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불황에는 고객을 자극하라

필립 레이 | 29호 (2009년 3월 Issue 2)
의문의 여지없이 고객사의 지갑을 열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사용 가능한 예산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예산 가운데 85%가 기존 거래에 배정돼 있고 나머지 15%는 재량껏 지출되던 시절에도 거래를 성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예산의 15%에 해당하는 재량 지출마저 사라져버린 지금은 고객사의 지갑을 열기가 한층 어려워 보일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껏 공들여 쌓아왔던 고객과의 관계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사용 가능한 예산이 줄어들면서 구매 담당 조직에서 좀더 직급이 높은 담당자가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즉 지금껏 상대해왔던 관리자들에게는 더 이상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이런 상황이 너무도 실망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위안이 될 만한 사실은, 많은 기업들이 이미 불황을 이겨냈을 뿐 아니라 몇몇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이윤을 창출해왔다는 것이다. 2001년 ‘닷컴 거품’이 붕괴된 후, 필자들은 다양한 연구 및 컨설팅을 통해 불황 속에서 이윤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지 발견했다. 불황이 시작되면 모든 고객사들은 한결같이 “죄송하지만 예산이 없네요”라는 대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일부 기업들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자원을 확보하고 있는 쪽에 접근해 필요한 자원을 내어주도록 유도한다. 신생기업이 이런 전략을 활용한 사례도 있었다. 이런 기업들은 필자들이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provocation-based selling)’이라고 부르는 방법을 사용했다. 자사에서 내놓는 솔루션이 단순히 괜찮은 게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은 상담을 이용한 기존 방법이나 솔루션 중심의 접근법과는 다르다. 기존 방법들을 이용할 경우에는 판매하고자 하는 회사의 영업팀이 고객사의 관리자와 질의응답식 대화를 거쳐 문제점을 찾아낸다. 뿐만 아니라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은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제품 중심의 판매 기법, 즉 제품의 특징·기능·장점 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는 방법과도 판이하게 다르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활용하면 고객사는 자사가 직면한 경쟁과 관련된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일부 심각한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물건을 팔려는 모든 상황에 이런 접근법을 접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에만 이 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존의 접근법이 그 위력을 잃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활용할 때가 됐다.
 
[HBR TIP] 이론의 적용
 
기존의 판매 기법 대신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택하려면 영업 및 마케팅팀이 새로운 연구 역량을 구축해야 한다. 또 미리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 고객과 만난 자리에서 상대의 생각을 자극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다음을 실천하자.
 
중대한 문제를 찾아내라 고객사의 중역이 만나자는 제안에 응할 가치가 있다고 느낄 만큼 고객사의 손익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많은 비용이 드는 판매 과정에 투자한 돈을 충분히 보상받을 만한 문제에 집중한다.
 
사례: 건축업체용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미국 기업이 2004년에 해당 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50개 기업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다. 이 회사는 현장 조사를 통해 모든 기업들이 한 가지 성가신 문제, 즉 하청업체들의 입찰 내용 관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건축업체들은 관련 자료를 엑셀, 팩스 등 여러 수단을 통해 정리해오고 있었다. 이 소프트웨어 판매업체의 마케팅팀은 이 같은 잘못된 관리 방식이 제때 정해진 예산 내에서 새로운 주택을 공급하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상대를 자극하는 관점을 개발하라 고객사에서 현재 사용하는 접근 방식은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념을 바탕으로 한 그 논리에 변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사례: 이 건축업체용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가 고객을 자극한 방식은 다음과 같다. “귀사는 입찰 관리가 필요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를 경쟁 우위 확보의 열쇠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의사결정권자를 도발하라 한 가지 불행한 진실은, 불황기에는 의사결정 권한이 평소에 연락하고 지내지 않던 고위급 중역의 손에 넘어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원을 재분배할 권한을 가진 사람을 만나려면 뛰어난 추천인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라.
 
