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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olumn

스톡옵션이 최선인가?

이혜환 | 363호 (2023년 02월 Issue 2)
‘A 회사가 상장에 성공해서 스톡옵션 받은 직원들이 대박났다더라’라는 스톡옵션 성공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스톡옵션은 현금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보상책이었다. 그런데 과연 스타트업에 입사하려는 인재들 입장에서도 여전히 스톡옵션이 매력적인 보상일까?

불황에 대한 공포감이 엄습하면서 현재의 보상이 꾸준하게 보장되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선호하는 추세가 커지고있다. 스타트업 투자 역시 막연한 미래의 성장 가능성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기조로 바뀌었다. 시리즈 A에 100억 원 가치를 인정받던 회사가 시리즈 B를 준비하면서는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기업가치에 연동되는 스톡옵션의 가치 역시 단기간에 적게는 100배, 많게는 1만 배까지 불어날 것이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사실 스톡옵션은 여러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상법에 따라 최소 2년은 근무해야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신생 스타트업이 2년 동안 생존할 확률은 49.5%에 불과하다.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초기 스타트업에 입사했다면? 절반의 확률로 망하고 스톡옵션은 휴지가 된다. 2022년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 청년의 첫 직장 근속 기간 평균도 25개월로 2년이 겨우 넘는다. 운 좋게 스톡옵션을 실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양도소득세가 발생해 보상으로써 가치가 떨어진다.

창업 자체가 많지 않다면 스타트업의 보상을 논하는 게 큰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금이 말라간다’는 말과는 반대로 ‘넥스트 구글’을 천명하고 창업에 나선 창업자들도 많다. 다음번 유동성의 파도에 올라타기 위해 지금 창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들도 있고, 실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3개월간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이뤄진 350여건의 투자 유치 중 초기 기업 투자가 매달 약 10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즉, 창업의 인기는 굳건하지만 스톡옵션 중심의 보상 전략이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된 셈이다.

그렇다면 스톡옵션의 대안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RSU(Restrictive Stock Unit,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를 적극 활용한다. 스톡옵션과 비슷하지만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실제 주식’을 지급하는 것이다. 입사 희망자 입장에선 더 적은 세금으로 즉각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선 RSU가 제도적으로 인정되지 않았지만 최근 스톡옵션의 한계를 인식한 정부는 RSU에대한 법체계를 마련하고 세제 혜택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인재 유출 방지책으로 애플, 테슬라 등에서 RSU를 활용한 사례가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자체적으로 주식 지급 조건을 설정할 수 있어 인재들의 근로 의욕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로서의 책임감까지 고취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 국내에선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없고 활용 사례가 적어 사전에 법적 검토를 거쳐야 한다.

초기 기업일수록 생존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꼭 필요한 인재를 관리하는 일은 언제나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주요 과제다. 특히 요즘처럼 노동시장의 움직임이 바뀌는 때에는보상 방법 역시 변해야 한다. 어떤 제도가 있는지, 어떤 제도가 적합한지 살펴보며 회사와 인재 모두에게 매력적인 보상 방안을 마련해야 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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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환 메텔 대표 yvonne@maetel.team
필자는 클래스101에서 사내 업무 효율화 서비스와 프로모션 이벤트를 기획했다. 이후 벤처투자사 퓨처플레이에서 신사업을 운영 및 기획했다. 5인 미만의 소규모 팀부터 350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까지 다양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을 겪으면서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안정기에 접어들기까지 서비스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 현재는 메텔에서 회사가 최적의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서강대 MBA를 졸업했으며 좋은 회사와 팀, 조직 문화에 관심이 많다. 링크트인(www.linkedin.com/in/hyehwanlee)에서 다른 글을 확인할 수 있다.

  • 이혜환 | 이혜환 메텔 COO

    필자는 5인 미만의 소규모 팀부터 350명에 달하는 대형 조직까지 다양한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과 벤처투자사에서 서비스 운영과 제품 PO를 맡아왔다. 서강대 MBA를 졸업하고 국내 유일의 링크트인 에이전시 메텔에서 운영총책임(COO) 및 국내 링크트인 커뮤니티 운영,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링크트인(www.linkedin.com/in/hyehwanlee)에서 다른 글을 확인할 수 있다.
    yvonne@maetel.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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