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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SK텔레콤의 비즈 인큐베이팅 ‘T두드림’ 365일 신사업 발굴 체계 구축하라

박용 | 43호 (2009년 10월 Issue 2)
최경임 SK텔레콤 매니저는 요즘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 검색 서비스를 접목한 새로운 사업 개발에 매달려 있다. 그는 9월 중순 신규 사업 프로젝트 매니저로 뽑혔다. 다른 회사로 치면 과장급에 불과한 그가 회사의 미래 주력 사업이 될지도 모르는 신규 프로젝트 팀을 이끄는 팀장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이 깜짝 발탁의 배경은 뭘까. 바로 SK텔레콤이 지난해부터 시범 도입한 신사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다. 최 매니저가 맡은 신사업 프로젝트는 지난해 그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제안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SK텔레콤의 사내 회사인 C&I는 2008년 8월 직원들로부터 창의적인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아내기 위한 ‘해피 트라이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프로그램 도입 이후 44건의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 가운데 22건이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이 가운데 최 매니저의 아이디어 등 2건에 대해 최종 사업화가 결정됐다.
 
배종필 SK텔레콤 C&I전략팀 매니저는 “1년간 해피 트라이 프로그램에 C&I 직원의 10% 정도인 80여 명이 참여했고, 처음으로 사업화 결정이 내려졌다”며 “과장급 직원이 프로젝트 팀을 맡게 된 것도 처음”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C&I의 해피 트라이 프로그램을 올해 9월부터 전사 차원의 신사업 이큐베이팅 시스템인 ‘비즈 인큐베이션(BI)’ 프로그램(T두드림)으로 발전시켰다. 구글, 3M 등 직원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상시 시스템을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했다는 게 SK텔레콤 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SK텔레콤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났을까. 한 달 새 270건의 신사업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고, 이 중 일부는 사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2단계 사업에 들어갔다.
 
 
1페이지 리포트로 손쉽게 제안
SK텔레콤의 BI 사업인 ‘T두드림’은 구성원들이 언제든지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상시적인 신사업 발굴 프로그램이다. 모든 직원들은 사업 아이디어가 있으면 1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해 사내 정보 시스템 내의 ‘T두드림’ 코너를 통해 제안한다. 이 절차가 1단계다. ‘1페이지 리포트’는 타깃 시장, 고객에게 제안할 가치, 비즈니스 모델 개념과 수익 발생 프로세스에 대한 간략할 설명을 담고 있다. 회사는 매주 한 차례 직원들이 낸 1페이지 리포트를 심의해 가능성 있는 사업 아이디어를 걸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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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심사를 통과하면 2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는 수익을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에 초점을 맞춰 구체적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사업화 가능성을 증명해야 한다. 2단계부터는 시간, 비용, 전문 인력의 지원이 따른다. 이때부터는 다른 직원들과 팀을 짜서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2차 평가를 통과한 팀은 본격적인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는 3단계로 진행한다. 3단계에서는 경제성 분석, 실행 전략 등을 보완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한다. 사업 계획서가 완성되면 성장 전략 회의의 심사를 거쳐 사업화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SK텔레콤의 신사업 인큐베이팅 프로세스는 시스코가 매년 여는 ‘혁신적 사업 아이디어 공모전’을 내부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365일 실행하는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 구글과 3M처럼 업무 시간의 일부를 신사업 아이디어 개발에 쓰도록 배려하는 점도 비슷하다.
 
 
단기 목표는 성장 문화 이식
국내 이동통신 시장 보급률은 100%에 육박하고 있다. 가입자를 늘리는 성장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동통신 업계 1위인 SK텔레콤이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신사업 인큐베이팅 시스템 도입으로 이어졌다.
 
