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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업체 ‘불황기 생존법’ 5계명

켄 파바로(Ken Favaro) | 32호 (2009년 5월 Issue 1)
지난 15년간 소매업계는 호황을 누렸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언제 어디서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대출, 그리고 저금리로 인해 소비 지출은 전례 없이 늘어만 갔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소매업체들은 공격적으로 새 매장을 열고,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선보였다. 또 온라인에서 존재를 부각시키며 세계적으로 시장을 키워 나갔다. 명목성장률을 따져볼 때 1996
2006년 미국 경제는 연간 5%씩 성장했지만, 소매업계는 미국 경제 성장률의 2배가 넘는 무려 12%의 성장률을 자랑했다. 수익이 급격히 늘어나고, 이윤은 점차 증가하고, 주가도 고공 행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이제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다.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및 불황이 시작되기도 전에 소매업체들은 난관에 부딪혔다. 많은 소매 체인들의 점포당 매출 하락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있다. 매장 문을 닫는 속도는 빨라진 반면 신규 매장을 여는 속도는 더뎌졌고,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호황기를 상징하는 소매업체라 할 수 있는 스타벅스를 보자. 지난가을, 스타벅스는 설립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동일 점포의 매출 및 방문객 수가 줄어드는 쓰디쓴 경험을 했다. 그 후 스타벅스는 600개 점포의 문을 닫았고, 신규 매장 수를 줄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스타벅스의 주가는 2007년 가을부터 2008년 여름까지 무려 60% 정도 폭락했다. 지난해 가을에 경제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서 스타벅스의 매출은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심각한 불황의 늪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라 해도, 위기는 더 많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 생산성을 높이며,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본 연구진은 50개가 넘는 미국 대형 소매업체에 대한 연구와 지난 20여 년간의 컨설팅 및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소매업체 경영진이 불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불황이 지나간 후 불황 이전보다 한층 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분석했다. 이 보고서에서 필자들이 제안하는 충고를 따르면, 스타벅스 같은 기업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성장과 생산성의 기회가 눈앞에 펼쳐져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통째로 바꿀 필요는 없다. 그저 운영 원칙만 조금 손보면 된다.

[원칙 1] 헤드룸을 찾아라
경기가 나빠지면 관리자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전략을 내놓기 위해 허둥거린다. 예를 들어 매장 운영 시간을 늘리고(혹은 줄이기도 한다), 새로운 직원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가 하면, 매장 공간을 재배치하고, 단골 고객을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대한다. 또 특정한 날에 물건을 사면 포인트를 3배로 적립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거나, 많은 금액의 물건을 사는 고객을 위해 특별 할인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매장 운영 방식, 재고, 혹은 마케팅 부서를 재정비한다. 심지어 주차장을 손보는 곳도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시장점유율 확보는 차치하더라도,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을 동시에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기회 영역을 찾지 못한다면 지나치게 많은 전략을 도입해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 특히 자원 공급에 갑작스레 제약이 생기고, 투입한 자원 대비 수익을 극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이런 전략은 바람직하지 않다. 심지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 같은 덫을 피하려면 진정한 ‘헤드룸(head-room)’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이해한 다음, 이를 바탕으로 고객들로부터 목표한 반응을 이끌어내야 한다. 여기서 헤드룸이란 ‘현재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에서 앞으로도 손에 넣을 수 없는 시장점유율을 뺀 것’을 뜻한다. 경쟁업체에 매우 충성스러운 고객들이 바로 자사가 현재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갖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시장점유율을 대표한다. 반면 자사에 충성심을 보이는 고객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시장점유율을 대표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가장 충실한 고객을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 부류에 해당하는 고객들이 불황 탓에 갑자기 지출을 25% 정도 줄인다면, 그 고객들이 그동안 애용해온 기업의 매출과 이윤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자사와 경쟁사 그 어느 쪽에도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고객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헤드룸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진은 이런 부류의 고객을 ‘스위처(switchers)’라고 부른다. 지금은 스위처 고객들의 전체 지출 가운데 자사와 관련된 지출이 20%에 불과할 수도 있다. 이 수치를 30%로 늘린다면, 스위처 고객의 전체 소비가 25% 정도 줄어든다 하더라도 추가로 순수익이 생긴다.
 
