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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W1H’룰로 세계시장을 다시 보자

홍석빈 | 28호 (2009년 3월 Issue 1)

S&T 그룹 최평규 회장은 외환위기 전에 지독한 시련을 겪었습니다.
회사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던 대기업이 하루아침에 거래를 끊겠다고 통보해 왔기 때문입니다.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최 회장은 독특한 발상을 했습니다.
미국에 가 보기로 한 것입니다. 이후 3개월 동안 그는 미국에서 영업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동안 연 매출의 3배에 이르는 물량을 따냈습니다. 게다가 대금 지급 시기에 외환위기로 환율이 급등해 그야말로 ‘초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최 회장은 “우리가 만드는 물건이 해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 모르는 경영자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위기 극복을 위해 해외 시장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한국 최고의 전문가들과 함께 글로벌 전략을 재점검해 보기 바랍니다.
 
내수시장이 작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같은 나라가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대외 교역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한국은 그 동안 수출에 의존해 국가경제를 성장시켜 왔다. 현재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넘는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맞아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한국과 몇몇 동남아 국가들만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 기업들은 경제가 건재한 다른 지역으로의 수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위기는 ‘전 지구적 몸살’이란 점에서 그때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
 
설상가상으로 세계은행(World Bank)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전 세계 교역 규모가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30년 만에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차지할 ‘떡’의 크기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제한된 양의 떡을 차지하려는 다른 수출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또 최근에 세계 각국은 자국산 제품 구매를 장려하는 정책과 일방적인 수입관세율 인상 등의 보호무역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 악화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 기업들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글로벌 시장을 보는 눈을 새롭게 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기회를 발굴하고, 생존의 활로를 뚫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방법론으로 ‘5W 1H’ 룰을 제안한다. ‘5W 1H’는 사실 새로운 사고의 틀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복잡하고 불확실한 현실에서 ‘5W 1H’ 같은 ‘클래식 툴(classic tool)’은 기본을 짚어주는 동시에 이전에는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는 혜안을 제공한다. 이는 뜬구름 잡기 식이 아니라 구체성(concreteness)과 실현 가능성(feasibility)을 함께 따져볼 수 있는 전략론이다.
 
‘5W 1H’ 룰로 글로벌 비즈니스 다시 보기
‘5W 1H’ 룰은 원래 논리학과 수사학에 기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하는 방법론이며, 예전부터 비즈니스에서 많이 활용되어 왔다.
 
글로벌 비즈니스 측면에서 ‘5W 1H’는 시장 선정(where)과 진출 최적 시기(when), 상품·서비스·기술 등 진출의 수단(what), 전략적 방법론(how), 달성 목표(why), 사업 수행 조직(who) 등에 대한 해답과 그 최적화(opti-mization)를 추구한다.(그림1)

1. 어느 시장으로 진출할 것인가(where)
이 질문은 불황기의 수출 기업이 어떤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는가와 관련돼 있으며, ‘5W 1H’의 시발점이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러 방법론이 있지만 불황기의 기업은 이전에 간과한 새로운 시장과 비즈니스 영역을 찾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한다.
 
첫 번째 방법은 그 동안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으로 정교한 시장 세분화 과정을 통해 경쟁자가 관심을 두고 있지 않거나, 인식하지 못한 새 영역을 찾는 방법이다. 새 시장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보다 한두 차원 더 들어간 세분화가 필요하다. 국가 단위에서 더 나아가 지방 단위의 소득별 소비계층에서 연령과 성별 소비 성향을 추가로 고려해야 하고, 기후와 생활방식까지도 파고 들어야 한다. 같은 세탁기라 하더라도 국가, 소비계층, 자연환경,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소비자 욕구에 부응하는 사양이 달라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방법은 특히 지역 특성에 맞는 제품 개발과 결합할 때 큰 위력을 발휘한다.(다음 페이지 ‘유니레버 사례’ 참조)
 
