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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에서 배우는 글로벌 경영

중국 디지털 헬스케어, 팬데믹 넘어 급부상

박준성,정수민 ,신창훈,강소영 | 356호 (2022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코로나19로 원격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필두로 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개화 단계를 넘어 본격적으로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중국은 기존의 부족한 의료 인프라에 대한 개선 수요, 의료 공급자의 적극적 참여, 정부의 규제 완화 및 우호적인 보험 정책에 힘입어 다른 나라보다 빠르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을 형성했다. 중국 원격의료 시장에서 대표적인 4대 플레이어는 핑안굿닥터, 위닥터, 징동헬스케어, 알리헬스케어다. 이들은 원격의료와 의약품 배송의 전체 밸류체인을 1) 직접 진출 혹은 2) 마켓플레이스 방식을 통해 제공하며 ‘헬스케어 슈퍼앱’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 원격의료 시장은 규제 환경과 이해관계자 참여 저조로 아직 꽃피지 못했지만 중국 슈퍼앱의 성장 과정을 통해 1) 지역의료 환경 이해 2) 플랫폼 성장 전략 3) BM(비즈니스 모델) 구축 전략 등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코로나발 팬데믹은 전 세계를 마비시켰지만 이를 기회로 급격하게 성장한 시장이 있다. 바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다. 시장 조사 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2021년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액은 572억 달러 수준으로 전년의 320억 달러 대비 80%가량 늘어나 의료 분야의 디지털화에 대한 자본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또한 2021년에만 40여 개의 유니콘 기업이 새로 등장해 헬스케어 영역 유니콘 기업 수가 총 74개에 이르렀다. 이 중 중국 시장의 성장은 압도적이었다. 2020년 시장 규모는 약 3140억 위안(한화 약 58조 원)에 달했다. (그림 1) 사용자 수를 봐도 중국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사용자는 약 3억 명으로 중국 인터넷 유저의 30%에 육박한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보다 중국에서 유독 빠르게 원격의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중국의 디지털 헬스케어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

먼저, 의료 서비스의 수요자인 환자 입장에서 중국은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고 지역 간 의료 서비스의 차이가 심해 원격진료에 대한 니즈가 컸다. 중국은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넓은 국토와 14억 명에 달하는 많은 인구수 대비 의료 인프라 및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있는 의료 자원도 대도시 위주로 불균형하게 분포돼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1000명당 의료진(의사, 간호사) 수는 5.7명으로 한국(10.9명), 미국(14.6명), 일본(14.7명)비해 현격히 적다. 또한 3급 병원은 대부분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와 같은 1선 대도시에 몰려 있다.1 더군다나 건강에 대한 관심 고조에 따라 중국 환자들도 검증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은 니즈가 커서 감기 같은 가벼운 증상에도 3급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이에 따라 전체 병원 수의 8%에 불과한 3급 병원에 전체 의료 수요의 50%가 몰리는 등 의료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의 환자 1명은 연평균 6회 정도 병원을 가는데 3시간을 기다리고 평균 8분 정도밖에 진료를 받지 못한다. 2 이렇게 중국 의료 환경에서는 원할 때 의사를 보는 게 불편하기 때문에 원격진료가 이를 해결할 좋은 선택지로 부상했다.

두 번째로 서비스 공급자인 의료 종사자 입장에서는 높은 업무 강도와 적은 수입 등 열악한 근무 환경의 개선 니즈가 컸다. 중국에서는 의사가 고수입 직업도, 선망받는 명예직도 아니다. 중국 의사의 연평균 수입은 19만7000위안(약 3350만 원) 수준으로 한국의 2억3000만 원, 미국의 2억7000만 원에 비해 턱없이 낮으며 심지어 평균 근무시간이 하루 15시간 이상에 달한다. 또한 의료진을 향한 폭력 사건이 많아 일부 지역에서는 병원 입구에 검색대를 설치할 만큼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 한국과 미국에서 의사가 선호되는 직업이라 고급 인재들이 몰리는 것과 대비된다. 이런 환경에서 의료진에게 원격의료는 안전하게 환자를 진료하고, 물리적으로 더 낮은 강도로 일하며,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해 수입을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등장했다.

