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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앤드리아 정 에이본 회장

“1년에도 여러번 변신한다는 마음 필요…CEO부터 변해야 조직이 변한다”

김현정 | 60호 (2010년 7월 Issue 1)
오랜 기간 성공의 역사를 이어 온 기업에서는 급격한 문화적 변화를 추진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에이본의 최고경영자(CEO) 앤드리아 정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눈물을 흘린 시절도 있었다고 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리더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앤드리아 정은 1999년부터 여러 차례 급격한 변화의 시기를 거치며 에이본을 이끌어 오고 있다.
 
 
 
 
1999년 에이본의 최고경영자(CEO)가 된 이후 상당한 변화를 추구해 왔고, 특히 2005년 이후부터 한층 급격한 변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1999년 그리고 2005년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에이본은 정확히 어디쯤 서 있다고 보십니까?
에이본에 과거의 모든 시간은 변화를 위한 여정과도 같았습니다. 에이본의 리더인 제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CEO들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합니다.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건 리더십의 변화인 동시에 회사를 위한 변화이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CEO가 자기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회사나 회사의 문화도 변화시킬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제 처음 에이본의 CEO가 됐을 때와는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에이본의 변화 내용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에이본은 대단한 유산을 갖고 있는 기업입니다. 에이본은 초창기부터 여성에게 많은 권한을 줄 것을 강조했습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그런 생각은 매우 진보적이었습니다. 하지만, 12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전해져 내려 온 역사에는 좋은 면과 함께 나쁜 면도 있습니다. 이제 에이본은 시장 가치가 100억 달러가 넘는 기업이 됐습니다. 즉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과거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도 달라졌지요. 경쟁의 양상도 달라졌고 소비자도 달라졌습니다. 에이본의 판매원들에게 요구되는 요건도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에이본이 처음 정해 놓은 사명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에이본의 CEO로서 오래 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유산과 역사를 도외시하지 않으면서도, 에이본이 미래에 어울리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항상 제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에이본의 CEO가 되셨을 당시 가장 우선시한 일은 무엇입니까?
제가 1999년 에이본의 CEO가 됐을 무렵 에이본은 변화의 첫 장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당시, 변화를 위한 에이본의 노력은 브랜드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었어요. 에이본이라는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에이본은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이긴 했지만 조금은 구식이었죠. 한 마디로 수많은 젊은 소비자들에겐 먹혀 들지 않았던 겁니다. 그래서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제품과 브랜드에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브랜드의 변화엔 시간이 걸리지요. 고객들은 에이본이라는 브랜드에 잠재적인 호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에이본의 제품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또 혁신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올바른 방향으로 수정해야 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에이본의 모든 걸 완전히 바로잡아야 했습니다. 이는 여러 해에 걸쳐 진행된 작업으로 그 마지막 단계는 가치를 재정의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뛰어난 기술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습니다. 에이본의 이런 능력은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도움을 줍니다. 특히 개도국과 신흥시장에서 그렇습니다.
 
회장님은 마케팅 분야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아 오셨지요. 에이본이 지속적으로 성장의 활력을 얻게 된 것은 마케팅의 성공 덕분인가요?
마케팅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세계 시장 진출과 신흥시장 소비자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한 각고의 노력도 도움이 됐어요. 신흥시장에서 에이본은 이미 강력한 활동기반을 구축하고, 경쟁업체들보다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 시장에선 다른 모든 업체들이 에이본을 따라잡으려고 노력 중이지요. 남미, 인도, 중국 등지에서 에이본은 여러 측면에서 최초의 기업이었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에이본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대했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죠.
 
2005년에 에이본의 전략적 초점은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에이본이라는 조직에 있어 2005년의 변화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에이본이 추구한 2차 변화의 목표는 판매인력 및 커미션 구조를 현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21세기에 걸맞은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 웹 기술과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변화의 과정을 거쳤는데, 지금은 초창기 에이본의 유산 중 무엇이 남아 있습니까?
에이본의 설립자는 여성에게 투표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1886년에도 여성들이 독립적인 사업을 운영하며 직접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 회사를 설립했다는 사실은 에이본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점입니다. 1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에이본은 여성의 적극적인 활동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오랜 기간 변화를 겪어왔음에도 에이본은 여전히 이런 비전을 잘 지켜오고 있습니다. 변화를 추진하는 동안에도 설립자가 주창한 비전을 고수하기란 매우 어려운 동시에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항상 현 상황과 우리의 염원 간에 어떠한 격차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노력하고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역사회와 소비자, 판매원, 동료를 위한 사명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둘 사이의 격차가 얼마나 큰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에이본은 2007년 ‘헬로 투모로(Hello Tomorrow)’라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지역사회, 소비자, 판매직원, 동료 등 각 구성원과 관련된 우리의 비전을 몸소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게 캠페인의 목표였습니다.
 
