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MIT Sloan Management Review

비즈니스 생태계의 뿌리는 ‘거버넌스’

울리히 피던(UlrichPidun),니클라스 쿤스트(Niklas Knust) | 355호 (2022년 10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22년 겨울 호에 실린 ‘Setting the Rules of the Road’를 번역한 것입니다.


Article at a Glance

실패하는 비즈니스 생태계의 3분의 1 이상은 거버넌스 모델의 문제로 인해 무너진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1. 거버넌스 모델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춰야 한다.
2. 거버넌스 모델로 경쟁사와 차별화해야 한다.
3.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 수용을 이끌어야 한다.
4. 거버넌스 모델을 계속해서 조정해야 한다.



강력한 몇몇 디지털 생태계가 급부상하면서 이 비즈니스 모델이 처한 냉혹한 현실은 가려지고 있다. 사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생태계는 전체의 15%1 가 안 된다. 필자들이 여러 업종에 걸쳐 실패한 생태계 110개를 살펴본 결과 그중 3분의 1 이상이 거버넌스 모델로 인해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거버넌스 모델이란 명시적이든 암묵적이든 생태계 참여자들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형성하고 이끄는 구조와 규칙, 관행을 말한다.2


비즈니스 생태계의 거버넌스가 실패하는 양상은 다양하다. 블랙베리 운영 시스템(OS)이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와의 경쟁에서 밀린 이유 중 하나는 리서치 인 모션(Research In Motion, RIM)이 자사의 앱 생태계를 너무 뒤늦게 개발자들에게 개방했기 때문이다.3 반대로 비디오 게임 산업이 1980년대 경쟁 과열로 수익성이 대폭락한 아타리 쇼크(Atari Shock) 기간 침체에 빠진 원인 중 하나는 그들의 생태계를 지나치게 개방한 결과 조악한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질이 떨어지는 플랫폼 참여자들 및 생태계 파트너들 간의 마찰, 소비자와 규제기관의 반발 역시 생태계를 붕괴시킬 수 있는 거버넌스의 허점을 보여준다.4

생태계를 관리하는 것은 단일 기업이나 선형적 공급망을 관리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많은 생태계 조정자가 효과적인 거버넌스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생태계는 명확히 규정된 고객과 공급자 관계 및 거래 계약이 아니다. 독립된 파트너들의 자발적 협력에 의존한다. 생태계 조정자는 위계에 따른 통제력을 휘두를 수 없고, 파트너들이 생태계에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확신을 줘야 한다. 이런 어려움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구성원을 계속해서 추가하면서 빠르게 발전, 진화하는 생태계의 역동적인 특성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

생태계 리더들은 종합적인 거버넌스 모델의 구성 요소들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다른 생태계의 성공과 실패를 통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으므로 좀 더 정보에 기반한 명시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번성할 확률, 손에 꼽을 만큼 운 좋은 생태계가 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DBR mini box

연구 내용

• 필자들은 다양한 분야에 속한 80여 개 비즈니스 생태계의 거버넌스 모델을 연구한 후 그 모델의 진화 양상을 오랫동안 추적했다.

• 그런 다음 생태계 거버넌스의 강도를 설명하고, 측정하고, 비교하는 개요표를 개발해 생태계 거버넌스를 하나의 경쟁 우위로 활용할 수 있는 4가지 권고안을 도출했다.

생태계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

좋은 거버넌스는 생태계가 가치를 창출하고, 리스크를 관리하고, 구성원 간 가치 분배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준다.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활용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면 생태계 조정자는 거버넌스를 부차적인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조정자는 지금부터 설명하는 생태계 거버넌스 모델의 5가지 구성 요소를 체계적으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표 1)

097


미션. 투철한 공동 미션은 생태계 파트너를 유치하고 유지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조정자가 생태계 개발 초기 생태계 고유의 미션을 명시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일련의 가치들로 명확히 표현하면 파트너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단결시킬 수 있다. 이는 특히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할 때 빛을 발한다. 또 생태계의 목적과 가치는 조정자가 복잡한 규칙과 서면화된 표준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도 올바른 파트너를 유치하고 유지하며 바람직한 행동을 장려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접근성. 생태계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면 조정자가 특정 조건에 부합하면서 특정 표준과 행동에 동의하는 파트너와 참여자들을 선별하고 나머지는 배척할 수 있다. 또 접근성 관리 규칙들은 파트너들이 생태계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파트너들을 상대로 투자를 요구하거나, 생태계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생태계에 얼마나 독점적인 권리를 제공해야 하는지 등을 정하는 기준이 된다.

