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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porate Strategy

뉴 노멀 시대의 항해, 유연성이 관건

릭 가이엘바흐(Rik Geiersbach),피터 젭트너(Peter Jueptner),피터 핀터르(Peter Pintar),니키 맨비(Niki Manby) | 50호 (2010년 2월 Issue 1)

현재의 경제 상황은 통상적인 경제 주기의 한 지점에 불과한 것일까? 아니면 2008년 금융위기 및 그 후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분기점으로 레버리지, 글로벌화, 소비 패턴 및 리스크 수용도 차원에서 근본 변화를 수반하는 이른바 ‘뉴 노멀(New Normal)의 시대’가 도래한 것으로 봐야 하나? 경쟁 환경의 지각 변동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주 임무인 최고전략책임자(CSO)야말로 이런 질문에 답하기에 가장 적합한 경영진일 것이다.
이에 따라 맥킨지는 최근 보잉, 에스티로더, 스미스인터내셔널 및 비자(VISA)의 CSO들과의 대담을 통해 최근 1년간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의견을 나눴다. 모든 이슈들에 대해 참여자들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략 수립 주기의 단축, 성장 궤도 예측의 어려움, 과거 절대시됐으나 이제는 의문시되는 비즈니스상의 가정 등이 최근 가장 많이 달라진 전략수립 환경이라는 데에 뜻을 모을 수 있었다.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CSO는 장기적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변화하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게 조직과 프로세스를 정비 및 조율해야 한다. 미국 뉴욕에서 맥킨지의 알렌 웹의 진행으로 이뤄진 이번 좌담회에는 보잉사의 릭 가이엘바흐, 에스티로더의 피터 젭트너, 스미스인터내셔널의 피터 핀터르, 비자의 니키 맨비 등 4명의 CSO가 참여했다.
쿼털리:한 분씩 돌아가시면서, 과연 현 상황을 뉴 노멀’이란 이름으로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뉴 노멀은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지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피터 핀터르:뉴 노멀의 시대가 도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매우 비정상적이었던 시기가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000년대에는 실로 엄청난 규모의 투기 호황으로 점철되었습니다. 따라서 그 10년간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그 이후 발생한 정상적인 모든 상황들은 오히려 비정상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뉴 노멀을 둘러싼 논의들은 궁극적으로 경제 회복의 형태 및 시기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니키 맨비:전략가에게는 다소 난처한 질문이 될 수 있을 듯합니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무언가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전략가가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략 수립 전개 방식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이미 일어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은 매우 분명해 보입니다. 사실 매우 낯선 변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옛날에는 미래에 대해 예측할 때 ‘이론의 여지가 없는’ 확실한 가정을 수립하는 게 대체적으로 가능했었습니다. 뉴 노멀을 이야기할 때 업종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을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단, 이전과 같이 확실성을 지닌 가정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점 한 가지는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생경한 환경이 아닐 수 없지요.
쿼털리:말씀하신 바처럼 이전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했으나 이제는 더 이상 성립될 수 없는 가정들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니키 맨비:소비자 행태와 관련한 큰 지각 변동이 소비자들의 지출 방식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업의 예를 들자면 신용카드에서 직불카드로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최근의 신용 경색도 한 가지 요인이 될 수 있겠지요.
피터 젭트너:소비자 관련 현재의 많은 논의들은 북미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글로벌 시각에서 북미 지역의 뉴 노멀이 여타 많은 지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과거에 성숙된 시장에서 나타났던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정상화(normalization)되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아시아뿐 아니라 남미와 같은 이머징 시장도 있지요. 최근 브라질에 다녀왔는데 그곳 상황은 정말 놀라웠습니다. 매우 낙관적 분위기로 충만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북미 등의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는 이머징 시장으로 관심과 자원(resource)의 일부를 이전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성장률을 예측하지 않는다는 것도 최근 변화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시기에 시장의 향후 성장률을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성장을 향해 조직적 역량을 집결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지요. 따라서 시장 성장률이 어떻든 간에 무조건 더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자고 이야기합니다. 저희들은 시장 평균보다 1% 높은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현재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피터 핀터르:그러한 접근법은 우리가 지금껏 겪어온 역기능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요? 혹은 최근 경기침체 이전에 그런 접근법을 채택하신 것인지요?
