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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적 수학’으로 미래 고객 찾아라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 | 36호 (2009년 7월 Issue 1)
수많은 고객 세그먼트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한발 앞서 나갈 것인가?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 대수는 2000년 9400대에서 2007년 35만2000대로 급증했다.
 
생태학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노동 친화적 방식으로 생산된 공정 무역 커피는 2000년에 그 규모가 고작 5000만 달러였으나, 2005년에는 5억 달러로 불어났다.
 
메서드 프로덕트 사에서 제조한 생 분해 가능한 천연 비누와 세제의 판매량은 2003년 300만 달러 규모였다. 2007년에는 1억5000만 달러로 늘어났다.
 
홀푸드 슈퍼마켓 체인의 매출은 2002년 26억9000만 달러였으나, 2008년에는 80억 달러로 증가했다. 

많은 기업들이 ‘녹색 소비자 세그먼트’의 급격한 변화를 감지하고 대응해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나 고객 수요는 급변하고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띤다. 따라서 수요 패턴을 인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고객이 중시하는 가치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돈을 추가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고객이 있는 반면, 어떤 고객들은 가격에만 중점을 두고 구매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고객들은 시간에 쫓기고 있으며, 복잡한 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줄 무언가를 찾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활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경험’을 원하기도 한다. 고객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때로는 제멋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이들은 기업이 완벽한 솔루션을 제공해주기를 원하며 다양한 아이템 가운데 자유로운 선택을 원한다.
 
무엇보다도 고객들은 예전보다 더 똑똑해졌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강력해졌다. 또 경제적 혼란기에는 고객들도 두려워한다. 이런 트렌드를 종합해보면 고객 충성도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따라서 고객 세그먼트(세분 시장)를 관찰하고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업무가 됐다. 하지만 사실상 이를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경영자는 드물다. 경영자들은 새로운, 혹은 변화하는 고객 세그먼트를 객관적으로 연구하기보다는 과거의 성공과 기대, 가정(assumption)에 얽매이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회사의 정보 시스템, 조직 프레임워크 및 관리 구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실 인식이 제한되거나 왜곡된다. 회사의 마케팅이나 영업 부문의 예산 및 인력이 특정 세그먼트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이런 세그먼트가 언제 하향 곡선을 그릴지, 언제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가 떠오를지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진다.
 
눈에 잘 띄는 곳에 숨어 있다
새로운 세그먼트는 (기업이) 발견하는 것일까, 혹은 창출하는 것일까? 이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한 기업이 세그먼트를 ‘발견’했다면, 콜럼버스가 발견하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신대륙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시장은 ‘이미 존재했던’ 것이 된다.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면 기업들은 이미 존재하는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시장을 조사하고,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된다. 이런 관점에서는 고객 중심적 프로세스를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세그먼트를 창출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오기 전까지 시장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혁신을 통해 고객이 반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창출해내는 기술·사업 중심적 프로세스가 제안된다.
 
연관된 질문: 새로운 세그먼트는 우연히 생길까, 아니면 계획된 것일까? 과거의 사례를 보면 다양한 패턴이 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나, 과거에는 없던 친환경 차량 고객 세그먼트 개발은 100% 계획된 일이다. 1980년대에 머크 사가 개발한 15개 블록버스터 신약들 ‘바소텍, 메바코, 이버멕틴 등—도 계획된 것이다.
 
이와 반대로 아이팟은 컴퓨터 사용자들이 디지털 음악을 다운로드 받기를 즐긴다는 스티브 잡스의 뒤늦은 인식에서 탄생한 일부 우연의 결과다.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기술과 디자인(대부분 다른 기업들도 기술과 부품은 갖고 있었음)을 가지고 이러한 잠재적 세그먼트를 충족시키고자 노력했다. 3M이 ‘포스트 잇’을 개발하고, 산도스(현 노바티스)가 조직 이식에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을 적용한 것도 우연이었다. 이들은 모두 우연한 발견이었으며, 아직 충족되지 않은 시장의 니즈를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이런 우연한 발견의 가치를 인정했다.
 
