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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공정가치 회계 디스카운트, 건전한 지배 구조로 극복하라

송창준 | 74호 (2011년 2월 Issue 1)

금융위기 이후 화두로 떠오른 공정가치 회계
회계분야에서 2008년 금융위기와 맞물려 미국에서 공정가치(Fair Value) 회계와 관련된 문제가 큰 이슈가 됐다. 미국회계기준원(Financial Accounting Standards Board·FASB)은 2006년에 공정가치의 측정과 공시에 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기틀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재무회계기준 157번 ‘공정가치 측정(Statement of Financial Standards No. 157, Fair Value Measurements)’을 공표했다. 이 회계기준은 2007년 11월 15 이후에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하도록 의무화됐다.
 
회계기준 157번 공표는 공정가치(Fair Value)의 통일된 정의를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공정가치라는 용어는 회계분야에서 그동안 빈번히 사용됐다. 현행 미국 및 한국회계기준에도 일부 재무제표 항목을 공정가치로 측정해 보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모순되게 들릴지 모르지만, 공정가치를 현행 회계기준에서 사용하고 있는데도, 회계기준 157번 공표 이전에는 공정가치의 통일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회계기준 157번은 공정가치를 ‘유출가격(Exit Value)’으로 정의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공정가치란 측정일(Measurement Date)에 시장참여자 간의 정상적인 거래(Orderly Transaction)에서 자산을 처분해 수취하거나, 부채를 이전하기 위해 지급하는 가격으로 정의할 수 있다. 공정가치는 이론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유입가격(Entry Value)’ 즉, 자산을 구입할 때 지불하거나 혹은 부채를 발행할 때 수취하는 가격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또 공정가치를 ‘사용가치(Value in Use)’로도 정의할 수 있다. 이는 자산의 가치가 시장에서 정해지기보다는 자산을 사용하는 기업의 특성에 따라 같은 자산일지라도 그 가치는 다를 수 있다는 개념에 근거한 정의다.
 
각각의 공정가치 정의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유출가격에 의한 정의는 다른 정의에 비해 기업의 지불능력(Solvenc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만약 재무제표의 모든 자산과 부채가 유출가격에 의해 측정/보고된다면, 자본(Owner’s Equity)은 모든 자산과 부채가 정상적인 거래에 의해 처분되고 남는 기대현금흐름과 같게 될 것이다.
 
이런 공정가치에 대한 통일된 정의가 금융위기 이후 큰 쟁점이 됐다. 금융위기 당시 금융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거래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금융 자산은 금융위기 이전에 형성되던 가격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따라서 새로운 회계기준이 요구하는 유출가격으로 금융자산을 평가하면, 많은 금융회사들이 자산을 평가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는 회사의 재무제표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재무제표 악화로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악순환이 이어져 당시 공정가치회계가 금융위기를 더욱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이에 따라 미국 의회는 미국증권감독원(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이 그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또 그 검토 결과에 따라 회계기준 157번의 시행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도 했다.1)이처럼, 회계기준 157번은 사회적으로 큰 이슈를 만들어낸 회계기준으로 떠올랐다.
 
회계기준 157번의 또 다른 의의는 공정가치로 측정된 자산과 부채를 측정에 사용된 정보를 기준으로 분류해서 이를 공시하도록 규정했다는 데 있다. 회계기준 157번은 새로운 공시를 위해 3가지의 ‘공정가치 서열체계(Fair Value Hierarchy)’를 도입하고, 공정가치로 특정된 자산과 부채를 서열체계에 따라 공시하게 했다.

3가지의 공정가치 서열체계는 ‘수준1(Level 1)’ ‘수준2(Level 2)’ ‘수준3(Level 3)’으로 나뉜다. 수준1은 시장에서 동일한 자산과 부채가 거래될 때, 관찰 가능한 거래가격에 의해 공정가치가 평가되는 경우다. 정보이용자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다. 수준2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동일한 자산이 없을 때, 유사한 자산/부채로부터 유추된 가격을 사용해서 공정가치를 평가하거나, 동일 자산/부채가 비활성화된 시장(Inactive Market)에서 거래될 때의 가격을 사용해서 공정가치를 평가하는 경우 등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수준3은 거래시장이 존재하지 않을 때, 시장에서 관측 가능하지 않은 자료, 즉 회사의 주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주로 수학적인 가치평가 모형을 이용해 공정가치를 결정하는 경우다. 이는 가장 낮은 신뢰도의 공정가치 정보라 할 수 있다.
 
