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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전망

서브프라임의 다음 파도, 美 집값 하락을 주목하라

조만 | 5호 (2008년 3월 Issue 2)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지만 올해를 고비로 서브프라임 시장 내의 부실채권은 상당수 정리될 전망이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 실물 경제의 후폭풍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바로 미국 주택가격 하락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상승을 거듭한 미국 주택가격이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냐, 이것이 실물 경제에 어느 정도의 악영향을 줄 것이냐는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다. 주택가격 하락은 미국 전체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지출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처럼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그 여파에 대한 분석과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
 
2008년이 서브프라임 부실의 분기점
현재까지 서브프라임으로 발생한 금융기관의 신용손실은 최소 2650억 달러에서 최대 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1조1000억 달러인 미국 서브프라임 시장의 24∼36%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물론 57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전체 금융시장의 규모를 감훌� 때 서브프라임 손실액이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작년 하반기 이후 나타난 세계 금융시장의 급등락을 감안하면 서브프라임 사태의 향방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서브프라임 위기가 현재처럼 세계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친 이유는 2003년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기초로 한 자산담보부유동화채권(CDO), 신용디폴트스왑(CDS), 자산담보부 기업어음(ABCP) 등 신용파생상품 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말부터 서브프라임 모기지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이 신용파생상품들의 자산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이에 투자한 금융기관들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면서 사태가 커졌다. 다만 2003년부터 급증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2006년 정점을 찍은 후 2007년 말에 이르러 사실상 신규대출 중단 상태에 접어들었다.
 
올해가 서브프라임 부실채권 해결의 분기점인 이유는 모기지 상품의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대부분은 여러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소위 ‘익조틱 변동금리 모기지(Exotic Adjustable Rate Mortgage) 혹은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 다. 일반적으로 변동금리 모기지는 고정금리 모기지보다 그 위험도가 높으며, 서브프라임 모기지 발행 건수가 절정에 달한 2006년 발행분 역시 거의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로 이뤄져있다. 이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의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서브프라임은 물론 프라임 시장, 그리고 미국 부동산 시장 전체의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악화시키고 있다.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는 차입자가 대출 조건과 상환 금액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가장 흔한 형태인 ‘2/28 Option ARM’을 예로 들어보자. 대출자는 처음 2년 동안은 이자 전체 또는 이자 일부만을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티저 레이트(teaser rate)로 납부한다. 하지만 이후 28년 동안에는 시장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금리를 내면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납부해야 한다.
 
초기 상환 부담은 적지만 총 상환액이 훨씬 커지기 때문에 최근처럼 금리 상승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동시에 겹칠 때는 차입자의 부담이 엄청나다. 이 형태의 모기지를 이용한 가계의 모기지 연체 및 주택 압류가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초기에 내야 할 돈이 적기 때문에 많은 대출자들, 특히 저소득 계층의 대출자들이 이런 형태의 모기지를 많이 이용했다는 점도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2006년 발행한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양이 가장 많다는 것은 2/28 Option ARM 구조에서 티저 레이트를 적용받는 2년이 끝나는 올해부터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를 택한 가구가 실질적인 충격에 직면한다는 의미다. 티저 레이트가 끝나는 시점에 원금과 이자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면 나중에는 거의 사채 수준의 원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침체로 미국 금융 체계의 핵심이나 다름없는 리파이낸싱(refinancing·재융자)이 어려워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금리 하락기에는 티저 레이트 적용기간이 끝나더라도 대출 갈아타기를 통해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리파이낸싱이 어려운 상황에서 갚아야 할 원금은 날로 불어나니 무리하게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대출금 상환의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설사 돈이 있어 대출금 조기 상환을 하려해도 이 역시 쉽지 않다. 프라임 모기지와 달리 서브프라임은 조기 상환 시 상당한 수준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모든 요인들이 결합해 서브프라임의 연체 및 부도율을 높이고 있다.
 
