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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여, 부동산 경영에 눈떠라

마론 앱자 4세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주위를 둘러보라. 만약 당신이 땅을 딛고 서 있다면 누군가의 부동산 한가운데 있는 셈이다. 부동산은 어디에나 존재하며, 생존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다. 대부분의 회계 장부에서 부동산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덩치 큰 자산이다. 부동산이 지척에 널려 있으니, 이에 대해 무관심하기 쉽다. 하지만 부동산을 관리하는 일은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고객, 직원, 투자자, 규제자, 이웃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고는 부동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기업의 이사 및 경영진 등에 도움을 주는 부동산 경영의 철칙을 설명하고자 한다.
 
기업 부동산은 단순한 필요를 뛰어넘는 전략적 자원이다. 그런데도 고위 경영진은 부동산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게 현실이다. 많은 조직들은 부동산을 현장 대응이나 후방 지원 인력의 업무쯤으로만 여기며, 포괄적 전략 문제보다 개별 프로젝트나 거래에 초점을 맞춘다. 입지 선정과 배치는 개별 사업 단위에서 결정되며, 단기 수요를 고려한 관행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도 한다. 입지 선택에서 본사와 얼마나 근접해 있는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고객과 직원들의 선호는 뒷전으로 밀린다. 다음 5가지 원칙은 부동산 전문가보다 이들 전문가들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들이 꼭 알아둬야 할 부동산 경영의 원칙들이다. 특히, 고위 관리자들이 이해해야 할 이슈를 고찰한다.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라
부동산 자산의 포트폴리오는 보유하고 있는 개별 부동산의 단순 총합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경영진이 자사의 부동산 현황을 큰 틀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고차원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시각을 내부 직원과 시스템의 관심사에 초점이 맞춰진 개별 입지 단위 분석으로 얻을 수는 없다. 경영진이 기업의 ‘족적(footprint)’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는 ‘스냅 샷’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어디에 주요 시설과 토지가 있으며 각 건물의 유형과 이용 현황은 어떤지, 현재 상태는 어떠하며 임대 조건과 운영비용은 얼마나 되는지, 부동산 자산에 따른 재무 위험이나 환경 위험 요소는 없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경영진은 기업 전략에 따라 자사의 부동산 보유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며, 어떤 경로를 따라가는지에 대한 동태적인 흐름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도표, 지도, 사진 등으로 구성된 ‘스냅 샷’과 이미 존재하거나 잠재적인 수요로 구성된 탄탄한 시나리오의 ‘영화’를 비교 분석하면 놓치고 있는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한곳에서 너무 많은 공간을 갖고 있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터무니없이 작은 공간을 갖고 있다거나, 일부 지역에서는 입지 선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런 분석을 통해 어떤 부동산의 임대 계약의 만료 기간이 다가오는지 알 수 있다. 관련 부동산의 양과 비용이 얼마나 되며, 임대 만료 지역과 순서 등에 따라 미래의 행동이 어떻게 얽히고 방해를 받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통찰력을 갖춘 리더는 입지 단위 분석으로 얻을 수 없는 포트폴리오 관점의 사업 기회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도심지에 있을 이유가 없는 사무실을 비용이 저렴한 외곽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 물론 반드시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으로 옮겨야 하는 건 아니다. 또한 중복되는 시설물은 매각하거나 재임대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사무실을 아예 비우는 방법도 있다.
 
포트폴리오 접근 방법은 인수 합병이나 사업 철수 등의 중요한 투자 의사 결정 과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조직이 보유한 부동산을 합리화하는 작업, 즉 공간과 시설물(공급)을 전략 운영상의 요구(수요)에 맞추는 일은 인력 구조의 합리화만큼 중요하다. 물리적, 재정적, 운영적인 측면의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매각, 폐쇄, 재배치 등의 기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광고 및 홍보회사인 WPP그룹은 J 월터 톰슨을 사들인 뒤에 이 회사가 보유한 일본 도쿄의 빌딩을 신속하게 매각해 1억 달러의 이익을 거뒀다. 사업을 철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이 가장 값지고 눈에 띄는 자산이다.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파산할 당시, 이 회사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자산이 뉴욕 월스트리트의 본사 사옥이었다.
 