사례: 이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는 각 잠재 고객사의 핵심 중역이 누구인지 찾아낸 다음, 그 중역들에게 접근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줄 사람을 찾으려고 자사의 인맥을 샅샅이 뒤졌다. 일단 고객과의 만남이 성사되면 영업팀은 고객사의 의사결정권자에게 자극적인 관점을 제시한 다음,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건축업체는 잘 해결한 경쟁업체에 먹히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소프트웨어 판매 회사의 설득력 있는 주장과 함께 이 회사가 밝혀낸 건축업계 현황에 대한 정보가 더해지자 고객사는 경쟁업체들에 비해 선전할 수 있었고, 결국 해당 시장을 독점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상대를 자극하는 법을 배워라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이란, 고객사 측에서 재량껏 쓸 수 있는 지출이 말라버린 듯 보일 때라도 고객으로 하여금 투자할 자금을 확보하도록 돕는 방법이다. 데이터 관리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회사인 사이베이스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투자를 따내기 위해 2008년 봄에 바로 이 방법을 썼다. 사이베이스가 지난 몇 년간 관리해왔던 업체들이 당시에 운영 비용을 대폭 삭감했다. 사이베이스 영업 담당자들은 귀한 시간을 할애해 고객의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대신, 고객사의 담당자들에게 무엇을 위해 밤늦게까지 일해야 하는지 알려줬다. 즉 금융업계에 몸담고 있는 관리자들이 위험을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방식으로 바라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다. 금융기관들은 별도의 위험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신용카드, 주택담보대출, 상업대출, 자산투자상품, 고정수입, 필수상품, 파생상품 등의 위험을 따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사이베이스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주택담보대출 같은 하나의 분야에서 위험 관리에 실패하면 자산담보부증권 및 기타 파생상품 등의 다른 분야에서도 위험에 노출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여러 종류의 위험을 하나의 시각으로 바라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이베이스는 위협과 기회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밝혀냈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통합 위험 관리 시스템 없이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던 고객들에게 ‘위험 관리 플랫폼(risk analytics platform)’이라는 새로운 통합 위험 관리 도구를 판매할 수 있었다.
 
사이베이스 사례는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가장 잘 활용한 경우다. 사이베이스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프로세스가 무엇인지 찾아낸 것에서 시작했다. 이어 그 프로세스에 어떤 문제가 있으며 그로 인해 비용이 얼마나 발생하는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개발한 다음, 그 문제를 자사가 제공하는 솔루션과 연관시켰던 것이다.
 
사이베이스의 판매 방식은 당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판매 방식과 어떻게 다른가? 당신이 일하고 있는 조직이 이미 제품 중심의 판매 기법에서 벗어나 솔루션을 제시하는 판매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며, 자사에서 제시하는 솔루션의 특징보다는 고객의 문제점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 하더라도 고객 입장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사이베이스의 접근법이 훨씬 자극적일 수밖에 없다. 사이베이스는 고객사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시각에 맞춰 솔루션을 제시하기보다 주어진 상황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고객님은 진부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계십니다. 저희가 볼 때, 구태의연한 방식으로는 지금껏 일궈온 성과가 위태로워질 뿐입니다.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솔루션을 판매하는 영업 담당자는 고객이 분명히 설명하는 ‘고충’에 귀를 기울인다. 반면 자극을 바탕으로 하는 판매 기법은 고객이 이미 겪고 있으면서도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문제를 표현할 때 가장 도움이 된다(솔루션을 판매하는 기법과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 간의 차이가 궁금하다면, HBR TIP ‘왜 솔루션 판매 기법에 만족하지 않는가?’ 참조).
 
[HBR TIP] 왜 솔루션 판매 기법에 만족하지 않는가?
 
솔루션을 강조하도록 훈련받아온 영업 조직이 자극을 바탕으로 한 판매 기법으로 전환하기는 무척 어렵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다음 차이점 때문이다.
 
