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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T for Creativity

거의 대칭인 세상에서 창의력 발휘하기

김영식 | 71호 (2010년 12월 Issue 2)


편집자주
아시트(ASIT, Advanced Systematic Inventive Thinking)는 창의적 사고기법으로 많은 기업들이 도입한 트리즈(TRIZ, 창의적 문제해결 방법론)에서 출발한 방법론입니다. 복잡한 트리즈 원리를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도구입니다. 아시트를 활용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으시기 바랍니다.
 
 
자동차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에 불이 켜진다. 이것은 뒤차에 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알리는 의사표시다. 그런데 여기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진다’를 현재의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춰 새롭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창의적 문제해결 및 아이디어 방법론인 아시트(ASIT, DBR 14호, 74 페이지 참조)의 기본 다섯 가지 기법 중 하나인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하면 새로운 메커니즘의 자동차 아이디어를 손쉽게 떠올릴 수 있다. 브레이크 대신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신개념의 자동차를 생각할 수 있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뗀다는 것은 곧이어 브레이크를 밟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뗄 때 브레이크 등이 켜진다면 매우 짧은 시간의 차이지만 속도를 줄일 것이라는 사실을 조금이라도 빨리 뒤쪽 차량에 알려줄 수 있다. 그만큼 추돌사고는 줄어들 수 있다.
 
때로는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뗐다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며 계속 앞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속도를 줄이려다가 상황이 바뀌어 다시 이전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현재의 자동차 메커니즘에 의하면 이럴 때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는다. 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려 했다는 사실은 무엇인가 속도를 줄일 필요를 잠시나마 느꼈다는 것이므로 비록 브레이크를 밟지는 않았지만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는 순간 브레이크 등이 켜지면 더욱 안전한 운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자동차’는 안전성을 강화한 신제품이 될 수 있다.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는 그 분야에서의 비전문가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의 고정관념 때문일 것이다. 비전문가, 즉 문외한은 그 분야에서의 지식이 별로 없다. 따라서 그만큼 그 분야에 대한 고정관념이 적다. 그렇다면 신제품 또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는 항상 비전문가의 조언을 구해야 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매번 그럴 수는 없다. 결국 신제품 개발의 관건은 전문가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 있다.
 
고정관념을 부수고 발상의 전환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 개발 담당자를 1∼2주일간 휴가를 보내기도 한다. 이 방법은 좋은 효과를 낸다. 하지만 담당자는 그 휴가가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휴가가 끝날 무렵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쉽게 고정관념의 벽을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왜 대칭이어야만 할까?
지금 주위에 있는 무엇인가를 가만히 살펴보자. 의자, 탁자, 모니터, 책꽂이 등 대부분이 대칭적으로 이뤄져 있다. 왜냐하면 대칭적인 사물은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이 고정관념이다. 무슨 이유로 이것은 대칭이어야 하는가? 이렇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부분, 그 누구도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 점에 의문을 던짐으로써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출발한다.
 
그런데 ‘발상의 전환’은 그저 막연한 단어일 뿐 실제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거기다 현재의 제품 또는 서비스에 전혀 문제점을 느끼지 않고 있을 때는 더욱 어렵다. 문제가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왜 이것은 대칭이어야만 할까’라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 신제품 개발을 위한 아이디어 발상에 도움이 된다고 가정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짜 문제는 그런 의문을 갖기 어렵다는 데 있다. 아니 실제로 그런 의문을 갖지 않는다. 막상 필요로 할 때는 생각이 미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체계적인 사고기법이다. ‘왜 이것은 대칭이어야만 할까’라고 의문을 던지는 대신 매뉴얼처럼 정해진 프로세스를 따라 사고함으로써 동일한 질문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론을 얻을 수 있다면 고정관념을 저절로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한 신제품 개발
아시트의 대칭파괴기법은 현 제품 또는 서비스에서 대칭이 되는 요소를 찾아 그것을 비대칭으로 바꾸는 방법이다. 이는 대칭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을 넘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제품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떠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하면 현존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대칭이기 때문이다. 현재 제품의 어떤 부분 또는 특성을 비대칭으로 변화를 준다. 그리고 그 결과에서 유익한 점을 찾아내 신제품으로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대칭파괴기법을 이해하고 응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칭’이라는 의미를 단순한 기하학적인 대칭에서 벗어나 좀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 <그림1>의 삼각형은 대칭인가?
 

이것은 잘못된 질문이다. 기준, 즉 축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림2>의 삼각형은 주어진 선을 축으로 위와 아래가 대칭인가?
 
