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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실행 조직 구축 방법론

실행력 강화하는 DID 접근법

최현아 | 70호 (2010년 12월 Issue 1)
 
 
 
처음부터 완벽한 다이어트 계획을 세워 놓고 실천하지 않는 사람보다 계획은 부족하더라도 조금씩 지속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더 건강하다. 기업도 비슷하다. 성과를 내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려서 계획만 세우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기업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실행을 잘해야 한다. 그렇다면 실행을 잘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일반적으로 실행이라고 하면 전략의 실행처럼 흔히 목표 혹은 계획된 일의 수행을 의미한다. 목표 대비 달성 수준이 중요한 평가 지표가 되며,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직원들은 해당 계획 혹은 과제를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계획이나 과제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그 외의 것들은 중요한 사안이라 하더라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면 추가적 노력을 하지 않는 부작용도 나온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실행은 전략처럼 단순히 미리 짜인 계획에 대한 수행의 의미를 넘어서, 직원들의 자발적이고도 지속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이때 직원들의 행동에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회사의 핵심가치 혹은 행동규범이다. 즉, 기업의 핵심가치 달성, 궁극적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으로 실행에 나서고, 이것이 성과로 연결되면 실행력이 강한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본 고에서는 이 같은 측면에서 실행에 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행력의 두 가지 조건
 
 
기업이 실행을 잘 하려면 크게 두 가지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하나는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 체계이고, 나머지 하나는 실행에 대한 직원들의 의지다. 기반 체계란 실행을 추진하기 위한 조직의 기본 인프라로서 조직 구조, 프로세스 등을 의미한다. 실행의 주체인 직원들이 적극적인 실행력을 발휘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강한 실행력을 보유한 조직을 구현할 수 있다.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 체계
실행을 강화하는 기반체계는 이어달리기와 비슷하다. 즉, 이어달리기를 잘하려면 각자가 소화할 수 있는 구간을 빠른 시간에 주파하되(작은 단위조직 기반) 앞/뒤 사람의 상황을 계속 주시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아야 하고 목표물(고객)을 향해 모두 한 방향으로 뛰어야 한다. 하나씩 살펴보자.
 
고객을 중심으로 한 벽없는 조직 구현: 기업의 중요한 존재 목적은 고객 욕구 충족 및 고객 만족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의 실행력은 고객 요구 사항을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충족시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느냐로 판단할 수 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속도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객의 요구 사항은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고객의 요구 사항은 단일 사업부가 단독으로 대처할 수 있는 수준을 종종 넘어서고 있으며, 기존의 기능 중심 조직에서 발생하는 사일로(Silo) 현상은 고객의 복잡한 요구에 대한 효과적 대응 실행을 가로막는다. 현장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대응하기 위해 기능횡단적이고 여러 사업부를 아우를 수 있는 고객 중심적인 조직의 구현은 고객 만족을 위한 실행력 극대화에 필수적인 조건이다.
 
미국 대선 주자로 유명한 로스 페로가 설립한 EDS는 1990년대 후반 심각한 경영 위기에 봉착했다. 수십 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회사는 급변하는 정보기술(IT) 시장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매출과 수익이 급락하고 있었다. 당시 EDS에는 40개가 넘는 전략사업단위(SBU·Strategic Business Unit)들이 존재했고, 각 SBU는 각각의 사업목표와 정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 기회가 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만 몰두하느라 협력해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1999년에 새로 경영권을 잡은 딕 브라운은 40개가 넘던 SBU들을 주요 시장 영역을 기반으로 한 4개의 LOB(Line of Business) 조직으로 통합했다. 이를 통해 모든 부문의 인력이 고객들에게 비즈니스 전략에서부터 프로세스 개편, 웹 호스팅 관리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각 사업 단위가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 전체의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되자 EDS의 실적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카를로스 곤이 위기에 빠져 있던 닛산 회장으로 부임한 후 가장 중점적으로 수행했던 일 중 하나도 극심한 관료주의에 젖어 있던 기능 중심 조직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변환해 기능횡단팀(cross functional team)을 구축한 것이었다. 신차 개발 프로세스에서 상품기획, 생산, 디자인, 판매, 마케팅 기능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기능횡단팀을 구성하고 운영함으로써 고객이 원하는 신차 개발에 조직의 전 기능이 참여하고 협력하도록 했다. 이는 ‘큐브’와 같은 매력적인 신차 개발로 이어졌다.
 