스타벅스를 생각해보자. 스타벅스 사업 초기에는 고객의 상당수가 아주 단순한 하나의 이유로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열광했다. 바로 스타벅스 외에는 뛰어난 품질의 커피, 개인의 취향을 배려한 서비스, 안락한 매장 분위기 등 고객들이 원하는 경험을 제공해주는 곳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곧 미리 만들어뒀다가 주문을 받고 음식을 건네주는 서비스, 차를 탄 채 주문만 하면 커피를 주는 서비스를 하기 시작했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매장 분위기를 통일했다. 이런 전략으로 인해 스타벅스는 여느 패스트푸드 체인점과 큰 차이가 없어졌다. 어쩌면 스타벅스 경영진이 애초에 의도했던 것보다 한층 더 패스트푸드 매장과 비슷한 분위기가 됐을 수도 있다. 스타벅스 매장에서만 누릴 수 있는 차별화된 경험이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던킨도너츠나 맥도널드 같은 막강한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성능이 뛰어난 신형 커피 기기를 매장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 업체들은 한층 강력한 스타벅스의 경쟁업체로 거듭났다. 최근 본 연구진이 실시한 소비자 연구 결과를 보면, 이러한 변화로 인해 스타벅스에서 지출하는 금액이 전체 커피 지출의 40%에 불과한 이들이 스타벅스 고객 중 무려 절반에 이른다. 나머지 60%의 지출은 스타벅스의 경쟁업체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스타벅스나 스타벅스의 경쟁업체 모두에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다. 단골 고객들은 여전히 스타벅스의 최고 고객들이며 스타벅스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들에게서 스타벅스의 헤드룸을 찾을 수는 없다.(‘스타벅스의 진정한 기회’ 참조)

헤드룸을 측정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스위처 고객을 카테고리별, 지역 시장별, 고객들이 쇼핑하는 장소나 방법, 심지어 경쟁자에 따라 나눈다. 전자제품을 파는 소매 체인은 고객과 기술 간의 관계를 연구해 얼리어답터, 주류 소비 계층, 레이트어답터 등 고객의 특성별로 스위처 고객을 파악해 헤드룸을 찾아냈다. 카메라를 판매하는 소매 체인은 제품의 복잡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의 양 등에 따라 고객을 세분화해 헤드룸을 찾아냈다.
 
어떤 분석 기법이나 측정 방법을 사용하든, 소매업체가 추가적인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의 3분의 2 이상은 해당 업체의 전체 사업 중 3분의 1에 집중돼 있고, 그와 동시에 상당수 전략이 헤드룸의 크기가 가장 작은 사업 중 일부와 관련이 있음을 알아냈다. 그게 바로 이런 프로그램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즉 진짜배기 기회를 목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실패하게 되고, 관리자들은 더 많은 프로젝트를 선보이게 된다.
 
헤드룸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이 같은 악순환을 피할 수 있다. 헤드룸을 잘 찾아내면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적어도 전략이 계획대로 진행되게 하는 방법은 한결 분명히 찾아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결국 성공적인 프로젝트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집중되며,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노력은 할 필요가 없어진다.
 
본 연구진이 함께 작업했던 소매업체에도 이 교훈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합리적인 가격을 선보였고, 유행을 따르는 젊은 여성들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라고 인식돼왔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 탓에 매출에 타격이 왔고, 결국 성과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았다. 경영진과 이사진은 이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기존 매장의 형태를 바꿔야 할까? 브랜드에 투자해야 할까? 좀더 빠른 속도로 신규 매장을 열어야 할까? 새로운 형식을 선보여야 할까? 혹은 다른 무언가를 시도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심하던 관리자들은 누가 스위처 고객인지, 스위처 고객은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 무엇을 사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각 상품 카테고리 및 지역 시장별로 고객을 분석하기 시작했다(회사 측에서 정한 위원단이 주로 인터넷을 통해 대규모 표본을 이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자사의 단골 고객들은 대부분 ‘재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쇼핑객’이지만, 매출을 끌어올리려면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차림을 원하는 고객’을 공략해야 함을 알아냈다. 후자의 고객들은 이 업체의 매장을 방문하기는 하지만,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한 탓에 경쟁업체들에서만큼 많은 돈을 쓰지는 않았다. 관리자들은 이들이 자사 매장에서 좀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들면 기존 매장의 매출 및 이윤이 3배 정도 올라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에 따라 제품 구색, 매장 환경, 공간 배치 등 전체 구성 요소 중 특정 부분에 변화를 주어 ‘평상시에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차림을 원하는 고객’들로부터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됐다. 그 결과 경쟁업체의 점포 매출이 두 자릿수 하락세를 면치 못할 때, 이 회사는 기존의 점포 매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는 시장 환경의 영향권에 접어드는 속도를 늦출 수 있었다.
 