피터 젭트너:아닙니다. 경기침체 기간에 이를 바꾼 것입니다. ‘예측이 불가능해졌다’는 상황을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릭 가이엘바흐:흥미로운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그러한 확실한 가정 혹은 요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입니다. 1년 전에 제게 1년 후 문제로 떠오를 만한 이슈는 무엇이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셨더라면 과연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제대로 추측할 수 있었을까요? 할 수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군납 부문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국가 예산의 우선순위가 변화하는 상황은 국방 지출에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전혀 우리가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요. 이전까지 국방 지출이란 단순히 국가 안보와 위협 상황에 달린 문제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보잉의 사업 운영 방식 역시 언제나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왔지요.
그러나 이제 군납 부문에서도 구축 효과(cro-wding out)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민간 군수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로운 경쟁업체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의 신 경제 국수주의 경향으로 인해 이들이 그토록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는 미처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니키 맨비:국수주의가 혁신을 활성화시키거나 혹은 저해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릭 가이엘바흐:중국이든 러시아든 혹은 일본이든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업체가 예상보다 훨씬 신속히 성장할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경우, 국수주의가 제품 개발 측면에서 이래 저래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글로벌 무역 분쟁으로 인해 모두에게 더욱 어려운 환경이 되기도 하겠지요.
피터 젭트너:그 말씀을 들으니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 운영 방식에는 뉴 노멀의 시대가 바야흐로 분명히 도래했으며, 결코 일시적 현상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제 핵심 관건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5∼7%에 머물고 모든 것이 동일한 궤도에 놓여 있던 시절은 이제 끝났습니다. 사뭇 다른 양상의 시스템 및 상이한 추세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쿼털리:그렇다면 기업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더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까요?
피터 젭트너: 우리 회사는 지속적 전략 논의와 분기별 예산안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즉 당해연도를 전망하는 작업과 자원의 일부를 어떻게 배분하고 잠재적으로 재배치할지를 동시에 논의하는 것이지요. 따라서 리소스 배분 관련 논의가 훨씬 더 짧은 주기로 이뤄집니다. 그리고 수정 작업도 허용됩니다. 과거에는 예산 수립 후 당해연도에 큰 변경을 하지 않는 것이 통상적 관행이었지요. 이제는 기본적으로 분기별로 수정 및 조정 작업이 허용됩니다.
피터 핀터르:우리들은 2009년 한 해만 해도 연간 예산을 세 차례나 이사회에 보고했고, 산업 전망은 네 차례나 수정을 거쳤습니다. 불과 수개월 전 예측했던 내용들이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입니다.
니키 맨비:유연성과 그것을 비즈니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는 정합성(alignment)이라는 단어와 함께 늘 생각해봐야 합니다. 신속성이 물론 필요하지만 부분이 아닌 전체의 그림을 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우리는 전략 수립 시 전반적으로 구조적인 차원을 늘 염두에 두고자 노력합니다. 전체 구조 및 체계하에서 프로세스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만일 그중 하나를 변경하면 어떻게 전사적으로, 즉 전체 혹은 한 부서가 그에 맞는 변화를 추진할 수 있을지를 같이 고민합니다. 전사 프로세스 및 구조가 추진하고자 하는 전략적 방향과 일치하도록 말이지요.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계획 수립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제도화하는 게 필수입니다. 물론 말만큼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닙니다. 직원들의 폭넓은 참여를 통해 직원들이 전체 조직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하고 업무를 처리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게 하고, 또 이를 통해 조직이 유기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릭 가이엘바흐: 2009년 한 해 동안 우리가 의도적으로 실천해왔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둬온 것 중 하나는 바로 성과 리뷰(performance reviews)를 상시적으로 시행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2009년에는 지속적인 성과 평가에 기본적으로 반영된 요인들에 대한 잠재적 점검이 특별히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계획 수립 시 적용한 기본 가정들의 유효성 검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업은 전 조직에 대해 주기적으로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피터 젭트너:기업 내 리더십 조율에 관해 매우 핵심적인 내용을 지적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개별 부서 중심의 제한된 시각에서 벗어나 총체적인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물론 이는 동시에 병행해 진행돼야 합니다. 순차적 방식으로 일을 추진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쿼털리:모든 분들께서 계획 수립 주기의 단축, 즉 연간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의 단축에 대해 말씀하셨는데요. 이를 실제로 실행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습니까? 실제로는 어떻게 수행하고 계시는지요? 주기 단축을 위해 계획 수립 프로세스에서 축소하는 과정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입니까?
