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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체 구성해 강자에 맞서라

DBR | 37호 (2009년 7월 Issue 2)
미국 풍력발전 업체들은 2006년 대리인을 앞세워 와이오밍 주의 목장주들과 접촉했다. 풍력 터빈 설치 부지를 빌리기 위해 목장주들을 설득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풍력발전 업체는 여러 명의 농장주나 목장주로부터 대규모 용지를 임대했다. 와이오밍의 목장주들은 발전소 부지를 임대해주면서 자신들이 얼마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랜트 스텀바우 미국 농무부 풍력발전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는 어느 날 풍력발전 업체들이 와이오밍 주를 종횡무진하며 목장주들을 설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목장주들이 연합체를 결성하면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풍력발전 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이에 스텀바우는 ‘풍력발전 연합(wind association)’ 모델을 내놨다. 먼저 목장주와 농장주가 최대 10만 에이커에 이르는 부지를 발전소 용지로 내놓는다. 이후 목장주들이 연합체를 만들어 풍력발전 업체와 임대차 계약 협상을 추진한다. 임대 수익은 공동 분배한다는 구상이었다. 이후 와이오밍 주에서만 8개의 풍력발전 연합이 결성됐고, 서부의 다른 주로도 연합체 결성이 확산됐다.
 
풍력발전 연합은 가만히 앉아서 업체의 접근을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수십 개 업체와 접촉해 부지 사용권 협상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입찰 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덕분에 목장 한 곳이 부지 임대로 얻는 연간 사용료만 해도 수십만 달러에 달할 만큼 높아졌다. 스텀바우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풍력발전 프로젝트는 불황에 허덕이는 목장주들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협상에서 당신의 입지가 불리하다면 어떠한 방법을 취하겠는가? 와이오밍의 목장주처럼 약자들끼리 연합체를 구성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고, 유리한 협상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힘겨운 상대방을 다루려면 연합체를 구성하라. 자원을 한데 모아야 한다.

연합체의 이점
협상 당사자가 독자적으로 협상에 나설 수 없는 상황들이 많다. 이혼 조정, 판권 계약, 기업 합병 등이 그렇다. 이때 변호사나 대리인을 선임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협상 당사자가 연합체라면 단체 협상도 가능해진다. 단체 협상을 하면 한두 명의 전문가를 선임할 때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약자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대신 힘을 합치면 막강한 상대방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다.
 
직원이 회사와 일대일로 협상할 때, 회사 측이 해고를 운운하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직원들이 노조를 구성해 회사와 단체 협상을 벌이면 직원 간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 보수와 수당 협상도 마찬가지다. 독자적으로 협상할 때보다 더 나은 수준으로 책정될 때가 많다.
 
연합체는 언제 참여해야 하나?
와이오밍 주의 사례에서 만일 목장주들이 발전소 건설 업체와 일대일로 임대차 계약을 추진했다면,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괜히 콧대를 세웠다 업체가 옆 목장과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풍력발전 연합’의 일원이 되면 정보도 얻고, 협상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이렇듯 약자끼리 연합체를 구성하면 여러 이점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있다. 자원을 한데 모으면 입지가 유리한 상대방과 협상하더라도 협상력이 강화된다. 상대방이 약자들 사이의 경쟁을 유도하거나, 협상 중단을 선포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상대방도 연합체와 협상해야 더 많은 이익을 얻는다. 협상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풍력발전협회(The Ameri-can Wind Energy Association)의 수잔 윌리엄 슬론은, 협회와는 ‘원스톱 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협회에 소속된 목장주들은 임대차 계약의 주요 쟁점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풍력발전 업체는 단위 면적당 더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더라도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는 목장주를 선호한다. 협회에 소속된 목장주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즉 연합체는 협상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협상 당사자 모두의 이해관계를 증진시킨다. 풍력발전소 건립으로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비자나 지역 주민들도 더 유리해진다.
 
[DBR TIP] 빅3의 연합
 
경쟁사와의 연합을 통해 불황을 타개할 수도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3대 자동차 업체의 사례를 보자. <협상 천재(Negotiation Genius: How to Overcome Obstacles and Achieve Brilliant Results at the Bargaining Table and Beyond, Bantam)>의 저자 디팩 맬호트라와 맥스 베이저먼은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리 아이아코카의 일화를 언급한 바 있다.
 
