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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M 기술 발전

RFID기술, 공급망 혁명 부른다

김재만 | 52호 (2010년 3월 Issue 1)

SCM의 핵심 키워드는 공급망 가시성 확보
1990년대까지 공급망 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는 한 기업의 부품 조달 업체를 대상으로 최적의 부품 공급 및 생산 계획을 수립하는 단선적이고 정적인 프로세스로 여겨졌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의 개방성을 활용한 협업(Collaboration) 네트워크 모델로서 SCM이 등장하면서 제조 및 유통 기업의 SCM은 회계 처리 프로세스를 제외한 기업 활동의 전 영역으로 확장됐다. 오늘날 SCM의 가장 큰 이슈는, 첫째 전체 SCM 프로세스의 출발점이 되는 고객 수요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과, 둘째 SCM의 계획 영역(SCP·Supply Chain Planning)과 실행 영역(SCE·Supply Chain Execution) 간 단절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키워드는 ‘공급망의 가시성(Supply Chain Visibility)’ 확보다. 구매-공급-생산-판매 등 전체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자재, 제품, 비용의 흐름을 연결해 하나의 정보 흐름으로 파악한다는 것이 가시성의 기본 개념이다. 이러한 정보 흐름을 분석해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개선 포인트를 파악하고, 경우에 따라서 시스템에 의한 자동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급망 가시성 확보의 범주에 포함된다. 또 공급망 내 고객, 공급업체, 물류업체 등 다양한 참여자들을 보다 강한 네트워크로 연결(connect)시키는 것이 SCM 계획 영역과 실행 영역의 단절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공급망 가시성 확보와 RFID 기술
공급망의 가시성 확보, 그중에서도 자원 및 부품, 상품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 가장 기본이 되는 기술이 바코드(barcode)다. 바코드를 활용하면 관리 대상인 물품 코드를 한 번의 스캐닝으로 인식할 수 있다. 2차원 바코드를 사용하면 코드 정보 외의 부가적인 정보를 추가로 인식할 수도 있다.
 
향후 바코드를 대체하는 기술로 주목받는 기술이 무선인식(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이다. RFID 기술이란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에서 정보를 인식하는 무선인식 기술을 말한다. 여기에는 RFID 태그와 RFID 판독기가 필요하다. 태그는 안테나와 집적회로로 이뤄지는데, 집적회로 안에 정보를 기록하고 이 정보를 안테나를 통해 판독기로 송신한다. 태그에 담긴 정보는 태그가 부착된 대상을 식별하는 데 이용될 뿐만 아니라, 대상 물품의 생산 관련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담고 있다. RFID가 바코드 시스템과 다른 점은 빛을 이용해 판독하는 대신 전파를 이용한다는 것. 따라서 바코드 판독기처럼 짧은 거리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도 태그를 읽을 수 있으며, 심지어 사이에 있는 물체를 통과해서 정보를 수신할 수도 있다. 이같이 비접촉식으로 동시에 다량의 정보를 일괄 인식할 수 있는 RFID는 공급망상에서 수집 가능한 정보의 범위와 정보 인식 속도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키면서, 바코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03년 월마트가 100대 공급업체에게 팔레트(pallet·화물 운반대) 단위의 RFID 태그 부착을 의무화하면서 RFID는 SCM 분야의 핫 이슈로 떠올랐다. 월마트는 RFID 태그 부착을 통해 매장 내 재고 수준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하고, 재고 보충 과정을 자동화함으로써 재고 부족에 따른 판매 기회 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후 월마트는 RFID 태그의 적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면서 향후 RFID 태그 부착을 상품 판매 단위(sellable unit)로 확대할 계획이었다. 즉 상품 진열대에서 상품이 고객의 카트로 옮겨지는 시점과 이를 계산하는 시점에서 해당 상품의 판매 정보가 인식되고 이를 기반으로 자동으로 재고 보충 계획이 수립되는 미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통업체 주도의 RFID 기술 도입은 실제 상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명확한 투자 대비 효과가 없다는 문제점이 초기부터 계속 제기돼왔다. 2009년에 월마트는 매장 내 기획 코너에서 전시되는 상품에 대해 RFID 태그를 부착하는 시범 사업을 P&G와 공동으로 추진했지만, P&G 측에서 그 효과가 미흡하다 판단해 이 사업을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유통업체에게는 재고 관리와 물류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별다른 부가적인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유통업체의 판매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는지, 실시간으로 받는다면 그것을 전체 SCM에서 어떻게 효과적으로 연동할 수 있는지’가 명확해져야 RFID의 이점을 체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유통업체에서 관리되는 판매시점(POS·Point Of Sale) 정보도 제조업체의 SCM 계획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통업체가 주도하는 RFID 도입이 제조업체에게 환영받기는 힘들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업체가 자사의 필요에 의해 RFID를 생산 및 판매 단계에 활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쳐야 하는 의류업 및 신발업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우선적으로 RFID 태그를 부착할 수 있는 산업군이다.
 
