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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도깨비방망이’ 아니다

이상열 | 25호 (2009년 1월 Issue 2)
컨설팅 주제를 명확히 하고 주변과 공유한다
컨설팅을 자주 받는 회사는 컨설팅의 효용성과 비효율성에 대해 비교적 잘 알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컨설팅을 받으면서 가질 수밖에 없는 기대와 실망을 경험적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래서 전사 경영진단 같은 포괄적인 컨설팅보다는 심도 있는 분석이 필요한 특정 사안에 대해 컨설팅을 받는 사례가 많다.
 
반면에 컨설팅을 처음 받거나 오랜만에 받는 회사는 사뭇 다르다. 첫째, 이번 컨설팅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고자 한다. 비싸고 우수한 역량을 지닌 컨설턴트를 활용하면서 투자한 금액보다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둘째, 회사가 컨설팅을 받는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조직원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많은 사람이 그 결과에 대해 궁금해 하고(심지어 컨설팅을 구조조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도 있다), 평상시 자신의 관심사나 문제점이 컨설팅으로 해결되길 원한다. 그래서 컨설팅 수행 조직에 이것저것 주문하게 되고, 컨설팅 수행 조직은 컨설턴트에게 그러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외부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니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싶고, 신규 사업 아이템도 알고 싶고, 조직구조도 바꾸고 싶고, 참으로 많은 것을 얻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럴수록 ‘왜’ 컨설팅을 받고자 하는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자사가 알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컨설팅 결과에 대해 보고를 받은 이후 어떠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컨설팅을 받는 것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차를 운전하는 것과 똑같다.
 
컨설턴트인 필자는 예전에 ‘프로세스’라는 주제로 경영혁신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그런데 어떤 임원이 조직구조를 바꾸길 원했다. 그 분은 프로세스와 조직구조를 같은 개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 분은 “조직을 바꾸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혁신이냐”며 강하게 어필했다. 더불어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고객사 PM도 이번 기회에 조직구조를 바꿔야 할 것 같다고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조직구조에 대한 간단한 보고서를 건넸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안 몇 가지 문제점이 생겼다. 조직구조 변화에 대한 관점으로 업무를 수행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계약문제부터 프로젝트 진행 방법까지 컨설턴트와 고객사가 다시 논의하게 되어 시간이 낭비됐다. 또 한정된 투입 인력으로 두 가지 관점의 일을 수행하려고 하니 일이 완벽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이는 컨설팅의 정확한 목적 및 배경을 이해하지 않고 지나친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다. 경영혁신 컨설팅 결과 전사적 자원관리(ERP)가 필요한 경우가 있고, ERP가 자사에 맞는지 안 맞는지 컨설팅을 받고서 ERP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경우도 있다. 결론만 놓고 보면 둘 다 동일해 보인다. 그러나 컨설팅을 진행하는 관점에서 보면 여기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주제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해당 아이템에 대한 검토 수준이 다르고, 결론에 도달하는 형식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경영진단 결과 기존 사업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으니 신규 사업을 하자는 것과 신규 사업을 지금 하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 컨설팅을 받아보고 나서 하자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
 
정말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과 자신이 알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회사 내 조직 구성원들과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컨설턴트는 고객사가 원하는 대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며, 맥가이버도 아니다.
 
충분한 자원과 비용을 배정하라
컨설턴트는 몸값이 비싸다. 컨설팅 비용은 투입 인력과 투입 시간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컨설턴트 한 명을 쓰는 데 한 달에 수천만 원이 소요되니 결코 적은 비용이 아니다. 원가절감을 하겠다고 컨설팅을 받는데 컨설턴트 비용이 수억 원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컨설팅을 받겠다고 결정한 순간부터는 1억∼2억 원 더 들어가는 것을 아까워하면 안 된다.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갖고 판단해야 한다.
 
컨설팅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쓸데없는 일에 컨설팅을 안 받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욕심 때문에 이것저것 다 원할 때에는 컨설팅 비용이 올라간다. 자사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여 할 수 없는 일(때로는 내부 직원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컨설팅을 받고, 내부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컨설팅 이후 자신들이 해나가면 된다.
 
내부 인력도 마찬가지다. 경영진은 컨설팅 수행 지원 및 진행 업무에 1, 2명만 파견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부 인력만으로 수행하기 어려워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는 입장에서 일상적인 업무가 바쁘다는 이유로 중요한 일을 못한다고 한다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 기업에서는 이런 말이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일상적으로 하는 업무가 더 중요하다면 지금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없다.
 
프리세일즈(presales)하는 컨설턴트의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공부하자
현재 무언가 고민을 하는데 정확하게 고민이 뭔지 모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뭔지 몰라 프로젝트 시작 이전에 컨설턴트에게 문의하는 사례가 있다. 이런 때 컨설턴트들은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컨설턴트도 사람이다. 컨설팅 회사에는 프로젝트를 수주하는(즉 영업하는) 사람이 별도로 있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개 컨설턴트가 곧 영업사원이다. 컨설턴트는 고객사가 생각하는 문제점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컨설팅 주제로 연결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리고 그 컨설팅을 받으면 뭐든지 다 해결되고 기업에 엄청난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자료를 날라다 줄 것이다. 물론 그러한 이야기는 잘 들어둘 필요가 있다. 충분히 도움이 되는 정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영업 자료에 빠지지는 말아야 한다. 원래 하려던 것과 맞는 주제인지 판단하고 그 이후에 어떠한 방향으로 가게 될지 머릿속에 형상화해 봐야 한다.
 
컨설턴트 말만 듣고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에 업무가 하나 둘 진행되면서 ‘이게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면 이미 늦다.
 
경쟁사의 컨설팅 결과를 따르지 마라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경쟁사가 컨설팅을 받았다고 해서 덩달아 받는 사례가 있다. 또는 경쟁사가 자신들과 비슷한 상황에서 컨설팅을 받았다며 그 컨설팅 결과대로 해달라고 하는 사례도 있다. 이는 필자가 컨설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요구 받은 것 가운데 하나다. 유식하게는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s) 또는 벤치마크(benchmark)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그 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실패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타사의 컨설팅 결과를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 과연 자사가 경쟁사와 동일한 환경에 있는가? 경쟁사가 도입한 경영기법을 자사에 똑같이 도입하면 정말 성공할 수 있는가?
 
드러나는 현상은 같아도 그 현상을 발현시키는 원인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원인이 다르면 해결방법도 달라야 한다. 결과적으로 해결책이 같을 수는 있지만 분명 기업 자체가 다르다.
 
자사와 비슷한 기업을 수행한 컨설팅 회사와 컨설턴트가 분명 경험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도 사람이니 그 경험이 자사를 컨설팅할 때 편견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해당 분야에 경험이 전혀 없는 컨설턴트가 더 잘할 수도 있다.
 
필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서 제조 및 유통, 정보기술(IT) 관련 전략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컨설팅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기 위해 블로그 ‘consultant 2.0’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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