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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구글’ 어떻게 활용할까

안드레이 학주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미국 완구업체 토이저러스는 2000년 아마존과 10년 기한의 독점 계약을 맺었다. 즉 아마존에 토이저러스의 온라인 매장을 구축하고 이를 운영하는 조건으로 연간 5000만 달러와 매출액 일부를 지급하기로 했다. 자체 온라인 비즈니스 구축에 난항을 겪던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의 뛰어난 인터넷 주문 관련 기술이 필요했다.
 
당시 토이저러스 경영진은 이 방법이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해줄 것으로 믿었다. 아마존과 협력해 완구업계를 지배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 비즈니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단기간에 많은 수익을 확보할 방법을 마련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4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토이저러스는 이 계약으로 큰 손해를 입었다. 게다가 아마존은 자사의 성장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토이저러스 외에도 소규모 완구 및 게임 판매업체들을 입점시켰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에 2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년간의 소송에서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이 독점 계약을 위반하고 다른 업체들을 입점시키는 바람에 자사의 온라인 매출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아마존은 토이저러스가 고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채워주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위해서는 다른 업체들이 필요했다는 논리로 자사의 행위를 정당화하고자 했다. 소송의 결과는 어땠을까. 법원은 아마존이 계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하며 두 회사의 계약 해지를 허용했다. 하지만 토이저러스에 배상금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토이저러스의 실패는 특수 사례가 아니다. 많은 기업들이 아마존처럼 급속히 성장하는 멀티사이드 플랫폼(Multisided PlatformㆍMSP)과의 협업을 모색하다 실패했다. MSP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들을 연결시켜주는 상품, 서비스, 기술 등을 말한다. 신용카드회사와 이베이는 고객과 상거래업체들을 이어준다. 구글의 검색엔진은 광고주와 서비스 이용자들을 연결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이용자, 주문자부착생산(OEM) 업체라는 3가지 유형의 고객을 이어준다. 소니 블루레이의 고해상 DVD 기술 역시 콘텐츠 공급업체, DVD 플레이어 제조업체, 소비자를 연결한다.
 
한때 몇몇 문제점을 지니기도 했지만, 인터넷과 제반 기술의 힘 덕분에 MSP는 오늘날 모든 기업들에 중요한 존재로 떠올랐다. MSP라는 새로운 형태의 중개자들이 정보 검색을 쉽게 해주고 거래 비용을 줄여준 덕분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이 스스로 MSP의 역할을 하거나 다른 회사의 MSP에서 활동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들에 MSP는 ‘양날의 칼’이다. 물론 MSP는 기업의 효율성과 고객과의 접점을 높여준다. 기업은 구글에 광고를 올림으로써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유치할 수 있는 고객에게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MSP가 대규모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있거나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이것이 반드시 다른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즉 토이저러스는 아마존과 계약을 체결하기에 앞서 아마존의 이익이 자사의 이익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부터 인지했어야 했다.
 
아마존 플랫폼은 고객들에게 어떤 유형의 제품이건 무한대로 제공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반면 토이저러스의 성공은 수요가 높은 몇몇 인기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하는 것에 달려 있었다. 즉 두 업체의 성공 방식이 완전히 달랐지만, 토이저러스는 이 점을 간과했다. 최소한 토이저러스는 아마존이 다른 완구업체를 입점시킬 때 엄격한 제한 조건을 두는 식으로 아마존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냈어야 했다.
 
이처럼 멀티사이드 플랫폼을 다룰 명확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면 그 기업은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다음은 경영자들이 명확한 플랫폼 전략을 수립할 때 도움을 줄 고려 사항이다.
 
- 첫째, 기존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그 2가지 모두를 할 것인지부터 판단하라.
- 둘째, 제3의 MSP가 비즈니스에 도움을 준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하나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다수의 MSP와 협업할 것인지 결정하라.
- 셋째, 어떤 MSP와 협업할지 결정했다면 회사의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해당 MSP에서 어떤 기능이나 서비스를 채택, 추가, 거부해야 할지 판단하라.

