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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Interview : 존 리스트 시카고대 경제학부 교수

“더 큰 시장 잡으려면 ‘최적의 포기’ 불사해야
핵심 인재 추스르며 재도약 준비도”

강지남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을 넓히는 규모 확장(scale)이 호황기에 더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히려 경기 침체기가 규모 확장에 유리하거나 정부의 경기회복 정책에 올라탈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경기 침체기에 스케일의 성공 조건을 재차 점검한다면 경기가 턴어라운드할 때 남보다 빠르게 규모 확장에 나설 수 있다. 이때 유의할 점은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채 섣불리 규모 확장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또 경기가 어려울수록 자금을 투입할 때 평균 효과가 아닌 ‘마지막 1달러’의 한계 효과를 유념해야 한다. 시간의 기회비용을 고려해 그만두는 것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규모 확장에 대한 과한 중압감을 가해 핵심 인재를 잃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할 실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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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확장은 비즈니스의 숙명이다. 모든 기업은 상품과 서비스를 확대하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며, 시장을 넓혀감으로써 성장을 거듭 추구한다. 그래야 매 순간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확장은 기업가의 비전을 세상에 실현하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현재에 안주하는 것은 기업가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 때문에 어떠한 조건에서 비즈니스가 규모 확장에 성공하는가는 기업이 항상 고민하는 주제다. 최근 이 고민에 좋은 참고가 될 책이 출간됐다. 존 리스트(John A. List) 시카고대 경제학부 교수가 쓴 『스케일의 법칙』이다.1 이 책에서 리스트는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5가지 신호와 규모 확장의 성공을 돕는 4가지 기술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했다. (DBR mini box I ‘ 『스케일의 법칙』이 말하는 규모 확장의 성공을 위한 9가지 조건’ 참고.)

그런데 경기 침체기 혹은 불황기에도 비즈니스는 규모 확장을 꾀할 수 있을까?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든 대외 여건에서도 비즈니스가 규모 확장에 성공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그리고 경기 침체될 때 기업이 경계해야 할 잘못된 판단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DBR은 ‘불황기 비즈니스 규모 확장의 조건’을 주제로 존 리스트 교수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어떠한 외부 환경에도 기업은 규모 확장을 향한 노력을 접어선 안 된다”며 “경기 침체기에도 자신의 비즈니스가 규모 확장의 성공에 필요한 조건들을 갖췄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준비한다면 경기가 회복되는 시점부터 빠른 속도로 규모 확장에 나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스트는 다양한 실험을 바탕으로 한 행동경제학 연구로 탁월한 성과를 인정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의 대가다. 2015년 노벨경제학상 역대 최연소 최종 후보에 오른 이래 매년 유력한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선임 경제학자를 지냈으며 아마존, 크라이슬러, 아메리칸항공 등 세계적 기업에서 활발한 자문 활동을 펼쳤다. 우버와 리프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Chief Economist)를 거쳐 2022년 4월부터 월마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다.


불황도 특별한 타이밍 될 수 있어

경기는 기업의 규모 확장에 영향을 미치는가.

경기 호황이나 불황은 기업의 규모 확장에 각각 다른 영향을 가져다준다. 그 때문에 경기 상황은 기업이 규모 확장에 나서기 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외부 요인이다. 물론 규모 확장에 유리한 시기는 호황기다.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호황의 물결에 올라타 새로운 사업을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세계 경제는 침체돼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시기에는 정부가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하자. 정부는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책을 펴고자 할 것이다. 기업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새로운 규모 확장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나는 호황기와 불황기 둘 다 기업이 규모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 특별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침체를 맞닥뜨리면 기업은 신제품 출시나 시장 확대보다는 당장의 수익성 확보에 신경을 쓰게 된다.

경기 침체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으로서는 단기 실적 관리를 위해 수익성에 보다 집중하게 된다. 당연히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에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는 기업가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제품을 확대하고 고객을 넓히려는 의지를 놓아서는 안 된다. 기업은 결국 계속해서 확장하고 혁신하는 존재다. 확장성 있는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이러한 아이디어를 실천하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거듭한다. 경기 침체가 아무리 심각하더라도 기업은 수익성과 규모 확장, 둘 다에 집중해야 한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규모 확장에 나서는 기업에 어떤 조언을 하고 싶나.

