치지 않고 징후가 포착되는 주요 이슈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데이터를 확보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가입자 수와 매출뿐 아니라 고객/상품별 유형 분석, 이탈 고객의 특성 분석, 마케팅 비용과의 연계성, 이익 기여도, 트레픽 데이터 분석이 이뤄진다. 고객 이용 패턴 분석, 경쟁사나 글로벌 선진 기업과의 비교를 통한 개선 사항도 제시됐다.

 

3.미래를 입체적으로 내다본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와 시뮬레이션 활용

 

KT는 미래를 입체적으로 예측하기 위해 경영 성과 예측-시뮬레이션을 이용했다. 심층 분석이 과거와 현재를 파악하는 단계라면 경영 성과 예측-시뮬레이션은 가상 시나리오에 따라 미래를 전망하고 경영 환경에 영향을 미칠 다양한 변수를 찾아내기 위한 절차다. 경영성과 예측-시뮬레이션은 경쟁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른 경영 환경 변화는 물론이고, 자사 경영 전략이나 마케팅 자원 투입 등을 조정할 때 경영 성과가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하는 활동이다. 성과 예측에는 다양한 시뮬레이션 기법이 동원된다.

 

KT는 인과 관계가 복잡한 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이고 직관적인 모델링을 위해 시스템 다이내믹스(System Dynamics) 기법을 썼다.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동적(動的) 인과 관계 모델링을 하는 데 효과적이다. 역동적으로 변하는 통신 시장에서의 경쟁 전략을 시뮬레이션하는 데 적합한 방법이다.

 



동남아시아의 보루네오섬 농민들은 말라리아를 퇴치하기 위해 강력한 살충제(DDT)를 움막집에 살포했다. 모기를 없애고 말라리아를 퇴치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DDT의 살포로 예상치 못한 다른 질병이 발생해 많은 농민들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원인 분석 결과 이 DDT는 모기를 죽이기는 했지만 바퀴벌레의 체내에 축적됐다. 이 바퀴벌레를 잡아 먹은 도마뱀은 갑자기 행동이 둔해지면서 고양이에게 쉽게 잡아 먹혔다. 도마뱀을 잡아 먹은 고양이는 죽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없어지자 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자 흑사병 등 쥐로 옮기는 전염병에 대한 위험성이 높아졌다. 마을 주민들은 급기야 고양이를 급히 구해 마을 여기저기에 풀어놓았고,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일이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마을의 움막집 지붕이 여기저기 주저앉기 시작했다. 이유는 도마뱀은 바퀴벌레뿐 아니라 이엉이나 지붕 서까래를 갉아먹고 사는 나방의 유충도 잡아먹는데, 도마뱀이 없어지자 나방의 유충이 크게 번식해 지붕이 주저앉을 정도로 지붕 서까래를 갉아먹은 데 따른 것이었다.

 

시스템 다이내믹스는 기존 의사 결정 방식의 한계, 즉 전체 시스템(공통의 목적을 향해 상호 작용하는 요소들의 유기체적인 집합)의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정책적 결정을 실행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도구로 등장했다. 1961 Jay W. Forrester의 산업동태론(Industrial Dynamics)에서 출발했으며, 산업 부문뿐 아니라 자연과학과 공학 등에도 적용되면서 일반적인 용어인 시스템 다이내믹스로 불리게 됐다.

 

 

 

기존 의사 결정 과정에서는 1, 2개의 변수를 중심으로 단면적 의사 결정을 내려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모든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또 의사결정 변수 간 동적인 상호 작용을 무시하거나 제한적으로 고려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가정을 단순화했다. Detailed complexity Dynamic complexity를 고려해 전체 시스템을 구성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의 변수를 두루두루 고려하고 의사결정 변수 간 상호 동적인 영향 관계를 파악한다.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모든 사건의 원인과 결과가 상호작용하는 피드백(feedback)이라는 구조를 지닌다. 경쟁 시장 내 상호 간 영향을 주고받는 여러 요소를 정의하고, 각각의 인과 관계를 도출한 뒤, 전체 시스템의 순환적 인과 관계를 모델링하게 된다. 둘째, 특정 시점의 결과보다는 시간의 경과에 따른 시스템 상의 부단한 결과에 초점을 둔다. 매일매일 일어나는 변화를 적분 개념으로 산출해서 나온 값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추세적인 흐름을 읽는 데 유효하다. 셋째, 운영(Operation)에 용이한 구조다. 시스템 각 구성 요소의 관계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 시스템 작동의 메커니즘이 쉽게 파악된다.

