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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Marketing

호텔산업, 디자인과 스토리로 도약하라

홍성용 | 58호 (2010년 6월 Issue 1)

호텔과 집은 유사하면서도 큰 차이가 있다. 집은 항시 머물러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상성과 유지관리, 지속성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호텔은 잠시 머무른다는 특성상 더욱 감성적이고 매력적일 필요가 있다.
 
과거 호텔들은 스페이스 마케팅에 대해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호텔의 기능이 숙박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과거 호텔들은 적절한 시설을 갖추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경쟁 격화 등으로 20세기 후반 호텔 업계에 위기가 찾아 왔고 도심 호텔뿐 아니라 비즈니스 호텔, 리조트 호텔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되면서 돌파구가 마련됐다. 새롭게 등장한 호텔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고유의 숙박 기능에 충실하라
첫째, 아예 숙박기능에 철저히 집중한 사례다. 특히 비즈니스 호텔은 이용요금을 적절하게 내리고 투숙률을 극대화시켜 투자대비 수익성을 증가시켰다. 서울은 러브호텔(모텔) 아니면 5성급 호텔이 많아 출장을 목적으로 온 사람들이 머물기 힘들었다. 반면 서울 여의도 렉싱턴 호텔은 이랜드가 인수한 뒤 이랜드 특유의 뉴욕 지향적 디자인을 가장 노출도가 높은 로비와 식당공간에 적용해 투숙률을 높였다. 베스트 웨스턴 호텔도 높은 숙박률을 자랑한다. 브랜드 전략에 입각, 비즈니스 호텔로 어울리는 디자인에 저가격 전략을 구사하면서 객실 판매율을 극대화했다. 이후 베스트 웨스턴, IBIS, 롯데 시티 등 비즈니스 호텔 시장에 새로운 강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라이스 스타일을 창조하라
둘째, 이른바 ‘라이프 스타일 창조형 호텔’이다. 다른 문화를 체험하고 싶은, 또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유형의 호텔들이 주목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이안 슈래거가 주도하는 미국의 모건 호텔 그룹은 필립스탁이라는 전천후 프랑스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게 의뢰해 캐릭터가 강한 공간을 창조했다.
 
유럽 각국에서도 새로운 소규모 호텔들이 문을 열었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푸에르토 아메리카 호텔은 장누벨을 비롯한 자하하디드, 플라스마 스튜디오 등 세계적인 건축가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공동으로 작업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명품 패션 브랜드인 아르마니나 페라가모 등도 호텔 사업을 통해 패션기업들이 주는 고급스러움을 호텔을 통해 전달했다. 최근에는 캠퍼 같은 준 명품 브랜드까지 호텔 산업에 합류했다.
 
이런 유형의 호텔들은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고 해서 디자인 호텔, 부티크 호텔, 럭셔리 호텔 등으로 불린다. 비싼 숙박료를 받지만, 규모를 작게 해서 투자 효율을 높였다. 특히 브랜드 파워가 강력해 마케팅 스페이스로서도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르마니나 캠퍼 호텔은 브랜드 우산이 되는 모(母)브랜드를 강화시키고 있다.
국내에서 W호텔 서울은 라이프 스타일 창조형 호텔의 대표적인 유형이다. 표준화되어 있던 로비, 프런트 데스크, 카페테리아 등의 규모와 형식을 파괴하면서 마치 고객과 호텔 직원들이 인간적 관계를 느끼도록 유도했다. ‘Living room(로비)’ ‘Welcome desk(프런트 데스크)’는 물론 이웃집 친구 같은 종업원의 의사 소통 법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탁 트인 한강을 내려다보는 스타디움 방식의 카페에서는 종업원들의 활기찬 움직임도 볼 수 있게 설계했다. 이는 철저한 시나리오를 바탕에 깔고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공간의 효율성과 생산성도 극대화하고 있다. 이는 호텔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한 요소였던 ‘입지(Location)’와 ‘규모(scale)’를 극복하고 호텔 자체를 하나의 목적 대상화했다.

인문학적 스토리를 담은 테마형 호텔이 되라
셋째, 테마 체험형 호텔이다. 테마형 호텔은 비즈니스 호텔과 완전히 다른 접근법을 쓰고 있다. 비즈니스 호텔이 극도의 단순화를 추구했다면, 테마형 호텔은 시너지 효과를 목적으로 한 복잡하고 거대한 호텔이다.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에 있는 벨라지오 호텔 등이 이에 속한다. 시설과 디자인도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테마파크 같은 이야기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사람들이 색다른 체험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은 베니스의 화려함과 낭만적 이미지를 재현했다.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쇼핑이나 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테마형 호텔은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오래된 것이 의미하는 진지함과 사색적 의미를 주는 사례도 많다. 테마형 호텔에서는 문화에 대한 시선이 중요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에 부합하는 호텔 브랜드는 없다. 하지만 스페이스 마케팅 시각으로 분석해 보면 매력적인 입지를 확보해 충분히 잠재력이 있는 곳이 있다.
 
대표적인 게 서울 중구 장충동 남산 자락에 있는 ‘신라호텔’이다. 오랜 역사 유적(조선 한성 성곽과 경희궁의 정문 홍화문)과 한국 산업시대의 건축유산(장충체육관)이 가까이 있다. 아픈 역사지만 일제강점기 사찰이었던 박문사 터가 가깝다는 것 역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인 장충 체육관도 기존 건축 형식을 유지하면서 어떤 아이디어로 디자인 하느냐에 따라 서울의 명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기둥이 없는 거대한 콘크리트 지붕은 당시 건축 기술상 충분한 역사적 가치를 확보하고 있다.
 
또 신라호텔은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중심에 있으면서 동시에 거대한 자연인 남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도심의 번잡함과 숲 속의 고요함을 함께 갖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장점들을 호텔이 충분히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 21세기의 호텔은 단순히 그 도시의 매력적인 장소를 뛰어넘는 관광지 역할까지 한다는 점에서 보면, 신라호텔의 잠재력은 상당하다.
 
호텔을 건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새로운 문화적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접근하는 창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마카오나 라스베이거스가 관광의 한계를 호텔시설만으로 극복한 사례를 참조한다면 더욱 그렇다. 호텔에 감성적인 콘텐츠를 입힌다면 신시장 창출이 가능하다.
 
편집자주 인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는 ‘공간’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직원들의 삶의 터전이자 고객과 만나는 소중한 접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영학에서 공간에 대한 연구는 매우 부족합니다. 이 분야의 개척자인 홍성용 모이스페이스디자인 대표가 공간의 경영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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