『스케일의 법칙』 1부에서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5가지 신호에 대해 얘기했다. 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아이디어인가 ② 시장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결정할 것이고, 내 아이디어에 관심 가질 사람들은 어떤 유형인가 ③ 시장 확대에 따라 제품을 계속 공급할 능력이 있는가 ④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타났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가 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더 낮은 비용으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가다. 이 5가지 신호를 모두 점검했고 통과했다고 판단한다면 불황에도 규모 확장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은 규모 확장하기로 한 아이디어를 실제로 실천하는 최선의 방법들을 다뤘다. ⑥ 조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인센티브를 설계하고 ⑦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한계의 법칙을 실천하고 ⑧ 최적의 타이밍에 포기하며 ⑨ 성장 중심의 유연하고 협력적인 기업 문화를 구축하라는 것이다. 이 방법들은 불황의 환경에서도 규모 확장을 성공으로 이끈다.

만약 경기 침체를 이유로 규모 확장을 잠시 멈추기로 했다면 다시 규모 확장에 나서기 전까지 위의 9가지 조건을 재차 확인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위의 9가지 조건을 우리 회사가 만족하는지 점검하고, 만족하도록 노력하라. 불황이든 호황이든 이 9가지가 규모 확장의 성패 여부를 좌우한다.

‘마지막 1달러’의 효과에 주목해야

리프트의 유료 구독 서비스와 오파워의 실패 사례를 통해 2 정확한 고객 파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고객과 미래의 고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경기 흐름에 따라 접근 가능한 시장이나 소비자 특성도 달라질 텐데.

호황기에는 소득 효과(income effect)가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은 좋은 기회를 많이 잡을 수 있다. 소비자가 높아진 소득과 자산으로 구매 욕구가 커질 때 기업이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은 훨씬 넓어진다. 반면 소비자의 소득과 자산이 줄어드는 불황기에는 시장이 작아져 규모 확장이 더욱 까다로워진다. 그 때문에 규모 확장을 계획할 때는 먼저 우리 고객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설정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구매 능력과 의사 또한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물론 불황기에 오히려 유리한 업종도 있다. 미국에서 ‘포천 원(Fortune One)’이라고 불리는 월마트가 대표적인 예다. 3 소득과 자산이 감소하면 소비자들이 식료품은 물론 스웨터와 TV까지 매우 저렴한 가격을 보장하는 월마트로 눈을 돌리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자 한국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에 애를 먹기 시작했다. 기업공개를 미룬 곳들도 있다.

불황기보다 호황기에 규모 확장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이유 중 하나는 호황기에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자원이 많을수록 신속하게 확장할 수 있다. 자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규모 확장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실패로 끝날 수 있다. 자금 조달에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사업 운영에 드는 비용도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기가 침체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오면 비용의 함정, 즉 우리 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비용 조건을 갖췄는지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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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미국 메인주에서 짐 피카리엘로라는 청년이 유기농 막대 아이스크림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대서양 연안 전역의 슈퍼마켓 체인과 제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이어 태평양 연안의 슈퍼마켓들과도 계약을 성사시켰다. 하지만 2008년 대침체가 닥치자 회사는 파산하고 말았다. 피카리엘로는 “규모 확장 전에 자금을 더 많이 모았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이 사례는 초기 성공에 고무돼 규모를 서둘러 확장하려는 스타트업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를 보여준다. 고정비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비용을 감당할 정도로 자금이 충분한지 검토하고,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운영 비용을 예상치보다 최소 10% 이상 높게 잡고 예상 수익 대 운영 비용의 비율을 살펴야 한다. 수익이 실현되려면 규모를 어느 정도로까지 확장해야 하는지, 현재 자금이 고갈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늘 확인해야 한다.

