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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기업들이 변모한다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뀐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 | 1호 (2008년 1월)

많은 이들이 덩치가 큰 기업들은 민첩하게 움직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거대기업들은 행동이 빠르지 못하고, 융통성이 없으며, 사후 대응에만 집중하는데다 본질적으로 관료적이라고 여겨진다. 시스템이 워낙 폐쇄적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의 존재 자체를 파악할 능력조차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몇몇 세계굴지의 기업 지도자들을 만나본다면 당신은 전혀 다른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들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조직적 변화를 유도하고, 신속하게 의미 있는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근거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리서치 팀을 구성, IBM, P&G, 옴론(Omron), 세멕스(CEMEX), 시스코(Cisco), 뱅코 리얼(Banco Real) 등 거대 기업 12개를 2년 동안 살펴보았다. 5개 대륙에서 350여건의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언급한 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들 기업은 작은 기업들처럼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대형 업체들만 가능한 사회적, 환경적 책임도 이행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거대 기업들은 중소기업들도 동참시키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런 세계적 거대 기업의 소위 ‘가이드(guidance) 시스템’에서 결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한 때 주어진 규칙과 결정에 따라서만 움직였던 직원들은 이제 임무(mission)에 대한 공통의 이해를 바탕으로 일하고 있으며 어느 곳에서나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를 기반으로 일하고 있었다. 또 더 넓은 시야로 업무를 바라보고 외부 파트너들을 가족처럼 받아들였다. (이들 조직 내에서)권위가 여전히 존재했고 여러 활동들 간 조정이 필요했지만, 공통 플랫폼과 표준화된 프로세스 덕분에, 특히 광범위하게 공유된 가치체계와 기준 덕분에 자연스럽게 조직 결속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글에서 나는 거대 기업의 이러한 새 모델에서 핵심을 이루는 몇 개의 근간에 대해 소개하겠다. IBM의 샘 팔미사노CEO는 이를 ‘글로벌 통합 기업(globally integrated enterprise)’이라고 불렀다. 우선 새 모델의 근간을 확보한 기업이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간략히 소개하겠다. 또 거대 기업들이 높은 수준의 기준을 만들어 유지하게 된 메커니즘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서 이런 기준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기업들에 도움을 주도록 하겠다. 다른 기업들이 이런 노력에 동참할 경우, 자본주의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쟁 전략뿐 아니라 사회적 기여 행위가 될 수도 있다. 거대 기업이 스스로를 감정이 없는 기계에서 인간적 커뮤니티로 변모시킬 때, 세계를 긍정적으로 변모하는 능력도 얻게 된다.
 
공유 가치, 원칙, 기반
효과적으로 경쟁하기 위해서는 대기업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분산된 활동들이 합해져 단일한 목표와 성과를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도전에 직면한 기업들은 표준화된 절차와 같이 분명한 기준과 질서에 의존해야 한다.
 
‘세멕스 웨이(CEMEX Way)’를 예로 들어보자. 2000년께 멕시코에 본사를 둔 세계적 시멘트 업체인 세멕스는 최상의 관행 파악 및 전파, IT 플랫폼을 활용한전 세계적 비즈니스 프로세스 표준화를 위해 ‘세멕스 웨이’라는 전사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동질성이 편의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 어떤 경우든 동질성을 촉진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모든 공장의 천연가스 송유관과 공기 파이프의 색을 종류별로 통일, 다른 부서 직원이나 관리자들이 신속하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시스템을 표준화시킨다고 해서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세멕스는 직원들에게 개선점을 적극 제안하도록 장려했다. 한 공장에서 시험 가동되고 있는 프로그램이 효과를 낼 경우, 이는 즉각 전세계 공장으로 확대 시행된다. 석유 코크스를 대체 에너지로 교체하는 움직임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자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된 사례는 유명하다.
 
