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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지성을 활용하라

정재승 | 42호 (2009년 10월 Issue 1)
웹 2.0 시대에 가장 중요한 화두는 회사 내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떻게 ‘집단 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개념을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 의견을 공유하고, 각자 자신이 가진 것을 기여하며 참여하고, 서로 보완하는 정신. 이것이 집단 지성의 핵심이다. 회사 내 구성원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회사의 화두인 셈이다.
 
 
집단 지성의 힘을 보여준 가장 유명한 사례는 단연 ‘위키피디아(Wikipedia)’다. 위키피디아의 기원은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가 무료 온라인 백과사전 뉴피디아(Nupedia)를 만들었던 20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만 해도 뉴피디아는 누구나 특정 항목에 대한 내용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되, 전문 편집자들이 내용을 검토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다 누구나 웹페이지에 접속하면 편집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위키’와 접목해 위키피디아가 탄생한 것은 2001년 1월 15일.
 
그때부터 위키피디아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속 성장을 거듭한다. 2001년 1월 위키피디아가 처음 시작됐을 때만 해도 이 무료 백과사전에 들어 있는 단어는 겨우 31개. 그러나 이후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각종 언어로 표현된 항목의 합계는 2007년 600만 개를 넘어섰고, 2009년 현재 1000만 단어를 돌파했다. 위키피디아는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위키피디아의 사용률 또한 브리태니커를 크게 앞지른다. 사이트 이용자 수의 비율을 추적 계산한 결과, 2007년 3월 브리태니커 온라인 백과사전의 이용자 비율은 0.03%인 데 반해, 위키피디아는 5.87%로 무려 195배나 더 높았다. 방문자 수를 기준으로 한 웹사이트 순위에서도 위키피디아는 11위인 데 반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4449위에 머물렀다.
 
물론 위키피디아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무료 백과사전에 쏟아지는 칭찬과 비난은 얼핏 엇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협업을 통한 창조성과 집단 지성이 이룬 기적’이라며 상찬을 아끼지 않는 예찬론자들도 많지만, 누구나 제멋대로 지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해 ‘지식의 권위’를 떨어뜨렸다는 비판론자들도 만만치 않다. 후자는 ‘아마추어들이 전문가들의 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발급한 무료승차권’이라고 위키피디아를 비판한다.
 
위키피디아가 가장 공격받고 있는 대목은 ‘검증되지 못한 품질’. 비판론자들은 비전문가들이 작성하고 쉽게 수정할 수 있는 위키피디아는 정확도가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정말 위키피디아가 양적으론 크게 성장했지만 ‘품질’ 면에서는 문제가 많을까?
 
영국의 저명한 과학저널 <네이처>는 전문 검토자들에게 42개의 똑같은 항목에 대해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설명을 비교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검토자들은 사실 기록 오류와 누락 및 잘못된 설명에 대해 위키피디아에서는 162건, 브리태니커에서는 123건을 찾아냈다. 이처럼 위키피디아는 완벽하지 않다. 출판사들이 실수를 하듯 위키피디아도 실수를 한다. 그러나 <네이처>는 위키피디아와 브리태니커의 정확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니 집단 지성의 능력을 무시하지 마시라.
 
사내 강연으로 집단 지성 활용을
 
그렇다면 집단 지성의 정신을 어떻게 사내에 퍼뜨릴 수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이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증대’다. 대기업처럼 큰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질병이 ‘부서 간 대화 단절’이다. 업무상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대화를 나눌 일이 별로 없을 뿐 아니라, 업무상 필요한 경우에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종종 문제가 생긴다. 마케팅팀과 영업팀 사이에 대화가 부족하거나, 연구개발팀과 마케팅팀이 실무적인 경우 외에 대화가 없을 때는 시너지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다. 좋은 아이디어는 이들 사이의 잦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에선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기 위해 정기적으로 체육 대회나 생일 파티를 함께하기도 하고 미팅 후 회식을 권장하기도 한다. 물론 일상적인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위기 좋은 파티나 식사 장소에서 진지한 회사 얘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그래서 ‘회사 주최 특강을 함께 듣는 방법’을 권장할 수 있다. 영업팀과 마케팅팀이 한데 모여(팀별로 20명 정도가 적당하다) 초청 연사로부터 새로운 주제의 특강을 한 시간 정도 듣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새로운 분야의 귀동냥에서 나온다. 그들의 전전두엽이 일상적인 업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강연 주제를 정한다.
 
그런데 곧바로 강연을 시작하지 않고, 강연 시작 30분 전에 근사한 케이크나 다과를 제공해 마케팅팀과 영업팀이 서로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름표를 붙여 서로 말을 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이런 시간이 마련된 이유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하며 모르는 사람끼리 친해지길 권한다.
 
강연 후가 더욱 중요한데, 대체로 초청 연사의 강연이 끝나면 참석자들로부터 질문 몇 개를 받은 후 마무리한다(회사에선 질문도 별로 나오지 않지만!). 그러지 말고 강연 후에는 연사의 강연 내용과 맞는 적절한 주제(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정해 브레인스토밍 시간을 마련하는 게 좋다(한 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이때 초청 연사도 함께 참여해야 한다(아마도 그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바탕으로 새로운 얘기들을 전해줄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대화를 통해 친해지기도 하고, 회사 이슈에 대한 서로의 생각도 들을 수 있으며, 회사 내 토론 문화도 정착될 수 있다.
 
최적의 토론 그룹 규모는 6명
 
각별히 신경 써야 할 대목은 ‘토론 그룹의 사이즈’다. 30∼40명의 직원들이 크게 둘러앉아 브레인스토밍을 하면 각각의 개인은 대화에 참여할 기회가 현저히 줄어들고, 그중 60∼70%는 남의 얘기만 듣는 방관자적 입장을 취하게 된다. 그래서 쓰는 방법이 ‘그룹 나누기와 팀 바꾸기’다.
 
대화가 가장 활발한 토론 그룹 사이즈는 6명. 이 ‘6명’을 과학자들은 ‘홀링스워스 매직 넘버 6’라고 부른다. 과학사회학자 로저스 홀링스워스는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250개 창의적인 공공 연구 조직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창의적 집단은 다양한 과학적 전문성과 그것을 한데 모으는 통합 능력이 적절히 갖춰진 ‘유연한 집단’이어야 하는데, 구성원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집단의 크기가 ‘6명’이라는 것이다. 그는 6명이 서로 대화하고 열띤 토론을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도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30∼40명의 집단을 6명씩 쪼개 한 시간 동안 회의를 하라고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질까? 근사한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브레인스토밍의 노하우는 무엇일까? (다음 회에 계속)
 
필자는 KAIST 물리학과에서 학부, 석사, 박사 과정을 마쳤다. 미국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를 거쳐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도전, 무한지식> 등이 있다.
 
편집자주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의식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합니다.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정재승 교수가 인간의 뇌에 대한 최신 연구 성과 및 경제적 의미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인간 심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만나보기 바랍니다.
  • 정재승 정재승 | - (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부교수
    - 미국 컬럼비아의대 정신과 교수
    - 예일대 의대 정신과 연구원, 고려대 물리학과 연구교수
    jsjeong@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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