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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과 조직의 조건

‘의사결정 중심 조직’, 돈과 효율 부른다

정지택 | 67호 (2010년 10월 Issue 2)
 

 
많은 기업들이 조직 구조 변경에서 조직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 발굴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조직 구조에 정답은 없다. 오히려 조직 구조라는 ‘몸’이 아니라, 효과적인 의사 결정과 속도라는 ‘혈액순환’이 문제인 기업들이 많다. 베인&컴퍼니가 7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성과 조직은 저성과 조직에 비해 공통적으로 의사결정을 2배 가량 제대로, 빨리, 효율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의사결정의 효과성과 속도, 효율성을 높이려면 R(권고)과, I(의견제시), A(동의), D(의사결정), P(실행)의 역할을 부서 및 구성원들 간에 명확히 분배하고 각 역할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신성장 동력 확보는 거의 모든 국내외 기업의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많은 기업들은 미래의 생존을 가능하게 할 새로운 사업을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신사업 발굴과 동시에 각 기업들은 그들의 조직 역량과 문화를 개혁하기 위한 시도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조직 개편이라는 내부 지향적인 사안의 속성 상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사실 위의 두 가지 현상은 서로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고 경영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기존 사업을 성공시켜 온 자신들의 조직 시스템 및 문화가 당초 기대와 달리 신사업 발굴과 추진에 한계를 보이는 것을 경험한다. 경영자들은 이런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조직 및 역량의 개편과 혁신을 시도하게 된 것이다.
 
이를 간접적으로 반영하듯 조직 경쟁력을 진단해보면 전반적으로 한국 기업들은 전 영역에 걸쳐 글로벌 선도 기업의 평균치보다 낮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기업 구성원 스스로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쟁력에 대해 대체로 회의적이며, 조직 변화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직 구조 개편의 함정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 개편 = 조직 구조 변경’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에 따라, 조직 구조 변경 및 인력 재배치에서 조직 경쟁력 강화의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 방법은 대부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재 조직의 이슈와 해결책이 조직 구조가 아닌 다른 조직적 요소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즉, 조직 구조 자체가 아니라 프로세스나 역할 분담, 우선순위 설정이 문제인 셈이다. 둘째, “우리 산업에 가장 알맞은 최고의 조직 구조가 무엇인가”와 같이 문제 해결의 방향성 자체를 잘못 설정하기 때문이다.
 
조직 구조에 정답은 없다. 실제로 국내외 기업들의 조직 구조를 살펴 보면, 단순한 조직에서 복잡한 조직까지 매우 다양한 형태를 채택하고 있다. 소비재 기업만 보더라도, 맥도널드와 코카콜라는 지역 중심의 조직, 캠벨은 상품 중심의 조직, P&G는 매트릭스 조직이다. 다시 말해, 모든 비즈니스 환경에 적용 가능한 완벽한 조직 구조란 있을 수 없다.
 
베인&컴퍼니가 2000∼2006년 추진한 약 60개의 조직 개편 사례를 연구한 결과, 대부분의 조직 개편이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거나, 심지어는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크라이슬러는 파산 이후 피아트와 합병하기 전 3년간 세 번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개편을 할 때마다 크라이슬러 경영진은 회사가 다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매번 성과는 개선되지 않았다.
 
고성과 조직의 핵심 요소: 의사결정
그렇다면 고성과를 창출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 베인&컴퍼니가 조사한 결과, 고성과 조직은 저성과 조직에 비해 공통적으로 의사결정을 2배 가량 ‘제대로’ ‘빨리’ ‘효율적으로’ 내리고 있었다. 또 이 3가지 요소 간에는 승수 효과가 있었다. 즉, 빨리 의사 결정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제대로 의사 결정하는 비율이 4배 이상 높았다. 또 제대로 의사 결정을 하는 조직은 실행도 8배 이상 효율적이었다.
 
 
 
이런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 효율성의 차이는 재무 성과의 차이로 나타났다. 의사결정을 잘 하는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에 비해 매출 성장률에서 40%, 투자자본 대비 수익률(ROIC)에서 80%, 총주주수익률(TSR)에서 60% 높은 성과를 냈다.(그림1)
HP는 의사결정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해 효과를 본 사례다. 판매 조직은 고객 중심으로, 생산 조직은 상품 중심으로 운영해 온 HP는 조직을 전면 재편하면서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을 명확하게 규정해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결국 높은 수익성으로 이어졌다.
 
반면, 1980년대 중반 전 세계 2위 컴퓨터 제조 업체로 군림했던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는 의사결정의 비효율성으로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몰락한 사례로 꼽힌다. DEC는 퍼스널 컴퓨터 중심으로의 급격한 시장 변화를 적극적으로 상품에 반영시키는 데 실패함으로써 1998년 컴팩에 인수되고 만다.
 