경영진은 포트폴리오 분석을 통해 부동산의 장기적인 비용과 용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약 50년 정도의 내용 연수 기간에 시설을 운영하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전체 비용이 빌딩의 건축비나 리노베이션 비용의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포트폴리오의 관점으로 본다면 빌딩 유지비용 산정과 빌딩 재임대와 매각 시기 등을 계획하기가 수월해진다. 총체적 관점에서 빌딩의 수명 주기를 이해하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훼손하는 개별 프로젝트 관점의 행위를 예측하고 차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사업부가 회사 소유의 건물과 가까운 지역에 빈 사무실을 갖고 있는데, 다른 B사업부는 이를 모르고 사업 확장과 개편을 위해 추가로 다른 사무실을 추가로 임대할 수 있다. 실무진은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는데, 임원이 많은 비용을 들여 본사 건물 개조를 추진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의할 점: 그림자 포트폴리오(shadow portfolio)를 조심하라 아웃소싱으로 비용 절감을 추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때 아웃소싱 직원들이 입주한 시설물에 대한 간접 책임이 있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아웃소싱 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자사의 직원은 아니지만 근무 환경과 입지는 이들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작업장의 보건과 안전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시민단체의 표적이 되거나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씨티그룹, 나이키 등 상당 부분의 사업을 아웃소싱하는 기업들은 직접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만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상당한 규모의 ‘그림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HBR TIP 금융위기의 교훈
 
2008, 2009년 경제위기로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1조 달러 이상 줄었다. 또한, 경제위기는 몇몇 예측 가능한 트렌드를 가속화했고, 예측하기 어려운 일부 현상도 촉발시켰다.
 
부동산 현금화:많은 기업들이 운영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의 3분의 1 값에 본사 건물 절반을 민간 투자 회사에 매각한 뒤에 필요한 사무 공간을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2억25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뉴욕타임스가 나중에 이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갖는 조건이었다.
 
임대 계약 재협상:한 대기업은 임대 계약 연장 조건으로 건물 소유주들에게 임대료 인하나 무상 임대, 임대 환경 개선, 매수 청구권이나 연장 옵션 등을 요구했다. 건물 소유주 중 3분의 1이 대화에 기꺼이 응했다(나머지는 기존 계약 유지를 주장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약 100만 달러의 임대비용을 절약하는 한편 이전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임대 계약을 갱신했다.
 
입지 조정:이미지를 중요하게 여기는 우량 기업마저도 저렴하고 수수한 공간을 선택하고, 과시를 위한 화려한 부동산을 포기하는 추세다. WPP는 입지 조정 전략을 통해 절약한 점유비용을 다른 우선순위 사업에 지출했다. 이렇게 해서 사업부를 한곳으로 모으고, 활용도를 높이며, 업무 공간 및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했다.
 
위기가 기회: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우수한 부동산 투자 신탁 회사 중 하나인 보나도는 우량 사무용 건물을 저렴한 가격에 매입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록버스터, 스타벅스 등 간판 기업들이 매장 수를 줄이고 있는 반면, 타깃은 미국 내에 200만 평방피트의 매장을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파네라 브레드는 저렴한 매장을 사들여 규모를 키우고 있으며, 달러 제너럴은 수백 개의 새로운 매장을 열기 위해 저렴한 가격에 매장 수를 늘려나가고 있다.
 
용도 혼용:기업들은 최근 호텔, 아파트, 상가가 혼합된 주상 복합형 건물을 선호하고 있다. 기업의 측면에서 주상 복합 건물은 직원들과 고객들에게 우수한 서비스와 활력 넘치는 업무 공간을 제공한다.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위험을 줄이고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하며, 안정적으로 재원을 조달할 수 있는 방법이다.
 
홈쇼어링:힐튼 호텔, 제트 블루, 1-800-플라워즈는 미국에서 가상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대규모의 콜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인도를 비롯한 해외에서 콜센터를 운영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둘째, 의사소통의 장벽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불만을 느낀다. 셋째, 미국 내 실업률의 증가로 우수한 전문 인력들이 시급제 노동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지속가능성:친환경 방식으로 건물을 지으면 기존의 건축 방식보다 5∼10%가량 비용이 증가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따라서 개발업체들은 개발 프로젝트 자체를 연기하거나 임대 기업이 차액을 부담해줄 것을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에 발표된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친환경 건축 비용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으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기간도 짧아지고 있다. 반면 친환경 건축물의 시장 가치와 임대료는 증가하고 있다. 또한,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지속가능한 프로젝트에 상당한 혜택을 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유연성(flexibility)을 키워라
민첩한 조직은 부동산을 활용해 유연성을 극대화한다. 물론 이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급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날 수도 있다. 여기서 유연성이란 재무 측면(소유 대신 임대), 물리적 측면(모듈 방식의 공간 설계), 조직적 측면(업무 재분배) 등을 의미한다.
 
