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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븐포트의 한국기업을 위한 메시지

제품혁신 넘어 경영을 혁신하라

하정민 | 1호 (2008년 1월)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경쟁 제품을 연구하는 시간에 소비자의 관심을 연구해라
“한국 경제는 이제 제조업 위주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제품 혁신에만 얽매이지 말고 프로세스나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 특히 경영의 혁신을 중요하게 여기는게 좋습니다.”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과 함께 ‘세계 3대 경영 석학’으로 불리는 토머스 데이븐포트(Tho -mas H. Davenport) 미국 밥슨 칼리지(Babson College) 경영대 교수가 한국 경제에 던진 메시지다. 그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제조업에 비해 낙후된 한국 서비스업의 발전을 위해 ‘관심 경제학’을 적극 활용하라고 주문했다.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출신인 데이븐포트 교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관심의 경제학(The Attention Economy)’의 저자다. 사회 현상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경영학과 접목시켜 세계적 학자로 거듭난 인물.
 
‘관심의 경제학’은 엄청난 과잉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 시장에서 기업의 성공은 어떻게 소비자의 ‘관심’을 끄느냐에 달려있으며 이것이 바로 경영자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한국 경제 발전 위해 제조업에 관심 경제 적극 도입해야
데이븐포트 교수는 “한국이 제조업 위주의 경제 구조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서비스업 위주 경제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제품 제조 기술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관심’이라는 점에서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선진국 기업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소비자 관심을 깊이 연구하고 이를 매출과 연결하는 전략이 있었다”며 “한국 제조업도 이와 같은 전략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은 일반적으로 혁신을 이야기할 때 제품의 혁신만을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들은 접근 방법이 다릅니다. 예를 들어 노키아와 같은 선진 IT 기업이 한국의 경쟁업체에 대해 연구를 한다고 합시다. 그들은 제품 자체보다 제품 생산의 배경인 한국의 IT 문화나 10대들의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둘 것입니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서비스 리더십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는 한국 기업의 경직된 조직 문화가 근로자 개인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 근로자들은 매우 똑똑하고 호기심이 충만하며 근로 의욕도 높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서열을 중시하는 풍토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기업 구성원들의 영어 구사 능력이 뒤떨어지고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적은 것 역시 문제입니다.”
 
한편 데이븐포트 교수는 일각에서 한국 경제의 발전 동력으로 인수합병(M&A)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한국 기업이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M&A에는 항상 실패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세계 M&A의 70%가 성공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 “한국 경제만의 장점을 살리고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한국은 인터넷 및 휴대전화 사용 인구의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지식근로자의 수준도 높습니다. 이런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고, 뛰어난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구현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그는 “몇 년 전과 비교했을 때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소비자 관심 확보 능력이 많이 향상됐다”고도 평가했다.
 
인간의 뇌 구조는 집중에 적합 정보 과잉은 정보 습격과 동일
데이븐포트 교수는 그의 저서를 통해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는 ‘시간이 돈’이 아니라 ‘관심이 돈’이라는 점을 거듭 주장해왔다. 특히 ‘관심의 경제학’에서는 “지식경제학은 지식의 양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며 “오히려 너무 많은 지식은 사람들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핵심 업무에 대한 몰입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인간의 관심은 희박해지고 관심을 붙잡기 위한 정보들 간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는 “영국의 한 대학 조사에서 여러 IT 기기를 가지고 동시에 다양한 작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의 아이큐(IQ)가 정상인보다 10 가량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는 인간의 뇌 구조가 멀티 태스킹(multi tasking)이 아니라 한 가지 일에의 집중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려준다”며 관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정보 과잉은 곧 정보의 습격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보 과잉은 제한된 관심을 일 이외의 엉뚱한 곳으로 분산시키는 문제를 낳습니다. e메일이나 휴대전화가 우리의 관심을 시시각각 빼앗을 경우 어떤 일에 오래 매달릴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죠. 미국의 많은 회사들이 직원들의 e메일 사용을 제한하거나 휴일을 앞둔 금요일에 메일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CEO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
데이븐포트 교수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효과적으로 사로잡은 대표적 기업으로 구글과 애플을 꼽았다. 그는 “지식 경영의 목표는 고객의 관심을 꾸준히 유도하고 관리하며 고객들의 관심을 지식으로 바꾸도록 돕는 것”이라며 “두 기업이 이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많은 기업이 앞다퉈 지식 경영을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를 통해 고객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기업은 소수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CEO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그 기업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CEO 개인에 대해 과도한 관심이 몰릴 경우 CEO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회사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데이븐포트 교수는 “스티브 잡스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경영자지만 그의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애플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보라”며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 CEO 였을 때도 유사한 일이 발생한 적 있다”고 말했다.
 