 
MSP와 협업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MSP는 기업의 검색 및 거래 비용, 자체 MSP를 구축할 때 드는 비용과 위험도 줄여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반드시 플랫폼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업종들도 있다. PC나 게임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는 누구나 윈도, 매킨토시, 플레이스테이션과 같은 MSP에서 활동해야 한다.
 
하지만 MSP로 돌진하기 전에 반드시 따져야 할 위험이 있다. MSP를 소유 또는 관리하는 기업이 그 자신의 가치 창출을 위해 당신의 회사를 종속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즉 MSP의 힘을 당신 회사에 불리하게 행사할 수 있다. 종속화의 대표 사례는 MSP가 일단 성공 궤도에 올랐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가격 인상이다. MS는 윈도가 PC 시장을 장악한 후 2년에 1번씩 OEM 업체들의 라이선스 가격을 올렸다. 지난 20년간 MS는 이러한 가격 인상을 되풀이해왔다.
 
MSP 회사들은 때때로 MSP 활용 업체들을 자사 비즈니스에 통합시키기도 한다. 이 업체들이 성공을 거둘수록, MSP 소유 회사는 이를 자사의 이익으로 연결시켜야 한다는 욕망을 가진다. 게다가 MSP는 그럴 만한 힘도 갖고 있다. MSP 소유 기업이 MSP 활용 업체들과 최종 이용자 간의 인터페이스를 지배하며 거래 규칙도 통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형의 종속화는 MSP 활용 업체와 MSP 소유 업체의 경계가 크지 않은 IT업계에서 흔하다. MS가 오피스와 익스플로러 운영 체제에 여러 기능을 더함으로써 다른 업체들의 영역을 침범한 행위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베이는 결제 시스템 업계를 침범했고, 구글은 자사의 핵심 서비스에 점점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들을 끼워 팔고 있다. 페이스북은 보조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들이 이전에 공급했던 기능들을 직접 추가했다.
 
[HBR TIP] MSP와 어떤 식으로 힘의 균형을 이룰 것인가?
 
기업은 MSP와 자사 사이에서 어떤 힘의 균형이 생기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는 기업은 MSP와의 제휴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직장인을 위한 인맥 관리 사이트 링크드인은 구글의 오픈소셜과 제휴할 때 MSP의 장점만을 가져오는 전략을 취했다. 즉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한편, 효율성과 고객 접근성이라는 MSP의 혜택도 얻기 위해 오픈소셜과 손잡았다. 링크드인은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위해 오픈소셜의 일부 애플리케이션만을 자체 플랫폼 내에 허용했다. 플랫폼의 고유 기능은 링크드인 사용자들에게만 제공했다.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 개발 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EA)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 플랫폼 X박스 라이브를 견제하고, 얻을 수 있는 가치를 극대화하기를 원했다. 이를 위해 MS가 내건 복잡한 계약 조건을 따르지 않고, 대신 MS의 경쟁사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에 탑재한 기능들을 X박스 버전에는 배제시켰다. 이것이 X박스 라이브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파악한 MS는 결국 이용자 데이터, 마케팅, 매출액 관리에 대한 권한을 EA가 보유하도록 허용했다. 뿐만 아니라 EA에 경제적 보상까지 지불한 사실이 알려졌다.
 
MSP가 자신의 플랫폼상에서 활동하는 업체들을 종속시키는 세 번째 방법은 자사의 힘을 이용해 해당 업체와 고객 간의 관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최종 이용자에 대한 지배력을 점진적으로 빼앗아가거나, 해당 업체의 상품 카테고리에 다른 경쟁사들을 끌어들이는 방법이 대표적 사례다.
 
토이저러스 외에도 서점 보더스,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시티, 의류업체 갭 등은 2000, 2001년에 앞다투어 아마존 플랫폼에 참여했다. 하지만 몇 해 지나지 않아 아마존 사이트 내에 늘어가는 수많은 소규모 업체들 속에서 자사 제품을 차별화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거대 유통업체들은 모두 아마존을 떠나 자체 웹 플랫폼을 구축했다. 하지만 그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년간 소중한 시간을 허비했다.
 