표준화된 경영 관행과 기술은 도시의 기반 시설만큼 중요하다. 그러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 외에도 선택과 행동을 이끄는 공통된 가치도 필요하다. 가치는 오늘날 가장 성공한 다국적 기업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간주된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정서와 정신의 가치를 진지하게 키우는 것이다. 일단 직원들이 목표에 대해 합의하면, 이들은 개별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어떤 프로젝트를 위해 팀을 구성하면 이들은 경력과 문화가 다르더라도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고 협동하게 된다. 사업에 대한 목적의식과 기업 정체성이 있기 때문이다. P&G의 경우, 목표, 가치, 원칙(PVP: purpose, values, and principles) 모델에서 주장하는 가치와 기준은 다양한 지역의 관리자들이 사업 기회와 위기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PVP모델에 따르면 P&G의 목표는 우수한 가치를 담고 있는 고품질 제품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기업 가치 목록은 리더십, 주인의식, 정직, 승리를 향한 열정, 진리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 개발도상국 법인 관리자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다. 바로 고객들을 기쁘게 하고 이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의 직원들을 가치 있는 자산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리적 거리 허물기
가치와 원칙이 ‘가이드 시스템’ 속에 내재된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보상을 받는다. 우선 통합을 통해 다양한 직원들 사이에 협력이 가능해진다. IBM이 최근 시행하고 있는 일련의 국가 문화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에르미타쥐 박물관 소장 유물 디지털화 작업을 계기로 시작됐다.
 
IBM의 카이로 기술개발센터(CTDC)는 세계적 수준의 엔지니어(모두 이집트인이며 여성도 상당수임)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CTDC는 전 세계적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헐리우드 소니 프로젝트는 CTDC가 진행했다. 이집트의 문화 유적 보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던 IBM 이집트 경영진들은 에르미타쥐 박물관 프로젝트를 모델 삼아 ‘이터널이집트’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이는 이집트 정부의 문화자연유적 기록센터 및 정보통신부와 협력해 박물관 소장 유물뿐 아니라 피라미드와 같은 고대 건축물까지 디지털화해 이들을 가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기술적 혁신이 필수적이다.특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3차원 물체를 고해상도로 스캔할 수 있는 신기술이 필요 했고, 이를 위해서는 미국의 IBM 엔지니어들과의 의견 교환이 필수적이었다. 웹사이트 설계를 위해 카이로의 엔지니어들은 시카고와 이스라엘 하이파에 있는 IBM 연구진의 도움을 받았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정치적 적대감과 종교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유적 관광이 이집트 경제 발전에 상당히 중요한 만큼, ‘이터널이집트’는 시작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이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소장 도서 디지털화 작업 계약 체결로 연결되었고, 가장 최근에는 IBM 차이나의 자금성 프로젝트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터널 이집트’ 모델이 중요한 이유는 이 모델이 한 기업의 진정한 전 세계적 통합을 단적으로 드러내주기 때문이다. 혁신은 단순히 한 국가에서 시작되어 밖으로 확산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비롯된다. 노하우는 전 세계 인터넷네트워크를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또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이전되는 것이다. 
 
현장에서의 권한이양
공통의 가치와 기준은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다. 문화적, 지리적으로 생소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특징은 우리가 살펴본 첨단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공통점이었다. 하지만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을 강조한다고 해서 지역별 차이를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는 세계화에 지역화를 결합시킴으로써 직원들이 특정고객과 커뮤니티의 수요를 더 잘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돕는다. P&G 브라질 경영진들은 이를 ‘열대 지방화’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 마케팅 담당 임원은 “가치와 원칙은 변하지 않지만, 우리는 해당 지역에서의 거래, 해당 지역의 소비자 및 단체를 존중한다”고 말했다.
 
카이로와 베이루트 두 곳에 본사를 둔P&G 중동 사업부 총 지배인은 “힘든 상황에 직면할 때마다 우리는 회사의 원칙들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2006년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습했을 때 바로 이러한 위기를 겪었다. 공습 첫날 임원들은 회의를 열었다. 그는 “우리 팀은 ‘베이루트 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까?’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PVP 모델에 입각, ’시민안전‘ 원칙에 우선적으로 합의했고, 이러한 결정에 힘입어 이후 사업은 신속하고 추진력 있게 진행됐다.
 