특히 “CEO 개인에 대한 관심이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려면 먼저 그 기업의 펀더멘털부터 탄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괴짜 CEO라 불리며 온갖 기행으로 매스컴에 오르락내리락 하는 영국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을 예로 들며 “리처드 브랜슨이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버진 애틀랜틱 항공의 서비스나 품질은 CEO의 명성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CKO는 지식 분배보다 지식 창조에 신경써야
데이븐포트 교수는 기업들이 지식 사회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최고 지식경영자(Chief Knowledge Officer)의 역할이 CEO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동이나 자본과 같은 생산 요소들을 관리하는 것 만큼 기업들이 지식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CKO 제도를 도입한 기업도 많지 않고 설사 도입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날 대부분의 CKO들이 지식의 배분에만 집중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식을 창조하고 혁신의 목적을 추구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소비자나 조직원들이 원하는 정보를 주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공격적이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계몽하는 데 힘써야한다는 의미다.
 
CKO가 조직 내에 존재하는 지식을 파악하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 확산시킬 때 자신의 업무에 대한 높은 교육 수준과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 또 업무 활동에서 지식을 창조하고 이용할 줄 아는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식 경영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며 “제대로 지식경영을 하려면 시장 분석, 제품 디자인, 생산, 가격결정, 인사관리 등 회사 경영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머스 데이븐포트(Thomas H. Davenport): 경영학에 사회학 접목시킨 ‘관심(Attention)’ 경영학자
 
1954년생인 토머스 데이븐포트 교수는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 소재 밥슨 칼리지에서 정보 기술 및 경영학(Information Technology and Management)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텍사스 트리니티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후 하버드에서 사회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얻었다. 하버드에서 경영학 프로그램을 이수한 적도 있다.
 
밥슨 칼리지에 오기 전에는 하버드대, 다트머스대, 보스턴대, 텍사스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의 연구원이며 매킨지, 앤더슨, 언스트 & 영 등 기타 컨설팅 회사에서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데이븐포트 교수의 저서로는 ‘The Attention Economy’, ‘Competing on Analytics’, ‘Thinking for a Living’, ‘Working Knowledge’ 등 10여권이 있다. 그는 100여개의 논문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와 같은 주요 경영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그는 피터 드러커, 토머스 프리드먼과 함께 2005년 경영 전문지 옵티마이즈(Optimize)가 선정한 세계 3대 경영 전략 애널리스트로 뽑혔다. 그는 2003년에도 전문지 컨설팅(Consulting)이 뽑은 세계 최고의 컨설턴트 25인에 이름을 올렸다.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 등이 현대 경영학의 1세대 대가(Guru)들이라면 데이븐포트와 토머스 프리드먼, 톰 피터스 등은 2세대 경영학 구루라 할 수 있다. 데이븐포트는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를 가리켜 자신의 우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학과 경영학의 성공적 조우를 통해 유명 경영학자가 된 그는 자신의 사회학 전공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창의성 이론으로 유명한 심리학자이자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테레사 아마빌을 예로 들며 “사회과학을 전공한 것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상당한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강연이나 저술 활동 외에 경영 전략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고 있다. GE, IBM 등 미국 대형 기업은 물론 포스코의 경영 자문도 담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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