작은 단위 조직을 기반으로 한 수평적 조직: 직원들의 자발성은 기업의 실행력에 필수 조건이다. 고객 만족을 비롯한 기업의 핵심가치 실현을 위해 직원들이 얼마나 적극적이고 자발적으로 행동하는지가 기업의 실행력을 결정한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업무에 대한 주인 의식과 책임감이 필수적이다. 이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단위 조직의 규모는 되도록 작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팀원이 50명인 조직에서 팀원 한 명이 내는 목소리는 전체의 50분의 1에 불과하나 팀원이 5명인 조직에서 팀원 한 명의 의견은 전체의 5분의 1에 이른다. 그만큼 의사결정 과정에서 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돼 책임감을 느끼고 임무를 완수하겠다는 동기가 강해진다. 구성원의 수가 작아지면 커뮤니케이션에 소요되는 시간이 급격하게 감소해 의사결정에 소요되는 시간도 줄어들게 된다.
 
큰 조직을 운영하면 규모의 경제에 의해 필요 인력의 수가 감소해 효율은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르나,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관료주의의 영향은 더 크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또 구성원들의 주인의식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구글의 경우 제품 개발과 관련한 팀들의 평균 팀원 수는 3명이다. 큰 프로젝트도 수십 명의 개발자들이 여러 개의 팀으로 나뉘어 특정 분야의 개발을 담당한다. 작은 팀을 구성하면 설득할 인원 수와 관리 부담이 준다. 구성원의 창의성도 극대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구글은 최근 조직이 급성장을 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벤처기업과 같은 활발하고 동적인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있다.
 
등산복 소재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는 몇몇 예외를 제외하고는 어떤 건물이나 공장에서도 200명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직원이 늘어날수록 깊은 인간관계는 줄어들고 최종 제품과의 거리도 멀어지며 의사결정에서 직원들의 목소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단위 조직을 운영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권한 위임을 통한 자율성 보장이다. 단위 조직을 작게 설계하면 필연적으로 단위 조직 수가 늘게 된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을 충분히 부여하지 않을 경우, 조직 간 커뮤니케이션 및 상위 보고라인을 통한 의사결정에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고 이는 조직의 실행력을 저하시킨다. 충분한 권한 위임과 자율성 보장을 통해 단위 조직들이 남이 결정한 것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결정한 것을 자율적으로 실행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의 계층을 줄이고 보다 수평적인 조직을 지향해야 함은 물론이다.
 

 

 

공식 조직과 비공식 조직의 조화: 비공식 조직은 사적 이해 관계나 공통 관심사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집단을 말한다. 예를 들어 조기 축구회나 각종 사내 동아리 등이 이에 속한다. 일부 직원들은 일을 할 때보다 비공식 조직 내 활동을 할 때 더 몰입한다. 강제나 의무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 선택한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혁신적인 기업들은 직원들의 업무 시간 중 일부를 공식 업무가 아닌 본인의 관심사(물론 조기 축구나 친목 동아리 활동은 아니다)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하고 자발적으로 동료들을 모아 해당 관심사를 심도 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3M이나 구글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들은 회사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지원자들을 끌어 모아 새로운 프로젝트를 실행할 수 있다.
특히나 신제품 개발의 경우 기존 조직이 가지고 있는 위험 회피 성향, 안정성 추구, 과도한 성과 관리 등으로 인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비공식적이고 자율적인 활동 보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기업들이 이러한 비공식적 활동 및 자율적 조직 구성에 부담을 느낀다. 인력, 비용 등 가용 자원의 부족에 시달리며 기존 업무조차 정해진 시간 내에 수행하는 것조차 버거워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자율적 시간을 부여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또한 이러한 자유를 누려 본 경험이 없는 직원들에게 자율적 시간을 보장한다고 해서 과연 구글이나 3M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은 공식적인 조직 하에서 신제품 개발을 추진하면서도, 기존 조직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비혁신적 문화를 탈피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어느 정도 부합하고 있는 것이 소위 ‘양손잡이 조직(ambidextrous organization)’이다. 이는 사업/제품을 담당하는 기존 ‘오른손 조직’과 더불어 신사업/혁신제품을 담당하는 ‘왼손 조직’을 함께 운영하는 것이다. 왼손 조직은 오른손 조직과는 달리 수평적 조직구조, 자율적 조직 문화, 장기 관점의 성과 평가 및 보상을 지향한다. 말하자면 한 기업 내에 이질적 문화를 가진 두 개의 조직이 운영되는 형태다. 이는 기존 사업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혁신적인 신제품 개발에 요구되는 차별적 DNA를 조직에 적용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겨진다.
 
실행에 대한 직원 의지
기업의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기반 체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것은 직원들 스스로 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다. 만약 유능한 직원들이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달성하는 데 강력한 동기부여가 됐다면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어설픈 관리 노력이 실행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직원들의 실행 의지를 강화하는 방안 중 몇 가지 핵심 사항을 소개한다.
 
