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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운전 자본 안에 숨어 있다

케빈 카이저 | 33호 (2009년 5월 Issue 2)
호황이 지속되는 동안 기업들은 운전 자본에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현금이 회사 곳곳에 흘러넘쳤다. 때문에 관리자들은 현금을 추가로 확보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특히 과거에는 현금 확보 노력이 이익률이나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신용위기가 찾아왔고, 자본은 고갈되고 있다. 고객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고, 납품업체들은 더 이상 대금 체납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시금 현금이 최고인 시대가 찾아왔다.
 
이제 기업들은 좀더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운전 자본을 관리해야 한다. 운전 자본 관리 관행이나 정책에 변화를 주면, 외상매출금 및 재고에 묶여 있는 많은 자본을 손쉽게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지금부터 기업들이 운전 자본을 관리할 때 흔히 저지르는 6가지 실수를 살펴본다. 이런 실수를 바로잡기만 해도, 요즘 같은 불황기에 회사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실수 1] 손익계산서 중심 관리
불황기에는 최우선적으로 지금까지 활용해왔던 모든 수익성 측정 지표들을 창문 밖으로 내다 버려야 한다.
 
자신이 구매 담당자로 일하고 있는데, 기업 이윤 창출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기준으로 자신의 실적이 평가된다고 가정해보자. 불황이 계속되면 납품업체 측에서 할인을 해줄 테니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사달라고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 만일 납품업체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재고는 많아지는 반면에 현금이 묶이게 된다. 하지만 재고 비용은 재무제표에 드러나지 않으므로 납품업체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심지어 할인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재고 비용이 더 크다는 사실을 깨닫더라도, 납품업체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납품업체의 할인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회사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손익계산서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지는 보상 금액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제조나 서비스 등 어느 업종에 속한 기업이건 관리자의 성과를 평가할 때, (손익계산서상의) 이익뿐만 아니라 대차대조표까지 고려하면 이 같은 덫에 빠질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 관리자들도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모든 비용과 이윤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비교하게 된다.
 
운전 자본의 모든 구성요소에 똑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이번에는 외상매출금 납부 조건을 30일에서 20일로 줄여야 할지 고심하는 기업을 생각해보자. 이 기업은 우선 고객에게 돈을 10일 더 빨리 달라고 요구했을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 평가해봤다. 그 결과 외상매출금 지불 기간을 단축하는 대신 고객에게 보상을 해주려면 가격을 1% 낮춰야 하며, 이로 인해 판매량을 기준으로 한 매출액이 2%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올해 세후 경상이익이 100만 달러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익도 있다. 이 기업이 매일 2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을 열흘 줄이는 방법으로 2000만 달러의 자본을 손에 쥘 수 있다. 10%의 자본 기회비용이 있다면(즉 10%의 수익률을 내는 대체 투자 대상이 있다면), 이 자본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연간 최대 200만 달러의 이윤을 포기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제 결정은 매우 쉽다. 향후에 생길 이윤 손실 규모가 2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되면 지불 기간을 줄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얻을 수 있는 수익보다 이윤 손실이 2000만 달러로 적다면 지불 기간을 줄여야 한다.
 
일본 시장에서 외상매출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았던 금속 제련업체가 바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이 업체의 관리자들은 영업 사원들에게 대금 지급일 일주일 전에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지불 기한을 상기시키라고 요구했다. 영업 사원들은 예상대로 당황스러워하며 “그런 식으로 영업하면 고객들이 경쟁업체 쪽으로 돌아서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신임 부사장은 저항하는 영업 사원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우리가 의도적으로 약속한 날짜보다 늦게 배송한다면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요?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일까요?” 영업 사원들은 “물론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대금 지불 날짜가 다가오고 있다고 알려주는 전화를 걸어 계속 대금을 늦게 지불하는 고객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되는 걸까요?”
 
