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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분화된 세상, 잘게 나눈 성장전략

머다드 바가이 | 34호 (2009년 6월 Issue 1)
2007년 초 미국 상원의원들은 당시 중장이었던 데이비드 페트레이어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면 이라크 내에서 종파 간 다툼이 얼마나 심각하게 전개될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페트레이어스는 “이라크에서 어떤 세세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렇게 먼 곳에서 제대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미군 철수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당시 질문을 던졌던 상원의원들은 큰 그림을 원했다. 사실 최고경영자(CEO)들도 끊임없이 큰 그림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곤 한다. 페트레이어스는 큰 그림이 의미를 가지려면 더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대개 CEO들은 세부적인 내용을 하나하나 살펴볼 만큼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여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CEO들은 기업 조직을 사업부와 각 지역으로 세분화한 다음, 각 조직별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세부 관리에 대한 요구를 기품 있게 처리해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 동안 정보기술(IT)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에 기업들이 매우 세분화된 시장을 목표로 삼을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시장 모멘텀(momentum), 인수합병(M&A), 시장점유율 확보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요인들을 한층 자세히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지금껏 기업들은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활용해 최고의 성장 기회를 발굴할 통찰력을 얻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실제 활동 중인 시장 구조에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세밀한 정보를 갖고 조직을 구성하며 관리하는 기업은 더욱 드물었다.
 
기업들이 경쟁에서 탈피해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는 잠재적 기회를 바로 여기에서 찾아낼 수 있다. 경쟁 업체의 시장 현황 및 현재 성과와 자사의 그것을 자세히 비교해보면 훨씬 뛰어난 성장 전략을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전략을 세우면 자원 할당 방식, 인력 배치 방식, 결과 점검 방식 등을 대대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세밀한 분석을 진행하면 비용 절감, 공세 전략 등의 미세한 전략을 수정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따라서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택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이 논문을 통해 필자는 시장의 글로벌화 및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세상이 얼마나 세분화됐는지 살펴볼 것이다. 또 새로운 시각으로 자신들의 성장 잠재력을 파악하고 이런 새로운 관점이 조직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힘겹게 알아가고 있는 기업들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살펴보겠다. 이 글의 필자들은 최근 공동 집필한 저서 를 뼈대로 추가적인 분석을 하고, 성장을 위해 좀더 세분화된 접근 방법을 택한 기업 사례를 곁들였다. 이 글이 실용적인 로드맵이 될 것이다. 필자들은 세분화와 규모의 경제가 얼마든지 공존할 수 있다(실은 반드시 공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2가지 요소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을 익혀야 불황을 겪는 동안, 그리고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든 후에도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다. 

성장은 곧 세분화를 뜻하지만 대개의 기업들은 그렇지 않다
20세기 초 미국에는 다(多)사업부제 기업(multidivisional company)이라는 새로운 조직 형태가 등장했다. 다사업부제 기업이란 여러 사업 부서들이 각각 핵심 제품 라인을 담당하며, 모든 부서들이 자원을 공유하는 형태의 기업을 뜻한다. 듀폰은 일찍이 이런 조직 형태를 도입했다. GM의 전 사장 앨프레드 슬론은 1920년대에 여러 기업과 브랜드를 하나로 묶어 GM이라는 하나의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방법으로 다사업부제 기업의 결실을 맺었다. 듀폰과 GM을 비롯한 많은 기업들은 이 구조를 받아들인 덕분에 좀더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성과를 측정하며, 근로자를 관리하고, 조직을 구성할 수 있게 됐다.
 