시장에서의 혁신
P&G 역시 전 세계 고객들의 다양한 수요에 적극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P&G최고 경영진이 중동 사업부가 취한 것과 같은 과감한 결정에 반대 의사를 갖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브랜드에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지역 본부의 아이디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 2000년대 초 P&G의 브라질 내 사업 성장세가부진을 면치 못하던 상황을 떠올려보자.
 
P&G의 브라질 마케팅 그룹은 소비자들을 매우 잘 간파하고 있었다. P&G가전 세계적으로 사용하는 시장 리서치 툴과 프로세스를 활용해, 브라질 여성들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보에 기반, P&G 브라질 마케팅 그룹은P&G의 ‘올웨이즈’ 생리대가 현재 가격대에서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기본적인 기능은 그대로 두고 불필요한 기능을 없앤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본사의 상당수 회의론자들은 ‘올웨이즈바시코’ 판매가 브랜드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결국 이 제품은 출시됐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한 관리자는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국지적인 힘이었다고 말했다. 사무실 직원, 공장 관리자, R&D 인력, 외부 광고회사 인력들이 소규모 팀을 구성, ‘올웨이즈 바시코’를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출시하기 위해 노력했다. 공장에서는 기존 제품 군을 수정하고 제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했다. 이 관리자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불과 6개월 만에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첫 제품이 생산되는 광경을 지켜봤다고 회고했다.‘올웨이즈 바시코’는 마케팅 팀의 전망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뒀고, 본사에서는 이를 눈 여겨 보았다. 이후 곧 브라질에서는 ‘팸퍼스 바시코’가 출시되었다. 더 광범위하게 이 사례는 전 세계 저소득층 소비자 대상 제품의 모델이 되었다. 지식이 다른 제품 군으로 수평적으로, 또 다른 시장으로 수직적으로 이동한 것이다. 비슷한 노력들이 기존 제품 개선에 기여하면서 브라질 P&G는 전 세계를 대표해 혁신을 달성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사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우선 보편적 기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직원들이 이러한 기준을 지역 특유의 상황에 적용시키면 가장 큰 혁신이 달성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런 기준들은 제한적이거나 구속적인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열정적임을 알 수 있다.
 
제휴의 기반 강화
강력한 ‘가이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른 기업들보다 더 효과적으로 외부 파트너를 선정하고 이들과 공조한다. 이는 점차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갖춰야 하는 역량이 되고 있다. 목표를 더욱 외부 지향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규정할 경우, 기업은 자사의 공식적인 영역을 훨씬 넘어서는 파트너십 구축의 기회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직원들은 공급자의 공급자에서 고객의 고객, 그 이상에 이르기까지 생태계 전체에 대한 끝없는 책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또 이로 인해 네트워크 전반에 걸쳐 응집력이 생긴다. P&G의 A.G. 래플리 최고경영자(CEO)는 납품 제조, 광고,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걸쳐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들 영역을 묶는 것은 하나의 목표, 하나의 가치, 하나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일례로, 일본 기업인 옴론의 원칙은 파트너를 선정하고 신뢰를 획득하는 기반형성에 기여한다. 옴론은 파트너들이 자사의 가치와 기준을 공유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종전에는 상아탑 역할을 하는데 그쳤던 R&D 부문의 리서치 접근방식을 파트너들과의 협동적 정보 공유로 전환했다. 옴론 경영진들은 자사의 원칙이 제품 가격이 높은 상황에서도 원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입찰 가격이 낮음에도 원하는 매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경쟁우위라고 판단했다. 옴론 경영진들은 다른 기업을 통합하는 과정이 “두 가족을 합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수 대상 기업들은 통합 후 첫 번째 회의에서 옴론의 원칙을 외치고 옴론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대체로 자체적인 통합 작업을 수행했다. 대부분의 사무실에서 오전 회의는 회사의 사훈을 외치는 것으로 시작됐다.
 
