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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치업 전략 툴

‘캐치업!’ 불황 때 1등 따라잡자

윤경은 | 34호 (2009년 6월 Issue 1)
한국 기업의 역사는 ‘추격(catch-up)’의 역사입니다. 산업 기반이 전무한 상황에서 도전적인 기업가 정신과 헌신적 노력으로 한국 기업들은 막강한 선발기업을 따라잡으며 성공 신화를 써갔습니다. 특히 외부 환경이 격변하는 시기에 한국 기업들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극심한 불황기에 공격적 투자로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한 조선업,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기술 표준이 변하는 시기에 최고 자리를 차지한 전자 산업이 대표적입니다. 2등이나 3등 기업이라면 지금처럼 외부 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 캐치업의 토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비즈니스 리더 여러분께 실용 솔루션을 제시해주고, 빈약했던 후발주자의 추격 전략 연구에도 기여하기를 바랍니다.
 
윤경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 팀장과 홍희정 컨설턴트는 유려한 문체로 생물학 아이디어를 응용한 캐치업 전략 수립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캐치업과 관련한 독특한 시각과 유용한 툴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신병철 브릿지래보러토리 대표는 추격에 성공하려면 ‘혁신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는 불황기 캐치업에 성공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의 전략적 의지와 탁월한 실행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주환 The Company of Korea 심의위원장은 한국 비즈니스 역사에 길이 남을 ‘10대 캐치업’을 소개하며, 이런 사례가 주는 마케팅 교훈을 요약했습니다.
 
2등이 1등을 따라잡기는 언제나 어렵다. ‘잘하기(thrive)’가 아니라 ‘살아남기(survive)’가 목표인 힘든 시절에는 더욱 그렇다. 주머닛돈이 넉넉해 남들이 못 누리는 ‘3대 호사(M&A, R&D, 광고·마케팅)’까지 누릴 수 있는 1등 기업이라도 버티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우울하다. 1등은 어느새 한 걸음 더 앞선 채 ‘남의 위기는 나의 기회’라는 얄미운 진실을 새삼 증명해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 2등은 자연스럽게 ‘1등 되기’의 욕심은 접어둔 채 제자리에서라도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쓰게 된다. 몸집 줄이기는 필수다. 별다른 먹이가 없는 혹한기에 추위를 견딜 재간이 없는 곰이 동굴 안에서 웅크려 잠만 자는 격이다. 1분에 55번씩 뛰던 심장마저 10번만 뛰게 할 정도로 각종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곰은, 긴 겨울이 지난 뒤 몸무게가 15∼40%나 빠진 초췌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기의 포스트도 그러했다. 당시 미국의 양대 시리얼 업체였던 포스트와 켈로그가 보여준 전혀 다른 ‘겨울나기 법’은 이후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됐다. 포스트는 각종 비용을 줄인 채 조용히 웅크려 잠을 청하며 겨울이 지나기를 기다렸다. 미국인의 아침 식사로 오트밀이 대세이던 시절, 시리얼에 대한 고객의 선호가 불확실한 시장 환경에서는 당연해 보이는 선택이었다.
 
켈로그는 달랐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멈추지 않아 신제품을 연이어 쏟아냈고, 광고·마케팅 비용도 오히려 전보다 2배 늘렸다. 스프레이 방식으로 비타민을 첨가한 시리얼을 처음으로 내놓았고, 미국 최초의 어린이용 라디오 프로그램에 협찬 광고도 시작했다. 심지어 3교대를 4교대로 바꾸며 생산 인력 수도 늘렸다. 대공황 이후의 성적표는 켈로그의 압승이었다. 켈로그의 이익은 장기간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30%나 늘어났고, 이때 쌓아 올린 1등 기업의 위상은 현재까지도 탄탄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1등과 2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 컨설팅 경험을 모아 한국 기업들을 위한 ‘불황기, 2등 기업 1등 되기’ 전략 메뉴를 제시한다.
 
어떤 메뉴를 고를지는 각 기업의 사정마다 다를 것이다. 여러 메뉴를 한꺼번에 택할 수도 있고, 심지어 아무것도 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가을까지 비축해놓은 지방이 얼마나 있는지(현금 보유 정도), 동굴 밖의 불확실성을 얼마나 감내할 수 있는지(리스크 회피 성향), 가사(假死) 상태를 벗어나 더 빨리 심장을 뛰게 할 열정이 있는지(경영진의 의지)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볼 일이다.
 