앤드리아 정 약력
앤드리아 정은 1959년 토론토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 상하이와 홍콩에서 캐나다로 건너왔다. 1979년 그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중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프린스턴대 영어과를 우등으로 졸업했다. 뉴욕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며 소매 부문의 매력을 경험한 앤드리아 정은 졸업 후 소매 부문에서 경력을 쌓아 왔고, 1991년부터 1993년까지 고급제품을 취급하는 니만 마커스 백화점에서 부사장을 역임했다.
1994년 앤드리아 정은 에이본 미국 법인의 제품 마케팅 그룹 사장으로 취임했다. 1996년부터 1998년까지 그는 에이본의 제품 마케팅 그룹 내에서 연구개발(R&D), 시장 조사, 전략 기획, 합작 투자, 협력 등의 업무를 맡으며 승진을 거듭했다. 1999년 에이본의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 후 2001년 회장 자리에 올랐으며, 1998년부터 에이본의 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앤드리아 정은 현재 GE와 애플의 이사회에서도 활동 중이다. 2007년 그는 포천지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기업인 50인’ 중 7위로 꼽혔다. 그는 또 2004년부터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하는 ‘주목할 만한 여성 기업인 50인’에 꾸준히 포함되고 있다. 2007년에는 US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미국 최고의 리더’로 선정한 18인의 재계 리더 중 1명으로 뽑혔다.
 