둘째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발상을 전환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일부 글로벌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 마케팅(country marketing)’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자원이 풍부하고 국가 개발 니즈는 크지만 개발 역량 자체가 부족해 외부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라에 기업이 토털 솔루션(total solution)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국가 마케팅의 장점은 해당국이 통제하는 사업에 배타적 권리를 부여 받아 진출할 수 있고, 우호적인 환경 아래에서 다양한 파생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국가 마케팅은 사업 초기 단계에는 주로 자원 관련 사업을 주요 진출 수단으로 삼고, 사업이 확장함에 따라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연계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일본의 종합상사들은 소규모 무역을 시작으로 저개발 국가에 정착한 뒤 현지 개발정책 자문을 통해 플랜트·제조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한 경험이 있다. 또 최근에는 중국의 자원 관련 국영 사업체들이 앙골라에 석유개발, 건설 프로젝트 등으로 진출한 뒤 이를 기반으로 도시개발·전력·호텔·통신·철도 등 각종 인프라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리비아, 콩고,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콜롬비아, 페루 등 자원 부국들을 중심으로 이런 수요가 커지고 있다.
 
셋째는 시장 정보(market intelli -gence)를 항상 주시하고 있다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회를 보는 안목과 시장의 흐름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장 정보를 이용한 기회 포착의 대표적 사례는 해외 각국의 조달 시장이다. 미국만 해도 1조2000억 달러(지난해 기준) 규모이고 유엔 같은 곳은 150억∼200억 달러 규모다. 최근 세계 각국은 경기 침체를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고려하고 있다. 이런 기회를 잘 지켜보면 의외의 ‘대어’를 낚을 수 있다.
 
자동차용 알루미늄 휠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 S사는 코트라(KOTRA)의 시장 정보를 활용해 대규모 납품 계약을 따낸 사례다. 코트라 암스테르담 한국비즈니스센터는 2007년 현지 기업동향 파악 중 네덜란드의 승용차 생산기업인 N사가 최근 3년 동안 종업원 수를 6000명에서 2000명 이하로 줄이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벌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센터 측은 경영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인원 감축과 함께 생산원가 절감도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 N사와 접촉하고, 이후 S사를 소개했다. 결국 S사는 지난해 N사와 연간 3만 개(12만 유로 규모)의 알루미늄 휠 공급 계약을 맺었다.
 
2. 언제 진출할 것인가(when)
경영학에는 선발자 이익(first mover advantage)이라는 개념이 있다. 문자 그대로 남보다 먼저 행동을 시작한 기업이 매출·이익·시장점유율 등 경영의 성과지표에서 경쟁자보다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이론은 대량생산의 산업화 시대에는 그 권위를 인정받는 이론이었다. 그러나 지식정보화 사회가 된 최근에는 반드시 그렇지 만도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해외시장 진출의 최적 시기와 관련해서는 선후(先後)보다 시기적정성(timeliness)과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력이 더 중요해졌다. 또 사업을 하다 보면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해 시장에 진입해야 할 때도 있다. 따라서 최적의 시장 진출 시기는 업종과 사업 특성에 따라 다양해질 수 있다.
 