[원칙 2] 고객의 욕구와 제공되는 서비스 및 상품 간의 차이를 줄여라
본 연구진의 경험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매업체에는 현재 지출 규모보다 더 많은 금액을 쓸 수 있는 고객이 상당히 많다. 바로 이런 고객들이 실제로 더 많은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게 문제다. 사실 고객이 더 많은 돈을 쓰게 만드는 일은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울 수도 있다. 전자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안겨주기만 하면 된다. 반면 후자의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게 자사에서 현재 제공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needs)과 자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offer) 사이의 차이(gap)를 좁히고 싶다면, 호황기에나 맞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약간 더하거나 빼는’ 점진적인 최적화 방식을 버려야 한다.
 
이 같은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간의 차이’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제품 구성뿐만 아니라 서비스 수준, 매장 환경, 브랜드 포지셔닝 등에서도 이런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스타벅스의 사례를 보자. 새로운 경쟁업체의 등장과 함께 스타벅스 매장 수가 급증하다 보니, 고객들이 스타벅스에 기대하는 경험과 실제 고객들의 경험 간에 엄청난 차이가 생기게 됐다. 일부 고객들은 커피 한 잔 사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불평한다. 교외에 거주하는 고객들은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스타벅스의 커피를 생각해보면, 일반 커피숍이나 각 지역의 커피 체인, 맥도널드, 던킨도너츠 등의 커피 값보다 스타벅스의 커피 값이 더 비싼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고객 중 상당수는 프레타망제 등의 커피숍처럼 셀프서비스를 원하고, 커피 애호가들은 이탈리아 최고 커피숍에서 에스프레소나 카푸치노를 즐기는 것 같은 경험을 원한다. 그저 스타벅스가 원래 갖고 있던 색깔, 즉 회사와 집 중간에 자리한 ‘제3의 장소’로서의 역할을 되찾기를 바라는 고객들도 상당수다. 이처럼 고객의 욕구와 실제로 제공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살펴보면 스타벅스 고객 중 절반이 경쟁업체에서 커피를 더 많이 사 마시는 까닭을 이해하고, 어떤 방향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지 파악할 수 있다.
 
불황을 무사히 넘기려면 소매업체들은 가능한 많은 헤드룸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고객의 욕구와 자사에서 제공하는 것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발견하고,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거쳐야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단골 고객 대부분이 지출을 줄일 때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매출 감소를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진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과도한 정보기술(IT)이 그 원인이 되는 사례가 많다. 소매업체들은 대부분 어떤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팔고 있는지 매일 점검하며 누가, 하루 중 언제 구매를 하는지도 분석한다. 물론 이런 정보는 재고 관리 및 재고 구매의 효율성 향상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상인들과 매장 관리자들은 잘 팔리는 제품만 쌓아놓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준비해두지 않게 된다. 우수한 IT 시스템은 소비자가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도 있는 제품이 무엇인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따라서 헤드룸이 존재하는 바로 그 지점, 즉 소매업체에서 제공하는 것과 고객이 원하는 것 사이의 차이가 점점 벌어지게 된다.
 
본 연구진이 살펴본 한 백화점은 이러한 덫을 잘 피했다. 이 백화점의 의류 매출이 떨어지면서, 의류 매장의 공간 생산성(평방피트당 매출 및 이익)이 나머지 매장의 공간 생산성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적화 방식, 즉 매출과 이익이 가장 높은 매장에 가장 많은 공간을 할애하는 방식을 따르면, 쇼핑 공간 및 창고에서 의류에 할당된 공간을 바꿔 핸드백이나 액세서리 등 생산성이 높은 부문에 더 많은 공간을 주는 게 옳았다. 하지만 의류 부문에 존재하는 이 백화점의 헤드룸 크기는 당시 거기서 나오는 매출에 비해 그 규모가 훨씬 컸다. 심지어 우수 단골 고객들마저도 다른 곳에서 옷을 사는 실정이었다. 이 백화점은 공간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의류 매장 공간을 줄여 이미 가장 충성스러운 고객들에게 과도한 친절을 베푸는 쪽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자사에서 구비하고 있는 의류와 고객이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의류의 특성(적합한 상황, 올바른 스타일, 합리적인 가격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비교해봤다. 그리고 몇몇 핵심 판매 전략으로 그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었다. 즉 다양한 작업복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현대적이고 인상적인 스타일의 자체 브랜드 및 외부 브랜드 의류를 선보였으며, 디자이너 브랜드와 강렬한 브랜드를 없애는 대신 다양한 종류의 기본 의류를 늘렸다.
 