비전과 현실 사이에 어떤 격차가 존재했는지, 그리고 그 격차를 어떻게 좁혔는지 실제 사례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에이본은 제품에 관한 소비자의 요구를 가장 잘 이해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에이본은 소비자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무엇을 찾는지, 무엇을 구매하는지 파악하지 못하게 된 거지요. 에이본의 비전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에이본 내부를 꿰뚫어보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들에 힘입어 에이본은 다시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방법 중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간단한 것들이었어요. 포장을 예로 든다면, 예전 에이본의 포장재는 고루한 싸구려 같아 보였습니다. 그런데 포장재 색상을 고급스러워 보이는 짙은 푸른색, 검은색 등으로 바꾸었더니 가격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우리 제품이 시각적으로 좀 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됐습니다. 이런 식의 사고가 바로 거대한 변화의 시발점이 됐습니다. 저희는 제품 라인 중 대부분을 없애버렸습니다. 또 에이본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유명인사들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지금은 에이본이 어떤 회사인지 알리기 위해 2, 3년 전에 비해 34배 가량 많은 돈을 광고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소비자에 관한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를 해 보지요. 여성 기업가에게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비전이 에이본이라는 회사 내에서 어떤 영향을 주나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에이본은 일부 개도국 및 신흥시장에서 매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개도국과 신흥시장 여성들이 권리를 찾고, 직접 사업을 꾸려 나가는 기업가로 활동할 기회를 가지려면 아직 한참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 곳에서 에이본이 제시하는 기회는 매우 강력한 겁니다. 에이본은 세계 곳곳에서 모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대단한 성과를 이뤄냈습니다. 중국은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접판매 자체를 금지하던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에이본은 중국에서 직접판매 허가를 받아냈습니다. 허가를 받은 후 1년이 지났을 뿐이지만 이미 중국에서 에이본 제품을 판매하는 독립 판매원의 수가 수십만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에이본은 직접판매라는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하는 세계 최대의 소액대출업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세계 각국에서 여성들에게 탄력적인 수익 창출 기회와 추가적인 수입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시장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나요?
한 가지 좋은 소식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선진국 시장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직접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요. 직접판매를 현대화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휴대전화를 비롯해 인터넷과 웹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열심히 고민해야 합니다. 전 세계에서 연료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직접판매의 매력이 한층 커지고 있지요. 에이본 제품을 구매하면 판매원들이 고객이 구매한 물건을 집 앞까지 가져다 주니까요. 이것이 바로 직접판매가 갖고 있는 강력한 힘이지요. 저희는 바로 그 힘을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까지 에이본에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 오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극복하기 어려웠던 장애물이 있었다면?
에이본은 설립 이후 오랜 기간 놀라울 만큼 성공적이었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으며, 매우 높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에이본처럼 긴 성공의 역사를 갖고 있는 기업에서는 대규모로 급격한 문화적 변화를 추진하기가 한층 더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동안 기다리려는 경향이 있고, 조직의 리더들은 언젠가 대담한 변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망설입니다. 그러다가 외부 환경의 변화가 나타나지요. 실적과 관련된 여러 수치에 문제가 생기면 그제서야 변화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제가 얻은 가장 큰 교훈 중 하나는 바로 환경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변화를 요구한다는 겁니다. 이유는 바로 경쟁 때문이지요. 결국, 사람의 변화가 됐든, 계획의 변화가 됐든, 지출의 변화가 됐든, 가치의 변화가 됐든 제가 처음 계획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담한 변화를 추진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면, 주어진 시간이 35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2년 밖에 시간이 없었던 거지요. 그걸 깨달은 순간이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맞닥뜨린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던 변곡점인 것이지요. 빠른 속도로 변화를 추구했기 때문에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무사히 넘겼을 뿐 아니라 번성할 수 있었고 더 나은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세우신 계획이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추진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어떤 기분이셨습니까? 그 때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리더의 용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신 거라면 설명을 해 드릴게요. 겸손한 태도로 내가 세운 전략을 무효로 되돌리고 내가 꾸린 팀을 없애야 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당시, 저를 도와주시던 변호사 한 분께서 이런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지금껏 해 온 그 어떤 일보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실 겁니다. 그 이유는 당신이 이 회사의 이 자리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처럼 급격한 변화가 요구되는 시기에 이사회는 새로운 CEO, 특히 정서적 애착이 없으면서 넓은 시야를 갖고 매우 객관적인 태도로 대담하고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신임 CEO를 임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밤 집으로 돌아가셔서 당신이 해고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다음, 내일 아침 다시 회사를 살려 놓을 구원군으로 임명된 것처럼 행동해 보세요. 마치 당신이 다른 회사에 간 것처럼 객관적으로 행동하고 다른 회사의 CEO가 됐을 때와 같이 조직과 전략에 필요한 변화를 줄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지지를 얻게 될 겁니다. 에이본의 직원들은 충성심이 강합니다. 그리고 에이본의 직원들은 당신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어요. 제가 알려드린 대로 하시기만 한다면 그 어떤 새로운 CEO보다 당신이 더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에이본도 새로운 CEO의 지휘를 받을 때보다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그 조언이 도움이 됐나요?
그 분께서 해주신 말씀은 살면서 제가 들었던 가장 중요한 조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음 날 회사에 출근해 급진적인 조직 구조조정을 시작하는 등 대담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기존 전략에 대해 정서적으로 초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매우 어려운 결정을 했습니다. 그 덕에 에이본은 성장을 위한 새로운 단계로 발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정서적, 이성적 차원에서 직원들이 회장님의 뜻을 지지하도록 만든 비결이 있었나요?
저는 ‘하이퍼 커뮤니케이션’을 매우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하이퍼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일까요? 에이본은 항상 높은 수준의 의사소통과 동기부여를 중요시했습니다. 바로 이를 통해 이 회사가 탄생하고 성장한 겁니다. 즉 이런 요소가 에이본의 DNA 속에 잠재돼 있습니다. 저는 비행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수천 명의 에이본 직원들을 만났습니다. 흥미롭게도 에이본이 정확하게 무엇을 해 나가야 할지 파악하기도 전에 저는 이미 모든 직원들을 만났었지요. 조직을 구성하는 총 15개의 계층 중 8개를 없애버리는 등 대담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다시 말해 중간급 관리자와 고위급 관리자 중 2530%가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특이하게도 저는 구조조정 대상자의 이름이 적혀 있는 서류에 눈길을 주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 먼저 직원들과 논의를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직원들을 직접 만나 에이본이 앞으로 무엇을 해 나가려고 하는 것인지, 지금 당장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불필요한 계층으로 인해 조직 자체가 얼마나 효과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 그로 인해 경쟁력이 얼마나 약화되고 있는지 포괄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직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먼저, 앞서 말씀 드린 원론적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직원들의 얼굴을 바라보니 그 중 3분의 1은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척 마음이 아프더군요. 에이본은 직원들 간의 교류를 중요시하는 회사인 만큼 그 직원들 중 상당수는 제가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솔직하고 신속하게 계획을 전달하는 태도와, 메모를 보내는 대신 직접 직원들 앞에 나서서 얘기하는 용기가 변화의 시기를 넘기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롭게도 제가 직원들 앞에서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한 후 많은 사람들이 직접 저를 찾아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이 회사에 남을 수 있을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토록 정직하게 상황을 얘기해 주신 건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계층이 너무 많은 탓에 결정을 하나 내리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니까요. 물론 저는 이곳에 계속 남고 싶습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상황이 찾아오더라도 저희 모두는 회장님의 뜻을 존중할 겁니다.”
그렇지만 구조조정 계획을 미리 밝히신 탓에 회사 내에서 불안감이 생겨났을 것 같은데요.
물론입니다. 저희는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했습니다. 저희는 매우 공정하고 신속하게 일을 처리했습니다. 그리고 하향식으로 일을 처리했습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했어요.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가장 직급이 낮은 직원들은 상처를 입는 반면 최고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최고 자리에 남아 있을 사람들을 먼저 고르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그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들로 팀을 꾸렸지요. 이런 방식을 취한 덕에 저는 구조조정 과정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힘든 과정이었지만 이 방법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조직 전체에 ‘우리 회장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군.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려나 봐. 어려운 결정을 할 건가 봐’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거든요. 최고위급 경영진에서부터 규율을 바로잡고 조직을 정비한 게 구조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거지요.
에이본 프로덕츠(Avon Products, Inc.)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에이본은 세계적인 미용(화장품) 회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직접판매업체다. 데이빗 매커널이 뉴욕 맨해튼에서 캘리포니아 퍼퓸 컴퍼니를 설립한 1886년 ‘여성을 위한 기업(company for women)’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에이본 제품을 직접 판매하는 여성 방문판매사원들을 일컫는 ‘에이본 레이디(Avon Ladies)’들은 여성들에게 직접 에이본 제품을 판매했다. 현재 100개가 넘는 나라에서 550만 명이 독립적인 에이본 레이디로 활동하고 있다. 에이본 설립 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에이본 레이디는 에이본으로부터 할인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한 다음 에이본 카탈로그에 명시된 가격을 받고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한다. 현재 4만 명이 넘는 풀타임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에이본의 연간 매출은 100억 달러를 상회한다. 1999년 CEO가 된 앤드리아 정이 지속적으로 변화를 추진해 왔기 때문에 에이본의 사업은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CEO 취임 초기 앤드리아 정은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새로운 고품질 제품을 개발했으며, 제품 포장에 변화를 주고, 젊은 모델을 기용해 나이 어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광고를 제작했다. 에이본이 갖고 있던 구식이라는 이미지에 활력을 불어넣은 그는 2005년 15단계로 이뤄진 경영진 계층 중 7개를 없애버리는 등 또 다시 엄격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박차를 가했다. 직접판매 실적이 좋지 않은 영업소엔 가차 없이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댄 반면 브라질과 같은 성장 시장에서는 직접판매 네트워크를 빠른 속도로 확장시켰다. 그와 동시에 에이본은 직접판매 모델마저도 새롭게 고쳐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인터넷을 통해 에이본의 판매사원들로부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처음에는 에이본의 미래가 어디를 향해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셨던 것 같은데요.
변화의 시기를 겪을 때 리더가 자신의 불안감을 내비쳐도 될까요?
연민의 감정은 괜찮지만 불안감은 안 됩니다.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몇 차례 눈물을 흘린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과연 올바른 길인지 의심을 품지는 않았습니다. 언젠가 에이본 직원들이 이렇게 얘기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앤드리아 정은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했어. 하지만 구조조정의 당위성을 결코 의심하진 않았어.”
 