새 회계기준은 공정가치로 평가된 자산과 부채를 3가지의 서열체계 중 어떤 수준에 해당하는 정보를 이용해서 공정가치를 평가했는지 공시하게 해서, 정보이용자가 공정가치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게 했다. <표1>은 회계기준 157번에 따라 공시된 공정가치 서열체계의 간단한 예다. 예를 들어, 단기매매금융자산의 경우 총 10,000 중 20%는 수준1, 나머지 80%는 수준2에 해당하는 자산임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새로운 회계기준 157번의 내용과 이와 관련된 주요 이슈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했다.
 
필자가 최근 미국 회계학회지인 <Accounting Review>에 게재한 논문은2)공정가치 서열체계 정보가 주식시장에서 기업가치평가와 관련돼 유용하게 이용되는지를 연구했다. 지금부터는 이 논문의 결과에 대해 살펴보고, 그 결과의 의의에 대해 토론하고자 한다.
 
신뢰성과 목적적합성의 충돌,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면?
공정가치회계의 유용성에 관한 논의는 그 역사가 매우 길다. 그 논의의 핵심은 회계정보가 가져야 하는 주요 특성인 신뢰성(Reliability)과 목적적합성(Relevance)이 일반적으로 서로 상충 관계라는 데에서 발생한다. 신뢰성이란 회계정보에 중요한 오류나 편의(Bias)가 없고, 그 정보가 나타내고자 하는 대상을 충실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이용자가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의미한다. 신뢰성에 가장 충실한 측정방법 중의 하나가 역사적 원가(Historical Cost)다. 일반적으로, 특수한 이해관계가 없는 두 거래당사자 사이의 거래에 의해 취득한 자산 혹은 부담한 부채는 실거래 가액이 당시 경제적 가치를 가장 신뢰성 있게 반영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무실용으로 구입한 건물은 당시 구입가가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구입가격으로 건물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10년 전에 구입한 건물의 현행 시장가격이 구입가격보다 현저하게 높다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는 현재 시장가격이 더 목적적합한 정보(Relevant Information)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목적적합한 정보인 현행 시장가격에 따라 건물을 측정하도록 회계기준이 선뜻 허용하기 힘든 이유는 바로 신뢰성이 낮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식처럼 동일한 자산이 시장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경우, 현재 시장가격을 이용해 투자자산을 평가해서 보고한다면 목적적합성과 함께 신뢰성도 있는 정보일 것이다. 그러나 10년 전에 구입한 건물의 현행 공정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삼성전자 주식의 공정가치를 결정하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처럼 동일한 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거나, 거래가 빈번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이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공정가치를 결정하기 위해 경영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다. 이런 주관적인 판단은 경영자가 알고 있는 공정가치 정보를 외부 투자자와 공유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고의적으로 공정가치 자료를 왜곡해 이익조작을 위해 사용할 경우 회계정보의 질(Quality)이 현저히 낮아지게 될 위험도 있다.
 
공정가치회계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공정가치 정보가 목적적합한 정보며, 기업의 경제적 변동성(Volatility)을 재무제표에 가장 잘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공정가치회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정가치는 경영자에 의해 조작이 가능하고 혹은 공정가치를 추정할 때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이 크고, 투자자가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신뢰도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따라서 유용하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공정가치 서열 체계상 신뢰성 낮아도 투자 정보로 활용,
그러나 가중치는 낮아
회계기준 157번이 시행된 이후에 이런 주장들을 일부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과거에는 공시하지 않았던 정보인 공정가치 서열체계는 정보의 신뢰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이 가능하다.
 