그 결과 단 9개월 만에 의류 매장의 수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재고 회전 및 마진율이 나아졌으며, 사상 최고의 영업이익도 거두게 됐다. 몇몇 의류 부서에서는 생산성을 더 높이려면 제품 구성에 큰 변화를 주어 고객이 원하는 것과 실제 제공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고 경영진 한 명에게 고객이 원하는 것과 실제 제공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하자, 그는 대답했다. “나는 이해가 안 되는군요. 우리는 안 팔리는 물건을 줄이고, 잘 팔리는 물건을 구비해놓은 것뿐인걸요. 어떻게 그런 차이가 생길 수 있죠?”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런 방법은 최근 데이터가 지금 당장 어떤 물건이 잘 팔리고 있는지는 설명해줄 수 있지만, 어떤 물건이 잘 팔릴 수도 있는지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고객이 원하는 것과 실제 제공되는 것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 이 백화점은 과거의 매출 데이터만 분석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방법으로 회사를 되살릴 수 있었다.
 
[원칙 3] 나쁜 비용을 줄여라
매출이 줄면 소매업체들은 비용을 절감하거나 마진을 줄이는 방식 중 하나를 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되도록 마진이 줄어들지 않기를 바라며 비용 절감을 택한다. 이런 회사들을 누가 비난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비용을 줄이겠다고 나섰다가 오히려 좋은 비용을 줄이는 사례가 너무도 많다.
 
비용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무엇이 좋은 비용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이는 고객이 가치를 두며 기꺼이 지불하려고 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이다. 편의, 특별한 쇼핑 경험, 차별화된 서비스, 혹은 경쟁업체에 비해 다양한 구색 등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뜻할 수도 있다. 이러한 비용을 줄이면 일시적으로 마진이 늘어날 수는 있지만, 머지않아 다시 하락세로 접어들어 애초에 비용을 절감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반대로 나쁜 비용은 고객이 지불 의사가 있는 무언가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비용이다. 가장 경영 상태가 좋은 기업도 상당히 많은 나쁜 비용을 쓰기 마련이다. 고객 욕구의 끊임없는 변화나 경쟁업체의 혁신으로 인해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대상이 달라지는 게 그 원인일 수 있다. 기술적인 발전 및 프로세스 혁신으로 한때는 반드시 필요했던 비용이 불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규모 및 범위의 성장으로 운영 상태가 한층 복잡해져 나쁜 비용이 생길 수도 있다. 테이크아웃 고객이 주류를 이루는 매장에 지나치게 많은 좌석을 배치한다든지, 일부 매장에서 필요 이상으로 영업시간을 늘리고, 너무 많은 재고를 확보하거나, 커피포트·영화·장식품 등 고객들이 거의 사지도 않는 액세서리 진열에 너무 많은 공간을 쓰는 등의 관행으로 스타벅스에서 나쁜 비용이 생겼는지도 모른다. 혹은 다양한 블렌드 및 향을 지닌 커피를 구비해도 대부분의 고객들은 아주 미세한 영향을 받을 뿐인데, 이런 전략을 고집한 탓에 복잡성으로 시스템 비용이 높아져 나쁜 비용이 발생했을 수도 있다. 

좋은 비용은 유지하면서 나쁜 비용을 줄여나가야 불황기에 매출과 마진을 잃지 않는 동시에 미래에도 대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살펴볼 때,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좋은 비용은 유지하고 나쁜 비용은 줄이는 데 효과적인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소매업체들도 품목이나 활동(activity-based costing)을 기준으로 원가를 계산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방식으로 원가를 계산해봤자 중요한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여기서 중요한 연결고리란 상품 범위, 매장 분위기, 서비스 수준 등 고객 경험과 관련된 각 요소들과 비용 간의 관계, 그리고 고객 경험과 관련된 각 요소들과 고객이 느끼는 혜택(이것이 바로 고객들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대상이다) 간의 관계를 뜻한다. 본 연구진은 비용 지출에 대해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고객 혜택 기준 원가 계산(customer-benefit costing)’이라고 부른다. 이런 도구가 없으면 소매업체들은 특정 비용의 어떤 변화, 혹은 얼마만큼의 변화가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지 찾기 힘들고,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마진을 확보하는 방법도 찾아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소매업체들은 보통 연간 예산 수립 과정을 통해 비용을 통제하며,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모든 비용을 한 덩어리로 생각(즉 모든 비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나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해진 목표에 맞춰 비용을 조정하지 않고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줄이거나 늘리기 쉽다.
 