참여. 참여는 의사결정권의 분배와 생태계 거버넌스와 전략 수립에 파트너들이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참여 영역에는 생태계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 해결을 위한 규칙도 포함된다. 이때 투명성이 중요하다. 다시 말해, 파트너들이 생태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전략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의 규칙과 전략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파트너들을 거버넌스와 전략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면 생태계에 헌신하고 기꺼이 자원을 투자하려는 그들의 의지를 고양할 수 있다.

행동. 조정자는 인풋(input)과 아웃풋(output), 프로세스를 제어함으로써 생태계 참여자들의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 인풋 제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나 통합 개발 환경을 통해 대개 자동화되며 품질 관리 표준과 도구, 새로운 형태의 기여 등 생태계 파트너들의 기여 조건을 명시한다. 프로세스 제어는 파트너들끼리, 혹은 파트너와 플랫폼이 상호작용할 때 그들의 행동을 제어하는 규정된 절차와 기술 표준을 따른다. 아웃풋 제어는 생태계에서 제공하는 제품 및 서비스 품질을 통제하는 고객 피드백이나 큐레이션, 알고리즘 제어 같은 메커니즘을 활용한다.

공유. 생태계 거버넌스를 구성하는 마지막 블록인 공유는 파트너들이 갖는 데이터권과 재산권, 그리고 파트너 간 가치 분배를 규정한다. 데이터권과 재산권은 생태계에 제공되거나 그 안에서 창출되는 데이터와 지적재산권의 소유 및 활용 방법을 규제한다. 가치 분배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이 중에는 파트너들 스스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의 접근법, 조정된 가격 설정 및 협상된 가치 분배 방식, 그리고 조정자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중앙 집중식 가격 설정 및 가치 분배 방식 등이 있다.

이 5가지 요소를 렌즈 삼아 다양한 산업에 속한 80여 개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한 거버넌스 모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생태계 리더들에게 지침이 될 만한 4가지 기본 권고 사항을 도출할 수 있었다.

1. 생태계 거버넌스 모델을 전략적 우선순위에 맞춰라. 비즈니스 생태계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경쟁 상황 및 생태계의 성숙도에 따라 달라진다. 조정자가 어떤 전략적 우선순위를 염두에 두고 있든 간에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작동시켜야 한다.

가령, 생태계의 성장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행동에 대한 통제를 완화하고, 가치를 좀 더 관대하게 분배함으로써 촉진될 수 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이런 거버넌스의 레버들을 전부 활용해 개발 초기에 iOS와의 경쟁에서 규모를 키워나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모든 개발자에게 개방해서 접근성을 극대화했다. 이들은 오픈소스 코딩으로 파트너들이 이를 자유롭게 변형해서 출시하고 자신의 애플리케이션에 통합하게 했다. 구글은 또한 개발자 커뮤니티를 유치, 지원하고 혁신에 불을 지피기 위해 생태계 개발 초기에는 우수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상금을 수여하기도 했다.5

거버넌스 모델은 조정자가 생태계에서 제공되는 상품이나 서비스 품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빌레이(Belay)는 이를 위해 생태계 접근을 통제한다. 다시 말해, 자사의 긱 경제(gig economy)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행정 보조나 부기 등의 가상 지원 서비스를 자격을 갖춘 업체들만 공급하게 하는 것이다. 비영리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키바(Kiva)는 76개국에 걸친 현장 파트너 네트워크를 만들어 영세한 창업인들에게 대출 자금을 마련해 주는 한편 대출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행동 영역을 통제한다. 키바에는 엄격한 프로세스 통제 시스템이 있어서 대출 신청부터 보증과 승인 및 게시, 자금 조달과 지급, 대출금 수령에 이르기까지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모든 단계에 엄격한 프로세스 통제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온라인 퍼블리싱 플랫폼인 미디엄(Medium)은 가치 분배를 위해 고품질 콘텐츠 창작을 장려한다. 이 플랫폼의 파트너 프로그램에 속한 작가들은 자신이 올린 글에 대한 독자들의 참여도를 기준으로 보수를 받는다.