신임 부사장의 뜻을 이해한 영업 사원들은 고객들이 제때 대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결과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이 185일에서 45일로 줄어들었고, 연간 1억1500만 달러의 자본이 회수돼 은행 계좌에 차곡차곡 쌓였다. 뿐만 아니라 연간 800만 달러의 자본 비용도 절약할 수 있었다. 매출이 줄기는 했지만, 매출 하락으로 줄어든 이윤은 3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외상매출금의 감소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대금 납부 기간 알림 서비스로 생긴 매출 감소 효과보다 훨씬 크다. 우리는 모든 기업에게 이런 종류의 거래를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수 2] 영업팀에게 보상을 제공할 때 성장률만 고려
관리자들은 대부분 비용을 통제하는 대가로 어느 정도 보상을 받지만(손익계산서상에 나타나는 항목에 대해서만 보상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일선 근로자들에게 똑같은 원칙이 적용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일선 근로자들 중에서도 특히 영업 사원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은 대부분 판매량 혹은 판매금액 기준 매출액에 따라 변한다. 이런 보상 방법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어차피 매출이 보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는 만큼, 영업 사원들이 얼마의 비용이 들든 그저 매출을 늘리는 데에만 전념하게 된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고객의 구매 결정을 이끌어낼 방법을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유리한 쪽으로 거래 조건을 양보할 가능성이 높다. 즉 고객이 오랜 기간 동안 대금 납부를 연기할 수 있도록 조건을 수정하고, 심지어 고객이 대금을 늦게 납부하더라도 재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영업 사원들은 제품이 품절돼 판매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완제품 재고를 확보해달라고 요구한다. 외상매출금 및 재고 비율이 높다는 것은 곧 많은 금액의 현금이 운전 자본으로 묶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현상은 안타까운 일이다. 적절한 동기를 부여하기만 하면 영업 사원들은 얼마든지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드시 보상 체계 자체를 통째로 바꿀 필요도 없다. 판매 계약을 성사시키는 게 매출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에서 언급한 금속 제련업체가 외상매출금과 관련해 좀더 공격적인 정책을 세울 당시 바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 이 업체의 새로운 정책으로 영업 사원과 고객들이 자주 접촉한 결과, 각 고객의 재정 상태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를 얻게 됐다. 외상매출금이 악성 매출채권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업체를 조기에 발견해, 이들 업체에 배송 즉시 대금을 납부하라는 조건을 내걸기도 했다. 이 금속 제련업체는 일찍부터 배송 즉시 대금을 결제하는 거래 조건을 채택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정 상태가 부실한 업체 중 하나가 채무를 불이행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고객에게 대금 납부 일자를 알려주는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결과, 이 업체의 외상매출금 중 미지급 매출채권 및 악성 매출채권이 12%에서 0.5% 이하로 줄어들었다. 또 연간 약 300만 달러에 이르는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전력 공급업체, 발전업체, 배전업체 등을 상대하는 세계적인 전자부품 제조업체의 사례를 보자. 이 업체는 매출 가운데 상당 부분을 개도국 시장, 특히 중국에서 벌어들인다. 중국에서 많은 매출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지나치게 긴 지급 기간을 요구했고, 그마저도 제대로 지급될지 의심스러웠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라는 요구를 받은 영업 담당 직원들은 원래 중국에서는 사업을 할 때 ‘탄력적인’ 지급 조건을 내걸어야 하며, 좀더 엄격한 정책을 내걸면 시장점유율에 상당한 타격이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탄력적인 조건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실망스러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자, 이 업체는 중국 시장에서 성과가 저조한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대책 본부를 구성했다. 조사 결과 잘못된 가격 포지셔닝이 가장 큰 문제이며, 대금 납부 기일을 연기해주는 관행이 일종의 리베이트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영업 담당 직원들이 서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회사 측이 제때에 송장을 정리하지 못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이와 같은 일련의 문제가 해결되자 이 업체의 대금 회수 기간은 업계 평균과 같아졌고, 제품의 가격 포지셔닝도 수정됐다. 이처럼 작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이 업체의 외상매출금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4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이 업체는 1000만 달러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또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으면서도 외상매출금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실수 3] 생산에서 품질만을 지나치게 강조
생산 부문의 운전 자본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 부문과 마찬가지로 인센티브 구조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완성품에서 발견되는 불량품 비율 등 품질을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받는다.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품질 보증 비용이 늘어나고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품질에 중점을 두는 정책도 이해할 만하다.
 