①재무적 유연성:유연성을 중시하는 기업은 부동산 소유를 줄이고, 임대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제약회사 화이자는 부동산을 엄격하게 관리 통제하기 위해 자사 시설물의 대부분을 직접 소유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입이 임대보다 비용 측면에서 저렴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제약 산업의 지각 변동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고 시설물의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특수한 연구개발(R&D) 시설의 매각은 무척 어려웠다. 화이자는 결국 앞으로 필요한 R&D 시설을 찾을 때는 매입보다는 임대 등의 유연한 활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임대 조건 역시 유연성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계약 기간을 단기로 줄이고, 연장 및 퇴거 조건, 계약 갱신 옵션 등을 계약 조건에 반영해 자주 계약을 갱신하는 방식으로 환경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인접 주변 공간의 임대, 재임대, 퇴거 기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약을 조정한다면 사업 부서를 이동하거나 해체하는 일도 쉬워진다. 현명한 관리자들은 장비를 구매할 때처럼 임대 계약도 협상을 통해 진행한다. 이들은 회사가 필요로 하는 유연성의 수준에 따라 기준 가격을 설정하고, 지급할 의향이 있는 프리미엄 비용에 대한 선택 사항을 정의한다. 매각이 추진될 사업부는 일반적인 5년 계약 대신 1년 계약을 하고, 성장 속도가 빠른 신규 사업 부서가 추가 공간을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사무 공간 모듈 단위의 선택 계약을 할 수도 있다. 기업의 부동산 관리자가 사업 변수를 제대로 이해할 때 현명한 가격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선행 투자비용 부담이 크더라도 유연한 계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비용이 너무 좁거나 넓은 공간, 혹은 잘못된 입지에 잘못된 형태의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부담해야 하는 숨겨진 운영비용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②물리적 유연성:가장 단순한 물리적 유연성의 형태는 주어진 공간을 다시 분할해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공간 중 일부를 재임대하는 방법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장기 임대를 할 수 있다.
 
전체 건축물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도 있다. 모듈 형태의 건축물은 건축 기간도 짧고 신속한 용도 전환이 가능하다. 압축 포장처럼 군더더기가 없이 필요한 내부 기능에 맞춰 디자인된 시설물은 범용 시설물에서 고려되는 여유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 덕분에 각 공간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명이 짧은 ‘1회용 공장 시설’은 토지 사용과 자본 활용의 유연성을 높인다. 물론, 직원들이 느끼는 편안함과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다면 1회용 건축물이 항상 적합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구조물을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일반 공장의 4분의 1, 건축 기간은 6분의 1에 불과하다. 운영 및 유지도 수월하며,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해체할 수도 있다.
 
좀 더 오래 써야 하는 건물을 지을 때는 미래에 어떤 용도로 쓸지를 염두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 그래야 값비싸고 복잡하며 진부한 쓰임새 대신 새롭고 더 시장성이 높은 용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런 대안 디자인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단순하고 평범한 공간 구성, 표준화된 공간 모듈, 이동 가능한 벽, 접근성이 뛰어난 전기 및 HVAC(난방, 환기, 공기 조절 기능) 인프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용도나 운영비의 변화가 예상된다면 이런 특성을 활용해 손쉽게 공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설계 초기 단계에서 유연성을 고려하는 방안이 나중에 새로운 공간 배열을 위해 벽을 부수는 방법보다 훨씬 저렴하다.
③조직적 유연성:업무 공간의 재배치를 고려할 의향이 있는 회사는 한결 수월하게 보유 부동산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재택근무는 가장 대표적인 업무 공간 대체 사례다. 재택근무라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됐지만, 최근까지도 재택근무의 대상은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고위급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HBR 1998년 5, 6월호 ‘The Alternative Workplace’ 참조)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더 많은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권하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 비용을 줄이고 직원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부동산 지능을 개발하라
부동산 교육을 받지 못한 간부들이 본능이나 간단한 대화만으로 부동산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은 놀랄 일도 아니다. 이렇게 내린 결정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다. 리더들이 ‘부동산 지능(real estate intelligence)’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련이 있는 정보를 뽑아내고, 해당 기업이 놓인 상황과 경쟁 상황에 따라 이를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리더들은 무엇을 얻기 위해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이해하며, 기업 전략과 연계해 부동산 관련 의사결정을 한다.
 
