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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확실한 주력 사업을 찾을 적기

리타 G 맥그래스,이안 C. 맥밀란(Ian C. MacMillan) | 35호 (2009년 6월 Issue 2)
최근 신문 1면을 가득 채운 악재들은 최근 갑자기 나타난 문제가 아니다. 모두 오래된 환부가 곪아터졌기 때문에 생겼다. 최근 조셉 슘페터가 말한 대로 ‘창조적 파괴의 돌풍(gales of creative destruc-tion)’이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오랜 연륜을 지닌 기업도 이 돌풍의 영향을 받고 있다.1
 
하지만 불행하게도 성숙한 기업의 경영자들 가운데 생존에 적합한 사고 방식을 갖추거나 효과적인 경영 기법을 구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들의 경영 기법은 구시대에나 통했다. 경영자들이 재계에 입문했던 때는 현재보다 진입 장벽이나 거래 비용이 훨씬 높았고, 경쟁은 덜 치열했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이 두터웠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소비자도 지금보다 많았다.
 
반면 극히 제한된 정보만 얻을 수 있던 시대였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훨씬 더 복잡하고 변화무쌍하다. 누구도 앞일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현재의 주력 사업이 앞으로도 그 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특히 전통이 길고 인지도가 높은 주류 상품 및 서비스를 다루는 기업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럴 때 과거에 세웠던 가설에 기반해 중요한 결단을 내리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자신이 가졌던 신념을 공고히 해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려고 한다. 반면 자신의 신념에 어긋나는 정보는 수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2 게다가 이미 검증된 경영 도구는 대부분 확실성에 기반하고 있어 불확실성 시대에는 큰 쓸모가 없다. 미래의 현금 유입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해 얻는 ‘순현재 가치(Net Present Value·NPV)’가 대표적이다. NPV는 과거에는 유용성을 인정받았던 예측 도구였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는 요즘에는 그 효력을 크게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낙담하기는 이르다. 최근 급부상한 신진 기업, 기업가, 기업 내부의 신사업 개발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는지를 모범으로 삼으면 된다. 이들은 모두 예측 불가능 상황, 한정된 자원, 갖가지 위기와 함정이 도사리는 환경을 헤쳐 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들의 경영 기법을 응용하면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상에서 적합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불확실한 세상에 살면서 확실한 상황만을 염두에 둔 전략을 취하려다가는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발견 지향(discoverriven)’ 전략이야말로 이 시대에 올바른 해법을 제시하고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본다. 이 글을 통해 주력 사업을 재정비할 때 문제가 되는 요소를 최소화하는 3가지 전략을 살펴보자. 그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생 프로세스를 가동하라.
둘째, 재무 모형을 통해 변화 전략을 평가하라.
셋째, 미래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라.
 
[GP TIP] 본 연구에 대하여
 
우리는 기업이 맞닥뜨릴 수 있는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들을 관찰과 인터뷰, 문헌 조사 등을 통해 연구했다. 우리가 연구한 기간만 모두 합쳐도 45년이 넘는다. 우리는 현장 추적 연구를 실시하거나 듀폰, 시티뱅크, 노키아, IBM, 스위스리 보험 등과 같은 기업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기업에 경영 자문도 제공했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혁신 전략이 전통적 사업 부문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고찰했다. 또 날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시장 환경에서 과연 무엇이 전통적 주력 사업을 압박하고 있는지도 살펴봤다. 우리는 주력 사업이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그에 따라 효과적 대책을 세운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점을 밝혀냈다.
 
우리는 확고한 듯 보이던 지식이 불확실성에 의해 도전받는 시대에 과연 어떤 경영 기법이 적절한지를 검증하는 법을 찾아냈다. 또 불확실성이 실제로 새로운 사업을 탄생시키거나, 타성에 젖은 기존 사업에 참신한 바람을 불어넣는지도 살펴봤다. 휴매나의 CEO인 마이크 맥칼리스터에게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그는 주력 사업의 불확실성이 크게 늘어날 때 기업이 어떠한 전략을 취하면 좋을지에 관해 필자들에게 영감을 줬다.
 