다시 말하지만 2가지 형태를 구분하는 일은 중요하다. 새로운 대규모 세그먼트는 완전한 우연, 체계적인 기획, 혹은 그 중간의 조합을 통해 발견됐다. 따라서 해당 세그먼트에서 사업을 하려는 경영자들은 이런 다양한 형태 모두에 대비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경영자들은 기술이나 사업 디자인 혁신 및 고객 니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찰해야 우연히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다. 우연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세그먼트를 발견할 수 있다. 또 폭넓은 지적 탐색을 통해 쉽게 파악하기 힘든 형태의 우연을 발견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X라는 혁신을 찾고 있던 연구원이 이와는 상관없지만 더 중요한 Y를 우연히 발견하는 것과 같다.
 
넷플릭스의 정성적 수학
고객의 변화 양상을 이해하고 이 속에 숨겨진 의미 있는 패턴을 찾기 위해 경영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경쟁사가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시장을 먼저 파악하고, 경쟁사로부터 자사를 보호할 강력한 방어막을 구축할 것인가?
 
효과적인 출발점은 현재의 고객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그들이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이는 객관적인 동시에 주관적인 형태의 연구가 된다. 이를 ‘정성적 수학(qualitative math)’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연구자는 통계가 아닌 감성적 측면의 지식을 갖고 있더라도 세그먼트 간의 상호작용을 엄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성적 분석을 통해 잠재적 세그먼트에 대한 정량적 고찰이 가능함을 보여준 예가 1998년 와이어드 매거진에 소개됐다. 이 잡지에는 한 소비자가 비디오를 대여했을 때 느낀 일반적 경험과 깨달음이 나와 있다.
 
“‘아폴로 13’이라는 영화를 빌렸다가 반납이 6주나 늦어 연체료가 40달러나 나왔죠. 비디오를 잃어버렸거든요. 모두 제 잘못이었고, 이 사실을 아내한테 말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연체료 때문에 아내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다니. 헬스클럽처럼 많이 쓰든, 적게 쓰든 상관없이 일정한 금액을 내면 안 될까’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이는 넷플릭스의 창업주인 리드 헤이스팅스가 한 말이다.
 
예전에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를 빌려 보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특히 대여할 때의 불편함을 생각해보면, 고객 경험 지도(map)를 시각적으로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그림1)

고객 경험의 감성적 요소는 매우 분명하다. 연체료로 인한 부담감, 빌리려는 영화 재고가 없을 때 느끼는 좌절감, 볼만한 좋은 영화를 찾기 힘든 어려움과 이에 따른 망설임 등이다. 이러한 감성적 요소를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물리적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PC, 브로드밴드, DVD 플레이어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중 일부는 1998년까지 높은 수준의 보급률을 보였다. 필요한 행동적 요소 역시 분명하다. 인터넷 쇼핑의 성장, 비인기 영화(long tail)에 대한 선호, 미디어 구매에 있어 고객의 흥미를 유도하는 아마존 리뷰의 성공 등이다. 고객 경험 지도의 구성 요소를 통해 정성적 그림을 갖고 정량적 사고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DVD 플레이어의 가격, 연간 판매량, DVD 플레이어 설치 대수 등을 시간에 따라 추적할 수 있다.
 
이런 모든 것들은 고객 경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잠재적 사업 디자인을 일깨워줬다. 그 결과 넷플릭스와 더불어 넷플릭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시장 세그먼트인 ‘온라인 DVD 대여 세그먼트’가 생기게 됐다.
 
