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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모델, 확 바꿔야 할 때

마크 W. 존슨,클레이튼 크리스텐센(Clayton M. Christensen),헤닝 카게르만(Henning Kagermann) | 23호 (2008년 12월 Issue 2)
마크 W. 존슨,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 헤닝 카게르만
 
꾸준한 성장을 원한다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애플은 2003년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와 함께 아이팟을 내놓아 휴대용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이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으며 애플이라는 회사 전체를 통째로 바꾸어 놓았다. 출시 후 3년 동안 애플은 아이팟과 아이튠스를 통해 전체 회사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약 10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에 2003년 초 10억 달러 수준이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2007년 말 15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애플의 성공신화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애플이 디지털 음악 기기를 시장에 내놓은 첫 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다이아몬드 멀티미디어라는 회사는 1998년 리오(Rio)라는 기기를 시장에 선보였다. 또 다른 음향기기 제조업체인 베스트 데이터는 2000년 카보 64(Cabo 64)를 내놓았다.
 
두 제품 모두 성능이 뛰어났을 뿐 아니라 휴대가 간편했으며 디자인도 근사했다. 그렇다면 왜 리오나 카보64가 아닌 아이팟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었을까.
 
애플은 단순히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 세련된 디자인으로 포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애플은 훌륭한 기술을 개발한 다음 걸출한 비즈니스 모델로 그 기술을 포장했다. 애플이 일궈낸 진정한 혁신은 바로 디지털 음원을 쉽고 간편하게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애플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모두 결합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애플의 접근방식은 내구재(면도기)와 소모품(면도날)을 동시에 판매하는 질레트식 모델을 반대로 뒤집어 놓은 것이었다. 애플은 ‘면도기(이윤이 큰 아이팟 기기)’를 판매하기 위해 ‘면도날(아이튠스에서 판매하는 이윤이 낮은 음원)’을 헐값에 파는 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 비즈니스 모델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정의하고 고객에게 전례 없는 편의를 제공한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산업 전체의 틀을 바꾸어 놓을 뿐 아니라 수십 억 달러의 가치를 재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선구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앞세워 할인 매장 시장에 진입한 대형 할인점 월마트와 타깃은 현재 소매업 전체 기업가치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항공 서비스 시장에서 극히 작은 비중만을 차지하던 미국의 저가 항공사들이 현재 미국 내 전체 항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5%에 이른다. 20세기 말에 탄생한 27개의 저가 항공사 중 11개 업체는 지난 10년 동안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포천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애플과 같은 대기업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하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 10여 년 동안 기존의 대기업에서 나타난 주요 혁신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미국경영자협회(AMA)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도 글로벌 기업의 혁신 투자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투입된 금액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제 모든 사람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해 떠들기 시작했다. 2005년 영국의 경제연구소 EIU가 실시한 연구조사 자료를 보면 기업 중역 50% 이상이 제품이나 서비스 혁신보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믿고 있다. IBM에서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설문에 참여한 CEO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3분의 2 이상이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요즘과 같이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몇몇 CEO들은 이미 시장 상황을 바꾸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의 중역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라는 어려운 질문에 직면한다.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역학관계나 프로세스에 대한 공식 연구는 거의 진행된 게 없다. 두 번째로 자사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전제,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상호 의존 관계, 비즈니스 모델 개발의 강점과 한계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물다. 결국 핵심 비즈니스를 잘 활용할 수 있을 때가 언제인지, 성공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10여 개의 기업들과 함께 이런 문제를 살펴본 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진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내·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초기 단계를 넘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고 싶다면 로드맵이 필요하다.
 
