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한국경영학회 Business Round Table

현지화 후 통합: 초국적 기업의 성공 비결

하정민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편집자주 한국 경영학계를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경영학회(회장 전용욱 우송대 부총장)와 한국CEO포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은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토론회)을 공동 개최합니다. 한국경영학회는 한국 경제·경영의 핵심 이슈를 선정하고, 주요 경영대 교수 및 기업 관계자, 글로벌 컨설팅사 컨설턴트가 토론회에 참여합니다. 2010년 10월 열린 제3회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을 주제로 개최됐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합니다.

글로벌 경영 전략을 논할 때 상반되는 2가지 견해가 있다. 첫째, ‘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식으로 해외 시장에서도 본사의 업무 노선을 고수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기업을 글로벌 기업(Global Company)이라고 한다. 글로벌 기업의 핵심 개념은 통합(Integration)이다. 국가나 지역별 구분 없이 표준화된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에서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둘째, ‘로마에서는 로마 인처럼 행동하라는 식으로 최대한 해당 국가의 제도와 법규를 따라 현지화를 하자는 전략이다. 이러한 기업을 멀티 도메스틱 기업(Multi-domestic Company)이라고 한다. 멀티 도메스틱 기업의 핵심 개념은 현지 적응(Local Responsiveness)이다. 해당 시장의 소비자가 외국 기업인지를 잘 모를 정도로 철저히 현지 시장에 동화되는 방식이다.

이상적인 글로벌 경영은 이 두 가지 즉, 통합과 현지 적응을 동시에 수행하거나 양자의 균형을 적절히 이루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업을 초국적 기업(Trans-national Company)이라고 한다. 문제는 업무 현장에서 통합화와 현지 적응을 동시에 수행하는 게 매우 어렵고, 상당한 비용 및 위험 부담을 내포한다는 사실이다.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대기업들은 어떻게 해서 초국적 기업으로 거듭났을까. 한국경영학회, 한국CEO포럼,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가 10 1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개최한한국 기업의 글로벌 경영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논의됐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이 초국적 기업이 되려면 단계별 전략, 1단계에서 해당국 고객들의 기호를 적극 반영하는현지화에 집중하다가 비용 증가 등 문제가 나타날 즈음 2단계로 글로벌통합화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 동아일보 후원으로 열린 이 행사에서는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이상훈 전 ㈜대우 전무,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변대규 휴맥스 대표, 이지환 KAIST 교수 등 경영학자와 산업계 임원 80여 명이 참석, 열띤 토론을 벌였다.

초국적 기업의 성공 비결

세계 각국 소비자의 입맛은 모두 다르다. 어떤 나라에서는 유독 단맛을 좋아하고, 다른 나라에서는 매운 맛을 선호하는 식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코카콜라, 네슬레 등 몇몇 기업들은 전 세계 거의 모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기조 발제자로 나선 문휘창 교수는글로벌 기업들은 1단계 현지화, 2단계 통합화 전략을 충실히 수행해 초국적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평가했다. 대표적 예가 코카콜라다. 문 교수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해외 진출 초기에는 해당 시장의 고유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대거 출시했다. 지나친 단맛을 싫어하는 일본 소비자를 위해 설탕이 덜 들어간 코카콜라 C2, 라임 맛을 좋아하는 유럽 소비자를 위해 네덜란드와 벨기에에서는 코카콜라 라임을 출시하는 식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발생했다. 지역별로 서로 다른 제품들을 너무 많이 출시하자 비용 증가, 브랜드 이미지 혼란 등이 생겨났다. 결국 코카콜라는 여러 제품들을 통합해 오리지널 코카콜라, 제로 코카콜라, 다이어트 코카콜라 등으로 제품 라인업을 단순화했다.

