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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성공에 이르는 네 가지 철칙

장세진 | 2호 (2008년 2월 Issue 1)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영자들의 입에 회자될 주요한 화두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견’과 ‘인수합병(M&A)’라는 두 단어일 것이다. 사실 이 두 단어는 서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경영 환경에서 모든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은 ‘어떻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것인가’에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기술력이나 브랜드 파워가 비슷한 한국 기업들끼리 경쟁했기 때문에 자신의 사업 영역이 아닌 신규사업에서도 신설 투자 형식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 과거 재벌이라는 비(非)관련 다각화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기술이나 브랜드가 아닌 일반적인 경영 능력과 자금 동원 능력이 유일한 핵심 역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러한 성장 전략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이 최고의 기술과 브랜드를 갖고 한국 내수시장 및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상황이 순식간에 변하기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의존해서는 신규 사업에 진출할 시기를 놓치기 쉽다. 이러한 새로운 경영 환경에서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기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기업들은 과거 M&A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M&A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의 M&A는 대부분 도산한 기업을 인수해 회생시키는 것에 국한됐다. 또한 독특한 기업 문화와 경직된 노동 시장, 노동조합은 M&A를 통한 사업 구조조정의 장애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철칙을 강조하면 다음과 같다.
 
다임러벤츠는 1999년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별 시장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고급 차종부터 저가 소형차까지 라인업을 보강한다는 논리로 크라이슬러를 합병했다. 하지만 막대한 손실을 본 후 결국 2007년 서베러스캐피탈매니지먼트에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때 합병회사의 시가 총액이 합병 전 각각 회사의 가치보다 낮아진 적이 있을 정도니 대형 M&A의 실패 사례의 하나로 기억되기에 무리가 없다.
 
다임러 크라이슬러의 합병은 발표 당시부터 많은 의문을 낳았다. 과연 고급차와 중저급차 간의 시너지가 있을 것인가? 후륜 구동의 벤츠와 전륜 구동의 크라이슬러가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할 수 있을까? 권위적이고 중앙 집권적인 전형적인 독일 기업 다임러벤츠와 분권화된 기업 문화를 갖고 수 없이 파산 위험에 시달려오면서도 버텨온 자부심 강한 크라이슬러가 잘 융합될 수 있을까? 다임러벤츠와 크라이슬러의 합병 실패는 M&A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려면 양 기업의 핵심 역량과 기업 문화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교훈을 다시 일깨워주었을 뿐이다.
 
반면 2002년 휴렛패커드(HP)와 컴팩의 합병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의 합병은 ‘일상 재화’가 되어가는 양사의 하드웨어 중심적인 사업 구조를 차별화된 서비스 중심의 토털 솔루션을 제공해 주는 사업 구조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HP-컴팩의 합병이 성공적이었던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이 합병안에 대해 HP 이사회 내에서 치열한 반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HP 설립자의 아들로 HP의 이사회 임원인 월터 휴렛은 합병안이 이사회에 상정되자 이 합병이 주주의 가치를 파괴한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이어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투자자를 규합해서 위임장 대결을 벌였다. HP의 CEO였던 칼리 피오나는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합병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통합 후 비용절감과 새로운 서비스를 통해 매출을 증대하기 위한 엄청난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HP와 컴팩은 명확하고 구체적인 전략적 목표를 갖고 합병에 대비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높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M&A는 그 특성상 대규모 자본 투자가 소요되며 큰 위험을 수반한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1995년부터 2001년 동안 302건의 대형 M&A를 분석한 결과, 61%의 사례에서 인수기업의 주주가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대부분의 M&A에 서 피인수기업의 주주에게 막대한 프리미엄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만일 시가총액 100억 원 규모의 기업을 130억 원에 인수했다고 가정해 보자.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과의 통합을 통해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지 않으면 이 M&A는 명백하게 실패한 것이다. 30억 원 이상의 시너지를 창출하려면 인수 기업이 피인수 기업을 통합해 비용을 줄이거나 매출을 늘려 수익을 증대하는 명확한 경영 전략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이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실행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M&A팀 아닌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1987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사는 고객들에게 원스톱 여행서비스를 제공해 주기 위해 힐튼호텔과 허츠렌터카를 인수했다. 하지만 많은 프리미엄을 주고 이들 회사를 인수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했던 시너지는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경쟁 항공사들은 다른 호텔 체인과 렌터카 회사와 함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실현했다. 만일 M&A팀을 가동하고 있다면 그들의 임무는 M&A대상을 물색해 가격을 매기고 인수 협상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국한되기 쉽다. 전략적 목표를 간과한 채 M&A를 위한 M&A만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M&A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저마다 M&A 전문팀을 만들고 있지만 유사한 실수를 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재무 전문가와 변호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M&A팀은 전략적 마인드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M&A의 대상이 확정됐을 때 인수합병의 가격과 절차에만 집중하기 쉽다. 반면 왜 이 기업을 인수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와 시너지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통합 과정에는 소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대부분의 서구의 다국적 기업들은 대부분 최고경영자를 보좌하는 기업개발팀을 상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팀의 기능은 CEO를 보좌하면서 기업이 추구하는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이어 성장 전략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부족분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에 대해 상시 검토한다. 이 팀의 관점에서는 M&A가 새로운 핵심 역량을 획득하고 빠른 시장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하나의 대안에 불과하다. 이 팀은 기업 성장 전략의 또 다른 방법인 신설 투자와 전략적 제휴를 M&A와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전략적 접근이 가능하다.
   