다만 한 가지, 켈로그를 부러워하면서도 어떤 이유에서였건 끝내 포스트로 남기를 ‘택한’ 수많은 기업들이 있었음을 기억하며 메뉴판을 훑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억지로 겨울잠을 자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옵션이 아니다(Inaction is not an option).

  

behavioral strategies
동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행동 방식을 바꾼다. 먹잇감이 귀해지면 다른 먹잇감으로 입맛을 바꾸거나, 원래의 사냥 범위를 넓히거나, 사냥하는 방식을 바꾼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①사냥감을 바꾼다
1989∼1992년의 불경기 때, 미국의 트럭 렌털 회사 유홀(U-Haul)은 가격에 민감해진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렌털비를 내렸다. 트럭 렌털이라는 서비스 자체는 경쟁사들끼리 엇비슷해 차별화가 어려웠고, 따라서 마진이 박해지더라도 가격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신 고(高)마진 인접 사업 영역으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폭을 과감히 넓혔다. 트럭을 빌리는 고객들이 흔히 필요로 하는 종이 박스, 테이프와 노끈을 함께 팔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유홀의 영업이익은 업계 평균 3%를 훌쩍 뛰어넘은 10%에 이르렀다.
 
②사냥 방식을 바꾼다
1980년대에 롤스로이스와 GE는 항공기용 엔진 판매 방식을 과거와 전혀 다르게 혁신적으로 바꿨다. 엔진 따로, 파이낸싱 서비스 따로, 정비 서비스 따로, 부품 따로 가격을 붙여 판매하던 것을 한 묶음으로 제공하면서 고객 항공사가 항공기를 실제 사용한 시간만큼 돈을 내라고 한 것이다. 엔진 구매비로 초기에 큰 돈을 지출할 필요가 없게 된 항공사들은 계약 기간이 길어지고 가격이 오른 것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 결국 두 회사는 시장점유율과 마진을 동시에 높일 수 있었다.
 
③사냥 지역을 바꾼다
1990년대 초의 불경기 때 소비 지출의 감소로 고급 차의 판매가 부진했다. 1996년 포르셰는 대표 모델 911의 3분의 2 가격에 신형 모델 박스터(Boxster) 시리즈를 내놓았다. 스포츠카를 원하면서도 주머니 사정은 얇아진 새로운 고객군을 겨냥한 상품이다. 박스터의 대성공에 힘입어 이듬해 회사 매출은 50% 가까이 급증했다.
 

social strategies
자연에서 생물들이 함께 살아나가는 방식에는 몇 가지가 있다.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상리공생, 한쪽에만 이익이 되는 편리공생, 한쪽에 이익이 되는 대신 다른 한쪽에는 손해가 되는 기생. ‘윈윈’해보자는 상리공생의 방식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경쟁사와의 상생, 공급업체와의 상생, 고객과의 상생 등 다양한 버전의 전략이 가능해진다. 불경기의 기업들로서는 이 중 경쟁사와의 상생 전략에 귀 기울여 봄 직하다.
 
①경쟁자와 상리공생
1990년대 말 미국 항공사들에는 인터넷 여행 사이트인 트레블로시티와 익스피디아가 엄청난 눈엣가시였다. 뛰어난 서치 기능으로 무장한 이 온라인 여행사들이 점점 높은 수수료를 요구하면서 항공사들의 이익을 갉아먹으려 했기 때문이다. 해답은 2001년 6월에 등장한 오비츠(Orbitz). 미국 5대 메이저 항공사들(아메리칸, 컨티넨탈, 델타, 노스웨스트, 유나이티드 항공)이 뭉쳐 아예 자기들끼리 인터넷 여행 사이트를 만들어버렸다. 한 차원 높은 서치 기능을 기반으로 가장 싼 항공권 정보를, 사용하기 쉽고 보기 쉬운 방식으로 뚝딱뚝딱 내놓은 오비츠 덕분에 항공사들은 우려했던 수수료 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예 오비츠를 팔아 돈까지 두둑이 챙겼다. 애초 5개사의 투자 비용은 총 2.2억 달러, 2004년의 매각 대금은 12.5억 달러였다.
 