문 교수는국가마다 서로 다른 전략을 수행하다 보면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에 현지화 전략으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뒀어도 영원히 이에 기댈 수는 없다과다한 비용 지출로 경영자의 의사결정에 혼선이 생길 때가 바로 현지화에서 통합화로 전환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세계적 기업들은 모두 이 시점을 잘 포착했기에 해외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지환 KAIST 교수도네슬레는 해외 시장 진출 초기에는 섣불리 자사의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고 해당 시장에서 검증된 회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현지화 노력을 기울였다현지화에서 통합화로 전환하는 시점을 해당 사업에서 적자가 날 때로 잡으면 이미 늦다이익률 증가 추세가 둔화되면 바로 2단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직 문화도 초국적 기업에 맞게 바꿔야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이 초국적 기업이 되려면 수직적이고 위계 질서를 중시하는 조직 문화 또한 대대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문화적 차이로 그만둔 외국인 임원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특히 한국인 임원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그 외국 임원의 변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내 업무를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한국인 임원들은 내가 내 일만 하고 회사 전체에 너무 관심이 없다고 여긴다한국 임원이 보자면 외국인 임원은 회사의 걱정은 하지 않으면서 자기 안위만 챙기는 사람이고, 외국인 임원이 보자면 한국 임원은 자기 할 일도 제대로 하지도 않으면서 대의명분만 챙기는 사람인 셈이다. 한국 기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일도, 외국인을 고용할 일도 많아지고 있지만 국적과 인종이 다른 직원을 채용할 때 빚어지는 문제에 대해 과연 회사가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때다.”

초국적 기업의 조직 문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해외 지사에 운영 자율권과 권한을 부여하되, 전 세계적으로는 한 기업에 속해있다는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는 일이다. 이지환 교수는한국이나 일본 기업을 보면 수백 명, 수천 명이 일하는 해외 지사에서조차 본사에서 파견된 지점장 한 명이 막강한 권한을 지니고 있을 때가 많다이런 방식으로는 현지 시장에 제대로 동화되는 일도, 초국적 기업으로 거듭나는 일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초국적 기업의 조직문화를 잘 구현한 기업으로 유틸리티 회사 ABB를 소개했다. 스위스와 스웨덴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ABB생각은 글로벌하게, 행동은 현지에 맞게(Think Global Act Local)’라는 유명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기업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많은 나라에서 발전 설비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일로 취급하다 보니 현지 전문가의 힘을 빌리지 않고는 계약 수주가 불가능했다. 때문에 ABB는 창립 초기부터 해외 지사에 권한을 대폭 위임했다. 대신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투자를 하면서 세계 각국 직원들의 동질감과 유대감을 강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대우 세계 경영의 명과 암

두 번째 기조 발제자인 이상훈 전 ㈜대우 전무는 21세기 들어 활발해진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에는 대우의 세계 경영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의 세계 경영이 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을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한 국제적 가격 경쟁력 확보국책 사업 수주를 중심으로 한 투자 위험 관리특정국 자동차 시장 진출 시 호텔, 금융, 이동통신업 동반 진출을 통한 시너지 확보 등으로 정리했다.

김동재 교수는신흥시장의 개념이 막 태동했을 때 내수 시장의 한계를 느끼고 이 시장에 먼저 진출한 대우의 진입 전략(entry strategy) 자체는 충분한 타당성을 지닌다면서도진입 후 전략(post entry strategy)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세계 전체에 1000개의 지사가 있다고 가정하면 1000명의 지사 관리자가 필요한데도 이 인원을 미리 확보해두지 않는 등 진입 후 전략에 미흡했다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과 무형자산도 중요

참석자들은 한국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려면 단계별 전략 외에도 기업가정신의 함양, 재무적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는 태도, 무형자산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자세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재 교수는대우는 이미 20여 년 전에 동유럽과 남미 등 당시에는 아무도 진출하지 않았던 지역을 개척했지만 2010년 현재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지역에 내가 먼저 진출해보겠다는 도전 의지를 가진 기업이 많지 않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한 중국 인도 동남아 등은 이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므로 최초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등을 노리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는 뜻이다. 물론 위험과 시행착오가 크겠지만 과감한 결단없이 남들이 먼저 닦아놓은 해외 시장만 찾다 보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지환 교수는한국 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비용 등 숫자로 계산하기 쉬운 부분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며 해당국의 핵심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일,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작업 등에도 상당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