특히 능동형(Active) RFID가 도입되면 소비재 판매 및 유통 분야 이외에도 RFID를 SCM에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RFID는 사용하는 동력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데, 판독기의 동력만으로 태그 정보를 읽고 통신하는 RFID를 수동형(Passive) RFID라 한다. 반면 능동형 RFID는 태그 자체에 동력이 있어 정보 출력뿐만 아니라 수시 입력이 가능하며 보다 먼 거리에서 인식이 가능하다. 따라서 능동형 RFID 태그를 사용하면 단순한 코드 및 부속 정보 이외에도 해당 태그가 부착된 물체의 실시간 위치 정보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 항만 등에서 컨테이너 관리에 이러한 모델이 적용되기 시작했으며, 제지산업에서는 개별 롤(roll)별로 생산 공정에서부터 공장 내 보관, 출하까지의 모든 상태가 RFID 기술을 활용해 추적 관리되는 사례가 있다. 유럽 에어버스(Airbus)는 올해 초에, ‘부품 공급업체가 부품에 RFID를 부착해,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비행기 제조공정상에서 부품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정부의 지원하에 자동차 부품, 유통·물류, 항만 등 다양한 분야에 RFID 시범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바일 기기와의 연결성
2009년 말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스마트폰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수 있는 기능의 확장성과 이동통신망 이외의 무선 인터넷망에 접속할 수 있는 개방성이다. 해외 분석 기관인 IDC에서는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된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근로자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런 스마트폰은 운송, 물류 등의 SCM 분야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운송 분야에서도 과거 일반 휴대전화의 무선 인터넷 접속 방식인 WAP(Wireless Access Protocol)를 활용해 운송 기사들이 모바일 전용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운송 출발 및 도착 보고를 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당시 기사들에게 휴대전화로 제공되는 화면은 텍스트 중심의 매우 단순한 구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모델에 따라서는 해당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불편함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표준화된 인터넷 접속 방식을 활용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실제 아이폰에서 활용 가능한 운송관리 솔루션이 개발돼 앱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솔루션을 활용하면 아이폰을 통해 운송 관련 업체의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화물 추적이나 운송효율 확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코드 이미지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으면 자동으로 바코드 정보를 해석해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대부분의 스마트폰에서 제공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활용하는 바코드, RFID 등의 무선 판독기를 PDA, 스마트폰 등 다양한 형태의 모바일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솔루션도 나왔다.
 
오늘날 기업에서 인터넷에 연결된 PC가 없는 사무 환경을 상상할 수 없듯이 인터넷에 접속해 실시간으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업무에서 일상화되는 것도 그다지 먼 미래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RFID 기술과 접목되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정보에 시차 없이 접근하고 이에 즉시 대응이 가능한 업무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는 공급망의 가시성과 수요 예측의 정확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유용한 SCM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명확한 대상 선정과 ROI 분석 후 도입해야
RFID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급망 관리 방식의 변화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따라서 신기술 도입의 이점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체계적인 방법론에 따라 적합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RFID 기술의 도입은 △전략적 목표를 수립하고 경제성을 분석하는 프로젝트 계획 수립 단계 △도입 대상 범위를 결정하는 프로세스 분석 단계 △적합한 태그의 형태와 솔루션을 선정하는 장비 선정 단계 △시스템을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개발 및 설치 단계 △시스템을 실제로 운영하고 효과를 검증하는 운영 및 사후 관리 단계를 거쳐 이루어진다.(그림1)
 
RFID 도입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도입 대상의 선정’ 단계로, 전체 SCM 프로세스상 어떤 영역에 RFID 기술을 도입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어떤 물품에 RFID 태그를 부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단계다.
 
도입 영역을 선정할 때는, 가시성 확보를 위해 실시간 정보 수집이 필요하지만 정보 수집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영역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태그 부착 대상은 제품, 재공재고, 자재, 차량, 금형 등 기업 현황에 따라 다양하게 검토될 수 있다. 애버딘 그룹(Aberdeen Group)의 조사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태그 부착 대상은 <그림2>와 같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RFID 도입 절차에서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경제성(ROI) 분석’ 단계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RFID가 제조업체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산되기 위해서는 명확한 투자 대비 효과가 예상돼야 한다.
경제성 분석의 첫 단계는 도입 비용 분석이다. RFID 도입 시 예상되는 비용으로는 ①RFID 태그 비용(부착 대상의 수 및 태그의 재활용 여부 검토) ②판독기 비용(정보 수집 장소 및 기술적 제약 고려) ③정보기술(IT) 하드웨어 투자 비용(예상되는 데이터 규모, 데이터 이중화 필요성 및 보존 주기 반영) ④RFID 어댑터 및 미들웨어 비용(예상되는 데이터 규모 및 데이터 변환·가공의 복잡성 반영) ⑤기존 시스템과 연계 비용(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및 기존 시스템 변경 필요 수준)의 5가지 비용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RFID 도입에 의한 개선 효과 분석 방법론은 여타 생산·물류 시스템 개선 시의 효과 분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생산성 개선 △재고 결품 및 백오더(back order·밀린 주문 물량) 감소 △도난 및 분실 비용의 절감 △재고 절감 등과 같이 금액으로 쉽게 환산되는 정량적 효과와 △서비스 개선 △정보의 실시간성 증대와 같이 금액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정성적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SCM은 기업의 구매, 생산, 판매, 물류 전 영역의 프로세스 및 정보 관리를 아우르고 있다. 이미 언급된 RFID 및 모바일 기술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 등이 SCM의 IT 인프라 구현 측면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고, 에너지 절감 기술을 포함한 그린 SCM과 음성인식기술로 무선 판독기를 대체하는 기술까지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SCM 관련 기술들을 도입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해당 기술의 특성과 한계를 고려해 기존의 어떤 프로세스에 어떤 기술을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을지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또 SCM은 한 회사 내부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물류업체, 고객과의 협업을 통해 정보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정보 전달의 프로세스와 역할, 기준을 명확히 정립하고 이의 철저한 실행을 담보하는 데 그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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