두 판매 방식 간에 이런 차이가 있다고 해서 솔루션 판매 기법이 더 이상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필요한 예산도 있지만,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큼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라면 솔루션 판매 기법만으로도 충분하다. 반대로 고객이 문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는 이 기법은 유용하지 않다. 고객이 예산이 없을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이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하면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접근법을 바꿀 수 있을까?”가 고객의 핵심 질문이라면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경기 침체가 매우 심각할 때에는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은 고객사에 만연한 ‘구매 금지’ 정신을 깨뜨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 그리고 경제 상황이 좋을 때에는 시장에서 그다지 차별화되지 않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힘을 실어주고 긴박감을 심어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솔루션 판매
- 고객이 이미 확보하고 있는 예산 범위 내에서 고객의 마음에 드는 제안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
- 이미 널리 퍼진 관점을 따른다.
- 이미 알고 있는 고충을 해결한다.
- 전술적인 문제를 목표로 한다.
-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분석한 다음, 실제 사례에 접목한다.
- 먼저 정보기술(IT) 담당자나 실무자와 대화를 시작한다.
- 욕구를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 고객이 설명하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 이미 할당된 예산의 범위와 무관한 프로젝트 투자를 유도한다.
- 이미 널리 퍼진 관점에 도전한다.
- 아직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한다.
- 전략적 문제를 목표로 한다.
- 실제 사례에 접목해 고객의 관심을 끈 다음,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한다.
- 먼저 중역급과 대화를 시작한다.
-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통찰력 있는 가정을 활용한다.
- 적극적이고 도전적인 방식으로 문제점을 이끌어낸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시작하고 싶다면 다음 3가지를 잘해야 한다. 첫째,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 고객사의 중역이 인정할 만한 문제를 찾아낸다. 둘째, 그 문제에 관한 도발적 관점을 제시한다. 단, 자사에서 그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여야 한다. 셋째, 필요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한다. 그럼 각 단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중대한 문제를 파악하라 상대할 고객이 어떤 기업이건 영업 및 마케팅팀에서는 해당 업계, 혹은 특정 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들 가운데 좀더 잘 해결할 수 있을 만한 것을 찾아낼 수 있다.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고객사 측에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 들 만큼 심각한 문제를 찾는 게 핵심이다. 어떤 문제든 간에 다음과 같은 3가지 질문에 비춰봐야 한다.
 
- 최고경영자(CEO)가 밤을 새우면서라도 해결해야 할 만한 문제인가? 즉 이 문제가 조직의 경쟁 능력을 심각하게 위협하는가?
 
- 기존의 프로세스, 시스템, 서비스로는 감당이 안 되거나 효율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가?
 
- 자사에서 그 문제에 관해 믿을 만한 조언을 제시할 수 있는가?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자사가 경쟁업체들보다 우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가? 혹은 자사가 신생업체라면 내부 직원들 중 사전에 이런 문제를 해결해본 경험자가 있는가?
 
문제점을 찾아내기 위한 가장 뛰어난 방법은 고객사에 관한 것이든, 관련 업계에 관한 것이든 증권 분석가들이 찾아낸 최신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다. 증권 분석가가 어떤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업체의 경영진은 투자자들로부터 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고, 그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안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에는 증권 분석가들이 기업 측에 운영 비용을 줄이고, 자본 지출을 연기하며, 시장점유율을 지키거나 추가로 확보하는 데 전념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창의적 관점을 제시하라 고객에게 알렸을 때 파급 효과가 큰 문제를 찾아냈다면, 그 문제에 관한 창의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중역도 시간을 내주지 않을 것이다. 즉 고객사 중역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예상하기 어렵고 통제하기조차 힘이 드는 뛰어난 지략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사실, 조직적으로 창의적 관점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HBR TIP ‘도발적 관점을 제시한 기업 이야기’ 참조). 사이베이스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인 라즈 나단은 필자들에게 사이베이스가 경험한 과정을 간략히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3가지 일을 해내기 위해 2007년 가을 다기능 팀을 출범했다. 첫째로, 해당 업계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 관리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시각이 올바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객, 파트너, 업계 분석 전문가의 의견을 구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로 하여금 문제를 깨닫게 하고, 자사가 직면한 상황을 경쟁업체가 처한 상황과 비교하고, 경영진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을 수 있는 창의적 관점을 개발했다. 마지막으로, 금융 서비스 업체들이 위험을 발견하고 그 수준을 측정,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포괄적 접근법을 도입할 수 있도록 4단계로 구성된 계획을 로드맵으로 제시했다.” 그런 다음 사이베이스는 자사의 금융 서비스 판매팀원들에게 전통적인 제품 및 솔루션 판매 방식과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 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교육했다.
 