이 여정을 이어오는 동안 이사회는 얼마나 도움이 됐나요?
운이 좋게도 에이본의 이사회는 놀라울 만큼 열성적이며 적극적인 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사진들은 경영진들만큼 에이본이라는 회사를 사랑합니다. 에이본의 이사회는 에이본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이에 동참합니다. 흔히들 최고의 자리에 있으면 외롭다고들 하지요. 2005년에 어려운 결정을 내릴 당시 에이본의 이사회는 항상 저와 뜻을 함께 해 줬습니다. 이사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정말 외로운 길을 걸어야만 했을 겁니다.
 
에이본의 변화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고위 경영팀을 직접 꾸리셨습니다.
경영팀을 꾸릴 당시, 변화를 추진하기 위해 특히 중요하게 여겼던 기술이나 특성이
있습니까?
앞으로 이 회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역할들을 정의하고 나서 모든 관리자들이 갖고 있는 전문성과 리더십 역량을 꼼꼼하게 살펴보았습니다. 관리자들이 과거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게 된 경우도 있었고 외부에서 관리자를 채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경영팀을 꾸리게 됐습니다. 경영팀 중 50%가 새롭게 채용한 관리자로 채워질 정도였습니다. 나머지 50%는 승진 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일 기회를 부여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새로운 경영팀의 구성원이 된 사람들의 의욕을 북돋워주는 결정이었지요.
 