[경영 기법 1] 재생 프로세스를 가동하라
성과가 뛰어난 장수 기업일수록 새로운 기회와 사업에 투자하려는 의지도 덜하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 대한 확신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이 좋을 때야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적기다. 사업의 건전성이 높고 그 사업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을 때 투자 위험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심할 때, 이미 투자 여력이 줄어 투자를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불가피한 상황에 처하기 전에 미리 주력 사업을 새로 찾아야 한다.
 
매력적인 미래를 구상하라 많은 경영자들은 자사의 주력 사업이 현재 처한 상황을 부정한다. 냉정하게 현실을 점검하고 ‘우리 사업이 진짜 건전한가?’라는 의문을 품을 만한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경영자들은 3년 후 사업이 어떤 수준에 이르렀을지를 세부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현재 시장 규모가 어떠한가?’보다 ‘현재와 같은 규모의 시장에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품어야 한다. 주력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하기 전에 어느 정도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라는 말이다.
 
듀폰의 사례를 보자. 화학 산업 다방면에 손을 대고 있던 듀폰은 지난 수십 년간 꾸준하고 안정적인 수익률 증가를 기록해왔다. 예기치 못한 위기에 처한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수익률 증가의 이면에는 불길한 조짐이 숨어 있었다. 1999년 당시 듀폰의 최고경영자(CEO) 찰스 홀리데이를 비롯한 경영진은 듀폰의 생산성이 늘었음에도 매출 증가율은 생산성 증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제로 1990년대를 통틀어 듀폰의 매출은 0.6% 늘어나는 데 그쳤다.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성장이 둔화되자 듀폰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경영진은 듀폰의 주력 사업이 성장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지 못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그들은 듀폰의 연간 매출 증가율을 6% 이상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생긴 지 5년도 되지 않은 기술 부품 부문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33%를 차지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3
 
목표를 이루려면 사업 계획과 세부 전략을 정해야 한다. 경영자들은 주력 사업 부문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즉시, 회사가 세운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계획과 과제와 활동을 선정해야 한다. 즉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대신, 급부상하고 있는 신규 사업 부문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 기업이 추진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추진력도 늘어난다.
 
다시 듀폰의 사례를 보자. 듀폰의 경영진은 구체적인 매출 증가 목표치를 제시하는 5가지 ‘성장 플랫폼(growth platform)’을 구축했다. ‘지식 집약 대학(Knowledge Intensive University)’을 도입해 조직의 변신 전략도 집중 지원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듀폰은 범용 상품(commoditized product) 기반 기업에서 지식 집약적 신성장 기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듀폰은 큰 수익을 거둬왔던 섬유 부문을 분사(分社)시켰다. 대신 향후 전망은 밝으나 당시에는 별 수익을 거두지 못했던 생명공학 신소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구 사업에 뛰어들었다. 신흥국 시장도 본격 개척하기 시작했다. 현재 듀폰은 신흥국 시장에서 16%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4
 
항상 기본 가설을 검증하고 시험하라 경영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주력 사업의 안정성이 흔들릴수록 경영자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상황을 가늠해봐야 한다. 자신이 회사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이 현실과 동떨어진 헛된 믿음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방문 판매 화장품 회사 에이본의 CEO 안드레아 정이 어떻게 해서 주력 사업을 두 번이나 재정비했는지를 보자. 정은 2000년 에이본의 수장으로 뽑혀, 방문 판매 위주의 구식 미용 회사였던 에이본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임무를 맡았다. 그 는 해외 시장을 확대하고 제품 라인을 늘렸다. 혁신 기술에도 대거 투자했다. 그 결과 에이본의 연간 성장률은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2005년 해외 시장의 매출이 급감하자 회사 전체 성장률 역시 크게 둔화했다. 정은 에이본의 주력 사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때 그는 ‘금요일에는 내 자신을 해고하고, 월요일에는 다시 고용하는 사고 방식’으로 무장했다. 가장 먼저, 해외 각국 소비자의 취향은 현지 임직원들이 결정해야 한다는 가설부터 수정했다. 또 비용 절감 차원에서 마케팅과 제조 부문을 본사로 이전시켰다. 보고 절차를 7개나 줄여 의사결정 구조도 간소화했다. 월가도 “에이본이 다시 제 길에 들어섰다”며 그의 결단을 반겼다.5
 