발행 건수가 절정에 달한 2006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올해 대거 재조정 시기를 맞이함에 따라 미국 금융당국은 이를 위험도가 낮은 다른 종류의 모기지로 전환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은행에 따르면 올해 총 150만 건의 모기지가 재조정 대상에 올라있다. 물론 현재까지 재조정 진행 속도는 빠르지 않지만 2007년 이후에는 신규 발행물량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서브프라임 부실 문제가 진정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미국의 집값 하락…얼마나, 언제까지 떨어질 것인가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서브프라임 부실이 진정된다 해도 더 위험한 미국의 집값 하락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1998년 이후 줄곧 높은 상승세를 보인 미국 집값은 최근 몇 년간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 거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아래 표에서 보듯 최근 몇 년간 미국 집값 상승률은 1970년대∼1980년대 부동산 호황기에 비해 무려 3∼4배 이상 높다.
 
여기서 우려해야 할 점은 미국 부동산 호황이 반드시 이후의 침체기로 이어졌다는 사실이다. 침체기의 실질 집값 하락폭이 호황기의 가격 상승율과 비슷하거나 3분의 2 정도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황기 때 집값이 많이 올랐을 경우 하락폭도 그만큼 가팔랐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미 집값 하락폭에 대해 몇 개의 예상치는 제시할 수 있다. 미국 주택가격지수 산정의 선구자이자 부동산 분야의 최고봉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작년 8월 미국 집값이 적어도 1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2월 말 하원에서 증언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 교수도 미 전역에 걸쳐 20∼30%의 주택가격 교정(housing price correction)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 산정 시 가장 널리 쓰이는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에 의하면 미국 대도시 주택가격은 2006년 말부터 1년간 8% 하락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적어도 이 수준, 혹은 그보다 더 많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내년까지 미국 집값이 큰 폭 하락한다면 이는 1930년대의 대공항 이후 가장 큰 부동산 침체로 남을 것이다. 주택 관련 산업이 미국 전체 산업의 20%를 차지한다는 점, 집값 하락이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의 직접적 위축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미국 실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은 예상보다 클 전망이다.
 
집값 하락이 모기지의 연체 및 부도율을 높여 추가 주택가격 하락을 야기하는 악순환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집값 하락으로 모기지 대출액이 현재 집값보다 큰 상황에 처한 소위 ‘네거티브 에쿼티 차입자(negative-equity borrower)’가 무려 880만명에 달한다. 미국 전체 가계의 10%에 달하는 숫자다.
 
향후 경제 여건이 악화될 경우 이들의 모기지 원리금 상환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잠재적 부도자로 평가할 수 있는 이들이 대량 부도 사태에 직면할 경우 미국 집값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실물 경제에도 엄청난 혼란이 올 가능성이 있다.
 
다만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응해 많은 비난을 받왔던 FRB와 기타 감독당국은 최근 모기지 부실채권 처리와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같은 조치들이 모기지 시장의 부실 정리와 주택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향후 대비책은 없는가
서브프라임 사태의 원인으로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과잉, 과도한 위험도를 가진 모기지 상품의 대량 발행, 이를 기초로 한 복잡한 파생상품의 개발 및 대량 유통, 대출기관과 투자은행의 수수료 위주 영업 행태, 파생상품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 등을 거론할 수 있다.
 
서브프라임 대출 기관의 대부분은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주 정부의 규제를 받는 회사다. 감독 능력이나 전문성 면에서 주 정부의 규제는 연방 정부보다 훨씬 허술하다. 신용파생상품에 대한 금융회사의 과도한 인센티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04년 6조 달러였던 세계 CDS 시장 규모는 2007년 무려 43조 달러로 증가했다.
1000만 달러짜리 CDS 1계약이 이뤄졌을 때 월가 투자은행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계약금액의 0.1%에 달한다.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활발했던 2006년에는 월가 투자은행이 CDS 거래 수수료로 하루에 벌어들인 돈이 무려 100억 달러가 넘었다. CDS나 ABCP 등과 같은 파생상품은 회계장부에 등장하지 않는(Off-balance sheet trade) 거래다. 장외(場外)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가치평가는 물론 가격과 거래의 투명성이 매우 낮다. 어떤 금융기관이 얼마나 많은 신용파생상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손실액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 시장 규모가 갑자기 급성장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은 이 문제에 대해 미리미리 세심히 대비를 했었어야 했다.
 