MSP업체 중에는 자사의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결코 MSP의 힘을 이용하지 않겠다고 장담하는 업체들도 있다. 하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우리가 인터뷰한 온라인 유통업체 사장은 MSP에 관해 매우 현명한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저는 MSP가 우리 회사를 이용하려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구글과 페이팔은 ‘트로이 목마’나 다름없는 자신들의 전자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길 바라니까요.”
 
MSP의 종속 위협에 처해 있다면 자체적으로, 또는 다른 업체들과 공동으로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법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그럴 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험하는 방법이 궁금한가. 그렇다면 MSP의 행동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지부터 파악하라. 우리는 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을 ‘전략적 주체’라고 부른다.
 
전략적 주체들은 2가지 대안을 보유하고 있다. 첫째, 자체적으로 혹은 다른 업체들과 공동으로 플랫폼을 구축한다. 둘째, 어떤 MSP도 가치를 독식하지 못하도록 공개 MSP를 만든다. 구글의 무선전화 운영 체제인 안드로이드(Android)나 인맥 관리 개발용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인 오픈소셜(OpenSocial)이 공개 MSP의 대표적 예다. 안드로이드는 심비안(Symbian), MS, 애플 등이 무선전화 운영 체제를 지배하는 것을, 오픈소셜은 페이스북과 마이스페이스가 인맥 관리 분야를 독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은 기존 MSP와 협업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흔히 2가지 실수를 저지른다. 첫째, 그들은 MSP 회사의 목적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다. 때문에 MSP의 힘이 점점 커져 플랫폼에 있는 업체로부터 가치를 빼낼 기회가 생기면 주저 없이 가치를 빼간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 아마존이 판매업체들에 주문 이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은 전체 매출의 5%에 불과하다. 반면 아마존은 판매업체 수익의 30%를 가져간다.
 
물론 아마존 플랫폼의 혜택과 위험을 잘 파악해 이에 지혜롭게 대처한 유통업체도 있다. 타깃은 아마존 웹사이트에 매장을 개설하는 대신 아마존의 주문 이행 기술을 도입해 100% 타깃 제품만 있는 브랜드 웹사이트를 구축했다.
 
자체 플랫폼 구축 여부를 판단할 때 흔히 저지르는 두 번째 실수는 플랫폼 구축에 대해 다른 업체들의 지지를 쉽게 받아낼 수 있다고 자만하는 것이다. 노키아가 이런 실수를 범했다.
 
1996년 스마트폰을 출시한 노키아는 무선 서비스 개발과 애플리케이션 고급화를 주도할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 당시 휴대전화 시장을 주도하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팜(Palm)과 MS의 윈도 모바일이었다. 노키아는 팜과 MS에 의존하지 않고 3개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을 설득해 새로운 운영 체제 개발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축했다. 이것이 바로 심비안이다. 노키아는 최대 주주로서 심비안 지분의 40%를 보유했다.
 
심비안은 주주들과 그 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에 운영 체제를 라이선싱했다. 그 결과 설립 후 얼마 되지 않아 6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스마트폰 운영 체제의 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모색하던 라이선스 업체들은 이후 호환이 불가능한 고유 운영 체제를 개발했다.
 
이러한 운영 체제의 분화 때문에 심비안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이 널리 이용하는 지배적 플랫폼이 될 수 없었다. 등장 후 7년간 심비안이 구축한 애플리케이션은 5000건에 불과했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 운영 체제(iPhone OS)가 구축한 애플리케이션은 불과 1년 만에 1만 건이 넘었다.
 