이것 역시 잘못된 질문이다. <그림1>에 비하면 축은 설정됐으나 정작 중요한 ‘무엇’에 대한 대칭인지가 빠져있다. 따라서 선을 축으로 위아래 면의 ‘색깔’은 대칭인가라고 물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것은 두 부분 모두 흰색이므로 ‘대칭이다’고 답할 수 있다. 만약 선을 축으로 위아래 면의 ‘크기’는 대칭인가라고 질문한다면 비대칭이 답이다.
 
여기서 ‘축’ 대신 ‘공간’ ‘시간’ ‘사용자’ ‘환경’ ‘그룹’ ‘속성’을 대입해 기준이 되는 ‘차원’으로 설정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왼쪽과 오른쪽의 색깔은 같다’는 것을 대칭을 이용해 달리 표현하면 ‘자동차는 왼쪽과 오른쪽이라는 공간 차원에서 볼 때 색깔이라는 속성은 대칭이다’로 표현한다.
 
그러면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해 직접 자동차 신제품을 개발해보자. 먼저 색깔이라는 속성과 환경이라는 차원을 선택한다. 그런 후 대칭인지 비대칭인지 살펴본다. 자동차는 외부환경이 변해도 은색이면 은색, 흰색이면 흰색으로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것은 ‘외부환경’ 차원에서 ‘색깔’은 대칭인 것이다. 대칭을 찾았으면 다음으로 <표1>의 3단계에 따라 가상제품을 만든다.
 

 

가상제품: (외부환경)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동차
이 가상제품에서부터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를 들어, 외부환경이 높은 온도일 때는 자동차의 색깔이 밝은 색으로, 낮은 온도일 때는 어두운 색으로 변하는 자동차를 생각할 수 있다. 밝은 색은 빛을 반사하고 어두운 색은 빛을 흡수한다. 따라서 에어컨 또는 히터사용을 위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자동차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번에는 ‘자동차의 속도’를 차원으로 설정한 후 색깔을 살펴보자. 자동차는 천천히 달릴 때나 빠르게 달릴 때나 색깔은 일정하다. 따라서 속도의 차원에서 볼 때 색깔은 대칭이다. 이것을 <표1>의 3단계에 따라 가상제품을 만들면,
 
가상제품: (자동차 속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동차
만약 시속 60km가 제한속도인 도로에서 그 이상의 속도를 낼 경우 차의 색깔이 번쩍번쩍 한다든가 이곳저곳에 빨갛고 노란색의 점이 마구 찍힌다면 누가 봐도 한눈에 속도위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창피해서 속도를 줄이지 않을까?
 
이러한 대칭파괴는 이미 응용돼 실용화되고 있다. 고급차의 와이퍼(wiper)는 비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속도가 조절된다. 바로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한 사례다. 과거 자동차는 비가 많이 오거나 적게 오거나(=외부환경) 와이퍼의 속도(=속성)는 일정했다. 따라서 대칭이었다. 이 대칭을 파괴하면, ‘비가 오는 양에 따라 와이퍼의 속도가 변하는 자동차’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앞에서 말한 ‘액셀러레이터에서 발을 떼면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대칭파괴기법을 적용한 가상제품이다.
 
소위 선팅(tinting)이라 불리는 자동차 유리의 투명도에 초점을 둬서 대칭파괴기법을 적용시켜보자. 차원은 외부환경에 속하는 ‘빛의 양’으로, 속성은 ‘유리의 투명도’를 설정한다. 그러면 가상제품은 ‘빛의 양에 따라 유리의 투명도가 변하는 자동차’가 된다. 이 가상제품에서 ‘운전자의 필요에 따라 유리의 투명도가 변하는 자동차’ 즉, ‘외부의 빛이 많을 때는 어두워지고 적을 때는 밝게 변하는 자동차’라는 신제품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기술은 필요에 따라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먼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도저히 실행 불가능한 아이디어일지라도 그 가치가 크다면 누군가 언젠가는 반드시 실행시킬 것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듯이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비 오는 양에 따라 속도가 바뀌는 와이퍼는 상상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실용화됐다. 아이디어는 아이디어 그 자체만으로도 항상 가치가 있다.
 
피자 헛과 도미노 피자의 전쟁
이번에는 외식산업에서 대칭파괴기법이 실제 적용되고 있는 사례를 살펴보자. ‘피자 헛’ 하면 맛과 레스토랑이 떠오른다. ‘도미노 피자’는 배달이 먼저 떠오른다. 그렇다고 도미노 피자가 피자 헛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각 브랜드 고유의 독특한 장점을 살펴본 것이다. 도미노 피자는 일찍이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했다. 즉 ‘배달시간’을 차원으로, ‘가격’을 속성으로 해서 ‘배달시간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피자’라는 가상제품을 만들었다. 배달이 지연되면 그만큼 가격을 싸게 해주겠다는 ‘배달 속도에 있어서의 자신감’이었다. 이 전략은 주문 후 빨리 먹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며 크게 성공했다.
 