때문에 우리는 모기지 상품에 대한 적절한 건전성 관리, 복잡한 파생상품에 대한 회계원칙 확립, 거래의 투명성 증진을 교훈으로 삼아야만 한다. 특히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한국 주택대출시장에서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상품개발 및 유통에 관한 건전성 지도, 자기자본비율과 같은 규제의 적절한 활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용어해설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은 대출자의 신용도, 부채 규모, 담보 능력 등에 따라 프라임(우량), 알트에이(Alt-A·우량과 비우량의 중간), 서브프라임(비우량)의 세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낮은 등급인 서브프라임은 신용도가 낮은 차입자에게 제공한 주택담보대출을 뜻한다.
 
변동금리 모기지 (ARM·Adjustable Rate Mortgage)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할 때 금리 변동에 따라 납부해야 할 이자 금액이 변하는 모기지. 금리 상승기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역시 높아지므로 대출자의 부담이 커진다.
 
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자산담보부증권)
위험 정도가 각각 다른 여러 주택담보대출채권(MBS)을 사들여 이 속에 속해있는 채권들을 합치고 재분류해 만든 또다른 합성 증권. 차입자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은행과 같은 대출기관이 부담하지 않고 금융시장에 떠넘길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CDS(Credit Default Swap·크레딧디폴트스왑)
기업의 파산위험(Credit Default) 자체를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파생금융상품. 부도 위험만 따로 떼내 매매할 수 있으므로 채권자는 부도에 따른 원금 손실을 피할 수 있다.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Option ARM)
변동금리 모기지에 다양한 선택조항(option)을 부여한 모기지. 2/28 Option ARM, IO(Interest Only) 등의 형태가 있다. 구조가 복잡하고 낯설다는 의미에서 익조틱(Exotic) ARM이라고도 부른다. 반면 고정금리 모기지처럼 금융상품 중 가장 간단하고 초보적인 거래 유형은 플레인 바닐라(Plain vanilla)라고 한다.
 
2/28 Option ARM
미국 모기지 상품 중 가장 흔한 30년 모기지를 상환 첫 2년과 나머지 28년으로 구분해 다른 금리를 적용하는 변동금리 옵션 모기지. 대출자는 첫 2년 동안은 이자 전체 또는 이자 일부만을 시장 금리보다 훨씬 낮은 티저 레이트로 납부할 수 있다. 하지만 이후 28년 동안에는 시장 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금리를 내면서 원금과 이자를 동시에 납부해야 한다. 초기 상환 부담은 적지만 총 상환액이 훨씬 커 금리 상승기에는 위험도가 높다.
 
IO(Interest Only)
주택담보대출을 유동화시킬 때 대출의 수취 이자에 해당하는 현금흐름을 기초 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이 IO(Interest Only)다. 반면 대출 원금에 해당하는 현금 흐름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하는 증권은 PO(Principal Only)다.
 
티저 레이트(teaser rate)
금융기관이 변동금리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상환기간 초기 2∼3년간 제공하는 매우 낮은 수준의 금리. 티저(teaser)는 ‘살 마음이 내키도록 눈길을 끌게 만드는 광고’를 뜻한다.
 
필자는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세계은행을 거쳐 미국 최대 국책 모기지 회사인 패니매(Fannie Mae)에서 15년 근무한 모기지 전문가다. 현재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부동산 금융 및 유동화 상품에 관한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 조만 | - (현)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부동산 금융 및 유동화 상품에 관한 강의와 연구
    - 패니매(Fannie Mae) 근무 : 미국 최대 국책 모기지 회사
    - 세계은행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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