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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버리지 비중 높은 사업, 이익보다 현금관리가 훨씬 중요

이혁진 | 20호 (2008년 11월 Issue 1)
모든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본이 필요하다. 우수한 사모펀드들은 자기자본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이를 통해 일반 기업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사모펀드는 레버리지, 즉 자기자본을 기반으로 한 타인자본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합리적인 자본 구조를 갖춘다. 예를 들어 성장을 위해 100달러가 필요하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타인자본 70달러와 자기자본 30달러로 100 달러를 만든다. 그런 뒤 채무를 상환하거나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현금을 창출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는 인수한 기업의 운전자본,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 고정 자산을 엄격히 관리해 자본 지출을 적극 통제하고 사업의 투자 대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모펀드는 대차대조표를 현금 창출을 높이는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투자한 자본의 효용을 극대화한다.
 
반면에 전통적인 기업 대부분은 정반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 사모펀드가 인수한 기업은 평균적으로 타인자본 70%, 자기자본 30%로 자본을 구성하지만 미국의 상장 기업은 타인자본 비율이 평균 40%, 유럽 기업은 평균 35%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전통적 기업들은 자본적 지출을 위해 보유한 현금이나 자기자본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은 내부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가정 아래 그다지 까다롭지 않은 기준을 적용해 투자한다. 그러나 실제로 내부 조달 비용은 저렴하지 않다.
 
많은 기업은 부채를 최소화함으로써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고 가정하고 레버리지를 최소화한다. 그러나 이들은 그나마 많지도 않은 부채 상환에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동해 비용을 낮추려는 노력은 부족한 듯하다. 이는 이들이 대차대조표보다 손익계산서에 신경을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사업 운영과 성장을 위해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는지 살펴보면 사모펀드가 소유한 기업과 일반 기업 간에 큰 차이가 드러난다. 자금 조달은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많은 재량을 갖고 있는 영역이긴 하지만 사모펀드 접근법을 따르겠다고 결정했다면 회사 내 보수적인 구성원들에게 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해 ‘자기자본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라’는 개념을 좀 더 깊이 살펴보자.
 
사모펀드의 현금 선호
앞에서 밝혔듯 사모펀드는 대차대조표를 성과를 나타내는 정적인 지표가 아니라 성장을 위한 동적인 도구로 간주한다. 이러한 접근법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운전자금의 적극적인 관리다. 재정학원론 수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사모펀드에 운전자금 감소를 위한 적극적인 관리는 가치창출을 위한 필수 공식이다.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사업에서는 현금 관리가 이익 관리보다 항상 우선시된다.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사례 하나를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EBITDA(세금, 이자,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를 활용해 대략적인 현금 흐름을 측정한 뒤 진정한 현금 창출 잠재력을 파악하기 위해 현금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별 비용 항목을 다시 검토한다. 회사의 EBITDA가 125달러라고 가정하면 여기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항목을 제외해야 진정한 현금 창출 역량을 가늠할 수 있다.
 
1. 총채무상환부담액(원금+이자)
2. 매출액 대비 운전자금 비율 X 계획상 연간매출 증가액
3. 지속적인 사업의 운영 및 성장에 필요한 자본적 지출
 
이 사례에서 연간 채무상환부담액을 50달러, 매출액 대비 운전자금 비율을 30%, 차기 연도에 계획하고 있는 매출 증가액을 100달러로 가정해 보자. 이는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30달러(100달러에 대한 운전자금 30%)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자본적 지출이 10달러라고 가정하자.(유지관리 비용+매출 증대에 소요되는 자본 비용)
 
이 세 가지 항목(50달러+30달러+10달러)을 더하면 이 사업에 소요되는 현금은 90달러다. 전년도 EBITDA가 125달러이므로 이를 충당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실질적으로 창출되는 현금은 35달러다. 현명한 사모펀드 투자자와 CEO들은 이러한 현금 창출 잠재력을 주기적으로 측정해야 한다. 단 현금 흐름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시장 여건이나 경쟁사, 고객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총채무상환부담, 매출액 대비 운전자금 비율, 자본적 지출 등 세 가지 공제 항목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관리가 가능한 항목은 운전자금뿐임을 알 수 있다. 채무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고정적이며, 자본적 지출에는 단기 관리가 어려운 유지관리를 위한 지출과 성장을 위한 지출이 혼재돼 있다.(성장을 위한 지출 부분은 아래에서 별도로 다루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지속적인 현금 창출이 필요한 때에는 운전자금을 낮춰야만 한다. 앞의 사례로 돌아가 재고관리와 매출채권, 매입채무 관리를 개선해 신규 매출을 위한 운전자금 비율을 30%에서 20%로 낮춘다면 현금 10달러를 절감함으로써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을 35달러에서 45달러로 높일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운전자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 현금 창출을 30% 늘릴 수 있다.
 