다양한 방정식을 활용한 세그먼트 잠재력 분석
고객 경험 지도는 고객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에 대한 정성적 분석을 제공한다. 하지만 추가적인 연구를 위해서는 새로운 세그먼트의 잠재력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다음 공식은 이와 같은 분석을 수행하는 데 유용한 툴로, 모든 요소들의 상호 연관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표1>은 넷플릭스의 공식을 풀어놓은 것으로, 각 요소를 1990년대 후반에 있었던 구체적인 상황(오른쪽)에 연결했다. 이 요소들을 결합해 대략적인 결과를 추정할 수 있다. 집에서 DVD로 영화를 시청하는 소비자의 입증된 규모(영화 시청자 혹은 공식에서 나온 D), 아마존의 영화 추천 인기도(이는 고객이 온라인 알고리즘[P]에 따라 영화를 선택할 의도를 나타냄), 온라인으로 구매할 고객의 측정 가능한 의향(B), 연체료에 대한 반감과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볼만한 좋은 영화를 찾기 힘든 데 따른 좌절감 등 블록버스터가 아닌 더 나은 대안을 찾도록 유도할 감성적 요소 및 마찰(E와 F), 고객의 영화 선택 및 DVD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배달을 관리할 강력하고 안정적인 기술의 유무(I), 편리하고 경제적인 온라인 영화 대여점으로 대표되는 가치 제안의 매력도(VP), 제안한 가치를 제공할 사업 디자인의 경제적 역량(BD). 여기에서 마지막 요소는 주요 경쟁사의 강점과 대응 속도(C[S × S])에 따라(분모로 들어가게 됨) 결정된다. 넷플릭스의 경우 주요 경쟁사인 블록버스터의 규모가 매우 크기는 하나, 대응 속도가 매우 느린 관계로 시장 세그먼트 규모가 많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세그먼트에 대한 공식은 대안적 사업 디자인 간의 차이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그런데 여기서 제시된 요소 가운데 하나만 빠지더라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넷플릭스 외에도 헤이스팅스가 파악한 새로운 세그먼트에 진출하기 위해 1990년대에 창립된 회사들이 있었음을 생각해보자. 주요 경쟁사였던 DVD오버나이트 사는 매우 비슷한 사업 디자인으로 시장에 진출했지만, 중요한 2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첫째, 넷플릭스는 DVD오버나이트보다 훨씬 많은 영화를 보유하고 있었다. 둘째, DVD오버나이트는 연체료를 부과했다. 이러한 차이점들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고객 행동과 의사결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DVD오버나이트의 가치 제안은 급격하게 쇠퇴했고, 넷플릭스가 선두적인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고객층에 대한 정확한 조사로 많은 수치들을 파악할 수 있지만, 공식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식에 대입하고자 하는 수치의 일부는 전적으로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에서 표현되는 연관성은 실제적이다. 게다가 공식의 세부적인 것에서 한발 물러나 본다면 더 광범위한 패턴이 눈에 보인다. 고객 경험에서의 잠재적인 좌절은 새로운 세그먼트의 등장으로 이어지는 혁신을 가져온다. <표2>에서 나타나듯, 최근 새로 발견된 세그먼트들의 다수는 동일한 패턴에 기반을 뒀다.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앞서 던졌던 질문에 대한 답이 보인다. 새로운 세그먼트는 창조하는 것인가, 발견하는 것인가? 답은 둘 다이지만 여기에는 순서가 있다. 고객이 느끼지만 종종 표현되지 않은 잠재적 좌절감과 부정적인 감정에서 새로운 세그먼트가 발견된다. 그리고 고객 만족 및 사업 수익성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제품·서비스 및 사업 디자인을 갖고 사업이 형성될 때 위의 세그먼트가 실질적으로 창조된다. 새로운 세그먼트의 등장에 따른 혜택을 얻고자 하는 기업들은 발견 및 창조와 관련된 스킬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고객 및 기술에 동시에 중점을 둔 스킬이 필요하다.
 
현 기업들의 딜레마
주요 산업에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을 포함해 많은 기업들이 대부분 새로운 세그먼트의 등장을 놓치고 만다. 신생 벤처기업이나 예상치 못한 기업들이 대부분 세그먼트의 등장을 발견한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큰 세그먼트의 발견을 놓치는 기업들 중에는 가장 똑똑한 대기업들도 있다. 선도적인 음료 회사들이 수익성 높은 대규모 비탄산 음료 부문에서의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적이 있다. 또 전통적인 대형 유통업체들은 소매 카테고리에서 연속적으로 등장한 일련의 세그멘트에 대응하지 못했다. 한편 렌터카 기업들은 ‘시간당 차량 렌트 시장’을 짚카에서 구축하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이처럼 새로운 세그먼트의 등장을 알아차리지 못한 데에는 다음 요소들이 작용했다.
 
