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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hancing Executive Leadership: The Case of GE

인재사관학교GE: 책상머리의 앉은뱅이 임원은 가라

김유영 | 62호 (2010년 8월 Issue 1)



#1
2003년 11월.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 임원 51명이 대거 일본으로 몰려왔다. 임원 교육 프로그램인 BMC(Business Management Course)의 일환으로 방문한 것이다. 교육 프로그램이지만 참석자들은 특별한 과업을 부여 받았다.
 
임원들은 일본 기업과 협력하거나 일본 기술을 활용해 GE의 성장 기회를 모색하라는 ‘미션’을 받았다. 4일 동안 무려 100여 곳을 둘러봤다.
 
며칠 뒤 미국 뉴욕주의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을 포함한 최고경영진과 마주한 자리. BMC에 참가한 임원은 이렇게 말했다.
 
“일본 혼다사를 둘러본 뒤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소형 엔진에 강한 혼다와 대형 엔진의 강자인 GE가 손을 잡으면 어떨까요? 15∼20인승 비행기 엔진 시장의 경쟁자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합작사를 만들면 승산이 있습니다.”
 
이 제안은 즉각 채택돼 일사천리로 실행됐다. 약 1년 뒤 ‘GE혼다에어로엔진’이 탄생했다.
 
#2
2010년 5월. GE의 임원들은 또 다시 아시아를 찾았다. 이번에는 한국이었다. 임원은 45명으로 규모는 비슷했지만, 머무는 기간은 2주일로 훨씬 길었다. 글로벌 시장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임원들 역시 글로벌 리더십을 기르는 게 필수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하지만 목표는 같았다. 현지 시장의 성공 전략을 GE의 성장 전략에 접목시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었다.
 
임원들은 삼성전자, 포스코 등 주요 기업 및 기관들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질문을 퍼부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배우려는 의지가 있었고, 일과가 끝나면 팀별 토론 활동을 벌였다. 이들 역시 일본 BMC에 참석했던 임원들처럼 크로톤빌연수원에 가서 이멜트 회장에게 한국에서 수행했던 과제를 보고하고, GE의 성장 전략을 논의했다.
 
임원의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임원 한 명이 수백 명의 직원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들에게 체계적인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바쁜 일상에 치여 임원들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다 기업도 임원 교육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사내대학 크로톤빌연수원을 설립하고, 교육에 연간 12억 달러를 쏟아붓는 GE는 다르다. 특히 BMC에 참석한 임원들은 단순히 강의실에 앉아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는 게 아니라, 마치 컨설턴트처럼 특정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 문제는 자신의 업무와 무관하면서도 GE가 당면한 실제 비즈니스 현안이다. BMC는 한 해에 3차례 진행된다. 참석 인원도 회당 45명 안팎으로 연간 150명을 넘지 않는다. GE 임직원이 약 3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극소수 엘리트만이 이 교육을 받는 셈이다. 올해 한국에서 이뤄졌던 BMC를 중심으로 황 수 GE코리아 사장과 박래익 GE리얼에스테이트 대표, 조병렬 GE코리아 상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BMC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1.‘하면서 배운다’, 사업 현안이 곧 교육 주제
BMC는 전형적인 액션 러닝(Action Learning)이다. 액션 러닝은 이른바 실행하면서 배우는 과정(learning by doing)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모두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보고 듣고 배운 것을 본인이 직접 행동으로 옮길 때 학습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해 만들어졌다. BMC의 목적은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일하는 데 필요한 리더십, 비즈니스 스킬을 연마하는 것이다. 황 수 GE코리아 대표는 “글로벌 사업 환경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보통 연수가 참석자들에게 지식이나 정보,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BMC는 거꾸로 참가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서로 리더십을 배우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열린 BMC의 주제는 ‘한국 기업(Korean Company)’과 ‘디지털화(Digitization)’였다. 세부적으로 한국 기업은 ‘대기업 시스템’ ‘수출 플랫폼’ ‘건설엔지니어링(EPC) 기업’으로, 디지털화는 ‘인터넷과 모바일’ ‘디지털과 연구개발’ ‘녹색과 디지털’로 각각 나눴다. 주제별 참석자 45명을 6개 팀으로 나눠 주제에 맞춰 각각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는 GE의 사업 현안을 BMC의 주제로 삼아 임원들이 같이 고민하고 가능하면 실제 사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것. 이 주제는 3개월마다 열리는 전사 최고 경영진회의(Corporate Executive Council)에서 선정됐다. 이 회의에는 GE의 회장, 부회장, 전 사업부의 최고경영자와 전사 지원 담당 수석 부사장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주제 역시 GE가 새로운 한국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영진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GE 경영진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빨리 극복했고, 중동 플랜트 시장과 세계 가전 및 자동차 시장 등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2004년, 2005년 이뤄진 현대캐피탈, 현대카드와의 성공적인 합작도 주목했다. 뿐만 아니라 인천 송도신도시의 글로벌U-헬스R&D센터의 설립 협약과 SK건설과의 오성 복합화력발전소 장비 납품 계약 등 한국기업과의 합작 사례가 잇따르자 한국에서 사업 기회를 찾기 위해 이번 BMC 주제를 한국으로 정하게 됐다.
 