니키 맨비:비자에서는 사업 부서별로 약간 다르게 목표를 수립하도록 허용하고, 동시에 일종의 버퍼를 두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간 계획 수립 프로세스 밖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기회들을 추진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혁신적인 성장의 기회를 추구할 때 기회 도출과 리뷰 및 제안서 준비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이 매년 같은 달에 진행될 수 있을 정도로 운이 좋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현 상황에서는 전혀 비현실적입니다.
따라서 사업 기회의 현실화까지 1년이 걸리더라도, 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충분한 투자 자금 확보가 가능하도록 계획 수립 프로세스 및 예산 방법론이 구축돼야 합니다. 이래야 연간 단위의 계획 수립에 따르는 한계를 조금이나마 완화할 수 있을 테니까요.
릭 가이엘바흐:전략적 계획 수립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걸 감안할 때, 우리가 포기하고 있는 영역에 대해 과연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지 사실 확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전략 부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는 이제 “보십시오. 전략 부서로서 우리 임무는 회사의 전사적, 장기적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사내 많은 직원들이 항공기가 제대로 작동하여 비행을 하고 인공위성이 제대로 발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지평선 너머의 상황을 지속적으로 관측하고 주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피터 젭트너:매우 좋은 지적을 하셨습니다. 총체적 시각과 관련하여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위험 중 하나는 전략 역시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실제적 운영 측면으로만 치우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입니다. 모든 주기와 기간이 조금씩 단축된 지난 한 해가 매우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이를 곰곰이 재고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는 제가 우려하고 있는 부분들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당장 충분한 시간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기적 측면을 현재 다소 간과하고 있으나, 사실 그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릭 가이엘바흐:동의합니다. 일상적 전투로부터 한 발 비켜서서 다른 경영진들에게 “우리가 점령하고자 하는 고지는 눈앞의 바로 이 고지가 아니라 저 너머의 고지입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우리의 임무입니다.
니키 맨비:장기 계획 수립을 논의할 때 ‘장기’의 정의가 바뀌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피터 젭트너:우리는 여전히 3∼5년 정도의 주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크게 변하지는 않은 셈이고, 이를 바꿀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장기적 전망이 수립된 상황에서 단기적 유연성을 확보해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쿼털리:그 밖에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이 있으시면 해주십시오.
피터 핀터르:이번 경기침체는 각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서로 다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침체기에 오히려 수십억 달러의 현금을 더 확보한 기업들이 있고, 레버리지 비율이 50%까지 오른 회사들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의 폭 또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게 마련입니다. 수년 후 경쟁 구도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즉 현재 경영난에 직면한 기업들은 피인수, 분사, 파산 등의 수순을 밟게 될 것입니다. 반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자산 인수 혹은 성장 투자를 위한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신규 투자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현재의 경쟁 구도 및 업체별 상대적인 경쟁 우위는 수년 후 매우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현재 우리가 인더스트리 사이클의 어느 지점에 있느냐는 문제에 달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다른 인더스트리의 사이클과 대비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번 경기침체의 어마어마한 강도를 생각할 때, 더욱 큰 기회도 존재할 것입니다.
피터 젭트너:핵심을 지적하셨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1년 반 동안 업종을 막론하고 진행된 인수합병(M&A) 건수는 매우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향후 12개월 사이, 화장품 산업의 경우 M&A 활동이 대폭 확대되어갈 것이며 이에 따라 경쟁 구도 재편 이상의 대대적 지각 변동이 전망됩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은 <맥킨지쿼털리> 인터넷판에 실린 ‘Navigating the new normal: A conversation with four chief strategy officers’를 번역해 실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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