뿐만 아니라 노키아가 심비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다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의 불안감을 조성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다른 휴대전화 업체들은 심비안 이외에도 다양한 버전의 리눅스 및 윈도 모바일을 지원함으로써 위험을 분산시켰고, 이는 기존 경쟁업체들에 심비안을 따라잡을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줬다. 특히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신진 세력이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노키아는 심비안 체제를 살리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협력 업체들을 인수했다. 결국 2008년 6월 노키아는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배포하는 오픈 소스 컨소시엄으로 심비안의 운영 체제를 전환했다. 이 사건을 통해 노키아는 특허 플랫폼으로 경쟁 플랫폼들을 저지하고 플랫폼에서 나온 가치를 차지하려는 시도가 잘못이었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시장을 장악할 기회를 2번이나 얻는 기업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HBR TIP] MSP와 협업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
 
플랫폼상의 활동을 결정할 때 해야 할 질문
- 현재 우리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사업 중 멀티사이드 플랫폼(MSP)을 이용해 개선할 수 있는 부문이 어디인가?
- 현재 MSP에 의존하고 있는 부문 중 우리 회사가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할 부문은 어디인가?
- 기존의 MSP가 비용을 절감하고 더 많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가?
- MSP가 자사의 가치 창출을 위해 힘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는가?
- 시간이 지남에 따라 MSP가 가격을 올릴 가능성은 없는가?
- MSP가 고객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고, 우리의 차별성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는가?
- 자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하는가?
- 우리 스스로 혹은 다른 업체들과 연합해 모색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 독자 플랫폼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는 스스로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인가? 다른 MSP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가?
- 독자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다른 업체들이 동참할 것인가? 기존 MSP를 통하지 않고도 상당한 규모의 새로운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가?
 
어떤 MSP와 협업해야 하는가?
하나 혹은 다수의 MSP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MSP에서 활동할지를 정해야 한다. 즉 하나의 MSP와 독점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 다수의 MSP와 협업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MSP들이 독점권을 요구하지 않을 때는 바람직한 가치를 제공하는 모든 MSP와 협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구글과 야후는 독점 계약을 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2개 사이트 모두에 광고를 집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반면 MSP가 독점권을 요구한다면 이는 새로운 기회를 뜻한다. 만약 당신의 회사를 원하고 필요로 하는 MSP가 있다면, 그 MSP는 당신 회사와의 독점적 관계를 위해 돈이나 기타 여러 형태의 보상을 제안할 것이다. 이에 관한 최근 사례가 HD-DVD(도시바)와 블루레이(소니) 진영의 전쟁이다. 고해상 DVD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두 회사는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를 포섭하려는 혈투를 벌였다. 소니와 도시바 모두 파라마운트, 디즈니, 드림웍스 및 그 밖의 스튜디오들과 독점 계약을 이끌어내고자 거액의 돈을 지급해야 했다.
 
인기 콘텐츠 개발 업체들도 이 방식으로 거액의 돈을 모았다.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둘러싸고 라디오 및 TV 방송국들이 치열한 입찰 경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미국 위성 라디오 업체인 시리우스는 유명 라디오 진행자인 하워드 스턴과 5년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무려 5억 달러를 지급했다. 경쟁사 XM이 그를 뺏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략적 주체가 될 수 있는 기업에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은 다음과 같다. 당신과의 독점적 관계 때문에 특정 플랫폼에 대한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승자가 전부를 차지하기를 원하는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2개 이상의 MSP를 동시에 지원하는 것이 좋다.
 
삼성전자와 모토로라는 무선전화 분야에서 2개 이상의 MSP를 동시에 지원했다. 그들은 재치 있게 심비안, 윈도 모바일, 리눅스, 팜 등 다수의 운영 체제를 지원했다. 이 전략은 어떤 플랫폼이 승자가 될 것인지 알 수 없고,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위력적인 플랫폼도 없는 상황에서 매우 효과적이었다. 물론 이런 식의 위험 분산 전략을 구사하려면 각각의 MSP와 협업할 때마다 서로 다른 엔지니어링, 마케팅, 지원이 필요하다.
 