본 연구에서는 앨프레드 슬론 GM 전 사장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유럽의 한 대형 생활용품 제조회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더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을 것이다(이 논문에서 실명을 언급하지 않은 기업들에 관한 내용은 모두 실제 사례들이지만, 해당 기업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는 총 세 종류의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언뜻 생각해보면 이 회사의 주력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이 회사가 주력하고 있는 세 사업 부문의 성장 예상치는 1.67.5% 수준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각 사업 부서에서는 기대 성장률이 놀라우리만치 다양한 국가, 제품 라인에 투자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다가 향후 전망이 가장 좋은 세그먼트가 이 회사의 3개 사업부 중 가장 성장 잠재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받은 사업부에 속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이 회사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본 연구진은 19992006년 세계적인 기업들에서 나타난 성장 패턴을 살펴봤다. 그 결과 세분화된 접근법을 활용하면서 더 작은 단위로 쪼개 분석하는 기업일수록 전체 성장률과 개별 섹터 성장률간의 상관관계가 급격히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흔히 사용하는 방식을 따라 각 사업부 단위로 성과를 측정하고 조직을 꾸려 나가고 관리하는 대신, 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에 이르는 세분화된 시장 단위로 관리를 하면 성장 가능성을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인터넷에서 혁신의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 특히 정보 통신 기술 부문에서는 한층 빠른 속도로 혁신이 가능해져 과거에 비해 관리를 세분화하기가 더 쉬워졌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세분화로 나타나는 기본적인 경제적 문제들을 생각해보기 바란다. 세분화된 시장을 목표로 하면 초기에 매출이 매우 빠르게 늘어난다. 하지만 좀더 세분화된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수록 이런 효과는 점차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고객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복잡성을 키우다 보면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크리스 앤더슨이 <롱테일 경제학(The Long Tail)>에서 주장했듯이, 기술 플랫폼 비용이 감소하면 세분화된 고객층을 목표로 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해를 돕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우선 널리 알려진 아마존부터 생각해보자.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이므로 물리적인 진열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확장할 수 있고, 정교하기까지 한 IT 플랫폼 및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또 상당수 서적을 실제 아마존이 확보하고 있는 물류 창고가 아닌 가상 공급망을 활용해 배송한다. 때문에 아마존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도 협소한 범위의 고객층, 말 그대로 개별 구매자의 취향까지도 효율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다. 기술은 개도국 기업들이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는 동시에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워 나가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가입자 수가 4000만 명이 넘는 중국 최대 보험회사 평안보험(平安保險)은 일부 지역의 열악한 유선전화 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휴대전화 기반 영업 관리 플랫폼을 도입했다. 그 결과 총 30만 명에 달하는 영업 사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마찬가지로 남미의 포장 소비재 업체들도 구멍가게라는 세분화된 고객층의 요구에 맞춰 제품 및 서비스, 진열, 유통, 접근 방식, 홍보 방식, 동기 부여 방식 등을 달리 제공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영업 사원들은 무선기기로 본사에 정보를 주고, 본사로부터 전술에 관한 구체적인 조언을 받는다.
 
이런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살펴본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상대적으로 포괄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성과를 측정하고, 관리하며,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성과 및 시장에서 나타나는 중요한 변화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지나치게 포괄적인 분류 방식을 택한다면 비현실적인 성과 목표를 정하고, 우선순위를 잘못 매기며, 엉뚱한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게 된다.
 
[HBR TIP] 세분화된 접근 방식의 성과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집합적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각 사업부의 전략을 조정한다. 이처럼 큰 그림만을 중시하는 전략 수립 방법을 택하면 세부 사항을 간과해 결국 관리자들이 성과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세부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면 더욱 합리적이고 뛰어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사례: 유럽의 한 대형 생활용품 제조회사는 성장 속도가 낮은 여러 시장에서 성과가 점점 낮아졌다. 각 사업부의 성장 예상치는 1.67.5%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성과를 하나의 집합체로 바라보면, 전체 성장률이 가장 낮은 이 사업 부서에 실제로는 이 회사에서 가장 잠재력이 높은 부문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각 사업부 내에서도 사업 내용을 여러 분야로 쪼개어 살펴보면 각 세부 사업부의 성과에 엄청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들이 성장하는 방식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시장점유율의 확보, 두 번째는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 진출하는 것, 세 번째는 새로운 기업의 인수나 합병이다. 본 연구진의 연구 결과를 보면, 각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의 활력이 전반적인 성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반면 전반적인 성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낮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껏 경영진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여왔던 시장점유율이다.
 
사례: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한 건설 장비 및 서비스 제공 업체는 시장을 지역별 특성, 고객, 제품군별로 나눴다. 그 결과 감춰져 있던 시장 성장 가능성을 얻을 수 있었다. 분석을 통해 이 업체는 가파르게 성장하는 시장에서 매우 적은 수익과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이 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의 가치가 잠재돼 있음을 밝혀냈다.
 
고도로 세분화된 방식으로 세 종류의 성장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을뿐더러 많은 비용이 든다. 이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경영진을 늘려야 한다. 대기업이라면 수백 명 이상의 관리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책임을 맡고 있는 각 사업부와 관련된 내용을 깊이 파고들기를 꺼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각 사업부 책임자와 대화함으로써 해당 사업부에 대해 더 자세한 내용을 알게 되면 한결 뛰어난 전략 결정을 할 수 있다.
 
사례: 한 대형 반도체 회사의 CEO는 사업 부서장들과 토론해 각 사업부의 성과를 한층 자세히 분석하게 됐다. 그 결과 가장 강력한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에는 자세히 살펴본 적도 없는 시장에 전체 연구개발(R&D) 자원의 30%를 할당하게 됐다. 2년 후 이 회사는 관련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세부 사항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라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에서부터 목표 시장, 광고 전략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현명한 결정을 내려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한다. 3가지 사례를 보자.
 