GE는 시장 규모가 절대적으로 큰 것은 아니지만 역동적인 한국 경제가 GE의 성장 전략 수립에 새로운 통찰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한국에서 BMC를 개최했다.
 
2.고성과 임원에만 교육 집중
BMC 교육 대상자는 고위 임원(Executive, Senior executive)이다. 그런데 임원이라고 해서 BMC에 무조건 참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대부분의 기업이 승진 대상자나 일정 직급의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시킨다면 GE는 잠재력이 큰 직원(high potential)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GE에서 오래 근무했더라도 리더십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GE는 임원을 승진시키면 18개월 미만의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MDC(Manager Development Course)를 진행하는데, BMC는 MDC에 참여한 사람을 우선 대상자로 한다. BMC 교육 대상자는 철저하게 성과를 바탕으로 신중하게 선정된다. 360도 평가(다면 평가), 적성(talent) 및 역량 평가, 리더십 교육 훈련 결과, 개인의 성과 및 가치관을 평가하는 ‘세션C’ 등 1년 내내 진행되는 평가 결과를 두루 감안한다. 특히 세션C의 비중이 크다. 세션C의 평가 등급은 ‘롤 모델’ ‘엑설런트’ ‘스트롱 컨트리뷰터’ ‘개발 필요’ ‘불만족’ 등 5가지로 나뉘는데, BMC는 상위 2개 등급을 수년간 연속으로 평가 받은 사람으로 한정한다. 이 과정에서 고위 직급의 비즈니스 리더와 인사 책임자가 BMC 참가자를 최종 결정한다.
 
GE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엄격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유능한 임원들이 서로 자극을 받으며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더 높은 학습 효과를 위해 BMC의 팀도 매우 다양하게 구성한다. 특히 소속 국가와 사업부, 직무가 겹치지 않게 한다. 실제 한국을 방문한 BMC의 한 팀은 모두 7명이었는데 이들의 국적은 미국, 프랑스, 일본, 영국, 브라질 등으로 각기 달랐다. 사업 분야도 항공, 운송, 미디어, 캐피탈, 전사금융, 조명 등으로 다양했다.
 
 
그리고 GE는 한번 선택한 사람에 대해서는 교육을 집중한다. BMC 참가자는 미래에 최고경영자(CEO)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로, 이런 강도 높은 교육은 자연스레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의 연장선 상에서 이뤄지게 된다.
 