독일의 한 편의점 업체를 살펴보자. 이 업체와 경쟁업체의 인지도는 별 차이가 없으며, 고객 수와 매출도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 업체는 고객의 방문 빈도수가 경쟁업체보다 낮아 고객의 1회 방문당 비용이 훨씬 높았고, 모든 편의점 체인의 전체 이윤 중 이 편의점 체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 이 업체가 일부 지역에는 과도한 투자를 하는 반면, 또 다른 지역에는 필요보다 적은 투자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태도 조사를 해보면, 고객들이 매장의 청결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 때문에 모든 경쟁업체들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청결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한다. 하지만 매장을 반짝거리게 유지하는 것은 결국 판돈에 불과하다. 즉 중요한 특성 중 일부에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리게 되면 그 투자가 나쁜 비용이 될 수도 있다. 매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경쟁업체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고 해서 매출이 추가적으로 늘어나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위처 고객이 하나의 매장만을 방문하는 대신 여러 편의점을 이용하는 까닭을 좀더 자세히 분석해봤더니, 매장의 청결보다는 직원의 친절이 더 큰 영향을 미침을 알 수 있었다. 이 편의점 체인은 직원들의 친절 교육(좋은 비용)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은 반면, 매장의 청결한 관리(나쁜 비용)를 위해서는 고객의 기대 이상으로 비용을 쓴 탓에 마진과 시장점유율이 모두 낮아지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았다.
 
관리자들은 매장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쓰이는 예산을 20% 줄이더라도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음을 알았다. 이렇게 절약한 금액 중 절반이 새로운 직원 교육 프로그램과 시간 배분 시스템 및 매장 규칙을 만드는 데 쓰인 결과, 고객 서비스가 몰라보게 나아졌다. 나머지 금액은 마진율을 높이는 데 쓰였다. 이런 노력 덕택에 전체 비용은 낮아지고, 고객 방문 점유율은 25%에서 30%로 높아졌으며, 자본이익률도 20% 늘어났다.
 
[원칙 4] 매장을 여러 클러스터로 나눠라
대부분의 소매업체들은 그 어떤 점포의 입지 조건도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입지에서 똑같은 성공 공식을 접목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면 이런 주장은 전혀 의미가 없다. 다만 이 공식이 여전히 유용할 때 되도록 많은 매장을 여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불황기에 소매업체를 관리할 때에는 각 지점 간의 차이점이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소매업체들은 각 지역 특성에 맞춰 구색, 배치, 전반적인 쇼핑 경험 등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각 매장을 시장의 특성에 맞게 변화시켜왔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운영이 복잡해지고, 실제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 문제가 많아질 수 있다. 성공적인 소매업체들은 매장을 특성별로 나눠 혜택과 비용의 공식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한다. ‘클러스터(cluster)’란 여러 커뮤니티들을 대표하는 매장을 묶어놓은 그룹을 말한다. 커뮤니티들은 경쟁 상황이나 고객의 욕구 및 행동은 매우 비슷하지만, 다른 클러스터에 속하는 커뮤니티나 매장과는 매우 큰 차이가 있다. 특정 클러스터에 속하는 매장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시장에서 발견되는 사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가 더 많다.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는 게 고객 세분화와 같다고 여기는 소매업체가 많지만, 실제로는 대개 그렇지 않다. 고객 세분화 기법을 통해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으려면 다음 3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선, 각 매장에서 구매하는 세분화된 각 고객 그룹의 비중을 파악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객을 세분화해야 한다. 다시 말해 세분화된 각 고객 그룹의 각기 다른 욕구에 맞춰 제품 믹스, 공간 할당, 직원 운용 등을 조정할 기회를 찾기란 불가능하다.
 
둘째, 헤드룸을 찾아내고 고객의 욕구와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 간의 차이를 좁히며, 나쁜 비용을 줄이기 위한 기회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매장 클러스터를 만들기 위해 고객 세분화 방식을 사용하려면, 각 클러스터가 확보하고 있는 세분화된 각 고객 그룹의 비중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야 한다. 본 연구진이 함께 작업한 기업도 이런 문제를 겪고 있었다. 자사의 기준대로 분류한 세 부류의 고객이 어디에서 쇼핑을 하는지 살펴보니, 모든 매장에서 고객 구성 비율이 40%, 35%, 25%로 이루어져 있었다. 결국 고객 세분화 방식을 이용해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매장 클러스터를 찾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 세분화된 고객 그룹에 모든 고객 데이터가 들어 있어야 한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베스트바이의 사례를 보자. 베스트바이는 ‘고객 중심’ 전략의 일환으로 미국 전역의 900개가 넘는 매장을 모두 젊은 전문직 남성(베리), 젊은 예술가(버즈), 교외에 사는 부유한 기혼 여성(질), 예산을 세우고 생활하는 중년의 기혼 남성(레이), 중소기업 소유주의 다섯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고객 그룹에 맞춰 매장의 제품 및 서비스 믹스를 수정했다. 하지만 이 다섯 부류가 베스트바이 고객을 100% 대표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불황기에 베스트바이 전 매장이 기존의 매출 수준을 유지하려면, 각 매장에서 각 목표 고객 그룹으로부터 실현 불가능하리만치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확보해야만 한다. 여러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으면, 중요하지만 규모가 크지 않은 고객 집단뿐 아니라 전체 고객 집단이 갖고 있는 차이점에 따라 매장의 특성을 조금씩 수정할 수 있다.
 