세 번째로 의료 서비스에 대해 보험료를 지불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정확한 보험료율 계산과 보험 사기 방지를 위해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다. 대부분 사보험인 미국과 달리 중국은 한국처럼 공보험이 전 국민을 커버한다. 그런데 2009년부터 3개년 의료보험 개혁을 통해 중국의 보험 가입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2006년 5억 명 수준이었던 가입자가 2017년 13억 명이 되고 전체 인구인 14억 명 중 95%가 공보험에 가입한 것이다. 또한 20년 전 본인 부담금이 50% 수준에 달했던 것과 달리 현재는 본인 부담금이 30% 이하로 줄었고, 전체 의료 행위의 80%까지 급여로 다뤄지고 있다. 이렇게 보장 인구수와 보장 범위가 급증함에 따라 중국 공보험은 비용을 줄이고 환자들의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데 관심을 갖게 됐고, 2010년대 디지털화와 맞물려 각종 제도까지 정비됐다. 일련의 변화로 인해 보험사가 원격진료를 수용하기에 좋은 환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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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에서 원격의료가 도입될 수 있었던 까닭은 의료 주체들의 미충족 수요가 뚜렷하게 존재했고 정부도 그 필요성을 인지해 일찍이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규제 가이드라인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2014년 5월 처음으로 온라인 의약품 공급을 허용했고, 2014년 8월에는 원격진료를 허용했으며, 2018년 4월에 원격진료 및 온라인 의약품 공급 서비스를 개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정부는 원격진료 산업 확장에 필요한 대부분의 규제를 풀어줬다. 또한 공보험에서 원격진료에 대한 수가를 일반 진료와 동일하게 인정하면서 지정된 온라인 약국에서 처방전에 따라 약품을 구매할 때 보험이 적용되게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 전인 2019년 3억 건이었던 원격진료 건수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2020년 5억 건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온라인 설문 결과 팬데믹 기간 중국 소비자 중 무려 75%가 온라인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해봤다고 답했을 정도다. 이처럼 원격의료를 경험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디지털 의료 서비스가 고도화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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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앱의 등장

그렇다면 중국의 원격의료 시장에는 어떤 기업이 진출해 있을까? 2014년 규제 완화 직후 병원들이 인터넷 병원을 설립하고 스타트업들이 원격의료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병원의 IT 역량 부족, IT 기업들의 수익화 문제 등 다양한 한계점으로 인해 슈퍼앱이 되지는 못했다. 오히려 대형 플랫폼 회사와 보험사들이 이 시장에 진출해 막강한 회원 수와 자본력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플랫폼 회사, 보험사에서 스핀오프한 위닥터(텐센트), 알리헬스케어(알리바바), 징동헬스케어(징동), 핑안굿닥터(핑안보험) 등 4개가 현재 중국 디지털 헬스케어 슈퍼앱으로 꼽힌다. 다음으로 이 4개 앱이 어떻게 각기 다른 모회사 백그라운드와 각기 다른 역량과 목표를 가지고 성장하고 있는지 그 전략을 살펴보자.

1. 의료 서비스 내재화와 오프라인 의료, 보험상품과의 연결에 집중하는 ‘핑안굿닥터’

핑안굿닥터의 특징은 내부 고용 의사 2000여 명, 3급(갑) 병원 소속 협업 의사를 3만4000명 확보하는 등 양질의 의료 자원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핑안굿닥터의 일평균 온라인 진료 건수는 72만7000건으로 2등인 알리헬스케어(25만 건)의 약 3배에 이른다. 아울러 회사는 높은 진료 만족도를 기반으로 유료 멤버십 서비스 매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반면 전문의약품은 직접 사입하는 대신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구축했다. 지역 소매 약국들을 입점시키고 제3자물류(3PL)를 통해 환자에게 배송하는 모델을 완성한 것이다.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의료기기, 유아/산모 관련 용품 등에 대해서도 자사 몰을 구축해 판매자를 입점시키는 마켓플레이스와 직접 사입 후 판매하는 모델 모두를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으로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통해 추가 매출을 확보하고 직영 방식을 확대하면서 영업이익률을 높여가고 있다.