부동산 지능의 기본은 데이터베이스다. 사업, 기능, 입지별로 평방피트, 점유비용, 용도, 자본 가치, 활용 수준, 기타 관련 정보를 모두 포함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일이다. 일반적인 기업 부동산 포트폴리오 데이터베이스는 50개 이상의 고유 항목별로 수백, 수천 개의 속성이 정의될 정도로 방대할 수 있다.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데이터베이스의 질과 효과도 높아진다. 따라서 리더들은 기본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핵심 이슈를 체계화한 현황판(대시 보드)을 확보해야 한다.
 
현명한 리더들은 부동산 시장의 등락보다는 시설비용, 생산성, 활용도와 같은 내부적인 지표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부동산의 경제성을 따져보려면 다음 4가지 지표를 살펴봐야 한다.
 
- 1인당, 1사업 단위당 점유비용
- 매출 또는 비용, 매출과 비용에서 점유비용이 차지하는 비율
- 1인당, 1사업 단위당 빌딩 공간 및 토지의 활용도
- 자산 성과(총투자 수익률로 측정)
 
리더들은 사업 단위, 시장, 하위 시장, 빌딩 유형별로 앞서 언급한 4가지 내부 지표를 정기적으로 보고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비슷한 업체나 경쟁업체를 벤치마킹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관련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고 경쟁업체의 포트폴리오에서 딱 떨어지는 비교 대상을 골라내기도 쉽지 않다.
 
부동산 거래업자는 즉석에서 분석 결과를 뚝딱 내놓는다. 하지만 일반 기업 간부들은 부동산 업자만큼 계산이 빠르지 않다. 대신 공간 예산 수립, 임대 의사결정 분석, 직원 입지 맵핑 등의 수많은 분석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HBR TIP ‘부동산 성과를 평가하라’ 참조) 과거에는 점유비용 공식을 산출하고 손익 영향을 분석하는 데 몇 주가 걸렸다. 이제 가정이나 목표가 바뀔 때마다 실시간으로 반복 계산할 수 있는 모델 덕분에 며칠이나 몇 시간이면 공식을 계산하고 분석을 끝낼 수 있다.
 
HBR TIP 부동산 성과를 평가하라
 
관리자들은 공간의 크기, 가격, 등급, 위치, 위험 등 총 5개의 요소를 기준으로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평가하는 간단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평가 팀에는 조직의 전략을 숙지하고 있는 임원, 규모가 큰 부동산 및 시설물 포트폴리오를 분석할 수 있는 부동산 전문가 및 외부 전문가가 포함돼야 한다. 포트폴리오가 복잡하다면 시설물의 종류에 따라 특정한 요소에 더 많은 비중을 할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융 서비스 부문을 보자. 일선 영업 지점이나 콜센터는 고객과 직접 대면할 필요가 없고 많은 직원이 근무해야 하는 본사보다 입지의 중요성이 더 크다. 영업이익이 낮은 소매 기업에서는 가격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격에 가중치를 두고 판단할 수 있다. 수많은 제조 및 유통 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산업체는 위험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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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팀은 이 평가를 수행하기 위해 공간의 크기, 가격, 등급, 위치, 위험 등 총 5개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각 요소는 0(불량)부터 2(우수)까지 점수가 부여된다. 각 요소별 점수를 합산해 0부터 10까지 총점을 구한다.
총점이 6점 이하이면 일반적으로 경영진이 신속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함을 뜻한다.
 
 
전문가와 협력하라


가장 효율적인 조직들이 업무용 부동산 운영에 소홀한 사례가 더러 있다. 대신 이런 조직들은 전반적인 시설물 관리 및 서비스를 책임지는 기업들과 협력한다. 양측이 다음과 같은 2가지 조건에 합의하면 성공적인 파트너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우선, 해당 조직이 부동산에 대한 관리 권한을 공유할 의향이 있어야 한다. 정보기술(IT)과 같은 다른 주요 부문의 성공 사례를 분석해보는 일도 좋다. 둘째, 부동산 서비스 업체측이 거래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략적인 우위, 점유비용 감소, 직원 만족도 등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①서비스를 위한 파트너 관계: CB리처드 엘리스, 콜리어스, 존스 랭 라살 등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부동산 서비스업체들이 등장하면서 부동산 서비스산업이 형성됐다. 이들 서비스 공급업체들은 단기 임대부터 장기 개발 계획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을 관리한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부동산 관리 업무의 전부 또는 거의 대부분을 아웃소싱할 수 있다. 이 회사들은 부동산 서비스의 전문화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부동산 중개인은 대개 수수료를 받지만, 부동산 전문 서비스업체의 중개인들은 성사된 거래뿐 아니라 고객의 만족도에 따라 보너스를 받는다. 일종의 봉급을 받는 임원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들은 부동산 전문 서비스 기업이 가진 전문성, 집중, 효율성 등의 장점 때문에 혜택을 받는다. 이 회사들이 제공하는 무료나 저비용의 일부 필수 서비스도 기업에 도움이 된다. 반면에 들쑥날쑥한 매출과 경기 주기로 인해 이중의 피해를 입어왔던 부동산 서비스업체들은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다.
 