실제로 구글은 야후와 MSN 등 전통적 강자들이 지배하는 검색엔진 시장에 진출해 강력한 입지를 구축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의 최강자인 넷스케이프에 도전해 익스플로러를 1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후 최강자의 자리를 지키는 것 같았던 익스플로러 역시 파이어폭스의 공격에 조금씩 ‘영토’를 뺏기고 있으며, 구글도 최근 크롬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웹 브라우저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포털 시장에서도 압도적 1위이던 다음을 제치고 네이버가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한편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구글의 온라인 무료 오피스 프로그램 개발은 강력한 경쟁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를 견제하기 위해 비핵심 분야에 진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3. 진출의 수단(what)
해외 사업을 계획하는 기업은 먼저 자사가 보유한 상품 및 서비스 포트폴리오의 상대적 경쟁력을 판단해 보아야 한다. 한쪽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이 좋았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시장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전략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들을 잘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유니레버(Unilever)는 인도 현지 회사인 힌두스탄레버(Hindustanlever)의 고객 발굴과 그들에게 맞는 제품 개발을 통해 인도 시장에서 성공했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빈민층 인구와 극심한 물 부족, 국민 상당수의 영양 결핍 등 삶의 질 측면에서 매우 열악한 여건의 시장이었다. 선진국 국민이 사용하는 위생용품을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힌두스탄레버는 지역 특성에 맞는 신제품 개발을 통해 인도의 서민들을 새로운 고객군에 편입시켰다. 이 회사는 초저가(2∼4센트)의 일회용 비누와 샴푸를 소용량 포장하여 빈곤층 거주지역에서 방문 판매했다. 또 인도 남부의 극심한 물 부족 지역에서는 거품 발생을 줄여 하루 두 양동이의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세제(Surf Excel)를 개발, 히트시키기도 했다. 한편 낙후된 운송체계와 보관시설 미비로 인해 소금의 요오드 성분이 쉽게 증발하는 점을 감안해, 요오드 소모가 없는 혁신적인 소금 제품(Annapruna)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있다. 힌두스탄레버는 동시에 인도 국민이 겪고 있는 요오드 결핍증을 사회 이슈화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같은 공익적인 이미지를 심는 효과도 거뒀다. 그 결과 이 회사는 인도의 외국계 기업 가운데 인도인의 삶의 질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한 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4. 전략과 기획 및 실행력(how)
이 단계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제한된 자원의 가장 많은 부분을 할당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실행과 연관되어 있다.
 
전략을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방식에서는 모든 산업과 업종을 관통하는 하나의 방법론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강한 실행력으로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별적인 하위 전략들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역량은 모든 기업이 가져야 하는 공통분모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사업 영역과 제품·서비스군을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본사 전략 따로, 사업부 전략 따로, 생산·영업·마케팅 등 기능별 전략 따로 등 의사 결정의 계층별(decision-making layer)로 각기 따로따로 전략을 편성해 실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운영의 비효율성이 커지고 나중에 전사 차원의 통합 대응이 어려울 정도로 서로 방향이 어긋나 기업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모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본사와 사업부(또는 해외지사) 간에 전략을 조정, 통합하는 CSO(Chief Strategy Officer)를 두어 전략간 연계가 잘 될 수 있도록 교통정리(align)를 해 주는 게 좋다.
 
해외 신시장에서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위해서 기업은 다음 6단계 룰을 염두에 두고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다. ①유통·제조·브랜드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대중소비시장(mass market)에 참가하라. ②그 다음으로는 마케팅 4P(제품·유통·가격·홍보)에 주력하라. ③너무 복잡한 제품 사양을 지양하고 간접비용을 잘 관리해 원가경쟁력을 갖춰라. ④사람과 조직을 현지화하라. ⑤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제품을 개발하며, 현지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선택적 비교우위를 확보하라. ⑥투자를 지속하라. 이때 자체 역량이 있는 경우라면 직접 투자(green field 전략)를 하고, 자체 역량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엔 인수합병(M&A) 등을 활용(brown field 전략)하라.
 
5. 달성 목표(why)
여기서 말하는 ‘달성 목표’는 매출·영업이익·시장점유율 등 수치적 목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대신에 왜 A라는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는지, 왜 B라는 상품서비스를 가지고 사업을 하려는 것인지, 왜 지금 시점에 시작하려고 하거나 그 동안 해 오던 방식을 변경하려고 하는지 등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비즈니스 행위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해 내부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이야말로 해외 시장 진출의 진정한 목표다.
 
해외 사업에서 비즈니스 행위가 목표를 잘 충족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려면 다음 3가지 기준(3A)을 활용해 보면 된다.(그림 2) 그것은 바로 ①사업이 현지 적응에 성공하고 있는가(adaptation) ②국제적 표준화를 통해 현지 사업이 규모(scale)와 범위(scope)의 경제를 달성하고 있는가(aggregation) ③현지 특성화를 통해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점하고 있는가(arbitrage) 등이다.
 