핑안굿닥터는 중국 최대 민영 보험사인 핑안보험의 자회사로 모회사인 핑안보험의 고객들을 효과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진다. 반면 커머스나 물류 역량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또한 보험 고객 유지와 신규 보험 가입자 확보를 의약품 및 관련 커머스 매출 확대보다 더 중요한 핵심성과지표(KPI)로 본다. 직접적인 매출 발생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격진료를 통해 유입시킨 고객들이 보험에 가입하면 더 큰 ‘LTV(life time value)’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용과 시간이 들더라도 의사들을 직접 고용하고, 3급 병원 중심으로 의사들을 영입하며, 환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빠르게 의약품 배송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최근에는 핑안보험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Health360이라는 멤버십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데 온라인 진료 외에 중환자 입원 예약, 재활치료 상담 및 처방, 만성질환 관리 등 오프라인 의료 서비스와 연결해 ‘전 주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를 록인(lock in)하는 동시에 보험 비용을 관리하려 하고 있다.

2. 지역 기반 병원 입점 플랫폼을 구축해 병원/약국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위닥터’

위닥터의 특징은 최대 규모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병원과 약국 시스템 자체의 디지털 전환을 주도한다는 점이다. 위닥터는 지역별로 3급 갑 병원부터 진료소까지 7900여 개가 넘는 병원, 16만 명의 의사가 입점해 있는 마켓플레이스 방식의 최대 규모 플랫폼이다. 거대한 온라인 의료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료 예약, 원격진료 외에도 회원제로 가족 건강관리, 만성질환 관리, 보험 등을 연계한 맞춤형 건강 구독 상품을 제공한다. 현재 의료 서비스를 유일한 매출로 삼고 있다. 2021년 의료 서비스 매출은 3390억 원을 달성해 핑안굿닥터 다음으로 큰 의료 서비스 매출을 냈다. 다만 의약품에서는 매출이 아직 발생하고 있지 않다. 전문의약품,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등 커머스 전체 영역에서 마켓플레이스 방식으로 3만3000여 개의 지역 약국 및 판매자를 입점시키고 3PL 방식으로 제품을 환자에게 배송하고 있다.

위닥터의 모회사는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 운영사 텐센트로 실물 자산을 직접 보유해 운영하기보다는 개발 및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플랫폼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다. 12억6000만 명이 사용하는 메신저 앱을 보유했다는 것은 플랫폼에 병원과 의사만 입점시키면 오프라인 병원 예약, 원격진료 연결 등 1차적인 서비스를 통해 전 국민을 회원으로 빠르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위닥터는 초기부터 병원들을 입점시키고 표준화된 인터페이스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병원마다 HIS(hospital information system) 인터페이스가 달라 하나씩 연결하는 데 많은 자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온보딩 이후 각 지역에 있는 의료 자원이 온라인으로 옮겨졌고 지역 병원과 의사를 결합한 가족 주치의 서비스, 기초 질환 및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산모 및 신생아 관리 서비스 등 상황별/회원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아직까지는 인프라 구축에 비용이 많이 투입돼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보험 연결, 오프라인 종합 클리닉 개설 등 의료 서비스에서의 매출 다변화는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3. 의약품 콜드체인 유통, 직접 판매를 넘어 B2B 의약품 전주기를 디지털화 중인 ‘징동헬스케어’

징동헬스케어의 특징은 직영 약국 운영과 의약품 콜드체인을 내재화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의약품을 중심으로 4조8000억 원에 이르는 의약품 판매 매출을 내고 흑자 운영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JD 파머시(징동대약방)라는 자회사를 통한 온/오프라인 직영점 모델과 외부 약국 및 제약사를 입점시키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동시에 운영한다. 의료 서비스는 의약품 커머스 플랫폼 내 하위 서비스로 제공하며 의사들이 플랫폼에 입점하는 마켓플레이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13만 명의 의사가 가입해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징동헬스케어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플랫폼 JD.com의 의약품 판매 사업부에서 출발했다. 2017년 타이저우시와 의약품 유통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MOU를 체결하고 원격진료 서비스를 개시하며 헬스케어 산업에 뛰어들었다. 모회사가 물류 역량을 확보하고 있기에 징동헬스케어는 의약품 유통 시스템의 디지털화에 집중했고 JD 로지스틱스라는 그룹 내 물류 계열사를 통해 의약품 콜드체인 유통 시스템 및 19개의 의약품 전용 창고를 구축했다. 80% 이상의 의약품을 300여 개 이상의 도시에 익일 배송하는 인프라를 마련한 것이다. 최근에는 사노피, 노바티스, 길리아드 등 제약사와 직접 협업을 진행하며 B2B 의약품 전주기로 온라인 서비스를 확장 중이다. 이렇게 확보한 B2C 환자들과 의사들을 기반으로 임상시험 환자 리크루팅, 신약 온라인 출시, 온라인 마케팅 등을 시도하고 있다.

