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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주자의 이점

추격 원동력은 상식 뒤집는 ‘혁신성’

신병철 | 34호 (2009년 6월 Issue 1)
경영학은 기본적으로 승자와 도전자의 경쟁 관계를 다루는 학문이다. 그만큼 경쟁은 중요하고, 이기기 위한 전략과 관점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영학에서는 승자를 위한 전략적 관점은 많지만, 도전자를 위한 전략적 관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1등 업체는 하나뿐이고 도전자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데도, 후발주자의 전략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다는 것은 꽤나 흥미롭다. 어떻게 하면 도전자는 1등과 싸워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을까. 거의 유일하게 도전자, 다시 말해 후발주자의 전략을 다룬 연구가 있는데, 그것은 1998년 샹커와 그 동료들이 쓴 ‘후발주자의 이점(Late Mover Advantage)’(Shanker, Carpenter & Krishnamurthi,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이라는 논문이다. 이 논문의 내용은 매우 큰 통찰을 준다. 이 글에서는 샹커 등이 논의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고, 이 내용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분석해 시장 내 후발주자, 즉 도전자가 고려해볼 만한 전략적 대안들을 살펴보겠다.
 
1등 따라잡기 전략의 핵심은 혁신
‘후발주자의 이점’의 핵심을 간추리면,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특정 조건이 갖춰지면 1등이 만들어놓은 이점을 한번에 가져갈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후발주자에게 어떤 조건이 갖추어지면 1등이 만들어놓은 이점을 한번에 가져갈 수 있을까. 결론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혁신성(innovation)’이 핵심이다. 시장 내 후발주자가 선도자보다 높은 혁신성을 가졌다고 소비자들이 지각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완벽한 차별적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가 생기기 때문에 6가지 차원에서 1등을 압도하는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다. 이 6가지 차원은 ‘브랜드 성장률’ ‘경쟁 제품의 확산에 끼치는 영향력’ ‘시장 잠재성’ ‘마케팅 비용 투자에 대한 효율성’ ‘반복 구매율’ ‘경쟁 제품의 마케팅 비용 투자에 대한 효율성’이다. 연구팀은 미국 시장 내 담배와 관련된 실제 데이터를 구해 회귀분석으로 시장점유율, 예측된 경쟁 강도 등을 분석했다. 복잡한 연구 절차가 진행됐지만 거두절미하고 간단히 정리하면, 후발주자가 혁신성을 확보할 때 1등 업체를 압도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어떤 것이 ‘혁신적’인가 하는 것이다. 제품에 어떤 내용이 추가되면 혁신적으로 인지될까?
 