만약 전략의 초점이 생태계 파트너 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 있다면 거버넌스의 다양한 영역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스마트 농업 플랫폼인 필드뷰(FieldView)는 파트너들의 연합을 위해 진입 장벽을 활용한다. 필드뷰는 파트너 업체마다 플랫폼의 전체적인 서비스를 보완하는 고유한 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파트너를 선별하고 각 파트너 업체와 개별적으로 계약을 맺어 그들이 제공할 제품과 서비스를 지정한다.6 리눅스 오픈소스 운영 시스템은 다양한 거버넌스 영역, 즉 공통 미션, 엄격한 기술 지침, 행동 프로세스, 특정 사용자에게 할당된 관리 결정권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개발자 커뮤니티의 협력을 이끌어 낸다.

일반적으로 개방성이 높은 거버넌스 모델은 레인 포레스트(rain forest) 패러다임을 지원한다. 이는 다양하고 자율적인 참여자들의 창의성과 적응력을 체계적으로 높인다. 이런 모델은 기술과 고객의 선호도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빠른 성장과 탐색, 분권형 혁신에 전략적 중심을 두는 생태계에 적합하다. 반대로 폐쇄성이 강한 거버넌스 모델은 일관성, 연합,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담장이 쳐진 정원, 즉 월드 가든(walled garden) 패러다임을 지원한다. 이런 폐쇄적 모델은 생태계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품질 보장, 효율 개선, 파트너들의 헌신이 필요한 조정된 혁신에 맞춰져 있을 때 선호된다.

하지만 생태계 조정자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이처럼 명확히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조정자들은 다양한 플랫폼 참여자를 홍보하는 동시에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의 품질도 보장해야 한다. 이 두 패러다임 간의 올바른 균형을 찾는 것은 생태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다양한 거버넌스 영역에서 이뤄지는 신중한 선택들은 생태계 조정자가 상충하는 목표들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컨대 애플의 아이폰 생태계는 앱 개발자들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한편 플랫폼에 합류할 신규 개발 앱을 승인하기 전에는 종합적인 품질 평가를 하고, 이와 동시에 결정권을 중앙 집중화하는 방식으로 앱의 품질과 일관성을 높여 빠르게 성공할 수 있었다.

2. 거버넌스 모델로 경쟁사와 차별화하라. 국가와 기업이 우수한 거버넌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발전하는 것처럼 생태계도 거버넌스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7 이는 특히 경쟁하는 여러 생태계의 조정자들이 다양한 산업 출신일 때 두드러진다. 가령 스마트 마이닝 중장비 제조사인 캐터필러(Caterpillar)와 고마쓰(Komatsu)는 자사 제품 중심의 폐쇄형 생태계를 만들었지만 다소시스템(Dassault Systèmes)과 시스코(Cisco) 같은 기술 기업들은 서드파티에 보다 더 개방적이고 범용적인 IoT 플랫폼을 구축했다.

조정자들이 동종 업계에 속해 있다면 서로 다른 거버넌스 프로파일을 갖춤으로써 경쟁 생태계와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스마트홈 분야에서 애플은 아마존이나 구글, 삼성 같은 경쟁사와는 달리 자사의 아이홈(iHome) 생태계에 폐쇄형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했다. 애플의 생태계 거버넌스가 가진 주요 차별점은 접근 규칙이 더 까다롭고,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품질을 더 상세히 관리하고, 데이터 공유 정책이 한층 더 제한적이라는 것이다.8 이런 특징이 성장률에는 제약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은 보다 일관된 사용자 경험을 바탕으로 자사 생태계의 차별화에 힘쓰고 있다.