대부분의 조직에서 마케팅과 영업을 담당하는 부서들은 도발적인 관점 제시라는 요구를 좀더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마케팅 부서의 구성원 중 연륜 있는 분석 전문가들은 전체 업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더 잘 이해하고, 개별 업체들이 최근의 상황 및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잘 활용하도록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영업 조직 내의 회계팀은 포괄적인 분석 및 특정 고객이 처한 특별한 환경의 관점에서 독창적 관점을 제안해야 한다. 솔루션을 판매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청 능력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금껏 판매업체들이 고객사와 비공식적인 회의를 거친 후 강력한 제안을 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또 사내에서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사의 문제에 적합한 해결책을 갖고 있는 판매업체가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해 나가도록 기꺼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
 
[HBR TIP] 도발적 관점을 제시한 기업 이야기
 
몇 해 전 IT 거품이 꺼졌을 때, 무선통신회사를 상대하는 한 기술업체는 IT 업계가 오랜 기간 골머리를 앓아왔던 문제와 관련된 도발적 관점을 개발해냈다.
 
이 업체는 연구 결과 가입자당 평균 매출 하락으로 인해 각 무선통신업체들이 연간 1억10억 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며, 대부분의 업체들은 어떻게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갈지에 대한 해답을 갖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됐다. 부가서비스가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수익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선통신업체들은 부가서비스가 하락한 가입자당 평균 매출을 1020%가량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가정을 버리지 않았다.
 
이 기술업체의 영업팀은 한 통신업체의 마케팅 담당 중역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25대 무선통신업체들과 함께 일해본 경험에 비춰볼 때, 모든 업체들이 가입자당 평균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 연구 결과를 보면 이 문제 때문에 귀사의 수익이 매년 5억 달러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자극) 귀사와 다른 통신업체들이 부가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무분별하게 시장에 내놓으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뿐이다. 우리는 어떤 서비스가 수익 창출에 도움이 되는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향후 912개월 내에 이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점유율을 최대 0.03%가량 잃게 될 것이다.
- 이 문제의 심각성과 활용할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역량 중 무엇이 가장 큰 도움이 될지 결정할 수 없다.
- 그래서 우리는 문제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가입자당 평균 매출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줄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협력 방안을 비롯해 활용 가능한 솔루션을 도출해내기 위해 2주간 진단조사를 진행할 것을 제안한다.
 
이 판매업체의 경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참신한 관점을 개발하는 것은 신비로운 일도, 우연히 얻은 결과도 아니다. 다음 순서를 따라 체계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1.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2.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연구하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라. 여러분이 내놓는 도발적인 시각은 ‘당신은 X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Y라고 생각해야 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3. 아무리 통찰력이 획기적이고 접근 방법이 참신하더라도 결국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히 설명하라.
 