왜 이런 결과가 생겼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DEC 내부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한다. 원래 DEC는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높은 기술력의 제품을 제공해 탄탄한 입지를 확보한 회사였다. ‘과학적 사고를 가진 사용자에게 효율적인 컴퓨터를 제공함으로써 중형 컴퓨터의 위력을 세상에 보여준다’는 비전 아래, 이 회사는 기술 및 엔지니어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강력한 ‘DEC 문화’를 구축했다. ‘우리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상호 논쟁(debate)에 바탕을 둔다’, ‘엔지니어는 회사의 지시에 불복종하는 일이 있더라도 옳은 일을 하도록 권장된다’ 등의 문구는 이 회사의 조직 문화적 특성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게 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조직 특성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오히려 커다란 장애 요소가 됐다. 개인용 컴퓨터(PC)가 시장을 주도하기 시작하면서, 기술력보다는 소비자 니즈에 발 빠르게 맞춰나가는 의사결정과 대응 역량이 더 중요해졌다. 하지만 자부심 강한 기술 개발 부서는 변화를 수용하는 데 매우 느렸을 뿐만 아니라, 기술력보다 재빠른 상품 개발 능력이 중요시 되는 추세에 거부감마저 보였다. 회사의 대응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련의 시장 기회 포착 실패와 잘못된 길의 선택’ ‘여전히 고객들에게 고압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견지함’ 등 그 당시 시장 분석가들의 평가가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DEC의 몰락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도록 만든 조직과 리더십의 문제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RAPID: 의사결정에 필요한 ‘역할’을 명확히 정하라
이처럼 의사결정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그런데 현실을 살펴보면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대 사안이 무엇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기업들도 있다. 누가 어떤 형태로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하는지 역할이 분명히 정해져 있지 않은 기업들이 허다하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핵심 의사결정 사안들이 제대로 정의돼야 한다. 그리고 이 의사결정과 관련한 역할을 어떻게 나눠서 누가 맡을지가 분명해야 한다.
 
베인&컴퍼니가 개발한 의사결정 도구인 RAPID®(래피드)에 따르면, 기업의 의사결정 시 필요한 역할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의사결정 안을 제시하는 R(Recommendation·권고)과, 안을 만드는 데 중요한 조언을 제공하는 I(Input·의견제시), 특정 사안에 대해 동의하는 A(Agree·동의), 의사 결정을 내리는 D(Decide·의사결정), 실행을 담당하는 P(Perform·실행)가 그것이다.
 
의사결정이 제대로 빨리 이뤄지려면, RAPID의 원칙들이 제대로 분배되고 작동돼야 한다. 의사결정 안을 제시하는 R과 의사 결정을 내리는 D는 반드시 하나씩만 존재해야 한다. P는 복수로 지정될 수 있지만, 이 경우 당사자 간의 충분한 조율이 필요하다. I는 통상 복수로 존재하나, 의사결정의 속도를 늦출 수 있으므로 그 수를 한정할 필요가 있다. A는 법률, 규제 등 전문가의 확인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그림2)
 
 
 
기업들의 기존 의사결정 역할 배분 현황을 RAPID로 파악해 보면, 각 역할들이 중구난방 지정돼 있거나, 아예 D나 R이 없는 사안들이 허다하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회사에서 신차의 기본 사양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각 부서에 물어봤더니, 마케팅 부서와 제품개발 부서가 제각각 서로 본인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응답했다. 기업들은 ‘이 의사결정 사안에 대해 누가 제안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누가 결정을 내리는가’와 같은 질문을 자문해 보면서 각 부서와 담당자의 역할을 파악한 후 개선책을 모색해 봐야 한다.
 
오늘날 기업의 조직구조 및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과도하게 복잡해졌다. 수많은 최고경영자(CEO)들이 고성과 달성을 위해 조직 개편을 결심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 조직의 발목을 잡는 근본 원인이 뭔지 간과한 채 무작정 조직구조 개편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접근법이다. 조직구조라는 ‘몸’이 아니라, 효과적인 의사 결정과 그 속도라는 ‘혈액 순환’에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있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과거 조직 개편에 효과를 본 기업들을 분석해 보면, 조직의 핵심 의사결정에 우선 집중한 후, 그 다음 단계로 경쟁사 대비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조직을 구축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의사결정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야말로 고성과 조직을 구현하는 지름길이다.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를,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공인회계사로 삼정회계법인 및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재 베인&컴퍼니 서울오피스의 산업재 및 서비스, 금융 부문을 담당하고 있으며, 조직 재구축, 전사 전략, 인수합병 전략, 업무 프로세스 혁신 등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세일즈는 과학이다>가 있다.
 
  • 정지택 | - 베인&컴퍼티 부사장
    - 저서<세일즈는 과학이다>
    - 삼정회계법인 및 삼일회계법인
    jitaek.chung@ba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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