■ M&A 철칙 ■
1.기업개발팀을 만들라
재무전문가와 변호사로 구성된 M&A 전문팀 대신 기업 성장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기업개발팀을 만들라. 
2.소규모 M&A로 노하우를 축적하라
경험을 통해 노하우를 축적하고 자신 나름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하라. 
3.핵심 사업 분야의 해외 인수를 고려하라
수요와 공급이 풍부한 핵심 사업분야의 해외 M&A 시장을 바라보라. 
4.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는 위험하다
자신이 핵심 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의 M&A는 실패하기 쉽다. 
 
사실 M&A는 신설 투자나 전략적 제휴 또는 합작 투자와 같은 대안에 비해 값비싼 선택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개발팀은 전략을 책임지는 최고전략담당임원(Chief Strategy Officer·CSO)과 개별 사업부의 전략을 짜는 담당자로 구성되는 것이 좋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재무 전문가와 협상 전문가에게만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을 맡길 수 있는 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M&A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는 명확한 전략이다. M&A는 목적이 아니라 한 가지 수단일 뿐이다.
  
소규모 M&A로부터 노하우를 축적하라
앞서 언급한 HP와 컴팩의 통합 과정의 절정기에는 2500명 이상의 통합전담 팀원이 1만 개 이상의 통합 회사의 운영 원칙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렸다. HP와 컴팩은 과거 각각 아폴로(Apollo)와 디지털이퀴프먼트(DEC) 등의 인수를 통해 많은 실패를 경험하면서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런 경험은 추후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이미 수업료를 지불한 것과 같다. M&A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사용하는 회사는 과거의 M&A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잘 정리해 차후에 유사한 실수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인터넷 라우터(Router)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인 시스코는 자신이 필요한 첨단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수십 개의 기업을 M&A하면서 성장했다. 시스코는 이런 경험을 통해 자신 나름대로의 인수합병 공식을 정립한 뒤 차후의 M&A에 효과적으로 적용했으며, 인수 후 통합을 가장 신속하게 실행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역량을 쌓았다.
 