의사결정권자를 설득하라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새롭게 제시한 도발적 관점이 그대로 먹혀든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내용이라도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자극’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무례한 행동을 해도 좋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껏 문제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후원자가 될 수도 있는 잠재 고객사 중역을 바보로 여긴다면 일을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귀사와 동종업계에 속한 여러 기업들과 함께 일을 해왔으며, 선두업체들이 이같이 고통스러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봐왔습니다. 저희는 귀사도 똑같은 문제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을 대할 때에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를 분명하게 정의하고, 현재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접근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저희가 추측하건대, 귀사가 현재 사용하는 방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연간 1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손실을 막지 않으면, 향후 12개월 내에 귀사의 시장점유율이 최대 4%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런 얘기를 전달하는 목적은 상대가 방어 태세를 갖추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상대의 평정심을 흐트러뜨려 더 이상 현 상태를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게끔 만들기 위해서다. 구체적이고 납득할 만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분명히 제시하면, 그 문제에 책임이 있는 중역이 사업 성과에 집중하도록 할 수 있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의 성공 여부는, 고객사의 중역에게 새로운 사고의 틀을 제시할 기회가 될 중요 회의가 어떻게 진행되는가에 달려 있다(HBR TIP ‘가장 중요한 회의에서 성공하는 방법’ 참조). 고객사의 중역을 직접 만나기 전에 연습을 하고,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해봐야 한다. 사이베이스의 사전 연습 시간에는 이 회사의 중역들이 고객사의 금융 서비스 부문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위험책임자(CRO)의 역할을 맡아 영업팀에게 새로운 기법을 시험할 기회를 준다. 사전 연습을 하는 주목적은 당면 문제와 관련한 도발적 시각을 제시하는 입장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고객이 직면할 어려움에 공감하는 입장을 적절히 조화시키기 위해서다. 고객사 직원들 중 정식 회의에서 상대할 중역보다 직급은 낮지만 제안에 동조하는 직원이나, 고객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제3자를 상대로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시험할 수도 있다.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주저하지 말고 붙들어야 한다. 제안에 찬성하는 직원이 중역과의 만남을 잘 준비하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고, 필요할 경우 의사결정권을 가진 중역에게 소개해줄 수도 있다. 의사결정권자와의 만남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려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이런 예행연습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 고객사 중역의 스케줄에 맞춰 얼마 안 되는 시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그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그 중역이 해당 문제가 얼마나 긴급하다고 받아들이는지 살펴보고, 자사에서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바로 진단조사에 들어가도록 한다.
 
[HBR TIP] 가장 중요한 회의에서 성공하는 방법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의 성공 여부는 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중역과 마주하는 단 한 번의 대화를 얼마나 잘 진행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고객사의 중역과 대화를 할 때에는 다음 내용을 기억하라.
 
상대를 도발하라 회의가 시작되면 고객사에서 압박감을 느끼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되, 창의적인 방법을 택해야 한다. 안전한 길을 고르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열정적이고 뚜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다면, 고객사의 중역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상대의 반응을 포착하라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점잖게 물러나야 한다. 만일 상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상대의 입장을 좀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해 공통의 관심사를 찾으면 된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면,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된다.
 
비슷한 사례를 언급하라 비슷한 문제를 경험한 적이 있거나 현재 겪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들려줘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자신의 제안인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의 중요성을 강화해주며, 자신이 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새로운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례를 들려주면 고객사의 중역들은 해당 조직에 존재하는 문제를 한층 쉽게 인정하게 된다.
 
간략한 진단조사를 제안하라 상대가 계속 관심을 보인다면, 해당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좀더 깊이 파헤치고, 분석을 진행하고, 솔루션을 제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진단조사를 권하기 바란다.
 