반면 어떤 MSP를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아 값비싼 대가를 치른 기업도 있다. 타임워너는 고해상 DVD 표준 전쟁에서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다. 2년 이상 HD DVD와 블루레이 모두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당초 타임워너는 HD DVD가 승리하기를 바랐다. 타임워너의 HD DVD 시장점유율은 50%로, 20%에 불과한 블루레이 시장점유율보다 훨씬 높았다. DVD 플레이어 가격도 블루레이보다 HD DVD가 더 쌌다. 이는 HD DVD 표준이 승리할 때 관련 기기 및 콘텐츠 시장이 블루레이 시장보다 빨리 성장할 수 있음을 뜻했다. 뿐만 아니라 타임워너는 주요 경쟁사인 소니가 이끄는 플랫폼에 무게를 실어줘야 한다는 사실이 영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타임워너는 전체 시장이 팽팽히 양분된 상황에서 독점적으로 HD DVD만을 지원하는 일이 위험한 도박이라고 평가했다. 소니는 1980년대 세계 비디오 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마쓰시타의 VHS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가 패했고, 이 때문에 블루레이에 사활을 걸었다. 소니가 이번에는 끝까지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예상이 업계에도 팽배했다. 타임워너 역시 이 점 때문에 HD DVD에 올인하지 못했다.
 
하지만 소니를 돕기 싫다는 타임워너의 불안감이 고해상 DVD 시장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를 앞지르지는 못했다. 고객들은 HD와 블루레이 중 어떤 표준이 우세할지 몰라 고해상 플레이어를 구입을 망설였다. 이 와중에 디지털 다운로드까지 빠른 속도로 DVD 시장을 잠식해왔다. 결국 타임워너는 디지털 다운로드 시장은 불가항력적 요인이지만, 표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나의 표준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고해상 DVD 시장의 성장을 촉진해야 한다는 논리다.
 
타임워너는 자사의 블루레이 시장점유율이 20%에 불과하다는 것은 50%의 점유율을 기록한 HD 시장에서보다 더 많은 성장 기회를 가진 셈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2008년 초 타임워너는 HD DVD 진영을 포기하기로 결정했고, 양 진영의 전쟁은 즉각 끝났다.
 
그러나 타임워너는 우유부단한 태도로 상당한 장기 이익을 포기해야 했다. 소니와 도시바 중 어느 한쪽과 좀더 일찍 독점 관계를 수립했다면 어땠을까? 어느 진영이 최후의 승자일지 잘못 예상하는 위험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수익을 거뒀을 것이다. 표준 채택을 둘러싼 전쟁이 길어질수록 새로운 기술이 기존 기술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커진다. 타임워너는 우유부단한 태도가 가져올 위험성을 좀더 일찍 알아챘어야 했다.
 
[HBR TIP] 어떤 MSP와 협업해야 하는가?
 
어떤 MSP를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해야 할 질문
- MSP가 독점 관계를 요구하는가? 아니면 다수의 MSP와 협업할 수 있는가?
- 다수의 MSP와 협업해 얻을 수 있는 고객 접근성 증가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다수 MSP 지원으로 필요한 추가 비용과 비교할 때 어떤 게 더 이득이 큰가?
- 독점 관계를 맺으면 MSP로부터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가? 이 추가 보상이 다수의 MSP와 협업하지 않음으로써 포기해야 할 고객 접근성 향상보다 더 나은가?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어떤 플랫폼에서 활동할 것이냐를 결정한 기업은 다음의 두 질문을 명심해야 한다. 첫째, 같은 플랫폼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경쟁 회사와 우리 회사를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둘째, MSP에 종속될 위험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MSP의 행위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기업, 즉 비전략적 주체들이 해야 할 고민은 사실 간단하다. MSP가 제공하는 선택 사항 중 무엇을 고를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전부다. 즉 어떤 기업이 구글에 온라인 광고를 게재한다면, 그 회사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어떤 키워드를 택하고 광고비로 얼마를 쓸 것인가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때로는 비전략적 주체도 경쟁사로부터 자사를 차별화할 수 있는 계약 조건을 고를 수 있다. 미국 인맥 관리 사이트 링크드인은 구글의 오픈소셜 플랫폼을 운용하기로 했을 때 이 문제를 염두에 뒀다.
 