- 현재 사업 모델을 실행하는 데 너무 바빠 새로운 세그먼트와 관련한 민감한 이슈 전체를 다룰 만한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가 부족하다.
 
- 성공을 거둠에 따라 경영진은 현재 잘하고 있다고 확신하게 된다.
 
- 고객의 인구학적, 감성적, 행동적 특성들을 면밀하게 추적하지 못하면 시장 내의 세분화가 언제 다시 일어나는지, 혹은 언제 새로운 세그먼트가 등장하기 시작하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 정량적 수치 대신 우선순위와 고객의 좌절감 같은 정성적 요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매우 부족하다. 정성적 요소는 정량화하기는 힘들지만, 고객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는 데 중요하다.
 
<그림2>의 데이터를 살펴보자. 넷플릭스의 매출이 느리기는 하나 꾸준하게 증가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지나간 과거 데이터로 보지 말고,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사의 경영진 입장에서 현재 시점으로 살펴보자. 완만하게 올라가는 매출 곡선의 어느 시점에 주목하겠는가? 아마 2004년도 3·4분기였던 것 같다. 넷플릭스가 19분기째 연속 성장을 기록했을 때, 블록버스터는 온라인 영화 대여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넷플릭스와 블록버스터의 사례에서 보다시피 새로운 세그먼트는 종종 가장 중요한 세그먼트가 된다. 넷플릭스는 2008년 블록버스터 매출의 25%에 달하는 14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 2월에는 시가 총액이 22억 달러에 달했는데, 이는 블록버스터의 11배에 해당한다.

현재 시장에 진출해 있는 기업들을 위한 교훈은 다음과 같다. 경쟁사의 규모만 갖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신 자사의 미래에 위협이 될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신호로 경쟁사의 분기별 성장률(또는 고객들이 경쟁사를 선호하는 이유)을 살펴봐야 한다.
 
[GP TIP] 경영자를 위한 세그멘테이션 질문 리스트
 
마지막으로 진출 시장을 세분화한 때가 언제인가?
현 세분화와 세분화 접근 방법에 얼마나 만족하는가? 효과가 있는가?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세그먼트에 진출해 있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어떠한가?
몇 개 세그먼트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나? 동등한 경쟁자나 추격자는 없는가?
이러한 세그먼트에서 몇 개의 서로 다른 사업 디자인을 활용하는가?
자사의 사업 디자인을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아닌가?
- 일부 세그먼트에 과도하게 집중하는가? 이에 따른 비용은 얼마인가?
- 다른 세그먼트에는 소홀한가? 잃어버린 매출·수익 기회는 무엇인가?
지난 5년간 새로운 세그먼트를 발견하거나 개발했는가?
향후 35년 사이에 시장에 등장하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가장 중요한 세그먼트에 대한 우리의 가설은 무엇인가?
 
세그먼트 발견 프로세스의 원칙
우연히 발견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이는 강력한 라이벌이나 신생 기업들에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발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명하고 엄격한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실행해야 한다.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우연한 기회를 만났을 때 이를 인식할 가능성과 활용할 역량이 높아진다. 프로세스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고객과 시장의 진화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측정해야 한다. 매년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어스는 규모도 크고 성공적인 기업이었으나, 1990년대 소매 시장에서 일어난 일련의 주요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시어스는 미국 소매 업계에서 선두를 달렸다. 이는 로버트 우드 최고경영자(CEO)의 개인적인 학습 습관 덕에 가능했다. 그는 미국 통계청의 통계 데이터 읽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덕분에 미국인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제1차 세계대전 이후 개인 소비의 붐, 교외로의 이동 등)를 가장 빨리 알아차렸으며, 일련의 조정 과정을 통해 시어스는 수년간 업계에서 한발 앞설 수 있었다.
 