본 연구진이 제안하고자 하는 로드맵은 3가지 간단한 단계로 이뤄져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생각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로드맵의 첫 번째 단계는 무언가를 원하는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한 방법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두 번째 단계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면서도 이윤을 창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청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모델에서는 이 청사진이 모두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세 번째 단계는 그 기회를 잡으려면 얼마나 많은 변화를 도모해야 할 지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비교하는 것이다. 일단 비교하면 기존 모델과 조직을 그대로 활용할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이 필요할지를 결정할 수 있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건 그렇지 않건 뛰어난 기업들은 모두 저마다 효율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실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비즈니스 모델: 정의
본 연구진의 관점에서 볼 때 비즈니스 모델은 서로 맞물려 있는 네 가지 요소로 이뤄져 있다. 이 요소들은 서로 더해져 가치를 창출하고 전달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자 할 때에는 4가지 요소 중 첫 번째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
 
고객 가치 제안(CVP) 성공적인 기업은 고객을 위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고객이 중요한 ‘일(job)’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기업이다.
 
여기서 ‘일’은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타나는 근본적인 문제를 뜻한다.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체 프로세스를 포함해 그 일과 관련한 다양한 요소를 이해하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다. 해결해야 할 ‘일’이 고객에게 중요할수록 그 ‘일’을 처리하기 위해 지금 당장 구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한 고객의 만족도는 낮아진다.
 
새롭게 제안하고자 하는 해결책이 ‘일’을 해결할때 기존의 해결책보다 큰 도움을 줄 수록 CVP가 커진다.(가격이 낮을수록 CVP가 커지는 것은 물론이다) 경쟁업체에서 내놓은 상품 및 서비스가 실제 고객의 욕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킬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CVP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회가 한층 커진다.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살펴보자.
 
이윤 공식 이윤공식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동시에 회사 입장에도 도움을 주는 방법에 관한 청사진을 뜻한다. 이윤 공식은 다음과 같다.
 
- 매출 모델: 가격×양
- 수익 구조: 직접비용, 간접비용, 규모의 경제. 비용 구조는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하는 핵심 자원의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 마진 모델: 기대되는 판매량 및 비용 구조를 감안할 때 원하는 수준의 이윤을 얻기 위해 각각의 거래에 가서 요구하는 공헌 수준.
- 자원 속도(resource velocity): 예상 판매량을 달성하고 기대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재고를 비롯해 고정자산과 기타 각종 자산을 운용하기 위한 속도, 즉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속도.
 
수익 공식’과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두 용어를 섞어 사용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방법은 비즈니스 모델의 일부에 불과하다. 우리는 CVP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가격을 책정한 뒤 다시 변동비와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을 계산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방법을 통해 원하는 이윤을 얻기 위해 어떤 수준의 규모와 자원 속도가 필요한지 결정할 수 있다.
 
핵심 자원 핵심 자원은 목표 고객에게 가치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 필요한 사람, 기술, 제품, 시설, 설비, 유통경로, 브랜드 등을 뜻한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바로 고객과 기업을 위한 가치 창출에 도움을 주는 핵심 요소와 각 요소가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이다. 모든 기업은 경쟁적 차별화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평범한 자원도 갖고 있다.
 
핵심 프로세스 성공한 기업이 갖고 있는 운영 및 관리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규모 확장에 유용한 방식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는 훈련, 개발, 제조, 예산, 계획, 판매, 서비스 등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업무가 포함되어 있다. 기업이 갖고 있는 규칙, 측정 방법, 규범 등도 핵심 프로세스에 속한다.
 
이 4요소는 모든 기업의 기본 원칙이다. CVP와 이윤 공식은 각각 고객과 기업을 위한 가치를 정의하며 핵심 자원과 핵심 프로세스는 그 가치를 고객과 기업에 전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는 이 구조는 각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영향력을 갖는다. 4가지 요소 중 한 요소에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면 나머지 구성 요소뿐 아니라 전체 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성공 기업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시스템을 설계해 이 4 요소가 서로 일관성 있고 상호 보완적 방식으로 연결되게끔 한다.