-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한 건축 설비 및 서비스 회사는 자사가 진출해 있는 세계 시장을 수천 개로 세분화했다. 그 결과 그동안 전체 투자 중 85%가 기존 비즈니스 활동을 유지하는 데 쓰이느라, 성장 기회를 엿볼 수 있는 몇몇 분야에 R&D 자원이 충분히 할당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 지식 집약적 업계에 속한 회사 한 곳은 자사의 각 사업부에 더 세분화된 관리 방식을 도입한 덕분에 지난 5년 동안 매년 30%가 넘는 연간 이익 성장률(annual compound profit growth)을 기록했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개발 활동에도 비슷한 방식을 접목해 총 3개로 시장을 나누던 관행에서 벗어나 시장을 150개의 초소형 시장으로 나눴다.
 
- 한 통합 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는 마케팅 믹스를 재조정해 TV 광고와 우편물 발송, 라디오 광고 등 지금껏 충분한 사전 분석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해왔던 광고 방식을 바꿨다. 또 고도로 세분화된 지역 내에서 무선과 유선 중 특정한 사업 라인에 적합한 미디어를 골랐다. 그 결과 여러 지역에서 이 업체의 매출이 1015% 정도 올라갔고, 평균 고객평생가치(customer lifetime value)가 15% 늘어났다.
 
이 사례에서처럼 기회를 잡고 싶다면 시장 잠재력 및 기업의 성과를 자세히 분석해야 한다. 

 
시장 잠재력 이 글을 통해 세부 사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더욱 세부적으로 각 부문과 시장을 평가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세부 사항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더 정확한 방식으로 성장의 동력이 되는 자원을 평가해야 한다. 성장은 크게 M&A 및 두 종류의 유기적 성장인 시장점유율 확보와 포트폴리오 모멘텀(해당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의 성장 현황)의 총 세 범주로 나뉜다.
 
필자들은 이 3가지 요소의 상대적인 중요성을 계산하기 위해 다변량 회귀분석(multivariate re-gression)을 활용했다. 3가지 요소 모두 성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지만, 그중에서도 본 연구진이 살펴본 400개가 넘는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전체 성장의 절반에 가까운 영향력을 발휘하는 포트폴리오 모멘텀이었다. 2위는 약 3분의 1의 영향력을 발휘하는 M&A였다. 대다수 경영진이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시장점유율의 영향력은 약 5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특정 소비 계층의 전반적인 성장률을 살펴볼 수도 있다. 한 회사가 관련된 비즈니스 중 각기 다른 분야의 잠재적인 시장 모멘텀을 분석하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바로 해당 기업의 모멘텀 및 시장점유율 수준을 극도로 세분화해 보여주는 히트맵(heat map)을 작성하는 것이다. 히트맵이 실제 어떤 모습인지 궁금하다면, 핵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드는 바람에 성장이 정체된 건설 장비 및 서비스 회사의 사례를 다시 생각해보자. 이 회사는 전체 비즈니스 규모가 엄청 크고, 이 회사가 속해 있는 핵심 시장이 가파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다. 따라서 기존 시장이나 지역에서 추가적인 시장점유율 확보에 주력하는 방법으로는 더 이상 의미 있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자사의 전체 비즈니스를 지역별, 고객별, 상품별로 세분화했고, 그 결과 총 4000개에 달하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초소형 시장을 발견했다.(HBR TIP ‘잠재력이 뛰어난 부문을 찾아내기 위한 히트맵’ 참조) 이 같은 분석을 통해 시장 전반의 성장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일부 시장에서 거둬들일 수 있는 잠재 수익이 100억 달러가 넘음을 알았다.
 
시장 모멘텀 및 현재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5000만 달러에서 2억 달러에 이르는 성장 기회를 살펴보는 이 간단한 방법은 막강한 위력을 지닌다. 시장 모멘텀은 각 사업부의 전후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강도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된다(시장에 관한 역동적인 그림을 그려보고, 기대라는 측면에서 기업의 성과를 이해하기 위해 최근의 시장 포트폴리오 모멘텀률을 성장 예상치와 비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반대로 시장점유율이란 경쟁 업체와 비교했을 때 해당 기업이 상대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회사가 계속 시장에서 저조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성장 가능한 발판을 확보하고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는가?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입지를 고수하는 것에 투자의 초점을 맞춰야 할 정도로 경쟁에서 막강한 입지를 확보했는가?
 