첫째, 공정가치 서열체계가 기업가치와 관련이 있는가? 즉 수준1, 수준2, 수준3의 정보가 기업가치와 관련이 있다면, 투자자들이 공정가치 서열체계 정보를 기업가치 평가에 이용하고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신뢰성이 낮은 수준3의 공정가치 정보에 대한 유용성이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다. 수준3의 공정가치 정보는 낮은 신뢰도 때문에 기업가치 평가 시 투자자들에 의해 무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영자가 외부정보이용자들 보다는 기업의 내부정보에 접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뢰성이 다소 낮더라도 투자자들이 기업가치평가에 그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둘째, 만약 수준1, 수준2, 수준3 각각의 정보가 기업가치와 관련이 있다면, 그 정도가 수준1, 수준2, 수준3 정보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 만약,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정보의 신뢰성과 비례해서 그 가중치를 정한다면, 수준3이 수준1과 수준2보다 신뢰성이 낮으므로 기업가치와의 관계 역시 더 낮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투자자들이 공정가치정보를 이용할 때 회계기준 157번이 제공하는 서열체계 정보는 신뢰도에 상관없이 모두 중요하게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지 않다. 그동안 회계학 연구에서 많이 행해진 방법은 회계정보의 유용성을 특정 회계정보와 기업가치가 서로 관련이 있는지 조사함으로써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 했다. 이러한 연구들을 ‘기업가치 관련성 연구(Value Relevance Studies)’라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이런 연구들에서는 통계적 기법인 회귀분석을 사용한다. 여기서 종속변수로 기업의 시장가치(=주가)나 주가수익률(Returns)을 사용한다. 이런 연구들은 기본적으로 시장가치는 회계정보를 비롯한 수많은 정보들을 이용해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결정되므로 기업의 본질가치를 가장 잘 반영한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 가정을 기초로 검증하고자 하는 회계정보를 독립변수로 사용해서, 종속변수의 기업가치와 회계정보의 독립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상관관계를 가지는지 검증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런 연구들은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들 간의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만, 연구자들의 관심인 특정 회계정보가 기업가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회계정보는 기업가치와 관련이 있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본 논문은 검증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가치로 평가되는 자산과 부채를 비교적 많이 보유한 산업인 미국의 은행을 중심으로 연구했다. 회계기준 157번 실행 첫 연도인 2008년 1분기에서 3분기 동안 공정가치 서열체계를 공시한 1260개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표2>는 본 연구에 사용된 표본에서 전체 자산/부채 중 공정가치로 측정된 자산/부채의 비율과 각 서열체계의 비율에 관한 통계다.
 
은행이 공정가치로 평가되는 금융자산/부채가 많음에도, 공정가치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약 15% 정도였다. 이 중 대부분이(약 13%) 수준2에 해당하는 공정가치자산이었다. 공정가치로 평가되는 부채의 경우 규모 면에서는 총 부채의 0.4% 정도로 매우 미미했다. 그 중 대부분이(0.3%) 자산과 마찬가지로 수준2에 해당하는 부채였다.
 
앞에서 언급한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본 논문의 결과는 수준3을 포함해서 공정가치 서열체계 모두 기업가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뢰성이 낮은 수준3의 공정가치 정보 또한 기업가치 결정에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결과로, 수준3의 공정가치 정보가 기업가치와 유의하게 관련이 있지만, 수준3의 공정가치와 기업가치와의 관계가 수준1과 수준2의 관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결과로부터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낮은 수준3의 정보에 대해 낮은 가중치를 부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신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3의 정보가 다른 정보에 비해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이용되는지 살펴봤다.
 
건전한 기업 지배구조, 신뢰성 낮아도 회계정보의 질 높인다
본 논문은 두 번째 연구주제로 기업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가 위에서 검증한 가치 관련성(Value Relevance)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 조사했다.
 
전통적인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에서 경영인과 주주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때문에, 경영자는 주주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사결정을 하고 이 의사결정이 주주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이 아닐 경우 기업의 가치는 소유주가 직접 경영할 경우보다 작게 된다. 이런 비용을 대리인 비용(Agency Cost)이라 한다. 주주는 대리인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한다. 예를 들어 성과급여 제도(보너스, 스톡옵션 등), 이사회의 견제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회계학계에서는 이런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이 기업이 공시하는 회계정보의 질(Quality)과 관련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본 연구도 앞서 언급한 결과, 즉 수준1과 수준2 정보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은 가중치를 받는 수준3 정보가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이 좋은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낮은 가중치를 받는 정도가 완화되는지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개별은행의 기업지배구조 건전성을 측정하기 위해 다음의 6개의 항목을 살펴봤다.
 