 
훌륭한 비즈니스 모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비즈니스 모델 구조의 구성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두 기업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CVP 창출 CVP에 대한 뚜렷한 이해 없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새롭게 개발하거나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할 수 없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이해는 단순한 깨달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비가 내리는 날 인도 뭄바이의 한 도로 위에 서 있다고 하자. 도로 위에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가 자동차 사이를 뚫고 위험천만한 곡예를 하고 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오토바이 위에 일가족 전체가 올라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개도국에서는 다들 저렇게 살아가는 거지 뭐. 그래도 다들 잘 지나가네”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창문 너머로 이 광경을 지켜본 타타그룹의 라탄 타타는 한 가지 중요한 일을 해내야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일은 바로 일가족을 스쿠터에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에게 스쿠터를 대체할 만한 좀 더 안전한 대안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타타는 인도에서 가장 값싼 자동차지만 스쿠터 값의 5배는 거뜬히 넘으며,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가난한 사람들이 그런 자동차를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비나 눈이 내려도 걱정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스쿠터를 대체할 만한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아직 자동차 구매 시장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수천 만 인도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강력한 가치 제안임이 분명했다. 타타는 당시 타타 자동차가 갖고 있던 비즈니스 모델로는 원하는 만큼 낮은 가격의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고급 건축용 도구 제조업체 힐티는 대다수 기존 고객들을 위해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건축업체는 건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해야 돈을 벌 수 있다. 필요한 도구를 구할 수 없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건축업체들은 기계를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 있는 기계를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때 돈을 벌 수 있다.
 
힐티는 도구 자체를 판매한다기보다 도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건축업체들이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도록 한다. 즉 고객이 필요로 하는 순간 최고의 도구를 제공하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받고 도구 수리와 교체 및 업그레이드 등의 서비스를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고객이 보유하고 있는 도구를 관리해 준다. 이 가치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 힐티는 도구 관리 프로그램을 새롭게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생산과 유통이 아닌 서비스 쪽으로 관심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이는 곧 힐티가 새로운 이윤 공식을 설계하고 새로운 자원 및 프로세스를 개발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CVP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바로 정확성이다. 즉 얼마나 ‘정확하게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이 정확성을 얻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려는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한 가지에 매진하지 못한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시도하는 바람에 노력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꺼번에 많은 일을 하려다 보면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
 
정확한 CVP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법은 고객들이 자신의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인 4가지 요소, 즉 부족한 재원, 접근성 부족, 기술 부족, 시간 부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인튜이트는 현금이 동나지 않기를 바라는 중소기업 사장들의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회계용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퀵북스를 개발했다. 간소화한 회계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고객의 바람을 충족시킨 인튜이트는 그 동안 회계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복잡한 회계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데 걸림돌이었던 기술 장벽을 무너뜨릴 수 있었다. 약국 업무를 중심으로 기초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닛클리닉은 예약하지 않은 환자라도 언제든 전문 간호사를 만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가벼운 질환을 가진 환자가 병원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된 시간 장벽을 없앨 수 있었다.
 
이윤 공식 설계 타타는 인도의 빈곤층이 오토바이에서 벗어나 자동차를 타도록 하려면 자동차 가격을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낮춰 부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타타는 세상에서 가장 저렴한 자동차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 2500달러 수준의 자동차를 떠올렸다. 그들은 ‘일대 혁신을 몰고 오기 위해 10만 루피짜리 자동차를 만들면 어떨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타타의 이런 생각은 이윤 공식에도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이런 자동차를 만들려면 매출총이익도 많이 줄어들고, 비용 구조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도 급격하게 감소할 터였다. 그러나 타타는 판매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린다면 값싼 자동차를 판매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목표 고객의 수가 상당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힐티의 경우 계약 관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면 고객의 대차대조표에 기재된 자산을 자사의 자산 계정에 옮겨놓고 기기를 대여하고 가입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했다. 일정한 금액의 월 회비만 내면 고객사는 원하는 전동 도구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리 및 유지 서비스도 받는다. 이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하려면 이윤 공식의 주요 요소들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주요 공식은 매출 흐름(가격 책정, 지불 방법, 판매량 산정 방식), 비용 구조(추가 매출 개발 및 계약 관리 비용), 지원 마진, 거래 속도 등을 뜻한다.
 