증명해 보여라
진단조사는 고객이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일인 만큼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회의를 통해 고객사가 깨달은 문제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진단조사 비용은 3만10만 달러에 이르기도 한다. 도발적 관점이 고객사의 중역이 안고 있는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진단조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진단조사를 진행하면 고객사는 향후에 반드시 거래를 하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치 있는 보고서를 얻을 수 있다. 즉 해당 기업이 어떤 부분에 취약하며,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자원이 필요한지에 대한 보고서를 얻는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 진단조사는 투입한 시간만큼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단순한 연구 과정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진단조사를 진행하면 고객사의 핵심 인력들과 수많은 인터뷰를 진행할뿐더러 고객사의 도움을 받아 중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진단조사의 목표는 자신이 내놓는 제안이 얼마나 타당한지 보여줄 수 있는 심층 분석을 실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문제가 해당 고객에게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솔루션을 도출하기까지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과정에서 상대 조직에 대해 더 깊숙이 접근할 수 있게 된다. 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을 새로운 관점에 눈뜨게 할 수도 있다. 반드시 거래를 성사시키기로 마음먹었다면, 진단조사를 진행하는 동안 구매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담당자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찬성하는 핵심 인물은 누구이며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인지 밝혀내고, 어떤 경쟁자를 이겨야 할지 파악한다. 고객사 내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 자신이 내놓은 제안과 양립할 수 없거나 경쟁 관계에 놓인 것은 없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진단조사 결과를 보고할 때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고객사의 현 체제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들이 지나치게 획기적인 제안을 모두 거부할지도 모른다. 상대 조직의 내부 인사와 대화해 논쟁의 여지가 없는 근거를 찾아낼 수도 있다. 대화 내용을 함부로 떠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와 대화해 얻은 통찰력을 공유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성공적인 결과를 원한다면 현 상태를 바꾸기 위한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의사결정 권한을 지닌 중역의 전폭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진단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3단계로 이루어진 판매 제안서를 작성한다. 첫 단계는 지금 당장 제공할 수 있는 가치, 즉 가장 기본이 되는 서비스로 구성된다. 둘째 단계는 앞으로 1년 내에 무엇을 제공할 수 있는가에 관한 것으로, 보통 고객의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솔루션 중심 방안으로 구성된다. 셋째 단계는 현재 고객이 원하고 있거나, 문제를 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향후에 고객이 필요로 할 모든 것으로 구성된다. 이런 추가적인 요소들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다면 파트너를 구해야 한다. 파트너가 경쟁상대라 하더라도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하다면 기꺼이 손을 잡아야 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고객으로부터 신뢰할 만한 조언자라는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제안서를 내놓는 게 중요하다.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영업팀이 가장 흔히 저지르는 전술상의 실수가 바로 시간에 쫓겨 성급하게 제안서를 내놓는 것이다. 고객을 위한 제안서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만 하면 얼마든지 고객사를 방문해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객사 내부 직원과의 만남은 거래가 성사될 가능성을 높이는 훌륭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거래를 성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 때까지 제안서 제출을 미루는 게 좋다.
 
적임자를 찾아라
지금까지 계속해서 중역을 상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설명해왔다. 도입 부분에서 설명한 것처럼,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택했다면 지금까지 상대해온 사람보다 직급이 높은 중역을 만날 기회를 확실히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사에서 자원을 확보한 사람, 즉 고위급 중역(일반적으로 손익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만이 판매자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예산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위급 중역들은 뛰어난 상술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대단한 방어 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다.
 
우선 고위급 중역 중 누가 적임자인지 판단한 다음, 그 상대와 안면이 있으면서 자신과도 교류가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한다. 일단 상대와 자신이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을 대상으로 자신이 제안하고자 하는 해결책이 고객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설득했다면, 고위 중역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만남의 자리를 주선해줄 것을 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다.
 
영업 담당자라면 개인적으로 추천해줄 만한 인물을 많이 알아두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컨설팅업계는 특히 그러하다. 예산이 꽁꽁 얼어붙은 요즘 같은 시기에는 믿을 만한 사람으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 말고는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는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경기가 나쁠 때에는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거나, 성사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거래를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사이베이스는 결단력 있게 변화를 추구했다. 사이베이스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2008년 2가지 경로를 통해 고객사의 고위 구매 담당자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첫째 방법은 고위 중역들을 대상으로 하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것이고, 둘째 방법은 고객사의 고위 구매 담당자에게 직접 추천의 말을 전해줄 인물을 물색하는 것이었다. 사이베이스 마케팅 담당자들은 가장 강력하게 추천해줄 것으로 보이는 40명의 목록을 작성한 다음, 고객사의 핵심 중역과 관계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사이베이스 사내 고위 중역들의 인맥을 파헤쳤다. 이런 노력은 빛을 발했다. CEO의 대학 동문 명단이 도움이 되는가 싶더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이베이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고객사의 CFO와 관련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기업들이 사이베이스와 같은 방식으로 업무상 관계를 이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인맥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링크드인, 페이스북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독자적인 인맥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업체들도 있다. 딜로이트 LLP가 운영하는 ‘디 스트리트(D Street)’나, IBM이 운영하는 ‘비하이브(Beehive)’ 등이 대표적이다.
 