SK텔레콤 BI 프로그램(T두드림)의 당면 목표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신규 사업 발굴이 아니다. 조직 구성원 스스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실행까지 해보는 ‘성장 문화’를 조직에 이식하는 일을 첫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2010년까지는 구성원의 신사업 추진 역량을 키우는 정착기로 보고 있다. 이후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초점을 맞춘 2단계 사업을 추진한다는 복안이다. 부서 단위의 ‘해피 트라이’ 프로그램을 통해 신사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1년간 실험했지만, 전사 차원의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특히 유연한 사고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밑에서 위로 흐르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예를 들어 심사위원단에 사업부서장은 참여하지 못한다. 담당 사업 부서장이 현업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반대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여길 SK텔레콤 전략조정그룹 경영전략팀 매니저는 “3년 정도 지나면 구성원의 역량이 쌓이고 사업화 마인드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이전까지는 구성원의 역량 강화와 성장 문화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가 변화를 주도
“A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꼭 전해주세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BI 실무 담당자를 불러 특정 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수첩을 갖고 다니며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있는 A직원이 BI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여러 개 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BI 사업을 직접 챙긴다. 매주 직원들이 올린 신사업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CEO 뉴스레터’를 통해 일일이 피드백을 준다.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CEO가 직접 검토하기 때문에 그만큼 무게가 실린다. CEO가 직원들과 소통하며 직접 코칭하는 방식이다. 정 사장은 7월 ‘구성원과의 소통 한마당’ 행사에서 “성장 문화 정책을 위해 BI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구성원의 아이디어가 회사 성장의 도구’라는 인식을 공식화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활발히 참여하도록 인적, 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SK텔레콤은 BI 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이 같은 변화를 이끌어갈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전략조정실 직속의 인하우스컨설팅(IHC) 그룹을 신설하고, 장동현 전략조정실장이 IHC그룹장을 겸임하도록 했다. IHC는 BI 체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책임과 제안된 아이디어의 사업화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구성원의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교육과 지원 업무도 맡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고참 대리나 과장급으로 구성된 사내 컨설턴트 18명도 선발했다. 각 부서장의 추천을 받아 특정 분야에서 3년 이상의 경력과 경험을 쌓은 5년 차 이상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사내 컨설턴트들은 직원들의 신사업 아이디어가 실행에 옮겨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IHC와 함께 1페이지 리포트를 사전 검토하고 CEO의 평가에도 참석한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시장 분석, 재무 분석 등의 전문적인 지식도 제공한다.
 
 
SK텔레콤의 ‘빌 게이츠’ 발굴 육성
BI 프로그램(T두드림)은 신사업을 발굴하고 조직 내에서 성장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다.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MS)를 세운 빌 게이츠처럼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교육 훈련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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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매니저는 “직원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묵살되지 않아야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나올 수 있다”며 “빌 게이츠와 같은 창의적인 5%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단순한 사업 공모 프로그램으로 그치지 않는다. 아이디어만 받고 그냥 끝내지도 않는다. 직원들이 낸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 등에 대해 ‘CEO 레터’로 꼼꼼하게 피드백을 해준다. 1단계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할지도 설명해준다. 이어 사업 추진 역량을 높이기 위한 교육 훈련 프로그램도 뒤따른다. 1단계를 통과한 직원들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사업 계획서 작성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직접 사업화하면서 사업 추진 역량을 높이는 ‘액션 러닝(Action Learning)’ 과정이다.
 
직원들의 ‘집단 지성’도 응용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 도입한 SK텔레콤 C&I의 ‘해피 트라이 프로그램’은 기획안 발표 현장에서 참석한 임원과 직원들이 직접 투표로 아이템을 평가했다.
 
 
제안보다 실행을 강조
SK텔레콤은 BI 프로그램(T두드림)을 통해 실행력을 강조한다. 직원들이 스스로 낸 아이디어를 마지막까지 사업화하는 과정을 중시한다. 회사는 이를 위해 시간, 비용, 인력을 지원해준다.
 
1단계를 통과하면 사업화를 위해 사내외 전문가 집단이 컨설팅을 해준다. 사업 아이디어와 연관성이 높은 사업 본부의 임원을 멘터로 지정하고 기술과 경험도 전수해준다. 또 매주 업무 시간 중 5시간을 신사업 프로젝트 구상에 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개발 자금도 110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인정과 보상도 뒤따른다. 2단계 평가를 통과하면 평가에서 가점이 부여된다. CEO와 면담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3단계를 통과하면 성과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 인사고과 등급도 1단계 상향 조정되며, 평가 가점도 부여된다. 이 단계를 거쳐 사업화 단계에 들어가면 제안자는 팀장 대우를 받는다.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고 직접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윤 매니저는 “BI를 통해 신사업 검토부터 추진까지 걸리는 시간을 기존 20개월에서 8, 9개월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가 남은 과제
SK텔레콤과 같은 대기업에서 전사 차원의 신사업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변화 프로그램이 조직 문화로 뿌리내리지 못한다면 일회성 행사로 그칠 수도 있다. 회사가 의욕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초기에는 직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지만, 적절한 피드백과 성과가 뒤따르지 않으면 직원들의 참여도와 관심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 측은 신사업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과제를 주거나, 기존에 낸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후속 작업을 통해 직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성과 평가에 가점을 주는 방식 외에도 장기적으로 이익을 공유하는 등의 인센티브 시스템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윤 매니저는 “성장 문화가 뿌리를 내리면 구성원의 창의적인 사업 제안이 꾸준히 나올 수 있다”며 “적어도 20%의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꾸준히 제안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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