새로운 생태계의 조정자들은 개방형 거버넌스 모델을 채택해 기존 생태계들이 누리는 네트워크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9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는 2004년까지 시장의 95%를 점령하며 브라우저 전쟁을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위협적인 경쟁자가 없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는 브라우저 개발에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고 서드파티 혁신에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그러던 중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에 개방형 거버넌스를 적용해 반격에 나섰다. 2011년에는 서드파티가 개발하는 크롬 애플리케이션용 웹스토어도 열었다. 그 결과 구글 브라우저는 이내 시장의 리더가 됐다.10

물론 위험에서 자유로운 경쟁 전략은 없다. 구글은 2004년에 오르컷(Orkut)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소셜네트워크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페이스북은 원래 대학 e메일 계정을 통해서만 서비스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사용자 접근성을 제한하고 같은 학교 사용자끼리만 소통할 수 있는 폐쇄형 거버넌스 모델을 따랐다.11 이후 접근성을 높여 플랫폼을 개방했지만 비교적 엄격한 개인 정보 통제 방식을 유지했다. 반대로 오르컷은 개방형 거버넌스 모델을 기반으로 경쟁하기로 했다. 오르컷 플랫폼은 페이스북보다 사용자 행동을 덜 제한하고 개인 정보 통제도 덜 엄격하게 했다. 그 결과 오르컷은 초반에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가짜 프로필이 많아지고 소통의 질도 떨어지면서 2014년에 결국 서비스를 종료했다.12

게다가 경쟁 생태계들은 처음에 다양한 거버넌스 모델을 실험하고 이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취약한 모델들을 몰아내고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생태계 조정자들이 무엇이 효과적인지 깨닫고 경쟁이 과점화되면서 거버넌스 모델도 점차 몇 개로 추려지는 것이다. 2019년 12월에 아마존, 애플, 구글 등 일련의 대기업들이 소비자를 위해 스마트홈 제품 간 호환성을 높이는 지적재산권(IP) 동맹을 넘어 커넥티드홈(Connected Home)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관련 기업의 거버넌스 모델들이 앞으로 더 조화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어떤 생태계가 거버넌스 모델을 변경해 경쟁 우위를 얻으면 나머지 생태계도 어쩔 수 없이 같은 조치를 취하게 된다. 가령 오늘날 대부분의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는 비슷한 거버넌스 모델을 갖고 있고 콘텐츠 큐레이션을 위한 독립적인 감독위원회를 만드는 것처럼 새로운 현안에 대해서도 흐름에 편승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3.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적 수용을 이끌어라. 생태계에 대한 사회적, 규제적 검증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공유경제와 긱 경제 플랫폼들은 안전, 보험, 위생, 노동자 권리와 관련해 비용이 많이 드는 조치는 회피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들도 개인 정보 보호 정책과 허위 혹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정보를 배포한다고 비판을 받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은 과도한 가격 후려치기와 자사 제품에 부당한 혜택을 준다는 혐의를 받는다. 이처럼 유력 디지털 플랫폼들에 의한 권력 집중 및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엄청난 성공에도 불구하고(어쩌면 그런 성공 때문에) 자신들의 생태계가 규제 당국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조정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생태계 운영권이 붕괴되거나 박탈을 당할 위험에 처해 있다. 규제가 아니더라도 생태계 성공의 발판이 되는 상호 신뢰도 위협받고 있다. 필자들은 이전 연구를 통해 그들이 살펴봤던 110개 생태계의 과반수 이상이 신뢰 결여로 결국 실패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13

따라서 좋은 거버넌스는 비즈니스 생태계에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만들고 사회적 합법성을 확립하는 전제 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요건을 충족하려면 생태계 조정자가 가치 제언과 고객 경험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다른 생태계 기여자 및 외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와 경험까지 증대해야 한다. 더 나아가 거버넌스 모델은 장기적으로, 또 변화하는 요구에 맞게 법을 준수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수용을 이끌고 유지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뛰어난 거버넌스는 이런 식으로 인식되는 동시에 일관성 있고 공정해야 한다.

일관성이란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투명하고 이해하기 쉬우면서, 포괄적이고, 내적으로 일관되며, 장기적으로 안정적이라는 것을 뜻한다. 홉스킵드라이브(HopSkipDrive)는 일관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특히 민감한 분야인 어린이용 승차 공유 서비스에서 신뢰를 확보한다. 이 플랫폼은 다양한 생태계 지침을 준수하면서 최소 5년 이상의 돌봄 경험이 있고, 여러 기관에서 깨끗한 이력을 관리하고, 지문을 통해 신원 확인이 가능하고, 적어도 최근 3년간 운전 이력이 양호한 운전자만을 선별적으로 받는다. 홉스킵드라이브는 엄격한 프로세스 통제 방식을 채택해 승차 상황을 실시간으로 추적한다. 그리고 안전하지 않은 주행 행위를 감지해 모든 문제를 사전에 해결한다. 게다가 이 플랫폼은 교통사고, 충돌, 산만한 운전 같은 안전 문제의 발생 빈도도 정기적으로 보고한다.14