거대 기업들은 혁신 과정에서 지지 세력을 얻고, 기준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직접 활동뿐 아니라 파트너와 협력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국가의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 이들 기업들은 기존 기업들과 공조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네트워크도 확대해 나간다. 세멕스가 도입한 두 가지 다른 가치 사슬을 살펴보자. 첫 번째 가치 사슬은 1998년 멕시코에서 처음 도입된 ‘파트리모니오 호이’로, 저소득층고객들을 중심으로 스스로 자금을 조달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저가 건축 자재, 기술 지식,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6년 만에 참여 가구는 수만 개로 늘어났고, 현재 멕시코,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코스타리카 등이 이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도입한 상태다. 두번째 가치 사슬은 ‘스트루라마’로 세멕스가 소규모 하드웨어 점포에 교육, 지원, 브랜드 인지, 용이한 제품 접근 등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지난 2001년 시작한 유통 프로그램이다. 세멕스는 ‘컨스트루라마’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으며 홍보 활동도 벌이지만, 유통업체에 비용을 청구하거나 매장을 운영하거나, 의사결정 권한을 갖고 있지는 않다. 다만 서비스 기준은 반드시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2005년까지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내 ‘컨스트루라마’ 네트워크는 라틴 아메리카 최대의 소매 체인 정도의 규모로 성장했으며, 다른 개발 도상국가로 확대됐다.
 
‘컨스트루라마타’는 홈디포, 로위 등 당시 라틴 아메리카로 진출한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세멕스는 자체 유통 경로를 구축하고자 했고, 당시 대형 해외 체인업체들의 위협에 시달리던 중소 기업들과의 공통분모를 발견했다.
 
강한 열망
가치와 기준이 기업 내에서 별다른 목적을 달성하는데 기여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동기를 부여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는 있다. 가치와 기준은 직원들에게 업무 수행의 기반, 소속감, 끊임없는 변화 속 안정감을 제공한다.
 
IBM의 팔미사노 CEO는 기업문화는 가장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장기적 성공으로 가는 근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영은 일시적이고, 수익은 경기에 영향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을 연결 고리로 활용한다면, 장기적인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이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조직의 성공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이들은 IBM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는 기업이 세상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확대하고자 하는 열망을 낳고, 많은 사람들에게 이러한 열망은 보상이 늘어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인도의 한 관리자는 말했다. 그는 자신이 관리하던 사업부가 최고의 보수를 지급하지 않았음에도 가장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열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이 단기적으로는 혼란스럽고 불분명하더라도 가치 중심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 투자 유인이 생기는 것이다. 직원들이 정말 회사를 걱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온정적 결정이 내려지면서 대기업에서 나타나기 쉬운 냉소적 분위기가 사라지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한 P&G 관리자는 레바논 공습 후 직원들의 대피를 돕기로 한 결정에 대해“이는 직원들에게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다”면서 “항상 직원들이 매우 중요하며,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하던 회사가 실제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거대한 변화
거대 기업들의 구조를 살펴보면서, 나는 이들 기업이 어떻게 활동을 지시하고, 어떻게 광범위한 운영 활동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내가 최근 몇 년 동안 목격한 모델은 과거 지배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모델과 완전히 달랐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들에서 가치와 기준의 토대는 각 지역적 상황에 적절한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동시에 효과적인 운영을 돕는 명확하고 광범위한 ‘가이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IBM이나 세멕스가 여러 국가를 아우르는 프로젝트에서 하나의 기업으로 운영되고, 내부 직원과 외부 파트너들간 결속력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전통적 통제 시스템이 아니라, 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모델은 일차적으로 대기업이 관료주의의 함정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나아가 지역에 더 특화되고 인도적인 사업을 진행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준다. 많은 기업들이 전통적 통제가 아니라 가치, 열망, 유동적인 영역에 따라 경영된다면, 직원들은 에너지와 열의를 갖고 업무에 임할 것이다. 사회 공헌도 이제 더 이상선택사항이 아니다. 이는 기업이 큰 수익을 거둬들인 후에 생각해야 할 사안이 아니라,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작부터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로자베스 모스 캔터(rkanter@hbs.edu)는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 경영학 교수로 재직중이며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 비지니스 리뷰 에디터로 활동했다. 최근 저서로는 원칙주의 미국(크라운, 2007)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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