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는 현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자들은 자본적 지출을 최대한 효율화해 최소한의 현금만을 소요한다. 산업 구조가 모두 다르고, 자본적 지출이 필요 없거나 작은 업종도 있지만 원칙은 같다. 대부분의 사모펀드는 자본적 지출에 앞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계속해서 던진다 “이 프로젝트에 1달러를 투입할 경우 3달러를 얻을 수 있는가.” 사모펀드는 자본적 지출을 결정할 때도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똑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적극적인 관리자들은 대차대조표 상의 자본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고정자산을 재원으로 전환하고, 설비를 매각하거나 시설을 폐쇄해 비생산적 자본을 제거한다. 또 성과가 부진한 사업이나 사업부를 매각해 확보한 자본을 더 생산적인 용도에 활용한다.
 
기업 사례: 펀치 태번 그룹과 뮬러 워터 프로덕트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해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사례는 사모펀드 TPG다. TPG는 1470개 선술집 체인점을 보유하고 있는 영국의 펀치 태번 그룹을 1999년에 인수했다. 인수 후 몇 개월 지나 TPG와 태번 그룹은 과감하게도 규모가 훨씬 더 큰 얼라이드 더멕의 선술집 3500개를 인수하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훨씬 규모가 큰 휘트브레드가 뛰어들면서 인수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러나 TPG와 태번은 휘트브레드보다 우세한 전략으로 거래를 성사시켰다. 태번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해 인수 비용을 낮출 수 있었던 것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TPG의 인수자금에는 16억 파운드의 브리지론이 포함되었는데, TPG는 인수한 술집 자산을 담보로 리파이낸싱 했다. 태번의 중요한 현금 흐름의 원천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임대소득을 부동산 투자 증권화해 이를 통해 리파이낸싱을 위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이는 물론 태번의 본업인 체인점 사업이 매우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갖고 있다고 인정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차대조표를 이렇게 혁신적으로 활용하자 자본구조는 한층 효율화됐고, 연간 이자비용도 약 3000만 파운드 줄어들었다. 게다가 전반적인 기업 운영 개선에 주력한 결과 TPG는 몇 년 동안 정체 내지 감소하던 매출을 성장세로 돌려놓을 수 있었다. 성숙기에 도달한 업종임에도 펀치의 술집 매출은 연간 7% 이상 성장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사례기업은 뮬러 워터 프로덕트다. DLJ머천트 뱅킹(CSFB은행의 사모펀드 사업부문)은 1999년 타이코 인터내셔널로부터 소화전, 고압밸브, 이음쇠를 생산하는 뮬러를 9억38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 인수대금 가운데 자기자본은 2억31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주물공장을 폐쇄하고 효율적인 제조공법을 도입해 현금 흐름을 개선하고 인수 비용에 대한 부담을 줄였다. 뮬러의 매출은 2001년 8억6500만 달러에서 2004년 1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핵심 사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중국에 입지를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현금도 확보했다. 5년 후 월터 인터스트리즈가 뮬러를 19억 달러에 인수했다. DLJ는 6년 만에 투자한 자본의 5배에 가까운 이익을 올린 것이다.
 
자기자본 효율적 운용, 어떻게 적용하나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한 사모펀드의 접근법을 따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사항은 회사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부채가 어느 수준인지 정하는 일이다. 물론 인수 가능성을 포함해 다양한 사업 목적으로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현금도 고려해야 한다. 아무리 저렴한 자금 조달 방법을 활용한다 해도 매출채권과 재고를 엄격히 통제하고 운전자금을 현명하게 운용하는 동시에 자본적 지출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고정자산을 최대한 활용할 때, 즉 부채 상환을 위해 자산의 효율적 운용을 극대화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는 언제, 어디서 현금을 창출할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최근 우리는 한 CEO와 현금 관리에 대해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대화를 나눴다. 우리는 그에게 원리금 상환액을 물었다.(회사 기밀 유지를 위해 각종 수치는 가상의 숫자로 바꿨으며, 비율은 그대로 뒀다)
 