[HBR TIP] 잠재력이 뛰어난 부문을 찾아내기 위한 히트맵
 
이 다각화된 건설 장비 제조회사(최근 물류 서비스 및 프로젝트 관리 사업에도 뛰어들었다)는 미주, 유럽,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4개의 주요 사업 부문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경장비에서부터 굴착 및 땅고르기 기능이 있는 특수 중장비 및 크레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현장 조명, 발전, 이동용 사무실 등의 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경쟁이 치열한 건축업계가 세계적인 불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탓에, 이 회사는 6%라는 성장 목표를 이루기가 힘들어졌다. 각 사업부 단위로 성과를 나타내는 수치를 뽑아봤지만 어떤 장래성 있는 시장에서 좀더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해야 할지, 어떤 시장에서 이윤이 나고 있음에도 재빨리 철수해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회사의 경영진이 어떤 시장에서 기회를 잡고, 어떤 시장에서 철수해야 할지 뚜렷한 그림을 그리려면 자사의 활동 전체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개별 제품 라인, 고객층, 지역별로 세분화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결국 이 회사는 다음과 같이 총 4000개에 달하는 자사의 사업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히트맵(heat map)을 만들었다. 각 원의 색깔은 이 회사에서 운영하는 네 사업부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원의 크기는 이 회사가 각 시장에서 운영하고 있는 현재 사업 규모와 비교한 상대적 가치를 나타낸다. 가로축을 기준으로 각 원이 놓여 있는 위치는 해당 시장에서 이 회사가 어느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세로축을 기준으로 각 원이 놓여 있는 위치는 각 부문의 모멘텀 성장률, 즉 시장 상황이 얼마나 유리한지를 보여준다.
 
다음 그래프를 살펴보면 이 회사에서 정한 6%의 성장률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웃도는 원보다 밑도는 원이 더욱 많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극도로 세분화된 시각을 통해 이 회사의 경영진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기업 성과 시장의 잠재성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은 첫걸음으로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필자들이 의료 분야에서 사용하는 고해상 자기공명 촬영기술의 이름을 따 ‘성장 자기공명영상(MRI)’이라고 이름을 붙인 벤치마킹 접근 방식을 도입하면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암 환자가 있는 사람이라면 MRI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암 전문가가 단순히 종양이 있다는 소식을 알리는 것은 치료에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전에 의사는 먼저 어떤 종류의 종양이 있는지, 어느 곳에 종양이 있는지, 종양 상태가 얼마나 진전됐는지를 알아야 한다. 성장 MRI는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CEO들에게 병원에서 진료를 위해 사용하는 MRI만큼 정확한 정보를 준다.
 
이 접근 방식의 개념적 근거는 바로 주주 가치 형성 및 세 종류의 성장 요소(M&A, 시장점유율 확보, 시장 모멘텀) 간의 관계다. 본 연구진이 살펴본 400개의 기업에서 이 관계를 평가한 결과, 성장의 3가지 요소 중 하나에서 상위 25%의 성과를 보이는 기업은(다른 분야에서 하위 25%의 성과를 나타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3가지 요소 모두에서 평균적인 성과를 보이는 기업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주주 가치를 형성함을 발견했다. 발생 빈도가 드물기는 했지만, 하나 이상의 분야에서 우위를 보이는 기업들은 주주 입장에서 볼 때 더 나은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과정에서 성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대체 방법을 평가해봤고, 그 결과 하나의 숫자가 주주 가치 형성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아냈다. 그 숫자는 바로 상위 25%의 성과를 나타내는 성분의 수에서 하위 25%의 성과를 나타내는 숫자를 뺀 것, 즉 ‘순 성장 요소 등급(net growth rating)’이다. 성장 MRI는 해당 업체의 순 성장 요소 등급을 업계 평균과 비교해 각 사업부의 상대적인 성과를 보여준다. 이런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와 약한 분야를 찾아내고, 투자 혹은 매각의 우선순위를 재빨리 결정할 수 있다.
 
성장 MRI의 진단적 가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다각화된 사업 구조를 가진 대형 다국적 기업의 사례를 살펴보자. 기업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회사의 순 성장 요소 등급은 제로(0)다. 이는 곧 이 회사의 성과가 ‘괜찮은’ 수준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회사의 성과를 지역별로 나눠 살펴보니 총 다섯 지역 중 두 곳이 ‘괜찮은’ 성과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다른 한 시장은 강력한 시장 모멘텀이라는 순풍에 힘입어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지역은 시장점유율이 낮은 수준이었고, 성과도 ‘나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한 기업이 평균적으로 ‘괜찮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로 인해 조직 내에서 실제 성과가 어떻게 분포돼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워진다.
 