4. 이용자가 가장 많은, 원격진료와 의약품의 마켓플레이스 올라운더 ‘알리헬스케어’

알리헬스케어는 가장 많은 이용자와 GMV(거래액)를 확보한 의료 플랫폼이다. 원격진료 중심의 Yilu(이루, 구 알리건강) 앱과 의약품 커머스 중심의 티몰 의약을 둘 다 운영하는 올라운더이기도 하다.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루 앱은 마켓플레이스 방식으로 운영되며 원격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14만 명의 의사와 5500여 개의 병원이 입점돼 있다.

알리헬스케어의 모회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티몰과 간편 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를 통해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2014년 온라인 약국과 물류망을 가진 중신21세기를 인수하며 헬스케어 산업에 진출했다. 막대한 회원 수와 의약품 물류망, 전자상거래 플랫폼, 지불 결제 시스템을 가지고 시작한 결과 알리헬스케어는 의사들과 약국이 입점해 있는 마켓플레이스형 플랫폼에 쉽게 사용자를 유입시킬 수 있었다. 다만 최근 콜드체인 물류 역량에 있어서는 징동헬스케어의 공격적 투자에 밀리고 온라인 진료 건수에 있어서는 핑안굿닥터에 뒤처지고 있다. 진료 건수는 일평균 25만 건으로 핑안굿닥터의 73만 건에 못 미친다. 건강관리 슈퍼앱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알리헬스케어도 회원 유지를 위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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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의 시사점

한국에서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전화를 이용한 비대면 진료와 도서 산간 의약품 배송이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원격의료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태동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규제 이슈 및 이해관계자들의 상반된 입장으로 성장기에는 진입하지 못했다. 중국의 플랫폼들을 보면 규제 완화 이후에도 의료 서비스부터 의약품 배송, 보험까지 매끄럽게(seamless) 연결하는 데 5년 이상이 걸렸다. 중국 플랫폼들의 성장 전략을 통해 한국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배울 수 있는 점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1. 지역 의료 환경 이해: 중국은 오프라인 중심의 의료를 온라인화하려는 의료 환경 참여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뚜렷했다.

의료 서비스는 산업 특성상 애초에 온라인 전환이 가능한 프로세스가 제한적이다. 또한 검사와 진단, 처방과 치료에서의 높은 정확도, 환자와 의사의 신뢰가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의사와 환자가 자발적으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드물다. 나아가 의료 산업은 엄격한 규제가 이뤄지는 영역이며 주요 지불 주체가 보험이기 때문에 수요자(환자)와 공급자(의료진) 외에도 다수의 참여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이에 오프라인 중심 의료를 일부라도 온라인화하려면 의료 서비스 수요자, 공급자, 지불자, 규제 기관 네 참여자가 모두 적극적으로 합의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기존 의료 환경은 절대적인 의료자원 부족, 불균형한 분포, 보험 보장 범위 증가로 이들 참여자의 미충족 수요가 높아지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코로나 이전부터 원격의료는 각종 비효율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정부 및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다. 이에 코로나로 원격진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되자 빠르게 외적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중요한 점은 나라마다 의료 환경과 이해관계자들의 미충족 수요가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은 중국과 달리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원격의료와 온라인 의약품 판매를 도입하기 위해 현행법을 개정해야 하는 절차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의사와 약사 등 의료 서비스 공급 주체들의 참여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원격의료에 대해서는 최근 의사협회 대의원회에서 수용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일반 의사들의 10명 중 7명은 여전히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및 배송에 있어서는 약사회의 반대가 극심하다. 약사들은 의약품 배송 자체가 약사법 위반 소지3 가 있으며 플랫폼 중심으로 약국 산업이 성장하면 기업형 대형 온라인 약국이 등장해 기존 질서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약사회는 원격진료 플랫폼에 가입하는 약국을 고발 조치하고 행정 처분 가능성을 경고하는 등 내부 참여자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 환경 참여자들의 입장 차이를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는 원격의료가 법제화를 통해 허용되더라도 중국과 다른 형태로, 제한적으로만 정착될 확률이 높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의료 온라인화에 대한 니즈가 부족하고 의료 서비스 공급자들의 반발까지 극심한 상황이니 시장 참여 속도 또한 훨씬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의 미충족 수요를 세분화해 원격의료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부터 온라인화하는 데 집중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점진적으로 참여자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2. 플랫폼 성장 전략: 성장 사이클을 만들기까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인수합병 및 전략적 투자 전략이 효과적이었다

