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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협상: 국적보다 사람을 봐라

DBR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이번에는 독일 회사가 아니라 중국이나 멕시코 회사에서 온 사람을 상대해야 한다고 상상해보자. 이번에도 당신은 협상 상대가 어떤 나라 출신이냐에 따라 협상 전략을 수정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적 차이가 협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연구를 보면, 협상 참석자들이 협상을 준비할 때 문화적 차이에 지나치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처럼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묶여 있는 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상대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많은 협상가들이 문화적 차이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 이유가 무엇인지, 협상에 임할 때 문화적 차이를 제대로 고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다문화 협상의 기본 가정
앞서 당신은 독일, 중국, 멕시코인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어떤 생각을 했는가? 문화적 차이에 관한 글을 읽어본 적이 있다면, 각국에서 온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구체적인 대처 방안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최고의 협상법: 장소, 상대, 주제를 불문하고 제대로 협상하는 방법(How to Negotiate Anything with Anyone Anywhere Around the World)>의 저자 프랭크 애커프는 독일인들은 말수가 적으며, 사적인 질문이나 약속 시간에 늦는 걸 싫어하는 까다로운 상대라고 설명했다. 중국인을 상대하려면 직접적인 질문은 피하고,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조건을 양보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멕시코인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상대가 표현력이 풍부하며, 당신과의 관계에서 친근함을 쌓으려 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당신은 영화, 텔레비전, 개인적 경험, 책 등을 통해 다른 문화권의 사람과 협상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가 있으면 해외에서 날아온 협상 상대를 짧은 시간 내에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과 협상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파악해두면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더라면 헷갈릴 수도 있을 법한 상대의 행동을 이해할 때도 큰 도움을 준다.
 
협상자가 지나친 노력을 기울일 때
웬디 아데어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 마사코 테일러 일본 오사카 가쿠인대 교수, 캐서린 틴슬리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는 <Journal of Negotiation and Conflict Management Research> 5월 호에 ‘올바른 첫걸음: 문화 충돌 시의 협상 진행(Starting Out on the Right Foot: Negotiation Schemas When Cultures Collide)’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저자들은 협상에 임하기 전에 다른 문화권에서 온 상대에 관한 정보를 미리 얻어두는 게 협상에 도움을 주긴 하지만, 협상자들이 문화적 차이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바람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미국인과 협상 경험이 있는 일본 전문가, 일본인과 비즈니스 협상 경험이 있는 미국인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에게 같은 나라 사람과 협상할 때와 다른 문화권에서 온 상대와 협상할 때 각각 어떤 사전 준비를 했는지, 각 협상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질문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 참석자들은 지나치게 상대방의 문화를 고려해 협상 방식을 수정했다. 그들은 상대가 자국에서 협상을 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끼기를 바랐다고 답했다. 하지만 문제는 상대방도 다른 문화권의 협상자를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는 점이다. 양쪽 모두가 상대의 협상 방식에 자신의 방식을 맞추려고 지나친 노력을 기울인 셈이다. 연구진은 이 현상을 ‘도식적 과잉(schematic overcompensation)’이라고 표현했다. 더욱 큰 문제는 역설적이게도 이런 상황이 오히려 문화 충돌을 일으킨 사례가 많았다는 점이다.
 