다시 이 회사의 데이터를 비즈니스 라인별로 쪼개보니 성과가 좀더 다양하게 분포돼 있었다. 이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총 16개의 비즈니스 라인 중 5개는 ‘나쁨’, 1개는 ‘뛰어남’, 나머지 10개는 ‘괜찮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전체 데이터를 평균 내버린 탓에 이 같은 사실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면 성장 MRI의 진정한 힘을 깨달을 수 있다. 어떤 부문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지, 지역 혹은 비즈니스 유형별로 특정한 패턴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아주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면, 기업 활동을 수백 혹은 1000개의 하부 단위로 나눠 살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을 지나치게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HBR TIP ‘최대 성장 MRI’를 살펴보자. 총 80개의 셀 가운데 9개의 셀(검은색이나 어두운 회색으로 칠해진 칸)은 성장 성과가 ‘매우 우수함’ 혹은 ‘뛰어남’이라고 표시돼 있으며, 49개(밝은 회색으로 칠해진 셀)는 ‘괜찮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쁨’이라는 평가를 받은 나머지 22개 셀은 경쟁 업체보다 전반적인 성장 수준이 떨어져 이 기업에 성과라는 무거운 부담을 지우고 있다.
 
성장 MRI는 기업들이 성장의 과제와 기회를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가령 위에서 언급한 기업은 총 80개의 셀 중 단 15개만이 최소한 상위 25%에 해당되는 시장 모멘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M&A 혹은 시장점유율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셀을 포함한 나머지 셀들은 지속적인 성장을 가능케 하는 순풍의 도움을 받아 꾸준히 우수한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못하다. 이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 성장률이 높은 부문에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성장률이 낮은 부문을 매각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회사의 CEO는 우수한 성과를 내며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부문, 평균적인 부문, 고전하는 부문 등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비즈니스를 끌어가고 있다. 문제는 바로 세분화된 경영 기법 없이는 서로 얽혀 있는 이 세 종류의 조직을 구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세분화된 경영 기법은 CEO가 반드시 그 적용법을 익혀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HBR TIP] 불황기에 중력과 싸우는 방법
 
세계적인 불황을 겪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은 잠시 멈춰 서서 고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릴지, 공세를 취할 기회를 노렸다가 적극적으로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할지 선택하게 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대개 첫 번째 방법을 택한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실수다.
 
물론 그런 실수를 저지르는 것도 이해할 만하다. 수익이 둔화되고 마진이 줄어들면 경영진이 중요하게 여기는 대상은 바뀔 수밖에 없다. 즉 재무제표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다 보니 성장 및 우선순위가 낮은 투자, 규모가 큰 인수건, 자산 매각 등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많은 기업들이 압박감에 시달리며 모든 것을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다. 지난번 불황이 닥쳤을 때 본 연구진의 데이터베이스(DB)에 있는 기업 중 핵심 사업 부문에서 수익이 줄어든 기업들은, 수익이 늘어난 기업들보다 포트폴리오를 전혀 수정하지 않는 경우가 1.5배 많았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은 불황을 선두의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 여기며 대부분의 기업과는 반대의 방법을 택한다. 적어도 3가지에 달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한층 세분화된 관리 방식 덕에 얻게 된 우위를 적극 활용한다.
 
첫째 차별적으로 비용을 줄인다. 한 고객사는 모든 사업부의 비용을 일괄적으로 20% 삭감하는 대신, 아주 성과가 우수한 사업부를 비용 절감 전략에서 제외하기 위해 조직 내의 일부 ‘셀’에 더 많은 비용을 줄여달라고 요구했다. 자본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이 필요한 상황에도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즉 매각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핵심 자산이 무엇인지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심도 깊은 분석을 통해 결정을 내린다면, 비용 절감을 통해 포트폴리오 모멘텀을 개선하고 향후 경쟁 업체들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이런 기업들은 불황기라는 특수 상황에서 생겨나는 인수 기회를 놓치지 않으며, 가히 전설적이라 할 만큼 놀라운 민첩성으로 기회를 낚아챈다(1997년부터 1998년까지 아시아 금융시장이 폭락한 후 GE가 신속하게 자사의 인수 담당자들을 아시아로 급파한 사례를 생각해보자). 자산 가격이 떨어지면 이전에는 인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자산들이 얼마든지 매입 가능한 대상으로 갑자기 바뀔 수도 있다. 시가총액이 떨어지면 성장 전략뿐 아니라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 시가총액 규모가 중소 수준인 기업이라면 특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고의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은 불황을 경쟁 상대의 약점을 이용하기 위한 기회로 여긴다. 비용과 인력을 감축하는 경쟁 업체들은 결국 공격에 노출된다. 필자들은 한 고객사와 함께 일을 하면서, 포괄적인 비용 절감 전략을 택함으로써 경쟁 업체들의 취약점이 드러난 30개의 가장 매력적인 초소형 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고객사는 경쟁 업체들이 약세를 보이는 시장에서 공격적인 시장점유율 확보 전략을 펼치기 위해 특별 ‘급습 담당팀’을 구성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황기에 마구 돈을 써대고 호황기에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또한 불황기에 나타나는 기회를 활용할 만큼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회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도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은 재정 상태가 건전하고 경영 상태가 양호한 상당수 기업 및 CEO들에게, 결국 기회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본능적인 경향을 상쇄하는 유용한 길라잡이가 돼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더 세분화된 방식으로 관리하라
기업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고위 중역들이 이전에는 미처 명확히 살펴보지 못했던 분야가 주목을 받게 된다. 모든 활동을 하나의 집합체로 살피는 대신 개별 활동을 꼼꼼히 살피면, 지금껏 성과가 저조했으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뿐 아니라,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었으나 드러나지 않았던 부분을 찾아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그 결과가 해당 조직의 구조, 인력, 공정과 관련해 심오한 뜻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고위 중역들에게는 더 세밀하고 자세한 분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조직 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뚜렷하다(물론 가장 중요한 효과는 아닐 수도 있다). 더욱 세분화된 관리 방식을 택하면, 여러 사업 부서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는 방식 및 각 사업 부서의 성장 잠재력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한다. 또한 얼마나 많은 경영진이 필요한지, 어떤 기능을 공유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각 사업부로 이양돼야 할지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역들은 과연 중앙 집중화의 장점이 ‘집중’과 ‘분명한 책임 소재’라는 (권한 이양의) 장점을 능가하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 질문은 전혀 새롭지 않다. 앨프레드 슬론도 똑같은 질문을 갖고 씨름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이 전략에 대한 좀더 세분화된 접근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이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됐다.
 