스타벅스도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는 방법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역 커피 시장의 경쟁 수준 및 기타 요소들, 그리고 고객들이 미국 전역에 1만 개가 넘게 흩어져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 커피를 마시는 이유가 지역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따라 각 매장의 헤드룸 수준 및 특성에 2030% 정도 편차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가령 출근길에 처음 마시는 커피로 스타벅스를 고를 수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나 사업상 미팅을 할 때, 또는 바쁜 하루 중 잠깐의 휴식을 위해 스타벅스를 찾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기존에 제공하고 있던 것에 특정한 변화를 주려면 이 편차를 잘 잡아내야 한다. 그만큼 스타벅스뿐만 아니라 어느 커피숍에서든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각 매장을 전혀 별개의 매장으로 취급하면 관리가 어렵고, 고객들이 혼란을 느끼며, 매출을 회복하는 데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클러스터 방식을 이용하면 잠재력이 큰 스위처 고객들에게서 나타나는 지역적 차이에 맞춰 각 지역에서 고객에게 제공되는 것과 비용 구조 둘 다 바꿀 수 있다.
 
사실 어떤 소매업체든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각 업체마다 고객 행동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요소들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패션업체는 3가지 요소, 즉 지역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경쟁의 본질과 쇼핑몰의 위치 및 각 지역 인구 밀도에 따라 매장을 여러 클러스터로 나눴다. 이 패션업체보다 좀더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를 다루고 규모가 큰 소매업체라면 각 카테고리, 혹은 부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분석해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을 도입하면 각기 다른 매장의 수요와 관련 있는 다양한 역학관계를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가령 A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소득 수준에 따라 매장을 클러스터로 묶을 수 있지만, B라는 카테고리 내에서는 인종 분포가 더욱 중요한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규모가 큰 종합 소매업체 한 곳은 자사 매장을 적게는 50개, 많게는 수백 개의 매장으로 이뤄진 10여 개의 클러스터로 나눴다. 이 업체는 인종이나 거주지 위치(도시, 교외, 시골) 및 가족 구성(전문직에 종사하는 젊은 독신자 가정, 자녀가 있는 부부, 자식들이 모두 장성해 집을 떠나고 나이 많은 부부만 사는 가정, 은퇴 가정 등), 그리고 소득 수준과 경쟁 강도 등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5개 요소가 어떻게 달라지느냐에 따라 각 지역 고객의 욕구도 바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물론 스위처 고객을 자극하는 요인도 달라진다). 이 5가지 요인의 구성 상태에 따라 매장 클러스터가 나뉜다. 이 업체는 무려 50여 개의 요소를 살펴본 후, 이 5가지 요소가 각 매장에서 나타나는 고객의 욕구 및 행동을 기준으로 각 지역 특유의 쇼핑 인구를 가장 잘 설명해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각 카테고리별로 헤드룸, 고객의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사이의 격차 등에 상당한 편차가 있으며, 그 결과 성장 기회에도 상당한 편차가 있음을 알아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카테고리에서는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의 매장은 이전보다 노트북 비중을 좀더 늘리는 게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되고, 시골 매장은 데스크톱 비중을 늘리는 게 도움이 된다. 또한 도시 근교에 자리한 매장은 고소득 클러스터(도시바, 소니, IBM, 애플) 및 시골 클러스터(이머신즈, 게이트웨이, 컴팩, HP, 델)와는 다르게 브랜드(델, HP, 컴팩, 게이트웨이)를 구성해야 한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욕구도 클러스터별로 큰 차이가 있었다. 고소득 클러스터는 설치 옵션, 애프터서비스(AS), 보증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 교외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인터넷 서비스가 포함된 패키지 상품이나 자세한 상품 설명 등을 중요시했고, 시골 매장에서는 기술적 도움을 필요로 했다. 이 사례는 각 주요 카테고리에서 가치 제안이 클러스터별로 얼마나 많이 달라져야 하며, 가장 수익 잠재력이 높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천편일률적인 접근 방식이 얼마나 도움이 안 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원칙 5] 핵심 프로세스를 재조정하라