유연한 조직 구조를 만들라 엄격한 서열 위주의 조직 구조는 현상 유지에나 적합하다. 주력 사업을 바꾸려면 조직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듀폰과 마찬가지로, IBM 경영진도 자사의 주력 부문이 성장 사업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IBM은 ‘신사업 조직(Emerging Business Organization·EBO)’을 만들어 신규 사업 부문을 분리시켰다. EBO의 실적은 곧바로 경영진에게 전달됐다.
 
노키아도 새로운 사업 부문을 출범할 때마다 독자적인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성장을 도모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노키아의 전략은 혁신에 거부하는 목소리나 조직의 타성을 잠재우기 위한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경영 기법 2] 재무 모형을 통해 변화 전략을 평가하라
기존 주력 사업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벗어나려면, 경영자는 재무 모형을 세워 새로운 전략이 실제로 무엇을 가져다줄지 파악해야 한다. 역동적인 환경에서는 많은 전략이 이내 사라지고 만다. 재무 예측 모형을 만들 때 이런 현실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
 
경영자는 종종 전략이 ‘반영구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는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 기업의 경쟁력은 일시적일 뿐이다. 자원 배분법, 투자 금액의 회수 기간, 주주 및 직원들과의 관계, 그들과 함께 구상해야 할 미래 전망 결정 등에서 모두 유연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의 전체 생명 주기를 이루는 각 단계별로 각각 다른 재무 예측치를 설정해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보통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네 번의 변곡점을 거친다.(그림1) 

 
어떤 사업을 시작할 때는 이에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비용도 늘어난다. 새로운 사업이 출범하고 상업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드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수익을 창출하기까지의 기간도 길어진다. 또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도 점차 줄어든다.
 
그 다음에는 경쟁사가 끼어들고 시장이 변할 때까지, 우리 회사가 경쟁 우위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라. 성공적으로 출범한 새로운 사업이 영원히 승승장구하리라는 믿음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마지막으로 투자 자금을 어느 정도 회수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사업별로 할인율을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 위험 요소가 클수록 할인율도 높여야 한다. 대신 기회는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6
 
우리는 NPV의 원리를 토대로 한 기법을 사용했다. NPV는 투자나 각종 계획으로 회사에 유입되는 현금의 가치를 분석하는 도구다. 그러나 변화 속도가 빠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를 살아가려면 이를 보완해야 한다. ‘우리의 경쟁력이 일시적으로만 유지된다’는 가설을 모형화하면 새로운 사업 부문이 어느 정도의 실적을 거둘지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프로젝트의 생명 주기별 단계에 따른 비용 및 수익 흐름을 알 수 있다.7
산정이 간단하므로 우리는 이 분석법을 ‘간이 NPV’라고 부르기로 했다.
 
여러 선택안을 추진하는 데 걸리는 기간도 따져봐야 한다. 간이 NPV 분석법을 통해 경영자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회사가 원하는 만큼의 재무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다. 또한 주력 사업을 둘러싼 변수나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도 분석할 수 있다. 주력 사업이 경쟁사에 의해 잠식당하거나 실패함으로써 회사가 입을 수 있는 타격도 내다볼 수 있다.
 