품질 관리가 이런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품질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생산 속도가 더뎌진다. 그 결과 ‘재공품 재고(work-in-process inventory)’에 많은 자금이 묶이게 된다. 유럽에 위치한 발전소 납품용 구동장치 생산업체 사례를 보자. 이 업체의 연간 수익은 약 10억 유로에 이르며, 생산 담당 관리자들은 매년 불량률을 얼마만큼 줄일 수 있을지 계약을 체결한 다음 그 목표를 달성하거나 초과하면 보너스를 받는다.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때에도 생산직 관리자들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이 업체는 우수한 품질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에 고가의 장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산 과정이 점차 복잡해짐에 따라 몇 해 만에 이 업체의 생산 주기는 경쟁업체보다 3배 정도 길어지고 말았다.
 
과연 고객들이 이 같은 노력을 높이 평가하느냐는 본 연구진의 질문에, 이 업체의 고위 관리자들은 재빨리 “자사 제품은 최고의 품질로 정평이 나 있다”고 답했다. 연구진은 이어 추가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할 수 있느냐고 업체 고위 관리자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고객들이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사 제품의 우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며, 그 결과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기를 꺼리는 일도 있다”고 인정했다. 이 업체의 중역들은 자사 제품의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에 더 높은 가격을 요구할 만한 가치가 있음을 고객들에게 강조하기보다는, 재공품 재고를 줄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굳은 의지로 생산 속도를 높이고 부가가치 생성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추가 기능을 줄이기 위해 거듭 노력한 덕에, 이 업체는 재공품 재고 보유 일수를 20일이나 줄일 수 있었다. 여전히 업계 평균에 비해 생산 주기는 긴 편이지만, 재고가 줄어든 덕에 2000만 유로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본 연구진이 살펴본 이탈리아의 한 식품 제조업체는 12개월 또는 24개월 동안 숙성시킨 제품이 제품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제품에는 가격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고, 이 업체의 전체 매출 중 약 25%를 차지했다. 하지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나머지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 이하의 수익률을 내고 있었다. 실망스러운 결과는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재공품 재고 수준을 너무 높였기 때문에 나타났다. 이 업체의 경영진은 프리미엄 제품들의 이윤 공헌도가 매우 높은 편이고, 이 제품들은 포트폴리오 구성상 반드시 필요하며, 브랜드 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나서야 경영진은 더 이상 우수한 품질을 위해 오랜 기간의 숙성을 고집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 아웃소싱 등 총체적인 생산 공정 재설계를 끝낸 덕분에 이 업체는 그동안 재고에 묶여 있었던 수천만 유로의 자금을 사용할 수 있었다. 품질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고객이 인지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품질 저하가 이윤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했다. 훨씬 적은 자본만으로 기존 이익 수준을 유지하게 되자 이 업체의 투자자본 수익률은 급격히 개선됐다.
 
이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은 고객들이 우수한 품질을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하더라도, 기업들은 실제 그 품질로 인해 얼마만큼의 대가가 주어지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업체는 품질을 조금 낮추는 대가로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덕에 명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오랫동안 재고에 묶여 있던 엄청난 현금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실수 4] 외상매출금과 외상매입금을 연결
많은 기업들이 공급업체들이 요구하는 거래 조건을 자사와 고객 간의 거래 조건과 연결하곤 한다. 즉 공급업체 측에서 거래 조건을 강화함에 따라 현금 수요가 늘어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사의 신용 정책을 강화하는 식이다.
 