4개 플랫폼의 성장 과정을 보면 의료 환경과 이해관계자가 의료 온라인화에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감수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이들의 성장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1) 직접 진출이나 마켓플레이스 방식을 통해 의료 서비스와 의약품 등 의료 자원을 유입하는 동시에 마케팅 활동을 통해 유저들을 유지하고, 2) 오프라인 병원, 건강검진센터, 의료보험과 연계해 생태계를 확장하며, 3) 이 과정에서 쌓인 방대한 트래픽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퀄러티를 개선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성장 사이클의 시초가 되는 일정 수준의 공급 자원과 소비자(유저)를 유입시키기 위해 초기 투자한 비용을 살펴보면 2018년부터 매년 2000억∼4000억 원 정도가 지출됐다. 이후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플랫폼 내 의료 자원을 관리하고 서비스를 고도화하는 데 지속적으로 높은 판매관리비를 지출했다. 2018∼2021년 4개 플랫폼의 매출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의 평균을 살펴봤을 때 핑안굿닥터는 50%, 위닥터는 30%, 징동헬스케어는 20%, 알리헬스케어는 10% 수준이었다. 참고로 알리헬스케어는 2014년부터 플랫폼 구축을 위해 투자해 2015년 8000만 위안(148억 원), 2016년 1억9200만 위안(355억 원), 2017년 9833만 위안(182억 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오랜 기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2018년에야 첫 순이익을 기록했다. 1억 명 이상의 유저가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기까지 최소 4∼5년간은 적자를 감수하면서 높은 마케팅 비용과 각종 운영 및 관리 비용을 투입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규제 완화 직후 병원들 역시 직접 인터넷 병원을 설립했고, 스타트업들도 IT를 기반으로 원격의료 소프트웨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들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에는 병원의 IT 역량 부족, IT 스타트업의 의료 생태계에 대한 자원과 접근성 부족 및 수익화 문제 등도 있었다. 하지만 성장 사이클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참여자들을 확보할 때까지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외부 조달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도 큰 몫을 차지했을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전자상거래, SNS, 보험 등 비의료 영역의 대기업 및 플랫폼 회사들이 모회사인 경우 회원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우수한 인재, 기존 사업에서의 IT 및 의료 사업과의 연계 자원, 무엇보다 초기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수 있는 자금력이 있었기에 성장 사이클이 개시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은 성장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수합병 및 전략적 투자 전략을 많이 활용했다. 알리바바는 중신21세기라는 전통 의약품 유통회사를, 위닥터는 Guahaowang(과하오왕)라는 온라인 병원 예약 서비스 스타트업을 인수하며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했다. 자금력이 있는 회사라 할지라도 의료 인프라를 디지털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기존 의료 인프라와 자원을 확보한 병원이나 전통 헬스케어 기업이라도 회원 유치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혁신적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타트업은 지속적 투자금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를 한 주체가 다 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뿐 아니라 너무 오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헬스케어 슈퍼앱이 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 혹은 전략적 투자가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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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BM 구축 전략: 의료 서비스는 아직 수익성이 저조하며 단기간 내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BM)은 의약품 커머스 직접 운영이다.