reproductive strategies
생존하기 위한 동물의 번식 방법을 개체 수를 늘리는 것과 질을 높이는 것 2가지라고 보면, 기업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①수를 늘려 생존한다
기행을 일삼는 창업자만큼이나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영국의 버진그룹. 혁신적이고 리스크 높은 사업들을 수백 가지 질러놓은 후 ‘살아남는 놈은 키우고, 비실거리는 놈은 접는’ 간단한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영국 2위의 항공사(버진 애틀랜틱)에서부터, 론칭 3개월 만에 27만 고객으로부터 16억 파운드를 끌어들인 금융 서비스 사업(버진 머니)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산업에서 360개가 넘는 벤처들을 만들어냈다. 헬스클럽, 철도, 만화책, 콜라, 인터넷 꽃집, 의류, 여행사, 음반, 와인, 리무진 서비스, 케이블 TV 등 잡다한 사업들 간의 공통점은 단 하나, ‘버진’이라는 강력한 브랜드뿐이다. “비즈니스 기회는 버스와 같다. 버스가 떠나면 언제나 다음 버스가 온다.”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이 한 말이다.
 
②질을 높여 생존한다
영국의 목욕용품 유통업체 더바디샵은 수보다는 질에 치중하는 방법을 택했다. 프랜차이즈 형태, 또는 매장 내 매장의 형태로 양적 급팽창을 시도했던 다른 업체들과 달리, 1998∼2000년 영국 불황기에 더바디샵은 프랜차이즈를 늘리는 대신 다시 사들였다. 이후 매장마다 인테리어를 새로 단장하고 고품질의 신상품들을 내놓았다. 그 결과 재설정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기반으로 두 자릿수 이익 성장을 거뜬히 이뤄낼 수 있었다.
 

evolutionary strategies
환경의 변화가 극심할 경우, 동물들에게는 자잘한 적응 대신 획기적인 진화가 생존 방법이 된다. 평온한 시절에는 현재의 게임 법칙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 잘 살아남기 마련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가득한 불황기에는 아예 새판을 짜 승부하는 게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전통적인 전략과 차별화되게 기업의 경쟁 기반 자체를 변화시키는 ‘사업 모델 혁신(Business Model Innovation·BMI)’이 그 어느 때보다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제품 회사에서 서비스 회사로 거듭난 IBM이나, 제지 회사에서 정보통신기기 업체로 대변신한 노키아 등이 적응 대신 진화에 성공한 사례다.
 

 


살아남기 급급한 상황에서라도 현재의 사업 모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의도적으로 다양하게 변신시키는 실험을 하다 보면, 그중 몇몇은 저도 모르게 다음 세대 환경에 미리 적응하는 진화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표적 사업 모델 혁신으로 꼽히는 네슬레의 새로운 커피 네스프레소의 사례를 보자. 알록달록한 고급 원두커피 ‘캡슐’을 전용 커피 머신으로 뽑아내는 네스프레소는 그 자체가 문화 아이콘이 될 정도로 기존 인스턴트커피와는 격이 다르게 취급된다. 사업 모델의 6대 구성 요소 차원에서 보면 여러 부분을 한꺼번에 바꿨다.(그림2)

먼저 ‘제품·서비스’가 달라졌고, 이에 따라 ‘매출 모델’과 ‘가치 사슬’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인스턴트커피를 유통업체를 통해 저가에 판매했다면, 이제는 고급 원두커피 캡슐을 전용 커피 머신과 함께 고가로 직접 판매한다. ‘조직’도 함께 바뀌었다. 과거 제조 및 납품 중심 조직에서, 차별화된 커피 제공을 위한 개발 및 직접 판매 전문 조직으로 전환됐다. 사업 모델에 대한 혁신적 실험의 결과는 원두커피의 향만큼이나 감미로웠다. 1990년 이래 연평균 30%의 매출 성장을 지속하더니, 10억 스위스프랑 매출 목표를 4년이나 앞당겨 2006년에 채워버렸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때… 1등 되어보기
자, 이제 메뉴판 중 가장 그럴듯한 메뉴를 골라볼 때다. 식욕이 영 생기지 않거나, 상 차리기조차 힘에 부친다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면, 위의 그림이 혹시 입맛을 돋워줄지 모른다. 

<그림3>은 지난 40년간 있었던 4번의 불황기와 포천 500 기업 랭킹 간의 관계를 보여준다. 막대그래프가 나타내는 숫자는 포천 500 기업에 속했다가 그해 랭킹에서 탈락한 기업의 수다. 4번의 불황기 모두, 랭킹에서 탈락하는 기업의 수가 불황기 도중 또는 직후에 유달리 많아져 정점을 찍고 만다.
 