혁신성의 원천은 제품이 아닌 소비자 결핍
후발주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내용은 소비자의 ‘결핍’을 찾고 해결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작 본인 스스로도 잘 모를 때가 많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전에 깨닫지 못한 소비자의 결핍을 새롭게 정의하고 해결해주면 사람들은 놀라고, 기억하며, 구매하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은 기존 경쟁자였던 야후 등이 포털 내에서의 정보 제공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다양한 사이트를 검색해 제대로 된 검색 서비스를 제공한 최초의 브랜드다. 다시 말해 올바른 검색을 요구하는 시장의 결핍을 야후 등이 무시하고 있을 때, 이를 찾아내 해결했다. 구글이 나올 당시 미국에서는 야후가 검색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야후는 다른 검색 엔진들과 마찬가지로 복합 포털 사이트를 지향하고, 초창기에 나온 검색 엔진을 이용해 카테고리 내에서 정보를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후발주자였던 구글은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했다. 즉 기존 검색 엔진보다 월등한 성능을 가진 새로운 검색 엔진을 만들었다. 야후 등의 검색 서비스가 포털 내 자료를 살펴 보여주는 것과 달리, 구글은 거의 모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신뢰성 높은 자료를 찾은 뒤 그 중요도를 구분해 화면에 표시해줬다. 결과적으로 보다 신뢰할 만한 내용이 화면 상단에 먼저 나타나게 됐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미국 스탠퍼드대를 중심으로 구글의 가치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입소문의 핵심은 ‘무엇이든 다 아는 구글’이었다. 얼마나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무엇이든 다 안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시장에서의 핵심적 결핍을 해결해줬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 구글은 2001년 드디어 가장 많은 소비자가 사용하는 최고의 검색 엔진이 됐다. 바로 이 점 때문에 구글이 단기간 내 최고 브랜드가 된 것이다. 구글은 소비자 결핍을 찾아낸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만하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어라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을 뒤집어야 한다. 상식의 반대를 건드리면 혁신성이 증가한다. 예를 들어보겠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쇼핑몰에서 다이아몬드를 살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다이아몬드를 보지도 않고 구매할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터넷과 다이아몬드는 궁합이 맞지 않고, 적합하지도 않다고 여겨져왔다. 이런 통념을 과감히 깬 업체가 온라인 보석상 블루나일이다. 이 회사는 1999년 설립된 온라인 보석 전문 판매점으로, 불과 10년밖에 안 됐지만 현재 매출 규모는 세계 3위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보석 전문점 티파니에 약간 뒤지는 매출 규모다. 티파니의 역사가 170년에 이른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그 성장 속도는 대단하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평균 가격이 2700달러인 데 반해, 블루나일의 평균 판매 가격은 5500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거의 2배 수준이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블루나일은 이렇게 빨리 성장한 것일까. 블루나일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은 재고 비용과 간접 비용을 줄여 경쟁자보다 평균 35% 저렴한 가격에 보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블루나일은 매장도 없고 시애틀에 사무실 하나만 있다. 또 외곽 지역에 작은 창고 하나만 갖고 있으니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든다. 물론 보증 시스템을 철저하게 갖췄고, 배송 과정에서도 100% 안전을 책임진다. 제품 품질은 보증이 되고, 배송은 안전하며, 값도 싸니 입소문이 저절로 날 수밖에 없다. 결국 손님이 몰리고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다이아몬드를 살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하지만 블루나일은 온라인에서는 다이아몬드를 팔 수 없다는 상식을 뒤집어보고 경쟁자와 전혀 다른 포지셔닝을 했다. 이런 측면에서 제품 속성의 반대를 건드리는 것은 혁신성을 높이는 아주 훌륭한 방법 중 하나다.
 

제품의 주된 속성을 수정하라
또 다른 측면에서 제품의 혁신성을 높이는 방법은 제품의 주된 속성을 다른 관점에서 수정하는 것이다. 꼭 그 반대는 아니더라도, 제품이 갖고 있는 주요 속성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놀라움을 주고 혁신성을 확보할 수 있다. ‘마시는 우황청심환’은 고체인 제품을 액체로 바꿈으로써 1990년대 초반 ‘대박 상품’으로 떠올랐다. 조금 구체적인 예로 ‘큐래드’라는 일회용 반창고를 들 수 있다. 이 제품은 밴드에이드 개념을 수정해 나왔다. 이런 일회용 반창고는 대부분 사람들의 살색과 비슷한 색을 띠고 있다. 상처가 겉으로 드러나면 누가 봐도 좋지 않을 테니, 가능하면 살색과 비슷하게 만들어 상처가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상처를 감추려는 경향이 강하다. 다시 말해 밴드에이드는 상처가 난 것을 표시하지 않는 게 좋다는 통상적 관념 때문에 대부분 살색을 사용했다. 그런데 이런 통념에 정면 도전한 브랜드가 바로 큐래드다. 큐래드는 상처를 감추려 하지 않고, 반창고에 캐릭터를 입혀 과감히 겉으로 드러냈다. 모두 아는 얘기지만, 일회용 반창고의 주 사용 계층은 어린이들이다. 어린이들은 만화영화의 주인공을 좋아한다. 큐래드는 어떤 때는 슈렉을, 어떤 때는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포켓몬스터 등을 그려 넣었다. 아이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열광적이었다. 큐래드의 성공은 기존 제품의 속성을 수정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감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드러내는 게 더 큰 가치를 준다는 점을 포착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제품의 속성을 수정하는 것도 아주 훌륭한 혁신성 제고 방법 중 하나다.
 