2007년 구글은 모든 인맥 관리 웹사이트에 적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인 오픈소셜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때 링크드인은 구글과 협업할지, 만약 협업한다면 어떻게 협업할지를 결정해야 했다. 사실 플랫폼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일은 비교적 쉬웠다. 링크드인은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을 잇는 미국 3위 인맥 관리 사이트다. 이용자 도달율을 넓히고 비용을 낮춰야만 마이스페이스와 페이스북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기에 플랫폼 채택은 불가피했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플랫폼을 운용하느냐는 문제였다.
 
구글이 오픈소셜을 내놓은 이유는 분명했다. 주요 인맥 관리 사이트들을 상품화하고, 인맥 관리 시장 전체 경쟁을 과열시켜 구글의 광고를 쉽게 판매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에서 원래부터 ‘관문’ 역할을 해왔던 인맥 관리 사이트들이 더 많은 네티즌에게 알려지면, 구글은 광고를 판매할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구글과의 제휴로 생길 수 있는 위험을 간파한 링크드인은 플랫폼의 이점은 취하면서 그로 인한 위험은 줄일 수 있는 전략을 고안했다. 링크드인은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보조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들까지 이 플랫폼으로 끌어들였다. 또 오픈소셜 플랫폼 이용자들을 위해 개발된 모든 애플리케이션을 링크드인에 적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반면 자사의 특허 달력 애플리케이션에는 오픈소셜 기능을 추가했다. 이로 인해 링크드인 회원들은 링크드인뿐만 아니라 다른 인맥 관리 사이트의 회원이 어떤 행사에 참여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링크드인은 MSP의 장점만을 자사 상품과 적절히 혼합시켜 MSP가 가져올 위험을 지혜롭게 피했다.
 
전략적 주체들은 비전략적 주체보다 더 많은 대안을 갖고 있다. 전략적 주체는 MSP가 제공하는 선택 사양 중 원하는 것만 선택할 수 있고, 자신이 원하는 맞춤 계약도 체결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세계 최대 비디오 게임 개발 업체인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MS의 게임기 X박스를 굴복시킨 사례다.
 
MS는 게임업체들이 온라인 게임 MSP ‘X박스 라이브’에 탑재할 온라인 게임을 개발할 때 자사의 특허 툴을 반드시 사용하라고 요구해왔다. 또한 고객 서비스, 매출액 관리, 행정 처리 권한도 자사에 맡기라고 게임 회사들을 압박했다. EA는 이러한 조건 때문에 MS가 고객 관리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게임 개발 업체 간의 경쟁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계약 초기에 이런 요구를 들어주면 좋지 않은 선례가 되어, MS가 앞으로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했다.
 
결국 EA는 MS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기로 결정했다. 원래부터 EA는 MS가 유저들의 X박스 라이브 사용료를 게임 퍼블리싱 업체들과 나누지 않는 점을 부당하다고 여겨왔다. 그리고 MS에 압력을 가하려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에 탑재한 기능을 X박스용 게임에는 넣지 않았다.
 
이 사실이 X박스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함을 안 MS는 백기를 들었다. MS는 EA가 이용자 데이터, 마케팅, 매출액 관리에 대한 권한을 가지는 것을 허용했다. 게다가 EA에 경제적 보상까지 얹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HBR TIP] 어떻게 활동할 것인가?
 
MPS에서 어떻게 활동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해야 할 질문
- MSP의 어떤 서비스나 기능이 우리 회사의 차별화를 부각시켜주는가?
- MSP의 계약 조건은 우리의 경쟁 우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계약 조건에 MSP가 우리를 종속화할 가능성이 있는가?
- 반드시 MSP가 제공하는 선택 사양 중에서만 선택해야 하는가? 종속 위험을 낮추기 위해 MSP에 맞춤 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가?
 