지금의 불황기도 그러할 것이다. 2009년, 그리고 2010년에 많은 수의 기업들, 상당수의 1등들이 크고 작은 국내외 랭킹에서 밀려날 것이다. 그 자리를 누가 메우게 놔둘 것인가.
 
2등이 1등을 따라잡기는 언제나 어렵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기, 혼란의 시기에 뭔가를 바꿀 수 있고 시도할 수 있는 민첩함과 유연함은 오히려 2등에게 내재돼 있다. ‘약세 시장(bear market)’의 기죽은 곰처럼 겨울잠만 잘 것인가, 날쌔고 야무지게 동굴 밖으로 뛰쳐나가 소리 한 번 질러볼 것인가.
 
[DBR TIP] 사업 모델 혁신(BMI)
 
“매출이 줄어들고 있으니 영업 조직의 효과성 개선 전략을 세우자.” “시장의 유동성이 악화되고 있으니 재무 건전성 향상을 위한 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하자.”
 
경쟁 후발주자는 이러한 단편적인 전략을 통해서는 절대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 단지 선두주자가 정해놓은 게임의 법칙에 따라 제한적인 승부를 할 뿐이다.
 
후발주자가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사업 모델을 정의하는 6가지 요소(제품·서비스, 타깃 고객, 매출 모델, 가치 사슬, 비용 모델, 조직) 중 2개 이상의 요소를 동시에 바꾸기 위해 전략의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경쟁의 근간과 게임의 법칙을 바꿔야 한다. 이것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제시하는 ‘사업 모델 혁신’이다.
 
①제품·서비스 고객은 제품에 대해 ‘일회적으로 구매한 값싼 상품’부터 ‘지속적으로 구매하며 관계를 유지해 나갈 좋은 상품’까지 다양한 가치를 부여한다. 후자일수록 고객 충성도가 높은 것은 자명하다. 기업은 자사 상품에 대한 고객의 인지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 또한 인접 및 신규 제품·서비스에 대한 오퍼링을 확대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②타깃 고객 자사의 고객, 경쟁사의 고객에서 더 나아가 현재까지 자사와 경쟁사의 제품·서비스를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새로운’ 고객까지 고려해야 한다. 즉 시장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신규 타깃 시장 및 고객의 니즈에 맞는 지속적인 차별화 요인을 발굴, 제공해야 한다.
 
③매출 모델 고객은 대체 무엇에 돈을 지불하는가? ‘제품’에 돈을 지불하는 단순한 매출 모델부터, ‘경험’ 또는 서비스의 ‘결과’에 돈을 지불하는 매출 모델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은 이러한 매출 모델 또는 가격 체계의 변화를 통해서도 경쟁의 법칙을 바꿀 수 있다.
 
④가치 사슬 연구개발(R&D)-구매-생산-마케팅·판매 등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치 사슬 역시 전략의 핵심 영역이다. 기존의 가치 사슬을 완전히 파괴하거나, 가치 사슬상의 전후방 사업을 통합 또는 분리하는 전략, 혹은 새로운 가치 사슬을 창조하는 전략 등을 세울 수 있다.
 
⑤비용 모델 기업은 제품·서비스 생산에 따르는 모든 업무를 기업 내부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일부 업무에 대해서는 아웃소싱할 수도 있다. 페이스북이나 싸이월드처럼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서비스의 생산 기능 자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도 있다. 소싱, 제조, 판매 등 운영 모델의 변화를 통해 기업의 비용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⑥조직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기존 조직 구조 및 프로세스의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조직 문화의 변화도 함께 수반돼야 한다.
  
[DBR TIP] 불황기, 전략 메뉴 상 차리는 법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전략의 수립을 경직되고 형식적인 상의하달(top-down) 방식의 계획 수립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자사의 전략 수립 프로세스를 파워포인트로 선보이는 ‘미인 대회’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수립된 미래 목표도 불확실성의 시대에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적 대비가 아니라 문서상의 ‘계획’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고도 생각한다.
 
이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불황기의 시장 및 경쟁 현실에 맞도록 기업의 전략 수립•개발 프로세스를 어떻게 바꿔 나가야 할지 3가지 차원에서 생각해봤다.  