본 연구진은 인재와 프로세스에 관한 문제가 구조적 문제보다 더욱 중요함을 알았다. 뿐만 아니라 인재와 프로세스는 대다수 기업에서 운영에 관한 실질적인 문제와 직결돼 있는 만큼, 이들 문제를 바로잡으려 할 때 더 많은 시간이 걸릴 때도 많다. CEO는 점차 세분화돼가는 조직을 관리하는 방식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필요에 맞춰 자원을 신속히 재할당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신속히 자원을 할당하려면 CEO가 ‘최고 경영진’의 개념을 확장해 10여 명의 중역이 아닌, 관련돼 있는 성과 셀을 아우르는 수백 명의 중역들을 최고 경영진의 일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또 좀더 세분화된 시각으로 성과를 살펴볼 경우 각 관리자들의 성과가 모범적인 것으로 나타날 수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신속한 자원 재할당을 위해서는 CEO가 결과를 살펴보는 방식 및 관리자들과 결과를 논의하는 방식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자원 재할당 기업 성과 및 시장 잠재력을 좀더 정확히 이해하면 각 사업부 내에서, 그리고 여러 사업부에 걸쳐 얼마든지 자원을 재할당할 수 있다. 물론 자원 재할당의 목표는 시장 모멘텀이 높은 부문을 집중 공략해 기업 전체의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다.
 
필자들은 연구를 통해 효율적인 자원 재할당을 위해서는 2가지 기본 원칙을 준수해야 함을 밝혀냈다. 우선, 지금의 위치가 아닌 어느 곳에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를 기준으로 자원을 재할당해야 한다. 예를 들어 GE의 CEO 제프 이멜트는 몇 년 전 “GE는 2010년까지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업 부문에 매년 15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둘째, 지금껏 잘못돼온 자원 할당 문제를 바로잡으려면 매년 무턱대고 지난해 예산보다 조금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기보다는, 관리자들에게 각 비용의 정당성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제로베이스 예산 책정 방식’을 택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건설 장비 회사는 세분화된 접근 방법을 택하기 전까지 전체 R&D 자원 중 15%만을 성장 관련 활동에 투입했다. 따라서 제로베이스 예산 책정 방식을 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 예산을 짜다 보면 경영진이 힘든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보통 다음 3가지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다. 첫째, 가파르게 성장하는 제품군·지역·고객층에 투자한다. 둘째, 규모가 커서 처분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대로 두었다가는 회사 전체의 성장 가능성을 갉아먹을 것으로 추정되는 규모가 큰 사업부의 잠재 시장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셋째, 자사의 기존 사업 규모와 맞먹거나 능가할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서 관련 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자원을 재할당한다.
 