“지출하는 전체 예산의 평균 효과가 아니라 지출하는 예산의 ‘마지막 1달러’ 대비 효과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기업이 항상 기억해야 할 한 가지 규칙은 ‘한계 효과를 생각하라(Think at the margin)’다.

리프트에서 일할 때 리프트가 광고비 등 비용을 집행할 때 투자 대비 수익률을 오로지 평균값으로만 계산하는 것을 발견했다. 2020년 봄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자 리프트의 경영 상황은 매우 나빠졌다. 이때 나는 한계 효과에 대한 사고(Marginal Thinking)를 장려하기 위해 ‘애덤 스미스가 리프트에 온다면’이라는 제목의 메모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 메모의 핵심은 ‘추가로 지출되는 1달러당 한계 편익이 가장 높은 곳에 다음의 투자를 할당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CEO인 로건 그린이 마케팅, 보험, 운전자 및 승객 인센티브 지출 등에서 이 메모대로 한계 효과를 항상 고려하라고 지시했고, 이후 리프트는 코로나로 인한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고효율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지난해 봄 리프트를 떠나 월마트로 옮겨간 이후로도 로건 CEO와 자주 연락하고 있다. 지난달 그가 “존, 당신이 자랑스러워 할 일이 있다. 최근 나빠지는 경제 환경을 타개하고자 애덤 스미스 메모를 리뉴얼하고 전사적인 실천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리프트처럼 많은 기업이 한계 효과에 대한 사고를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규칙으로 생각하길 바란다.

경기 침체기에 기업은 사업을 성장시키고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한다. 평소 잊고 있던 한계 효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한다. 그런데 한계 효과에 대한 사고는 호황기에도 실천해야 할 규칙이다. 그래야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월마트에서도 ‘월마트에 온 애덤 스미스’ 메모를 만들려고 한다. 이를 통해 월마트가 이번 경기침체기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다.

핵심 인재 기여도를 파악해둬야

경기 침체로 실적 악화가 예상되면 기업은 직원에게 주는 금전적 보상을 줄이고 싶어 한다.

만약 임금 삭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면 그 카드를 던지기 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임금 삭감은 직원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에 매우 해롭다. 조직 문화와 결속력에도 매우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그 때문에 나는 모든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보다 일시적으로 일부 직원을 해고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남아 있는 직원들은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전적 보상을 줄이고자 할 때는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때론 규모 확장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되는가.

절대적으로 그렇다. 영국의 유명 요리사인 제이미 올리버는 2008년 제이미스 이탈리안(Jamie’s Italian)이라는 레스토랑 사업을 시작했다. 고품질의 이탈리안 음식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제공해 몇 년 안 돼 70여 개 지점을 운영할 정도로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이후 제이미스 이탈리안은 빠른 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했는데,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회사 운영을 책임지던 사이먼 블래그덴이 회사를 떠났기 때문이다. 사업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적절한 인재를 고용하며, 긍정적 조직 문화를 만들었던 블래그덴이 떠나자 사업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은 높은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이것이 힘을 잃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원동력이 사람이라면, 사람은 결코 규모를 확장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다시 레스토랑을 예로 들어보자. 레스토랑의 성공이 매우 실력이 뛰어난 요리사 덕분이라면 이 사업은 규모 확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해당 요리사와 같은 수준의 실력을 갖춘 요리사를 수십 명 더 채용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은 사업을 성공시키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인재가 있는지, 그 인재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핵심 인재는 협상 불가한 대상이다. 경기 호황이든 불황이든 항상 확보하도록 애써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복제할 수는 없다. 핵심 인재의 지식과 노하우를 조직 내에 체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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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적의 포기를 피벗으로 연결하라

“최적의 포기(optimal quitting)는 마지막 비상벨이 아니라 규모 확장 과정에서 채택하는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하지만 포기를 해야 할 최적의 타이밍을 아는 것과 진짜로 포기하는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미국 사회에서 여기저기에 붙어 있기에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포스터 문구 중 하나는 이거다. ‘그만두는 사람은 절대 승리할 수 없고, 승리하는 사람은 절대 그만두지 않는다(Quitters never win, Winners never quit)’. 어려서부터 이렇게 교육받기 때문에 미국인들은 그만두는 것을 해서는 안 될, 정말로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우리가 가진 편견일 뿐이다. 이 편견으로 인해 우리는 시간의 기회비용을 무시하고 있다.