3.한국의 비결을 GE성장 전략에 접목하는 액션러닝
BMC는 모두 4주 과정으로 운영된다. 구체적으로는 1주차 한국에서 ‘한국 몰입(Korean Immersion)’ 프로그램, 2주차는 한국에서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과의 미팅, 3주차는 소속 국가에서 휴식과 컨퍼런스 콜을 통한 조별 토론, 4주차는 GE의 크로톤빌연수원에서 제프 이멜트 회장 등 최고위 경영진과의 토론으로 구성된다. 이번 BMC는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1주차: 비즈니스 맥락 위해 ‘컬처 이머전’
1주차의 프로그램은 참석자의 80%가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는 점을 감안해 한국 기업의 성공 비결 등을 이해하기 위한 경제· 사회·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는 단계로 구성됐다. BMC 목적 중 하나인 한국과의 잠재적인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도 한국 문화를 알아야 했다. 한국에서의 경험은 나중에 한국의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날 때 꺼내기 쉬운 대화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한국 대기업의 CEO,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감독, 전 정보통신부 장관, 한국 장기거주 외국인 기자, 교수, 현직 장관 등으로부터 강연을 듣고 토론했다. 주제는 한국의 역사, 문화, 한국인의 특성, 한국적인 리더십, 한국 기업의 경쟁력과 정부 정책, IT기술력 등 다방면에 걸쳐있다. 참가자들은 동시에 한국 문화도 체험했다. 군사적 긴장감을 느끼기 위해 비무장지대(DMZ)를 찾았고 다도, 서예, 한복입기 등을 해봤다.
 
2주차: 한국의 성공요인 탐색 후 GE의 성장 전략과 연계
2주차는 한국 기업의 성공 요인을 배우고 GE의 한국 시장에서 성장 방법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법을 모색했다. 참가자들의 방문 장소는 자신들이 속한 팀의 소주제에 따라 달라진다. 6개 팀이 모두 40여 개 기업, 연구소, 기관을 방문해 임원들과 토론했다. 팀별로는 8∼10곳을 다녀 일정이 빠듯했다. 삼성전자, GS그룹의 지주사인 GS홀딩스, 현대자동차, SK그룹의 지주사인 ㈜SK, 포스코, LG그룹, 맥쿼리 등을 방문했다.
 
참가자들은 국내 기업의 성공 비결을 GE의 성장 전략에 접목시켜 사고하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SK그룹은 직원과 이해 관계자(고객 포함)의 행복을 경영의 주요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출신이었던 참가자들은 “경영 목표가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것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고속 성장 비결이다. GE도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을 펼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경련에서는 “한국 대기업 특유의 오너 경영체제는 위험을 감수하는 신속한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을 줬다”고 소개했다. 참가자들은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성장과 이익 창출에 경영의 모든 역량을 쏟는 비전이 있는(visionary) 오너 경영자와 그 결정을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전문경영인이 이끄는 조직 운영 시스템을 이해하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정에는 반드시 팀별 토의와 발표가 포함됐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여서 참여자들은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밖에 없다. 강연 시 질문자들의 절반은 시간 제약으로 답변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질문을 퍼부었다. 서로 발표하거나 질문하려는 경쟁이 치열했다.
 
3주차: 강도 높은 액션 러닝의 ‘쉼표’
이후 참가자들은 다시 본국으로 돌아갔다. 교육 기간 중에서도 휴식(Spaced schedule)이 교육의 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BMC에서는 3주차에 크로톤빌연수원으로 직행했지만, 이번부터 달라졌다. 쉼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참가자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어서 학습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교육을 받아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깊이 있는 통찰력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또 2주 동안 집과 떨어져있었던 참가자들은 3주차에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게 된다.
 
다만, 이들은 본국에 가서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자신의 팀이 배정받은 주제에 대해 팀원들과 토론을 벌이고, 다음주 일정을 준비했다. 단, 이들은 업무를 떠나 새로운 과제를 고민한다는 BMC의 원칙에 따라 업무에는 복귀하지 않고, BMC 활동에만 집중했다.
 