핵심 자원 및 프로세스 확인 고객과 자사에 도움을 주는 가치 제안을 파악했다면 가치 전달을 위해 필요한 핵심 자산 및 프로세스를 고려해야 한다. 전문 서비스 업체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람이 핵심 자원이며, 훈련 및 개발 등 사람과 관련된 일련의 업무가 핵심 프로세스다. 포장재 제조업체의 경우 강력한 브랜드 및 엄선한 소매업체가 핵심 자원이며, 브랜드 구축 및 유통 관리 과정이 핵심 프로세스다.
 
개별 자원이나 프로세스가 아니라 각 자원 및 프로세스의 관계를 통해 차이가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거의 항상 고객의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키기 위해 핵심 자산 및 프로세스를 독특한 방식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핵심 자산 및 프로세스를 잘 통합하는 기업은 대부분 영속적인 경쟁 우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치 제안과 이윤 공식에 집중하면 이 자원과 프로세스들이 서로 어떻게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합병원은 ‘모든 환자를 위한 모든 서비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가치 제안을 내놓는다. 모든 고객을 위해 모든 것을 제공하려면 전문가, 장비 등 방대한 자원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런 자원들은 미리 정해진 한 가지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관계를 형성해 나간다. 이 결과 차별화 정도가 감소할 뿐 아니라 고객 만족도도 떨어진다.
 
반대로 특정한 가치 제안에 집중하는 병원은 고객 만족에 도움을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자원과 프로세스를 통합할 수 있다. 덴버에 위치한 국립 유대교병원은 한 가지 핵심 가치를 가지고 있다. “폐질환이 있다면 우리 병원으로 오십시오. 폐질환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효과적인 치료법을 처방해 드리겠습니다.” 치료 분야를 줄인 덕에 이 병원은 의료 전문가와 전문 기기들이 함께 작용하는 방법을 통합하는 프로세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
 
타타 자동차는 CVP의 요구 사항 및 초저가 자동차 모델 나노(Nano)의 이윤 공식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동차 설계, 제조, 유통 프로세스를 다시 생각해 내야 했다. 타타는 연륜이 많은 자사의 자동차 설계 담당자와는 달리 타타가 갖고 있는 기존 이윤 구조의 영향을 받거나 제약을 받지 않을 수 있을 만한 젊은 엔지니어들을 뽑아 규모가 작은 팀을 구성했다. 이 팀은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의 수를 혁신적으로 줄였으며, 상당 수준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타타는 공급 전략도 새로 구상했다.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해 나노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무려 85%를 아웃소싱하는가 하면 다른 자동차 모델에 비해 납품업체 수를 약 60% 줄였다.
 
뿐만 아니라 타타는 자동차 조립 및 유통에 관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생각해 내고 있다. 타타의 최종 계획은 나노에 들어가는 부품을 기업 또는 독립 기업가가 소유한 여러 조립 공장에 보내 자동차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타타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나노를 설계, 제조, 유통, 서비스 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지 않고선 이같이 급진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없다. 물론 그 전에 타타는 이 프로세스에서 발생하는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할 것이다.
 
힐티가 직면한 최대 과제는 바로 영업사원들로 하여금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임무를 담당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다. 전동기기 관리 서비스는 30분 만에 판매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고객들에게 하나의 제품이 아닌 프로그램을 구매하게 하려면 며칠, 몇 주, 심지어 몇 달 동안 회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동용 트레일러에서 팀장이나 현장 구매 담당자와 거래하는데 익숙해져 있는 영업 사원들이 느닷없이 회의실에서 CEO나 CFO와 마주앉아 얘기를 나눠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 뿐 아니라 기기를 대여해 주려면 적절한 포장재를 설계·개발해야 한다. 또 월별 지불금액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새로운 자원인 새로운 인재, 좀 더 강력한 IT 시스템 등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힐티는 고객들이 직접 전동 도구를 보유할 때보다 좀 더 효율적이면서도 적은 비용으로 상당량의 도구를 보관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했다. 이 프로세스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보관 시설, 재고 관리 시스템, 교체 도구 등이 필요했다. 힐티는 건설업체 측 담당자들이 대여 가능한 도구 및 사용료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대여료 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게 하자 담당자들도 이 자산에 관한 비용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규칙, 측정 방법, 규범 등이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신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때까지 이런 요소들이 명확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럴 필요도 없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초기에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을 만큼의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HBR TIP] 사례로 보는 주요 내용
 
이미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들이 성공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그 기회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해야 하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 논문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단계를 제안한다.
 