기업들이 MSP에서 어떻게 활동할지를 결정할 때 저지르는 최대의 실수는 무엇일까. MSP가 선호하는 계약 조건이 자사의 현재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히 분석하지도 않고 조건을 수락하는 것이다. 많은 음악 스튜디오들은 애플의 아이튠스와 관계를 설정할 때 이러한 실수를 저질렀다. 냅스터 등 파일 공유 서비스 업체들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 음악 스튜디오들은 2001년 황급히 아이튠스 플랫폼과 협업을 시작했다. 그 결과 아이튠스는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쉽게 지배적 플랫폼 위치에 올랐다. 음악 스튜디오들이 너무 성급하게 아이튠스와 협업을 시도하는 바람에, 그들은 아이튠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애플은 높은 수익성을 안겨주는 아이팟의 판매 수익을 고스란히 가져감으로써 디지털 음악 사업이 창출하는 가치의 대부분을 독식했다. 음악 스튜디오들은 아이튠스와의 협업이 장기적으로 어떤 상황을 야기할지 신중히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이 처음부터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MSP와 어떤 관계를 맺느냐는 곧 모든 기업의 화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MSP는 기업의 정보 검색 및 거래 비용을 줄여주고, 기업이 스스로 확보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폭넓은 시장 접근성을 제공한다. 지난 10년간 MS, 구글, 애플처럼 강력한 MSP 소유 회사들은 MSP에서 만들어지는 거의 모든 가치를 차지했다. 이는 그들과 협업한 기업들이 MSP 소유 회사의 진짜 속내와 운영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플랫폼과 협업하기로 결정했다면 그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라. MSP는 움직이는 과녁과 같다. 협업을 결정했더라도 정기적으로 당신의 전략을 세밀하게 점검하라. 내일의 구글은 오늘의 구글과는 전혀 다른 플랫폼이다. 때로는 MSP 소유 기업과 활용 업체가 바뀔 수도 있다.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 대부분의 휴대전화 업체들은 무선 네트워크 플랫폼상의 활동 주체였을 뿐이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애플을 필두로 수많은 휴대전화 업체들이 스스로 차세대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는 현재 당신이 MSP의 활동 주체라 해도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MSP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할 수 있다면 당신도 게임의 법칙을 지배할 수 있다. 역전의 기회를 노려라.
 
[HBR TIP] 순수 플랫폼·순수 시장 중개자·MSP 비교
 
순수 플랫폼
플랫폼은 서로 다른 당사자들이 상호 보완적 상품, 서비스, 기술을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상품, 서비스, 기술을 일컫는다. 순수 플랫폼은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업체의 고객들과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는다.
사례: SAP의 ERP 소프트웨어, 이링크의 전자 잉크 기술(아마존의 전자책 킨들이 사용한 기술), 퀄컴의 모바일 장치용 CDMA 기술
 
순수 시장 중개자
시장 중개자는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집단에 속한 활동 주체들의 검색 및 거래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이윤을 올리는 기업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장 중개자는 그들이 유통을 돕는 상품과 서비스에 대해 완전한 소유권과 지배력을 행사한다.
사례: 월마트, 세븐일레븐, 홀푸드와 같은 유통업체
 
멀티사이드 플랫폼(MSP)
멀티사이드 플랫폼은 플랫폼인 동시에 중개자다. MSP는 MSP상의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갖지는 않지만, 해당 업체와 그 고객들의 중간에 있기 때문에 간접적인 네트워크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례:닌텐도 위(Wii), 아마존, 중매 사이트 매치닷컴
 
안드레이 학주(ahagiu@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부 부교수다. 데이비드 요피(dyoffie@hbs.edu)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부 교수이자 경영자 교육 담당 부원장이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4월 호에 실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안드레이 학주 교수와 데이비드 요피 교수의 글 ‘What’s Your Google Strateg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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