4
주차: 최고 의사결정권과 사업 현안 대화
교육 참가자들은 마지막 주 GE 최고위 경영진들과 글로벌 사업 전략 현황과 미래 발전방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또 내부 토의를 거쳐 제안서를 완성한 후 프로젝트 스폰서(해당 주제를 잘 알고 있으며 연구 과정을 지원하는 최고 책임자)에게 보고해 제안이 타당한지 등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이후 최종 내용을 제프리 이멜트 GE 회장 앞에서 발표했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보고를 하는 게 아니다. 회의실에는 원 모양의 계단식 의자가 놓여 있다. 한쪽에는 최고경영진이, 다른 한쪽에는 참석자들이 앉아 자유롭게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여기서 나온 내용은 채택, 보류, 장단기 검토 등으로 분류된다. 이번 BMC는 비공개로 이뤄졌지만, 실제 사업으로 연결된 제안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제안이 불충분하거나 추가 검토 사항이 있으면 실행 우선 순위에서 밀린다. 하지만 액션 러닝을 추진하는 목적이 반드시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훌륭한 제안서를 만드는 게 아니라 참가자의 글로벌 리더십 개발을 기르는 데 있기 때문에 BMC 참여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4.액션 러닝의 살아있는 교과서
이런 측면에서 BMC는 짧은 시간에 제한된 공간에서 글로벌 리더를 육성시키기 위한 효율적인 프로그램이다. BMC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액션러닝의 살아있는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1.대상:성장 잠재력(Future Potential)이 높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다. 자신의 책임하에 모든 사람이 하는 자기 계발과 회사 차원의 ‘인재 육성’은 개념이 다르다. 육성은 회사가 특정 목적을 갖고 선별한 사람에게 투자하는 활동이다. 특히 선별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GE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바탕으로 잠재력이 높은 대상자를 잘 가려내는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
 
2.목적:현재 혹은 미래 리더들이 글로벌 경쟁환경에 필요한 리더십과 비즈니스 스킬을 갖추도록 한다. 특히 수동적인 학습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찾아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역량을 갖추도록 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3.주제:회사가 실제로 당면하고 있는 이슈, 고질적으로 풀리지 않았던 문제, 미래 비즈니스를 위해 준비해야 할 과제를 주로 다룬다. 주제 선정 과정에서 최고 경영자가 직접 참여한다.
 
4.팀 구성:전문성, 지역, 성별, 사업 등을 고려해 다양성을 갖춘 팀을 구성한다.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며 서로 토의하고 문제 해결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서로 배우고 혁신적인 대안을 찾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팀 구성원들에게 익숙지 않은 주제를 부여한다.
 
5.글로벌 경험(Global Exposure):세계를 보게 한다. 필요하면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찾기 위해 다른 국가, 다른 기업을 방문하도록 한다.
 
6.활용:교육 참가자들은 최고 경영자에게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최고 경영자는 해결안이 혁신적이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실행에 옮기라고 지시한다.
 
5.임원은 리더십 확보,
회사는 안정적인 CEO 승계 관리
BMC는 참가자가 인지적인 기술, 실행 기술, 관계 기술, 자기 계발 기술을 얻기에 적합한 도구(표2 참조)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인지적인 기술의 경우 참가자들은 사업과 무관한 특정 분야에 대한 과제를 받고 해결책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회사나 방문 회사 등이 처한 환경을 분석했다. 또 학습 장소로 글로벌 시장을 택해 글로벌 문화를 체험하고 글로벌 시각을 기를 수 있었다. 2000년대 초반 BMC에 참여했던 황 수 GE코리아 대표는 “당시 과제가 GE머니 호주의 성장 비결을 분석하는 것이었는데, 내가 금융 전문가가 아닌데도 GE머니의 각종 성과를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성공 요인을 밝혀내야 했다. 고객임을 가장하고 호주에서 경쟁사 소매점의 창구에 가서 서비스 수준을 비교해보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였던 팀원들로부터 현안을 보는 시각이나 문제를 분석하는 툴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둘째, 실행 기술과 관련, 참가자들은 BMC에서 고객사를 방문해 고객의 욕구를 알아내는 활동을 통해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 GE는 대형 엔진 등을 생산하는데, 이번 BMC 프로그램에서 엔진을 납품하는 플랜트업체인 현대건설이나 삼성엔지니어링 등을 방문, 고객사의 욕구에 대해 고민했다. 뿐만 아니라 GE는 한국이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으로 여겼기 때문에 한국 방문 자체가 향후 사업 실행 기회 모색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관계 기술의 경우 참가자들은 팀 활동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고 자신의 ‘소프트 스킬’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BMC의 경우, 거의 동등한 직급 체계의 사람들끼리 모여 프로젝트를 하는 것은 평상시 하급자들과 일하는 것과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참가자들 스스로도 자신의 관계 기술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올 초 인도에서 열린 BMC에 다녀온 박래익 GE리얼에스테이트 한국 및 중국 대표는 “전 세계 GE의 훌륭한 리더들과 네트워킹을 잘 한 게 가장 큰 자산이었다”며 “BMC에서 알게 된 동료임원이 한국으로 출장을 오면 항상 만난다”고 말했다.
 