공정성은 현지 법률과 규범을 준수하며, 편향(가령 데이터 알고리즘과 접근성에 있어서)을 피하고, 플랫폼 참여자 사이에 신뢰를 창출(조정자의 권한 남용을 금지하는 등)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한 거버넌스의 중요성은 최근 부상하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런 예로는 숙박 플랫폼인 페어비앤비 협동조합(Fairbnb.coop), 승차 호출(ridehailing) 서비스인 더 드라이버스 협동조합(The Drivers Cooperative), 스톡 포토 플랫폼인 스톡시 유나이티드(Stocksy United)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은 참여 업체들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관리한다.15 많은 플랫폼 협동조합은 생태계 조정자들의 착취적 행위에 대한 반격으로 등장했다.

101


4. 거버넌스 모델을 계속해서 조정하라. 적응력은 성공하는 생태계의 핵심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적응력은 안정적인 코어(또는 플랫폼)와 인터페이스, 쉽게 추가하거나 제거할 수 있는 아주 가변적인 모듈형 구조에서 나온다. 이를 통해 생태계는 경쟁적인 환경, 조정자와 참여자들의 니즈, 사회적 관습, 기술 등의 변화와 더불어 발전할 수 있다. 이런 적응력이 생태계의 거버넌스 모델에도 반영돼야 한다.

비디오 게임 배급 플랫폼인 스팀(Steam)을 생각해 보라. 2003년 밸브(Valve)사 게임들의 유통과 패치 적용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으로 출시된 스팀은 원래 폐쇄형에 가까운 거버넌스 모델을 취하고 있었다. 2004년 이 플랫폼에는 약 50개의 게임 타이틀이 있었다. 그러던 스팀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인풋에 대한 통제를 줄이고, 게임 퍼블리셔들과 처음으로 파트너십을 협상하며 플랫폼을 개방하기 시작하자 이용 가능한 게임 수가 두 배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스팀은 스팀웍스(Steamworks)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와 더불어 파트너 업체들과 데이터 공유를 용이하게 해주는 다수의 API를 출시하는 방식으로 외부 개발자들에게 플랫폼을 더욱 개방했다. 대형 퍼블리셔들이 플랫폼에 합류하면서 스팀에서 이용 가능한 게임 수는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시간이 갈수록 스팀은 생태계 거버넌스를 위해 점점 더 사용자 기반 메커니즘에 의존하게 됐다. 예를 들어 2012년에는 그린라이트(Greenlight)를 도입해 사용자들이 직접 투표를 통해 플랫폼에 추가할 신규 게임을 결정하게 했다. 사용자 피드백과 리뷰는 플랫폼상의 게임 품질을 보장하는 아웃풋 통제에 있어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됐다.

2017년, 스팀의 거버넌스에 또 다른 중대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 스팀 생태계의 규모가 커지자 밸브는 그린라이트가 새로운 개발자와 게임이 플랫폼에 합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밸브는 그린라이트를 개발자들을 위한 스팀 다이렉트 지원 포털로 교체했다. 이를 계기로 진입 장벽과 인풋 통제는 줄이면서 더 효과적인 사용자 피드백 메커니즘을 통해 품질을 보장하려 애썼다. 2020년이 되자 스팀은 1만여 개의 게임 타이틀과 1억2000만 명의 월간 액티브 사용자를 보유한 아주 자유롭고 개방적인 생태계로 진화했다.

102

스팀은 다수의 성공적인 생태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다소 폐쇄적인 거버넌스로 시작한 뒤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개방적으로 바뀐다. 이런 변화에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생태계 개발은 경로 의존성이 강한데다 개발 초기의 결정이 향후 생태계의 궤도와 범위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는 게 한 가지 이유다. 따라서 많은 생태계 조정자가 초기에는 품질과 행동을 제어하고 생태계를 성공적인 경로로 이끌기 위해 폐쇄형 거버넌스 모델을 선호한다.