권한 위임을 통한 현장 중심 경영:직원들의 자발성은 강한 실행력의 중요한 원천이다.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진 직원들만이 자발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 직원들에게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심어주려면 업무 수행 과정에 상당한 수준의 의사결정 권한을 주어야 한다. 많은 기업들이 은연 중에 계획은 본사 전략기획팀이 수립하고 현장 단위 조직들은 단순히 계획을 실행하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의사결정 권한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현장 단위 조직들이 행동하는 손발이 아니라 스스로 계획하고 판단하는 머리의 역할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의사결정 권한을 하부로 이양할 때는 좋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기술, 지식 및 정보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고객에게 절대로 ‘No’라고 얘기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 최고의 백화점 노드스트롬은 다음과 같은 근무규칙을 직원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규칙 1조: 모든 상황에서 스스로 최선의 판단을 내릴 것. 그 외 다른 규칙 없음.’
또한 미국의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인 홀푸드의 개별 점포들은 각각 8개 정도의 팀으로 구성돼 있는데, 각 팀들은 상품 결정, 가격 결정, 주문, 홍보 등의 중요 사항에 대한 결정 권한을 갖고 있다. 같이 일할 팀원의 채용도 투표를 통해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 과정에서 본사는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 홀푸드의 단위 면적당 수익은 미국 식품산업 중 최고 수준이며, 매장 수 대비 시장 가치에서도 단연 최고다.
 
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하는 문화:인류의 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혁명적 제품들은 모두 수백 번, 수천 번의 실패 뒤에 얻어진 산물이다. 수많은 실패를 통해 축적된 교훈과 노하우가 단 한 번의 커다란 성공을 만들어내는 법이다. 실패한 직원을 호되게 질책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통해 새로운 성공 가능성을 찾아낼 수 있도록 ‘창조적 실패’를 장려해야 한다.
 
기업 문화에 실패에 대한 관용(Tole-rance)이 필요한 이유다. 관용이 없는 기업 문화가 형성되는 데는 잘못된 성과관리 관행이 큰 몫을 한다. 이런 기업일수록 수행하는 업무나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기준으로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보상에 반영한다. 실패할 때 호되게 질책하고 인사 상 불이익을 주는 기업이 많다. 이로 인해 직원들은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업무에 도전하기를 꺼리며 조직 내에 ‘리스크 회피 문화’가 만연하게 된다.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시행착오와 실패가 끊임없이 발생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실패에 대해 기업이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직원들의 능동적 행동을 얽매고 기업의 실행력을 크게 떨어뜨린다. 뛰어난 실패를 칭찬하고 장려함으로써 기업의 실행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일본 혼다자동차는 실패를 가장 많이 한 직원을 뽑아 ‘올해의 실패왕’이라는 이름으로 표창을 하고 상금을 지급한다. BMW 또한 유사하게 매월 ‘이달의 가장 창의적 실수상’을 주고 있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회사인 MCI는 직원들에게 “우리는 실수한 사람을 쫓아내지 않는다. 오히려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사람을 내보낸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 직원들의 도전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헬스케어 회사인 A사는 고민에 빠졌다. 업종 자체는 사업 전망이 매우 밝은데도 정작 회사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경쟁사 대비 적지 않은 자원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자 직원들은 피로감과 패배감에 휩싸였다. 프로젝트에 투입된 필자는 고객사의 기획, 영업, 연구개발(R&D) 부서들과 차례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내부적으로 축적한 관련 자료의 분석을 통해 회사가 수행하는 업무 프로세스 각 영역에서 핵심성공 요인이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파악했다. A사의 현황과 경쟁사 움직임 간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이 회사가 느끼는 문제의 실체와 실행력 저하 요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그림1)
 
 
실행력 저하 요인을 찾아낸 후 2단계로 세부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직구조, 리더십, 조직문화, 프로세스, 인사체계 등 조직의 전 영역에 걸쳐 연계성을 분석했다. 이 결과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근본 원인들을 좀더 체계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그림2) 이렇게 축적된 분석 결과를 근거로 회사의 조직구조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설계했고, 이에 맞는 주요 포스트의 역할과 책임, 각 기능 조직들의 업무 범위 및 협업을 강조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나 운영방안을 설계했다. 아울러 각 부서의 업무에 적합한 성과지표 및 목표수준, 개인별 차별화 방식 등을 설계해 회사의 전략이 직원들의 단위 행동, 즉 실행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실행에 강한 조직 구축 방안
지금까지 실행에 강한 조직의 특징들을 조직 구조와 동기 부여 차원에서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리 회사를 실행에 강한 조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할까? 확실하고 단단하게 공유된 비전, 효율적인 조직 구조와 구성원들에 대한 효과적인 동기부여 제도가 마련될 때 조직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다. 단편적이고 산발적인 정책으로는 결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현재 우리조직의 실행력 수준을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실행력을 결정하는 세부 요인별로 문제의 원인을 파헤친 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 솔루션을 찾아내야 한다. 실행력을 높이려면 조직의 체질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하므로 엄청난 노력과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을 생략하고 결과만 강조하는 식의 접근은 ‘수박 겉핥기 식의 깜짝 쇼’로 전락할 것이다. ‘진단(Discover)-재설계(Invent)-실행(Deliver)’의 3단계로 구성된 D-I-D 접근방식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
 