이런 반응은 고객과의 관계가 납품업체와의 관계를 반영한다는 가정에서 나온 것이다. 소매업계를 살펴보면 이런 가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맥도널드와 같은 햄버거 체인이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불하기까지는 3045일 정도가 걸린다. 그렇다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식사 대금을 45일 후에 지불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외상매출금과 외상매입금은 서로 전혀 다른 별개의 관계로 생기는 만큼 각각의 조건 및 원칙에 따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고객에게 요구할 수 있는 조건, 혹은 납품업체의 요구를 바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요인으로는 상대적인 교섭력, 경쟁의 본질, 업계 구조, 전환 비용(switching cost) 등이 있다. 거의 대부분 기업에서 두 종류의 관계, 즉 납품업체와의 관계 및 고객과의 관계에 각기 다른 요인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한 업체가 고객과의 관계보다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교섭력이 약할 수도 있다. 또 이 업체의 고객들이 생각하는 전환 비용과 이 업체가 공급선을 교체하고자 할 때 생기는 전환 비용에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자동차 업계를 살펴보면 이런 차이가 중요한 까닭을 이해할 수 있다. 과잉 설비 및 자동차 구매자가 느끼는 낮은 전환 비용 때문에,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5년 동안 자동차 대금을 상환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면서 초기 납입금이나 이자를 요구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치사슬의 반대쪽 끝으로 가면 전환 비용이 훨씬 많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납품업체들에게 똑같은 조건을 요구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있다 해도 똑같은 조건을 요구한다면 결국 납품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할 테니 그다지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불황이 닥치면 기업들이 부족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심하는 만큼, 외상매출금과 외상매입금을 연결하는 사례가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한 공작기계 업체를 생각해보자. 이 업체는 경쟁이 치열한 B2B 업계에서 활동해오고 있지만 단골 고객층에게 독특한 가치를 제안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30일이라는 넉넉한 거래 조건이다. 이 업체는 규모가 큰 제철소 한 곳으로부터 많은 원재료를 납품받고 있었는데, 그 제철소가 갑자기 대금 회수 기일을 열흘 줄이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치자. 이럴 때 이 업체는 갑자기 생긴 2000만 달러라는 자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현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이 업체는 결국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고객에게 제공해왔던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 30일에서 열흘을 줄이자는 유혹에 굴복하고 만다. 이런 상황에서 납품업체인 제철소와는 달리 이 업체는 시장에서 고객들보다 교섭력이 약하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업체가 대금 납부 기간을 줄였기 때문에 경쟁업체 제품의 매력도가 그만큼 높아진다. 뿐만 아니라 영업 직원들의 예측대로 이 업체의 매출은 단기간 내에 1억 달러에서 8000만 달러로 20% 급감해 세후 이익이 600만 달러나 줄어들게 된다.
 
납품업체와 거래 조건이 달라져 많은 비용 부담이 생겼지만, 그것이 고객과의 거래 조건을 수정해야 할 타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물론 지금껏 제공해온 가치에 전혀 손상을 입히지 않고도 대금 회수 기간을 줄일 수 있다면, 이런 일이 터지기 전에 이미 거래 조건을 수정했어야 옳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고객과의 거래 조건을 강화한 탓에 외상매출금이 줄어 380만 달러를 손에 쥐더라도 세후 이익이 600만 달러나 줄게 된다. 거래 조건을 바꾼 첫해에 오히려 손실을 보는 셈이다. 계속 이윤이 줄어들고 자본 비용이 10%에 이른다고 가정하면, 6000만 달러에 이르는 가치 손실을 겪을 것이다.
 