이때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이 있다. 비즈니스 생태계 대부분은 성장하면서 점점 개방적인 경향을 보이는 반면 일부 생태계는 일정 규모와 시장 지위에 도달하면 거버넌스를 강화하기 시작한다. 이는 승차 호출 서비스가 승객이 공격을 당한 다음 운전자의 신원 조회를 강화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플랫폼 오남용에 대한 대응에 뒤늦게 나서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팬데믹 기간 동안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인풋 통제를 강화한 것도 이 같은 공공, 혹은 규제 압박에 대한 대응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생태계 조정자들은 고유의 가치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거버넌스를 더 강화하기도 한다. 이런 특징은 특히 플랫폼이 시장 리더 자리에 오르거나 파트너들의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졌을 때 더욱 강해진다. 참여, 행동, 공유 관련 규칙을 강화하는 것은 그런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지렛대가 되기 때문이다. 구글은 단말기 제조사와 다른 협력사들이 일부 애플리케이션과 호환이 안 되는 변형 운영체제를 개발해서 광고 및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한 구글의 수익 창출을 어렵게 하자 안드로이드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16 그들은 앱 개발을 위한 API를 운영체제 레이어에서 구글플레이 앱스토어로 이동시킴으로써 안드로이드 생태계 대부분을 다시 장악하게 됐다. 그리고 기본 운영체제와는 별개로 자신들의 거버넌스를 조정할 수 있게 됐다.17

생태계들이 더 확산되고 더 견고해지면서 이를 관할하는 거버넌스의 질이 생태계의 성공을 좌우하는 요인으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거버넌스 모델을 설계하는 만병통치약은 없다. 해당 생태계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무엇이고, 경쟁의 역학은 어떠하며, 어떤 사회적 요구가 있고, 현재 전체 수명 주기의 어느 단계에 있는지에 따라 방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04


만약 당신이 현재 생태계의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거나 조정자가 되고 싶다면 생태계 거버넌스를 추후의 문제로 미루지 말고 충분히 고민한 뒤 적극적으로 모델을 설계해야 한다. 개방형과 폐쇄형 모델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거버넌스를 전략과 연계하고, 다양한 거버넌스 영역의 균형을 통해 상충되는 지점들을 전략적으로 해결하라. 생태계 파트너 및 사용자는 거버넌스 관련 결정들이 그들의 참여도와 기여도에 따라 받는 인센티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한다. 또한 경쟁 생태계들의 거버넌스 모델을 분석해서 당신이 선택한 거버넌스 모델이 경쟁 우위를 얻게 하라. 그리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사용자 선호도와 기술, 경쟁 상황, 전략에 맞춰 당신의 거버넌스 모델을 조정하라.

생태계에 파트너로 참여하는 경우에도 거버넌스 모델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작동하고 진화하는지 알아야 한다. 생태계 거버넌스에 따라 파트너가 누리는 생태계의 매력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바탕으로 당신이 어떤 생태계에 참여할 것인지 결정할 때 거버넌스를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라. 생태계의 목적과 문화가 당신의 가치 및 선호에 얼마나 잘 부합하는가? 해당 생태계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기여 활동과 투자 중 향후 당신의 활동 반경을 제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생태계의 발전에 영향을 주고, 당신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어야 할 의사결정 권한과 투명성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는가? 인풋, 프로세스, 아웃풋 관련 규정이 고객의 접근성과 운영상의 자유를 얼마나 제한하는가? 또 그 생태계에서 발생한 데이터와 지적 자산, 가치를 기여도에 따라 공정하게 나눠주는 규정이 마련돼 있는가?

좋은 거버넌스는 생태계 조정자와 파트너 모두가 성공하는 데 꼭 필요한 열쇠다.


울리히 피던(Ulrich Pidun)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파트너이자 디렉터이며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의 팰로(fellow)이다.
마틴 리브스(Martin Reeves)는 BCG의 시니어 파트너이자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의 회장이다.
니클라스 쿤스트(Niklas Knust)는 BCG의 컨설턴트이자 BCG 헨더슨 인스티튜트 앰버서더(ambassador)이다.

이 기사에 의견이 있는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62301에 접속해 남겨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인기기사