헤드룸을 발견하고, 고객의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간의 차이를 인식하고, 나쁜 비용을 줄이고, 올바른 방식으로 매장을 클러스터로 나누려면 모든 소매업체 관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고객 조사, 상품 계획, 성과 관리, 전략 기획 등 4가지 프로세스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매출이 둔화되고 마진이 줄어들면 소매업체들은 ‘내부로 시선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고객 조사는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준다. 고객 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보통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누가 우리 매장에서 쇼핑을 하는가? 어떤 물건을 사는가? 매장을 찾은 고객은 얼마나 만족하는가? 가장 많은 이윤을 안겨주는 고객은 누구인가?” 이런 질문도 괜찮지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게 더 좋다. “우리 매장에서 구매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다른 업체 매장에서는 무엇을 살까? 우리가 제공하는 것과 비교해 고객은 어떤 욕구를 갖고 있는가? 가장 수익성이 높은 고객, 즉 아직은 우리 고객이라 부를 수 없지만 얼마든지 우리가 다가갈 수 있는 고객은 누구일까?” 이런 질문에 답을 하다 보면 헤드룸을 발견·활용하고, 매출과 마진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얼마든지 줄일 수 있는 비용을 찾아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 가지 좋은 소식이 있다면, 고객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기 위해 대다수 소매업체가 연구 프로세스를 수정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가령 본 연구진이 잘 알고 있는 슈퍼마켓 체인은 단골 고객들에게 주기적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계산대에 서 있는 단골 고객들에게 “원하는 물건을 찾으셨습니까?”라고 물어본 다음, 찾지 못했다고 답하면 바로 다음 질문을 던진다. “저희 직원에게 그 물건을 찾아달라고 요청하셨나요?” 다시 말해 제대로 재고가 갖춰져 있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고객이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 직원은 다시 물어본다. “그 물건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곳이 있나요?” 만일 직원들이 “원하시는 물건 중 우리 매장에 없는 게 있나요?”라고 물어본다면 훨씬 더 유용한 고객 조사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은 이 업체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진짜 관심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대부분 소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상품 계획’이란 잘 팔리는 물건을 쌓아두고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의 재고를 줄이는 과정을 뜻한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다음 4가지 질문과 그 답을 바탕으로 상품 계획 과정을 진행해야 한다. “헤드룸도 크고 현재 생산성(평방피트당 매출 및 이윤)도 높기 때문에 확장해야 할 상품 라인은 무엇인가?” “헤드룸도 크지 않고 생산성도 낮기 때문에 줄여야 할 상품 라인은 무엇인가?” “생산성은 낮지만 헤드룸은 크기 때문에 줄이는 대신 기존 상태를 유지해야 할 상품 라인은 무엇인가?” “생산성은 높지만 헤드룸은 충분하지 않으므로 기존 상태를 유지해야 할 상품 라인은 무엇인가?”
 
소매업체 관리자라면 각 카테고리별로 이 4가지 질문의 답을 제시하는 상품 계획 지도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지도는 각 카테고리의 상품 라인을 늘리거나, 줄이거나, 기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사이에 나타나는 어떤 차이를 줄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각 매장 클러스터별로 상품 계획 지도를 갖고 있으면 더욱 도움이 된다). 상품 계획 지도가 있으면, 전통적인 상품 계획 방식의 결과로 나타나는 점증적인 결정을 피하는 데 유용한 실질적인 방법을 파악할 수 있다.
 