최근 한 프랑스 소형 가전업체의 운전 자본 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업체는 모든 납품업체와 고객에게 동일한 거래 조건을 적용하고 있었다. 본 연구진은 이런 사실을 파악한 즉시, 이 가전업체의 고위 관리자들에게 가치사슬 양쪽 끝에 있는 모든 관계를 분석해볼 것을 제안했다. 관리자들은 분석을 통해 납품업체와 고객 사이에 커다란 교섭력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됐다. 또 개별 납품업체 및 개별 고객과의 관계에서도 교섭력에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해당 업계에서 세계 최대인 이 업체는 납품업체에 비해 막강한 교섭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은 월마트, 까르푸, 메트로 등 대형 소매업체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분석 내용을 바탕으로 이 업체는 각 납품업체 및 고객에게 새로운 거래 조건을 적용했다. 예를 들어 재정난을 겪고 있는 경쟁업체를 인수한 뒤 새로운 고객층과 협상해 고객들의 대금 지급일을 20일 이상 단축했다. 또 자사가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불하는 기간은 8일 정도 연장했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연간 4억5000만 유로의 수익을 올리는 업체로서는 상당히 큰 금액인 3500만 유로의 자본을 은행에 넣어둘 수 있었다.
 
[실수 5]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맞추는 데 주력
은행에서는 고객 기업의 신용도를 평가할 때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활용하곤 한다. 이 2가지 비율은 해당 기업이 은행의 요구에 부합하기 위해 끌어올 수 있는 현금, 혹은 현금 등가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유동비율은 유동자산(현금, 재고, 받아야 할 돈 등)을 유동부채(갚아야 할 돈, 세금, 미지급 배당금 등)로 나눈 것을 뜻한다. 당좌비율은 유동자산에서 재고를 뺀 금액을 유동부채로 나눈 것이다.
 
많은 은행 및 관리자들이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중요한 지표로 여지만, 이 두 지표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두 지표를 사용하면 기업들이 ‘사망 시나리오(death scenario)’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은행들은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채를 갚기에 충분한 유동자산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은행의 정책을 따르기 위해 더 노력할수록 유동성 위기를 겪거나 도산할 확률이 더 높아진다. 그 이유는 바로 외상매출금 및 재고 수준이 높고 외상매입금이 적을수록 유동비율을 나타내는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은행에서는 유동비율이 높아지면 곧 유동비율이 ‘개선’된다고 여긴다). 하지만 외상매출금 및 재고가 많아지고 외상매입금이 줄어들면 운전 자본 건전화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이번에는 당좌비율을 기초로 운전 자본 수준을 결정하기로 하고, 이 비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는 사례를 생각해보자. 이 방법을 사용하면 많은 양의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도 될 만큼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당좌비율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유동비율과 마찬가지로 외상매출금 수준이 높아지게 된다. 앞서 살펴봤듯이 외상매출금을 높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당좌비율을 기준으로 삼는 방법은 가치 파괴적이기는 하지만, 신용을 쉽게 확보할 수만 있다면 심각한 유동성 문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신용 경색이 심화되면 당좌비율을 중시하는 업체는 단기간에 현금 부족 현상을 겪게 된다. 구조화 금융 및 레버리지 금융 전문가들은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무시하는 대신, 단기 유동성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현금 흐름 창출 능력을 유심히 살핀다.
 
많은 기업 중역들이 은행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맞추기 위해 노력하다가 문제에 부딪히곤 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의 한 소비재 업체를 들 수 있다. 지난 2001년 이 업체의 최고경영자(CEO)는 자랑스럽게 “운전 자본이 100만 유로에서 400만 유로 이상으로 늘어났고, 유동비율은 110%에서 200%로, 당좌비율은 35%에서 100%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업체는 결국 6개월 후에 파산선고를 하고 말았다.
 
[실수 6] 경쟁업체 벤치마킹
관리자들은 흔히 바로 자사의 성과를 동종 업계 내의 경쟁업체들과 비교하기 위해 몇 가지 지표를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을 활용하면, 자사의 성적이 업계 표준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을 때 자만심에 빠지게 된다.
 