인프라가 어떻게 개발되는지 세밀하게 추적하고 향후 5년을 예측해야 한다. 사업에 관련된 기술의 보급 수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프라의 성장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인프라의 영향과 이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세그먼트 기회를 과소평가하기 쉽다. <그림3>에 나와 있는 인프라 범주를 보고 이들 중 일부가 어떻게 고객 행동 및 수요 구조를 변화시켰는지 생각해보자. 인프라는 수요 뒤에 있는 ‘소음’이 아니라, 새로운 세그먼트를 예측하고 새로운 비용 효과적 사업 디자인을 구축하기 위한 ‘조용한 파트너’다. 

 
자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의 실패를 꿰고 있어야 한다.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정도로 환경이 변했을 때는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팜 파일럿과 블랙베리의 디자이너들이 애플의 선구적 제품인 뉴튼으로부터 교훈을 얻었는가? 도요타가 EV-1의 실패로부터 교훈을 얻었는가? 그랬을 수도 있고, 사실 그랬어야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들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계속 관찰해야 한다. 때로는 고객의 행동이 바뀌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새로운 세그먼트의 등장을 알고 있다면, 사이클 타임(cycle time)이 늦어진다고 해도 새로운 세그먼트를 활용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홀푸드는 1981년에 사업을 시작했다. 뛰어난 맛과 영양, 좋은 패키지, 친환경적인 건강식품이라는 홀푸드의 콘셉트가 고객들에게 통한 지 이제 10년이 됐을 뿐이다.
 
다양한 세그먼트 관리하기
지난 10년간 소비자(새로운 중산층 시장)와 B2B(고객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업들) 측면에서 엄청난 규모의 전 세계적인 수입 재분배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일부 시장에서 수백만 명의 새로운 구매자가 탄생했으며, 다른 시장에서는 수천만 명의 구매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기회가 늘어난 만큼 그에 상응하는 대가도 있다. 고객의 복잡성과 더욱 신속한 대응의 필요성이 그것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에서 사람들이 차를 사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그리고 이는 세제, 휴대전화, 음료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부 기업은 해당 세그먼트가 여러 개에서 수십 개로 늘어나기도 한다. 다른 기업들은 100여 개에 달하는 세그먼트를 잘 관리하고 있으나, 이들 세그먼트를 측정, 관리하고 수익을 창출할 시스템(또는 세분화 방법)을 갖고 있지는 않다.
 
복잡성도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지만, 속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고려 요인이다. 새로운 세그먼트를 먼저 개발하지 못하면 나중에 많은 비용을 들여 뒤늦게 대응해야 한다. 수많은 세그먼트가 존재하는 환경에서 경영진은 더욱 심도 깊게 고객들을 연구하고, 이들의 우선순위 변화를 예측하며, 신규 세그먼트를 끊임없이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폭넓게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의 핵심은 ‘리세그먼팅(resegmenting·재세분화)’이다. 이는 자사의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돈을 지불할 의도가 얼마나 있는지, 고객의 규모가 얼마인지를 다시 조사하고 측정하는 지속적인 프로세스다. 새로운 세그먼트들은 이미 기정사실이 됐으므로 이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향후 5년 안에 5, 6개의 신규 세그먼트가 등장해 사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면 지금 회사 조직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GP TIP] 일부 고객에게는 제품의 기능보다 경제성이 더 중요
 