②임대를 위한 파트너 관계:상황에 따라서는 지주와 임차인의 관계가 파트너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지주는 임차인을 찾기 위해 상당한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임차인은 지주의 자금 부담을 덜어준다. 이와 같은 상호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명한 지주는 임차인과의 협력을 원한다. 현명한 임차인도 장기적인 관점의 성공에 관심을 두고 있는 지주를 찾는다. ‘성과에 따른 임대 계약’ 방식을 채택하면 매장을 임대한 소매업체의 매출에 따라 임대료가 일부 달라진다. 같은 배를 탄 지주는 임대 매장의 성공을 돕기 위해 고객을 유치하고, 임차 매장 직원들의 의욕을 북돋는 환경 조성에 노력하게 된다.
 
③개발을 위한 파트너 관계:부동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대개 부동산 개발업체들과의 협력을 원한다. 개발업체들은 용도 규제, 건축 허가를 포함한 허가 절차를 관리해 토지와 건축물의 가치를 바꿔놓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과 여러 해의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허가와 필요한 권리를 확보하면 토지 가치가 투입 비용의 몇 배로 뛴다. 하지만 개발이 끝나야 상승한 부동산 가치가 현실화된다. 수요에 따른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 재무적 위험과 시장 위험의 감소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현금흐름이 나쁜 개발업체라면 무너지고 만다. 많은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개발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경제성을 유지하려면 인내심과 조심성이 큰 개발업체와 협력해야 한다. 일단 부동산을 임대해주고 나면, 사용자의 노력, 부동산 자본, 임대 시장 등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런던 동부에 위치한 신도시 캐너리 워프는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업체의 전문성을 활용해 막대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수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개발업체, 상당한 수준의 공공 인프라, 주요 서비스 공급업체의 참여, 상징적인 기업의 초기 참여 등이 있었기에 캐너리 워프 프로젝트가 탄생할 수 있었다. 기업들은 지리적으로 흩어져 있는 사업부를 한데 모을 수 있다는 사실에 매료됐다. 개발업체는 한걸음 더 나아가 한곳에 모여 있는 사업부의 효율성을 개선시키고, 설계 구조의 유연성과 성장 잠재력도 큰 건축물을 선보였다. 그리고 장기 입주 계약 기업에 유리한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개발업체의 역량과 철저함이 기업들의 캐너리 워프 이전 결정을 이끌어냈다. 캐너리워프 사업 팀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임대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철저하게 이해했다.
 
주의할 점: ‘내부자 거래’를 경계하라 기업이 부동산을 직접 개발해 별도의 전문회사에 의뢰했을 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내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 부문에 핵심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수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외부 업체라면 얼마든지 조직 내부의 압력을 피할 수 있지만, 사내 부동산 담당 팀은 그렇지 못하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위해 사내 재무 팀이 이 프로젝트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재무 팀이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해도 마찬가지다. 이런 조항을 만들어두면 다른 사업부가 부동산 담당 부서에 비경제적인 가격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부동산 담당 부서가 다른 사업부들에 필요하지 않은 사무실을 임대하라고 강요하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지속가능성을 수용하라
미국 내에서 주거용, 상업용, 산업용 건축물 건설과 운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미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리더라면 건축물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고 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건축물에 사용되는 자재와 설계를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으면 환경과 직원 건강 모두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모든 유형의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건축물에 변화를 주고 있다. 환경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유행이나 홍보를 위한 속임수가 아니라 장기적인 책임이며 기회라는 사실을 천명하는 기업 임원들도 많다. WPP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틴 소렐 경의 최근 인터뷰도 이 추세를 보여준다.
 