최고의 기업들은 업계의 규범을 뛰어넘는 과감한 혁신을 위해 다른 업계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1990년대 초반 델 컴퓨터의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마이클 델은 재고 보관 일수,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 등 운전 자본과 관련한 핵심 지표를 기준으로 할 때 자사가 이미 동종 업계에서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깨달았다. 그의 의뢰를 받은 컨설팅 회사에서는 델 컴퓨터가 다른 컴퓨터 업체들로부터 그다지 배울 점이 없다는 내용의 종합 보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마이클 델의 만족감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델 컴퓨터를 소매업체와 비교해보고 자사의 성과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음을 깨달은 후, 운전 자본과 관련한 관행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로 결심했다.
 
앞서 언급한 금속 제련업체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회사에 새로 부임한 부사장은 일본 지점에서 외상매출금을 받으면서 대금 납입 기간을 185일로 정하고 3, 4개월 치에 해당하는 완성품 재고를 쌓아두는 까닭이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떠났다. 영업팀 및 주요 고객들과 대화를 나눈 끝에 부사장은 일본 지점이 다만 업계 표준을 따랐을 뿐임을 깨달았고, 더 이상 그 문제에 대해 논하지 말라는 충고를 들었다.
 
하지만 고객들과 심도 깊은 토의를 진행한 결과, 그는 자사 제품의 우수한 품질 및 뛰어난 명성을 고려해볼 때 무턱대고 업계 표준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부사장은 고객들에게 한 달 치의 재고를 가지고도 얼마든지 정확한 배송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배송이 늦어질 때 많은 위약금을 물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약속한 날짜보다 일찍 대금을 지불하면 할인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결과,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이 185일에서 45일로 줄어들었다. 부사장은 일본 출장 기간 동안 또 다른 가치 창출 방안을 찾아냈다. 고객들이 회사 측에서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것만큼 가격에 민감하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해 각 제품의 가격을 352% 올린 것이다.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은 조기 납부 할인으로 인한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이 업체가 일반적인 업계 표준에만 의존해 운전 자본을 관리했다면 이런 개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델에서 컨설팅 회사에 의뢰했던 것과 같은 연구는 개선을 원하는 기업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기는 하다. 하지만 업계 표준에서 벗어나 더 나은 성과를 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힘든 시기에는 창의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신과 경쟁자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기 힘들다. 자사의 고객, 납품업체, 생산 공정 등에 관한 자세한 정보 및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적은 자원을 들여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는 기회를 찾아내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가치 중심 문화를 창조하라
지금까지 살펴본 모든 사례들은 중요한 사실을 하나 보여준다. 즉 관리자들이 특정한 성과 지표를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면 거의 항상 반대급부로 가치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때문에 특정 지표를 이용해 관리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관리자들이 다른 부문의 관리자, 납품업체, 고객들과 가치 창조에 관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훨씬 나은 방법이다. 물론 인센티브와 성과 평가지표가 나름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업 고위 경영진도 이런 방법들만 사용하면, 관리자들이 대차대조표에 피해를 입히면서 회사 측이 중시하는 성과 지표만 좋게 보이도록 노력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CEO들은 신입사원 시절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회사에 갓 입사했을 무렵을 되돌아보면, 관리자들이 종종 이런 얘기를 하곤 했음을 떠올릴 수 있다. “멍청한 짓인 건 알지만,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보너스가 줄어들거든. 시스템을 수정하는 건 내 책임이 아니지.”
 