새로운 속성과의 낯선 만남을 유도하라
혁신성 확보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관점이 새로운 속성과의 낯선 만남이다. 대표적인 예가 나이키와 아이팟의 만남이다. 나이키는 스포츠 분야,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 분야에서 최고 브랜드다. 이 둘이 만나면 어떤 장점이 생길까. 실제로 나이키와 아이팟을 결합한 ‘나이키+’라는 제품이 나왔다. 이 제품은 신발 안창에 넣어두는 작은 송신기와 아이팟 단말기로 이루어지는데, 운동화 안창에 넣어둔 장치가 착용자의 아이팟으로 정보를 전송한다. 이를 통해 운동 시 얼마나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는지 알 수 있고,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선택해 들을 수도 있다.
 
왜 이런 장치를 만들게 됐을까. 그것은 실제로 조깅 하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아이팟을 듣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미 두 제품은 같은 상황에서 사용되고 있었는데, 이것을 나이키와 아이팟이 결합상품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 제품은 아마추어나 프로 모두 더 쉽게 달리기를 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운동은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 조건이고, 달리는 사람은 자신의 운동량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한다. 다시 말해 운동량 확인에 대한 욕구는 ‘결핍’을 유발한다. 이전까지는 이 결핍을 채워주던 도구로 러닝 머신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달리고 싶어 한다. 또 달리기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한 음악이 필요해 사람들은 MP3 플레이어를 듣는다. 이런 점에 착안해 ‘나이키+’가 나왔다. 이는 전형적인 두 개념의 만남이다.
 
약점과 강점을 뒤집어라
후발주자가 혁신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아주 멋진 방법 중 하나가 강점과 약점을 뒤집어버리는 일이다. 경쟁자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들고, 내 제품의 약점을 강점으로 뒤집어버리면 얼마나 멋질까. 펩시콜라가 코카콜라를 이기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1970년대 초반까지 코카콜라의 핵심 경쟁력 가운데 하나는 유려한 병 디자인이었다. 여성의 몸매를 연상시키는 미끈한 디자인의 특허를 코카콜라가 갖고 있었기 때문에, 펩시는 결코 추격에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펩시는 병 디자인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부심했다. 그러다가 시장 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평소 코카콜라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라도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순간에는 값이 싸거나, 같은 가격이면 양이 많은 제품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펩시는 자신의 단점이었던 병 디자인을 한순간에 장점으로 바꾸기 위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병의 크기를 키운 것이다. 코카콜라보다 훨씬 많은 양을 제공하니, 구매 순간에 펩시를 선택하는 고객이 급증했다. 반면 코카콜라는 결정적 장점이었던 여성의 허리를 연상시키는 병 디자인 때문에 펩시의 전략에 대응하기 어려웠다. 허리가 두꺼워지면 결정적 장점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고, 대신 선발자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든 펩시의 전략은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숙성 기간이 짧다는 포도주의 치명적 단점을, 신선한 햇포도주를 처음 마실 수 있다는 장점으로 승화해 전 세계에 수많은 제품을 판매한 ‘보졸레 누보’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대략 5가지 차원에서 제품의 혁신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이것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STP(Segment·Target·Positioning) 전략도 훌륭한 방법이다. 이 글은 전통적인 STP 전략의 범위에서 벗어나 보다 통찰적 관점에서 혁신성을 확보하는 방법을 살펴봤다. 실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낼 때 이런 시각을 활용해 보다 혁신성을 높여 나가기를 바란다.
 
필자는 고려대 경영대학원에서 ‘브랜드 시너지 효과’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마케팅 분야의 3대 학술지 중 하나로 꼽히는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논문을 실었다. <쉽고 강한 브랜드 전략> <통찰의 기술> 등 다양한 저서를 펴냈다.
  • 신병철 | - (현) 브릿지컨설팅 대표 (Brand Consulting Agency)
    - 숭실대 경영학과 겸임교수 (2005~현재)
    - 고려대 경영대/경영대학원,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원, 외국어대학교 경영대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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