영업 조직이 적응할 수 있을까?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노련한 영업 담당자들이 놀라움과 함께 좌절감을 맛보는 가장 큰 이유는 판매 주기가 바뀌기 때문이다. 기존 방식은 고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데서부터 시작하므로, 영업팀은 고객을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 있는 거래를 제안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존 방식으로는 영업 담당자들이 회의를 진행하고, 고객이 어떤 고충을 안고 있는지 조사하고, 제안한 솔루션이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함을 증명해 보이고, 타당성을 근거로 제시해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추진력이 사라지게 된다. 이 주기는 특히 중간 단계에서 흐지부지되기 쉽다. 제품이나 솔루션 중심의 판매 기법을 접한 고객들은 보통 상대의 제안을 적극 수용하기 전, 여러 단계에 걸쳐 증명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면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은 초반부터 훨씬 계획적으로 진행된다.(그림1) 영업 및 마케팅 담당 관리자들은 기회를 포착한 다음, 목표 고객이 처한 특수한 상황 및 업계 현황을 조사하고, 처리해야 할 중요한 문제에 관한 가설을 세운다. 그러고 나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중역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계획한다. 하지만 일단 목표로 하는 고객사의 중역이, 문제가 있다는 사실 및 그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을 인정하면 일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진단조사를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 판매업체가 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있음을 증명해 보이기만 하면, 양측이 실행해 제안된 솔루션의 기술적 타당성 검토와 필요한 자원 및 얻고자 하는 결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솔루션 판매 방식과는 반대로, 이 방법은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추진력이 한층 커진다.
 
지금까지 필자들이 이 논문에서 열거한 내용들이 마치 경영 컨설턴트들이 활용해야 할 방법처럼 느껴진다면, 그것은 오래전부터 컨설턴트들이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 컨설턴트들은 너무도 복잡해 고객들이 해결하지 못한 채 어려워하기만 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적극 찾아낸 다음, 그 문제에 관한 창의적 관점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 문제가 새로운 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문제이건, 시장에 출시하기까지의 시간을 줄이는 일과 관련된 문제이건, 비즈니스 과정 재설계와 관련된 문제이건 상관없다. 훌륭한 컨설턴트는 고객이 그 문제가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문제를 해결하려면 누구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설득한다.
 
이것이 바로 구매 기업이 판매 기업에 대해 가장 높이 평가하는 부분이다. 온갖 상품이 넘쳐나는 세계화 시대에 고객이 가장 원치 않는 게 바로 여러 가지 판단을 요구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다. 예산 절감이 당연시되고, 온갖 프로젝트가 연기되고, 고객들이 웬만하면 지출을 줄이려 하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특히 그렇다. 고객이 심각한 문제를 걱정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라면 잘 활용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가 있다고 아무리 떠들어대도 소용이 없다. 상대를 자극할 창의적 시각을 제시하면 상대가 귀를 기울이게 만들고, 진단조사를 통해 상대와의 대화를 상대 회사의 투자 우선순위를 재조정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항상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만 사용해야 하는가? 한 가지 제품 및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딱 하나의 시장만을 상대하는 신생업체가 아니라면 그렇지 않다. 자극을 이용한 판매 기법은 솔루션 판매 기법에 비해 주기가 훨씬 빨리 진행되지만, 자원 집약적 방법인 만큼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걸려 있을 때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 영업팀이 고객을 상대하기 전에 철저한 연구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호황기에는 이 방법이 판매로 이어지는 가장 빠르고 직접적인 방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경기가 좋지 않거나, 엄청난 비즈니스 기회가 있거나, 중요한 고객이 관련돼 있는 경우에는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필립 레이(philiplay@tcg-advisors.com), 토드 휴린(thewlin@tcg-advisors.com), 제프리 무어(gmoore@tcg-advisors.com)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산 브루노에 있는 전략 컨설팅 회사 TCG 어드바이저의 이사들이다. 무어는 경영 서적의 저자이자, 모어 데이비도우 벤처스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편집자주 이 기사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09년 3월 호에 실린 필립 레이 TCG 어드바이저 이사 등의 글 ‘In a Downturn, Provoke Your Custom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