독일 소프트웨어 회사 SAP의 사례를 보자. SAP는 2007년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oftware-as-a-Service·SaaS)’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원래의 수익 구조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자사 소프트웨어로 거액의 사용료를 미리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매년 이 사용료의 17, 18%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유지 보수비로 받는 수익 구조를 가졌다. 반면 SaaS에 대해서는 미리 사용료를 청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기업은 매달 실제 사용자 기준의 사용료만 지불했다.

문제는 SAP의 주력 사업과 SaaS 모두 비용이 미리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SaaS로 매출을 달성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리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SAP는 2007년 SaaS 시장에 진출하면서 3년 후인 2010년까지 1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SAP는 SaaS 사업을 영위하는 데 드는 영업 비용을 과소평가했다. 결국 SaaS로 수익성이 높은 주력 부문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자사의 목표를 수정해야 했다.8
 
각 전략의 이점을 비교할 때는 ‘프로젝트의 진행이 지체되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는 최근 피츠버그에 위치한 도료 제조업체 PPG의 신제품 출시 과정을 연구하면서 시간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PPG 경영진은 일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신제품 출시에 늑장을 부렸다. 우리는 다른 변수가 동일할 때 신제품 출시가 6개월 늦어진다면 NPV가 200만 달러 이상 줄어든다는 예측치를 얻었다. 이에 자극받은 PPG의 신제품 출시 담당 조직은 경영진을 설득해 제품 출시를 앞당겼다.
 
[경영 기법 3] 미래의 성장 포트폴리오를 구상하라
기업의 경영 활동 전반에서 주력 사업이 차지하는 역할이 바뀌고 있다면, 경영자들은 불확실성의 각 단계마다 어떤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할지 판단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중단할 때도 이에 관한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기업은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경영 활동에 맞춰 자사의 전략을 수정하는 일에 서툴다 9
 
이에 우리는 기업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활동 상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도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기회 포트폴리오(op-portunity portfolio)’라고 부르는 이 도구는, 시장이나 기업 역량의 불확실성에 따라 그 기업이 추진 중인 사업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알 수 있다.
 
[그림2] 기회 포트폴리오
 
기회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려면, 두 종류의 불확실성을 기준으로 조직 내에서 진행되는 주요 전략을 모두 도식화해볼 필요가 있다. 가로축은 시장에 관한 불확실성, 즉 자사에서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내외적인 요소에 관한 내용이다. 세로축은 역량의 불확실성에 관한 내용으로, 주로 기술 및 실행의 불확실성을 뜻할 때가 많다.
 
불확실성이 낮은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그만큼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낮아진다. 따라서 가정(assumption) 대 지식(knowledge)의 비율도 낮아진다. 반대로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그만큼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가정 대 지식의 비율도 높아진다.
 
본 연구에서는 핵심 사업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와 신규 플랫폼을 구별해 살펴보고자 한다. 핵심 사업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란 현재의 사업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프로젝트를 뜻한다. 신규 플랫폼이란 미래에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는 불확실한 사업에 투입되는 현재의 투자 즉 미래의 사업을 위한 것으로, 필자들은 이를 ‘미래 옵션’이라고 칭한다. 금융 시장에서 거래되는 옵션과 마찬가지로, 미래 옵션을 쥐고 있으면 권리만 발생할 뿐, 추가로 투자해야 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
 
기회 포트폴리오는 각 조직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현황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다이어그램 1, 2) <다이어그램 1>에서 보는 것처럼 포트폴리오가 핵심 사업에 치중돼 있다면, 다이어그램상에서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불확실성이 낮은 부분에 위치한다. 원의 크기는 각 프로젝트의 추정 순현재 가치(NPV)를 나타낸다. 기회 포트폴리오가 <다이어그램 1>과 같은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 기업은 미래에 생길 기회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 곳이다.
 