상품 관리’란 동일 점포 매출, 매상 총이익, 평방피트당 매출 및 이윤과 같은 방법들을 활용해 매장 및 카테고리의 기준을 정하는 과정과 더불어 예산 대비 성과를 점검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불황기에는 헤드룸을 확보하고, 고객의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간의 차이를 줄이며, 나쁜 비용을 깎기 위한 과정에서 어디쯤에 서 있는지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지역, 구역, 기타 지리적 단위별로 매장을 관리할 때에는 엉뚱한 대상을 비교하기 십상인데, 이를 피하려면 성과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본 연구진이 잘 알고 있는 한 소매업체는 이를 정확히 이해했고, 그 덕에 지난여름 소매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이후부터 오히려 성과가 좋아지고 있다. 즉 성과를 관리하기에 적합한 수준의 적절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황기에 성과를 개선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략 기획’이 있다.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 아무런 문제가 없던 시절의 계획은 쓸모가 없어진다. 하지만 그것만이 전략 기획의 역할은 아니다. 전략 결정을 내릴 때에는 공간 할당, 체인 투자, 매장 형태, 비용 구조, 직원 배치 등을 고려해야 한다. 불황이 닥치면 이 모든 요소에서 헤드룸을 찾아내고, 고객의 욕구와 실제 제공되는 것 사이의 차이를 줄이고, 나쁜 비용을 줄이고, 매장 클러스터 간의 차이를 잘 이용하려는 노력이 한층 중요해진다. 좀더 명확하게 설명하자면, 이런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 전략 기획 프로세스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지켜내고 한층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단기적으로 해야 할 일에서 살짝 벗어나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소매업체 중역들이 지난 15년간 소매업계의 지속적 성장에 도움을 주었던 순풍과 같은 호재를 조만간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대가 왔고, 한때 성장에 힘을 실어줬던 순풍은 어느새 역풍으로 바뀌어버렸다. 몇몇 소매업체들은 경쟁이 약해진 틈을 이용해 지금의 어려움을, 사업을 강화하고 더 많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한 기회로 삼을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원칙들을 따르면, 어떤 소매업체든 불황을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HBR TIP] 불황기에 소매업체가 명심해야 할 5가지 원칙
 
소매업체들은 다음 5가지 원칙을 지키면 불황 중에도 얼마든지 살아남거나 번창할 수 있다.
 
원칙 1 헤드룸을 찾아라 자사에 충성심을 보이지 않는 고객에게 집중하라. 그래야 이윤과 시장점유율이라는 2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사례 패션업계의 한 소매업체는 많은 고객들이 자사 매장을 찾기는 하지만, 경쟁업체에 지출하는 만큼 많은 돈을 쓰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원칙 2 고객의 욕구와 제공되는 서비스 및 상품 간의 차이를 줄여라 사업을 확장하고 싶으면 고객들이 다른 매장에서 돈을 쓰는 대신 자사 매장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이미 잘 팔리고 있는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주문을 늘려야 한다는 게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과 자사에서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와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
사례 한 고급 백화점은 작업복 값을 내리고, 기본 상품 라인을 늘리고,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고, 디자이너 브랜드를 줄임으로써 그동안 충성심을 보이지 않던 고객들이 자사 매장에서 더 많은 돈을 쓰고 경쟁업체에서는 지출을 줄이도록 했다. 그 결과 백화점의 의류 매출이 즉각 올랐고, 역사상 최고 수익을 기록했다.
 
원칙 3 나쁜 비용을 줄여라 고객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비용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비용을 줄이면 위험하다.
사례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던 독일의 한 편의점 체인업체는 매장 청소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 직원 교육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경영진은 매장 청소에 투자하는 금액을 20% 줄여 그 돈을 새로운 직원 교육 프로그램과 시간 배분 시스템, 매장 규칙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그 결과 자본이익률이 20% 늘어났고, 시장점유율은 5% 증가했다.
 
원칙 4 매장을 여러 클러스터로 나눠라 매장별 고객의 욕구와 구매 행동 간의 공통점 및 차이점을 분석해 성장 및 비용의 기회를 파악해야 한다.
사례 한 대형 소매업체는 수치로 환산할 수 있는 5가지 요인이, 각 지역 고객의 욕구와 구매 행동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회사는 매장을 이러한 5가지 요인들로 만들 수 있는 다양한 조합을 대표하는 클러스터로 나눠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비용 절감과 성장의 기회를 찾았다.
 
원칙 5 핵심 프로세스를 재조정하라 불황기에 고객 조사, 상품 계획, 성과 관리, 전략 기획 등 모든 기본적인 소매업 프로세스는 스위처 고객을 찾아내 공략하는 한편, 가능한 나쁜 비용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사례 한 선두 소매업체는 매장별 헤드룸과 같은 외적인 기준 및 점포당 매출, 평방피트당 평균 매출과 같은 내적인 기준을 이용해 6개의 핵심 변수를 중심으로 각 매장 클러스터별 성과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여름 소매업계에 불황이 몰아닥쳤지만 이 업체의 성과는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
 
켄 파바로(kfavaro@marakon.com)와 팀 롬베르거(tromberger@marakon.com)는 미국 뉴욕에 자리한 세계적 컨설팅 회사 마라콘의 파트너다. 데이비드 미어(david.meer@ enfatico.com)는 뉴욕에 있는 세계적 마케팅 회사 엔파티코의 최고분석책임자(Chief Analytics Officer·CAO)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4월 호에 실린 켄 파바로 마라콘 파트너 등의 글 ‘Five Rules for Retailing in a Recession’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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