강력한 고객 가치 제안을 개발 때부터 시작하라.
많은 기업들이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한 다음 시장을 찾아 나서곤 한다. 하지만 욕구를 갖고 있는 진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실례: 일가족 전부를 태운 채 도로를 질주하는 스쿠터가 창문 너머로 뭄바이 거리를 바라보던 타타 그룹 총수 라탄 타타의 눈에 들어왔다. 위험천만하게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이 가족에게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안전한 자동차를 판매한다면 어떨까? 그럴 수만 있다면 강력한 고객 가치 제안이 될 것이 틀림없다.
 
가치를 안겨줄 수 있는 이윤 공식을 설계하라.
어떤 자원과 프로세스가 필요한지 결정해야 한다. 이미 많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들이 경험한 것처럼, 이윤 공식이 없는 고객 가치 제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는가? 그렇다면 우선 전체 이윤 목표를 정한 다음 차근차근 이윤 공식을 세워나가 보자.
 
실례: 10만 루피 (2500달러) 정도 하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타타는 아직 자동차를 구매한 경험이 없고 오직 스쿠터만 타는 수많은 소비자를 매료시키기만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박리다매 전략으로 충분한 이윤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위해선, 자동차 제조와 관련된 비용 구조를 완전히 바꾸어야만 했다. 타타는 저가 자동차 모델인 나노를 생산하기 위해 젊은 엔지니어들로 구성된 팀에서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해 냈다. 타타의 새로운 프로세스란 전체 부품의 85%를 외주업체에 맡기고, 기존 모델에 비해 납품업체의 수를 60% 가량 줄이고, 외부 조립업체를 선정하여 자동차 조립을 맡기는 것이었다.
 
기존의 조직 내에서 혁신을 도모할 수 있을지, 그렇지 않으면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야할지 판단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있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비교하라.
실례: P&G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용해 혁신적인 청소제품 스위퍼를 출시했다. P&G가 기존의 모델을 사용할 수 있었던 까닭은 이윤 공식이나 핵심 자원이 기존의 가정용 소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윤이 큰 실리콘 제품을 생산해 왔던 다우 코닝이 전문가의 손길을 덜 필요로 하는 표준화된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을 할 무렵, 다우 코닝의 중역 돈 시츠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지닌 사업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츠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존의 프로세스 및 이미 뿌리를 내린 관습들로 인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려는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거라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순간
이미 시장에서 자리잡고 있는 기업들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 경쟁업체들을 궁지로 몰아넣는 신제품을 개발할 수도 있다. P&G는 일회용 빗자루 겸 먼지털이 스위퍼(Swiffer)와 새로운 부류의 공기 청정제인 페브리즈(Febreze) 등 흔히 ‘파괴적 시장 혁신’이라 불리는 제품을 몇 가지 개발했다. 이 두 혁신은 모두 P&G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을 바탕으로 하며 가정용 소비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자 할 때 새로운 시장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순간이 분명 존재한다. 그때가 언제일까. 간단하게 대답하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성하는 4가지 요소 모두가 중요한 변화를 필요로 할 때’다. 그러나 항상 그 답이 이렇게 간단하기만 한 건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할 때에는 기존의 경영 현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본 연구진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 5가지 전략 환경을 분석해 보았다.
 
1. 파괴적 혁신을 통해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상품 또는 서비스가 지나치게 비싸거나 복잡하다는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 소외된 상당수의 잠재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때다. 타타의 나노 사례처럼 개도국 시장에서 대중적인 제품을 내놓을 수 있는 기회(피라미드에서 가장 낮은 단계에 속하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기회)도 여기에 속한다.
 