1986년 GM, 포드, 크라이슬러는 극도로 소모적인 리베이트 경쟁을 벌였다. 한 회사가 리베이트를 제공할 때마다 다른 두 회사는 앞다퉈 리베이트 액수를 높였다. 결국 세 회사 모두 차량 한 대를 판매할 때마다 오히려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 처했다.
 
아이아코카는 제조업체가 고객에 비해 입지가 불리하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크라이슬러의 리베이트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단, GM과 포드 역시 중단해야 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아이아코카의 전략은 적절했다. 다 같이 리베이트를 중단하자 세 회사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빅3는 비공식 연합체를 구성함으로써 소비자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다.
 
최근 불어닥친 경제 위기 때문에 빅3는 다시 힘을 합쳤다. 이들은 최근에도 공동으로 미국 의회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미흡한 데다, 불성실하고 오만한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힌 탓에 빅3 연합체는 이번엔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빅3 같은 대기업이 도산한다면 파국적 대재앙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이 내세운 유일한 근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결국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받았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연합체에 참여하라
그렇다면 독자적 협상 대신 연합 협상을 택해야 할 때는 언제일까? 어떻게 하면 연합체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 다음 3가지 비법을 제시한다.
 
연합체를 결성할 기회를 포착하라 당신이 협상에서 입지가 불리한 다수 중 한 명이고, 상대방의 힘이 막강하다면 연합체 구성이 가장 적합한 대안이다. 대규모 연합체, 장기적 성격의 연합체, 일회성 비공식 연합체 중 어떤 형식도 괜찮다. 당신 회사의 고객이 시장 경쟁을 이용해 위협을 가한다는 확신이 들면, 경쟁사와 단기 영업 전략을 공유하라. 예를 들어 소모적인 전자 입찰에 참가하느니, 경쟁사와 연합해 고객 회사와 직접 협상하는 편이 낫다. 영세 사업장이 건강보험회사와 근로자 건강보험료에 대해 협상할 때는 조합 차원의 단체 협상을 벌여야 보험료를 더 큰 폭으로 내릴 수 있다.
 
연합체의 득과 실을 따져보라 로렌스 서스킨드 MIT 교수는 연합체의 일원이 되기 전, 이미 참여 중인 구성원들을 통해 연합체 참여에 따른 손익을 알아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다음 질문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을 얻기 전까지는 연합체에 참여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밀리지 않을 만큼 탄탄한 조직인가?
- 연합체에 참여하거나 그 일원으로 남으려면 얼마만큼의 비용이 드는가? 앞으로 드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 당신이 참여하려는 연합체는 윤리적으로 문제없는 조직인가?
- 단체 협상이 갖는 이점을 잘 알고 있는 조직인가?
- 협상에 실패하면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하나?
- 협상 성공의 이점이 연합체 결성으로 생기는 위험을 능가하는가?
- 협상에 성공하면 어떠한 방식으로 수익을 배분할 것인가?
 
때로는 연합체 가입 때문에 노동 파업, 소비자의 불매 운동, 평판 하락 등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연합체 내부의 경쟁이 심하거나, 연합체가 협상 상대방의 힘과 인내심을 과소평가할 때 이런 일이 생긴다. 정치적 술수에만 의존하는 연합체에는 참여하지 않아야 한다.
 
연합체 구성원들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연합체 결성을 결심했다면, 참여 의지가 확고한 사람들만 가입시켜야 한다. 서스킨드 교수는 언제든 제휴 상대를 바꿀 수 있다는 유연성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합체를 결성하기로 했다면, 일단 책임자를 임명해 연합체의 지향점을 정해야 한다. 그 다음 협의를 통해 각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를 통해 기본 원칙을 세우고, 각자 주요 사안을 점검하며, 각자의 판단도 공유한다. 협상 대표도 선정해야 한다. 협상의 규모에 따라 대외적으로 안건을 발표할 대변인을 선임할 수도 있다.
 
서스킨드 교수는 협상이 시작된 후 의견 차이가 생기면 신속히 해결하라고 조언한다. 오해나 잘못된 의사소통도 재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최종 결정은 가능한 한 만장일치로 내리는 편이 바람직하다. 불가능하다면 대다수가 합의하는 결정을 내려도 무방하다.
 
번역 서정아 blurmanics@g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www.pon.harvard.edu)’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 (Negotiation)>에 실린 ‘Can’t Beat Them? Then join a Coalit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NYT 신디케이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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