최근 나는 미국에서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을 대상으로 왜 사표를 냈는지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첫 번째 이유는 ‘일의 의미를 잃어서’였다. 두 번째는 ‘마땅히 받아야 할 임금 인상을 받지 못해서’, 세 번째는 ‘기대한 승진을 하지 못해서’, 네 번째는 ‘직장 동료들과 사이가 나빠서’였다. 이 네 가지 이유는 모두 ‘직장 환경이 나빠져서’에 해당한다. ‘더 좋은 일자리 기회가 있어서’라고 응답한 사람은 한 명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우리 대부분은 상황이 나빠져야만 직장을 그만둔다.

새 일자리, 새 아파트, 새로운 도시로의 이사 등을 결정할 때 당신이 가질 수 있는 기회 집합이 무엇인지 살피라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조언이다. 4 우리는 지금 직장과 아파트와 사는 동네가 꽤 괜찮다고 생각해 새로운 기회를 포기하고 만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채용 시장과 주택 시장의 현황을 파악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내가 가진 기회 집합을 끊임없이 살펴본다면 좀 더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다.

기업가로서도 우리는 같은 일을 해야 한다. 특정 제품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즉 시장 기회(market opportunity)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왜냐하면 훌륭한 기업은 항상 무언가를 시작하고 그다음 방향을 틀어 피벗(pivot)한다. 항상 뭔가를 그만두고 새로운 것으로 피벗하며, 새로운 피벗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다.

이것을 ‘포기(quitting)’라고, 우리가 매우 불쾌하게 여기는 단어로 표현하지 말자. 대신 피버팅(pivoting)이라고 부르자. 트위터도 오데오(odeo)라는 팟캐스트 플랫폼 안에서 탄생한 아이디어다. 오데오에 혁신이 없자 트위터를 따로 분리해 짧은 문구로 소식을 전하는 마이크로 블로그로 급선회해 큰 성공을 거뒀다. “우리 회사는 여기에서 경쟁 우위가 있는 저기로 전환하고 있어” “내 재능이 더 잘 쓰일 수 있는 곳으로 방향을 틀고 있어”라고 말하자. 한 가지만 붙잡고 있기에는 나와 우리 기업이 가진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과한 중압감으로 인재 놓치지 말아야

우버가 수전 파울러의 폭로로 시작된 조직 문화 위기를 겪을 때 5 우버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서 이 문제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우버는 강압적 실력주의의 강점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불과 몇 년 만에 우버의 사업 모델은 70개국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우버의 조직 문화는 전혀 확장되지 않았다. 목소리가 크거나, 사내 정치를 잘하거나 하는 등의 요인이 우버의 능력주의를 왜곡했다. 리더십은 불신을 낳았고 바람직한 상호작용은 파괴됐다. 개인의 노력과 창의성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란 믿음은 희미해졌다. 우버의 창립자인 트래비스 캘러닉이 “능력주의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태도를 허용하면 개인이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할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권한은 사람들을 짓밟는 무기로 변할 수 있다”고 한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우버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부서끼리, 그리고 국가별 지점끼리 서로 협력하지 않았다. 부문 간 협력(cross-funtional collaboration)이 부족한 것은 큰 문제가 된다. 성장하는 기업이 되려면 조직 내 협력과 경쟁이 건전하게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가 좋은 예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는 “똑똑한 골칫덩이들(brilliant jerks)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신뢰와 경쟁은 서로 배타적인 게 아니다.