“WPP의 ‘친환경’ 접근 방식은 이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친환경 접근 방식은 훌륭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환경 문제를 외면하는 CEO는 위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친환경 건물을 짓는 데 일반 건물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갈 수 있지만,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는 더 유리하다. 간단하게 데이터를 살펴보자. 우선, 친환경 건축물의 에너지 절감율은 20%가 넘으며 더운 날에는 그 수치가 50%에 이른다. 밀폐 공간에 산소가 풍부한 공기가 공급되면 직원들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고 생산성도 그만큼 높아진다. 이중바닥을 사용하면 냉난방 비용이 70% 절감된다. 화장실을 건식으로 운영하면 수백만 갤런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수치가 눈길을 끌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친환경 건축물에는 이런 장점이 있다. 미국 하버드대 전 총장이자 현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인 로런스 H. 서머스는 불황이 닥치기 전에 가진 인터뷰에서 하버드대의 친환경 융자 프로그램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서머스 위원장은 교내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효율성 관련 프로젝트에 저리로 자금을 융자해주는 프로그램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10여 년간 하버드대 기금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낸 몇 안 되는 투자 대상 중 하나이다. 이들 프로젝트 중 상당수는 3, 4년이 지난 후에 모든 돈을 상환할 수 있을 정도였다.”
뉴욕에 들어선 뱅크 오브 아메리카와 허스트 코퍼레이션의 신축 건물을 통해서도 친환경 방식으로 지은 비즈니스용 부동산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건물은 모두 뉴욕의 대중교통망과 공공 인프라에 맞게 설계돼 주차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동차 배기가스 감축에 도움을 주며, 수도 및 전력 시스템에 추가 부담을 거의 주지 않는다. 비가 내리면 로비의 온도가 내려가고, 옥상에서 자라는 식물도 필요한 수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천연가스가 공급되는 이 빌딩에는 열회복 기능도 있다. 배출가스를 재포획하고 정화 과정을 거쳐 사용하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을 줄인다. 코팅이 된 창문은 태양광 흡수율 극대화하고 복사 에너지의 여과와 단열 기능을 한다. 건물 안으로 햇빛이 들고, 임차인이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된 건물은 입주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인다. 또한, 이런 특성들은 이미 건축물의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런 종류의 친환경 건물들이 상징적 건물로 부상할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환경 문제는 학자들과 환경 운동가들의 전유물이었다. 환경 영향 평가로 인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면 과도한 규제의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가 늘면서 대중의 인식과 민간 기업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투자자, 자문가, 기타 이해관계자들도 얼마든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불과 11년 전에 탄생한 자발적인 국제적 친환경 인증제도인 리드(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가 대형 상업용 건물의 자금 조달 및 거래의 표준이 되고 있다.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는 장기적인 주주 가치에 초점을 두는 경제적, 사회적, 지배 구조를 평가한다. 자산 운용 전문가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이런 도구들의 목표는 기업 시민정신의 기준을 설정하는 일이다.
 
친환경 부동산 정책 및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4개 기준을 충족시키면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전략적이어야 한다. 조직의 리더라면 친환경 문제와 비즈니스 목표를 어떻게 연결시킬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친환경 정책 및 프로젝트의 이점을 정확하게 수치화하지는 못하더라도 개괄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영역인 만큼 새로운 방향과 시범 프로젝트를 지지하기 위해 탄소 발자국, 지속가능성 지표와 같은 대리 지표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셋째, 일단 친환경 정책을 정했다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새로운 프로그램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일단, 첫 번째와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조직의 리더가 현재 프로그램 내에서 친환경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내비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전략에 큰 뜻을 담아야 한다. 친환경 문제는 고객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인 동시에 젊은 직원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수를 범해선 안 된다. 친환경은 비용, 경쟁력, 생존을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다. 부동산에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기회가 있다. 투명성이 증대되면, 모든 조직이 환경에 책임을 지게 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도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한다.
 
신속한 행동과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부동산은 기업의 글로벌 위상, 경쟁 전략, 핵심 인재 확보 측면에서 한층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부동산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부동산으로 인해 주주 가치가 몇 배로 늘어날 수도 있고 줄어들 수도 있다. 조직의 사명 달성, 전략 실행, 효과적인 경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시장 내 위상, 조직 개발, 장기적인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조직의 리더들이 부동산에 관심을 쏟고, 부동산 문제와 원칙에 관한 전문성을 쌓아야 할 때가 됐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11월 호에 실린 부동산 전문가 마론 앱자 4세의 글 ‘What Every Leader Should Know About Real Estat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마론 앱자 4세는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파트너로 활동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기업 및 정부 지도자들에게 부동산에 관한 조언을 제공한다. 이 논문은 저자의 7번째 HBR 기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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