2.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기회(애플 사례 및 MP3 플레이어 사례)나 이미 효능이 검증된 기술을 새로운 시장에 선보일 기회(군용 기술을 일반 시장에서 선보이는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
 
3. 아직 고객의 욕구를 중시하지 않은 시장에서 고객 욕구 충족이라는 개념을 도입할 기회. 기업들이 제품군이나 고객군에 집중해 기존 제품을 꾸준히 개선, 시간이 지날수록 범용상품화(com -moditization)가 이루어지는 산업에서 이런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다 보면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페덱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페덱스는 택배 시장에 진출하면서 저렴한 가격이나 뛰어난 마케팅에 승부를 걸지 않았다. 대신에 먼 곳까지 신속하고 안전하게 소포를 보내고자 하는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했다. 페덱스는 이를 위해 핵심 프로세스와 자원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통합해야만 했다. 고객의 요구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 덕에 페덱스는 상당한 경쟁우위를 얻을 수 있었다. 경쟁업체인 UPS는 여러 해에 걸쳐 페덱스의 경쟁우위를 모방했다.
 
4. 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파괴자를 물리치려는 시도. 한 세기 전에 낮은 비용으로 철을 생산하던 소규모 제철소가 종합 제철소에 위협이 된 것처럼 나노가 성공을 거두면 다른 자동차 업체들에 위협을 가하게 된다.
 
5. 변화하는 경쟁 양상에 반응할 필요. 시장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해결책을 정의하는 요소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화해 핵심 시장 부문의 상품화를 진행시킬 수밖에 없다. 세계 곳곳에서 저가 상품이 속속 등장하자 힐티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저가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던 업체들이 고급 전동 도구 시장을 조금씩 빼앗아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을 기울여도 좋을 만큼 충분히 기회가 크다는 자신감이 없다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해선 안 된다. 뿐만 아니라 자사 입장에서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일 뿐 아니라 관련 업계나 시장 전체에도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하는 것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지름길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라는 과제가 과연 수용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올지 평가할 수 있다. 다음 4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을 한다면 성공적인 실행 가능성이 높아진다.
 
- 관심을 끌 만한 매력적인 CVP를 바탕으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가?
- CVP, 이윤 공식, 핵심 자원, 핵심 프로세스 등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용하는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 핵심 비즈니스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비즈니스 개발 프로세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경쟁업체에 혼란을 초래하는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다고 해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없애거나 바꾸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우 코닝이 발견한 것처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핵심 사업을 강화하고 보완하는 경우도 많다.
 
[HBR TIP] 기존 모델을 사용해도 좋은 경우
 
혁신적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 항상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한 건 아니다. 스위퍼를 출시한 P&G의 경우처럼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모델의 혁신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존의 모델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은 경우는 언제일까. 새로운 CVP를 충족시킬 수 있는 경우는 언제인가.
 
- 기존 이윤 공식을 활용하는 경우
- 기존 핵심 자원과 프로세스 중 전부는 아니라 하더라도 대부분을 활용하는 경우
- 현재 활용하고 있는 핵심 규칙, 측정 방법, 규범 등을 활용하는 경우
 
다우 코닝 사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추구할 때 올바른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 창출 또는 발전을 방해하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이다. 다우 코닝은 새로운 이윤 공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에 직면했다.
 