①전략 프레임워크를 없애라
전략 프레임워크와 프로세스 자체가 오히려 생각을 구속할 수 있다. 매년 동일한 프레임워크와 프로세스에 기초해 회사의 전략을 세운다면 결국 매년 비슷한 전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경쟁 환경 분석, 내부 역량 이해 등의 전략 프레임워크는 전략 수립을 위한 출발선에 불과하며, 기업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치 사슬을 분해하라 가치 사슬을 따라 자사가 경쟁력을 갖춘 영역과 경쟁력이 부족한 영역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해야 한다. 기업 경쟁력에 대한 체계적 이해는 기업의 사업 모델까지 바꾸는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나이키가 경쟁 우위인 마케팅과 상품 디자인을 제외한 전 사업 영역을 아웃소싱한 일은 제조업의 통념을 뛰어넘는 사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스페인 의류업체 자라(ZARA)는 연구개발(R&D)-생산-물류-판매에 이르는 전 가치 사슬의 수직 통합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가치 사슬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영역을 이해하고 강화했다.
 
자산을 분해하라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핵심•비핵심, 무형•유형 등으로 분해하고, 이 중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이 무엇이며,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 기회가 무엇인지 고민한다. 글로벌 타이어 회사 미슐랭은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 비아미슐랭(ViaMichelin)을 2001년에 열었다. 이는 타이어 비즈니스를 수행하면서 쌓아온 무형자산인 여행 관련 정보를 사업 기회로 활용한 좋은 사례다.
 
②전략기획실의 역할을 바꿔라
전략 수립 과정의 산출물은 전략 자체만이 아니다. 전략기획실에 국한되지 않는 전사 차원의 ‘전략가’를 양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즉 기업은 전략기획실의 경계를 뛰어넘어 전 직원이 전략 수립 과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조직의 말단 직원이 전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의 적극적 참여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환경의 구현은 여전히 기업의 책임이다.
 
중재자가 돼라 전략 수립 과정이 점차 의견 교환 및 토론의 과정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주시할 때, 전략기획실의 역할도 결정권자에서 중재자(facilitator)로 바뀌어야 한다. 즉 전략을 지시하는 역할로부터, 전략적 의제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생산적 논의가 전사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로 변화돼야 한다.
 
다양한 논의의 장을 열라 전략에 대한 의견을 자유롭게 교환할 수 있는 다양한 ‘토론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 임원진 전략 회의부터 사업 단위별 전략 포럼, 태스크포스팀(TFT) 형태의 프로젝트 팀, ‘그린필드 인큐베이터(Greenfield Incubator)’ 팀에 이르기까지 지위를 막론하고 전 직원이 전략적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특히 실무진이 사업 기획에서부터 평가 및 실행까지 참여하도록 하는 ‘그린필드 인큐베이터’는 실무진의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한 사업 아이디어를 실행까지 이어지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 온라인 뱅킹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ING 다이렉트도 ING 그린필드 인큐베이터 팀을 통해 설계된 사업 모델이다.
 
③전략 시간의 경계를 없애라
근시안적 전략 수립의 문제점은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경쟁 환경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반면 시장의 기회를 미리 포착한 기업들은 시장의 리더가 된다. 장기만을 고려하는 전략 수립 역시 함정이 있다. 결승점이 어디인가에 대한 명확한 이해는 있으나, 결승점 자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과정상의 일련의 활동과 그에 따르는 필요 자원에 대한 세부 계획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전략은 시간의 경계를 뛰어넘어 장기-중기-단기 전반에 걸쳐 총체적으로 수립돼야 하며, 장기-중기-단기간의 전략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장기 전략: business visioning 미래 경쟁 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조직 내부 역량에 대한 종합적 진단에 근거해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는 과정이다. 비즈니스 비전을 갖춘 기업은 시장 변화에 대한 준비 및 대응력, 기업 투자와 전략의 유기적 연계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
 
중기 전략: business planning 비즈니스 비전 실행을 위한 구체적 계획 단계로서 주요 전략적 가정, 경영 원칙, 재무 목표 등을 포함한다.
 
단기 전략: annual planning 많은 기업들이 연간 예산 편성을 전략 수립으로 인식할 정도로 단기 전략에서는 재무적 목표만을 강조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단기 전략인 annual planning은 상위 개념인 business visioning 및 business planning과 하위 개념인 일상 비즈니스 활동을 연결해주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윤경은 팀장은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홍희정 컨설턴트는 연세대에서 행정학과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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