“5000만 달러입니다.” 그의 대답이었다.
내년 매출액이 얼마나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약 1억 달러 늘어날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매출액 증대를 위한 운전자금이 증가분의 약 40%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은 1억 달러의 추가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4000만 달러의 현금이 운전자금으로 더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자본적 지출은 얼마입니까.”
“1000만 달러입니다.”
그렇다면 채무를 상환하는 데 5000만 달러, 매출 증가의 재원으로 4000만 달러, 자본적 지출에 1000만 달러 등 총 1억 달러가 소요됩니다. 당신 회사의 EBITDA가 1억 달러를 넘지 않으면 현금을 손해 보는 것이네요. 바꿔 말하면 EBITDA가 1억 달러를 넘을 때부터 현금이 창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회사의 재무구조 현황을 파악하고 다소 놀라는 눈치였지만 단지 EBITDA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세부 항목을 자세히 검토하고 현금 창출액을 명확히 예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금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CEO는 운전자금을 4000만 달러에서 2500만 달러로 감축함으로써 EBITDA 손익분기점을 1억 달러에서 8500만 달러로 15% 낮출 수 있었다.
 
당신이 이렇게 레버리지를 활용한다면 사방에서 보수적인 운용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들려올 것이다. 또 당신의 자산관리에 대해 부당하게 일선업무 부서를 쥐어짜고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견해도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것이 우리가 사업운영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본 활용을 느슨하게 할 경우 경쟁 사모펀드와 적극적인 투자자들이 우리 몫을 가로채 갈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효율적인 자본적 지출 관리
이제 당신의 회사가 자본적 지출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해 보자. 많은 기업은 자본적 지출 계획을 엄격하고 적극적으로 수립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오히려 자본적 지출에 대한 계획을 수립할 때 프로젝트별 수익의 발생 시기와 액수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예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대차대조표와 현금 흐름을 보면 프로젝트 가운데 상당수가 예상 날짜가 훨씬 지난 뒤에야 수익을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떤 프로젝트는 아예 수익을 내지 못하기도 한다. 뛰어난 기업도 다섯 번의 자본적 지출 가운데 한 번은 아무런 수익도 내지 못한다.
 
물론 훨씬 덜 엄격하게 자본적 지출을 관리하는 기업도 있다. 이들은 자본적 지출을 사업 운영에 수반되는 당연한 비용으로 간주한다. 자본적 지출의 용도, 목적과 상관 없이 매출이 10% 늘어날 경우 자본적 지출에 대한 예산 또한 약 10% 증가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물론 예산이 편성되고 당연하게도 지출은 발생한다.
 
요점은 현명한 관리자라면 기업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잠재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교한 중장기 계획을 바탕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자본을 3억 달러 투입해 매출액 10억 달러 규모의 회사를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후 5년 동안 3억 달러를 더 투입해 사업 규모가 20억 달러로 늘어났다고 가정하자.
 
기업 인수를 위한 첫 번째 투자는 목표 기업에 대한 엄격한 실사를 통해 이뤄지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철저하게 계획되고 준비된다. 그러나 인수 후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경우 엄격한 실사와 검증 없이 당연한 듯 이뤄질 때가 많다. 이 경우 추가 투자가 첫 투자와 유사한 수준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 총수익률은 희석된다. 따라서 모든 추가 또는 신규 투자는 처음 기업을 인수할 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전략 실사를 통해 투자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분명하고 세부적인 계획이 동반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 각각의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내고 있는지 면밀하게 주시해야 한다. 각각의 투자 성과에 대한 관리 체계를 구축해 투자 단계에서 비현실적 가정으로 운영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는지 초기에 파악해야 한다. 또 성과를 엄격히 관리하고 성과가 저조할 경우 즉각 개입해 해결해야 한다.
 
CEO가 자본적 지출을 관리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은 자본의 배분 프로세스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은 자신이 내리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 자본 배분 결정이라고 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찰스 T 멍거 부회장과 내가 할 일은 탁월한 관리자들을 유치해서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도록 하는 것과 자본의 배분 딱 두 가지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많은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기는 하지만 이 원칙은 다른 사업에도 유효한 듯하다.
 
마지막으로 고정자산을 철저하게 평가하고 대차대조표상 자산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많은 항공사가 보유 항공기를 매각한 뒤 재리스(S&LB)하는 방식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소매업 및 호텔 등 서비스업체도 시설을 매각한 뒤 임대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성과가 부진하거나 제3자가 영위할 때 가치가 더 클 만한 사업은 매각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은 ‘자기자본 한 푼이 소중하므로 투하한 자기자본으로부터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로 귀결된다. 재무구조 레버리지를 높이면 자기자본이 더 희소해지면서 가치가 상승한다. 운전자금을 적극 관리하고, 자본 예산 프로세스를 신중하게 관리하며, 생산성이 떨어지는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도 마찬가지 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 자기자본은 매우 값비싸고 소중한 것이다. 적극 활용해 효용을 극대화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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