다우 코닝은 오랜 기간 수천 종의 실리콘 제품을 판매하는 동시에 다양한 업계에 훌륭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수익성이 증가하는가 싶더니 여러 제품 부문의 수익성이 정체하기 시작했다. 전략적 분석을 통해 다우 코닝의 저가 상품 부문이 범용상품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실리콘 제품을 많이 사용해 본 고객들은 더 이상 기술 서비스를 원치 않았다. 고객들은 기술 서비스가 아니라 저가의 기초적 제품을 원했다. 이 변화는 성장의 기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 기회를 잘 활용하기 위해 다우 코닝은 저가 상품을 공급해 이 고객들을 만족시킬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문제는 다우 코닝의 비즈니스 모델과 문화가 높은 가격대의 혁신적인 제품 및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었다. 2002년 저가 상품을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다우 코닝의 CEO 게리 앤더슨은 회사의 중역 돈 시츠에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담당할 팀을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이 팀은 먼저 가격을 중시하는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도움을 줄 CVP를 고안해 냈다. 이 팀은 가격을 약 15% 낮춰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범용상품화된 자재의 경우 15%의 가격 인하는 상당한 수준이다. 새로운 CVP를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이 팀은 단순히 불필요한 서비스를 제거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가격을 낮추려면 근본적으로 낮게 설정한 비용 구조와 함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윤 공식이 필요할 터였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IT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 많은 제품을 더 빨리 판매하려면 다우 코닝은 관련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인터넷을 활용해야만 했다.
 
규칙 파괴 오랫동안 성공가도를 달리며 이미 성숙 단계에 접어든 다우 코닝에서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들이 맞춤형 가치 제안을 전달하는 일을 담당해 왔다. 자동화를 시키려면 관련 프로세스를 표준화해야 했다. 즉 과거에 비해 훨씬 엄격한 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예를 들어 주문할 때는 미리 회사 측에서 정해둔 몇 가지 규격 및 대용량 상품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한하고, 주문 리드 타임을 24주 정도로 정했으며(특수 주문은 추가 비용 청구), 신용 조건은 미리 한 가지로 지정하고,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가 고객 서비스를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했다. 담당 팀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전문가의 손길을 덜 필요로 하고, 고객의 셀프 서비스가 가능하며, 표준화한 것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즉 다우 코닝은 성공을 위해 지금까지 자사에 성공을 안겨준 규칙을 깨뜨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시츠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다우 코닝의 핵심 사업부 내에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는 새로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것이었다. 시츠는 기존의 직원 및 시스템이 새로운 CVP에 어떻게 반응할지 테스트하기 위해 시뮬레이션 게임을 진행했다. 이 결과 이미 사내에서 굳어 있는 관습과 기존의 프로세스로 인해 그 어떤 변화도 진행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새로운 전략이 미처 자리를 잡기도 전에 다우 코닝 사내에 퍼진 기업 항체들이 이 전략을 모두 없앨 것이 분명했다. 새로운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분명했다. 새 사업부가 기존의 규칙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상품 라인이 퍼져나가도록 하려면 어떤 규칙이 가장 적합한지를 자유롭게 판단해야만 했다. 이 기회를 키워 나가고 기존의 모델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을 가진 새로운 사업부가 필요했다. 이 결과 자이아미터(Xiameter)가 탄생했다.
 
어떤 역량을 갖추어야 할까 새로운 CVP와 이윤 공식을 만든 뒤 자이아미터 팀은 핵심 자원 및 프로세스에 관심을 갖는 한편 어떤 역량이 갖추어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 당시 다우 코닝의 핵심 역량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던 IT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비즈니스의 핵심 역량으로 떠올랐다. 자이아미터는 매우 신속하게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원들이 필요했다. 즉 새로운 역량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자이아미터를 별도의 사업부로 구성해 운영해 나가야 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지만 돈 시츠와 자이어미터 팀은 관련 업계 및 다우 코닝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관한 해박한 지식으로 인해 생겨나는 우위를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이 상황에서 자이아미터 담당 팀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바로 기존의 규칙을 답습하지 않으면서도 다우 코닝의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시츠는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할 만한 인재를 찾기 위해 다우 코닝 내의 인재들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시츠는 원하는 능력을 지닌 적합한 후보를 발견할 경우 그 인재가 인터뷰 자리를 떠나기 전 즉석에서 자이아미터 업무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 인터뷰 방식 덕에 시츠는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인재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성공의 비밀은 인내심 신규 사업을 통해 성공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수익을 거둘 때까지 네 번 정도 비즈니스 모델을 수정한다. 충분한 계산을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 과정을 추진할 경우 이 주기가 짧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성공을 꿈꾼다면 초반의 실패를 참아내고 끊임없이 수정할 필요성을 이해해야 한다. 성공을 원하는 기업은 학습 과정에 집중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수행하는 것 못지않게 수정하는 데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본 연구진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려는 기업에 성장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가지되(시장 기회가 충분히 펼쳐질 수 있도록 기다릴 것) 이윤에 대해서는 인내심을 갖지 말라고(그 비즈니스 모델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 조언한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성장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바로 초기 수익성이다.
 