한편 BMC 참여자의 글로벌 리더십은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은 육성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재 육성이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만들어 제공하는 공급(Supply) 측면이라면 승계관리(Succession Management)는 이러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수요(Demand) 측면이다. 동전의 앞뒤와 같은 개념이다. 액션 러닝은 가능성이 높은 경영진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인 동시에, 문제 해결 과정에서 경영진들을 테스트해서 회사가 미래의 승계 니즈에 체계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를 통해 회사는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6.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
그간 우리 기업에서 경영진 육성을 접근할 때 다음과 같은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있었다.
 
첫째, 경영진이나 임원 육성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임원들은 육성의 대상이 아니라는 편견, 즉 이미 육성된 사람들이 임원이 되기 때문에 그들을 위한 교육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둘째, 임원들은 성과를 내기에도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임원은 성과가 나지 않으면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일상 업무에서 자리를 비워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할 여력이 부족하다.
 
셋째, 임원들의 프로그램 참여도나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의견을 내거나 서로 토의하는 데 익숙지 않아 임원들의 프로그램 참여도가 낮은 경우, 일방적인 지식 전달로 흐르거나 재미있는 이벤트성 교육 등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글로벌화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의 임원들에게도 복잡하고 비정형적인 문제 해결이나 다양성을 바탕으로 효과적이며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역량이 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과 니즈가 이렇게 변하고 있기 때문에 경영진 육성 방법의 패러다임 변화도 불가피하다. 다행히도 국내 기업들과 경영진들도 차츰 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액션 러닝을 도입할 때 다음의 사안들을 고려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고 경영자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한다 최고 경영자의 이해와 지지없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액션 러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다. 액션 러닝이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최고 경영자가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강력한 방법론이라는 사실을 인식할 때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은 BMC가 이뤄지는 크로톤빌연수원을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인재 개발 회사’라고 치켜세웠다.
 
최고 경영자가 반드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좋다 실제 회사에서 당면한 문제, 해결하고자 하는 현황 이슈를 선정할 때,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해결안을 제시할 때 등 주요 시점에서 최고 경영자가 직접 의사결정을 한다면 프로그램의 효과와 성공이 고스란히 회사의 성과로 연결된다. 이멜트 현 GE 회장은 BMC의 4주차 과정에 꼬박꼬박 참석해 BMC 참가자들과 대화·토론하고, 참가자의 제안 중 일부는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게 했다.
 
경영진 육성과 승계 관리 틀을 구축한다 최고 경영자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액션 러닝을 통해 경영진이 육성되고, 육성된 경영진이 비즈니스 성과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승계 관리(Succession Management)와 이를 위한 의사결정 데이터 축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비즈니스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포인트다. BMC도 참가자를 향후 CEO가 될 만한 인재로 엄격하게 선발해 BMC에서의 경험이 한 기업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게 했다.
 
핵심인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후 임원으로 확대한다 임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행이 부담스럽다면 핵심인재들을 대상으로 먼저 시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시험(Pilot)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뿐만 아니라 결국 이들이 미래의 경영진들이기 때문에 의미나 효과 측면에서 많은 장점이 있다. 임원부터 적용한다면, 신임 임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하거나 동일 직급 임원들끼리 팀을 구성한다. 액션 러닝의 특성 상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부분이 실행될 수 있도록 대상 그룹을 구성한다. GE는 이미 BMC 이외에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있으며, 직급별(초임 임원: MDC, 고참 임원 EDC)로도 리더십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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