 

경영 성과 시뮬레이션 모델은 주요 상품의 마케팅 비용 배분과 가입자 목표 설정에 따른 고객 성과와 재무 성과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공통비나 영업외 손익 분야의 전망 데이터와 합산해 전사 재무제표까지도 산출할 수 있다. 또 경영 계획을 수립할 때 시장 변화를 예측해볼 수 있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여러 부서의 다양한 계획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KT는 섀도 캐비닛(Shadow Cabinet)도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다. 섀도 캐비넷은 고객 데이터와 시장 정보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이 새로운 서비스나 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는 것이다.

 

임원들은 경쟁사의 CEO, CFO 등의 역할을 하고, 각각의 입장에서 어떤 전략을 택할 것인지 전략 시뮬레이션회의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회의가 가능하다.

 

“경쟁업체인 A사는 VoIP(인터넷 전화) 마케팅 드라이브를 세게 걸다가 예전보다는 덜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경쟁업체인 B사는 VoIP보다는 PSTN(기존 일반 유선전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A사가 다시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B사는 PSTN에 드라이브를 걸면 어떤 영향이 있겠습니까.”

 

이런 섀도 캐비닛은 임원들이 경쟁사 현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동시에 경쟁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 경쟁사의 예상되는 전략 방향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해서 회사의 경쟁 전략 수립 및 의사 결정의 즉시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게임에 참여하는 임원진은 상호 간 정보 교류를 통해 의사 결정의 효율성을 높인다.

 

다만 이는 시뮬레이션 모델링이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 수치 등이 뒷받침된 과학적인 데이터가 있어야 자사의 위치와 경쟁사의 영향력을 입체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사점

 

KT의 워룸 운영은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의사 결정시 직관보다는 데이터에 의존했다. 위기 상황에 대한 설명은 겉으로 드러난 숫자의 나열이 아닌 배경과 원인에 대한 철저한 해석을 바탕으로 했다. 따라서 전사적인 경영 현황을 한눈에 설명할 수 있는 지표와 고객 및 시장 변화, 기업의 재무 상태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게 구성했다. 또 결과형 지표와 선행 지표를 연결하려고 했다.

 

전략적 이니셔티브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지표를 바꿀 수 있게 유연하게 설계해서 급변하는 비즈니스 이슈를 추적하려 했다. 지표가 고착되면 시야는 좁아지고 비즈니스는 퇴보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또 선행지표에 따라 위기가 포착되면 그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요소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원인이 파악되면 개선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원인을 다시 지표로 재구성해서 지속적으로 지표 체계를 보완했다. 또 해당 지표가 또 다른 선행지표와 연계될 수 있도록 사전 대응력을 높였다.

 

둘째, 즉각적인 소통으로 민첩한 의사 결정과 신속한 대응을 했다. 최근의 경영 환경에서는 복합적인 상황 변화를 재빠르게 인식하고 전략적 행동에 즉시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보다는 트렌드를 파악해 신속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게 중요하다. KT의 워룸은 고객과 시장 변화의 흐름이나 미래 트렌드 등을 포착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했다.

 

셋째, 사전 포착한 위기의 징후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체제를 구축했다. 경영진 대시보드 등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만, 활용도가 낮은 기업들도 많다. 하지만 KT는 이를 임원회의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현장에도 전파했다. 덕분에 필요한 자료 수집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하드웨어(대시보드)가 소프트웨어(사용하는 기업문화)와 적절히 결합한 사례다.

 

넷째,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과거 실적 및 사후 대응 중심의 모니터링에 그친 게 아니라 미래 예측 및 사전 대응 역량을 보강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는 기법을 썼다. 과거의 반복적인 데이터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통계적 기법을 활용해 예측 모형을 세우고, 이를 시장 지향적으로 검증해 진화시켰다. 또 각 사업부서의 실무자 PC에서 따로따로 관리되고 있는 스프레드 시트 기반의 노하우들이 전사 예측 모델에 반영되고 공유될 수 있게 했다. 이와 함께 경쟁사와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데이터로 계량화해서 분석할 수 있는 모델 기반을 만들었다.

 

다섯째, 위에서 아래로(Top-down)와 아래에서 위로(Bottom-up)의 위기관리가 병행됐다. 일단 위기관리와 워룸을 운영하는 조직인 가치경영실이 CEO 직속 조직이어서 의사결정에 필요한 현장의 각종 정보를 취합하는 게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위기경영이 기업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잡으려면 CEO의 관심이 수반돼야 한다. 동시에 전 조직원 사이에서 위기 의식이 공유돼야 한다. KT는 웹과 모바일 대시보드 등을 활용해 전체 조직 구성원들이 효과적으로 위기 경영을 수행하도록 지원했다.


신광석
상무는 경북대 경제학과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 KT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대외협력실, 전략기획실 등 주요 부서를 거쳤다. 현재 KT Linkus, KTDS, KT Tech, KBSi 감사를 겸하고 있다. 신 상무는 현재 KT 가치경영실에서 KT의 경영계획 수립과 예산 편성/조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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