이번에는 미래 지향적인 기업의 프로젝트 진행 현황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2>를 살펴보자.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오른쪽의 커다란 원은 핵심 사업을 나타낸다. 핵심 사업의 크기가 작아졌을 뿐만 아니라, 위치 자체도 불확실성이 좀더 높은 부분으로 옮겨갔다. 이는 곧 이 전략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낮아졌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은 쇠락하고 있는 사업이나 지나치게 불확실성이 높은 영역에 속해 있는 사업에 치중하지 말고, 전망이 밝은 사업에 좀더 많은 자원을 할당해야 한다.

 
기회 포트폴리오로 탈바꿈을 시도한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 커뮤니케이션스를 보자. 1980년대만 해도 버라이존의 ‘전통적 지역 전화 사업’은 경쟁사의 도전이 거의 없는 안정적 사업의 대명사였다. 잘 알려진 대로 미국의 지역 전화 사업은 거대 통신회사 AT&T의 기업 분할로 탄생했다. 이 산업은 종종 경쟁 불가침 지역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이 되자 위험 신호가 나타났다. 휴대전화와 광대역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자 유선전화 가입자가 크게 줄었다. 2002년에는 회선 수가 2.7% 감소했다.10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신규 사업자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등장하자, 버라이존 등의 지역 전화 사업자들은 2004년 어쩔 수 없이 인터넷 전화(VOIP)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했다.11
 
버라이존에서 오랫동안 CEO로 일해온 이반 사이덴버그는 2001년 과감한 변신 전략을 채택했다. 그는 안정적이지만 성장률이 둔화되는 유선전화에서 벗어나 휴대전화나 데이터 서비스 같은 새로운 성장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전략을 추진한다면 버라이존의 연간 매출이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며, 휴대전화 및 데이터 서비스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5%와 20% 정도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유선전화 사업 비중은 기존 60%에서 35%로 감소하리라 예상했다.12
 
버라이존은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 등 꾸준한 수익을 거두지만 성장률이 둔화된 조직을 없앰으로써 몸집을 가볍게 했다. 대신 기존 사업 부문이 벌어들인 돈을 광통신 서비스 기술 개발에 대거 투자했다. 이를 통해 버라이존은 인터넷 TV 피오스(Fios)를 출시, TV와 인터넷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는 케이블 방송국과의 경쟁에 나섰다. 사이덴버그는 다른 기업들이 대부분 실패한 일을 해냈다. 버라이존의 주력 사업은 계속 수익성을 유지했고, 차세대 서비스에서도 성과를 나타냈다.
 
기업이 기존 주력 산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옮겨갈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바로 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선보인 후 버라이존의 주가는 수년간 곤두박질을 거듭했다. 하지만 2007년부터 ‘버라이존의 용감한 선택(Verizon’s Gutsy Bet)’13 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언론을 도배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버라이존의 전략을 높이 평가했다. 2009년 초 미국의 금융 전문지 배런스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까지 실렸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시기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데 주력한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결국 놀라운 수익률을 달성하겠다는 주주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바로 버라이존이다.”14
 
경기 침체기가 나타날 때마다 세상은 그 전과 확연히 달라진다. 기업이 현재의 위기 이후 나타날 세상에 적응하려면 끊임없이 새로운 전략과 사업을 발견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부실하거나 추진하기 힘든 사업 또는 수준 미달의 인력 등을 정리할 수 있는 최적기다.
 
번역 서정아 blurmanics@gmail.com
 
리타 G 맥그래스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조교수다. 이안 맥밀란은 펜실베니아대 와튼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솔 스나이더 창업 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 공동 저서 (Harvard Business Press, 2009)를 펴냈다.
 
편집자주 이 글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 MBA스쿨이 발행하는 경영 전문 계간지 슬론매니지먼트리뷰(SMR) 2009년 봄 호에 실린 리타 건서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와 이안 맥밀란 펜실베니아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글 ‘How to Rethink Your Business During Uncertain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리타 G 맥그래스 |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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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안 C. 맥밀란(Ian C. MacMillan) | - (현) 솔 C. 스나이더 기업가 연구센터의 학술소장(academic director)
    - 현 와튼 스쿨의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관한 디루바이 암바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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