하지만 건전한 기업을 원한다면 모든 직원들이 시스템을 고쳐 나가는 데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어떤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 궁금하다면 도요타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켄트 보웬 및 스티븐 스피어 하버드대 교수는 1999년에 발표한 논문 ‘도요타 생산 시스템이 갖고 있는 DNA의 비밀을 파헤치다(Decoding the DNA of the Toyo-ta Production System)’에서 도요타의 ‘저스트 인 타임(JIT)’ 생산 방식을 분석했다. 이들은 JIT가 단순히 몇 개의 도구와 관행을 접목한 생산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근로자들이 업무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실험하고 질문하고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이런 노력을 기울이는 근로자들에게 보상해주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성과 지표도 물론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근로자들이 아무런 의심 없이 무작정 성과 지표를 추종하지는 않는다. 그 결과 모든 직원들이 가치 창출에 책임이 있다고 느끼는 참여 문화가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자본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이다.
 
[HBR TIP] 운전 자본을 관리할 때 하지 말아야 할 6가지
 
1. 손익계산서를 중심으로 관리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비용 항목 상당수가 손익계산서에 표기되지 않기 때문에, 관리자들이 주식과 외상매출금에 운전 자본을 묶어두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사례: 한 금속 제련업체는 외상매출금 회수 기간을 185일에서 45일로 줄였다. 그 결과 매출은 줄었지만 자본 비용도 함께 줄어들어 연간 800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절약된 자본 비용은 줄어든 영업이익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2. 영업팀에게 보상을 제공할 때 성장률만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
영업 사원에게 보상을 제공할 때 예상 매출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회사 측의 대금 회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동기가 부여되지 않는다.
 
사례: 위에서 언급한 금속 제련업체는 영업 담당 직원들이 외상매출금 관리에 적극 참여하도록 했다. 그 결과 전체 외상매출금 중 무려 12%에 달하던 미지급 매출채권 혹은 악성 매출채권 비율이 0.5%로 급락했고, 연간 300만 달러에 달하는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었다.
 
3. 생산에서 품질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생산직 직원들에게 보상을 제공할 때 생산된 산출물의 품질만을 강조하면, 품질 개선을 위한 지나친 노력으로 생산 속도가 떨어진다.
 
사례: 유럽의 한 발전기 구동장치 생산업체는 경쟁업체보다 생산 주기가 약 3배 정도 긴 편이었다. 하지만 제반 비용을 고객에게 떠넘길 수 없었다. 이 업체는 품질 개선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 중 부가가치와 관련 없는 부분을 줄이는 방법으로 생산 주기 및 재고 기간을 20일 줄였고, 그 결과 2000만 유로의 자본을 손에 쥘 수 있었다.
 
4. 외상매출금을 외상매입금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납품업체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힘의 균형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힘의 균형과는 많이 다를 수도 있다.
 
사례: 프랑스의 한 소형 가전제품 제조업체는 납품업체와 고객에 각기 다른 거래 조건을 적용한 결과, 4억5000만 유로의 연간 수익을 올리고 3500만 달러의 자본을 활용할 수 있었다.
 
5.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맞추는 데 주력해서는 안 된다
은행에서 신용과 관련된 결정을 내릴 때 유동비율 및 당좌비율을 활용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이 수치들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례: 프랑스의 한 소비재 업체는 자사의 유동비율이 110%에서 200%로, 당좌비율이 35%에서 100%로 늘어났다고 자랑스레 떠벌렸다. 하지만 이 기업은 6개월 후 파산하고 말았다.
 
6. 경쟁업체를 모방해서는 안 된다
관리자들은 자사의 운전 자본 현황이 업계 표준과 비슷할 때 만족을 느낀다.
 
사례: 마이클 델은 델 컴퓨터의 운전 자본 관리를 경쟁 컴퓨터 업체가 아닌 소매업체의 운전 자본 관리와 비교했고, 그 결과 자사가 앞으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좀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케빈 카이저(kevin.kaiser@insead.edu)는 프랑스 퐁텐블로에 위치한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겸임교수다. S 데이비드 영(david.young@insead.edu)도 인시아드 교수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5월 호에 실린 케빈 카이저 프랑스 인사이드 경영대학원 교수 등의 글 ‘NEED CASH? Look Inside Your Compan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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