수익화 전략 관점에서 4개 플랫폼은 크게 의료 서비스 중심의 핑안굿닥터와 위닥터, 의약품 커머스 및 유통 중심의 징동헬스케어와 알리헬스케어로 나뉜다. 의료 서비스 중심의 핑안굿닥터나 위닥터를 보면 아직까지 절대적 매출 규모가 제한적이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각각 -20%, -100%의 순이익률로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의료 서비스 기업도 매출원가를 제외한 매출 총이익률만 보면 20%대 중반으로 의약품 커머스 기업들과 비슷하지만 영업과 마케팅 지출이 많아 순이익률이 크게 떨어진다. 이렇게 의료 서비스의 매출 확대와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서비스 연결만으로는 플랫폼이 수익을 가져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플랫폼들은 의료 서비스로 병원 예약 중개나 원격진료를 주요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예약 후 노쇼를 방지하기 위해 환자에게 1500원 수준의 병원 예약금을 부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지만 해당 수수료는 플랫폼이 아닌 병원이 가져간다. 원격진료 수익도 플랫폼이 아닌 의사가 가져간다. 이에 핑안굿닥터와 위닥터는 의료진을 내재화해 추가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지만 유저들이 예방적 성격이 짙은 서비스에 대해서는 직접 지불 의사가 높지 않기에 이 역시 성장성이 제한적이다. 이런 문제는 추후 보험사의 비용 절감 니즈와 연결해 보험사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모델을 구축할 시 해결 가능할 수 있어 조금 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반면 의약품 중심의 징동헬스케어와 알리헬스케어의 경우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수익성도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이 둘은 약국 체인을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의약품 커머스 매출이 플랫폼 매출로 바로 인식된다. 마켓플레이스 방식만을 채택한 핑안굿닥터나 위닥터의 경우 의약품 거래가 일어나도 플랫폼 매출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과 대비된다. 더욱이 4개 플랫폼 모두가 마켓플레이스 방식을 채택해 입점 경쟁이 치열해 수수료를 추가적으로 부과하는 것 역시 어렵다. 또한 직영 비율이 높을수록 매출 규모가 더 크게 인식된다. 직영 매출 비중이 높은 징동헬스케어의 의약품 거래액 규모는 알리헬스케어(230조 원)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의약품 매출로 4조8000억 원이라는, 4개 플랫폼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실현했다. 직영 비율이 높더라도 규모 확대와 수익성이란 두 가지를 모두 잡는 건 까다로울 수 있는데 징동헬스케어와 알리헬스케어 둘다 매출 총이익률 25% 수준을 수년간 유지하고 영업이익의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의약품 커머스의 수익성도 입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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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헬스케어의 태동기에 있는 한국에서 여러 플레이어가 자신이 보유한 역량과 목표하는 바에 따라 적절하게 벤치마킹한다면 초기 중국 플레이어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를 줄이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의료는 다른 영역에 비해 지역마다 여건이 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벤치마킹보다 한국의 의료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전략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박준성 레전드 캐피탈 파트너 parkjs@legendcapita.com.cn
박준성 레전드캐피탈 파트너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교환학생으로 수학했고 일본 게이오경영대학원과 중국 장강상학원(CKGSB)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엑센츄어 도쿄지사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한 후 2005년부터 레전드캐피탈에서 일하고 있다.

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
정수민 IMM인베스트먼트 심사역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생명과학을 복수 전공하고, 베이징대 교환학생을 다녀왔다. 2021년 블루포인트파트너스 기획창업팀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현재 IMM인베스트먼트에서 VC 투자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신창훈 레전드 캐피탈 이사
신창훈 레전드캐피탈 이사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중국 칭화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유안타증권 IB본부에서 M&A 업무를 수행했으며, 2015년에 레전드캐피탈에 입사해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강소영 레전드 캐피탈 심사역
강소영 레전드캐피탈 심사역은 베이징대 경영학과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다.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중국 시장, 중국 기업 연구원을 역임해 중국 주식시장 투자 전략 및 중국 IT, 전기차 산업의 투자 전략에 대해 연구했다. 2021년부터 레전드캐피탈의 크로스보더팀 투자심사역으로 근무하며 한국, 일본, 동남아 시장의 유망한 스타트업을 발굴 및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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