그렇다면 피자 헛의 입장에서는 이런 경쟁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으로는 피자 헛 역시 도미노 피자에 버금가는 신속한 배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는 한술 더 떠 도미노 피자가 ‘주문 후 30분 내 도착하지 않으면 무료’라는 전략을 썼다면 피자 헛은 ‘주문 후 20분내 도착하지 않으면 무료’로 경쟁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도미노 피자가 그냥 ‘배달 속도’에 승부를 걸었을까? 사전에 전화주문 응대, 통신망, 위치파악, 배달도구 등 배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치밀한 계획과 준비를 거친 후 시작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피자 헛이 뒤늦게 ‘배달 속도’에 경쟁을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달리 좋은 방법은 없을까? 배달 속도에 정면 승부를 걸지 않는 다른 방법은 없을까? 여기서 대칭파괴기법을 응용하면 어렵지 않게 새로운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즉 도미노 피자의 ‘배달 속도’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을 찾는 것이다. 피자의 원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맛에 영향을 미치는 속성을 찾아내 그것을 피자 헛의 차원으로 하면 된다. 무엇이 있을까? ‘온도’가 있다. 피자의 온도는 맛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온도를 차원으로 가상제품을 만들면 ‘온도에 따라 가격이 변하는 피자’가 된다. 이것은 도미노 피자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격’이라는 속성은 같지만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둘 다 죽는 무리한 경쟁을 피할 수 있다.
 
피자 헛은 이것을 실천하고 있다. 종이로 만든 온도계를 피자에 부착해 소비자 앞에서 직접 ‘HOT’이라는 온도를 확인시킨다. 그만큼 최상의 맛을 집에까지 배달한다는 새로운 차원의 전략이다. 결국 소비자는 니즈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속도냐? 온도냐?
 
침대를 살펴보자. 침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매트리스의 쿠션이다. 이 쿠션의 정도는 머리 닿는 부분에서 발까지 동일하다. 다시 말해 공간 차원에서 쿠션의 정도는 대칭이다. 이것에 대칭파괴기법을 적용시키면 ‘위치에 따라 쿠션의 정도가 다른 매트리스’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이 가상제품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허리 닿는 부분은 좀 더 딱딱하게 만든 매트리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허리보호 침대! 경쟁사와 차별화된 신제품이 탄생한다.
 
내친김에 공간 대신 시간 차원에서 신제품을 개발해보자. 가상제품은 ‘시간에 따라 쿠션의 정도가 변하는 매트리스’가 된다. 이 가상제품으로부터, ‘잠들기 전 약 20분간은 매우 푹신푹신하고 잠든 후에는 허리를 보호할 수 있는 정도의 쿠션으로 딱딱해졌다가 잠에서 깨어나기 약 20분 전부터는 다시 부드러워지는 침대’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면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잠들어 푹신푹신한 침대에서 깰 수 있다.
 
대칭파괴기법의 적용 대상은 끝이 없다. 지하철의 손잡이를 보자. 그룹(=여러 개 손잡이) 차원에서 길이가 모두 같다. 즉 대칭이다. 그렇다면 대칭을 파괴해 ‘다른 것들과는 길이가 다른 손잡이’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지하철은 키 작은 어린이도 이용한다. 그런데 손잡이가 높이 달려있어 손에 닿지 않는다. 어째서 모두 일률적으로 같은 길이로 만들까? 대칭이어야 한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 때문이다. 대칭파괴기법을 적용하면 간단히 고정관념을 허물 수 있다.
 
손잡이뿐인가. 역 안에서 지하철이 다가올 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자. 이쪽이나 반대편 쪽이나 소리가 같다. 계단으로 내려가다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다는 알림소리를 듣고 자신이 탈 방향으로 오는 지하철로 생각하고 뛰어 내려가 보면 반대쪽 소리다. 헷갈린다. 이것의 대칭을 파괴하면, ‘위치에 따라 알림소리가 다른 지하철역’이라는 가상제품을 만들 수 있다. 간단한 아이디어 하나로 얼마든지 이쪽과 건너편 쪽의 알림소리를 다르게 해서 승객들이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눈을 잠시 감았다 떠 보자.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무엇이든 자세히 살펴보자. 거의 다 대칭이다!
 
 
 김영식 두싱크 창의력개발연구소장 think@dothink.co.kr
 
필자는 (주)오르다코리아 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스라엘의 로니 호로위츠 박사와 함께 아시트 시디롬 ‘인벤션하이웨이’ 공동 개발의 국내 책임을 맡았다. 현재는 두싱크(www.dothink.co.kr) 창의력개발연구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기업체에서 ‘아시트’와 ‘트리즈’를 강의하고 있다. 편저로 <누구나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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