지금 이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변화의 시기에 새로운 경영팀의 일원이 되어 새로운 책임을 부여 받고, 밝고 새로운 미래의 일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는 건 무척 흥미롭고 멋진 일인 것 같습니다. 과거에 해 보지 못했던 일을 하거나 좀 더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 보고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과거엔 항상 조직을 구성하는 수많은 계층과 싸워야만 했어요. 이제 이들은 좀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좀 더 부각시키고 자기계발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이 과정을 진행하던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하지만 머잖아 다시금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동기를 부여하고, 앞으로 회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기대를 갖게 만들고, 열정을 공유하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외부인재를 채용하신 이유는 순수하게 특정한 역량이나 기술이 필요해서였습니까?
아니면, 사내 문화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으셨던 겁니까?
물론 기본적으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았어요. 에이본이 필요로 하는 문화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추진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 중 최고 경영팀에 합류할 적임자를 찾았던 겁니다. 경영팀은 에이본의 감성지능을 상징했어요.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경력과 역량을 가진 사람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기질이나 문화의 측면에서 딱 들어맞는 사람, 즉 우리가 필요로 하는 감성지능을 가진 사람을 찾지 못했다면 에이본을 지금의 위치까지 끌어올리기 어려웠을 겁니다. 우리는 에이본이 갖고 있는 훌륭한 특성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팀을 꾸리려고 했습니다. 즉 에이본이 갖고 있는 긍정적인 요소에 새로운 역량을 더하고 싶었습니다. 변화의 시기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은 바로 리더십에 관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겁니다.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고 적합한 인재를 승진시키기 위한 결정 말입니다. 결국 이보다 중요한 건 없습니다. 에이본의 이야기는 곧 성공적인 리더십 변화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회사에 새로운 시각을 불어넣어줄 새로운 인재를 채용해 포용하기도 했고, 에이본에서 1015년 동안 근무한 인재들이 스스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돕기도 했습니다.
 
앞서 잠깐 언급하신 것 같습니다만, 이런 변화가 회장님에게 개인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맨 처음 에이본에 입사할 당시 저는 성장 전략을 중요시하는 마케팅 담당자였습니다. 때마침 에이본에서는 그런 역량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저는 운 좋게도 에이본의 CEO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5년 동안 판매와 수익이 크게 증가했지요. 하지만 마케팅 전문가로서의 경력은 회사를 회생시키고 과감하게 비용을 줄여나가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신속하게 그런 능력을 키워나갈 필요가 있었어요. ‘해가 떠 있을 때 미리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격언에 얼마나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저는 항상 조만간 또 다른 커다란 문제가 닥칠지도 모른다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실제 그렇게 믿는 건 아니라 하더라도 마치 그렇게 될 것처럼 행동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조직이 얼마마다 한 번씩 자구적인 변화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론 1년에도 여러 번씩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3년이란 시간을 흘려 보낸 후 다음 번에 어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할지 고민해선 안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에이본의 CEO로서 10년을 보낸 후 또 다시 새로운 10년을 맞이한 제 자신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에이본 경영진이 지난 10년 동안 발전해 온 모습을 떠올려보면 매우 자랑스러운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CEO는 누구나 인내심이 없는 편입니다. 그러나 문화적인 변화를 추진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지난 10년의 세월이 제게 교훈을 준 겁니다. 122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조직에서 문화적인 변화를 이루어내는 데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렇지만 결과는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했습니다. 변화의 결과 에이본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편집자주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글로벌 인사 전략 컨설팅사 ‘이곤젠더 인터내셔널(Egon Zehnder International)’이 발행하는 매거진 <포커스(The Focus)>의 주요 콘텐츠를 번역해 연재합니다. 이곤젠더는 1964년에 설립됐으며, 세계 37개국에 63개 사무소를 두고 있습니다. 주 업무는 다국적 기업을 위한 임원급 인재 채용과 리더십 평가 및 관련 연구입니다. <포커스>는 경영 전략과 리더십, 임원급 인재 채용의 최신 트렌드 및 세계 최고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게재합니다. 이번 호 기사는 <포커스>에 실린 ‘I don’t think you can transform a company or a culture without transitioning yourself’을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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