다우 코닝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과정에서 뒤따르는 시행착오를 허용하면서도,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원하는 결과를 얻고, 가능성을 보여 줄 수 있는 개발 주기를 만들어내기를 원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자이아미터 운영 규모를 줄이는 한편 빠른 속도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 공격적인 계획을 세웠다. 또 자이아미터를 출범시킨 첫 해 연말까지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이아미터는 다우 코닝에서 투자한 돈을 단 3개월 만에 모두 갚은 뒤 좀 더 큰 규모의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지난날 다우 코닝은 인터넷에서 제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무려 업계 평균의 3배 수준인 전체 매출 가운데 30%가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 대부분은 이전에 다우 코닝 제품을 사용한 적이 없는 고객이다.
 
자이아미터는 다우 코닝의 기존 고객을 빼앗아 오는 것이 아니라 다우 코닝의 핵심 사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즉 자이아미터 덕에 다우 코닝의 영업 담당자들은 가격에 민감한 고객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핵심 제품에는 높은 가격을 부가할 수 있었다.
 
변화를 통해 성장하려는 기업들의 시도는 주로 제품이나 기술 혁신에서 비롯된다. 이런 기업들의 노력을 보여 주는 것이 바로 한층 길어진 개발 주기 및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한 시의적절한 노력이다. 이 논문의 첫머리에서 언급한 애플의 아이팟 사례에서 보듯 진정 혁신적인 기업은 결코 자사가 개발한 내용이나 뛰어난 기술을 숨기지 않는다. 이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는 까닭은 바로 신기술을 적절하고 효과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포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이랜드 캐피털 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파트너인 밥 히긴스는 20여 년 동안 투자하면서 위험 감수를 통해 성공과 실패를 모두 경험했다. 히긴스는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중요성과 그 힘을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와 같은 벤처 캐피털리스트가 기술만을 믿고 투자할 경우 실패할 때도 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믿고 투자할 경우 성공한다.”
 
[HBR TIP] 어떤 규칙, 규범, 측정 방법이 방해하는가
 
어떤 조직에서든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는 조직의 기억 너머로 사라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예를 들어 40% 수준의 매출총이익률) 설정해 둔 규칙, 규범, 측정 방법 속에 핵심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담겨 있다. 이런 것들이 모여 기존의 조직 내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자리 잡는 것을 방해한다.
 
금융 매출총이익, 기회의 크기, 개별 단가, 개별 마진, 손익 분기점에 도달하는 시점, 순현재가치 계산, 고정 비용 투자, 신용 항목
운영 완제품의 품질, 납품된 제품의 품질, 직접생산 대 아웃소싱, 고객 서비스, 유통 경로, 리드 타임, 재료 처리량
기타 가격 책정, 성과 요구, 제품 개발 수명 주기, 보상 및 인센티브의 기초, 브랜드 변수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마크 W. 존슨(mjohnson@innosight.com)은 혁신 및 전략 컨설팅 업체인 이노사이트의 회장이다. 존슨은 2000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클레이턴 M. 크리스텐슨(cchristensen@hbs.edu)과 함께 이노사이트를 설립했다. 헤닝 카게르만(henning.kagermann@sap.com)은 독일 발도로프에 위치한 SAP AG의 공동 CEO다. 존슨은 하버드 비즈니스 프레스에서 내년에 출판할 <여백을 잡아라: 성장 및 쇄신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Seizing the White Space: Business Model Innovation for Transformative Growth and Renewal)>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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