미국과 일본 출신의 협상자들은 양측 모두 상대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여러 부문에서 서로 충돌했다. 상대와 직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 상대에게 제안을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정도,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는 정도 등에서 특히 충돌이 잦았다. 이에 따라 양측 협상자는 중간 지점에서 만나지 못하고, 서로 반대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런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독일 회사의 영업 대표가 미국 식품기업의 대표를 방문했다고 상상해보자. 여러 문헌을 살펴본 미국 대표는 ‘독일인이 격식 있는 협상 방식을 선호한다’는 굳건한 믿음, 즉 고정관념을 가진다. 이에 따라 일체의 잡담 없이 바로 비즈니스에 관한 본론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독일 영업 대표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는 미국인들은 독일인만큼 격식을 따지지 않는다는 얘기를 익히 들어왔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시작하기 전 친근감을 쌓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표가 본격적인 비즈니스 대화를 서두르면, 독일 대표는 마치 자신이 거절당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왜 문화적 차이에 집중하는가
상대방의 문화에 집중하는 태도가 오히려 협상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까닭은 무엇일까? 협상 당사자들이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나 지나치게 뻔한 정보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맥스 베이저먼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협상자들이 특정 정보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 정보를 간과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협상에서는 개개인의 차이가 문화적 차이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소 도식적인 문화적 차이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협상 상대방을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고유의 인격체로 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협상 상대방은 문화 사절단이 아니다. 협상 양측이 모두 이 덫에 걸리면 합의점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문화적 배려로 협상 성공을 이끌어내는 방법
그렇다면 외국인과 협상을 할 때 문화적 차이에 얼마나 중점을 둬야 할까? 거듭 말했듯, 문화적 차이에 지나치게 신경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특히 상대방도 문화적 차이에 많은 신경을 쓴다면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다. 다음 3가지 조언을 따르면 적절한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①협상 상대방을 고려하라.상대방이 속한 문화권에 대한 배경 조사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직업, 경력, 교육 수준, 전문 분야, 성격, 협상 경험을 살펴보는 등 상대방 개인에 관한 정보를 얻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 상대와 직접 대면하기 전에 간단한 통화를 하는 것이 좋다. 전화 통화는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첫 번째 회의에 관한 계획 및 기대치를 논의하고 협상 전반에 관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버드대 로스쿨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의 책임자인 수잔 해클리는 2006년 7월 호 뉴스레터에 기고한 글에서 ‘국적보다는 협상 상대방의 직업이나 성격이 협상 방식을 더 잘 나타내준다’고 분석했다. 즉 당신이 멕시코인 기술자와 회의를 한다면, 상대방이 전형적인 멕시코 비즈니스맨처럼 굴 가능성보다 미국인 기술자처럼 굴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특히 상대방이 낯을 가리거나 말수가 적다면 ‘멕시코인은 표현력이 풍부하다’는 선입견을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좋다.
 
②시야를 넓혀라.베이저먼 교수는 기업 외교 강좌를 진행하던 중 강좌에 참석한 몇몇 외교관들이 다양한 문제를 협상 계획에 포함시키는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해외 협상을 분석하는 수업 시간에 몇몇 외교관들이 해당 지역의 정치, 법률, 지역 주민의 관심사, 비즈니스 규범과 관련된 문제들을 제기했던 것이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과 협상을 할 때 협상 당사자들은 서로의 문제에만 사로잡혀 포괄적인 문제를 간과하기 쉽다. 이때 외교관처럼 포괄적인 사고를 한다면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될 합의점에 도달할 가능성도 커진다.
 
③스트레스를 줄여라.마이클 모리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마주 앉아 협상을 하는 사례를 연구했다. 그는 협상 참가자가 극단적인 요구에 부딪히면 문화권에 관한 고정관념과 일치하는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협상에 부정적 결과를 가져온 행동을 했던 직원을 평가하도록 했다. 판단 시간에 제약을 두어 참가자들에게 압박감을 주자, 미국인 참가자들은 홍콩 출신 참가자들에 비해 문제를 일으킨 ‘상황’보다 문제를 일으킨 ‘개인’을 더 많이 비난했다. 이 행동은 미국인들의 협상 방식에 관한 선입견과 일치한다.
 
모리스 교수는 감정적 스트레스, 마감, 같은 문화권 출신 사람들에게 느끼는 책임감 등의 이유로 사람들이 상황을 냉철하게 분석하지 않고 문화적 기대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협상 때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잠깐 휴식을 취하거나, 마감 시한을 늘리거나, 중립적 입장에 서 있는 제3자에게 협상 관련 의견 차이를 조율해줄 것을 부탁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당신은 미국 식품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미국인이다. 당신이 한 독일 업체로부터 여러 제품에 들어갈 새로운 식품 자재를 구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상상해보자. 지금 독일 업체의 대표는 당신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은 협상 상대인 독일 대표가 어떻게 행동하기를 바라겠는가? 그가 당신이 평소에 대해왔던 여느 미국인들과 다르게 행동하기를 바란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기대하는가? 그런 기대에 맞춰 당신의 협상 방식을 수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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