 
D-I-D의 첫 번째 단계는 ‘Discover’다. 이 단계에서는 먼저 명확한 지향점(to-be image) 및 방향(direction)을 도출하는 작업이 선행된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이고 그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 회사가 지향해야 할 미래상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정의한다. 이에 대해 내부 관계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작업의 효과적 수행을 위해 일반적으로 경영환경 분석, 전략 및 내부 역량 분석 작업이 수행되며 선진기업 및 경쟁사에 대한 벤치마킹을 하기도 한다.
지향점이 명확히 정의되면 현재 우리 조직과 지향점 간의 차이를 도출하기 위해 세부적 진단 작업을 수행한다. 비전, 핵심가치에서부터 조직구조, 리더십, 조직문화, 프로세스, 인사체계 등 조직의 전 영역에 걸쳐 진단이 수행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현재 우리조직의 실행력과 관련한 심각한 이슈들이 도출되고 지향점과 현재 수준 간의 갭이 파악된다.
 

 

 

특히 진단을 통해 도출된 이슈 및 갭은 향후 ‘Invent’ 단계에서 수행해야 할 세부 설계 작업의 밑바탕이 된다는 점에서 진단은 전체 혁신 프로세스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풍부한 경험과 통찰을 가지면서도 내부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진단 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진단이 필요한 영역을 정의하고 각 영역별로 진단 항목을 지향점에 부합하게 설정한다. 실행에 강한 조직 구축을 위한 진단에 있어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파악해야 할 부분은 <표1>과 같다.
 
 
‘Discover’ 단계를 통해 개선 과제들이 도출되면 이를 실제 조직에 적용하기 위해 구체적인 상세 설계를 수행하는 ‘Invent’ 단계가 시작된다. 물론 조직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실행에 강한 조직 구축을 위해 일반적으로 ‘Invent’ 단계에서 수행되는 주요 상세 설계 작업들의 예시는 <표2>와 같다.
 
 
마지막 ‘Deliver’ 단계에서는 이전 단계에서 만들어진 상세 설계 안이 실제로 조직에 효과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구현하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내부 이해관계자 분석, 커뮤니케이션 및 변화관리 전략 수립 등을 수행한다. 이를 바탕으로 실행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을 수립하고 구현 작업을 수행한다.
 
실제 실행력 강화를 위한 조직 혁신은 비전부터 인사체계에 이르는 경영의 전반을 아우르는 작업이며, 단순히 제도나 조직 구조의 변화가 아니라 전 임직원의 인식 변화가 수반돼야 하는 매우 까다롭고 복잡한 작업이다. 아무리 ‘to-be image’를 멋지게 수립하고 상세 설계 안을 환상적으로 도출했더라도 실제 구현 단계에서 직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체계적인 변화 관리 방법론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인 접근 및 지속적인 정착 노력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실행에 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조건들을 소개하고, 실제로 실행에 강한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방안을 간략히 제시했다. 한국이 경제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바탕에는 강한 실행력이 자리잡고 있다. ‘하면 된다’ 정신은 비록 산업화 시대에 거스를 수 없는 리더십에 의한 상명하복의 일면을 대변하기도 하지만, 몇몇 전설적인 기업가들을 통해 불굴의 추진력과 도전 정신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내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고 정주영 회장이 치밀한 ROI 분석을 수행하고 원천 기술을 확보한 후 면밀한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조선소를 짓고 배를 건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 리더의 강력한 카리스마만으로 조직의 실행력을 강화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실행을 촉진하는 조직 구조 및 기반 체계를 마련하고 직원들이 실행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동기 부여함으로써 기업의 실행역량을 조직에 내재화하고 정착시켜야 한다
 
 
최현아 타워스왓슨 부사장은 포항공대에서 산업공학 학사 및 경영정보시스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원, 싱가포르국립대 산하 품질생산성 본부 책임연구원, 맥킨지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했다.
송일석 이사는 KAIST 산업공학과 학사 및 테크노경영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LG EDS와 앤더슨 컨설팅, 베어링 포인트를 거쳐 타워스왓슨에서 인사조직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 최현아 | - (현) 왓슨와이어트 상무
    - 맥킨지 전략 담당 컨설턴트
    - 싱가포르 국립대 산하 품질생산성본부 책임연구원
    - 포스코 경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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