기업 고객들은 많은 제품들을 구매한다. 물론 제품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소수이기는 하지만 기능 이외에 다른 요소를 중시하는 고객 세그먼트가 점차 성장하고 있다. 이런 고객들은 제품 구매를 통해 그들의 시간이나 돈을 절약하고, 제품 프로세스의 효율성을 늘리며, 리스크를 줄이기를 원한다. 다시 말해 경제성을 개선하고자 한다. 자본 여유가 없고 소비자 지출이 제한된 상황에서, 향후 몇 년간은 제품 기능성에서 벗어나 가치 창출 및 자원 절약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식음료 산업 공급업체인 테트라팩은 경제성을 중시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효과적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스위스 기업인 테트라팩은 ‘패키지는 투입 비용 대비 절약 효과가 더 커야 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식품 처리 및 포장을 하는 글로벌 사업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테트라팩의 코팅된 종이 박스 용기는 건조식품, 음료, 냉장 및 병·통조림 식품 등의 보관에 사용된다. 1950년대에 테트라팩은 실온에서 1년까지 액체 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무균 용기를 내놓아 업계에 혁명을 불러왔다. 이를 통해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더 먼 거리로 유통시키고, ‘콜드 체인(저온 유통 체계)’이 아니더라도 저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때부터 고객과의 끊임없는 대화가 테트라팩의 혁신을 가속화했다. 예를 들어 홀랜다이즈 소스(역주: 계란 노른자, 레몬즙, 버터, 식초 따위를 넣어 만든 크림 모양의 생선·채소용 소스)와 크림 브륄레(역주: 크림 위에 시럽을 얹어 구운 디저트) 등은 즉석에서 만들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많은 레스토랑에서 제공하고 있지 않다.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에 있는 컬리너리 콘셉트사의 도매 부문인 셰프 크리에이션스는 이 소스들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자사 레스토랑 및 케이터링 고객에게 공급하고자 했다. 이에 테트라팩의 엔지니어링 팀은 셰프 크리에이션스와 공동 작업해 실온에 10개월까지 보관 가능하며, 방부제 없이 신선한 맛을 유지할 수 있는 맞춤형 패키지를 개발했다.
 
셰프 크리에이션스의 경영진은 말했다. “어떤 사업자는 결혼식에 300개의 크림 브륄레를 주문하겠다는 요구를 거절한 적이 있습니다. 테트라팩 같은 제품이 나오기 전에는 준비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으며, 냉동이나 냉장 제품은 주방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시킬 수 없었을 겁니다.”
 
데니스 욘슨 테트라팩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이 성장하는 속도만큼 우리도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따라서 테트라팩의 주요 고객 관리 담당자들은 고객의 내부 프로세스(또는 전체 비용 공식)를 끊임없이 연구하고, 테트라팩의 포장 및 식품 처리 전문가들과 협력해 다양한 분야에서 고객의 경제성을 향상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유통비 절감 벽돌 모양의 테트라 브릭 무균 패키지는 단위당 유통 비용 및 소매 재고 비용을 줄인다는 점에서 비용 효율을 추구하는 공급망 운영에 적절하다. 브릭 멀티팩에서는 그 효과가 증대되는데, 아이템당 최종 소비자의 비용과 계산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투입 비용 절감 및 매출 기회 증대 테트라팩은 최근 몇 년간 저지방 혹은 무지방 아이스크림이 늘어나는 추세임을 파악했다. 그리고 제조업체의 우려에 귀를 기울여 2007년 호이어 딥블루 냉동고를 선보였다. 이 냉동고는 저지방 원료를 사용하더라도 부드러운 식감과 크리미한 맛을 유지하는 저온 아이스크림을 만들어내기 위해 특허 받은 프로세스를 적용했다. 그 결과 제조업체들은 맛이나 품질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버터 지방과 같은 비싼 고칼로리 원료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환경 비용 절감 유리병에 비해 테트라팩은 제조 비용이 덜 들고, 가벼우며, 한데 모았을 때 부피가 작아 운반이 쉽다. 또한 식품 제조업체 및 유통업체의 환경 관련 비용 부담도 줄여준다. 와이너리들도 기존 와인병을 테트라팩으로 바꾸어 소비자들에게 전하기 시작했다.
 
테트라팩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서 2007년까지 달러 매출이 연평균 11% 늘어났다. 경제성을 중시하는 고객 세그먼트는 전체 고객의 1015% 정도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를 차지할 것이다. 그러나 이 세그먼트는 매우 매력적인 세그먼트가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충성도가 더 오래 지속되며, 총자산 이익률도 더 높다. 경제 불황기에는 B2B 구매자들이 비용 절감 제품에 높은 프리미엄을 붙이게 되므로, 위의 고객 세그먼트는 향후 몇 년간 빠르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Adrian.slywotzky@oliverwyman.com)는 올리버와이만 보스턴 오피스의 파트너다. 저서로 <위기에서 기회를 포착하라(The Upside)>(Crown Business Books, 2007)가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글로벌 컨설팅사 올리버와이만이 발행하는 <올리버와이만 저널> 2009년 봄 호에 실린 ‘Discovering and Creating Tomorrow’s Custom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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