바람직한 팀워크를 구축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로 각 직원이 적어도 두 개의 팀에 동시에 속하도록 할 것을 권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팀이 각기 다른 부서(department)에 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러한 조직에서 구성원들은 높은 결속력을 가지고 바람직한 상호작용과 활발한 정보 교환을 한다. 두 개의 팀에서 습득한 지식과 노하우를 자신의 업무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프트에서 일할 때 내 팀원 중 한 명은 고객 서비스 팀에, 또 한 명은 운전자 인센티브(driver incentives) 팀에도 속했다. 월마트에서도 나는 내 팀원들을 ‘월마트 플러스’라는 멤버십 프로그램 팀 등 여러 개의 다른 팀으로 보낸다. 두 개의 팀에 동시에 속한 직원들은 일을 더 잘하려면 두 팀에서 습득한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면 되는지 배우고, 조직의 역학 관계에 대해서도 더 잘 파악하게 된다. 직원 스스로 성장했음을 느끼고 조직의 생산성도 향상되기 때문에 직원이 두 팀에 동시에 속하게 하는 것은 회사와 직원 모두에게 매우 좋은 전략이다.

물론 각 팀의 팀장이 자기 팀에 더 헌신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 따라서 두 팀에서 일하는 직원이 만드는 생산성이 두 팀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어야 한다. 또 성과를 낸 직원이 두 팀 모두에서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 리프트에서 내 목표 중 하나는 회사가 운전자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내 팀원이 운전자 인센티브팀에서 하는 일은 내 목표에도 기여했다. 이런 식으로 두 팀이 직원을 공유하더라도 업무 충돌이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

“조직 문화의 미덕을 과시하는 것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으로도 유용하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가정친화적 기업으로 거듭나고자 노력하는 회사들이 많은데 이러한 노력이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될까.

가족친화적 기업이 되려는 노력은 매우 현명하고 올바른 결정이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구축한 회사가 훌륭한 인재를 더 많이 유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한편으로 이는 최고의 비용 절감 전략이 될 수도 있다. 인재들은 가족친화적이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할 뿐만 아니라 이런 기업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기꺼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기업과 리더는 ‘규모 확장’에 대한 강박이 크다. 규모 확장이 더 까다로워지는 경기 침체기에 오히려 규모 확장에 대한 중압감이 커질 수 있다.

주주와 이사회는 기업에 지속적인 성장을 요구한다. 그래야 더 큰 투자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불황기라고 하더라도 매우 매력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을 가진 기업이라면 얼마든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를 버티기 어려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영위하는 기업도 존재한다. 이러한 기업의 이사회가 규모 확장에 대한 과한 압력을 가한다면 나쁜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과한 중압감으로 최고의 인재들을 잃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정말 나쁜 결과다. 그 때문에 ‘언제’ 규모 확장을 시도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이사회라면 성장에도 주기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DBR mini box I

『스케일의 법칙』이 말하는 규모 확장의 성공을 위한 9가지 조건

규모 확장을 가로막는 5가지 신호
① 긍정 오류: 좋은 아이디어라고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경우. 생각의 편향에서 벗어나 데이터 속 진실을 봐야 한다.
② 과대평가: 고객을 잘못 선정하고 있는 경우. 규모 확장을 시도할 때 고객의 범위를 정확하게 예측해야 한다.
③ 잘못된 판단: 성공의 핵심 요인을 오해하고 있는 경우. 성공의 핵심 요인을 대량 복제할 수 없다면 규모 확장의 방향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④ 파급 효과: 의도치 않은 결과가 일으키는 파장을 계산하지 못한 경우. 규모가 클수록 파급 효과의 위험도 커진다.
⑤ 비용의 함정: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없는 비용 조건을 가진 경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다면 규모 확장은 실패한다.

규모 확장의 성공을 돕는 4가지 기술
⑥ 인센티브: 동기부여의 기술로 신속한 이익을 창출하라.
⑦ 한계혁명: ‘마지막 1달러의 효과’에 주목해 가용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라.
⑧ 포기의 타이밍: 시의적절한 포기는 실패가 아닌 기회 창출이다.
⑨ 문화의 규모 확장성: 협력적인 조직 문화를 구축해 조직을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유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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