3A에서 ①은 해당 기업이 현지에서 얼마만큼의 인지도, 즉 인정을 받고 있는지와 관련된 것으로서 마케팅 및 광고 분야에 해당한다. ②는 비용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최대화할 표준화(standardized)한 제품 역량을 지니고 있느냐와 관련된 것으로 연구개발(R&D) 형태로 나타난다. ③은 지역별 사업 수행에 최적화된 조직 운영을 하고 있느냐와 관련된다.
 
그리고 각 영역을 100점 만점으로 봤을 때 기업이 영역별로 몇 점 수준에서 사업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지에 따라 3A 삼각형의 크기가 결정된다. 세계화된 통합 기업으로서 P&G의 명성은 이 회사가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음에도 혼선에 빠지지 않고 각 사업의 3A를 90% 이상 충족하도록 노력해 온 데 있다.
 
6. 사업 수행 조직과 주체(who)
기업은 해외사업 수행 조직의 조직구조를 사업의 집중 정도(degree of immer-sion)에 따라 점차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먼저 사업 초기에는 전사 차원에서 수출 전담 부서를 두는 방식의 기능적 조직(functional organization) 형태를 취하는 것이 좋다. 이후 해외 수출 제품 수가 증가하거나 사업 영역이 복잡해지면 개별 제품이나 영역별(제품군)로 담당 조직을 두는 제품별 조직(worldwide product division)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지역별로 잘 팔리는 제품이 다를 경우 지역별 조직(regional division)을 발전시키고, 제품 판매에 여러 속성이 개입해야 하면 여러 기능이 엮어진 매트릭스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옵션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글로벌 사업이 확장될수록 조직이 복잡해지기 때문에 매트릭스 조직으로의 진화보다는 초기의 제품별 또는 지역별 조직으로 회귀해야 할 때가 꽤 많다. 다우케미컬은 제품이 늘어나고 해외사업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매트릭스 조직으로 해외사업 조직을 개편했다. 그러나 해외 조직이 지나치게 복잡해져 본사의 통제력이 한계에 부닥치자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지역별 조직제를 재도입했다. 이는 실제로 해외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우에는 지역별 대응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지역별 법인에 권한과 책임을 전면 부여함으로써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또 현장 담당(GTM·Go-To-Market) 조직을 추가로 둬 시장별 전략을 특화할 필요도 있다. 이는 소위 FMCC(Fast-Moving Consumer goods)라고 일컫는 생활용품·식음료 등 기초 소비재를 취급하는 기업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FMCC 제품은 지역별로 상이한 생활방식·문화·소비패턴에 특화한 마케팅을 해야 할 필요가 크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질레트·필립모리스·유니레버·다농 등은 특화한 GTM 조직을 두어 시장별 차별화에 성공함으로써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본 기업들이다.
 
한편 현재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본사와 해외 지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확충하고, 만약에 발생할 지도 모르는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해 놓는 것이 좋다. 리스크 대응에 필요한 것은 발생 가능한 상황을 기술한 시나리오와 구체적인 위기 상황에 대한 비상대응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본사는 지사에 상황별로 실질적인 도움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진정한 기업 본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본질은 고객가치의 실현
사업에는 부침이 있기 마련이다. 기업이 경기 부침 속에서 살아남아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궁극적으로 고객에 집중해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이야말로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 주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기업은 현지 시장 고객의 현재 고민과 미래 불안을 동시에 껴안고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고객은 아주 고약하고 못돼 먹은 철부지 애들(badly-spoiled children)’이란 말이 있다. 실제로 고객들은 매우 변화무쌍하다. 다양한 해외시장의 고객들은 특히 더 그렇다. 이런 고객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시장의 동향 변화에 두 눈을 부릅뜨고 미래 비즈니스의 발전 방향을 늘 모니터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벗어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바란다. 물론 그 바탕이 되는 것은 창의적인 전략과 고객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필자는 현재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액센츄어(옛 앤더슨컨설팅)와 딜로이트컨설팅에서 컨설턴트로도 근무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국제경영)를 받았으며, 동 대학 행정대학원 박사 과정(정책학)을 수료했다.
  • 홍석빈 | - (현)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책임연구원
    - 액센츄어(옛 앤더슨컨설팅) 컨설턴트
    - 딜로이트컨설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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