1) 이사회에서 독립적인 이사가 차지하는 비율3)
2) 감사위원회(Audit Committee)에서 재무전문가가 차지하는 비율
3) 연간 감사위원회의 모임 수
4) 기관투자가들의 지분율
5) 감사인이 소속된 지역사무소의 규모
6) 회사의 내부통제제도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
 
선행연구에 따르면 독립적인 이사비율, 재무 전문가의 비율, 기관투자가의 지분율이 높을수록, 감사위원회의 활동이 활발할수록, 감사인이 소속된 지역사무소의 규모가 크고, 내부통제제도에 중요한 문제가 없는 회사일수록 재무제표에 포함된 오류나 편의(Bias)가 적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기업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수준3 정보가 투자자들로부터 낮은 가중치를 받는 정도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이 회계정보의 질에 대한 시장의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을 통해 새로운 회계기준 157번에 따른 공정가치 서열체계 정보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고, 기업지배구조의 건전성이 수준3에서 신뢰성의 문제로 발생하는 문제를 일정 부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연구결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신뢰성 높여라
현재 국제회계기준(IFRS)도 서열체계와 관련된 공정가치 정보에 대한 공시규정을 도입하고 있다.이에 따라 2011년부터 시행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도 공정가치 서열체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와 관련된 규정들이 곧 국내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IFRS를 조기에 채택한 일부 기업들의 공시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LG의 2010년 3분기 재무제표에 공시된 내용인 <표3>을 보자.

지금까지는 공정가치로 평가된 각 자산/부채 항목의 총 합계만 공시됐다. 때문에 <표3>의 맨 오른쪽 ‘합계’만 투자자들이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의 도입 이후에는 <표3>에서 알 수 있듯 각 자산/부채의 공정가치가 어떻게 측정됐는지 추가적으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매도가능금융자산의 경우 총액의 53%는 동일자산의 시장가격으로 공정가치가 평가됐지만, 47%에 해당하는 자산은 시장에 기초하지 않은 자료에 따라 공정가치가 평가된 자산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주식시장에서 수준3에 해당하는 자산/부채의 평가가 미국시장과 비슷할지는 실증적으로 검증해봐야 할 문제다. 그러나 우리 주식시장에서 특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은 그 동안의 연구결과에 비춰볼 때 높지 않다.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도 수준3의 정보와 관련해 비슷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기관은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자산이 많아서 이를 수준1, 2로 측정해서 자산가치를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타 업종에 비해 수준3 기준을 특히 더 많이 사용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수준3은 외부의 객관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므로 디스카운트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
 
따라서 수준3의 자산/부채를 필연적으로 많이 보유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건전한 기업지배구조를 통해 전반적인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수준3의 공정가치 정보에 대해 낮은 신뢰성을 이유로 가치평가에서 낮은 가중치를 부여해 평가하는 것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반대로 수준3의 정보로 투자자에게 평가 받으면서 독립적인 이사진이 많지 않거나, 사외이사가 적거나, 내부 감시 체제가 부족한 등 기업지배구조가 불건전하다면 신뢰성을 완충할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 따라서 회계상의 디스카운트를 막기 위해서는 미리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는 게 우선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검토결과 SEC는 회계기준 157번의 시행중지를 권고안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2) Song, C.J., Wayne Thomas, and Han Yi, “Value Relevance of FAS 157 Fair Value Hierarchy Information and the Impact of Corporate Governance Mechanisms” The Accounting Review 2010 Volume 85, No. 4, pp. 1375 – 1410.
3)독립적”이라 함은 이사들 중 회사임원이 아니고 회사와 특정 이해관계가 없는 이사들을 일컫는다.
 
송창준 교수는 고려대 경영학과 및 대학원을 거쳐 스탠포드대학에서 통계학 석사학위를, 미시간주립대학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하다. 버지니아 공대를 거쳐 2009년부터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Accounting Review> 등 주요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공정가치와 파생상품과 관련된 회계정보의 유용성에 관심이 많다.
 
편집자주 최근 송창준 성균관대 교수외 2명의 공동저자가 집필한 논문 ‘Value Relevance of FAS No. 157 Fair Value Hierarchy Information and the Impact of Corporate Governance Mechanisms’이 세계적인 저널인 <Accounting Review>에 실렸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올해부터 도입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또한 공정가치를 반영하도록 바뀌면서 기업 회계 실무자들에게 훌륭한 통찰을 줍니다. DBR은 세계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한국 경영학자들이 더 늘어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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