이런 관점에서 M&A의 경험이 없는 한국 기업들은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경험과 교훈을 축적할 필요가 있다. 과거 한국의 유수한 대기업들은 김영삼 정부의 소위 ‘세계화 정책’에 편승해 해외에서 대규모 M&A를 시도했던 경험이 있다. 현대전자는 미국의 맥스터를 인수했고, 삼성전자는 AST를, LG전자는 제니스를 각각 인수한 바 있다. 당시 M&A에 대한 경험이 전무했던 한국기업의 대규모 M&A는 대부분 큰 손실을 보고 실패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과거의 M&A 실패 사례로부터 교훈을 정리하고 노하우를 축적해 향후 M&A에 대응하려는 자세가 없었다는 점이다. 앞으로 M&A가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인식한 기업들은 준비가 없이 대규모 M&A를 시도해 당황하기보다는 일단 소규모 M&A를 통해 M&A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한다. 역량을 갖춘 기업 성장에 큰 획을 그을 수 있는 대형 M&A에 대한 준비한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 기업간에 일어난 일련의 기업 M&A 사례를 분석해 보면 인수 낙찰가가 입찰 전 계산했던 기업 가치에 비해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높은 가격을 제시해 인수경쟁에서 승자가 된 기업들은 나름대로 인수 후 통합을 통해 인수 프리미엄을 상회하는 시너지 창출을 위한 전략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한국도 글로벌 M&A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지 입찰경쟁에서 높은 가격을 써내 성공한 기업들은 추후에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라는 큰 대가를 치룰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M&A 사례 중 종종 거품에 가까운 인수가격이 출현하는 이유는 국내에 M&A 대상 기업들의 수가 제한된 상황에서 즉, 공급이 적은 상황에서 많은 수요자들이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을 돌려 세계 시장을 바라보면 M&A 시장은 수요와 공급이 매우 풍부한 시장이다. 특히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매물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글로벌 M&A를 거론할 때 역시 두산그룹을 빼놓을 수 없다. 두산그룹은 M&A를 활용해 자신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성공적인 기업 가운데 하나다. 외환위기 전 두산그룹은 식품과 건설사업이 주력사업이었으나, 1996년 부터 이들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해 2000년과 2005년 각각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했다. 그 결과 기계설비 사업이 매출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사업구조로 탈바꿈했다. 두산중공업은 2005년 미주 지역 역삼투압 방식 수처리 사업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AES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영국의 미쓰이밥콕을 인수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월 소형 건설중장비 분야에서 50년 역사를 지닌 미국 잉거솔랜드의 밥캣(bobcat)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피인수기업들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부족한 핵심 역량을 보완하는 전략적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런 핵심역량은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급이 부족한 국내에만 머물러 높은 인수 프리미엄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감수하느니 자신이 잘 아는 핵심 사업 부문에서 외국기업을 인수해 운영하는 것이 위험이 적을 수 있다. 이는 자신의 핵심 사업 부문의 국제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도 있다.
  
무작정 넓히는 M&A는 위험
마지막으로 비(非)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는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는 그 용어가 의미하듯 자신이 핵심역량을 갖지 못한 사업 분야다. 그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면 인수 후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고 운영하기가 힘들다. 그 동안 많은 기업들이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시도했지만 그 성과는 관련 사업 분야에서의 M&A보다 평균적으로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소니는 1988년 콜롬비아픽처스를 인수해 영화 및 영상콘텐츠사업에 진입했다. 가전 하드웨어의 소니가 헐리우드의 영화제작자와 연기자들의 세계를 이해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전략은 처음부터 많은 위험을 수반하는 것이었다. 결국 소니는 인수한 지 5년 뒤 무려 35억 달러의 누적 적자를 대손상각했고 최근에서야 영화 사업에서 다소간 흑자를 내고 있다. 소니가 영화 사업에 투자한 경영 자원을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에 투자해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 기회비용은 엄청나게 큰 것이었다. 가전기업이 콘텐츠 분야에 진출해 실패한 것은 단지 소니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마쓰시다 역시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인수했다가 큰 손실 끝에 매각했다. 한국의 삼성 역시 영상사업단을 발족해 활동하다가 철수한 바 있다. 물론 두산그룹의 예처럼 자신의 핵심 사업 분야와 그 관련 분야에서 전망이 나쁜 기업들은 오히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더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도 있다. 비관련 사업 분야에서 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노력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핵심 사업과 관련 분야에서 기회는 없는 지, 많은 위험이 수반되는 비관련 사업 분야의 M&A를 수행할 만한 관리역량은 어떻게 갖출 것인 지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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