대다수 기업에서 인수 및 매각은 자원 재할당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본 연구 결과, M&A는 규모가 큰 조직에서 중요한 성장의 발판이 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세분화된 시각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떤 상황에서는 표적 인수만이 성장세가 가파른 영역으로 재빨리 나아가기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쉽게 알아채는 데 도움이 된다. 매력도가 낮은 시장에서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사업부는 재빨리 매각하는 게 최선이다.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관리를 하기 시작하면서 M&A 역량을 키워 나가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즉 괜찮은 거래를 찾아내는 역량을 구축하고, 단순히 재정적 척도를 넘어 성장 잠재력 및 전략적인 적합성을 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또 언제 통합을 추구하고 언제 인수에서 손을 떼야 할지 이해하고, 성장 기회의 본질을 이해하는 각 사업부의 최고 책임자와 기업 M&A 담당팀이 더욱 조화롭게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이런 부문의 역량을 강화하면 성장에 가장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자원을 재할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경영팀의 범주 확대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경영팀이 모두 모여도 커다란 회의용 테이블 하나면 충분하다. 회의 참석자는 CEO, 10여 개에 이르는 사업부 부서장, 매출과 관련된 막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중역 한두 명, 금융·마케팅·기술·전략을 담당하는 최고 책임자와 같은 일부 핵심 기능 부서를 이끌고 있는 책임자 등이다. 이 같은 핵심 그룹이 없으면 대부분의 조직은 그 기능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핵심 그룹은 매일같이 등장하는 경쟁에 관한 모든 결정을 내리기에 적합한 구성이 아니다. 대기업은 200명이 넘는 최고 책임자들에게 세부적인 접근 방식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는 임무를 맡길 필요가 있다. 이들 중역들은 제품 클러스터를 지휘할 수도, 각 지역 시장을 이끌 수도, 특수 임무를 책임지고 있을 수도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팀의 구성원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동기를 부여하는 한편, 조직이 더 중요한 성장 우선순위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주인 의식이 생겨나고, 부하 직원들이 관련된 일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따라서 이는 대기업에서 발생하는 전형적인 인사 관련 문제를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관리자들이 직급이 낮은 부하 직원에게 특정한 임무의 책임자가 될 기회를 주지 않는다든가, 아무런 노력도 없이 다른 중역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묻어가는 게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물론 경영팀 구성원을 200명 수준으로 늘리는 데에는 위험도 분명히 따른다. 경영의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중역들과 여러 관련 팀이 뜻하지 않게 서로 방해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통제의 부재’ 현상도 나타나게 된다.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덩치가 커진 경영팀이 각 개인의 목표가 회사 전체의 전략적인 우선순위와 맞아떨어지는지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또한 회사 차원에서 전략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고안한 시스템 및 프로세스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각기 다른 전략적 목적의 관점에서 성장 기회를 평가하는 개념 구조 및 성장 MRI와 같은 측정 방식도 회사 차원에서 고안한 시스템 및 프로세스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전략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따라서 회사 측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최고 경영진이 변화를 실시간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과연 조직이 이런 일을 해낼 수 있을까? 한 전문 서비스 업체는 경영팀이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함께 변화해 나갈 수 있도록 1520페이지 정도의 메모를 작성해 전략 수정 및 전략 방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이 메모에는 새롭게 추가된 게 무엇인지, 어떤 게 달라졌는지, 그 모든 변화가 어떻게 좀더 큰 그림과 맞아떨어지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이 들어간다. 무려 500명에 이르는 최고 중역들에게 메모가 전달되면, 그들은 각각 개별적으로 CEO에게 e메일을 보내 새롭게 바뀐 내용을 숙지했으며 회사 측의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힌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려의 뜻을 전달하기도 한다. 메모가 전달된 후 진행되는 경영진 회의에서 CEO는 얼마나 많은 관리자들이 전반적인 전략 방향을 이해하고 지지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또 경영팀이 전략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CEO를 비롯한 기타 고위급 중역들이 새로운 전략 중 어떤 면에 초점을 맞추고 어떤 부분을 강화하거나 재고해야 하는지, 익명이 보장되는 전자 투표 시스템을 통해 파악한다.
 
성과 검토 많은 CEO들이 세분화된 접근 방식으로 성장 기회를 엿보기 위해 경영팀의 규모를 키우라는 조언을 따르기를 망설인다. “그토록 많은 사업부에 그만큼의 관심을 보낼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얘기하거나, “그래서 각 사업부를 책임질 관리자를 고용하고 나는 큰 그림에 치중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CEO들은 모두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 필자들도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명확한 시각을 가질 필요도 있다.
 
주기적으로 운영 상태를 점검하다 보면 CEO는 자연스럽게 이런 시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관리자들이 상당히 포괄적인 수준에서 비즈니스 활동을 설명하는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로 무장한 채 CEO 앞에 나타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각 사업부의 최고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 아래 있는 여러 상품 라인, 시장, R&D 프로젝트, 마케팅 프로그램 전부 혹은 대부분에 대규모 자금 지원이나 운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할 것이다. 반면 CEO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사업부의) 역량 문제까지 걸고넘어지면서 경영진의 철벽같은 방어선을 뚫기 위해 애쓰게 된다. 수많은 의제에 대해 논하다 보면, 전망이나 위험에 관한 논의가 “다음 분기에 우리 사업부가 어떤 실적을 내기를 기대하는지, 왜 우리 사업부에서는 그 기대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는지”와 같은 탁상공론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즉 시장의 근본이 되는 구조, 각기 다른 비즈니스에서 성장 및 이윤을 끌어올리는 원동력, 이런 원동력의 변화 등에 대해 논의할 시간을 찾기 힘들어진다.
 
가령 한 대형 반도체 회사는 분기별로 운영 상태를 점검할 때 4개의 사업부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4개의 사업부 안에 50개의 포트폴리오 부문이 포함돼 있었다. 또 각 포트폴리오 부문에서는 4, 5개의 주요 R&D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아니라 투자 수익률 또한 제각각이었다. 사실 이 회사에는 250개에 달하는 개별적인 성과 셀이 있었다. 하지만 4개의 사업부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각 셀 수준의 운영 상태를 점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장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실적을 뭉뚱그려 보여주는 숫자들에 가려, 프로그램별 R&D 할당 수준처럼 회사 전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의사결정을 할 수 없었다. CEO들은 이런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이 회사의 CEO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자사의 시장 및 중요한 의사결정에 관해 세밀한 시각을 갖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경영진의 토론 방식을 바꿨다. 이런 변화 덕에 이 회사의 여러 사업부는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에너지를 쏟고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이 반도체 회사는 성과에 관한 논의를 할 때도 기존 방식을 버리고, “각 셀이 해당 시장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가?” “자원을 재할당할 필요가 있을까?” “시장에서 다 함께 물러나야 할 때인가?” 등 핵심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논의를 하려면 시장, 경쟁 업체가 확보한 경쟁 우위의 본질, 250개 남짓한 개별 셀의 성과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 성과 검토 방식을 수정한 후, 이 회사는 승기를 잡고 있는 시장에 전체 R&D 자원 중 30%를 투입했다. 2년이 흐른 지금, 이 회사는 해당 시장의 성장 속도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HBR TIP] 최대 성장 MRI
 
한 조직의 전반적인 성장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려면 인수합병(M&A), 시장점유율, 해당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시장의 모멘텀 등 총 세 요소를 살펴봐야 한다. 다음 도표는 한 업체의 성과를 5개의 지역과 16개의 사업 부서로 나눈 다음, 각 요소에서 어떤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지 보여준다(3가지 중 하나 이상의 요소를 표시하는 막대가 없다는 것은 곧 성과가 특별히 좋거나 나쁘다고 볼 수 없는 중위 50%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각 셀의 우측 하단에 적혀 있는 3에서 -3 사이의 숫자는 전반적인 성장 평가치를 나타낸다. 이 숫자는 성과가 우수한 요소(수직선에서 오른쪽으로 향해 있는 막대)에서 성과가 저조한 요소(왼쪽으로 향해 있는 막대)를 뺀 값이다. 제품 라인, 고객층, 좀더 단위가 작은 지역 등 세분화된 데이터를 이용하면 80개의 셀로 구성돼 상대적으로 간단해 보이는 이 도표를 수백 개의 셀, 혹은 1000개의 셀로 구성된 도표로 만들 수도 있다.

 
일부 중역들은 세분화된 경영 접근 방식을 택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하지만 성장 MRI와 같은 도구를 이용해보고, 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도입한다면 중역들이 할애해야 하는 시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택하면, 성장에 영향을 주지만 그동안 감춰져 있던 문제들이 즉각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 또 CEO와 각 사업부가 한층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과 내부 조직의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CEO와 각 사업부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할 때, 해당 사업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쌍방이 동의한 해결책을 실행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다룰 수 있다. 대부분은 실제 논의해야 할 대상의 수가 많아지는 게 아니라, 논의의 질이 상당히 개선될 뿐이다.
 
좀더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조직을 보다 세분화된 사업부로 쪼개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물론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기는 하다). 마찬가지로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는 뜻도(많은 기업들이 필요한 데이터를 이미 확보하고 있다), 더 많은 회의를 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언제나 바쁜 중역들은 추가로 회의를 할 시간이 없다). 이는 기존 구조 및 공정에 양질의 정보를 더해 그 정보를 바탕으로 구조와 공정을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IT 및 통신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덕분에, 이제 엄청난 금액의 투자나 지속적인 비용 지출 없이도 세분화된 차원에서 중요한 통찰력을 찾아내고 그 정보에 맞게 움직일 수 있게 됐다.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들은 이러한 가능성의 힘을 받아들일 것이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머다드 바가이는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컨설팅 회사 알케미 그로스 파트너스의 전무이사이며, (오리온 비즈니스, 1999년)의 공동 저자다. 스벤 스미트는 맥킨지 암스테르담 사무소 디렉터이며, 글로벌 전략 부문을 이끌고 있다. 패트릭 비거리는 맥킨지 애틀랜타 사무소 디렉터이며, 맥킨지의 미주 전략을 이끌고 있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 호에 실린 알케미 그로스 파트너스의 전무이사 머다드 바가이 등의 글 ‘Is Your Growth Strategy Flying Blind?’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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